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막 배드보이 포트레이트

제3막 제1화::포트레이트1/셋츠 반리

(•̀ᴗ•́) 2017. 4. 13. 01:00

――뭐든 상관없었다. 어쨌든 뜨거워질 수 있는 걸 바랐다.


운동도 공부도 싸움도 뭐든지 특별히 진심을 다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일상.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메우고 싶어 온갖 짓을 하고 다녔다.

범죄에 가까운,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는 것이라도 뭐든지 상관없었다.


인생 따위 이지모드다.

진심이며 필사적인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지?

모든 게 이렇게 간단한데.


"야, 그거 알아? 효도 쥬자가 야마고 짱 쓰러뜨렸대."

"또 그녀석이냐."


그다지 친하지도 않으면서 생각 없이 몰려다니는 녀석들의 대화가 문득 마음에 걸렸다.


"누구야, 그거?"

"0고 양아치~ 중학교 때부터 눈에 띄었어."

"계속 혼자 다니지. 한 마리 늑대? 라고 하던가."

"흐응."


0고는 여기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반리, 가려고?"

"가볍게 치고 올게."

"진짜냐."

"반리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니까~"

'나도 몰라, 그런 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마음속으로 그렇게 대답하고, 나는 홀로 0고를 향했다.


-


"……어?"

"……이제 됐나?"


(농담이지, 못 서있겠어. 무릎이 떨려서 일어설 수 없어. 뭐야 이게.)


그럴듯한 녀석에게 말을 걸고 대충 인사를 하며 한 대 쳤더니, 순식간에 지면을 구르고 있었다.


이런 것은 태어나서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이만."

"기다려, 새꺄."


그 녀석은 넘어진 내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유유히 갈 길을 갔다.


인생 첫 패배였다.

과장 없이, 17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나는 타인에게 졌다.


그 뒤로 상처가 낫기까지 2주 동안, 하루 종일 그 녀석을 쓰러뜨리는 것만을 생각했다.


"이번에야말로 지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다시 눈앞에 선 나를 보고, 그 녀석은 자세를 잡지도 않은 채 시선을 돌렸다.


"야, 무시하냐?"

"너하곤 안 싸워."

"뭐야?"

"지금까지 덤벼온 녀석들은 정상에 서고 싶다는 야심이 있었어. 하지만 네 녀석은 달라."

"뭐어?"

"싸울 가치도 없어."

"도망치는 거냐?"


내 도발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완전히 허탕 친 기분으로 그 녀석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몇 번을 더 도발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때려도 되받아치지 않는 상대에게, 나는 나날이 초조감을 더해가고 있었다.


이기고 튀다니 웃기지 마.

어떻게 해서든 그 녀석하고 승부를 해 이기고 싶었다.


-


그렇게 생각하던 어느 날, 그 녀석이 낡은 극장에 들어가는 걸 보게 됐다.


'그 녀석이 연극 따위 볼 놈이냐.'


코웃음을 치며 입구를 들여다보니, 문에 '가을조 오디션 회장'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오디션……?"

"앗! 가을조 오디션을 보러 오셨나요? 이쪽으로 오세요!"

"뭐? 아니 난――"

"이제 곧 시작할거예요."


영문도 모른 채, 나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곱슬머리 남자의 손에 억지로 극장 안으로 밀어 넣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