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야]
(텅 비어있던 극장이 사람의 열기로 조금씩 따뜻해진다. 객석은 만원. 기대와 잔잔한 흥분이 막 너머로 절절히 전해진다. 마지막 날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전부 다 내보이고 싶다. 긴장과 불안으로 무릎이 떨려온다)
[마스미]
…….
[사쿠야]
(나랑은 달리 마스미 군은 여전히 쿨해)
[츠즈루]
…….
[사쿠야]
(츠즈루 군은 계속 대본을 보고 있는데, 이제 와서 또 대사 바꾸자고 하지는 않겠지?)
[이타루]
…….
[사쿠야]
(이타루 씨도 조금 긴장한 것 같아. 단장인 내가 정신 차리고 있어야지)
[시트론]
…….
[사쿠야]
(여전히 시트론 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침착하구나)
…….
(괜찮아. 몇 번이나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여기까지 왔어. 겨우 여기까지 온 거야)
(마음이 떨려. 긴장도 불안도 흥분도 전부 집어삼키고, 마음 속 꽃봉오리가 필 것 같아. 웃고 싶을 정도로 두근두근 거려. 오늘 반드시, 우리는 처음으로 만개하게 될 거야)
그렇죠, 감독님……!
[츠즈루]
꽃피우고 싶어.
[마스미]
꽃피게 해줘.
[시트론]
꽃피고 싶어.
[이타루]
꽃피게 해줄 거지?
[사쿠야]
우리를―― 꽃피워주세요, 감독님!
[이즈미]
(으음, 극장이 어디더라? 전단지에 지도가 있었을 텐데. ……MANKAI 극장. 여기면 비로드웨이 구석인가? 하여튼 가보자)
-
[이즈미]
(여기가 연극의 성지인 비로드웨이구나……. 어렸을 때 와봤던 모양이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듣기는 했지만 정말 극장이 많네. 간판을 지나치지 않게 주의해야지……)
[아파보이는 남자]
으으…….
[이즈미]
? (웅크리고 있어. 몸 상태가 안 좋은가?)
저기, 괜찮아요?
[아파보이는 남자]
괘, 괜찮아요…….
[이즈미]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
무슨 일 있어요?
[이즈미]
아, 이 사람이 웅크리고 있어서 말을 건건데――.
[아파보이는 남자]
정말, 괜찮아요…….
[초조한 기색의 청년]
타스쿠!
[이즈미]
? (아는 사이인가?)
[타스쿠]
하루토…….
[타스쿠]
병원을 빠져나오면 안 돼!
[이즈미]
뭐?
[타스쿠]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평생 병원 밖으로 나오지 못하잖아.
[이즈미]
(왠지 복잡한 얘기일 것 같은데. 뭔가 좀 이상해)
[???]
저기…….
[통행인A]
아, 길거리 공연이야.
[통행인B]
저 애 무대 본 적 있어!
[이즈미]
(길거리 공연? ……아, 그렇구나!)
[???]
어떡하죠? 이제 괜찮은 걸까요?
[이즈미]
응. 좀 떨어져 있자.
[???]
네? 하지만…….
[이즈미]
보면 알게 될 거야.
[???]
???
[타스쿠]
확실하게 말해줘! 내 병은 나을 수 없는 거잖아?
[하루토]
그렇지 않아!
[타스쿠]
거짓말 하지 마. 저번에 우연히 들었어. 하루토와 선생님이 얘기하는 거…….
[하루토]
어?
[타스쿠]
아무것도 모른 채로 죽기는 싫어. 제대로 알고 싶어. 내 병에 대해서……. 부탁이야, 하루토…….
[하루토]
여기는 남의 눈에 띄어. 병원에서 얘기하자.
[타스쿠]
……알겠어.
[이즈미]
(여기서 일단락인가?)
[타스쿠]
관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토]
감사합니다!
[통행인A]
역시 GOD 극단의 배우는 잘하네~
[통행인B]
연기에 빠져들게 되지.
[이즈미]
(정말 눈을 땔 수 없었어! 연극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
어? 연기? 방금 그거 연극이에요?
[이즈미]
길거리 공연이라고 해서, 애드리브로 연기하는 노상 퍼포먼스야. 자금 벌기와 선전을 겸해서 극단원이 하고 있어.
