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힐 프리즌

사우스힐 프리즌 제6화

(•̀ᴗ•́) 2022. 1. 4. 21:15

[츠즈루]
우선 화면을 봐줄래?

[쥬자]
예.

[츠즈루]
으음~ 먼저 테마를 정하고, 이렇게 구성의 틀을 잡고…… 기승전결은 알지……?

[쥬자]
조금 예습해왔슴다.

[츠즈루]
커다란 틀을 정하고 세세한 부분을 쌓아가는 거야……. 중간에 바꾸거나 조정하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가다듬은 다음에 플롯이 완성되면…… 실제로 집필에 들어가. 으음~ 설명이 어설퍼서 어렵지? 미안해.

[쥬자]
아뇨, 역시 츠즈루 씨는 굉장해……. 난 이런 복잡한 건 생각도 못 할 거야.

[츠즈루]
……아냐, 쥬자도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짧은 작품 정도는 쓸 수 있을 거야. 잠깐 해볼까?

[쥬자]
아니, 난 글에 재능이…….

[츠즈루]
아~ 사실은 솔직히 말하면 쥬자가 민망해할 거 같아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Fallen Blood' 공연 끝나고 블로그에 글 쓴 거 있잖아? 나, 그거 지금도 가끔 읽어.

[쥬자]
어――?

[츠즈루]
꽤 좋아해. 쥬자가 쓴 글. 그 블로그 글에는 쥬자의 진지하고 올곧은 내면과 그때까지 걸어온 인생이 짙게 배어 나오고 있거든.

[쥬자]
아니, 그 블로그 글도 해가 질 때까지 걸려서 겨우 쓴 거고, 어색하고, 전혀 잘 쓰지 못했어.

[츠즈루]
완성된 글이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면 속도나 완성도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데.
그렇지, 내가 준 책 읽어봤어?

[쥬자]
예. 엄청나게 이해하기 쉽게 쓰여있었슴다.

[츠즈루]
그럼 역시 그 중간과제는 소설을 써봐. 생각해보면 '포트레이트' 각본도 직접 쓴 거잖아.

[쥬자]
그건, 그렇지만…….

[츠즈루]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라는 격언도 있잖아. 자기 인생을 테마로 하면 쥬자도 쓸 수 있을 거야.

[쥬자]
아니, 하지만…… 그때는 필사적이어서 어떻게든 끝낸 거고…….

[츠즈루]
쥬자, 네가 지금 배우로서 깊이 고민하는 건 주변 사람들 모두 알고 있어. 그래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이렇게 새로운 걸 배우면서 필사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도.
나도 발밑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앞으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로 발버둥 치는 감각은 몇 번이고 느껴왔어.
하지만 그런 때니까 더욱, 자신의 현재 상태와 마음을 그대로 글로 써서 아웃풋 하는 게 좋아.
자기 내면을 글로 나타내면, 마음속에서 형태도 없이 일렁이던 것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거든. 조금 냉정해질 수 있어.
나도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있을 때는 공책에 글을 쓰곤 해. 딱히 잘 쓸 필요는 없어. 자기 자신을 더욱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 글로 표현하는 것 뿐이니까.

[쥬자]
……해볼게요.

[츠즈루]
응. 뭐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쥬자]
감사함다.

[츠즈루]
그러고 보니 가을조 각본 리퀘스트는 뭐 생각났어?

[쥬자]
일단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본 덕분에 어렴풋하게는…….
'Fallen Blood'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내 인생과 정반대 요소를 가진 남자를 연기해보고 싶슴다.

[츠즈루]
예를 들면?

[쥬자]
연극을 안 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일을 하며 성공한…….
그리고―― 동생과 결별해서 인연이 끊긴.

[츠즈루]
――. ……그래. 알았어. 그쪽으로 좀 생각해볼게.

[쥬자]
잘 부탁합니다.

-

[아카시]
으음, 여, 여기가 조명실이에요…….

[쥬자]
예.

[아자미]
새삼 이렇게 안내받으니까 백스테이지 투어 같아서 재밌네.

[아카시]
이게 조명 계획도…… 예요. 오늘은 이 도면대로 설치해뒀어요. 여기를 조작하면 대응하는 조명이 켜지고…….

[쥬자]
……그렇군.

[아자미]
그러고 보니 조명에 따라서 메이크업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꽤 달라지지.

[아카시]
네. 그래서 극단이나 공연 별로 메이크업 진하기에 따라서 중요한 장면에서 배우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도록 조정하기도 해요.

[쥬자]
그런 것도 신경 써주고 있었구나…….

[아카시]
으음, 극단에 따라서는 배우의 표정을 보여주는 것보다 장면의 묘사를 중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MANKAI 컴퍼니는 처음 회의했을 때 한 명 한 명의 배우가 각자 자기답게 꽃피울 수 있게끔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중요한 장면에서는 관객에게 표정이 제대로 전해지도록 하고 있어요.

[쥬자]
감독님이…….

[아자미]
감독님답네.
나도 메이크업하면서 조명을 비췄을 때 표정이 어떻게 보일지 계속 궁금했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아카시]
저기, 혹시…… 구체적인 차이를 보면서 설명하는 게 좋을까요? 무대 위에서 종류가 다른 조명을 비춰보고 얼굴이 어떻게 보이는지 그 차이를 보여주면…….

[아자미]
그럼 쥬자 씨, 저기 서줄래?

[쥬자]
알았어.

-

[쥬자]
……

[아카시]
먼저 오른쪽 조명 아래에 서주세요.

[쥬자]
――. (익숙한 MANKAI 극장 무대인데……. 왜 이렇게 긴장되지……?)

-

[쥬자]
"친한 척 이름 부르지 마!"
――. (칼이――)
(대사를 이어가야 해―― 무대는 아직 계속되고 있어. 연기를――)

-

[쥬자]
――. (젠장…… 왜…… 발이 안 움직여. 조명 아래까지, 앞으로 한 걸음 남았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동경해온 빛이 바로 저기 있는데. 저 빛 아래에 있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을 텐데……)

[아카시]
쥬자 씨……?

[아자미]
왜 그래? ……괜찮아?

[쥬자]
무서워…… 조명 아래 서는 게.

[아자미]
진짜 못 움직이는 거야?

[쥬자]
모르겠어. 왜, 이런…….

[아카시]
역시…….

[쥬자]
어?

[아카시]
아, 죄송해요…… 저기, 유조 씨네 무대 막공에서 저도 조명을 잡았었는데……. 커튼콜 때, 쥬자 씨가 온몸으로 조명을 거부하는 것 같이 보여서, 신경이 쓰였거든요…….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좀 더 빨리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죄송해요.

[쥬자]
아니…… 나도 내 안에 공포심이 싹튼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나는, 어떻게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