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rlet Mirror 제9화
[히소카]
……정말 알기 쉽다.
[치카게]
남들 눈에 안 띄는 건 이런 장소밖에 없어.
[히소카]
……그러고 보니 이런 곳만 썼었지. 드라마나 영화도 굉장해.
[치카게]
태평한 녀석이군. 발목 잡지 마.
[히소카]
누가 할 말을.
[???]
《'붙잡았다'고 들었는데, 상황이 조금 달라 보이는군.》
[히소카]
《……줄라이.》
[치카게]
《처음 뵙겠습니다, 인가. 일단은.》
[줄라이]
《그래.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덕분에 말이야.》
[치카게]
《뭐, 이게 진짜 얼굴이라고 한 적은 없지만.》
[줄라이]
《하핫, 그렇군. 그건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그래서, 누가 디셈버지? 키나 몸집으로 봐서는 그쪽인가.》
[히소카]
…….
[줄라이]
《그 절벽에서 떨어지고 잘도 살아났군. 역시 어거스트가 발견한 아이라고 해야 하나.》
[히소카]
《……내가 절벽에서 떨어진 걸 어떻게 아는 거야?》
[줄라이]
《그 얘기는 나중에 천천히 하도록 하지.》
[치카게]
《그럴 필요 없어. 너는 여기서――.》
[히소카]
《너한테 부탁이 있어.》
[치카게]
《……디셈버?》
[줄라이]
《부탁?》
[히소카]
《난 네가 어거스트를 함정에 빠트린 배신자라는 걸 알고 있어. 보고하면 그쪽이 위험해져.》
[줄라이]
《맞아. 그래서 너를 배신자로서 처리해야 하지.》
[히소카]
《난 죽고 싶지 않고, 조직에 복귀하고 싶어. 그러니까 너한테 붙을게.》
[치카게]
……디셈버,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줄라이]
《어거스트의 목숨과 바꿔서 얻은 자유를 포기하겠다는 건가? 그 말을 믿을 리 없잖아.》
[히소카]
《어거스트한테는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지금 내게는 지키고 싶은 게 있으니까.》
[치카게]
――.
[히소카]
《사실은 에이프릴과 협력해서 그쪽을 붙잡고, 보스한테 넘길 생각이었어.》
《하지만 에이프릴은 조직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하지. 조직에 복귀한다면, 다음 보스에게 붙는 게 현명해.》
《에이프릴을 배신자로 꾸며내면 원만히 해결돼.》
[치카게]
디셈버, 계획하고 다르잖아.
[줄라이]
《그 말을 믿을만한 증거를 보여주겠어?》
[히소카]
…….
[치카게]
우리 둘이서 어거스트의 원수를 갚는 거 아니었어? 왜 갑자기――.
[히소카]
이 방법밖에 없었어. 미안해.
[치카게]
웃기지 마…….
[히소카]
맨날 불평만 가득 말해도, 난 에이프릴이 싫지 않았어.
[치카게]
디셈버――큭.
[히소카]
《증거는 에이프릴의 신병이야. 삶든 볶든 마음대로 해.》
[줄라이]
《――.》
《……하하, 가족놀이의 결말이 이건가. 그래서 실없는 소리 하다가는 아픈 꼴을 당할 거라고 한 거야.》
[치카게]
《……이걸로 소중한 걸 지킬 수 있다면 바라던 바야.》
[줄라이]
《아직도 그런 유치한 소리를 하는 건가.》
[치카게]
《……너는 알 수 없겠지.》
[줄라이]
《알 수 없다고……?》
《――잘 알지.》
《어거스트도 나처럼 '그곳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해왔어…….》
《그랬는데, 설마 조직에서 빠져나가 일반인으로 살기 위해 기억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니.》
《심리적 외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전부 거짓말이었어. 그 녀석이야말로 배신자잖아?》
《우리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훈련을 견뎌낸 건, 그따위 것을 위해서가 아니야!》
《우리는 조직을 위해 살고 죽는다. 앞으로는 시대에 이용당하지 않을 거야. 우리가 시대를 만들어 가는 거야.》
[히소카]
《그래서 어거스트를?》
[줄라이]
《그래. 적에게 정보를 팔았지.》
《연구 성과를 포기하면 구해주겠다고 했는데, 어거스트는 그걸 거부했어.》
[히소카]
《네 죄는 그게 다야?》
[줄라이]
《……뭐?》
[치카게]
――핫!
