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마]

메시지라…… 다들 여러 가지를 썼구나.

후후…… 확실히 이건 감독님이 기뻐할 것 같아. 나이스 아이디어야.

(무쿠는 전학가는 반 친구한테 주었다고 했었지. 나는 별로 그런 기억이 없군……. 문집이나 롤링페이퍼는 있었는지 몰라도, 의무적으로 무던한 말을 쓰고 끝이었던 것 같아)

(학생 때는 그다지 마음을 터놓을 친구도 없었고, 추억이라고 할 만한 기억이 별로 없어. 가정환경이 너무 달라서 가치관을 공유할 수 없었어. 표면적으로는 사이가 좋았지만 언제나 조금 떠 있었다고 생각해)

(실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어린아이답게 천진하게 떠들고 싶었는데.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을 멀리서 바라볼 때가 많았어)

(그런데 설마 이 나이가 된 지금, 이렇게 진지하게 메시지북을 쓰게 될 줄이야)

후후, 왠지 이상해.

(이 극단에 들어온 뒤로 신선한 일뿐이야)

"익숙하지 않아서 별로 잘 쓰지는 못할 것 같지만……."

(솔직히, 설마 감독님과 극단 모두와 이렇게 긴 인연이 될 줄은 몰랐어. 일하며 알게 된 손님도 어중간하고, 이렇게 친밀한 관계를 내가 계속 이어갈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

(연기도, 극단에 관심이 있었던 것뿐이고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생각은 없었을 텐데. 감독님과 모두의 열의에 영향을 받아 주역까지 맡게 되다니 정말 신기하다니까)

(새벽녘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그대로 잠이들고, 다 함께 바다에 가고,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일 뿐이야……)

(옛날에 멀리서 바라보며 부러워했던 동료와의 친밀한 시간…… 청춘 그 자체야)

이제와서지만…… 전혀 늦지 않았구나.

(예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부러워하겠지)

(이 극단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모두와 이렇게까지 친밀한 관계를 쌓지 못했다면, 분명 과거와 마주 볼 생각도 들지 않았을 거야)


-


[타스쿠]

……그, 또 하나의 열쇠는?


[아즈마]

본가 열쇠야. 가족이 죽고 집을 나온 뒤로는 한 번도 돌아간 적 없어. 혼자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게 무서워서.


[타스쿠]

…….


[아즈마]

……언젠가 이곳에 갈 용기가 생기면 함께 가주겠어? 으음――.


-


[아즈마]

(계속 무서워서 눈을 돌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이것도 겨울조와 감독님 덕분인가)

"추신. 언제든지 내 방에 와. 아즈마가." …….


-


[사쿠야]

…….


[아즈마]

여기 있었구나.


[사쿠야]

아즈마 씨?


[아즈마]

이 메시지북, 내가 마지막이었나봐. 자, 잘 부탁해.


[사쿠야]

? 저는 이미 썼는데요? 아, 무쿠 군하고 카즈나리 씨한테 전해줄까요?


[아즈마]

이건, 이번 서프라이즈를 생각해낸 사람이 건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


[사쿠야]

생각해낸 사람, 저 말이에요……?


[아즈마]

응. 책임을 지고.


[사쿠야]

네, 네!


[아즈마]

역시 다들 개성이 나오지. 그럼, 잘 자.


[사쿠야]

(봄조 것밖에 보지 못했는데, 다들 뭐라고 썼을까……?)

……. (와아, 유키 군 컬러풀해~ 미스미 씨 페이지는 삼각이 가득하네! 호마레 씨는 역시 시고……)

아하하, 확실히 개성이 나와.

(이 안에서라면 내 편지는 묻히겠지)


-


감독님께.


긴 편지는 별로 써본 적이 없어서 저번에 드린 선물에는 짧은 메시지밖에 쓰지 않았지만,

모처럼의 기회이니 도전해보려고 해요.


신생 MANKAI 컴퍼니를 결성하고 1주년.

혼자서 MANKAI 극장의 무대에 올랐던 날부터 1년이 흘렀네요.


그때는 그저 무대에 오르는 게 즐겁고, 그저 열중할 뿐이었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저를 내버려 두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사쿄 씨에게 갑자기 극장을 폐쇄한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던 중에,

감독님이 총감독을 받아들여 주지 않았으면, 저는 지금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모두 함께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 거예요.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계속 꿈꿔왔던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좋아하는 동료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매일 무척 행복해서, 이런 건 예전의 저에게 말해도 분명 믿지 않을 거예요.


그정도로 지금의 생활은 제게 꿈만같아요.


앞으로도 다 함께 연극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저, 더더욱 열심히 배우로서 성장할게요.


그러니까 감독님, 앞으로도 저희를 잘 부탁드려요!


사쿠야가.


-


[사쿠야]

(예전의 나는 혼자 있는 게 당연했어. 외롭다는 생각을 잊어버릴 정도로……)

(하지만 이제 혼자가 아니야…… 웃으며 돌아올 장소가 있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곳이 여기에 있어)

그렇죠, 감독님…… 굉장해요. 감독님이 이곳에 모두를 모아준 거예요.

(나 혼자였던 첫 무대.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끝까지 해낸 그 무대를 감독님이 봐주었으니까 지금이 있는 거야)

(아무도 없던 극단에 지금은 모두가 있어. 정말로 기적같아)

……읏.

――앗, 위험했다, 위험했어. 소중한 메시지북을 적시면 안 되지.

(내일, 감독님이 기뻐해 주실까……?)

(분명 기뻐해 주실 거야. 모두의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메시지…… 빨리 전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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