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막 제35화::만약의 미래와 확실한 지금/치카게
[치카게]
…….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아. 전에는 돌아오면 반드시 '다녀왔어', '어서 와'를 말하는 규칙이 있었는데. 셋이 정한 규칙. 애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지켜왔던 가족의 룰)
가족이라…….
(뭐가 가족이야. 반드시 지키겠다고 결심한 가족은 지키지 못한데다 배신당했어. 어차피 유사품, 독선적인 가족 놀이에 지나지 않았던 거지)
……이제 와서 무슨.
(그 후로 벌써 몇 년이나 지났어. 배신자의 가족을 향한 복수심도 희미하게 남은 희망마저도 사라졌어. 지금은 혼자, 조직의 충실한 말로 살아갈 뿐. 살아갈 목적도 희망도 평온도 아무것도 없는 채로……)
……. (초승달인가……)
-
[히소카]
어서 와.
[치카게]
다녀왔―― 뭐야 이건.
[히소카]
뭐가?
[치카게]
너무 어질렀잖아. 모포랑 쿠션으로 집 만들지 마. 조금이라도 치워.
역시 여기에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히소카]
……아, 알바 가야 해.
[치카게]
야.
[히소카]
…….
[치카게]
?
[히소카]
……의외였어.
[치카게]
뭐? 뭐가.
[히소카]
……치카게니까, 이렇게까지 극단에 위해를 가하면 진심으로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을 줄 알았어.
……폭주할 것 같으면 막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냉정하달까, 얌전해. 치키게 답지 않아.
[치카게]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
-
[이즈미]
치카게 씨.
[치카게]
왜?
[이즈미]
그때 제가 한 말 기억하고 있죠?
[치카게]
그때라니?
[이즈미]
'Scarlet Mirror' 때요.
히소카 씨를 데려오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기가 어떻게든 할 거라고 말한 치카게 씨에게 말했잖아요. 치카게 씨는 여기 극단원이고 동료니까, 위험한 일은 되도록 하지 말아달라고요.
치카게 씨, 그때 알았다고 했어요.
[치카게]
…….
[이즈미]
그걸 기억하고 있으니까, 지금까지 가만히 있어 준 거죠?
[치카게]
글쎄, 어떨까?
[이즈미]
치카게 씨가 극단을 생각해주는 마음은 기뻐요. 하지만 이번에는 협력해주는 사람도 많고, 극단 때문에 치카게 씨 혼자서 위험한 일을 하는 건 바라지 않아요.
이번에는 특히요. 치카게 씨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저는 절대로 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
약속, 잊지 말아 주세요.
[치카게]
알았어.
[이즈미]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거예요.
[치카게]
그래그래. 알았어, 알았어.
-
[히소카]
치카게가…… 새끼손가락 걸고…….
[치카게]
어거스트가 알면 폭소하겠지.
[히소카]
……그 후에 뭐든지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싶어 할 거야.
[치카게]
어린애 같은 거 좋아하니까.
[히소카]
약속은, 감독님의 배우 우츠키 치카게를 향한 사랑과, 치카게를 향한 신뢰의 증표…… 그러니까 치카게는 배신할 수 없어. 치카게는 거짓말쟁이지만,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니까…….
[치카게]
……흥. 그래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어.
-
우리 안에, 어거스트는 계속 있을 거야.
……계속 함께 살아가자. 우리는 다시 없을 소중한 가족이니까.
그래.
-
……그러고 보니 앞으로도 여기서 신세를 질 예정이다.
네?
제대로 말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말 안 해도 나갈 거라는 생각조차 안 했어요. 귀중한 히소카 씨의 운반 담당이니까요.
감독님은 뻔뻔할 정도로 발전적이군.
감사합니다.
칭찬한 거 아니야.
……그저, 어거스트랑 조금 닮았어.
발전적인 점이요?
뻔뻔한 점이.
왜 그쪽인 건데요.
게다가 밀어붙이는 듯이 참견해 오는 점. 바보 같을 정도로 무언가에 집중하는 점. 허물없이 친한 척 다가오는 점.
하나같이 가시가 있는데요.
