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막 제11화::어울리지 않는 버디
[이즈미]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부터는 에튀드 연습을 시작할거니까 이 종이에 쓰여 있는 대사를 각자 외워와.
[쥬자]
자기 배역만 외우면 되는 건가?
[이즈미]
응. 우선은. 나중에는 로테이션을 돌릴 거야.
[사쿄]
이왕 할거면 복수의 패턴을 생각할 수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이즈미]
――아, 그러네요.
[오미]
복수의 패턴?
[이즈미]
같은 대사라도 감정이나 상황이 다르면 연기가 변하잖아? 인물의 설정에 따라 다르게 연기할 수 있으니까, 몇 가지 패턴을 생각해와.
[오미]
그런 거군.
[타이치]
알겠슴다!
[사쿄]
이걸로 괜찮지, 리더?
[반리]
네? 뭐 괜찮지 않겠어요. 근데 딱히 나한테 안 물어봐도 되잖아요.
[사쿄]
네놈이 리더잖아.
[반리]
코치가 두 명 있는 거나 다름없고, 리더는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니까요.
[이즈미]
(코치가 둘…… 확실히 사쿄 씨는 어느 쪽이냐 하면 단원보다는 지도하는 쪽 느낌이 나지)
[사쿄]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반리]
네에네에.
[이즈미]
그럼 내일 보자.
[오미]
수고했어.
[타이치]
수고했슴다!
[쥬자]
슴다.
[사쿄]
리더, 이후 미팅은 어떻게 할 거지?
[반리]
뭐어? 모름다. 필요 없잖아요.
[사쿄]
그럼 오늘은 해산이군.
[반리]
……일일이 짜증나~
[이즈미]
(리더라는 자각이 전혀 안 생긴 것 같은데, 괜찮을까……?)
[츠즈루]
수고했어요~
[이즈미]
어라? 츠즈루 군, 언제부터 있었어?
[츠즈루]
가을조 각본 상담도 할 겸 견학 좀 했슴다.
[이즈미]
아, 슬슬 쓰기 시작해야지 늦지 않겠구나.
[츠즈루]
지배인님한테 초대 가을조는 신체능력이 뛰어난 배우가 많아서 화려한 액션 중심이었다고 들었는데요……. 이번에도 그런 쪽으로 가도 될까요?
[이즈미]
응, 괜찮아. 다들 몸을 움직이는 건 잘하는 것 같으니까.
[츠즈루]
알겠슴다. 그리고 반리가 주연이면 되는 거죠?
[이즈미]
으~음, 뭐…….
(주역 겸 리더라고 정했고, 그건 좋지만…… 역시 반리 군한테만 맡기는 건 좀 불안해. 무대 전체가 실수 없이 지나가는 것만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
주역은 반리 군이지만, 쥬자 군한테도 중요한 역할을 주면 어떨까?
[츠즈루]
쥬자요?
[이즈미]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가을조 중에서는 쥬자 군이 가장 연기에 임하는 마음이 강해. 쥬자 군이 중심이 된다면 무대 전체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츠즈루]
반리랑 쥬자라…….
[이즈미]
어려울까?
[츠즈루]
아뇨, 아이디어가 있는데 저한테 맡겨주지 않을래요?
[이즈미]
물론이지! 그럼 잘 부탁해.
[츠즈루]
알겠슴다.
-
[시트론]
저기서는 전위가 트랩을 해제해야 돼.
[이타루]
동의.
[반리]
아니 후위죠.
[시트론]
리더 명령은 절대적. 전장의 철수 씨야.
[반리]
철수 씨?
[이타루]
철칙.
[이즈미]
……무슨 얘기야?
[타이치]
스마트폰 게임 얘기 같아여.
[이즈미]
(저 세 사람, 아주 게이머 동지네)
[오미]
그러고 보니 내일 저녁밥 당번은 난데, 뭐 먹고 싶어?
[타이치]
저 고기 먹고 싶어여!
[쥬자]
……나도.
[오미]
사쿄 씨는?
[사쿄]
뭐든지 상관없어.
[오미]
그럼 오늘 밤 돼지갈비를 절이고 전채는 햄 아보카도 치즈 말이로 하자.
[이즈미]
실력이 굉장한데!?
[타이치]
이 리퀘스트로 그런 멋들어진 메뉴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슴다!
[사쿄]
어디의 카레 집하고는 완전 딴판이군.
[이즈미]
뭔가 말 했어요!? 카레 얘기면 한 시간은 걸릴 텐데요!?
[사쿄]
필요 없어.
[츠즈루]
하아, 하아…….
[이즈미]
츠즈루 군?
[오미]
왜 그래? 안색이 나쁜데?
[츠즈루]
윽…….
[쥬자]
야――!?
[이타루]
괜찮아, 자는 거야.
[시트론]
각본 다 됐어.
[반리]
뭐? 무슨 말――.
[타이치]
이거, 손에 쥐고 있는 거 각본임다!
[츠즈루]
쿨쿨…….
[사쿄]
자고 있나.
[오미]
가을조 창단 공연 '이리도 근사한 피카레스크'……?
[반리]
쓰고 나서 힘이 다한 건가.
[이타루]
방에 옮겨둘까.
[시트론]
나도 도울게!
[이타루]
잘 부탁.
[이즈미]
그럼 미안하지만, 츠즈루 군을 잘 부탁해.
[시트론]
어기영차야.
[츠즈루]
쿨쿨…….
[이즈미]
우리는 바로 각본을 읽어보자.
[반리]
…….
[쥬자]
…….
[이즈미]
(츠즈루 군이 말 한대로 초대 가을조를 답습한 갱스터 액션 극이야. 쥬자 군을 어떻게 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버디로 할 줄은 몰랐어…… 이거면 더블주연같이 갈 수 있어. 각본 내용도 재밌고, 역시 츠즈루 군이야……!)
[사쿄]
……솔직히 말해 재밌군.
[쥬자]
……어.
[반리]
뭐, 나쁘지 않네.
[타이치]
액션 신이 많아서 화려할 것 같슴다!
[오미]
주역 두 사람도 캐릭터가 좋고, 내 악역도 꽤 재밌어 보여.
[이즈미]
쥬자 군하고 타이치 군은 형제 역할이네!
[쥬자]
병약한 동생…… 이라.
[타이치]
잘 부탁해여, 형!
[이즈미]
(그런데 우정물이라는 건……)
[사쿄]
하지만 이 연극은 셋츠와 효도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완전히 무너질 거야.
[이즈미]
……그렇죠.
[쥬자]
팀워크라…….
[반리]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슴다~
[쥬자]
…….
[반리]
혼자서는 어떻게든 되는데요.
[이즈미]
이 각본은 어디까지나 우정물인 게 중요한 포인트니까 혼자서는 의미가 없어.
[반리]
그럼 적어도 이 발연기 말고 다른 사람으로.
[쥬자]
너 임마――!
[이즈미]
하아…….
(너무 전도 다난해……)
[사쿄]
……다소 거친 방법이 필요하겠어. 사코다!
[사코다]
예이!
[이즈미]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사쿄]
그걸 넘겨.
[사코다]
――여깄슴다!
[이즈미]
(그걸로 통하는구나……)
아니, 그건……!?
[오미]
설마…….
[타이치]
위험하지 않아여!?
[사쿄]
거친 방법이라고 했잖아. 둘 다 손 이리 내.
[쥬자]
이봐, 그만…….
[반리]
웃기지 말라고――!
[사쿄]
시끄럽다, 가만히 있어. 금방 끝나.
[쥬자]
――윽.
[반리]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