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막 제39화::내가 짓는 이야기
[이즈미]
(그 후, 쿠로우는 고전하는 상대를 돕기 위해 헤이시의 거점을 친다)
[벤케이]
"슬슬 때가 됐군. 저쪽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어.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좋아."
[타다노부]
"이대로 쳐들어가는 게 아닌가요?"
[벤케이]
"양쪽 다 부상자가 나올 거다. 추잡한 싸움이 되겠지."
[츠구노부]
"어떡하시겠습니까, 쿠로우 님."
[쿠로우]
"도망치자!"
[벤케이]
"전에 없이 결단이 빠른걸. 술이 다했나."
[쿠로우]
"어, 어쨌든 빨리 도망치자! 지금 당장!"
[츠구노부]
"――쿠로우 님!"
[쿠로우]
"――."
[츠구노부]
"으윽――."
[타다노부]
"형님!"
[쿠로우]
"으아아아아."
[벤케이]
"저쪽이다."
[타다노부]
"형님의 원수――!"
[츠구노부]
"마음대로 날 죽이지 마……."
[쿠로우]
"우, 움직이면 안 돼. 상처가 깊어."
[츠구노부]
"무사하십니까, 쿠로우 님."
[쿠로우]
"나, 나는 아무렇지도…… 네가 감싸준 덕분이야. 바로 치료를 해야."
[츠구노부]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자, 가십시다."
[쿠로우]
"아, 안돼! 움직이면 안 돼!"
[츠구노부]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어디까지나 쿠로우 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쿠로우]
"바,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상처를 치료해둬."
[츠구노부]
"……알겠습니다. 반드시, 다시 쿠로우 님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쿠로우]
"왜 그렇게까지…… 나는 그런 말을 들을만한 사람이 아니야……."
"그때 도와준 것도 술의 힘을 빌린 것뿐이고, 맨정신일 때 만났으면 분명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을 거야……."
-
[유조]
(술의 힘을 빌려 싸워왔던 쿠로우의 내면의 변화인가…… 좋은 연기를 하는군)
[하루토]
(마도카네 형, 잘하네. 열 받지만)
-
[벤케이]
"……흐름이 변했어. 지금이다."
[쿠로우]
"나를 따르라! 배로 뛰어드는 거다!"
[타다노부]
"쿠로우 님, 함께 가겠습니다!"
"하앗!"
[벤케이]
"너무 힘내지 말라고. 안 어울려."
[타다노부]
"형님 몫까지 일하지 않으면 면목이 안 서니까."
[벤케이]
"그런 성격이었어?"
[타다노부]
"그러지 않으면 형님이 원통해 하며 기껏 나은 배를 베어버릴 거야."
[벤케이]
"그렇군."
[타다노부]
"이야!"
[쿠로우]
"타다노부! 뒤다!"
[적 병사]
"하앗!"
[타다노부]
"――큭, 윽, 아직이다!"
[적 병사]
"으아악!"
[타다노부]
"하아, 하아……."
[쿠로우]
"타다노부, 정신 차려라!"
[타다노부]
"역시, 어울리지 않는 짓은 하는 게 아니야."
[쿠로우]
"괜찮다. 바로 끝내지."
[타다노부]
"그럼, 저는 잠시…… 쉬겠습니다……."
[쿠로우]
"쿨~……."
[벤케이]
"앗, 야! 네가 자면 어떡해!"
[쿠로우]
"핫."
[벤케이]
"마시겠어?"
[쿠로우]
"괜찮아."
[벤케이]
"다리가 떨리는데."
[쿠로우]
"이, 이야압!"
[벤케이]
"이런."
-
[카스미]
(저 마스미라는 애, 저렇게 열성적으로 연기할 타입으로는 안 보였는데……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니까)
(그러고 보니 로미줄리에서 사쿠야 군의 파트너를 했지. 체크해둬야겠어!)
-
[이즈미]
(쿠로우는 카마쿠라에 있는 요리토모에게 돌아가려고 했지만, 공로를 칭찬해줄 거라는 예상은 빗나가고 카마쿠라에 들어가는 걸 저지당한다)
[부하]
"괜찮으시겠습니까, 주군."
[요리토모]
"그 애는 조금 지나쳤어. 이쯤에서 퇴장을 청해야지."