어거스트를 지키겠다는 맹세는 다하지 못했지만……. 감독님을, 하는 수 없으니 지켜줄게. 우리는 가족이잖아?
-
…….
치카게 씨, 어서 오세요.
――다녀왔어.
위험한 일 하고 온 거 아니에요?
약간은. 하지만 이걸로 성가신 일은 다 정리됐어.
으음, 그럼 축하해요? 수고하셨습니다?
고마워. 여기는 앞으로도 안전해. 히소카도 이제 괜찮아.
그런가요…….
만에 하나,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안심해.
……안 돼요.
?
전에 치카게 씨가 말했잖아요. 히소카 씨를 배우로서 보면 된다고요.
치카게 씨도 똑같아요. 치카게 씨는 여기 극단원이고 동료니까, 위험한 일은 되도록 하지 말아주세요.
……알았어. 감독님.
-
[치카게]
(잃어버린 가족을, 그리고 새롭게 지키고 싶은 가족을 찾았어. 당연한 듯 '다녀왔어'와 '어서 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내가 돌아올 '집'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도. 이제 두 번 다시 손에서 놓지 않을 거야)
(감독님과 한 약속은 지킬 거야. 하지만 내게 한 '다음엔 반드시 지킨다'는 맹세도 어길 수는 없지)
그리고 당하기만 하는 건 화가 나잖아.
[히소카]
성실한 건지 오기 있는 건지…… 역시 치카게는 치카게야.
……그럼 그런 치카게에게 선물을 줄게.
[치카게]
이건…….
[히소카]
쓸만한 데이터를 모아왔어.
[치카게]
너…….
[히소카]
아니야. 나도 위험한 일은 안 했어. 지금까지 여러 가지 알바하면서 만든 연줄로 착실하고 정직하게 미카게 히소카로서 모은 거야.
다른 사람에게 혼날만한 일은 하지 않았어…… 아마도, 조금은 했을지도 모르지만…….
[치카게]
하아…… 뭐, 나도 망설였으니까.
[히소카]
어……?
어거스트, 혼나지 않고 넘어갈 것 같아.
[치카게]
뭐?
[히소카]
……어거스트랑 꿈속에서 얘기했어.
[치카게]
뭐야 그게. 뭐, 또 만나서 다행이네.
[히소카]
……데이터도 줬으니까 내 역할은 이걸로 끝.
내가 모은 정보는 질보다 양이니까 유익한 건 적을 거야. 하지만 분명 실마리는 될 거야…….
거기서부터 자세히 조사해서 유익한 걸로 만드는 건 치카게 일이야…….
[치카게]
가장 귀찮은 부분만 맡기기는.
[히소카]
아…… 진짜로 알바 늦겠다.
[치카게]
하아. 빨리 가.
[히소카]
다녀올게.
[치카게]
……그럼, 나도 내 일을 해야지.
-
[치카게]
후우.
(반차 쓴 보람이 있네. 그만큼 수확도 있었고, 재밌어지겠어)
응?
(이거, 일 관련으로 온 게 아니네…… 그림엽서……)
사쿠야구나.
[사쿠야]
"이 주변은 도쿄보다 높은 건물이 적어서 하늘이 넓어요."
"저번에 뉴스에서 큰 달이 보인다고 해서 밤을 기다렸는데, 공교롭게도 하늘이 흐려서 숨어버렸어요."
"하지만 제가 좋은 걸 가지고 있다는 게 생각났어요. 여행을 떠날 때 부적 대신으로 치카게 씨가 준 코인이요."
"하늘에 겹치면 희미하게 새어 나온 달빛이 반사돼서 예뻤어요."
[치카게]
(사쿠야답네……)
[사쿠야]
"하지만 조금 외로워지기도 했어요. 진지하게 승부에 도전하고, 카메키치가 방해하고, 가끔은 치카게 씨가 장난치기도 하고, 봄조 모두가 참전하기도 하고."
"코인을 보고 있으니 그런 나날이 떠올라서 그리워졌어요…… 빨리 모두와 만나고 싶어요."
[치카게]
……향수병인가.
……. (사내 공유 스케줄은……)
(외근을 나가지는 않았는데…… 만약을 위해 전화를 걸어볼까)
[치카게]
여보세요, 가족회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