[줄라이]
――윽.
《너는……?》
[치카게]
《구속된 척을 한 것뿐이다. 지금 대화는 전부 본부에 송신했다.》
[줄라이]
《!!》
[히소카]
《이런 어설픈 함정에 걸리다니, 맥 빠져.》
[줄라이]
《그렇다면 디셈버가 사실은 살아있고 에이프릴이 숨겨주고 있었다는 걸 폭로하겠어.》
[히소카]
《아무도 동료를 배신한 네 말을 믿지 않을 거야.》
[줄라이]
《――배신한 건 내가 아니야.》
[치카게]
《됐으니까 얌전히 자라.》
[줄라이]
《――윽.》
[치카게]
《느려――.》
[줄라이]
《큭――.》
[치카게]
《이 거리에서는 도망칠 수 없겠지. 방심한 네 실수야.》
《여기는 에이프릴. 배신자를 포획했다.》
…….
[히소카]
……왜?
[치카게]
《……협력자가 무기를 꺼내 들었다. 처리하겠다.》
[히소카]
――!?
――푸.
[치카게]
《송환 준비를 부탁하지. 이상.》
[히소카]
최악이야. 바다에 빠트리겠다는 말은 못 들었어.
[치카게]
아까 걷어찬 답례야.
[히소카]
그건 연기.
[치카게]
있는 힘을 다했으면서.
[히소카]
그랬나.
[치카게]
자, 손 이리 줘. 돌아가자.
[히소카]
다 젖었어…….
[치카게]
겉옷이라도 갈아입기를 잘했지?
[히소카]
……치카게가 이런 작전을 쓸 줄은 몰랐어.
[치카게]
한다고 치면 어거스트지. 나는 반대하고.
하지만 배우·미카게 히소카로서 가슴을 펴고 돌아가고 싶잖아.
[히소카]
응…….
[치카게]
뭐, 잘 될지 안 될지는 도박이었지. 원래 저 녀석은 밖으로 나오는 타입이 아니니까…….
현지에서의 판단력은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냉정함을 잃어서 다행이었어.
[히소카]
……줄라이는 그곳에 너무 물든 거라고 생각해. 다른 살아가는 방법을 몰랐으니까, 저렇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어.
……어거스트는 줄라이도 구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치카게]
……그래.
-
[히소카]
……다녀왔어.
[치카게]
다녀왔어.
[무쿠]
어서 오세요!
[미스미]
어서 와~!
[쥬자]
늦었네요.
[쿠몬]
어디 갔었어?
[치카게]
잠깐 액션 연습하고 왔어.
[히소카]
응.
[쥬자]
좋네요.
[쿠몬]
우리도 자율연습해서 많이 좋아졌어!
[쥬자]
지금부터 연습하지 않을래요?
[히소카]
……그 전에 맡겨뒀던 마시멜로를 찾아올게. 먹으면 곤란하니까.
[치카게]
다녀와.
[히소카]
……응.
[쿠몬]
그럼 우리는 먼저 연습실 가 있을게!
[치카게]
…….
[이즈미]
치카게 씨, 어서 오세요.
[치카게]
――다녀왔어.
[이즈미]
위험한 일 하고 온 거 아니에요?
[치카게]
약간은. 하지만 이걸로 성가신 일은 다 정리됐어.
[이즈미]
으음, 그럼 축하해요? 수고하셨습니다?
[치카게]
고마워. 여기는 앞으로도 안전해. 히소카도 이제 괜찮아.
[이즈미]
그런가요…….
[치카게]
만에 하나,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안심해.
[이즈미]
……안 돼요.
[치카게]
?
[이즈미]
전에 치카게 씨가 말했잖아요. 히소카 씨를 배우로서 보면 된다고요.
치카게 씨도 똑같아요. 치카게 씨는 여기 극단원이고 동료니까, 위험한 일은 되도록 하지 말아주세요.
[치카게]
……알았어.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