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막 제3화::백화요란
[사쿠야]
반리 군!
[반리]
오~ 수고.
[사쿠야]
밥은 먹었어?
[반리]
간단하게.
[사쿠야]
둘이 같이 무대를 보러 가는 거, 왠지 신선해.
[반리]
평소엔 빈티지 사러 가는 정도니까. '극단 백화'는 꽤 오래된 극단이지?
[사쿠야]
응. 플뢰르상에 항상 노미네이트되고 수상한 경력도 몇 번 있는 실력파 극단이야. 주재는 플뢰르상 이사 중 한 분이기도 한 아마다테 케이쥬 씨.
[반리]
아~ 수상식 때 시상했던 아저씨 말이지. 주재가 이사라서 몇 번이나 노미네이트 된 거 아냐?
[사쿠야]
으~음, 이사가 한 명인 것도 아니고. 실력이 없으면 인정해주지 않을 것 같은데.
[반리]
뭐, 그것도 오늘 연극을 보면 알겠지.
[사쿠야]
그리고 츠무기 씨에게 듣고 조금 놀란 건데……. 간판 배우인 카부토 씨는 연출 쪽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오늘 공연에서도 주연 겸 연출을 맡고 있다고 해.
[반리]
주연이랑 연출가를 양립할 수 있는 거야?
[사쿠야]
굉장하지? 나는 주연만으로도 한계였는데.
-
[맥베스]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이제 잠들 수 없어! 맥베스가 잠을 죽여버렸어!' 하는……."
"엉클어진 마음을 풀어주는 잠, 매일의 삶의 평온이며, 노고 끝에 하는 목욕이며, 상처 입은 마음에 바르는 약이자, 위대한 자연의 성찬이자, 생명의 근원이라 불리는 잠을……."
[맥베스 부인]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맥베스]
"누군가 계속 집 안에서 소리치고 있어. '이제 잠들 수 없어! 글래미스가 잠을 죽였어. 코도어는 이제 잠들 수 없어. 맥베스도 잠들 수 없어.'"
[맥베스 부인]
"누가 그런 말을 한다는 거야? 그런 상상만 하고 있다가는 훌륭한 당신의 기량이 다 쓸모없어지고 말 거야."
"어서 물을 퍼와서 손에 있는 그 더러운 증거를 씻어 버려. 단검은 왜 가지고 온 거야? 거기에 두고 왔어야지. 빨리 가지고 가서 잠든 병사들에게 피를 묻히고 오는 거야."
[맥베스]
"나는 갈 수 없어. 내가 한 짓을 더는 떠올리고 싶지 않아. 두 번 다시 그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아."
[맥베스 부인]
"겁쟁이. 그 검을 이리 줘. 잠든 사람과 죽은 사람은 그림과 같아. 그림 속 괴물을 무서워하는 건 어린아이뿐이야."
"만약에 아직 피가 흐르고 있으면 병사들의 얼굴에 칠하고 오는 거야. 그놈들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게끔."
[맥베스]
"이 소리는 대체 뭐지? 나는 어떻게 된 거야? 소리가 날 때마다 벌벌 떨게 돼. 아아, 이 손을 봐! 안구가 뽑혀 나갈 것 같아. 넓은 바다의 물이라면 이 손을 깨끗이 씻을 수 있을까? 아니, 끝없이 넓은 바다가 붉게 물들 뿐이겠지."
[맥베스 부인]
"내 손도 당신과 같은 색이 됐어. 하지만 심장은 당신처럼 하얗게 퇴색하지 않았어."
[사쿠야]
――.
[반리]
…….
-
[사쿠야]
굉장했지! 메인 두 사람 다 무서울 정도로 몰입해서 빠져들어 봤어!
[반리]
연출도 참신했어. 고전인데 현대 같고 엔터테인먼트성이 짙더라. 이거면 젊은 놈들한테도 먹힐 거야.
[관객A]
저기, 혹시 MANKAI 컴퍼니의…….
[사쿠야]
네!?
[관객A]
역시, 사쿠야 군이랑 반리 군이죠!? 악수할 수 있을까요?