[부하]
"네!"
[요리토모]
"형제의 정에 휩쓸려서는 겐지는 하나로 모이지 못해."
"적어도 범재였다면 어떻게든 해주었을 텐데…… 힘이 부족한 형을 원망해라, 동생아."
-
[이즈미]
(교토에서 습격을 받아 형인 요리토모가 자신을 없애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쿠로우……)
[쿠로우]
"뭐, 뭔가 잘못된 거야! 얘기하면 알아줄 거야!"
[벤케이]
"이제 적당히 정신 차려. 그 형님은 네가 거슬리는 거야. 바로 도망가지 않으면 귀찮아질 거다."
[쿠로우]
"하, 하지만――."
[벤케이]
"너는 내게 뭐라고 했지?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갈 거잖아? 우리 시대는 카마쿠라 님의 시대인 건가?"
[쿠로우]
"――."
[벤케이]
"역시 술이 없으면 안 되나."
[쿠로우]
"아, 아니. 나는, 언제까지고 술에 기대기만 할 수는……."
[벤케이]
"잔말 말고 마셔."
[쿠로우]
"윽―― 콜록콜록."
[벤케이]
"어이, 괜찮아? 그래서 어때? 아직 그 형님에게 달라붙을 거냐?"
[쿠로우]
"――아, 아니, 하지만……."
[벤케이]
"아직 술이 부족한 건가."
[쿠로우]
"돼, 됐어! 충분해! 형님의 마음도…… 충분히 알았어. 형님과 함께 걸어가는 건 불가능한 거지……."
[벤케이]
"어이, 여기서 울부짖고 있을 시간 없어."
[쿠로우]
"……알고 있어. 내게는 아직…… 혈연보다 더욱 깊은 인연이 남아있으니까."
[벤케이]
"그거면 됐어. 바로 튀자고. 네 등은 내가 지켜주지."
[쿠로우]
"부탁한다, 벤케이."
-
[젠]
(저 여름조 리더, 좋은 연기를 하는군. 히로가 시비 걸고 싶어 할 만 해)
(배우로서 무대에 선 저 각본가도 훌륭하군)
-
[이즈미]
(쿠로우는 교토 주변에 몸을 숨기지만, 아군이 공격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슈의 후지와라를 다시 방문한다)
(히데히라가 죽은 후 후지와라 가문의 당주가 된 야스히라는 쿠로우를 쾌히 맞아들인다)
[야스히라]
"쿠로우 님, 무사하셨습니까!"
[쿠로우]
"미안하다. 신세를 지지."
[야스히라]
"개의치 마시고 편히 머물러주십시오. 카마쿠라 님의 눈도 여기까지 닿지는 않을 겁니다."
[쿠로우]
"훌륭해지셨군. 아버님의 일은, 안타깝게 됐어."
[야스히라]
"아버지도 쿠로우 님을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아버지의 유지를 제가 잇겠습니다."
[쿠로우]
"고맙다."
-
[시후토]
(호오. 쿠몬, 제대로 전국무장의 얼굴을 하고 있잖아. 멋있네~)
[레니]
(가을조 효도 쥬자의 동생이라…… 기술은 아직 멀었지만 정직한 연기를 하는군)
(앞으로 더욱 늘어가겠지)
-
[야스히라의 부하]
(카마쿠라 님이 공격해온다면 막을 수 없습니다. 생각하는 바가 있으신 겁니까."
[야스히라]
"그렇다 해도 쿠로우 님을 배신할 수는 없다."
[쿠로우]
"타로우 님, 괜찮으니 나를 버리도록 해."
[야스히라]
"하지만――."
[쿠로우]
"나는 절대로 죽지 않아. 믿어줘."
[야스히라]
"――정말로 죄송합니다."
-
[벤케이]
"아무리 그래도 이번 일은 조금 힘들군."
[쿠로우]
"베, 벤케이, 뭔가 대책은 없어?"
[벤케이]
"억지 쓰지 마. 폼 잡은 건 그쪽이잖아."
[쿠로우]
"그, 그럴 수가――!"
[벤케이]
"하는 수 없지. 여기는 내가 맡겠어. 당신은 먼저 가라고."
[쿠로우]
"무모해! 혼자서 이 군세를 상대하겠다니."
[벤케이]
"됐으니까 당신은 술 마시고 가."
