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애로 제6화
[츠즈루]
……. ……아니, 역시 아니야. ……. 으~음…… 이것도 아니야. ……하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결국 백지인가…….
아니, 지금은 못 쓰더라도 괜찮아.
[???]
"그래."
[에니스]
"소설은 펜 한 자루만 있으면 쓸 수 있지. 일반적으로는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너도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정해져 있지는 않아."
"사중주 곡을 바이올린 한 대로는 연주할 수 없는 것처럼, 네가 쓰는 이야기도 어쩌면 분명――."
[츠즈루]
그렇지. 작가라고 해서 꼭 고독하게 글을 써야 하는 건 아니야.
[에니스]
"그래. 그렇지."
-
[츠즈루]
……꿈속에서도 못 쓰다니. 나도 대단하네. 뭐, 내가 그렇지.
(나는 그저 소설을 많이 좋아할 뿐인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고 남에게 들려줄 만큼 엄청난 인생을 살아온 것도 아니야. 유별나게 특이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야. 어휘가 특별나게 풍부한 것도 아니고 특정 지식이 풍부한 것도 아니야.)
(지금까지도 내가 가진 것만 가지고 이야기를 써오지 않았어)
……내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다른 곳으로 찾으러 갈 수밖에 없어. 다른 사람을 의지해도 돼.
……이제 갈까.
-
[츠즈루]
아, 있다――.
[미즈노]
앗――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츠즈루]
아니,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복면은 좀! 쫓겨날 거야.
[미즈노]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적어도 이걸로…….
그런데 부탁하고 싶다는 게 어떤 건가요……?
[츠즈루]
사실은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
-
[츠즈루]
……그렇게 된 거야.
[미즈노]
……그렇군요.
[츠즈루]
뭐, 너한테도 꽤 옛날 얘기니까 잘 기억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밑져야 본전으로 물어본 거니까 전혀 기억 안 나도 신경 쓰지 마. 나도 똑같고.
[미즈노]
아뇨―― 그런 소중한 추억을 잊을 리 없죠!
[츠즈루]
어――?
[미즈노]
예전부터 몇 번이고 계속해서 회상했으니까요. 그 이야기가 완성되기까지의 경위는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츠즈루]
정말? 부탁할게, 알려줘.
[미즈노]
아, 알겠습니다. 그럼 역시……. 하지만 그런…… 송구해서……. 아니, 하지만…….
[츠즈루]
???
[미즈노]
……조, 좋아.
그런 거라면…… 츠즈루 군에게 꼭,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
[미즈노]
죄송합니다, 현관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츠즈루]
괜찮아, 어질러져 있어도.
…….
-
[미즈노]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츠즈루]
아니, 아마 10초도 안 흘렀을걸.
[미즈노]
어서 들어오세요!
[츠즈루]
엄청 넓네…… 완전 깔끔하고.
어, 저기, 부자연스럽게 뒤집어져 있는 액자――.
[미즈노]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츠즈루]
그, 그래?
(척 보기에도 엄청 수상한데, 파고들지 말자. 그런데 혹시 아까 이걸 뒤집은 건가……?)
[미즈노]
소파에 앉아 계세요! 아, 차 드시겠어요!? 미네랄워터와 탄산수, 드립 커피, 에스프레소와 카페라떼, 카페모카, 홍차는 아삼, 다즐링…… 루이보스티, 첨차, 검은콩차와 옥수수차, 그 외에도 있습니다!
[츠즈루]
진짜 많네. 아니, 그냥 커피면 돼.
[미즈노]
알겠습니다!
-
[츠즈루]
그런데 보여주고 싶다는 게 뭐야……?
[미즈노]
그렇죠. 지금 가지고 올게요.
[츠즈루]
(호~ 안에도 방이 있구나. 선반에 연극 DVD가 많이 갖춰져 있네……)
? (지금 들린 다이얼 음, 금고 열쇠 같은 소리였는데……)
[미즈노]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것이에요.
[츠즈루]
이건…… 국어 공책이야? 꽤 깔끔하게 썼네. 역시 미즈노야.
어라? 이 미로 낙서…….
[미즈노]
예전에 츠즈루 군이 자주 그렸었죠.
[츠즈루]
응, 사실은 지금도 가끔 그려…….
[미즈노]
그런가요! 다음에 보고 싶습니다!
[츠즈루]
낙서니까 거의 버려.
어라? 이 캇파, 혹시…….
[미즈노]
츠즈루 군이 그린 그림입니다. 당시 쉬는 시간에 생일파티 연극 아이디어를 둘이서 얘기하던 도중에 츠즈루 군이 갑자기 떠올랐다고 하면서…….
평소에는 츠즈루 군의 공책에 그렸지만, 이때는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제 국어 공책에 그렸어요. 그리고 '얘를 주인공으로 하자.'라고 말했죠.
[츠즈루]
그랬었나? 그런데 왜 캇파인거지…….
[미즈노]
함께 민들레를 땄던 둑의 강변에 캇파가 나온다는 소문이 당시 학교에 자자했거든요. 제가 무서워했더니 츠즈루 군이 진짜로 있으면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며 이 캇파를 그린 거예요. 그걸 시작으로 캇파와 소년이 친해지는 이야기가 탄생한 거죠.
[츠즈루]
……그런 계기였구나. 그건 그렇고 정말 잘 기억하고 있네.
[미즈노]
소중한 추억이니까요.
[츠즈루]
……잊어서 미안해, 캇파.
(……결국 그 각본도 나 혼자 아이디어를 내서 쓴 게 아니었어. 미즈노와 얘기면서 떠오르고, 쓰고 싶어진 이야기 였던거야)
이 공책, 어떻게 가지고 있었네.
[미즈노]
츠즈루 군이 자서전을 낼 때 귀중한 자료가 될 것 같아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어요.
[츠즈루]
자서전!? 지금 꼭 확정된 것처럼 말했는데 그럴 예정 전혀 없거든?
[미즈노]
하, 하지만 이런 기회가 찾아왔으니 당연히 츠즈루 군에게 돌려 드리겠습니다……!
[츠즈루]
아니, 이건 네 국어 공책이니까. 뭐랄까, 마음대로 낙서해서 미안해.
[미즈노]
아뇨, 그런! 가보가 됐는걸요!
[츠즈루]
싫지 않으면 미즈노가 가지고 있어줘. 필요 없어지면 버려도 되고.
[미즈노]
버리다니 당치도 않아요……!
하지만 츠즈루 군이 그렇게 말해줬으니…… 소중하게 간직해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츠즈루]
(토오루도 혼자서 글을 쓰려고 하다가 막혔어. 그럼 역시 사쿠야가 말한걸……)
참고가 많이 됐어. 고마워. 커피도 잘 먹었어.
[미즈노]
아뇨,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음에도,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츠즈루]
믿음직하네. 그럼 가볼게.
[미즈노]
힘내세요.
……. 후우…….
(루크 브로마이드를 확대한 포스터…… 츠즈루 군에게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