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en Blood

Fallen Blood 제5화

(•̀ᴗ•́) 2019. 4. 21. 00:55

[마스노]
이번엔 우선 역할 구명을 충분히 한 다음에 마지막에 그걸 살린 연기를 피로하도록 하겠다. 구명 방법은 자유. 연기뿐만 아니라 내용도 표현해야 한다. 그럼, 시작.

[쥬자]
…….

[반리]
…….

-

[마스노]
――다음, 효도.

[쥬자]
네.

[마스노]
역할 구명은 나쁘지 않지만 연기로 표현하는 게 어설프군. 좀 더 짧은 시간 내에 역할을 소화하는 연습을 해라. 항상 시간이 충분한 게 아니니까.

[쥬자]
네.

[마스노]
다음, 셋츠.

[반리]
네~에.

[마스노]
역할 구명이 얄팍해. 표면적이기만 해. 좀 더 내면적인 부분을 파고들어라. 공감력이 부족해. 박정한 성격이 드러나고 있어.

[반리]
칫. 성격이 상관 있냐고. 진짜, 악평 스타일이 유조 아저씨랑 비슷하다니까.

[마스노]
이상. 그럼 다음에 보자. 질문 있는 녀석은 남아라.

-

[쥬자]
…….

[마스노]
뭐야, 너 아직 남아있었나?

[쥬자]
다른 녀석들 질문을 듣고 있었어서…….

[마스노]
……. 너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지?

[쥬자]
……주어진 역할을, 어떤 역할이라도 자유자재로 해낼 수 있게 되고 싶슴다.
그러기엔 아직 연기 폭이 좁고 경험도 적어서…… 좀 더 만능으로 뭐든 할 수 있게 되고 싶어.

[마스노]
그거 그냥 셋츠 아니냐.

[쥬자]
――. ……딱히 그 녀석이 되고 싶은 건 아냐.

[마스노]
너한테 셋츠는 어떤 배우지?

[쥬자]
……그 녀석은 입단 오디션 때부터 경험도 없는데 대사도 유창하고 역할분석도 그럴듯하게 해냈어. 본방에서도 냉정하고 항상 무대 구석까지 의식하고 있지. 연기하면서 생각한 이미지대로 자기 자신을 보여줄 줄 알아.
같은 역할을 연기해도, 어설픈 나보다 그 녀석이 더 그 역할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스노]
왜 그렇게 생각하지?

[쥬자]
나는…… 무대에 서면 역할에 빠져들어서 냉정하게 있을 수 없어. 역할에 동화되는 느낌으로…… 어떻게 보여줄지 같은 건 의식할 수 없게 돼.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무턱대고 연기하고 순식간에 끝나버려.
그 녀석처럼 치밀하게 구성해놓은 연기 플랜을 생각하고 실행할 여유가 없어.

[마스노]
……역시 그렇군. 네가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건 이미 네 안에 있어. 눈을 돌리는 건 이제 그만해.

[쥬자]
눈을 돌리다니, 뭐에서…….

[마스노]
장래에 되고 싶은 배우상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네가 지금 어떤 배우인지를 똑바로 이해해라. 장래를 내다보고 방향성을 정하는 건 그다음이야.

[쥬자]
――.

[마스노]
그럼 간다.

[쥬자]
내가 지금 어떤 배우인지…….

-

[쥬자]
가갸거겨고교구규, 나냐너녀노뇨누뉴…….

[오미]
잠깐 쉬지 않을래? 스콘 구웠어.

[쥬자]
감사함다.

[오미]
크림 더 줄까?

[쥬자]
네.

[오미]
마음껏 먹어. 오늘은 잼도 만들어왔어.

[쥬자]
감사함다.

[오미]
……요즘에 고민이 많은 것 같던데.

[쥬자]
……. 저번에 워크숍에서 내가 지금 어떤 배우인지를 이해하라고 해서…….
전혀 모르겠어. 지금까지는 그저 무대 위에 설 수 있는 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좋아서 무작정 해왔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어떤 배우인지 같은 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 어쨌든 좀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막연하게 내 가능성을 펼치고 싶다고 생각해왔어.
그런데…… 장래에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니까 알 수 없게 됐어. 내가 어떤 배우고,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고 싶은 건지.
영상으로 내 연기를 봤더니 할 수 없는 것만 가득해서 세어보자니 끝이 없었어. ……한심해. 자신이 어떤 배우인지 냉정하게 분석하고 앞을 내다보는 녀석도 있는데…….

[오미]
……효도 쥬자라는 배우를 객관적으로 보는 건가. 혹시 그걸 가장 잘 하는 게――.

[쥬자]
?

[오미]
좋아.

[쥬자]
오미 씨? 왜 그럼까?

[오미]
아니, 비디오카메라의 유용한 활용법이 떠올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