[반리]
아니, 지금은 개인적인――.
[사쿠야]
자, 잠깐만, 반리 군…… 이럴 때는 사쿄 씨의 '팬서비스 약속 아이우에오'의 '아'야……!
[반리]
뭐?
[사쿠야]
그거 있잖아, '아' 아름답게 하얀 이를 보이면서…….
[반리]
"저로 괜찮으면요."
[관객A]
감사합니다!
[사쿠야]
괜찮으면 다음에도 공연을 보러 와주세요!
[관객A]
꼭 갈게요!
[관객B]
저기, 사인해주세요.
[반리]
좋아요.
[관객C]
저기 저 사람, 혹시――.
[관객D]
아마다테 씨다! 사인받자!
[사쿠야]
――.
[반리]
다녀와.
[사쿠야]
하, 하지만――.
[반리]
여기까지 왔는데, 얘기해볼 기회잖아.
[사쿠야]
응!
-
[관객D]
사인 감사합니다!
[아마다테]
나야말로 보러 와줘서 고마워.
[사쿠야]
――저, 저기!
[아마다테]
응?
[사쿠야]
연극 최고였어요! 연출도 정말 멋있고 주연인 카부토 씨 연기도 정말 좋았어요!
[아마다테]
아들의 연기를 칭찬해줘서 고맙구나.
[반리]
아들?
[사쿠야]
카부토 씨가 아마다테 씨 아들이었어요!? 저기,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아마다테]
아니다, 별로 닮지 않았으니.
[반리]
사쿠야, 얘기하고 싶은 거 있었잖아.
[사쿠야]
저, 저기, 꼭 여쭤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요…….
[아마다테]
뭐니?
[사쿠야]
실은 제가 초등학생 때 예술 감상회에서 극단 백화의 해적 연극을 봤어요. 그때 학교 옆에 있는 시설에서 불이 나서 무대를 중단하고 피난해야 했는데, 선장 역할을 맡은 배우분이――.
[아마다테]
"얘들아, 해군의 습격이다."
[사쿠야]
!! 맞아요. 그 대사 덕분에 저희는 무대를 보는 기분 그대로 피난할 수 있었어요. 저는 계속 그때 일을 잊을 수 없어서――!
[아마다테]
부끄러운걸. 그 해적 선장을 연기했던 게 나야.
[사쿠야]
네!?
[아마다테]
이미 배우는 은퇴했지만, 화재로 무대가 중단됐던 건 그전에도 후에도 그때 한 번뿐이니까 기억하고 있지.
[사쿠야]
그때 그―― 설마 본인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전 그때 그 경험을 계기로 연극을 시작했어요. 제가 배우가 된 건 배우님 덕분이에요!
[아마다테]
그렇구나, 너도 연극을…….
[사쿠야]
그게, 여기 반리 군이랑 같이 MANKAI 컴퍼니라는 극단에 소속해 있는데……!
[아마다테]
호오. MANKAI 컴퍼니의 평판은 들었단다.
[사쿠야]
저는 봄조 리더고 반리 군은 가을조 리더고―― 비로드 미술 대학 연극무용과에서 공부하고 있고……!
[반리]
아니, 왜 내 프로필까지 사쿠야가 설명하는 건데.
[아마다테]
그거 우연이구나. 카부토도 아마미대 연극무용과의 OB거든.
[반리]
진짜요?
[아마다테]
그건 그렇고 요즘 MANKAI 컴퍼니는 GOD 극단과 콜라보 공연도 성공하고, 자흐라 공연도 성공하는 등 약진이 눈부셔. 플뢰르상 이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어. 다음 공연은 꼭 보러 가고 싶구나. 으음, 사쿠야 군이었나?
[사쿠야]
사쿠마 사쿠야예요! 그리고 셋츠 반리 군이에요. 초대해 드릴게요, 꼭 보러 와주세요!
[아마다테]
기대하고 있으마. 그럼 이만――.
[사쿠야]
앗, 네! 실례했습니다!
[아마다테]
사쿠마 사쿠야와 셋츠 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