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애로 제8화
[츠즈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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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상황이 보이지도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모든 게 아무래도 상관없어진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야기에 관해서만 생각하게 된다.
쓰고 싶은 게 명확해지면 갑자기 두근두근 기분이 들뜬다.
떠오른 문장을 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다. 키보드를 치는 손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지금 온 세상을 통틀어 내 마음속에만 존재한다. 아직 이곳에밖에 없다.
지금 내가 죽으면, 이 스토리도 대사도 전해지는 일 없이 사라지겠지.
항상 글을 끝낼 수 있을지 마지막 순간까지 불안하다.
제대로 형태로 남길 수 있을지, 형태로 남긴다 하더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바르게 전해질지.
아직 알지 못하는 되돌릴 수 없는 오류로 모든 걸 뒤엎을 수밖에 없어서, 전부 지워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멈출 수 없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언제나, 불안 따위 날아가 버릴 정도로 글을 쓰는 손이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기분이 고양되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진다.
나는 분명 이 순간을 맛보고 싶어서 몇 번이고 다시 이야기와 마주하는 거겠지.
-
[츠즈루]
……. (집중했어. 분명 이대로 탈고까지 갈 수 있어)
[캇파]
"……? 카파~?"
[츠즈루]
응, 맞아. 네 이야기의 다음 편이야. 타로랑 제대로 만나게 해줄게.
[캇파]
"카파~!"
-
[마스미]
츠즈루, 제한시간――.
[츠즈루]
……다 됐다.
다 썼어, 마스미.
[마스미]
……그래. 잘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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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
…….
[츠즈루]
…….
[슈]
……후우.
이건 네가 진심으로 쓰고 싶은 건가?
[츠즈루]
맞아요.
[슈]
그보다 뭐야, 이 잘생긴 캇파라는 건. 이 역할만 나로 지정되어 있는데 애초에 왜 캇파야?
[츠즈루]
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쓴 각본에 캇파가 나와서…… 처음 쓴 각본은 제 근본이고 무척 소중한 추억이에요. 이 캇파 캐릭터도 제게는 정말 소중한 존재고요.
이 녀석이 성장한 모습이나 친구인 타로와 재회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그 캇파가 오토미야 씨처럼 멋있게 성장하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서…….
[슈]
그럼 이건 초등학교 시절에 쓴 미나기 선생님 첫 번째 작품의 스핀 오프라는 건가.
[츠즈루]
으음, 네에, 그렇죠.
(새삼스럽지만 진짜 개인적인 작품이네…… 그걸 오토미야 씨네 극단의 신작으로 써 달라니 말도 안 되지……)
[슈]
핫, 채용하지. 납기일까지 제대로 각본도 완성해와.
[츠즈루]
네……?
[슈]
뭐야, 그 표정은.
[츠즈루]
정말 괜찮겠어요? 왜…….
[슈]
쓰고 싶어서 썼다는 게 전해졌으니까. 내가 오더대로지.
[츠즈루]
그건, 그렇지만요…… 너무 개인적이지 않나 싶어서…….
[슈]
작가한테는 그런 에고도 필요해. 이전 플롯은 내 취향에 맞춰서 핫카쿠 씨를 의식한 부분이 아른거리는 게 마음에 안 들었어.
급하게 흉내 낸 걸로 맞붙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핫카쿠 씨 각본을 뒤쫓은 세월만 몇 년인데.
[츠즈루]
죄송합니다…….
[슈]
너한테도 말했잖아. 너는 핫카쿠 씨에게 없는 걸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캇파가 주인공이라니, 핫카쿠 씨는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이야. 이건 틀림없는 너만의 이야기다.
[츠즈루]
감사합니다. 이번에 오토미야 씨의 리퀘스트와 마주하면서 많이 벽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소중한 걸 다시금 깨달은 것 같아요.
[슈]
프로 일을 계속할 거면 앞으로도 자기 자신이라는 작가에 대해 몇 번이고 흔들리겠지. 지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점도 의심하는 때가 올 거야.
하지만 그때마다 떠올려라. 이렇게 너밖에 쓸 수 없는, 너만의 것을 소중하게 여겨.
[츠즈루]
네.
[슈]
참고로 본공연 용 각본을 쓸 때도 밤샘 금지야.
[츠즈루]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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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즈루]
……. ……'끝'.
(좋아, 이제 내일 아침에 다시 퇴고하고 오토미야 씨에게 초고를 넘겨야지)
……후우. 아직 자기에는 이르니까 잠깐 바람 쐬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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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즈루]
……. (다음은 봄조 제9회 공연 각본이지. 아마도 감독님은 쓰고 싶은 테마를 쓰면 된다고 할 거야. 오토미야 씨가 말했을 때는 고민도 되고 압박감을 느꼈지만, 지금이라면……)
[이즈미]
츠즈루 군? 마침 지금 방으로 차를 가져가려고 했는데. 여기 있었구나.
[츠즈루]
챙겨주셔서 고마워요.
[이즈미]
개운한 표정을 보니까 혹시……?
[츠즈루]
무사히 다 썼어요.
[이즈미]
축하해! 그럼 끝난 김에 홍차도 한 모금 마셔.
[츠즈루]
잘 마실게요.
지금 마침 봄조 제9회 공연 각본을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이즈미]
이제 막 끝낸 참일 텐데, 쉴 틈이 없네. 주연을 맡아서 쓰고 싶은 걸…… 쓰라고 하면, 지금은 좀 곤란하려나?
[츠즈루]
아뇨, 이제 괜찮아요. 지금은 아예 에세이 같은 각본을 쓰고 싶어졌어요.
작가 일을 계속하면서 이번 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 형태로 남기고 싶달까요.
[이즈미]
그렇구나.
[츠즈루]
…….
-
[???]
"흠."
[모자장수]
"네가 이야기를 짓는 그 순간마저 이야기. 그걸 관측해서 말하는 나 또한 이야기. 이 세상의 모든 건 이야기야."
[츠즈루]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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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츠즈루 군? 왜 그래?
[츠즈루]
아뇨, 아무것도 아님다. 잠깐 직업병이…….
[이즈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