[???]
아~! 즉흥극이나 플래시 몹 같은 건가?
[이즈미]
그래 맞아. 소극장이 많은 거리에서는 꽤 활발한데, 처음엔 좀 놀라지.
[???]
오오…… 역시 연극의 거리. ……나도 더 공부해야겠어.
[타스쿠]
너희, 방금 전에는 걱정 끼쳐서 미안했어. 고마워.
[하루토]
나왔더니 통행인하고 얘기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어.
[타스쿠]
네가 느리게 나와서 그래.
[하루토]
뭐야 그게, 내가 나쁘단 거야?
[이즈미]
조금 놀라긴 했지만 재밌었어요.
[타스쿠]
괜찮으면 다음에 GOD 극단의 무대를 보러 와줘.
[이즈미]
네.
[???]
저기, GOD 극단은 지금 단원모집 하고 있어요?
[하루토]
하고 있는데, 입단희망?
[???]
아직 생각하는 중인데요, 기숙사는 있나요?
[하루토]
우린 그런 거 없어. 집에 사는 녀석들 외에는 모두 근처에 방을 빌렸지.
벌이가 되는 녀석들은 적으니까 힘들어. 항상 간당간당하게 집에서 보내주는 돈에 의지하고 있는 녀석들도 많고.
[???]
그런가요…….
[하루토]
경험자고 실력이 있으면 별개의 얘기지만?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타스쿠]
감사합니다.
[이즈미]
(저 애, 극단에 들고 싶은 건가……? 왠지 옛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그립네)
(나도 돈 넣고 와야지)
[하루토]
항상 감사합니다! 또 보자~
[이즈미]
(이 애들 화려한 외모에 연기도 잘하고, 인기 있겠어. 역시 비로드웨이 본고장은 레벨이 높네. 지금 보러 가는 무대도 기대되는걸!)
-
[이즈미]
(MANKAI 극장은 여기…… 맞지? 엄청 역사 깊다고 할까, 오래됐다고 할까, 솔직히 낡았어……! 오늘 공연이 있을 텐데 사람도 없고. 괜찮은 건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 편지가 단순한 장난이었다면……)
-
[이즈미]
MANKAI 컴퍼니가 아빠가 있던 극단이지? 보낸 사람이 아빠 앞으로 편지를 썼다는 건 아빠를 안다는 거고, 만나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엄마]
그럼 마음대로 하렴. 엄마는 모른다.
[이즈미]
아빠가 없어진 뒤로 벌써 8년이야. 엄마는 걱정되지 않아?
[엄마]
그런 사람, 어차피 어디 길가에 쓰러져 죽었을 거야. 연도 끊었고 상관없어.
-
[이즈미]
(그런 말을 하고…… 엄마는 정말 아빠가 걱정되지 않는 걸까?)
(그리고 이 편지를 보낸 마츠카와 이스케라는 사람은 아빠랑 무슨 관계일까? 아빠 극단의 관계자인가?)
[???]
거기 너, 이 극단에 볼일이 있나?
[이즈미]
――. 혹시, 마츠카와 씨――.
[야쿠자 같은 남자]
뭐야?
[이즈미]
(아니야. 아닐 거야. 부디 아니기를!)
[야쿠자 같은 남자]
너…… 설마.
[이즈미]
아, 사람을 잘못 봤어요. 저는 편지 같은 건 받은 적 도 없고, 지나가던 통행인A예요.
(설마 아빠, 이 사람한테 돈을 빌렸다던가 그런 건 아니지?)
[야쿠자 같은 남자]
볼일이 없으면 빨리 가. 험한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이즈미]
험한 꼴……?
[???]
꺄아아아!
[???]
아자아자아자~
[이즈미]
!? (뭐, 뭐야!? 이 소리는…… 저거 포크레인!?)
[불량해 보이는 남자]
어때~! 포크레인이라고~! 강하다고~! 무섭지~!
[곱슬머리 남자]
꺄아아아! 그만해애!
[이즈미]
(왜 이런 도시에!?)
[불량해 보이는 남자]
형님~! 부숴도 되나요~!?
