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막 제 13화::고독한 내전
[츠무기]
가이 씨, 이 화분을 저쪽으로 옮길건데, 도와주시겠어요? 지금 계절에 이곳은 너무 추워서요…….
[가이]
알았다.
[츠무기]
감사합니다.
[츠즈루]
……쿨쿨.
[타스쿠]
정말이지. 적당히, 자신의 한계라는 걸 알라고…….
[츠무기]
어라, 타스쿠?
[타스쿠]
아, 둘 다 거기 있었구나. 연습실로 집합이야. 대본이 완성된듯 해.
[츠무기]
그런 것 같네.
[츠즈루]
……쿨쿨.
[가이]
그것도 옮기는 걸 도우면 되나?
[타스쿠]
그럼 고맙지.
[츠무기]
가이 씨, 화단은 연습 후에 돌봐요.
[가이]
알았다.
-
[이즈미]
……. (크리스티누를 남자로 새롭게 해석한 '오페라의 유령' …….)
(연애색이 없어지는 만큼, 유령의 과거를 찾는 서스펜스를 강화했구나. 극장을 무대로 한 가수들의 인연과 우정 이야기…….)
[타스쿠]
재밌어.
[츠무기]
서스펜스와 우정물이 섞여서 좋은걸.
[호마레]
제 2회 공연의 시나리오가 떠오르는군. 이번엔 조금 더 서스펜스에 근접해 있어.
[아즈마]
무대에 서는 신도 많으니까 의상이랑 메이크업도 빛나겠어.
[타스쿠]
이번 악역은 지금까지는 없던 완전한 악인이네.
[히소카]
……겨울조 각본에서는 처음.
[아즈마]
인간미가 있어서 괜찮지 않아?
[이즈미]
(다들 각본을 읽고 두근두근하나봐. 츠무기 씨랑 타스쿠 씨는 원래 그렇지만, 아즈마 씨나 히소카 씨, 호마레 씨가 연극을 대하는 자세는 이전과는 달라졌어.)
(가이 씨는…….)
[가이]
…….
[이즈미]
어떤가요?
[가이]
……알 수 없지만, 괜찮은 것 같군.
[이즈미]
(으―음, 역시 감정을 읽을 수 없어……. 이번 팬텀은 증오, 슬픔을 내면에 품고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역할이야. 가이 씨가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될지 좀 걱정되네…….)
[츠무기]
……팬텀은 어렵네요.
[타스쿠]
격정보다 억누른 감정표현이 기술이 더 필요하니까.
[아즈마]
서있는 모습이나 분위기는 딱 맞는데.
[이즈미]
(역시, 다들 걱정이겠지. 이 과제를 어떻게든 공연 전까지 클리어해야 돼.)
일단, 리딩 한 번 해볼게요.
-
[츠무기]
"너는 정말 망령인 거야? 어째서, 망령이 되어서까지 노래를 계속 하는 거지? 노래에 홀려 있는 거야?"
[가이]
"그런 거겠지. 분명."
[츠무기]
"네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 한 번 더 무대에서 노래해보지 않겠어? 너는 그러기 위해 계속 노래하고 있는 거지?"
[가이]
"……그런 게 가능할 리 없다. 나는 그저 그림자야."
[이즈미]
(역시, 팬텀의 감정표현이 이번 연극의 가장 큰 과제가 되겠어.)
……. (연습은 진지하게 임하고 있으니, 감정표현만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럼, 오늘 오전연습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오후에 할게요. 수고하셨습니다.
[호마레]
수고했네.
[히소카]
……피곤해.
[이즈미]
(가이 씨의 연습을 어떻게 할지 츠무기 씨랑도 상담해둘까.)
츠무기 씨, 잠시 의논할 시간을 내줄 수 있을까요?
[츠무기]
네.
가이 씨, 먼저 안마당에 가주세요.
[가이]
알았다.
-
[히소카]
……새근새근.
[가이]
……. (방금 연습실에서 동시에 나왔을 텐데…… 어느새?)
-
[호마레]
나는 있는 그대로의 히소카 군이 마음에 들어. 마시멜로를 준비하는 건 혼자서 싸우는 히소카 군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 고생은 아니라네.
-
[가이]
(분명, 미카게를 깨우려면 마시멜로를…….)
[히소카]
……덥석. ……우물우물.
[가이]
미카게는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 건가?
[히소카]
……. ……과거.
[가이]
과거?
[히소카]
……저번에,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았어.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기억을…….
……그 과거를 받아들이기 위해 싸우고 있어.
[가이]
…….
[히소카]
……가이는 나랑 조금 닮은 것 같아.
……나는 내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무의식적으로 과거에서 도망치고 있었어.
가이는 뭐에서 도망치고 있어?
[가이]
――.
(내가…… 도망치고 있어?)
-
[시트론]
《가이, 저것을 봐. 올해도 재스민이 예쁘게 피었어. 나는 이 향기를 맡으면 마음이 안정돼.》
[가이]
《……그렇군.》
[시트론]
《……너는 이해하기 어렵겠지.》
[가이]
《…….》
-
[가이]
(그 때도, 나는――.)
[히소카]
――앗.
[가이]
왜 그러지?
[히소카]
……마시멜로, 떨어질 것 같아.
[가이]
아리스가와에게 받아오면 된다.
[히소카]
……아리스가 주는 마시멜로는 질렸어. 아즈마가 주는 고급스러운 게 좋아.
[가이]
……. (이렇게 보면, 첫인상과 다를 바 없이 보이지만…… 모두, 내가 생각한 인상과는 다른 일면을 가지고 있는 건가……?)
……미카게가 보기에, 유키시로는 어떤 인간이지?
[히소카]
아즈마는…… 다정해. 항상 여유가 있어. 하지만, 가끔 지켜줘야 겠다고 생각해.
[가이]
지킨다……? 유키시로는 정신적으로 자립한 어른 인데도?
[히소카]
응.
[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