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막 제12화::영원한 슬픔
[츠즈루]
…….
[타스쿠]
수고. 후시미가 주는 거야.
[츠즈루]
핫도그예요? 맛있어 보여요.
아, 그렇지. 마침 잘 왔어요. 잠깐 상담하고 싶은 게 있는데.
[타스쿠]
?
[츠즈루]
이번 공연은 츠키오카 씨에게도 타이치에게도 자신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카미키자카 레니에게 인정받는 게 목적이잖아요.
그러니까 각본도 그 사람 개인에게 꽂히는 테마를 써야 지원이 되는 게 아닐까 해서요.
이 점에 대해 GOD 극단에서 직접 지도를 받았던 타카토 씨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요…….
[타스쿠]
레니 씨라…… GOD 극단 시절에는 특히 아름다운 행동이나 다채로운 대사 표현을 철저하게 추구했었어.
무대 위에서는 항상 당당하고 완벽하게 피로해야만 해. 수많은 연습을 거듭해서 증명된 자신감이 필요 불가결하지.
그리고 레니 씨가 추구하는 미의식에 한없이 충실해야만 했어.
[츠즈루]
역시 고저스하고 탐미로운 세계관……일까요.
[타스쿠]
……영원.
[츠즈루]
네?
[타스쿠]
"……설령 이 몸이 찢기어 갈라지더라도 내가 한 맹세는 절대 사라지지 않아."
"영원히 당신과 함께 살고, 그 몸이 끝날 때 함께 잠들겠어."
내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무대에서 특히 중심적으로 연습했던 인상적인 대사야.
연습할 때 신경 쓴 만큼 보고 있던 츠무기에게는 칭찬받았지만, 이 대사만은 최종일까지 레니 씨가 만족할만한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어.
각본에서도 레니 씨가 직접 첨삭한 부분이었다고 해. 이 대사에 담긴 게, 레니 씨에게는 특별한 것이었을지도 모르지.
그외 다른 각본에도 레니씨는 '영원'이라는 테마를 반복해서 쓰게 했어. 지금 생각하면 배우의 표현에도 특별히 신경 썼던 것 같아.
[츠즈루]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이제 츠키오카 씨와 타이치에게도 원하는 걸 물어봐야겠네요.
[타스쿠]
역시 미나기는 누군가를 위해 이야기를 쓰는 걸 좋아하는구나.
[츠즈루]
……요즘에 또 생각하게 돼요.
잘 아는 사람들에 맞춰서 쓰는 역할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기해줄지, 쓴 사람으로서 긴장도 되고…….
배우로서의 모두에게 보내는 연문, 러브레터 같은 느낌이지요. 그 답장을 받는 게 본방 무대고요…….
내가 쓴 역할의 인생을 배우가 어떻게 해석해서 표현할지, 그걸 보는 게 각본가로서 무엇보다 기대돼요.
본방 전에는 항상 편지 답장을 기다리는 것 같이 마음이 들떠요.
아, 역시 좀 진부하지요?
[타스쿠]
배우로서는, 미나기에게 받은 역할은 바통을 넘겨받는 기분이야. 무대 위라는 골로 이어가는 게 우리 역할이지.
이번에 받는 역할도 최선을 다한 연기로 네게 답장을 보낼게.
[츠즈루]
그런데 주유소 점원 이야기는 또 미뤄졌네요.
[타스쿠]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지…… 너무 묵혀둬서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
[츠즈루]
그러게요. 성대한 주유소 점원 이야기란 어떤 걸까요.
[타스쿠]
기대가 높아지기만 하네.
-
[마도카]
아버지, 플롯 다 됐어요.
[쿠스미]
이리 보여줘.
[마도카]
…….
[쿠스미]
……못 쓰겠군.
카미키자카 씨가 원하는 건 악마라는 존재의 궁극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영원한 슬픔이야. 그게 전혀 표현이 안 됐어.
[마도카]
네……?
(그런 말 들은 적 없어…… 회의에서 직접 들은 건가?)
(궁극적인 아름다움과 영원한 슬픔이라…… 카미키자카 씨 답네. 취향은 다르지만, 어떻게든 해야지)
고칠게요.
[쿠스미]
됐다. 내가 직접 수정하지.
[마도카]
……. (아버지는 수정 잘 못 하는데…… 카미키자카 씨가 원하는 방향성으로는 특히 더……)
(카미키자카 씨한테 지적당하면 여기저기 상관없는 곳을 손대서 엉망으로 만들잖아)
하아…….
(최종적으로 내가 고치게 될 거고……)
아버지 플롯은 어때요?
[쿠스미]
――.
[마도카]
혹시 아버지 플롯이랑 내용이 겹치면 제가 고칠게요…….
[쿠스미]
네가 그런 걸 신경 쓸 필요 없다!
네가 쓴 것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으니까. 문제 될 건 아무것도 없어!
[마도카]
……. (완성 안 된 건가…… 아버지는 내가 아는 한, 플롯도 각본도 하나도 완성한 적이 없어)
(아마도 내가 도와주기 전부터 계속, 오랫동안 슬럼프였겠지)
(아버지는 왜 각본가를 계속하고 있는 걸까? 저렇게 괴로워 보이는데……)
……실례하겠습니다.
(꽤 오랫동안 아버지랑 진심으로 대화한 기억이 없어. 마지막으로 아버지랑 평범하게 대화를 했던 게 언제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