[야쿠자 같은 남자]
시작해, 사코다. 단, 간판만이다. 건물은 벌레스크로 개조해서 사용할거야.
[사코다]
알겠심다~!
[곱슬머리 남자]
잠깐, 맘대로 정하지 말아요!
[이즈미]
(어라? 저 간판, 옛날에 본 것 같은데……)
[사코다]
형님을 위해서라면 어기영차~! 대형특수면허 따둬서 다행임다~!
[곱슬머리 남자]
그만하세요!
[사코다]
비켜 비켜~
[이즈미]
자, 잠깐 뭐 하는 거예요!? 사람이 있는데 위험하잖아요!
[야쿠자 같은 남자]
그래서 위험하다고 경고했을 텐데.
[이즈미]
아니, 그런 말이 아니고요!
[곱슬머리 남자]
부탁드려요, 후루이치 씨! 멈춰주세요!
[이즈미]
봐요, 저 사람도 저렇게 부탁하잖아요!
[후루이치]
마지막 날까지 빚 전액을 한목에 갚지 않으면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말했을 텐데.
[곱슬머리 남자]
이제 마지막 공연이 시작해요! 이 공연에서 돈이 들어오면 이자 정도는 어떻게든――.
[후루이치]
사코다, 멈춰.
[사코다]
알겠심다~!
[후루이치]
관객은 왔나?
[곱슬머리 남자]
아, 아직 제로예요.
[후루이치]
공연은 몇 시부터지?
[곱슬머리 남자]
3분 뒤요.
[후루이치]
사코다, 시작해.
[사코다]
알겠심다~!
[곱슬머리 남자]
으아아! 기다려주세요! 관객은 지금부터 들어올 거예요!
[후루이치]
그 관객은 어디 있지?
[곱슬머리 남자]
그, 그러니까…….
[이즈미]
(엄청 시선이 느껴져……)
[곱슬머리 남자]
관객이라면, 분명 이 근처에…….
[이즈미]
――관객, 여기 있어요.
[곱슬머리 남자]
봐요! 여기 있어요!
[후루이치]
너, 방금 전에는 지나가는 통행인A라고 말하지 않았나?
[이즈미]
이거, 이 전단지가 증거예요.
[곱슬머리 남자]
네!? 진짜 관객!?
[이즈미]
앞으로 다른 관객이 올지도 모르고, 부수는 건 적어도 공연을 본 다음에 해주세요.
[후루이치]
넌 이 극단의 최근 무대를 본 적이 있나?
[이즈미]
네? 없는데요…….
[후루이치]
그렇겠지.
[이즈미]
무대는 본 적 없지만 이 극장 간판은 어쩐지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와본 것 같은…….
[후루이치]
――그런가.
[곱슬머리 남자]
어, 어쨌든 공연을 봐주세요! 오늘은 신입 단원의 첫 무대예요!
[후루이치]
단원이 늘었나?
[곱슬머리 남자]
그래요! 첫 무대를 올리기 직전에 무대가 무너지다니 그보다 불쌍한 배우는 없다고요!?
[후루이치]
……사코다, 근처에서 잠시 기다려.
[사코다]
알겠심다~!
[곱슬머리 남자]
저기……?
[후루이치]
어서 개연해.
[곱슬머리 남자]
네!
-
[후루이치]
자리는 여기면 되겠지.
[이즈미]
네? 아, 네!
(정 중앙이야. 게다가 이 사람 옆에 앉는 거구나……)
[안내방송]
본 공연을 보러 와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즈미]
(그건 그렇고 정말 우리 외에는 손님이 없어. 이대로 시작하는 건가?)
[후루이치]
방금 전에 막으려 했던 걸 후회하지 말라고.
[이즈미]
(무, 무슨 뜻이지?)
[이즈미]
(이 무대 세트, 골판지……? 재롱잔치 같아. 이것도 연출의 일종인가?)
[신인 극단원]
그러니까 서는 위치가…….
[이즈미]
(아, 나왔어)
[신인 극단원]
…….
[이즈미]
(첫 무대라고 했는데 긴장한 걸까. 움직임이 어색해)
[신인 극단원]
안녕, 나는 카도타 로미오! 고등학교 1학년이야! 같은 반 여자애를 짝사랑 하고 있어!
