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rlet Mirror 제4화
추워…… 추워…….
발끝이나 손가락의 감각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몸에 힘이 없어 움직일 수 없다.
공복의 감각도 어느새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멀리서 어린아이 웃음소리가 들린다.
즐겁다는 듯 거리를 걷고 있는 '가족'의 대화 소리.
어딘가의 '집'에서 흘러오는 맛있는 저녁 냄새.
공복보다 추위보다, 마음이 아팠다.
'집'도 '가족'도 처음부터 몰랐을 텐데…….
"우리랑 함께 가자."
-
[히소카]
――. …….
(아니야……. 들릴 리 없어. 이제 어거스트는 없으니까.)
(여기, 어딜까……. 옛날에 내가 있던 거리랑 비슷해.)
(모두가 있는 곳에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만약, 그 녀석이 내 얼굴을 봤다면…… 모두가 있는 기숙사에는 돌아갈 수 없어. 그 녀석한테 들키면, 또 소중한 가족을 잃게 될지도 몰라.)
(이제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아.)
…….
[???]
……찾았다.
[히소카]
――.
[치카게]
뭐 하고 있어, 이런 곳에서.
[히소카]
치카게…….
[치카게]
다들 찾고 있어.
[히소카]
……미안.
[치카게]
뭐가 생각난 거지?
[히소카]
……. ……수상한 남자를 봤어. 머리가 길고―― 달 모양 피어스를 했어.
[치카게]
……또 여기에 와있었나.
[히소카]
또? 그 녀석, 나를 찾고 있는 거야. 어거스트처럼 나를――.
[치카게]
진정해.
[히소카]
그날 밤, 나는 그 녀석을 봤어.
[치카게]
――역시 배신자는 그 녀석이었나.
나도 어거스트를 함정에 빠트린 배신자를 조사하고 있었어. 최근에 그 녀석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여서 의심하고 있었지.
하지만 확증이 없었어. 그 녀석이 결점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는데…….
[히소카]
눈치챈 걸지도 몰라.
[치카게]
그렇다면 이렇게 느긋하게 있지는 못할 거야. 전에도 말했지만, 네 신원은 위조해뒀으니까 바로 들키지는 않아.
단, 저쪽도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했어. 접촉해오는 건 시간 문제겠지.
극단에 피해가 미치기 전에 손을 쓸 수밖에.
[히소카]
무슨 말이야?
[치카게]
말 그대로야. 너는 당분간 외출하지 마. 나머지는 내가 잘 해결할게.
[히소카]
공연은 어떡할 거야? 치카게는 극단에서 배우로서 살기로 정했잖아.
[치카게]
그러기 위해서 위험을 제거하는 거야. 이제부터는 내 일이다. 배우·미카게 히소카는 공연에 집중해.
[히소카]
치카게도 배우야.
[치카게]
나는 다음에는 반드시 가족을 지키겠다고 결심했어.
[히소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치카게]
너랑 나는 이제 입장이 달라.
[히소카]
다르지 않아.
[치카게]
달라.
너는 이제 '디셈버'가 아니야.
[히소카]
――.
[타카토 타스쿠 : 보면 연락해]
[Alice : 오늘은 기간 한정 특별한 마시멜로를 발견했네!]
[히소카]
…….
[치카게]
다들 걱정하고 있어. 일단 돌아가자.
[히소카]
…….
-
[히소카]
"모리어티 교수님."
[치카게]
"너는――."
[히소카]
"수학과 1학년 제임스 에디슨입니다."
"고등학생 때 들은 교수님의 갈루아 이론 얘기에 감명받아 이 대학교 수학과에 들어왔어요."
[치카게]
"호오. 갈루아 이론은 대수학뿐만 아니라 수학 전체에 통하는 이론이지. 네 진로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히소카]
"감사합니다!"
[이즈미]
(히소카 씨, 어젯밤에 치카게 씨랑 같이 돌아오고 나서 결국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괜찮은 걸까?)
