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막 제9화::결의
[유키]
답변 기한은 모레였지?
[이즈미]
응.
[오미]
꽤 답이 안 나오네.
[이즈미]
어렵지.
[텐마]
승부를 받아들이는 메리트가 적다고 해도 간단하게 결론 낼 수도 없으니까.
[타이치]
…….
-
[타이치]
1, 2, 3, 4…….
-
[레니]
네가 0번에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주제를 알아야지.
[타이치]
――윽.
[레니]
매력이 없어. 네가 무대 위에 서 있어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을 거다. 구석 자리가 네게 어울리는 배역이다.
가치 없는 떨거지 배우에게 무대의 중앙에 설 자격 따위 있을 리가 없지 않나.
-
[타이치]
(투명인간 같은 배우였던 그 시절엔…… 레니 씨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어. 나는 0번에 서서 빛날 수 있는 배우가 아니라고)
(하지만 가을조 모두가 단념하고 있던 마음을 전부 뒤집어엎고 자신감과 내가 있을 자리를 줬어)
(나는……)
"……살고 싶어.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볼프, 나는 세계를 보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해."
"볼프는 이 세계의 씨앗이야."
"날 두고 가다니 섭섭하다고, 형님!"
"그런 매정한 말 하지 말라고."
"옛날에 형님이 나를 구해준 뒤로, 은혜를 갚을 때까지는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겠다고 정했으니까."
"하, 하, 형님, 이걸로, 충분히 갚은 걸까…… 아직, 부족하려나……."
"……맛있어 보이는 거 발~견."
"먹을 거야!"
"기다리고 있어, 한 형! 한 형의 원수를 갚고 올게!"
"받아라, 영혼의 삶기!"
"한 그릇 완성이요!"
(나는 이곳 사람들 덕분에 그 시절보다 한 층도 두 층도 성장할 수 있었어)
(……그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어. 그 시절의 나와는 다르다는 걸. 지금의 나는 가슴을 펴고 무대 정 중앙에 설 수 있다는 걸――)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문제야. 이런 것에 츠무기 씨나 타스쿠 씨, 극단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는……)
[반리]
비켜! 방해된다고!
[쥬자]
방해되는 건 너야.
[반리]
내가 먼저 들어가려고 했다고!
[쥬자]
내가 먼저야!
[타이치]
반 쨩? 쥬자 씨?
[타이치]
여~
[쥬자]
빨리 왔네, 타이치.
[타이치]
좋은 아침임다!
[반리]
……그래서, 무슨 일인데?
[타이치]
네?
[반리]
타이치가 무작정 연습하고 있을 때는 대체로 뭔가 막혔을 때잖아?
[쥬자]
뭐든지 말해.
[타이치]
둘 다…… 고마워여.
……있잖아, 가을조 모두한테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
-
[츠무기]
창단공연 때는 힘들었지.
[타스쿠]
그래…… 연습 때도 뭐 일은 많이 있었지만, 그 이상한 인형 때문에 고생했어.
[츠무기]
지금 다시 생각해도 꿈만 같지만, 현실이었어.
또 쓸데없는 일로 싸워서 루프 하면 어떡하지?
[타스쿠]
그것만은 봐줘.
[츠무기]
후후, 그래.
아, 그래도 잘 쓰면 실컷 연습할 수 있을지도 몰라.
[타스쿠]
뭐시기랑 시간의 방 같은 건가. 그렇겠어…….
[츠무기]
또 연극 바보라는 말을 들을 것 같은 대화네.
[타스쿠]
……그래서 넌 어떡하고 싶어?
[츠무기]
타스쿠도 지명받았는데 나한테만 묻는 거야?
[타스쿠]
주연이 아니니까.
[츠무기]
분해 보인다?
그보다 내가 어떡하고 싶은지 타스쿠는 이미 알고 있잖아?
[타스쿠]
그렇지. 네가 겉보기와는 달리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건 누구보다 잘 알지.
[츠무기]
이 극단에 들어와서, 다시 한 번 연기를 계속할 자신감은 생겼지만, 아무리 해도 카미키자카 씨가 했던 말이 마음에 남아있어.
겨울조 모두와 공연을 거듭하며 그 시절보다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지금의 나는 그 사람이 만족할만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연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생 때 같이 GOD 극단 연극을 보러 갔었지?
[타스쿠]
그래. 진로를 어떡할지 고민하던 때였지.
[츠무기]
그 완성된 세계관에 압도됐어. 모든 것을 도려내고 '미'라는 한 가지를 파고든 무대예술…….
타스쿠와 그 극단에 가면, 분명 둘이 함께 지금보다 더욱 굉장한 배우가 되어 굉장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순수하게 카미키자카 씨가 만드는 무대를 존경하는 마음도 있어.
그러니까 그 사람에게 인정받는 연기를 할 수 있으면 한 발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당당하게 무대 위에 설 수 있을 것 같아.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으면 도전하고 싶어. 과거의 나를 뛰어넘고 싶어.
[타스쿠]
네 마음은 알겠어.
'검에 죽다.' 연습 중에 레니 씨한테 들은 말이 있어.
이 극단에 들어와서 내 연기 레벨이 떨어졌다고, 그 자리에 안주해 주변의 낮은 레벨에 물들어 버렸다고.
한 번 더 그 사람에게 이겨서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고 싶어. 나는 이 극단에 들어와서 이 극단 녀석들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성장했다고 증명하고 싶어.
[츠무기]
마음은 같구나.
[타스쿠]
문제는 극단 전원을 끌어들이게 된다는 거지.
[츠무기]
그렇지.
감독님이나 단원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타이치]
앗, 있다!
[반리]
둘이 모여있으니 마침 잘됐네.
[쥬자]
잠시 괜찮을까?
[츠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