아아, 그 애는 왜 날 좋아해주지 않는 걸까~? 나는 그 애를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이즈미]
(으, 으음. 연기는 진짜 못하지만 신인이니까 그렇겠지. 다른 단원은 어디――)
[신인 극단원]
이런, 벌써 시간이! 학교에 가야돼!
[이즈미]
(설마 계속 쟤 혼자 연기하는 거야!?)
[???]
야 로미오 기다려.
[이즈미]
(이제야 다른 배우가 나왔나……)
[앵무새]
학교 가는 거지? 나도 데려가.
[이즈미]
(맙소사 앵무새!? 어떡하지…… 어처구니없이 참신해서 어디가 재밌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후루이치]
후우…….
[이즈미]
(이 사람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한숨이 나올 것 같아)
[신인 극단원]
좋아! 그 애를 만나러 가자!
[이즈미]
(쟤는 관객이 이것밖에 없는데 전혀 굴하지 않네. 긴장도 점점 풀리는 것 같고. 밝고, 무대에 서는 게 재밌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것 같아)
-
[신인 극단원]
감사합니다!
[이즈미]
(아, 이걸로 끝이었구나)
[후루이치]
심각한 각본이군.
[이즈미]
네, 네에…….
(하지만 쟤는 즐거워 보여. 나도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그랬었지. 그저 재밌고 푹 빠져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새에 끝이 났어)
(저 애, 모처럼 의욕이 넘치는데 아깝네. 좀 더 좋은 무대에서 좋은 연기하게 해주고 싶어)
[후루이치]
그럼 해체해볼까.
[이즈미]
네에!? 저렇게 열심히 하는 연극을 봤으면서, 도깨비!
[후루이치]
열심히 한다고?
[이즈미]
그래요. 아직 미숙하지만 마음은 전해졌어요.
[후루이치]
열심히 하는 연극이 보고 싶으면 재롱잔치에 가면 돼. 이건 발표회인가? 열심히 한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인가?
프로가 돈을 받고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자리일텐데.
[이즈미]
그건 그렇지만, 저 아이도 열심히 하면 분명…….
[후루이치]
이 세상에 노력만으로 어떻게든 되는 건 없어.
[이즈미]
――.
-
[연출가]
노력해도 소용없어. 이제 포기해라. 너한텐 연기 재능이 없어.
-
[후루이치]
너도 이제 알겠지. 이 극단이 비로드웨이에서 살아남을 가능성 따위 만에 하나라도 없다는 걸.
[이즈미]
확실히 비로드웨이의 레벨은 높고, 이 극단의 레벨은 한없이 낮지만――.
[후루이치]
그럼 이야기는 끝났군. 이 극단은 부순다.
[신인 극단원]
네? 이 극단, 없어지나요……?
[이즈미]
아…….
[신인 극단원]
죄송합니다, 이야기 소리가 들려서……. 저는 어제 막 이 극단에 들어왔어요! 아직 연기는 잘 못하지만 무대가 엄청 좋아요, 그러니까 부수지 말아주세요!
[후루이치]
거절한다.
[신인 극단원]
그럴 수가!!
[이즈미]
이렇게 필사적으로 부탁하는데!
[후루이치]
이 극단을 부수는 건 이미 결정된 일이야.
[곱슬머리 남자]
부수게 두지 않겠어요!
[신인 극단원]
지배인님…….
[이즈미]
(뭐? 이 곱슬머리가 지배인이었어!?)
[지배인]
이 극단은 어떻게든 지켜야 돼요!
[후루이치]
마츠카와, 난 네게 몇 번이나 찬스를 줬어. 그걸 모두 날려버린 건 너야. 이제 교섭의 여지는 없어.
[지배인]
하지만 그래도, 아직 옛날처럼 활기차질 가능성이――.
[후루이치]
없어.
[이즈미]
옛날엔 활기 있었나요?
[지배인]
맞아요! 유키오 씨가 있었을 때는 항상 만석에 당일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까지 생기고――.
[이즈미]
유키오? 유키오라니……. 설마 타치바나 유키오인가요!?
[지배인]
아는 사이예요?
[이즈미]
제, 제 아버지예요…….
