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환영! 전직 양아치 식당 제8화
[오미]
휴일인데 시간을 뺏어서 죄송하네요.
[사쿄]
어차피 유유자적 살면서 한가했겠지.
[젠]
누가 한가하다고?
[사쿄]
――칫.
[오미]
오늘 잘 부탁해요.
[젠]
뭐, 들어와라.
-
[젠]
다시 소개하지, 쿠류 젠이다.
[오미]
후시미 오미예요. 지금은 촬영사무소에 다니고 있습니다.
[젠]
명함지갑…… 깨끗하네.
[오미]
아직 신입이라서요.
[젠]
요리 쪽 일을 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군.
[오미]
카메라도 좋아하니까요.
[사쿄]
극단 카메라맨이기도 하니까.
[젠]
그렇군.
부엌은 이쪽이다. 맛보기 요원은 자리에 앉아 착하게 기다려.
[사쿄]
……칫.
-
[젠]
……역시 솜씨가 좋네.
[오미]
집에서도 원래 요리는 했는데,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젠]
그만한 인원의 밥을 하다 보면 그렇게 되지. 끝없이 껍질 벗기고 밑준비하다 보면 가끔 진절머리가 나.
[오미]
게다가 대량으로 만들었는데 하룻밤이면 다 사라지잖아요.
[젠]
그건 가끔 허무할 정도야.
[오미]
정말 그래요.
[젠]
주재를 필두로 맛에 까다로운 녀석도 있고.
[오미]
그래서 심혈을 기울인 스튜가 된 건가요.
[젠]
자잘한 주문을 들어주다 보니 육수부터 만들게 됐어.
[오미]
감독님은 365일 카레를 만들 수 있다고 했어요.
[젠]
그 아버지에 그 딸이군.
……좋아, 이제 끓이기만 하면 돼.
[오미]
……젠 씨,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젠]
응?
[오미]
전에 젠 씨가 쥬자를 다른 사람과 착각했다고 들었는데, 그거 혹시 '코마다 나치'인가요?
[젠]
――그러고 보니 그런 이름이었지.
[오미]
――.
[젠]
아는 사이냐?
[오미]
예전에 같이 다니던 동료예요. 몇 년 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젠]
……――그래, 그 녀석이.
어느 날부터 가게에 안 온다고는 생각했는데, 죽었을 줄이야.
[오미]
이 가게에 나치가 왔었나요? 그렇게 어울리는 곳은 아닌데――.
[젠]
아, 그렇군…… 그때 얘기했던 게…… 네가 '파트너'인가?
[오미]
――. 아마도 그럴 거예요.
[젠]
……스튜가 다 끓을 때까지 옛날얘기라도 해볼까.
-
그 꼬맹이와 만난 건 내가 'Gentiana' 휴일에 혼자 가게에 있었던 날이다.
비가 쏟아지기에 힐끗 가게 앞을 봤더니 금발 꼬맹이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비가 잦아들어도 전혀 갈 기색이 없기에 말을 걸었다.
"뭐 하고 있어. 못 움직여?"
"잠깐 숨겨주겠어?"
자세히 보니 한바탕 싸우고 온 뒤인지 여기저기 다쳐있었다.
-
말을 걸었으니 하는 수 없이 가게에 들여 치료를 해줬다.
싸운 이유는 폭주족끼리의 사소한 다툼이었던 듯 했다. 파트너와 함께 총장을 맡고 있는데, 최근에는 항쟁이 격화돼서 이런 일이 많다고 투덜거렸다.
오늘도 혼자 있을 때 여럿에게 습격을 받아 상대를 뿌리치고 왔다고 하는 녀석은, 붙임성이 좋은지 몹시 말이 많은 녀석이었다.
-
그 후로 오랫동안, 뭐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따금 휴일을 노려 가게에 나타났다.
어느 날은 새로운 캐스트 오디션 중에 찾아와서 눈을 빛냈다.
"여기서 쇼도 해!? 레스토랑인데!?"
"쇼 레스토랑이다. 저기 스테이지 있잖아."
"전혀 몰랐어!"
"네 눈은 단춧구멍이냐?"
"있잖아, 나중에 여기서 날 써줘."
"갑자기 뭐야."
"뭐 어때서. 새로운 캐스트도 모집하고 있잖아."
"머릿속에 싸움밖에 없으면 필요 없어."
