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막 제1화::이어받는 것
[유조]
실례한다~
[카스미]
미안하지만 딸들이 무서워하면 바로 가줘. 호러영화를 보고 자면 자다가 쉬를 할 때가 있거든…….
[유조]
누가 호러라는 거야.
[사쿠라]
어서 오세요~!
[카에데]
아빠, 누구야? 손님이야?
[츠바키]
무서운 사람이야?
[카스미]
아빠 친구야.
[유조]
자, 선물이다.
[사쿠라]
선물!?
[카에데]
귀여워! 토끼네~!
[츠바키]
무서운 아저씨, 고마워!
[유조]
너희가 이렇~게 조금했을 때 만났었어~
[카스미]
유조 주제에 철저하기는…….
[유조]
나도 나이 먹고 이 정도는 할 수 있게 됐다고.
[카스미]
유조가 이렇게 둥글어지다니…… 나도 나이를 먹었네.
[유조]
왜 그렇게 되는 건데.
-
[유조]
드디어 이 술을 까네. 정말이지, 남의 연락은 다 무시하고.
[카스미]
미안해…….
[유조]
너도 한 잔 정도는 해.
[카스미]
딸들 앞에서는 안 마셔.
[유조]
뭐, 네가 취한 모습을 보면 애들도 놀라겠지. 나도 이따가 다른 데 가야 하니까 이 정도만 할까.
그러고 보니 'Spotlight' 특집 고마워. 네 기획이지? 그거.
[카스미]
아, 응…….
[유조]
왜 취재하러 네가 직접 오지 않는 건데.
[카스미]
계속 피했었으니까 어색하기도 했고, MANKAI 컴퍼니 얘기를 할 거라고 생각해서…….
[유조]
언제까지 그렇게 질질 끌고 있을래?
……뭐, 솔직히 취재하러 오라고 불렀을 때는 나도 좀 긴장했어.
이번 일로 GOD 극단하고 다투는 일도 없어질 거고, 레니 씨를 걱정하던 슈 씨도 극단에 얼굴 내밀기 쉬워지겠지.
젠 씨랑 히로도 부를 거야. 유키오 씨네 딸도 좋아할 테니까 너도 얼굴 한 번 비춰.
[카스미]
……미안해. 나는 이제 그 극단에 관여할 자격이 없어. 모두와 만날 낯이 없어.
내가 불을 지핀 거나 마찬가지니까.
[유조]
……. (이거 참, 뿌리가 깊군……. 알고는 있었지만. 길게 두고 볼 수밖에.)
[카스미]
그래도 유조한테 소꿉친구의 정으로 부탁할 게 하나 있어서…….
……이거.
[유조]
그게 뭐야?
[카스미]
받았어. 극단을 그만둘 때…… 그 사람한테.
-
[레니]
…….
[쿠스미]
…….
[마도카]
…….
[이즈미]
(분위기가 무거워…… 미스미 군네 아버지, 쿠스미 씨는 몸이 안 좋아 보이고 마도카 군도 어색해 보여. 일이 일인만큼 당연하지만……)
(그건 그렇고 새삼 생각해보면 이 멤버가 MANKAI 기숙사에 모여있다니 왠지 이상한 기분이야)
[미스미]
…….
[이즈미]
(미스미 군도 아버지가 계셔서 그런지 평소보다 조용하고)
[레니]
우선 이번 도작 건에 대해서 사죄하고 싶다. 몰랐다고는 해도 우리 쪽 관계자가 저지른 일임에는 틀림없으니까.
정말로 미안하다.
[쿠스미]
――.
[이즈미]
아뇨, 결과적으로 각본을 바꿔주셨으니까요…….
[레니]
사실은 그대로 공연을 올릴 생각이었어.
[이즈미]
네?
[레니]
전날에 도작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각본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지.
그걸 여기 있는 이카루가 마도카와 톱인 시후토, 하루토가 독단적으로 상연 내용을 변경한 거다.
[이즈미]
그랬어요!?
[레니]
솔직히 말하면 그 애들에게…… 구원받았다고 생각해. 나는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다시 저지를 뻔했어. 미안하다.
지금의 MANKAI 컴퍼니는 쓰러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무대를 보여줬으니…… 내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지.
재능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아니, 이제 와서 한들 소용없는 말이군.
[이즈미]
카미키자카 씨…….
[레니]
이카루가 쿠스미의 처벌에 대해서 말인데――.
[쿠스미]
――.
[레니]
그 전에 먼저, 너는 할 말 없나?
[쿠스미]
……이, 이번 일은…… 정말로…… 죄송하다고밖에는…….
[레니]
도작 경위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할 책임이 있을 텐데. 어떻게 MANKAI 컴퍼니의 각본을 손에 넣었지? 어째서 도작을 하려고 한 거지?
[쿠스미]
――그, 그건.
……저, 저는…… 으윽…….
[이즈미]
(굉장히 떨고 있어. 눈에 초점도 안 맞고, 겁내고 있는 것 같아)
[미스미]
……아빠, 괜찮아~?
[쿠스미]
――너, 너는 왜…….
[미스미]
아빠?
[쿠스미]
……으윽.
[마도카]
아버지…….
[레니]
본인 상태가 이러니 결말이 나지 않겠군.
도작 경위는 우리 쪽에서 확인한 후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지.
다만, 이카루가 쿠스미는 이후 각본가로서는 일체 활동할 수 없을 거다. 그만큼의 일을 저질렀다는 자각은 있겠지.
[쿠스미]
…….
[이즈미]
붓을 꺾는다는 말인가요? 그렇게까지는…….
[레니]
이 남자가 만약 작가로서 길을 잘못 들면 마지막을 고해주길 바란다고 그 사람에게 부탁받았어.
[쿠스미]
――.
[이즈미]
그 사람이라니…….
[레니]
핫카쿠 씨다.
[미스미]
할아버지!?
[이즈미]
(카미키자카 씨, MANKAI 컴퍼니에서 퇴단한 후에도 핫카쿠 씨와 교류했구나……)
[레니]
그리고 몇 가지 전언과 맡아둔 물건이 있다.
[이즈미]
이건…… 각본인가요?
('꿈의 흔적'……)
[미스미]
……할아버지 글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