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힐 프리즌 제2화
[쥬자]
"형님의 원수!"
[배우A]
"너도 죽으러 왔나, 유우론."
[쥬자]
"친한 척 이름 부르지 마!"
[이즈미]
(격렬한 난투야…… 쥬자 군, 베테랑 배우분들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아. 대단해, 쥬자 군……!)
(많이 연습했겠지. 속도감도 기백도 지금까지와 격이 달라. 숨 돌릴 틈도 없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역시 유조 씨가 한 연출다워……)
[쥬자]
"끝이다!"
――.
[이즈미]
(소도구인 칼이 부러졌어!?)
[관객A]
어……?
[관객B]
저거…….
[이즈미]
(부러진 칼이 사람에게 맞지는 않은 모양이야.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쥬자]
…….
[이즈미]
(하지만 연기가 멈췄어. 쥬자 군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다른 배우분들도 난투를 계속할 수 없는 거야. 쥬자 군……!)
[배우B]
핫!!
[쥬자]
――윽.
[이즈미]
(움직인다!)
[배우A]
"역시 형제인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군."
[이즈미]
(쥬자 군은 옆으로 빠졌고, 연기도 계속되고 있어. 다행이다……)
-
[배우A]
커튼콜 하자. 가자.
[쥬자]
…….
[배우B]
야, 쥬자. 괜찮아?
[쥬자]
예.
[배우A]
감사합니다!
[쥬자]
……감사함다.
[이즈미]
(쥬자 군, 괜찮을까…… 표정이 어두웠는데. 아까도 무대 위에서 휘청거린 것 같았고)
[아자미]
쥬자 씨, 괜찮은 거야? 하필이면 막공 때 소도구가 부서지다니, 운이 나빴어.
[이즈미]
쥬자 군 성격상 심하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 않으면 다행인데……. 일단 티켓을 준 감사 인사도 겸해서 분장실에 가보자.
[아자미]
응.
-
[???]
죄송합니다!
[이즈미]
(……쥬자 군 목소린데?)
[배우A]
그건 어쩔 수 없었지.
[배우B]
운이 나빴어.
[스태프]
저희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죄송하죠.
[쥬자]
아니, 제가 난투를 확인하려고 필요 이상으로 본방용 소도구를 사용한 탓임다.
[이즈미]
(쥬자 군, 역시 신경 쓰고 있구나……. 지금은 분장실에 들어가기 좀 그런걸)
[유조]
오. 잘 왔다.
[이즈미]
아, 저기,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난투도 정말 박력 넘치고 멋있었어요.
[아자미]
사고는 아쉬웠지만.
[유조]
아~…… 쥬자가 엄청 사과하고 있군.
얘들아, 다들 수고했다! 좋은 막공이었어!
[쥬자]
――. 유조 씨, 죄송합니다! 모처럼의 무대를 제가――.
[유조]
오늘 일은 신경 쓰지 마. 이번에 너는 모두의 기대에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로 답했어. 그에 비하면 그런 건 사소한 일이지. DVD용 영상은 세미막 녹화분을 쓰면 되니 문제없어.
[쥬자]
…….
[유조]
……정말이지. 잠깐 따라와라.
[쥬자]
예.
[이즈미]
(쥬자 군, 괜찮을까……?)
[유조]
맡겨둬.
[이즈미]
(유조 씨가 잘 얘기해주겠지만, 본방에서 실수하는 건 괴롭지. 그게 신경 쓰고 있던 소중한 무대일수록 회복이 더 어려워)
(기분전환을 잘해야 할 텐데……)
[아카시]
저, 저기, 고생하셨습니다…….
[이즈미]
어라!? 아카시 군도 보러 왔었어!?
[아카시]
아뇨…… 갑자기 막공만 헬프가 들어와서…….
[아자미]
조명 일 도왔구나.
[아카시]
저기, 쥬자 씨는…….
[이즈미]
쥬자 군? 지금 유조 씨랑 얘기하는 중인데……. 무슨 일이야?
[아카시]
아, 아뇨…… 딱히 일이 있는 건……. 그냥 조금 신경이 쓰인 것뿐이에요…….
[아자미]
그 소도구 트러블 말이야?
[아카시]
……그게, 그게 아니라, 커튼콜 때 쥬자 씨가 평소랑 달라 보여서……. 뭐랄까, 스포트라이트를…….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기분 탓이겠죠.
[이즈미]
?
[스태프A]
아카시, 이리 와봐~
[아카시]
실례할게요.
[이즈미]
응, 수고했어!
(스포트라이트가 어쨌다는 거지……?)
-
[유조]
앉아라.
[쥬자]
예.
[스태프B]
그쪽 부탁해.