[지배인]
당신이 유키오 씨의…… 따님!?
[이즈미]
사실은 오늘 이 편지를 쓴 사람을 만나러 온 거예요.
[지배인]
그거 제가 쓴 거예요!
[이즈미]
그럼 당신이 마츠카와 이스케 씨……?
[지배인]
네. 유키오 씨는 오늘 안 왔나요?
[이즈미]
아버지는 8년 전부터 소식이 없으세요. 집에도 오지 않고…….
[지배인]
소식이…… 그런가요.
[이즈미]
아버지에 대해 아는 거 없나요?
[지배인]
어느 날 갑자기 모습을 감추고는 극장에도 오지 않고 연락도 끊어졌어요.
[이즈미]
그런…….
[지배인]
어쩌면 자택에 계신 거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후루이치]
그렇게 또 기대려고 했던 건가. 기대가 어긋난 모양이군. 이제 끝이야.
[이즈미]
잠깐만요,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지배인]
마, 맞아요! 유키오 씨가 아니어도 도와줄 다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즈미]
(왜,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힐끔힐끔 보는 거지)
[후루이치]
이 극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거야.
[이즈미]
무슨 의미죠?
[후루이치]
이 극장은 건방지게도 이 극단의 전용 극장이다.
대부분의 극단은 전용 극장 없이 연극용 극장을 빌려 공연을 하지만 이 극단은 다르지. 전용극장에 단원기숙사까지 갖춘 탓에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비용이 들어.
전성기였던 8년 전에는 춘하추동 4개의 연극 유닛이 매달 교대로 공연하며 수익을 올렸었지. 4개의 조를 짜서 매월 일정한 공연을 올리지 않는 이상 이 극단은 꾸려나갈 수 없어.
[이즈미]
(춘하추동 4개의 연극 유닛?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아빠한테 그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후루이치]
그런데 지금 단원은 이 엉터리 지배인을 빼면 어제 들어왔다는 꼬맹이 뿐이지. 배우가 한 명이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지배인]
아…… 그렇구나.
[후루이치]
그렇구나는 뭐야. 지배인인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잖아.
[이즈미]
이 극단에 대해 꽤 잘 알고 계시네요.
[후루이치]
――채무자가 놓여있는 상황을 알아봤을 뿐이야.
[지배인]
맞아! 단원이라면 한 마리가 더――.
[카메키치]
이 카메키치한테 맡겨!
[후루이치]
조류는 머릿수에 들어가지 않아.
[지배인]
역시 안 되나요…….
[후루이치]
이제 유예는 없어, 사코다!
[사코다]
부르셨나요, 형님!
[후루이치]
시작해.
[사코다]
알겠심다~!
[지배인]
그런 잔인한~!
[신인 극단원]
부탁드려요, 부수지 말아주세요!
[이즈미]
(이대로는 극단이 사라질 거야. 아빠의 극단이…….)
아, 아~ 맞아! 생각났어~!
[후루이치]
뭐?
[이즈미]
저, 저는 아버지께 무슨 일이 생기면, 이 극단을 부탁한다고 들었어요~
[지배인]
네!? 진짜요!?
[이즈미]
(거짓말이지만. 말을 꺼낸 이상 이대로 갈 수밖에 없어)
그, 왜~ 마츠카와 씨도 지배인이니까, 뭔가 들은 거 없나요!?
[지배인]
네!? 아니, 딱히.
[이즈미]
들었지요!?
(이야기를 좀 맞춰주세요!)
[지배인]
그, 그러고 보니 들은 적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고?
[이즈미]
결론은 단원을 늘려서 4개 유닛을 갖추면 되는 거예요. 그렇죠, 야쿠자씨?
[후루이치]
뭐, 그렇지.
[이즈미]
그럼 문제없네요~! 제가 새로운 극단원을 데려올 거니까요~!
[지배인]
정말인가요!?
[후루이치]
그래서 그 새로운 극단원이란 녀석은 몇 명이고 언제 오는 거지? 설마 전원 저 초심자 같은 건 아니겠지.
[이즈미]
그러니까, 한 명…… 아니 두 명이에요! 괜찮아요. 저한테는 아버지한테 받은 연줄과 연극 비전서가 있어요!
