[호마레]
할머님.

[호마레네 할머니]
어머, 그 그림 벌써 고친 거니?

[호마레]
아뇨――.

[호마레네 할머니]
?

[호마레]
할머님께 소중한 건 이 그림 자체가 아니라 그림에 관련된 추억이셨군요. 수복이라니, 엉뚱한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사쿠야 군과 무쿠 군 덕분에 소중한 건 물건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호마레네 할머님]
저 두 사람 말이구나.

[사쿠야]
아뇨! 전 아무것도!

[무쿠]
저도 대단한 건 안 했어요.

[호마레네 할머니]
그래…… 당신들은 시인과 화가이면서 조금 융통성이 없군요.

[호마레]
윽…….

[카즈나리]
아하하…….

[호마레네 할머니]
뭐,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호마레]
이 그림은, 할머님께서 할아버님께 선물한 그림인가요?

[호마레네 할머니]
……그렇단다.

-

[호마레네 할아버지]
미야코 씨, 이쪽으로 와주겠어?

[호마레네 할머니]
무슨 일인가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자, 어때?

[호마레네 할머니]
이건?

[호마레네 할아버지]
그림 도구야.

[호마레네 할머니]
그건 보면 알아요. 누가 쓰는 건가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나와 당신이지.

[호마레네 할머니]
저는 하이쿠를 짓는 사람이지 그림 소양은 전혀 쌓지 않았어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나도 그래.
오늘 있었던 즐거운 추억을 잊지 않게 그려서 남겨놓고 싶었어.

[호마레네 할머니]
사진을 찍으면 어떤가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그럼 재미없지 않나. 그리고 사진은 그 속마음까지는 남길 수 없어.
나는 지금 이 마음속 고양된 기분을 남기고 싶은 거야.

[호마레네 할머니]
그런 건 하이쿠로 충분해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하이쿠는 당신이 너무 유리하지 않나.

[호마레네 할머니]
이건 승부인가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그런 건 아니지만, 둘이서 시행착오를 하는 것도 즐거울 거라 생각해.

[호마레네 할머니]
……하아. 알겠어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고마워.

-

[호마레네 할아버지]
…….

[호마레네 할머니]
…….

[호마레네 할아버지]
음, 그림에서는 나도 당신도 역량이 비슷하군.

[호마레네 할머니]
이런 그림은 남에게 보여줄 게 못 되네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그렇지 않아. 이 곰은 정말 잘 그렸는걸.

[호마레네 할머니]
코끼리예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듣고 보니 그렇게 보이는군. 무얼, 몇 장 연습해 보면 더 잘 그리게 될 거야.

[호마레네 할머니]
……하아.

-

[호마레네 할머니]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나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으음…… 나는 이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드는군. 어릿광대지?

[호마레네 할머니]
네, 잘 알아봤네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당연하지. 그리고 이건 코끼리로군.

[호마레네 할머니]
서커스 텐트예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잘 보니 그렇게 보여.

[호마레네 할머니]
…….

[호마레네 할아버지]
음, 정말 좋아. 이걸 내가 받아도 될까?

[호마레네 할머니]
그런 못 그린 그림의 어디가 마음에 든 건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당신의 미소가 이 안에 담겨있는 것 같아.

[호마레네 할머니]
……하아. 알겠어요. 그럼 오늘의 답례로 드리도록 할게요.

-

[호마레네 할머니]
놀릴 마음으로 그런 메시지를 남겼는데…… 그 사람은 그림의 답례로 회중시계를 주었지요.

[호마레]
그랬었군요.

[호마레네 할머니]
함께 이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했던 그이와의 추억이 내게는 소중한 보물이에요.
저렇게 못 그린 그림에 가치는 없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당신들 말이 맞아요.

[카즈나리]
――.

[호마레네 할머니]
이 그림에 담긴 추억이 있죠. 그건 간단하게 버릴 수 없는 거예요. 포기할 수 없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이 그림은 수복하지 않고 이대로 가져갈게요. 이렇게 됐지만, 소중한 것에는 변함없으니까요.
수복해서 남의 손을 타는 것보다는 분명 이대로 두는 게 좋아요.

[카즈나리]
그래. 알았어.

[호마레네 할머니]
깔끔하게 말려줘서 고마워요.
다음에는 네 그림을 보여주렴.

[카즈나리]
그럴게!

[타카오]
실례합니다. 호마레 님.

[호마레]
무슨 일이지?

[타카오]
그림의 사진을 찾았습니다.

[호마레]
정말인가!?

[타카오]
리폼 업자가 참고삼아 찍어간 사진에 찍혀있었습니다.

[이즈미]
이, 이건…….

[호마레]
거봐, 내가 그린 그림하고 똑같지?

[카즈나리]
진짜네! 아리린 굉장해!

[이즈미]
(설마 진짜로 그 그림이었을 줄이야…… 코끼리라고 했던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겠어.)
(글재주라고는 해도, 호마레 씨의 재능은 할머니 유전이구나.)

-

[호마레]
자네들 덕분에 할머님의 마음을 알 수 있었어. 고맙네.

[사쿠야]
아녜요…… 호마레 씨가 할머니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전달된 거예요.

[무쿠]
아리스 씨는 할머니를 좋아하네요.

[호마레]
아니, 난 또 사람의 마음이란 걸 알지 못했어. 정말이지 어렵군. 나도 아직 멀었어.

[카즈나리]
그건 아리린 뿐이 아냐! 나도 그랬어, 똑같아!

[호마레]
흐음…… 유키 군의 말대로 커뮤력 좋은 남자인 카즈나리 군 조차도 그렇다니.

[카즈나리]
맞아 맞아, 그래도, 모르더라도 제대로 상대를 생각하면서 잔뜩 얘기하면 괜찮아!

[호마레]
그런가…… 그렇지.

[무쿠]
결국 리폼 얘기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호마레]
그곳은 그대로 두기로 했어. 살풍경하지만, 그곳에는 할머님과 할아버님의 추억이 담겨 있으니까.
그대로 두는 게, 할머님은 가장 좋아할 거라 생각해.

[이즈미]
그렇구나…… 분명 할머니께서도 기뻐하실 거야.

[호마레]
음……. 할아버님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고 의연하게 앞을 바라보는 할머님을 보고, 줄곧 강하고 냉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어.
하지만 분명, 그렇지 않았겠지. 할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물론이고, 그 그림이 엉망이 됐을 때도 슬퍼하셨을 거야.
태풍을 없던 일로 하는 곡예는 못하지만, 뭔가 할머님을 웃음 짓게 만들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카즈나리]
할머니가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새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

[호마레]
음…….

[이즈미]
――그럼 딱 맞는 방법이 있어. 그치, 사쿠야 군?

[사쿠야]
네?

[이즈미]
왜, 서커스라면…….

[사쿠야]
아앗!!

[호마레]
무슨 말이지?

[사쿠야]
있어요! 할머니를 웃게 할 특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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