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막 제31화::머스트 비 파뷸러스
[레니]
도작……이라고?
[시후토]
MANKAI 컴퍼니 멤버에게 들었어요. 일부가 통째로 도작된 대사라고 해요.
[레니]
직접 확인한 건 아닌 건가?
[시후토]
그건, 그렇지만…….
[마도카]
하지만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레니]
누구지?
[마도카]
이카루가 마도카라고 합니다.
각본을 집필한 이카루가 쿠스미의 아들입니다.
[레니]
이카루가의…….
[마도카]
저는 계속 아버지가 슬럼프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봐왔습니다.
생각대로 쓰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쓰는 것이 고통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상태였어요.
당연히 지지부진하게 진도도 나가지 않고 완성한 것도 만족할 만한 것은…….
그래서 제가 고스트 라이터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말하지 않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레니]
…….
[마도카]
최종본은 그런 상태의 아버지가 썼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작풍도 문체도, 모든 게 아버지 생각해낸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어요.
완성했을 때 아버지의 모습도 평소와는 달랐습니다.
그게 도작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믿을 수 있어요.
[레니]
그렇군…….
[시후토]
어떡할 거예요?
[레니]
……너희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내일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시후토]
네!?
[하루토]
외람된 말이지만…… 이번에는 정면에서 실력으로 녀석들을 굴복시키는 게 아니었나요?
[레니]
――. 현실적인 문제로, 내일까지 그 각본 이외에 다른 것은 준비할 수 없다. 그 대사만 뺀다고 해도 여기저기 어긋나겠지.
이번 작품의 근간이 되는 부분이야. 이제 와서 변경할 수는 없어.
다행히 우리가 먼저 공연을 올리는 만큼 유리해. 승리를 위해서라면 문제없다.
누덕누덕한 추악한 무대를 관객에게 보여줄 바에는, 독을 삼키고 아름다운 무대를 보여주는 편이 나아.
[시후토]
…….
[레니]
……뭐지?
[시후토]
레니 씨가 이렇게 주저하는 건 처음 봐서요.
[레니]
――.
[마도카]
――늦게 않게 할게요.
제가 오늘 밤 내에 더 좋은 각본을 쓸게요!
[레니]
――네가…….
[마도카]
그러니까 부탁드립니다. 제게 기회를 주세요.
[시후토]
저도 부탁합니다!
[레니]
기각한다. 이제 와서 연출 플랜을 포함해 모든 게 다른 공연은 올릴 수 없어.
이 공연에 관여하는 건 너희 셋뿐이 아니야. 수많은 스탭과 배우에게 부담과 리스크를 안겨주는 게 되지.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질 수 없어.
[시후토]
레니 씨!
[레니]
얘기는 이걸로 끝이다. 나가라.
[마도카]
기다려주세요――.
[시후토]
아직 얘기 안 끝났어요!
[하루토]
적당히 해. 둘 다 나가자.
-
[시후토]
왜 말리는 거야, 하루토 씨!
[하루토]
그 이상 말해도 소용없어.
[시후토]
그럴 수가…… 난 아자미랑 정정당당하게 대결하자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나, 톱 자리에서 내려갈게.
[마도카]
네!?
[하루토]
――임마가, 장난치나! 짜매서라도 무대로 끌고 갈기다!
시방 레니 씨도 말했다 안카나! 무대는 니 혼자 하는 게 아이다!
[마도카]
애초에 제가 아버지의 도작을 의심했었다면…….
[하루토]
……아까 한 말, 진짜야?
[마도카]
?
[하루토]
새 각본을 밤새 쓰겠다는 말.
[마도카]
사실은…… 시후토 씨가 뒤를 밀어줘서 쓰기 시작한 각본이 거의 다 완성됐어요. 전에 없이 잘 써져서요.
[시후토]
마도카가 진짜로 쓰고 싶었던 각본?
[마도카]
네. 짧은 이야기지만, 전체적으로 퇴고하면 일단 완성돼요.
[하루토]
짧은 건 잘됐네. 등장인물은?
[마도카]
그게…… 둘밖에 없어요…….
[하루토]
지금 바로 가서 끝내고 PDF로 나한테 메일 보내.
[마도카]
그런데…….
[하루토]
뭐야?
[마도카]
……저랑 형의 관계를 모티브로 한 거예요.
어릴 때부터 형에게 느꼈던 죄악감을 뱉어내듯이 썼더니 술술 써져서…….
이렇게 자기만족으로 썼을 뿐인 이야기를 두 사람에게 연기하게 하는 게 좋은 일일지…….
게다가 내일은 형도 보러 올 거예요. 이 이야기를 보고 형이 어떻게 생각할지…….
[하루토]
이제 와서 뭘…….
[마도카]
……죄송해요. 아까는 기세 좋게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이 없어요.
[시후토]
마도카네 형이 어떻게 생각할지 보다 먼저 마도카는 형에게 이 얘기를 보여주고 싶어?
[마도카]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해요.
[하루토]
그럼 그 소중한 이야기를 나랑 시후토라는 배우에게는 맡길 수 없다는 거야?
[마도카]
그런――.