[스태프C]
이거 옮긴다~
[쥬자]
……. (이렇게 많은 스태프가 백업해준 무대의 중요한 막공을, 내가 망친 거야……)
[유조]
이 좌석에 관객이 꽉 차고, 너보다 베테랑 배우가 메인뿐만 아니라 조연도 맡고……. 보면 알겠지만 각 부문의 숙련된 스태프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무대야. 그런 무대를 망쳐버릴 뻔한 게 무서웠냐?
[쥬자]
……예.
[유조]
커튼콜을 엄청 어색하게 하더라. 산만 한 덩치를 움츠리고 무대 위에 서 있기 싫어하는 게 보였어. 그런 모습은 신생 가을조 창단공연부터 생각해봐도 처음 본다.
[쥬자]
……무대에 처음 섰을 때는, 서 있는 것만으로 한계였어요. 익숙해진 후에는 무대 위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이 됐고. 설령 연습하다 벽에 부딪혀도, 본방에서 빛을 받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노력할 수 있었어.
하지만 오늘, 중요한 막공을 내 탓에 망칠 뻔하고……. 무대에 서는 게, 빛을 받는 게 처음으로 무서워졌어. 유조 씨는 상연 예정인 공연을 바꾸면서까지 나를 객연으로 넣어줬는데, 하필이면 막공에서 이런――.
[유조]
뭐, 그러니까 더 실수한 게 마지막 공연이라 다행인 거지. 회복하지 못한 채 질질 끄는 게 더 괴롭잖아.
단, 이것만은 기억해둬라. 아무리 연습을 거듭하고 경력을 쌓아도, 배우로서 여유로워져도, 연극이란 건 날것이야. 오늘 같은 사고는 무대 위에 계속 서는 한 몇 번이고 일어날 거다.
특히 너는 너도 알겠지만, 요령 좋은 타입의 배우가 아니잖아. 오늘 실수도 역할을 연기하면서 열이 오른 탓에 칼이 부러졌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거지.
역할에 몰입하면서도 그런 사고를 넘길 수도 있겠지만, 오늘 같은 일도 있어. 그럴 때 그때까지의 공적을 포함해서 평가받고 용서받는 일도 있으면, 객연으로는 두 번 다시 불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쥬자]
――.
[유조]
적어도 우리 극단은 만장일치로 다음에도 너와 함께 연기하고 싶어 해.
연극 세계에서는 도장 찍듯이 완벽한 연기를 계속하는 건 불가능해. 그렇다고 해도 계속 배우로서 이곳에 관련되어 살고 싶다면, 오늘 느낀 공포심과 제대로 마주해라.
[쥬자]
예.
[스태프B]
조명 내린다~
[쥬자]
…….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동경했는데……. 그때는 무서워서 도망치고만 싶었어)
(이대로는 무대에 계속 설 수 없어. 언젠가, 더 큰 실수를 저지르고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르는 게 무서워)
(이 공포심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배우로서 더욱 성장해야 해)
-
[쥬자]
……. (……무쿠가 준 포스터. 'WONDER RUSH'……. '연출 조수: 셋츠 반리'라……)
너, 배우로서 폭을 넓히기 위해 연출 공부를 시작한 거지?
[반리]
뭐?
[쥬자]
왜, 연출이지?
[반리]
뭐야, 갑자기…….
[쥬자]
뭔가 계기라도 있었나?
[반리]
……학교에서 극단 백화 카부토의 워크샵에 참가했을 때, 연극을 하는 이유를 묻더라고. 그러다 보니 카부토가 배우뿐만 아니라 연출도 하는 이유를 들었고, 관심이 생겼어.
그 녀석이 원인인 건 맘에 안 들지만. 직접적인 계기가 된 건 확실해.
[쥬자]
카부토 씨는 백화의 간판 배우인데 왜 연출까지 하는 거지?
[반리]
자기한테는 연극밖에 선택지가 없어서 연극을 하며 살아가기 위한 보험으로 연출을 시작했다던데.
[쥬자]
(연극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나도 똑같아. 만약에 무대에 설 수 없게 된다면, 나는……)
[반리]
설마 이제 와서 너도 연출을 해보고 싶다고 하려는 건 아니지?
[쥬자]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집중하면 시야가 좁아져. 연출 같은 건 못해. 안 어울려.
나는 너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거야. 가을조 공연에서 주연을 맡기 전까지, 뭔가 새로운 도전을 찾아볼 거다.
[반리]
새로운 도전이라니 뭔데.
[쥬자]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 나도, 그 카부토 씨처럼 연극을 붙들고 늘어질 거니까.
[반리]
그러냐.
……딴 길로 새지 않으면 좋겠네. 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쥬자]
뭐?
[반리]
암것도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