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에 죽다. 제4화
[가이]
"죽어라――!"
[타스쿠]
"――윽."
[가이]
"핫!"
[타스쿠]
"훅――."
"너는, 토지로의――무슨 짓이냐. 야습이 토지로의 방식인가?"
[가이]
"그건 이쪽이 할 말이다."
[타스쿠]
"뭐야?"
[이즈미]
"……."
(으~음, 가이 씨는 아직 감을 잡아가는 상태라고 치고, 타스쿠 씨가 평소답지 않아. 숙련도는 있는데 망설임이 있다고 해야 하나, 미적지근하다고 해야 하나……)
[츠무기]
타스쿠답지 않네요.
[이즈미]
――츠무기 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즈마]
어디 안 좋은 걸까?
[히소카]
……마시멜로가 부족한 걸지도.
[호마레]
설마. 자네도 아니고.
[유조]
실례한다.
[이즈미]
아, 유조 씨. 수고하십니다.
[타스쿠]
난투연습 시간인가.
[가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유조]
그럼 대충 보여줘 봐.
-
[타스쿠]
…….
[가이]
…….
[유조]
……뭐, 난투 자체는 문제없군. 둘 다 제대로 하고 있어.
단, 덩치에 비해서 박력이 전혀 없어. 그 큰 덩치는 장식이냐?
[타스쿠]
――.
[가이]
…….
[유조]
알겠어? 이 장면은 목숨을 건 진검승부다. 검호 두 사람이 서로 죽이는 거라고.
특히 죽을 곳을 찾고 있던 무사시에게는 인생 최고의 클라이맥스다. 그런데 긴박감도 박력도 없으면 그저 애들 칼싸움으로 보일 뿐이야.
무사시는 표정을 잘 만들고 있지만, 역할을 어떻게 표현할지 정해지지 않았군. 검을 휘두르는 움직임에도 그게 나와서 일관성 없이 허술해보여.
그런 식이면 검에 살고 죽는 검호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지. 엉망이야. 중요한 라스트 신이 우스워 보이지 않도록 상대를 진짜 죽일 생각으로 임해라.
[타스쿠]
……알겠습니다.
[유조]
뭐, 거기 새로 온 외국인은 표정조차 만들지 못했지만 말이야. 난투만 볼만하고 다른 건 다 부족해.
[가이]
――. ……정진하지.
[이즈미]
(가이 씨는 배우로서 경험이 부족한 게 여실히 나타난 거지. 저번에는 수수께끼에 쌓인 팬텀 역할이었으니까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주연과 준주연이라는 형태로 타스쿠 씨와 나란히 서는 역할이다 보니 눈에 띄어)
[유조]
둘 다 무사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
[가이]
……무사라.
[타스쿠]
…….
[호마레]
그렇다면 무사답게 무사수행을 해보면 어떻겠나.
[타스쿠]
무사수행?
[호마레]
그래.
[가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 되지?
[호마레]
물론, 배우에게 무사수행이란 죽 룰이 없는 에튀드―― 길거리 공연이지.
[히소카]
……답답해.
[타스쿠]
그렇다면 그렇다고 바로 말해.
[이즈미]
하지만 명안이에요!
[아즈마]
응, 좋은 생각이야.
[츠무기]
해봐요.
-
[타스쿠]
"……."
[가이]
"……."
[타스쿠]
"……왔군."
[가이]
"무사시, 너는 어째서 싸우는 거지?"
[타스쿠]
"죽을 곳을 찾기 위해…… 죽기에 가치 있는 상대로 보이기 위함이다!"
[이즈미]
(역시 아직 좀 박력이 부족해……. 타스쿠 씨와 가이 씨의 연기 경험의 차도 있지만, 서로가 맞물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관객A]
호오~ 겨울조가 난투라니 신선해!
[관객B]
그런 이미지 없었는데!
[이즈미]
(새로운 도전은 관객들도 호평이라서 다행이야. 이대로 연습을 계속해서 익숙해지면 어떻게든 되려나)
[레니]
……GOD 극단의 이전 톱도 많이 추락했군.
[가이]
――.
[츠무기]
……카미키자카 씨.
[타스쿠]
……오랜만입니다.
[레니]
오랜만에 타스쿠가 주연을 맡았다고 듣고 어떤지 보러 왔더니, 정말 기대 밖이로군.
준주연이 정말 조잡해. 타스쿠에게 어울리지 않아. 나란히 섰을 때의 언밸런스를 자기는 모르는 건가?
[가이]
…….
[이즈미]
잠깐, 그건――.
[레니]
타스쿠도 타스쿠다. MANKAI 컴퍼니에 들어가고 네 연기 레벨은 떨어졌어. 그 자리에 안주해 주변의 낮은 레벨에 물들어 버린 건가.
몰락하기 전에 자기에게 어울리는 곳으로 가는 게 좋을 거다.
[타스쿠]
――.
[츠무기]
할 말만 하고 가버렸네요…….
[이즈미]
저렇게까지 말할 필요 없잖아.
[호마레]
저자는 여전하군.
[아즈마]
타스쿠도 가이도 신경 쓰지 마.
[타스쿠]
…….
[이즈미]
연습을 계속하면, 분명――.
[타스쿠]
미안. 당분간 연습을 중지해도 될까?
