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막 제 19화::낡은 부적
[가이]
…….
-
[가이]
아빠――.
-
[가이]
――윽. ……하아.
[이즈미]
……가이 씨.
[가이]
――.
[이즈미]
잠시 괜찮을까요?
[가이]
……상관없다.
[이즈미]
아까는 죄송했어요.
[가이]
아니…… 나야말로, 그런 태도를 보여 미안했다. 자신도 왜 그렇게 평정을 잃었는지 놀라고 있다.
[이즈미]
사과하지 말아 주세요. 가이 씨가 그렇게 감정을 내비친 것 자체는 다들 기뻤으니까요.
[가이]
기뻤다고……?
[이즈미]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렵다고 하셨잖아요.
[가이]
그래, 그랬지…… 확실히, 평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기분 나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시트로니아도 항상 고물이라고 했었지.
[이즈미]
시트론 군도, 가이 씨가 감정을 드러내는 걸 보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고물이라고 했던 건, 가이 씨를 화나게 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가이]
그런, 것인가…… 모르겠다.
[이즈미]
시트론 군하고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거죠? 계속 종자로 있었던 거예요?
[가이]
아니…… 나는 처음엔 단순한 병사로 왕궁에 고용됐다.
……내가 배속된 부대는 특수한 곳으로, 이른바 표면에 드러낼 수 없는 부류의 임무를 처리했었다. 자진해서 가려고 하는 자가 없기에, 사정이 있는 자들이 모이는 쓰레기 터라고 불리고 있었지. 거기서 나는 각종 무기 사용법과 첩보 활동에 관한 지식을 주입받았다.
그렇게, 지독한 훈련을 끝내고, 마침내 임무를 맡게 되었을 때…… 시트로니아를 만났다.
-
[가이의 상사]
《알겠나. 내일, 밤 10시에 타깃은 이 뒷길을 지날 거다. 그때를 노려라.》
[가이]
《……예.》
[가이의 상사]
《――멈춰. 누군가 있다.》
[시트론]
《…….》
[가이]
《?》
[가이의 상사]
《이봐, 숨어.》
[시트론]
《…….》
[가이]
《…….》
[시트론]
《……너는 누구야?》
[가이의 상사]
《죄송합니다. 왕자. 왕자가 신경 쓸만한 인물이 못 됩니다.》
[가이]
《…….》
[시트론]
《나는 누구냐고 물었다.》
[가이]
《가이다.》
[가이의 상사]
《멍청한 것. 무례하기는. 말을 조심해라. 머리도 숙여.》
[가이]
《……미안하다. 아직 왕족을 향한 대응은 인스톨되어있지 않다.》
[시트론]
《인스톨?》
[가이]
《나는 안드로이드다. 인스톨 되어 있지 않은 동작은 하지 못한다.》
[가이]
《스위치는 어디 있어?》
[가이]
《여기다. 하지만, 함부로 스위치를――.》
[시트론]
《꾹.》
[가이]
《…….》
[시트론]
《진짜 멈췄네!》
《꾹.》
[가이]
《함부로 스위치를 누르면 안 된다.》
[시트론]
《너 재밌다!》
[가이의 상사]
《왕자, 저희는 그림자 같은 존재입니다. 본래, 왕자와 만나 뵐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부디 못본 척 지나가시길 바랍니다.》
-
[시트론]
《가이! 같이 놀자!》
[가이]
《시트로니아, 이곳에 오면 안 된다.》
[시트론]
《상관없어. 왕태자인 내가 가이와 놀겠다고 말했다.》
[가이]
《내게는 임무가 있다.》
[시트론]
《어떤 임무야?》
[가이]
《……말할 수 없다. 위험한 임무다.》
[시트론]
《죽는 거야?》
[가이]
《부서질 뿐이다.》
[시트론]
《그건 안 돼! 나랑 놀 수 없게 되지 않나. 그래! 내 종자가 되면 돼. 그러면 위험한 임무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가이]
《하지만…….》
[시트론]
《좋아, 결정했어! 오늘부터 너는 내――.》
-
[가이]
그대로 그 부대에 있었으면, 나는 훨씬 전에 고장 나서 폐기되었겠지. 어차피, 얼마든지 대신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다. 그곳에서 병사는 쓰고 버리는 말에 지나지 않아.
