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막 제8화::어떤 남자의 수기/제2편
연극부를 설립한 초기에는 타치바나에게 그저 끌려다녔다.
매일같이 비로드 웨이 소극장의 무료 공연을 관람하거나 길거리 공연을 계속 견학하는 등 쓸 수 있는 연극 지식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귀찮아서 마지못해 어울렸지만, 무대 연극은 보면 볼수록 깊이가 있어서 흥미를 끌었고 점점 빠져들게 됐다.
연극부 활동을 부모님께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타치바나에게 설득당해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평일 방과 후에만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겨우 허락을 받았다. 설마 허락해 줄 줄 몰랐는데, 연극도 능력의 거름으로 삼으라는 것 같다.
그렇게 연극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고문은 장식이고 부원 중 한 명은 유령 부원이었다.
가끔 타치바나가 활동을 권유하는 것 같지만, 전혀 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
실질적으로 두 명이서는 당연히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다.
처음 1년은 신입생 권유 시기를 놓쳐서 아무도 가입해주지 않았고, 우리 둘이서만 활동을 계속했다.
다른 학생을 도우미로 불러서 어떻게든 머릿수를 맞춰 청소년 연극제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참패.
이때는 아무리 타치바나라고 해도 풀이 죽었다.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3학년이 된 봄.
이번에야말로 잘 해보자고 마음먹고 신입생을 몇 명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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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때, 타치바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갑자기 나를 호화로운 한 채의 가옥 앞으로 데려갔다.
누구 집이냐고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두고 타치바나는 주저 없이 인터폰을 연달아 눌렀다.
"야, 하지 마!"
당황해서 말리려고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고, 안에서 우리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소년이 나왔다.
"누구시죠?"
"나나쿠사 고등학교 3학년 타치바나 유키오입니다. 이카루가 핫카쿠 씨를 만나러 왔어요."
"이카루가 핫카쿠……!?"
여기서 처음으로 그 집의 주인을 알고 놀랐다. 연극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각본가였으니까.
쓰는 공연은 전부 절찬 받고 수많은 극단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했다는 사람이다.
"약속을 잡으셨나요?"
"아니요!"
"아버지는 지금 일하고 계십니다. 돌아가 주세요."
"앗, 잠시만요――."
끈질기게 매달리려는 타치바나를 이번에야말로 말렸다.
"적당히 해. 약속도 안 잡고 갑자기 방문하다니, 비상식에도 정도가 있지. 상대는 천하에 유명한 각본가라고."
"정말이지, 네가 따라오라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따라오는 게 아니었어. 돌아가자."
"핫카쿠 씨―――!"
말도 안 되는 일로, 타치바나는 말도 안 되게 큰 목소리로 저택 밖에서 이카루가 핫카쿠를 부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행동에 눈앞이 캄캄해질 때, 2층 창문이 열렸다.
"뭐냐, 망할 꼬맹아."
무서울 정도로 인상이 나쁜 남자가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을 달고 불쾌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이카루가 핫카쿠다.
당장에라도 사과하고 돌아가려고 했지만, 타치바나는 역시 도를 넘는 비상식, 다시 말해 바보였다.
"우리한테 이야기를 써주세요~!"
첫 만남에 제멋대로인 말을 던지는 타치바나의 신경줄을 이해할 수 없었다.
뻔뻔하다는 범주를 뛰어넘었다. 이제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카루가 핫카쿠가 말없이 창문을 닫으니 조금 전 소년이 다시 나와서 우리를 쫓아냈다.
"돌아가 주세요!"
당연하다.
주변에 민폐가 되는 이런 고등학생은 나라도 즉시 쫓아버릴 거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타치바나를 끌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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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생각이야?"
"저번에 본 무대가 핫카쿠 씨가 쓴 각본이었어. 그 사람 각본은 굉장해. 구성이 치밀하고 대사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어. 나도 그 사람이 쓴 각본으로 무대를 만들고 싶어!"
