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막 ACTING ON MY OWN

제11막 제31화::주사위를 던지다

(•̀ᴗ•́) 2021. 7. 21. 00:15

[이타루]
카메라 거기로.

[카즈나리]
이 코드는?

[이타루]
마이크에 이어줘.

[카즈나리]
응!

[이타루]
선배, 코멘트봇 써요? 추천할만한 게――.

[치카게]
만든 거 쓸 거야.

[이타루]
선배, 열심이네요.

[치카게]
가족을 위해서니까. 이대로면 탈출게임도 당분간 못할 거고.

[이즈미]
(굉장해. 순식간에 촬영 기기가 준비됐어. 공연을 방송할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있네……)

-

[이타루]
지금 극단 모두가 각자 반리를 위해 자신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을 거야. 나랑 선배도 인터넷에 강한 인간으로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했어.
나도 크리에이터로서 게임 실황 중에 망언 등으로 어그로가 붙은 적이 있는데, 변명해도 사죄해도 관종들이 쓸데없이 열광할 뿐이고 의미가 없었어. 결국 활동을 계속하면서 봐주는 사람에게 크리에이터로서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지.
나도 처음에는 반리가 건방지고 진심 짜증 난다고 생각했어. 랭킹 제칠 때까지 들러붙는 거 끈질기고.

[반리]
네? 지금 할 소리예요?

[이타루]
그래도 지금은, 그렇지 않으면 반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네 좋은 점이 그거 아냐?

[치카게]
우리는 악의 있는 누군가의 계략으로 '셋츠 반리'라는 인간이 세간에 오해받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지.
극단을 향한 비난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고, 어떻게든 돼. 하지만 사람의 인상 같은 막연한 건 간단하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 걸 비난을 위해 이용하는 녀석이 있다는 상황도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아.

[이타루]
그래서 우리는 반리가 직접 세간을 향해 단독 방송으로, 반리의 입으로 직접 전달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어.
물론 쓸데없이 어그로가 끌릴 리스크는 있지만, 인터넷에서 잘못 퍼진 정보는 인터넷으로 바로잡는 게 빠르기도 하고.
'셋츠 반리'라는 인간을, 본인이 직접 방송에 나와서 전달하는 게 가장 똑바로 전해질 거라 생각해.

[이즈미]
그건, 평소에 하는 인스테 라이브를 반리 군 단독으로 한다는 말이에요?

[이타루]
인스테 라이브는 조금 캐주얼하니까, 사전에 공지하고 MANKAI 채널로 방송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반리]
……방송에서 어떤 걸 얘기하면 되는데요?

[이타루]
이번 사건의 발단은 꾸며낸 날조 정보니까 그저 사죄하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 어쨌든 '셋츠 반리'라는 인간을 알리기 위한 방송이 좋지 않을까?

[치카게]
애초에 할지 안 할지도, 방송한다면 그 내용도 반리가 전부 스스로 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이즈미]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반리 군의 마음을 우선해줘.

[반리]
……. 내용은 지금부터 생각해야겠지만, 방송 자체는 꼭 하고 싶어.
솔직한 마음으로는, 주연으로 당당하게 다음 무대에 서고 싶으니까. 플뢰르상 노미네이트를 최선을 다해 노리고 싶다는 마음도 버릴 수 없어. 그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지 전력으로 임하고 싶어.

[이즈미]
반리 군…… 그럼 극단원 총출동해서 서포트할게!

[반리]
――아.

[이즈미]
왜 그래?

[반리]
생각났어. 방송에서 말하고 싶은 거.

-

[이즈미]
(무슨 일이 일어나도 최선을 다해 반리 군을 지키겠다고 결심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긴장돼)
(그런데 설마 반리 군이 '포트레이트'를 한다고 할 줄이야)

-

[이즈미]
포트레이트?

[반리]
응. 가을조 중에서 포트레이트를 관객들 앞에서 보여주지 않은 건 나 혼자니까. 그러니까 이 기회에 도전하고 싶어.

[이즈미]
――확실히 가장 '셋츠 반리'가 전해질 방법이네.

-

[이즈미]
(그렇다고는 해도 리허설도 없이 본방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는 건 역시 걱정되는데. 괜찮을까……? 본방에서 뭔가 트러블이 일어나면……)
(불안하지만, 치카게 씨나 기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 기술반으로 참여해줬으니까…… 지금은 모두를, 그리고 무엇보다 반리 군 본인을 믿을 수밖에 없어)

-

[반리]
…….

[아자미]
좀비 메이크업이랬나?

[반리]
야. 나간 순간 끝장난다고.

[아자미]
엄청나게 착한 사람으로 보이게 해줄게.

[유조]
실례한다.
오~ 오~ 생각보다 안색이 좋아 보이는데.

[아자미]
내 메이크업 덕분이지.

[유조]
너, 오늘 포트레이트를 한다며?

[반리]
그날, 마지막 순간에 본방에서 도망친 채니까.

[유조]
엄청난 지각이군. 그만큼 확실하게 준비해왔겠지?

[반리]
포트레이트 구성 자체는 사전에 생각했지만. 어떻게 될지는 하늘에 맡기고 주사위를 던진다는 기분으로, 내 감정에 솔직하게 해볼 거야.

[유조]
너답군. 중간발표도 벼락치기였잖아.

[반리]
시끄러워.

[유조]
마음껏, 내키는 대로 셋츠 반리를 드러내고 와라.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보여주는 게 '포트레이트'니까.

[아자미]
반리 씨가 그랬잖아. 조각이라도 괜찮으니까 생생한 진심을 보여주라고. 솜씨를 보여줘.

[반리]
한 방 먹이고 올게.

-

[반리]
…….

[이즈미]
반리 군, 괜찮아?

[반리]
여유~ 고양감에 떨릴 정도야.
뭐, 라이브는 다시 할 수 없으니까 뭔가 만회할 수 없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조금 무섭지만. 지금보다 더 인상이 나빠져서 소동이 커질 가능성도 있고.
하지만 적이도 가족이나 감독쨩이나 극단 모두는 알아줄 거니까. 그걸 생각하면 무서운 게 사라져.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안정감을 나는 알아.

[이즈미]
응. 반리 군을 믿고 지켜봐 주는 사람은 많이 있어. 그러니까 포트레이트로 반리 군이 자기 자신을 다 드러내더라도, 멀어지지 않고 믿어줄 거야.

[이타루]
수고. 대기인원 엄청나.

[반리]
좋네.
이타루 씨, 나, 당신한테 뭐라고 하면 돼?

[이타루]
굳이 말하자면…… 수고했다면 돼.

[반리]
뭐야 그게.

[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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