[지배인]
해냈다! 이제 극단은 구원받을 거야!
[이즈미]
(이런 허세, 믿어 줄지는 모르겠지만……)
[후루이치]
……일몰 까지야.
[이즈미]
네?
[후루이치]
오늘 일몰까지 기다리지. 내 앞에 새로운 단원을 데리고 와.
[이즈미]
정말 기다려주는 건가요……?
[후루이치]
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초심자는 인정하지 않겠어.
[지배인]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이 유키오 씨의 따님이 있는 이상 일당백이에요!
[이즈미]
(이 사람, 아무런 근거도 없는데 잘도 그렇게 믿는구나……)
[후루이치]
해내지 못하면 간판은 즉시 철거다.
[이즈미]
아, 알겠습니다! 가요, 두 사람 다.
[지배인]
알겠습니다~!
[신인 극단원]
앗, 네!
[후루이치]
……어설픈 연기군. 유키오 씨와는 차이가 큰걸.
[사코다]
형님~ 간판은 어떡할까요?
[후루이치]
들었을 텐데. 일몰까지 대기다.
[사코다]
알겠심다~!
[지배인]
이야~ 하느님 유키오 님 유키오 씨 따님! 그야말로 하늘의 도움이에요. 이제 극단은 구원받았어요!
아까 그 사람 얼굴 봤어요? 관자놀이를 실룩거리더라고요. 푸푸풉.
[이즈미]
(아, 아까랑 태도가 완전 달라……)
안심하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이제부터 신인 단원을 찾아야지요!
[지배인]
네!? 하지만 유키오 씨의 연줄과 비전서가 있다고…….
[이즈미]
그건 그 상황을 넘기기 위한 허세였어요.
[지배인]
네에!?
[사쿠야]
거짓말이었어요!?
[이즈미]
(저런 올곧은 눈으로 말하니까 양심이 좀 찔리는걸……)
거, 거짓말이랄까 연기죠. 길거리 공연 같은 거라고 할까…….
[지배인]
그럴 수가…… 그럼 새로운 단원은…….
[이즈미]
없어요.
[지배인]
그러어어어언…….
[신인 극단원]
역시 극단은 없어지는 거예요……?
[이즈미]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부터 필사적으로 극단원을 찾아봐야지.
[지배인]
지금부터라니 무리예요~!
[이즈미]
무리인지 아닌지는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잖아요!
[지배인]
무리예요. 옛날 단원은 모두 나가고 새 단원도 결국 한 명밖에 들어오지 않았고…….
저는 인망도 전혀 없고 극단 평판도 최악이고……. 이런 상태의 극단에 들어와 줄 사람 따위…… 우물쭈물.
[이즈미]
(……좀 짜증나기 시작했어)
[신인 극단원]
저기, 제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도와드릴게요! 모처럼 들어온 극단이 없어지는 건 싫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겠죠!
[이즈미]
(그에 비해 이 애는 좋은 애야……!)
자, 얘도 이렇게 말하잖―― 어, 너 이름이 뭐야?
[사쿠야]
사쿠마 사쿠야예요! 꽃이 핀다는 뜻의 사쿠야요!
[이즈미]
사쿠야 군이구나. 잘 부탁해!
[사쿠야]
잘 부탁드려요!
[이즈미]
자, 신인인 사쿠야 군이 힘내고 있으니까 지배인님도 정신 차리세요.
[지배인]
으으…… 알겠어요. 어차피 안 되겠지만, 해보죠.
[이즈미]
(일일이 짜증나네, 이 사람)
[사쿠야]
그런데 단원을 어떻게 찾으면 좋을까요?
[지배인]
전단지라도 돌릴까요?
[이즈미]
으~음, 마구잡이로 말을 걸어도 결과는 나쁠 것 같고…….
(쉽고 빠르게 연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모으는 방법…… 한 사람씩 말을 거는 것 보다 한 번에 시선을 모아서……)
맞아! 길거리 공연을 하는 건 어때요? 극단 선전도 되고, 연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모일 거예요.
[사쿠야]
그렇구나! 좋아요! 저는 길거리 공연은 해본 적 없지만, 즉흥극…… 에튀드라는 거죠? 내용은 말 나오는 대로 하면 되나요?