"그렇다고 갑자기 밀어닥치는 녀석이 어딨어. 먼저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하던가 했어야…… 애초에 고등학생을 상대로 뭘 써줄 것 같지도 않은데……."
"써줄 때까지 그 집에 갈 거야."
"내 말은 들었어!?"
결국 타치바나는 내 말 같은 건 듣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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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계속 무시당해도 타치바나는 날마다 학교가 끝나면 이카루가 핫카쿠에게 갔다. 어째서인지 나도 데리고.
마음속 깊이 사양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집요하게 끌고 가는 바람에 나도 이제 자포자기하고 어울렸다.
매번 고용인에게 쫓겨나지만, 어쩔 수 없으니 타치바나가 내킬 때까지 어울려주자고 생각하고 있었던 어느 날. 어쩐지 상쾌해 보이는 표정을 한 이카루가 핫카쿠가 현관으로 나왔다.
손짓하는 대로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마감을 끝내서 기분이 좋았던 걸지도, 변덕으로 상대를 해줬던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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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내줬을 때 나는 죄송하다 말하며 머리를 숙였다.
"저기, 무례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차 마시고 가라.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
"싫어요. 당신이 쓴 이야기가 아니면 안 돼요. 당신의 이야기를 알아버린 이상, 다른 사람이 쓴 거로는 결코 납득할 수 없어요."
"야, 타치바나――."
"하아…… 얘기를 듣는 것뿐이라면 해주지. 뭐를 위해서 이야기를 써주길 바라는 거지?"
"다음 문화제 때 연극을 올릴 거예요. 그 이야기를 써주세요."
"풉…… 와하하하! 문화제라고!? 나한테 문화제용 얘기를 쓰라는 거냐!? 적어도 청소년 연극제 나갈 정도의 기세는 보이는 게 어때."
"그건…… 저희가 3학년이라서요."
청소년 연극제의 일부인 연극 전국대회는 여름부터 지구대회·도대회·블록대회로 진행되지만, 거기서 전국대회에 나갈 티켓을 얻어도 실시하는 건 다음 해 여름.
즉, 우리 3학년은 본 대회에 나갈 수 없다.
"레니가 연극을 하는 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예요. 제가 레니를 레니답게 꽃피워주겠다고 약속하고 연극부로 끌어들였어요. 그러니까 반드시 이번 문화제에서 레니와 만족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만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의 각본이 필요해요."
설마 타치바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전혀 몰랐다.
언제든지 남의 사정은 개의치 않고 책임이라는 말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 페이지만 써주지."
이카루가 핫카쿠는 조용히 웃으며 그리 말했다.
"정말로요!?"
"그 외에는 알아서 해."
"네! 감사합니다! 당일엔 꼭 보러 와주세요!"
이 녀석의 낯짝은 헬멧처럼 두껍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카루가 핫카쿠를 상대로 이긴 것에는 솔직히 감탄도 했다.
동시에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시간제한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도 느꼈다.
문화제 무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
[레니]
이번에는 절대로 질 수 없어. 두 번이나 지게 되면 GOD 극단의 이름은 땅에 떨어지겠지.
특히 각본의 질로 밀릴 수는 없다. 상대 작가를 잘 연구해둬라.
[쿠스미]
…….
[레니]
듣고 있나?
[쿠스미]
앗, 네!
각본은 맡겨주세요! 물론 GOD 극단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퀄리티로 완성하겠습니다!
[레니]
…….
네 아들…… 형 쪽은 MANKAI 컴퍼니였지. 동생은 뭐 하고 있지?
[쿠스미]
미스미가 폐를 끼쳐서 면목이 없습니다.
동생 쪽은 아직 학생이라서요――.
[레니]
연극을 하고 있나?
[쿠스미]
아, 아뇨. 걔는 연극에 재능이 없어요.
[레니]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