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때, 계속 좋아했던 옆집 여자애가 갑자기 이사를 갔다.


이사 당일엔 엉엉 울고, 오랫동안 울적해 하자, 어머니는 초등학교에 가면 친구가 많이 생길 거라면서 나를 달래줬다.

나는 그 여자아이를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고 믿으며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애는 없었다.


초등학교에는 공부를 잘하는 애, 운동을 잘하는 애,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애, 인기 있는 아이들이 많이 있어서, 나는 그쪽 사람이 아닌 존재감이 옅은 인간이라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좀처럼 친구도 생기지 않고, 외로워서…….

그럴 때 항상 생각하는 건, 옆집 여자아이였다.


-


그래서, 마음먹고 그 애를 만나러 가기로 한 거다.

부모님은 반대할 테니까, 당연히 비밀로.

부모님끼리 얘기하는 걸 어럼풋이 들었으니까, 이사한 곳의 역 이름만은 알고 있었다.


세뱃돈을 군자금으로, 처음으로 혼자서 표를 사고 전철에 올랐다.

역무원한테 할머니네 집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갈아타는 방법도 배웠다.


하지만, 그 역에 도착했을 때, 거기서 어디로 가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됐다.


왼쪽을 봐도 오른쪽을 봐도 처음 보는 풍경. 지나가는 건 모르는 사람들뿐.

나는 그때, 학교에 있을 때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맹렬한 외로움에 사로잡혀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내게 말을 걸어준 아주머니가 파출소까지 데려다주셨고, 이름이랑 전화번호를 말했더니 조금 후에 부모님이 데리러 오셨다.


-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잔뜩 혼이 났지만, 가출한 이유를 말했더니 웃었다.

"그 애한테 그 우는 얼굴을 보여줄 생각이었니? 분명 놀릴 걸."

이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워져서 뒤를 돌아봤다.


자동차 뒷유리로 그 아이가 사는 마을을 계속 바라봤다.


"타이치가 자신 있게 그 애를 만날 수 있게 되면, 만나러 가거라."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셔서,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를 잔뜩 만들고, 반에서 인기인이 되면…… 혹시 내가 그렇게 되면, 그때 꼭 자신 있게 만나러 가자.

내가 그 애랑 헤어진 뒤에 어떤 일을 했는지 잔뜩 얘기해주는 거야.


그렇게 결심한 후에는 이제 돌아보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나아갈 계기를 준 게, 그 가출이다.


-


[아자미]

……그래서, 그 상대랑은 어떻게 됐어?


[타이치]

헤헤, 계~속 못 만난 채야. 자신 있게 만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었는데…… 나는 방법을 틀렸거든.


[아자미]

무슨 뜻이야?


[타이치]

같은 가을조가 된 아 쨩에게도 제대로 얘기해둬야겠지. 내가 모두를 배신했던 것을…….


-


[아자미]

…….


[타이치]

……그때 한 일을, 나는 평생 뉘우칠 거라 생각해. 잊을 수도 없고, 잊으면 안 돼.


[아자미]

이제 아무도 신경 안 쓰잖아. 당신들 사이에 응어리가 없다는 것 정도는, 밖에서 봐도 다 보여.


[타이치]

헤헤, 고마워, 아 쨩.

모두가 나를 용서해주고 받아줬다는 건 알고 있어. 그러니까 더욱, 나는 거기에 기대지 않고, 가을조를 위해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고 싶어. 그게 내가 모두에게 은혜를 갚는 일이니까.

그보다, 이제 아 쨩도 우리 안에 있잖아. '밖에서 봐도'가 아니지!


[아자미]

말의 뉘앙스? 같은 거지.


[타이치]

다시 잘 부탁함다! 자, 악수!


[아자미]

……그래그래.


[타이치]

앗, 맞아! 참고로 아 쨩의 첫사랑은!?


[아자미]

뭐……?


[타이치]

요즘 중학생은 진도가 빠르니까― 첫 키스 이미 했어!?


[아자미]

그, 그런 건 결혼한 다음에 해야지!


[타이치]

!?


[아자미]

우선, 사귀기 전에 부모님께 인사하고, 둘이서 데이트하고, 약혼한 다음에, 손을 잡고…… 순서가 있잖아!


[타이치]

어, 어어―…… 아 쨩은, 겉보기와 다르게 의외로…… 혹시, 사쿄 형의 교육……?


[아자미]

이제 가자!


[타이치]

앗, 기다려, 아 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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