[이즈미]
어느 정도는 테마를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번엔 극단의 장점을 전달할 수 있는 길거리 공연을 해보자!
[사쿠야]
극단의 장점…….
[이즈미]
지배인님, 이 극단에 들어올 만한 메리트 뭔가 없을까요?
[지배인]
그렇군요…… 단원 기숙사가 있고, 제가 실력을 발휘해 만든 식사가 아침저녁 두 끼 나와요!
[이즈미]
신인 극단원은 수입이 적으니까 생활비를 줄일 수 있는 건 꽤 메리트 있네요.
[사쿠야]
네에, 확실히 그건 메리트지요…….
[이즈미]
(? 왠지 대답이 모호한걸)
[지배인]
게다가 전용 극장이 있으니 연습 장소로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이즈미]
흐음. 그럼, 그런 내용을 담은 길거리 공연을 하도록 하죠.
우선 등장인물은 저희 셋, 지배인님은 지배인 역이고 저는 감독 역. 사쿠야 군은 오디션을 보러 온 극단원을 지망하는 남자아이. 설정은 오디션 중으로 하죠.
[사쿠야]
알겠습니다!
[지배인]
역시 유키오 씨의 따님이에요! 익숙하네요.
[이즈미]
저도 전에 극단에 있었거든요. 길거리 공연도 한 적 있어요.
[지배인]
그랬군요. 경험이 있는 분은 역시 다르네요~
[사쿠마]
믿음직해요!
[이즈미]
(절차를 짜는 건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뭐, 해볼 수밖에 없겠지)
-
[지배인]
안녕! 나는 극단 MANKAI 컴퍼니의 지배인이야. 이제부터 길거리 오디션을 시작할거야.
[이즈미]
(자기소개부터 들어가다니……. 그러고 보니 공연 서두도 그랬지. 그건 이 사람이 쓴 각본이었나……)
[지배인]
그럼 즉시 처음 분, 이름과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사쿠야]
앗, 네! 1번! 사쿠마 사쿠야! 17살! 취미는 강변에서 좋아하는 희곡 대사를 연습하는 것이고, 특기는 사람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 것입니다!
[지배인]
지망 동기는 무엇인가요~?
[사쿠야]
원래 연극에 관심이 있었고, 우연히 이 극단에서 숙식 제공으로 극단원을 모집하는 걸 봐서 마음먹고 응모했습니다!
[지배인]
아~ 그랬구나~!
[이즈미]
(진짜로 감탄했어……. 설마 면접도 안 봤던 걸까?)
[지배인]
그럼 감독님, 입단시험 과제를 부탁드립니다!
[이즈미]
네!? 아, 아아, 그러니까, 그러네요~ 그럼~ 지금부터 입단시험 과제를 발표할게요, 아니, 한다!
(안되겠어. 목소리는 날카롭고 대사도 단조로워……)
[통행인A]
심하네.
[통행인B]
뭐야 저거, 벌칙 게임이야?
[통행인A]
그런 설정인 거 아냐?
[이즈미]
……. (역시 나로는 안 되는 거야……)
[사쿠야]
감독님? 왜 그러세요?
[이즈미]
미안해. 나 극단에 있었지만, 아무리 연습해도 서투르기만 해서 잘 하지 못했어.
[사쿠야]
서투르다니, 그렇지 않아요!
[지배인]
서투른 거라면 저도 자신 있습니다.
[이즈미]
둘 다……. 지금은 약한 소리 할 때가 아니지. 할 수 있을 만큼 해보자!
[사쿠야]
네!
[지배인]
어차피 안될 테니까 실패해도 본전이에요!
[이즈미]
(지배인님은 적극적인지 소극적인지 잘 모르겠지만……)
힘내자!
[관객 청년]
…….
[사쿠야]
하아하아…….
[지배인]
감독님, 다음 과제는 뭐로…….
[이즈미]
그, 그렇지~ 그러니까…….
(역시 사람이 전혀 모이지 않아. 사쿠야 군도 지쳤고, 일단 장소를 바꾸는 편이 좋을까?)
[관객 청년]
…….
[이즈미]
? (왠지 시선이 느껴지는데)
[관객 청년]
…….