"……사실은, 배우가 되고 싶어."
"그럼 왜 폭주족 같은 걸 하고 있어."
"만화를 보고 동경하게 된 것도 있는데, 아마 팀이라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던 거야."
"장소?"
"내 파트너는 나랑 동갑인데 묘하게 나이가 많아 보인달까, 집안일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 없는 놈이야. 나도 중학교 때부터 엇나가서 혼자 다녔으니까, 자기가 있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녀석의 마음을 좀 알 것 같아서……. 갈 곳이 없는 우리를 위한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
"호오, 자신과 파트너를 위해서인가."
"응. 그 녀석이 더 늑대 같으니까 광랑이라는 이름을 양보해줬어. 나는 금발이니까 여우. 광호."
멋있지, 하면서 웃는 그 녀석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어딘가 제 나이에 걸맞게 보았다.
"폭주족 분쟁을 끌고 올 거면 써줄 수 없어."
"나도 알아. 따지고 보면 파트너를 위해 만든 팀이었지만, 최근에 항쟁이 심해져서 팀 동료가 다치는 일이 많아졌어. 흉흉한 소문도 들리고, 지금이 끝낼 때인 거겠지. 동료가 볼프에 들어온 걸 후회하게 되는 건 싫으니까."
"……하지만 결국 가장 외로움을 타는 건 나니까, 그 녀석들과 헤어질 수 없어."
"그건 그렇겠지. 직접 장소를 만들려는 녀석은 대부분은 자기가 가장 외로움을 타니까."
"젠 씨 말하는 거야?"
"……."
가끔 이상하게 날카로운 말을 하는 놈이다.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더니, 나를 놀리는 기색 없이 실실 웃었다.
"폭주족 같은 거, 어른이 되고도 계속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 그래도 나는 영원히 '볼프'이고 싶으니까…… 설령 졸업하고 각자 일을 하게 돼도 해산은 하고 싶지 않아. 파트너도 팀 동료도 내가 전력으로 지켜서 평생 함께할 거야."
"평생 함께라…… 말은 그렇게 하면서, 나이 먹고 모여서 오토바이 굴리는 것 외에 뭘 할 건데."
"음~…… 그렇지! 우리 다 여기서 일할게!"
"내 가게를 폭주족 취직 처로 삼지 마."
"내 파트너는 요리 재능도 있어. 분명 젠 씨한테 도움이 될 거야."
거기선 파트너가 아니라 먼저 자기를 어필하라고 생각했지만, 파트너 얘기를 하는 그 녀석이 몹시 즐거워 보였던 게 인상에 남아있다.
-
[젠]
일단 이력서를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오디션용으로 정장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니 마침 잘 됐다고 하더군.
[오미]
…….
[젠]
그 후로 발길이 뚝 끊겨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그렇군…… 먼저 간 건가…….
그 녀석이 제안한 메뉴를 언젠가 먹여주고 싶었는데.
[오미]
나치가 제안한?
[젠]
메뉴를 리뉴얼하려고 했을 때 마침 그 녀석이 왔어. 참고삼아 물어봤었지.
치즈 대구포를 좋아한다길래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걸 물어봤더니――.
[오미]
……된장국인가요?
[젠]
아니, 달걀프라이를 끼운 프렌치토스트라고 하더군. 너무 안 어울려서 웃었었지.
[오미]
――. (내가 유일하게 만들어 준 요리잖아. 나는 저번에 우연히 생각날 때까지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에 들이닥친 나치에게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어준 요리…… 그 녀석, 진짜 맛있게 먹었었지)
[젠]
냄비 봐볼까.
-
[사쿄]
너무 늦어서 가려고 했어.
[젠]
입 다물고 먹어.
[사쿄]
……잘 먹겠습니다.
……. ……그 시절과 똑같은 맛이 나.
[캐스트A]
하~ 피곤하다~
[캐스트B]
배고파~
[젠]
벌써 연습 끝날 시간인가.
[캐스트A]
어라, 스튜 냄새가 나.
[캐스트B]
젠 씨, 혹시 우리를 위해!?
[젠]
아니야.
[캐스트A]
네에에!?
[캐스트B]
너무해~! 냄새만 맡으라니 고문이라고요!
[젠]
아무리 봐도 부족하겠는데…… 더 만들까.
[오미]
도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