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Kingdoms 제4화
[레니]
그럼 대본 리딩을 시작하지.
[이즈미]
(드디어 연습 첫날이야…… 평소와 분위기가 다르니까 역시 좀 긴장된다)
[하루토]
"아버지…… 정말 죄송합니다."
[시후토]
"이런 시간에 어디 가려고?"
[하루토]
"――왜 여기에."
[시후토]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였잖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도는 안다고. 도망쳐도 해결되는 건 없어."
[하루토]
"나도 알아. 하지만 내 존재가 무위한 싸움을 초래할 거야."
[이즈미]
(하루토 군은 좀 경직됐네. 시후토 군은 완벽하게 루츠를 잡고 있어)
[타스쿠]
"칫, 저 돌대가리! 늙어서 뇌까지 딱딱해진 거라고."
[아자미]
"아무리 그래도 말이 심해요, 길버트 님."
[타스쿠]
"백성이 피폐해진 지금 노스아리아와 전쟁을 하겠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고관들도 아버지도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아자미]
"개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죠."
[이즈미]
(타스쿠 씨는 역시 잘하네. 당당하게 연기하고 있어. 아자미 군은 이 분위기 탓인지 좀 긴장한 것 같고)
-
[레니]
……흠. 얼추 한 번 끝났군.
먼저 하루토, 오디션 때의 기백이 부족하다. 대본 리딩인 탓도 있겠지만 대사를 깔끔하게 치는데만 너무 치중되어 있어.
[하루토]
――네. 죄송합니다.
[레니]
시후토는 카인을 대할 때 친밀함을 보이도록 해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유형제라는 점을 좀 더 의식하도록.
[시후토]
네~
[레니]
타스쿠는 길버트 왕자다운 격렬한 감정의 밸런스가 좋군. 잘하고 있다.
[타스쿠]
네.
[레니]
이즈미다의 사샤는 은근히 드러나는 무례함 속에 충실한 모습을 조금 더 표현하는 편이 좋을 거다.
[아자미]
네.
[레니]
그쪽은 지적할 게 있나?
[이즈미]
아, 네! 그게…….
(진지한 분위기에 주목받으니까 나도 긴장되네……)
카인이 길버트에게 정체를 밝히는 장면에서 카인의 감정이 잘 전해지지 않는 게 조금 걸려요. 둘의 감정이 움직이는 중요한 장면이니까 더욱 확실하게 표현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레니]
그래, 그 부분은 나도 느꼈어. 하루토는 이 장면에 어떤 해석을 하고 있지?
[하루토]
――아, 그게, 저기, 그러니까…….
[레니]
타스쿠는?
[타스쿠]
길버트는 여러 해 동안 품고 있던 적국 왕자의 이미지와 친밀감을 느끼던 카인의 이미지 사이에서 흔들릴 거라 생각했습니다.
[레니]
흠, 그렇군. 하루토는 다음 연습까지 더 생각해 오도록.
[하루토]
――네.
[극단원A]
……역시 타스쿠 씨야.
[극단원B]
……GOD 극단 시절이랑 똑같아.
[하루토]
…….
-
[시후토]
여기가 공동 분장실이고 저쪽이 의상실. 뭐, 전에도 와서 알겠지만.
[아자미]
아냐, 우리 극장보다 넓고 한 번에 외우기 힘드니까 알려주면 좋지.
[시후토]
뭐, 이 근처만 알아두면 곤란할 일은 없을 거야.
[아자미]
아, 맞아. 가는 길에 밥 먹고 갈래?
[시후토]
아~ 나 오늘은 좀.
[아자미]
그래. 그럼 먼저 갈게.
[시후토]
어~ 수고했어.
-
[하루토]
……하아.
[시후토]
하루토 씨.
[하루토]
으악!
[시후토]
너무 놀란다.
[하루토]
갑자기 튀어나오지 마!
[시후토]
계속 서 있었는데.
[하루토]
존재감이 흐리다고!
[시후토]
또 그런다~ GOD 극단 톱에게 존재감이 흐리다니~
[하루토]
진짜 자존감 높아서 짜증 난다, 너.
[시후토]
밥 먹으러 가요.
[하루토]
패스. 피곤하니까 빨리 갈래.
[시후토]
어차피 가서 밥 먹을 거면 똑같잖아요. 가볍게 먹어도 좋고 아니면 하루토 씨네 집에서 같이 먹어도 되고!
[하루토]
너만은 절대로 집에 들이지 않을 거야.
[시후토]
에이~ 그럼 고로케 우동 먹어요.
[하루토]
왜 그건데!
-
[하루토]
하아…….
[시후토]
아, 키츠네 우동이 더 좋았어요?
[하루토]
아니야.
[시후토]
오늘 연습 첫날, 재밌었죠.
[하루토]
어디가.
[시후토]
왜요, 레니 씨 지도도 변했고.
[하루토]
아…… 배우의 의견을 많이 물어보게 됐지.
