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막 제17화::충성의 키스
[이즈미]
어라? 휴지 예비가 없어.
[지배인]
영차, 영차…….
[이즈미]
지배인님, 어디 휴지 예비 있어요?
[지배인]
아! 죄송해요, 사야 한다는 걸 깜빡했어요!
[이즈미]
또 의상이랑 대도구 조정중이에요?
[지배인]
이번엔 영상자료 정리를 하고 있어서…….
[이즈미]
그럼 제가 사올게요. 또 필요한 거 있어요?
[지배인]
그럼 화장지랑 검 테이프랑 매직이랑 파일이랑 노트랑 커튼이랑 빗자루랑 그리고――.
[이즈미]
그렇게 많아요!?
[지배인]
좀처럼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
[시트론]
감독님, 무슨 일 있어? 뿔난 도끼 눈을 하고 있어.
[이즈미]
놀란 토끼 눈! 전부 틀렸어!
그래! 시트론 군, 한가하면 물건 사는 거 도와주지 않을래?
[시트론]
오~ 오브코~스! 감독님과 쇼핑 데이트 좋아!
[이즈미]
잘됐다. 그럼 지배인님, 다녀올게요.
[지배인]
잘 부탁드려요~
-
[이즈미]
문구류는 이정도인가.
[시트론]
나 짐 들게.
[이즈미]
고마워.
[시트론]
감독님은 이쪽 걸어.
[이즈미]
(차도 쪽으로 걸어주고, 시트론 군은 신사네)
[시트론]
――.
[이즈미]
시트론 군? 왜 그래?
[시트론]
쉿.
[이즈미]
??
[시트론]
…….
[이즈미]
……시트론 군?
[시트론]
아무것도 아냐. 다음은 드럭 스토어지?
[이즈미]
으, 응.
(무슨 일이지?)
-
[시트론]
자, 감독님 먼저 가.
[이즈미]
고마워.
(레이디 퍼스트라니, 익숙하지 않아서 좀 두근두근하네)
시트론 군은 에스코트 잘하네.
[시트론]
오~ 감독님 같은 멋진 레이디랑 걷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되는 거야.
[이즈미]
(인사치레도 스마트해…… 시트론 군의 새로운 특기를 발견한 것 같아)
[시트론]
――.
[이즈미]
시트론 군?
[시트론]
이쪽――!
[이즈미]
!?
-
[이즈미]
가, 갑자기 왜 그래?
[시트론]
조용히.
[이즈미]
――.
(길가를 신경 쓰고 있어……?)
[시트론]
추격자가 벌써 여기까지…….
[이즈미]
뭐?
[시트론]
……나, 극단에 폐 끼칠지도 몰라.
[이즈미]
무슨 뜻이야?
[시트론]
실은 나 유학하러 온 게 아니야. 나라에서 도망쳐 온 거야.
[이즈미]
뭐!?
[시트론]
추격자에게 발견되면 끌려가게 될 거야.
[이즈미]
……그거, 농담은 아닌 거지?
[시트론]
나, 농담 말 안 해. 극단에는 없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이즈미]
그렇지 않아. 시트론 군은 이 극단의 일원이니까 없어지면 다들 곤란해 할 거야.
나쁜 짓을 해서 쫓기는 건 아니지?
[시트론]
아니야. 그저 녀석들에게 내가 눈엣가시일 뿐이야.
[이즈미]
그럼 아무 문제없어. 시트론 군이 들키지 않도록 나도 노력할게.
[시트론]
……어째서 그렇게 말해주는 거야?
[이즈미]
그치만 공연은 반드시 모두 함께 나가야지. 시트론 군이 발음과 억양 때문에 많이 노력하는 거 알고 있어. 연기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굉장히 즐겁다는 듯이 연습 해줘서 그게 기뻐.
게다가 시트론 군 덕분에 분위기가 누그러지고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잖아. 나뿐만 아니라 다들, 앞으로도 시트론 군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할 거야.
[시트론]
……――.
[이즈미]
응? 뭐라고 한 거야?
[시트론]
고마워, 말했어.
[이즈미]
시트론 군은 소중한 단원이니까 당연해.
[시트론]
나, 감독님 믿고 따라갈게.
――.
[이즈미]
!! 시트론 군, 무슨!?
[시트론]
손등에 하는 충성의 키스야. 우리나라에서는 평범한 일이야.
[이즈미]
그, 그렇구나.
(이 나라에서는 평범한 일이 아니지만……. 하지만 진짜 왕자님 같아서 조금 두근거렸어. 시트론 군은 어딘지 모르게 기품도 있고, 대체 어떤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