……그렇지 않아요. 두 사람에게는―― 둘이라면 분명 제가 쓴 마음을 소중히 여겨줄 거예요.
리허설에서 둘이 연기하는 걸 봤어요. 정말로 굉장했어요.
누군가 연기하게 된다면 두 사람이 좋아요.
[시후토]
그럼 결정됐네.
[하루토]
그렇다면―― 퍼뜩 못하나!
[마도카]
네, 넷! 다녀올게요!
[하루토]
시후토는 따라와.
[시후토]
이 모드 하루토 씨, 역시 딴 사람 같아서 재밌어~
[하루토]
……야마다야.
야마다 겐타. 내 본명.
[시후토]
호~! 파뷸러스한 이름이네요!
[하루토]
뻥 치지 마라! 놀리는 기가!
-
[스탭A]
하루토 씨, 무슨 일 있었어요?
[하루토]
갑자기 미안해.
[스탭B]
아니요, 괜찮아요.
[하루토]
실은 내일 각본에 도작이 발견됐어.
[스탭A]
네!?
[스탭B]
진짜요……?
[하루토]
자자, 조용히. 바로 새 각본이 올 거니까 진정해.
출연 멤버는 톱과 준 톱 두 사람이 될 거야. 크게 줄어서 미안하지만, 출연이 없어진 멤버는 서포트를 부탁할게.
레니 씨는 각처에 대응하느라 손을 뗄 수 없어. 내가 대리로서 연출이나 각 오퍼레이션에 지시를 내리 거야.
[시후토]
네? 그런 거 할 수 있어요?
[하루토]
당연하지. 너랑은 격이 다르다고. 레니 씨 무대를 몇 년 해왔다고 생각해?
[스탭A]
지금부터라…….
[스탭B]
빡빡하네요.
[하루토]
……내 연습생 시절을 합해서 생각해봐도 이런 위기는 없었어.
그것도 이번에는 GOD 극단의 체면이 걸린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없을 정도의 연기 대결이야.
레니 씨는 지금까지 쌓아 올려온 완벽하고 아름다운 GOD 극단을 보여주고 싶어 해.
톱부터 스탭까지 일치단결해서 GOD 극단다운 유일무이한 파뷸러스를 끝까지 고수하자.
[스탭A]
네.
[스탭B]
GOD 극단을 위해서――.
[단원A]
――레니 씨를 위해서!
[단원B]
하루토 씨를 따라갈게요!
[단원&스탭들]
머스트 비 파뷸러스!
[시후토]
……하루토 씨, 대단해~
[하루토]
내가 아니라 레니 씨가 대단한 거야. 레니 씨가 쌓아올린 GOD 극단이…….
속이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단원A]
하루토 씨라면 괜찮지.
[단원B]
응. 시후토도 최단 톱으로 취임한 건 굉장하지만…….
하루토 씨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GOD 극단에 재적하고 레니 씨의 보좌를 맡고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단원A]
합격하고 나서 가장 많이 연습했잖아.
[시후토]
……나 같은 건 요행으로 톱이 된 것뿐이고, 아직 멀었구나.
적어도 내일 공연에서 톱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줘야지.
[하루토]
당연하지.
자, 각본 올라오면 바로 조명과 음향 플랜을 짤 거야!
시후토는 즉시 대사 머리에 집어넣어!
[시후토]
네!
-
[쿠스미]
아니야…… 나는 틀리지 않았어…… 내가 나쁜 게 아니야…….
내일은 반드시 GOD 극단이 이길 거야…… 이기면 내 재능을 모두가 알게 되겠지…… 나를 바보 취급했던 녀석들 모두가…….
[마도카]
실례하겠습니다.
[쿠스미]
마, 마음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마도카]
도작에 대해 카미키자카 씨에게 얘기했어요.
[쿠스미]
뭐, 뭐뭐뭐뭐라고!?
[마도카]
내일은 제가 준비한 각본으로 공연을 올릴 거예요. 이미 GOD 극단 쪽 하고는 얘기를 마쳤습니다.
[쿠스미]
마음대로 무슨 짓을――.
[마도카]
이후 절대로 이런 일은 하지 말아주세요.
[쿠스미]
――힉.
[마도카]
앞으로는 쓰고 싶은 대로 쓰겠습니다.
이제 아버지 이름으로는 쓰지 않을 거예요.
[쿠스미]
그런…… 기다려라! 기다려줘, 마도카! 너도 나를 버리는 거냐!?
[마도카]
……실례하겠습니다.
[쿠스미]
그, 그럴 수가…….
그, 그래, 카미키자카 씨에게…… 말하면…… 아니, 안돼. 모처럼 나를 주워줬는데…… 무슨 말을 들을지…….
힉――.
네, 네…… 여보세요…… 이카루가입니다.
내, 내일 연기 대결……?
이제 틀렸어요…… 끝났어요……! 전부 들켰습니다…… 제가 틀린 거예요…….
이대로면 나는 이제 각본가로서 살아갈 수 없어…… 어째서 이런 일이…… 나는 왜 그런…… 으흑…….
나는 어떡해야…….
……여, 여보세요?
으흑……――으, 으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