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드는 블랑

볕이 드는 블랑 제6화

(•̀ᴗ•́) 2024. 3. 19. 21:09

[히소카]
…….

[가이]
미카게, 여기 있었군. 자고 있나?

[히소카]
……깨있어. 찾았어?

[가이]
곧 출근할 시간이라 일단 말을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감독님이 어쩌면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줬다.

[히소카]
……나도 갈게.

[가이]
안색이 조금 안 좋아. 오늘은 쉬는 게 좋겠어.

[히소카]
몸이 안 좋은 건 아니야. 그냥…… 요즘 들어 옛날 일이 종종 떠오를 뿐이야.

[가이]
저번 미팅 때도 가족의 꿈을 꿨다고 했지.

[히소카]
응…… 계속 꿈을 꿔.

[가이]
갑자기 여러 기억이 떠올라서 머리나 마음이 지칠 수 있어. 나도 경험했었지. 지금은 편히 쉬는 게 좋아.

[히소카]
……그럼 오늘은 쉴게. 고마워.

[가이]
그래, 잘 자라.

[히소카]
……. (항상 나는 가이의 향 냄새……)

-

[히소카]
(배고파…… 쓰러질 것 같아……)
――. (뭐지? 이 냄새는……)
(이 가게야…… 저 막대에서 나오는 연기 냄새……. 지금까지 맡아본 적 없는 냄새인데 어쩐지 차분해져……)

[점주]
거기, 뭐 훔칠 셈은 아니겠지? 수상한 짓 하면 가만 안 둔다.

[히소카]
……훔치지 않아.

[점주]
너 같은 애한테 팔만한 거 없어. 장사하는데 방해되니까 저리 가라.

[히소카]
…….

-

[히소카]
(안 좋은 일이 떠올랐어…… 잊고 있는 게 더 좋았을 텐데.)
(그 막대, 분명 향이었을 거야…… 그때는 몰랐지만)
……. (혼자 있기보다 가이랑 같이 가게에 갈 걸 그랬어……)

[아즈마]
앗, 여기 있었네.

[히소카]
……아즈마? 왜 여기에?

[아즈마]
가이가 네 상태를 보러 가달라고 했는데, 와보길 잘했네. 혹시 혼자서 외로웠어?

[히소카]
…….

[아즈마]
드물게 잠을 못 잤다는 표정인걸. 무릎베개라도 해줄까?

[히소카]
……응.

[아즈마]
어쩐지 히소카, 어린애 같아.

[히소카]
(따뜻해…… 이제 잘 수 있을 것 같아……)

[아즈마]
편히 잘 자.

-

[츠무기]
히소카 군, 괜찮을까?

[타스쿠]
미카게 말이지…….

[츠무기]
월드 마켓에 다녀와서 기운을 찾은 줄 알았는데, 괜히 더 울적하게 만든 것 같아.

[타스쿠]
……그러는 너는 어떤데?

[츠무기]
어?

[타스쿠]
할머니가 나았을 즘부터 너 상태가 좀 이상했잖아. 다들 알고 있어.

[츠무기]
아, 역시……?
다들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했는데, 내 마음 문제니까 따로 얘기하기도 조금 민망해서.

[타스쿠]
그런데 혼자서는 마음의 정리가 잘 안 되는 거잖아.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면 후련해지기도 하니까.

[츠무기]
그렇지. ……저번에 할머니랑 같이 앨범을 보면서 옛날 얘기를 했어.
그런데 어릴 때 같이 꽃밭에 갔던 얘기를 했더니, 할머니가 기억을 못하셔서…….

[타스쿠]
꽃밭?

[츠무기]
응. 내가 6, 7살 때쯤이니까 꽤 옛날 일이야. 나도 자세히 기억하는 게 아니라서 서운해할 자격은 없는데.

[타스쿠]
……. 잠깐 기다려봐.

[츠무기]
?

[타스쿠]
분명히 여기에…… 있다.
자, 이거.

[츠무기]
모란 그림…… 책갈피?
――.

-

[츠무기]
우와아, 굉장해! 꽃으로 된 융단 같아!

[츠무기 할머니]
시기가 잘 맞았네. 엄마랑 아빠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에 같이 오자꾸나.

[츠무기]
할머니, 모란이 정말 예뻐!

[츠무기 할머니]
그렇지? 할머니는 한 번이라도 좋으니 여기 모란이 보고 싶었어. 츠무 쨩이랑 같이 와서 기쁘구나.

[츠무기]
다음에 꼭 또 오자!

[츠무기 할머니]
그러자. 거리가 좀 있으니 츠무 쨩이 조금 더 큰 후가 되려나.

-

[타스쿠]
할머니랑 다녀왔다는 꽃밭, 여기 아냐? 책갈피 뒤에 '플라워 파크'라고 쓰여 있는데.

[츠무기]
――. 맞아…… 엄마랑 아빠가 바빠서 할머니가 휴일에 혼자 데려가 주셨어…….

[타스쿠]
넌 네가 가질 기념품 뭐 안 샀었어?

[츠무기]
글쎄…… 형태로 남는 건 안 샀던 것 같아.
뭔가 하나 있으니까 이렇게 단숨에 떠오르는구나.

[타스쿠]
잘됐네.

[츠무기]
그런데 이런 옛날에 준 걸 지금까지 갖고 있었어?

[타스쿠]
저번에 집에 갔을 때 마침 짐 정리를 했더니 나온 거야.

[츠무기]
집에 볼일이 있다던 게 짐 정리였구나.

[타스쿠]
전에 보내고 반 남은 걸 이제 보낸다고 하길래 서둘러 갔지.
옛날 대본에 끼워져 있었어. 교과서 같은 데 끼워놨으면 버려졌을 거야.

[츠무기]
후후, 그러게. 대본이라 다행이야.
……다시, 여기에 가서 사진을 찍어오면 할머니도 기억해주실까?

[타스쿠]
뭔가 계기가 있으면 떠올리실 거야. 츠무기 너도 책갈피 보고 생각난 거잖아.

[츠무기]
다음에 또 모란을 보러 가야지.
(그러고 보니 히소카 군도 모란에 추억이 있어 보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