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막 제1화::포트레이트1/셋츠 반리
――뭐든 상관없었다. 어쨌든 뜨거워질 수 있는 걸 바랐다.
운동도 공부도 싸움도 뭐든지 특별히 진심을 다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일상.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메우고 싶어 온갖 짓을 하고 다녔다.
범죄에 가까운,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는 것이라도 뭐든지 상관없었다.
인생 따위 이지모드다.
진심이며 필사적인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지?
모든 게 이렇게 간단한데.
"야, 그거 알아? 효도 쥬자가 야마고 짱 쓰러뜨렸대."
"또 그녀석이냐."
그다지 친하지도 않으면서 생각 없이 몰려다니는 녀석들의 대화가 문득 마음에 걸렸다.
"누구야, 그거?"
"0고 양아치~ 중학교 때부터 눈에 띄었어."
"계속 혼자 다니지. 한 마리 늑대? 라고 하던가."
"흐응."
0고는 여기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반리, 가려고?"
"가볍게 치고 올게."
"진짜냐."
"반리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니까~"
'나도 몰라, 그런 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마음속으로 그렇게 대답하고, 나는 홀로 0고를 향했다.
-
"……어?"
"……이제 됐나?"
(농담이지, 못 서있겠어. 무릎이 떨려서 일어설 수 없어. 뭐야 이게.)
그럴듯한 녀석에게 말을 걸고 대충 인사를 하며 한 대 쳤더니, 순식간에 지면을 구르고 있었다.
이런 것은 태어나서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이만."
"기다려, 새꺄."
그 녀석은 넘어진 내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유유히 갈 길을 갔다.
인생 첫 패배였다.
과장 없이, 17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나는 타인에게 졌다.
그 뒤로 상처가 낫기까지 2주 동안, 하루 종일 그 녀석을 쓰러뜨리는 것만을 생각했다.
"이번에야말로 지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다시 눈앞에 선 나를 보고, 그 녀석은 자세를 잡지도 않은 채 시선을 돌렸다.
"야, 무시하냐?"
"너하곤 안 싸워."
"뭐야?"
"지금까지 덤벼온 녀석들은 정상에 서고 싶다는 야심이 있었어. 하지만 네 녀석은 달라."
"뭐어?"
"싸울 가치도 없어."
"도망치는 거냐?"
내 도발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완전히 허탕 친 기분으로 그 녀석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몇 번을 더 도발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때려도 되받아치지 않는 상대에게, 나는 나날이 초조감을 더해가고 있었다.
이기고 튀다니 웃기지 마.
어떻게 해서든 그 녀석하고 승부를 해 이기고 싶었다.
-
그렇게 생각하던 어느 날, 그 녀석이 낡은 극장에 들어가는 걸 보게 됐다.
'그 녀석이 연극 따위 볼 놈이냐.'
코웃음을 치며 입구를 들여다보니, 문에 '가을조 오디션 회장'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오디션……?"
"앗! 가을조 오디션을 보러 오셨나요? 이쪽으로 오세요!"
"뭐? 아니 난――"
"이제 곧 시작할거예요."
영문도 모른 채, 나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곱슬머리 남자의 손에 억지로 극장 안으로 밀어 넣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