[이즈미]
……시트론 군은 가이 씨를 구하고 싶었던 거군요.
[가이]
그저 신기한 장난감이 갖고 싶었던 것뿐이겠지.
[이즈미]
그런…….
[가이]
그렇지 않으면, 간단하게 버릴 리 없다.
[이즈미]
――. (정말로 왜 시트론 군은 거짓말을 해가면서 가이 씨를 이곳에 두고 간 걸까. 이제 와서는, 시트론 군에게 확인할 수도 없지만…….)
(하지만 적어도, 가이 씨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던 건 아닐 거야.)
-
[시트론]
감독님이…… 가이가, 많이 웃을 수 있기를.
-
[이즈미]
시트론 군은 가이 씨를 버린 게 아니에요. 시트론 군한테 부적을 받았을 때, 시트론 군은 가이 씨가 많이 웃을 수 있기를 바랐어요.
[가이]
부적?
[이즈미]
――잠깐만 기다려 주겠어요?
-
[이즈미]
시트론 군이 사라지기 직전에 받은 거예요.
[가이]
이건…… 내가 시트로니아에게 준 것이다.
[이즈미]
네? 가이 씨가……?
(이건 일본 부적이지…… 그렇다는 건, 역시 가이 씨는 일본에 있었던 건가?)
[가이]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다. 낡아서 버리려고 했더니 시트로니아가 달라고 하더군. 거절할 이유도 없으니 시트로니아에게 주었는데, 설마 아직 가지고 다닐 줄이야…….
[이즈미]
길조를 상징하는 거라서 부적을 계속 몸에 지니고 있는 사람은 많아요.
[가이]
그런 것인가…….
[이즈미]
가이 씨한테 받았기 때문도 있지 않을까요.
[가이]
내게 받았기 때문에……? 무슨 뜻이지?
[이즈미]
시트론 군이 그만큼 가이 씨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가이]
…….
[이즈미]
(가이 씨는 자신의 감정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의 감정도 잘 모르는 걸지도…….)
[가이]
……안에 뭔가 들어있군.
[이즈미]
네?
[가이]
내가 가지고 있었을 때는 이런 감촉이 아니었다.
[이즈미]
그럼, 시트론 군이……?
[가이]
……열어보겠다.
…….
[이즈미]
그건 뭐예요?
[가이]
마이크로칩이다.
[이즈미]
왜, 시트론 군이 그런 걸…….
[가이]
알 수 없다.
[이즈미]
안에 무슨 데이터가 들어있는지 알아볼 수 있어요?
[가이]
나라에 돌아가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그걸 위한 장치가 주변에 없다.
[이즈미]
보통 PC로는 안 된다는 거죠……?
(이런 특수한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아.)
히소카 씨한테 상담해봐요!
[가이]
마카게한테……?
[이즈미]
(히소카 씨나 치카게 씨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도 몰라!)
-
[타스쿠]
마이크로칩……?
[히소카]
에이프…… 치카게가 뭔가 가지고 있을 거야. 잠깐 기다려.
[이즈미]
다행이다…….
[타스쿠]
우츠키는 대체 뭐 하는 녀석이야?
[아즈마]
수수께끼가 많아서 재미있어.
[호마레]
그런데, 저런 건 어디서 났나?
[이즈미]
시트론 군한테 받은 부적에 들어있었어요.
[츠무기]
시트론 군의 부적……?
[이즈미]
원래는 가이 씨 것이었나 봐요.
[타스쿠]
즉, 가이 씨는 역시 일본에 있었다는 건가…….
[가이]
그런 기억은 없지만.
[이즈미]
…….
-
[히소카]
……내용물을 알았어.
[이즈미]
엇, 벌써!?
[히소카]
……딱히 보안이 걸려있지도 않았으니까. 칩 내용물은 자흐라 왕국의 데이터베이스에 액서스하기 위한 키였어.
그 키를 쓰면 호적정보를 볼 수 있어.
[타스쿠]
……누구의?
[히소카]
가이…… 니시키 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