(평소랑 똑같아 보이기는 한데…….)
[쿠몬]
"……애초에 왜 그런 변장을 하고 있는 건데요."
[히소카]
"조심하기 위해서지. 이번 사건은 바늘구멍에 실을 끼우는 듯한 신중함이 필요해."
"네가 조그만 콧김 소리 하나라도 내면 모든 걸 망치게 되는, 성가신 일이지."
[쿠몬]
"하아……왠지 전에 없이 흥분해계시네요."
[히소카]
"그야 그렇지. 이 일을 해낸다면 범죄 역사상에 남는 위업이 될 게 틀림없으니까."
"그러니 나는 당분간 몸을 숨길 거야. 뒷일을 잘 부탁하지."
[이즈미]
(홈즈와 왓슨의 관계는 그렇게 위화감 있지 않아. 나이 차가 좋게 작용하는 느낌이야.)
[쥬자]
"내버려두라고 했잖아!"
[쿠몬]
"그럴 순 없어요!"
[쥬자]
"――."
[쿠몬]
"저는 수습 의사입니다. 다친 사람을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이즈미]
(순수한 왓슨과 뒷세게 일에 종사하는 모런은 역할 자체는 잘 맞는데…… 으―음…….)
[히소카]
"이것 참, 무언가 의뢰하러 오셨나요?"
[치카게]
"자네의 초대를 받아들이려고 말이야."
[히소카]
"방을 착각한 게 아니신지?"
[치카게]
"나도 갈루아 이론을 처음 접했을 때는 흥미가 동했지. 제임스 군. 에바리스트 갈루아의 기구한 운명에도 말이야."
[이즈미]
(으―음, 홈즈랑 모리어티도 나쁘지는 않은데…….)
잠깐 쉬자.
[쿠몬]
응!
[쥬자]
네.
[이즈미]
아, 저쪽에 있는 과자는 매운 거야.
[치카게]
호오.
[쿠몬]
나도 저쪽 꺼 먹어봐야지―.
[히소카]
단 건 이쪽.
[쥬자]
감사함다.
[쿠몬]
아! 이 매운 과자 '주홍색 과자'라고 쓰여있어!
[치카게]
혹시 셜록 홈즈의 첫 번째 작품 '주홍색 연구'랑 관련이 있는 건가?
[이즈미]
맞아요. 매운 과자를 찾다가 발견했어요.
[히소카]
이번 공연에 어울려. 나는 안 먹을 거지만.
[쥬자]
'주홍색 연구'라……. 저는 아직 안 읽어봤슴다.
[치카게]
모런은 등장하지 않으니까.
[쿠몬]
홈즈 대사가 멋있어! 왜, 랜스 순경을 방문한 다음 말한――.
[히소카]
"인생이라는 무색의 실타래 속에는 살인이라는 주홍색 실이 섞여 있지……. 우리의 일은 그것을 풀어헤치고 한 올도 남김없이 자세히 조사하여 밝히는 것이야."
[쥬자]
어렵네요…….
[치카게]
탐정의 일을 '주홍색 연구'에 비유하는 게 홈즈답네.
그럼, 휴식은 이쯤하고―― 첫 연습에 대한 감독님의 소감은?
[이즈미]
으―음…….
홈즈와 모리어티가 적대하는 느낌은 나는데, 공감하는 느낌은 안 나는 것 같아요. 관계가 조금 표면적이라고 해야 하나…….
[치카게]
표면적이라.
[이즈미]
그리고 히소카 씨. 왠지 차분하지 못해. 연기에 제대로 집중해.
[히소카]
……미안해.
[이즈미]
왓슨과 모런은 반대로 마음이 너무 잘 맞아. 이건 형제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쥬자]
형제인가 아닌가는 상관없어. 무대 위에서는 배우와 배우다.
[쿠몬]
…….
[이즈미]
뭐, 연습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니까. 각자 관계성을 조금씩 만들어가자.
[쿠몬]
좋아―― 나, 형을 끊겠어!
[이즈미]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