[시후토]
뭘 표현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같은 거 말이죠. 내 의견하고 레니 씨 해석을 합쳐서 새로운 형태를 완성하는 거 진짜 재밌어요! 자기 해석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될지도 같이 생각해주고요!
[하루토]
지금까지는 레니 씨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충실하게 따르는 인형일 것을 요구했었지.
레니 씨도 지금이 더 즐거워 보여.
[시후토]
하루토 씨는 즐겁지 않아요?
[하루토]
그런 게 아니야. 감각이 다르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지금까지 했던 버릇대로 연습 첫날까지 자신의 해석을 하는 걸 의식해서 피해버렸어. 앞으로는 레니 씨의 엄격한 주문에 따를 뿐 아니라 자기 생각마저 요구될 거야……)
(180도 다른 것이 요구되는 만큼 전환하는 게 꽤 어렵네. 스펀지 같은 저 녀석은 순식간에 순응하고 즐기고 있지만)
[시후토]
왜요?
[하루토]
아니야.
[시후토]
감각이 다르다니까 말인데, 아자미와 같이 연기하는 건 좋지만 역시 이상한 느낌이에요. 계속 같이 있던 가족 같은 상대라서 왠지 부끄럽다고 해야 하나.
[하루토]
팬에게 저쪽 극단 배우와 비교당할 테니까 절대로 긴장 풀지 마.
[시후토]
알고 있어요.
그나저나 타스쿠 씨는 역시 굉장하네요. 해석도 완벽하고. 레니 씨도 첫날부터 엄청 칭찬했잖아요.
[하루토]
――.
[시후토]
이대로 지고 있을 순 없죠.
[하루토]
……그래서 오늘은 빨리 가서 대본 읽고 내일을 대비하려고 했다고.
[시후토]
네~? 하루토 씨 대본은 이미 완벽하게 숙지했잖아요. 그렇게 몇 번이나 읽고 생각하지 않아도 심플하게 마음에 떠오른 해석을 믿으면 되지 않나?
[하루토]
너 진짜――!
(아무렇지 않게 그런 걸 해내는 놈이 있으면 할 수 없는 놈도 있다고!)
[시후토]
왜요?
[하루토]
아무것도 아냐!
[시후토]
오디션 때 하루토 씨는 카인의 해석을 잘 잡고 있었잖아요. 전 그 즉흥 대사의 카인을 이미지 해서 연습하고 있어요.
[하루토]
(그때는 반드시 선발돼서 타스쿠와 다시 한 번 겨루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지. 그리고 먼저 선뜻 나서서 즉흥 대사를 해낸 시후토를 향한 질투도 있었어)
(타스쿠처럼 레니 씨에게 발탁된 시후토에게, 타스쿠와 같은 것을 느꼈어. 나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것……. 거기서 깨달은 절망적인 마음을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로 대사에 담았더니 주연을 쟁취해냈지)
(나도 좀 하는구나 싶었는데 연습 첫날부터 이 추태라니. 역시 나는……)
넌 배우를 계속하는 게 무서워지는 순간 같은 거 없어?
[시후토]
네? 무서워지다니, 뭐가요?
[하루토]
성공할 수 없을 것 같다거나 좌절하거나.
[시후토]
음~…… 뭐, 배우로 성공해서 가족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있으니 그럴 수 없다면 무섭겠지만…….
정규 극단원으로 승격된 후에는 무대 출연료나 굿즈 로열티가 순조롭게 들어와서 가계에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요. 솔직히 현재는 별로 불안하지 않아요.
[하루토]
……뭐, 너는 그렇겠지.
[시후토]
반대로, 배우는 금전 외에 어떤 원인으로 좌절하는 걸까요?
[하루토]
……자신이 "진정한 배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공포라거나?
[시후토]
"진정한 배우"?
[하루토]
――아니야, 아무것도.
[시후토]
"진정한 배우"가 아니면 연기하면 안 돼요?
[하루토]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그저, 연기를 하는 한 누구라도 자신이 진정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 누군가 주연으로 선택받으면 다른 누군가는 선택받지 못해.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진정한 배우는 한 줌밖에 되지 않아.
자신이 그 한 줌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보통은 무서워지지. 금방 다른 배우로 대신할 수 있는 "모조품"인 채로 연기를 붙들고 늘어질 것인가, 깔끔하게 배우를 포기할 것인가…….
[시후토]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진정한 배우가 될지도 모르잖아.
[하루토]
――. (어차피…… 너는 벌써 그쪽 인간이야. 무대 위에 있는 너를 보면 알 수 있어. 절대로 직접 말해주지 않을 거지만)
(만약 아무리 해도 진정한 배우가 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런데도 내가 연기를 계속하는 의미는 뭘까? 나는 대체 뭐를 위해서 배우를……)
[시후토]
하루토 씨는 분명 괜찮아요. 내가 인정하고 있어요.
[하루토]
네가 인정해봤자.
[시후토]
그러니까 앞으로도 같이 힘내요. 신생 GOD 극단에서!
[하루토]
맘대로 신생이라고 하지 말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