[이즈미]
네?
[츠무기]
중지라니…….
[타스쿠]
……미안해.
[이즈미]
타스쿠 씨…….
-
[극단원A]
오늘도 고마웠어.
[이즈미]
아니요. 수고하셨습니다. 먼저 가볼게요.
[극단원A]
수고했어~
[이즈미]
후우…….
(결국 그 뒤로 연습은 중지…… 타스쿠 씨도 생각하는 게 있어서 그런 걸 테니 다들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지만, 괜찮을까?)
(아직 시간도 있고 겨울조라면 조금 쉬더라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지)
(누구보다 열심히 연기하는 타스쿠 씨가 연습을 쉬고 싶다고 하다니, 분명 엄청난 일이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때 레니 씨가 한 말이 모든 원인은 아닐 텐데)
…….
[츠무기]
……어라?
[이즈미]
아, 츠무기 씨. 알바 끝나고 가는 길이에요?
[츠무기]
네. 감독님은요?
[이즈미]
다른 극단에서 일을 돕다가 돌아가는 길이요.
[츠무기]
수고하셨어요.
[이즈미]
――그 뒤로 타스쿠 씨는 어때요?
[츠무기]
여전해요. 방에 있을 때는 계속 대본을 읽고 있고, 뭔가 생각에 잠긴 것 같아요.
[이즈미]
그런가요…….
[츠무기]
일단 이유를 물어보기는 했는데요…….
"이런 어중간한 마음으로는 무사시를 연기할 수 없어. 미안하다." 라고.
[이즈미]
어중간한 마음…… 대체 무슨 말일까요?
[츠무기]
이럴 때의 타스쿠는 물어봐도 아무것도 대답해주지 않아서요. 이 이상 자세하게는…….
[이즈미]
……. (지금은 타스쿠 씨를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나)
(하지만 만의 하나의 일을 생각하면 아무런 대책 없이 있을 수만도……)
[???]
……어라? 츠무?
[이즈미]
?
[츠무기]
아, 후유키 군.
[후유키]
오랜만이야.
[이즈미]
(이 사람, 누구랑 좀 닮았는데……)
[츠무기]
감독님, 이쪽은 타스쿠네 형인 후유키 군이에요.
[이즈미]
타스쿠 씨네 형!?
(그래! 타스쿠 씨랑 닮았어!)
[츠무기]
후유키 군, 이분은 우리가 소속해있는 극단의 총감독님이셔.
[이즈미]
타치바나 이즈미예요. 처음 뵙겠습니다.
[후유키]
처음 뵙겠습니다. 항상 타스쿠가 신세 지고 있어요.
[이즈미]
(생긴 건 닮았는데 분위기가 전혀 다르네. 형 쪽은 부드러운 느낌이라 타스쿠 씨랑은 정반대야)
[츠무기]
이런 데서 만나다니. 일 때문에 온 거야?
[후유키]
아니, 오늘은 쉬는 날. 대학 시절 친구가 연기를 한다고 해서 보러 온 거야.
[츠무기]
그랬구나.
[후유키]
그러고 보니 슬슬 겨울조도 공연하지? 연습은 순조로워?
[츠무기]
아, 응. 뭐…….
[후유키]
동생이 주연이니까 꼭 휴가받아서 보러 갈게.
[이즈미]
아, 네, 꼭 와주세요!
(연습은 도저히 순조롭다고는 말 못 하지만……)
[츠무기]
다들 여전하셔?
[후유키]
응, 여전해. 츠무기, 집에 좀 더 자주 오라고 타스쿠한테 말 좀 해줘.
[츠무기]
짐 정리도 해야 했었지.
[후유키]
그래. 그 녀석 예전부터 연기 외에는 무슨 말이든 다 흘려듣는다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초등학교 체육관 허문다는 거 들었어?
[츠무기]
엇…….
[후유키]
노후화가 심해서 다시 짓는다고 해.
[츠무기]
……그렇구나. 좀 허전하다.
[후유키]
생각해보면 거기가 너희가 가장 처음 선 무대였지. 지금도 이렇게 둘이서 같은 무대에 서고 있다니, 재밌다니까.
[이즈미]
(타스쿠 씨나 츠무기 씨가 배우에 뜻을 두게 된 계기가 된 무대 말이구나. 그게 허물어진다니……)
[츠무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설 수 없을까.
[후유키]
선다니, 초등학교 무대에?
[츠무기]
응.
[후유키]
OB니까 견학 가는 것 정도는 가능할 테지만…….
[츠무기]
다시 한 번, 그곳에서 타스쿠와 연기하고 싶어. 어쩐지 그렇게 하면 뭔가 바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타스쿠도 분명――.
[이즈미]
츠무기 씨…….
[후유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희한테 필요한 일인 거지?
[츠무기]
응.
[후유키]
――그럼 어떻게든 해줄게.
[츠무기]
어?
[이즈미]
어떻게든 하겠다니…….
[후유키]
다시 연락할게.
감독님, 두 사람을 잘 부탁드려요.
[이즈미]
앗, 네!
……그런데 어떻게든 하겠다니,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츠무기]
후유키 군은 지역 파출소에서 일하는 경찰이거든요. 지역 사람들에게 인망도 두텁고, 어쩌면 초등학교에 말해 줄지도요…….
[이즈미]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