[쿠로우]
"안 돼! 그런 일은――."
[벤케이]
"귀찮구만. 자――."
[쿠로우]
"안 마셔! 절대 굽히지 않을 거야!"
[벤케이]
"……당신이 맨정신으로 이렇게 애쓰는 건 처음이군.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도 굽힐 생각 없어. 달리 방법이 없거든."
[쿠로우]
"――승산은 있는 거야?"
[벤케이]
"잊었어? 내가 진 상대는 그쪽뿐이야. 자, 알았으면 가. 나중에 합류하지."
[쿠로우]
"――꼭이야."
[벤케이]
"당신, 술은―― 이제 필요 없는 것 같군."
"처음에는 술로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남을 놀리는 건가 하고 재미삼아 따라간 것뿐이었는데."
"정말로 재밌는 구경을 했어."
"한심한 남자가 술의 힘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했는데…… 성장했잖아."
"내 손에 든 검만 믿고 살아갈 생각이었는데, 당신 덕분에 인간이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변했어."
"내 이름은 무사시보 벤케이! 자아, 누가 천 자루째가 될 테냐!"
-
[슈]
(호오…… 제법인데. 오싹오싹한 연기를 하고 있어. 플롯도 대사도 나쁘지 않은 데다, 이런 연기라니)
(네 녀석의 진심, 잘 받았다)
-
[요리토모]
"쫓아라! 놓치지 마!"
[쿠로우]
"어째서인가요, 형님―― 왜 저를――."
[요리토모]
"너는 힘을 너무 많이 쌓았어. 겐지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 두 명의 두령은 필요 없다."
[쿠로우]
"――."
[요리토모]
"겐지 재흥의 초석이 되거라. 너는 비극의 영웅으로 영원히 구전되겠지."
[쿠로우]
"――하앗!"
[요리토모]
"――끝까지 따르지 않겠다는 건가. 하지만 나도 물러날 수 없다!"
[쿠로우]
"거기서 비켜! 나는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나를 기다리는 벗을 위해서. 나는 죽지 않아!"
"하아앗!"
-
[히로]
(요리토모와의 일대일 승부인가…… 젠장, 코미디도 시리어스도 해낼 줄이야. 멋있잖아)
-
[이즈미]
(홀로 무사히 도망친 쿠로우가 어두운 해변에서 작은 배를 물가로 옮긴다……)
[쿠로우]
"――하아, 하아."
[츠구노부]
"돕겠습니다."
[쿠로우]
"――츠구노부, 타다노부!"
[츠구노부]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슈로 향하던 중, 이미 습격을 받았다 듣고……."
[타다노부]
"절대로 죽을 리 없다고 형님이 말을 듣지 않아서."
[츠구노부]
"맹세를 지키게 해주십시오."
[쿠로우]
"잘 와주었다."
[타다노부]
"벤케이 님은……."
[쿠로우]
"코로모강의 저택에서 나를 도망치게 하려고 혼자서 남아주었어."
[츠구노부]
"그렇습니까……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충의가 두터운 무사였습니다."
[겐페이]
"너희 형제는 금방 죽은 사람 취급을 한다니까."
[쿠로우]
"벤케이! 무사했구나!"
[벤케이]
"어떻게든 목은 붙어있어."
[쿠로우]
"좋아, 바로 떠나자."
[츠구노부]
"뜻대로."
[벤케이]
"어디로?"
[쿠로우]
"먼 바다 저편, 더욱 넓은 세상으로!"
[겐페이]
"맨정신이야?"
[쿠로우]
"그래."
[벤케이]
"좋군. 따라가지."
[츠구노부]
"그곳이 어디든 함께 가겠습니다."
[타다노부]
"어쩔 수 없지. 문자 그대로 한배를 탔으니."
[쿠로우]
"가자! 지금부터가 진짜 실력을 시험할 때야!"
[이즈미]
(넷을 태운 작은 배가 바다로 나가고, 이윽고 새벽이 밝는다."
-
[슈]
(그렇군. 희망찬 미래로 향하는 새벽인가. 질릴 정도로 밝은 빛과 젊음……)
(이게 네 녀석이 그린 이야기로군, 미나기 츠즈루. 핫카쿠 씨는 절대로 쓰지 않을, 너만의 이야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