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나가다

달려나가다 제10화

(•̀ᴗ•́) 2019. 7. 5. 00:45

[츠즈루]
형이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봤어.

[메구루]
시끄러워. 무대 같은 건 평소엔 전혀 안 보니까 그래.

[츠즈루]
다들 형이 칭찬해줘서 좋아했어. 기세가 너무 대단해서 좀 그랬지만.

[메구루]
그만큼 감동했다는 거야. 츠즈루도 다른 사람들도 굉장해. 축구가 그렇게 연기 속에 녹아들 줄은 몰랐어.
축구도 연기도 잘하네, 다들.

[츠즈루]
그건 감사.

[메구루]
뭐 그래도, 500엔을 그렇게 소재로 가져올 줄은 생각 못 했어.

[츠즈루]
아― 그거 말이지.

[메구루]
그리고 담배도 말이야. 너, 내가 담배 피우기 시작한 거 알고 있었어?

[츠즈루]
냄새로 안다고, 보통.

[메구루]
……그건 그렇고, FW에서 DF로 전향한 나한테 맞춰 쓴 작품 주인공이 FW라니 어떻게 된 거야.

[츠즈루]
그 시절 형이, 나한테 가장 선명했어. FW가 선망의 포지션이라 그런 것뿐만 아니라, 전력으로 망설임 없이 꿈을 좇아가는 모습이 멋있었어.
나, 경기에서 형이 찬 공이 골네트를 흔드는 걸 보는 거, 좋아했어.

[메구루]
…….

[츠즈루]
언젠가 월드컵에서 골을 넣을 거잖아.

[메구루]
아니, 나는 디펜스야.

[츠즈루]
관계없어. 넣어. 이건, 그걸 위한 응원이니까.

[메구루]
――.

[츠즈루]
(나라를 대표하는 FW가 아니라도, 내게 형은 항상 변함없어. 내 자랑이야.)

[메구루]
……좋아.
정했어――――!!

[츠즈루]
!?

[메구루]
4년 후, FW로서 월드컵에 나간다. 감독님께 전향한다고 말하겠어.

[츠즈루]
어……?

[메구루]
금방은 안될지도 몰라. 지금까지 계속 FW 외길로 달려온 사람들과 포지션을 경쟁하는 건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츠즈루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게 보이고 싶으니까.

[츠즈루]
진심이야?

[메구루]
그래. 다른 길로 갈 바에는 한 번 더 전력으로 꿈을 쫓아가 보겠어.

[츠즈루]
맘대로 그런 걸 정해도 되는 거야?

[메구루]
아내한테도 제대로 얘기하고 이해받아야지. 다시 함께 4년 힘내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야.

[츠즈루]
그래.

[메구루]
그렇게 결정됐으니, 빨리 돌아가서 말을 해야지!

[츠즈루]
다음 달엔 생일도 있으니까 집에 돌아와.

[메구루]
――아! 또 그 연극 보고 싶다. 예전에 해줬던 그거.
저번에 얘기하고, 역시 그 연극을 본 게 내가 꿈을 좇는 원동력이었다고 새삼 생각했어.

[츠즈루]
아니, 하지만 그런 애들 장난 같은 연극――.

[메구루]
그래도 나한테는 추억의 작품이야. 꿈의 원점.
그걸 보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4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츠즈루]
알았어.
그래도…… 그걸 하려면 배우가 부족한데.

-

[타스쿠]
――읏, 차.

[츠즈루]
…….

[타스쿠]
――.

[츠즈루]
――.

[타스쿠]
잘 받았네.

[츠즈루]
그렇죠, 뭐.
내일도 공연 2회 있는데, 쉬지 않아도 괜찮아요?

[타스쿠]
이번 공연을 하고 있으면 축구가 하고 싶어서 근질거리거든. 몸을 좀 움직이지 않으면 잠이 안 와.

[츠즈루]
뭐,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서 공을 다루는 좋을 것 같네요.

[타스쿠]
무대에서 공 떨어트리면 웃을 수 없으니까.

[츠즈루]
그렇죠.

[타스쿠]
첫날에 좀 위험한 부분이 있었어.

[츠즈루]
아, 서두에――.

[타스쿠]
그리고 공에 너무 집중해서 연기가 작아지지 않게 해야지. 연기에 영향이 있으면 공을 멈추는 게 나아.

[츠즈루]
네.

[타스쿠]
왜 웃는 거야?

[츠즈루]
아니, 축구를 하고 있어도 역시 타카토 씨라고 생각해서요.

[타스쿠]
무슨 뜻이야.

[츠즈루]
형도 칭찬했어요.

[타스쿠]
응, 분장실에서 흥분했었지. 그건 각본의 힘도 있을 거야.

[츠즈루]
형한테 바칠 생각으로 썼는데, 생각보다 더 잘 전해진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타스쿠]
솔직하게 기뻐해.

[츠즈루]
네.
사실은, 형을 위해 각본을 쓴 건 그게 처음이 아니에요.
예전에 제가 초등학생 때 형 생일파티에서 직접 만든 연극을 보여준 적이 있거든요.

[타스쿠]
호오, 미나기의 원점인가.

[츠즈루]
그렇, 죠…… 그렇구나, 내 원점이기도 하구나.
그래서일까요. 저, 누군가를 위해 쓰는 걸 좋아하는구나 싶어요. 배우한테 맞춰서 쓸 때도 그렇지만, 누군가를 떠올리며 각본을 쓰는 게 즐거워요.
분명 폭이 좁아지니까 그것만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도요…….
이번에 타카토 씨가 뒤를 밀어줘서, 기뻤슴다.

[타스쿠]
배우를 위해서는 맞춰 쓰기만 하는 것도 좋지 않고, 잘 못 하는 테마에 도전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기도 하지.
하지만 미나기가 누군가를 위해 쓴 각본을 난 좋아해. 지금까지 다양한 작가의 연극을 해왔지만, 미나기가 쓴 이야기에는 미나기만이 그릴 수 있는 인정미가 있어.
그런 미나기의 각본이니까, 앞으로도 연기하고 싶어.

[츠즈루]
――감사합니다.
우선 지금 공연이 먼저지만, 언젠가 타카토 씨를 위해 쓴 각본도 함께 연기해보고 싶어요.

[타스쿠]
우리 공통점은 아직 있으니까.

[츠즈루]
주유소 점원 이야기 말이죠.

[타스쿠]
그 점장님도 우정 출연해달라고 할까?

[츠즈루]
또 일하는 날 맘대로 바꿔버릴 거예요.

[타스쿠]
있을법해서 무섭군.

[츠즈루]
주유소 점원이 겪을법한 이야기 소재만은 이거저거 많이 쌓였죠.

[타스쿠]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