[이즈미]
(예쁘게 생겼네. 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쭉 보고 있었던 것 같아. 혹시 연극에 관심이 있는 걸까?)
……저기, 연극에 관심이 있나요?
[관객 청년]
――.
[이즈미]
계속 보고 계셨죠?
[관객 청년]
아…… 그게…….
[이즈미]
(무슨 일이지? 눈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쿠야]
어라? 마스미 군? 우스이 마스미 군 맞지?
[이즈미]
사쿠야 군, 아는 사이야?
[사쿠야]
얘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저희 학교 후배예요.
[마스미]
넌 누구야?
[사쿠야]
아…… 역시 나 모르는구나.
[이즈미]
그러니까, 마스미 군? 혹시 연극에 관심이 있으면 시험 삼아 극단에 들어와 보지 않을래?
[마스미]
너, 그 극단에 있어?
[이즈미]
어어, 나는 도우미라고 할까…….
[마스미]
……없구나.
[지배인]
무슨 소리예요, 감독님! 감독님은 이 극단의 주재자 겸 총감독이잖아요!
[이즈미]
아니 저기, 그건 연극 설정상 그런 거고――.
(게다가 평범한 감독보다 요란한 지위가 됐어)
[지배인]
겸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감독님! 요! 감독님 중의 감독님~!
[이즈미]
(자연스럽게 강요하는 것 같은데!)
[마스미]
네가 있으면…… 들어갈게.
[이즈미]
어!?
[지배인]
해냈다~! 한명 겟~!
[사쿠야]
마스미 군! 진짜? 들어오는 거야!?
[마스미]
너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사쿠야]
그, 그럴지도 모르지만, 기뻐!
[이즈미]
(어떡하지……. 나 아직 이 극단에 들어간다고 정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귀중한 신입단원이고, 속이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지금은 잠자코 있자)
그럼 미안하지만 바로 길거리 공연에 참가해줄래?
[마스미]
뭘 하면 돼?
[이즈미]
적당히 말을 맞춰주기만 하면 돼.
[마스미]
알겠어.
-
[이즈미]
(얘, 의외로 이해가 빠르네. 감도 좋고 외모도 좋고, 괜찮을지도!)
[마스미]
……이러면 돼?
[이즈미]
응?
[마스미]
이런 식으로 하면 돼?
[이즈미]
아, 응. 괜찮아, 연극을 계속 해줘.
[마스미]
알겠어.
-
[마스미]
……방금 어땠어?
[이즈미]
일일이 묻지 않아도 돼!
(좀 이상한 애지만 장래성 있어 보여)
-
[이즈미]
(안 돼. 해가 지기 시작했어……)
[지배인]
시간이 다 된 것 같죠.
[사쿠야]
그럴 수가――!
[마스미]
이제 끝이야?
[이즈미]
(어떡하지? 이대로는 극단이 없어질 거야! 모처럼 새롭게 마스미 군이 들어와 줬는데……. 어떻게든 해야 돼. 앞으로 한 사람, 누구――)
[???]
……후우. 조건에 맞는 곳은 꽤 찾기 어렵네.
[이즈미]
!! (쟤, 낮에 극단을 찾고 있었던 애야! 게다가 분명히 단원 기숙사를 물어봤었어!)
저기! 단원 기숙사를 갖추고 있는 극단에 관심없니!?
[???]
네? 어라, 낮에…….
[이즈미]
그 때 극단을 찾고 있다고 했었지? 이미 찾았어?
[???]
아뇨, 아직…… 단원 기숙사가 있는 극단이 있나요?
[지배인]
MANKAI 컴퍼니~ MANKAI 컴퍼니를 잘 부탁드립니다~!
단원 기숙사 완비, 매일 두 끼니 제공되는 MANKAI 컴퍼니입니다!
[???]
매일 두 끼니 제공……?
[이즈미]
맞아! 어때?
[마스미]
누구야, 얜?
[이즈미]
신입 단원 후보.
[마스미]
내가 있는데?
[이즈미]
아직 부족해.
[마스미]
너, 누구든 좋은 거구나…… 바람둥이.
[이즈미]
듣기 안 좋은 소리 하지 마!
[마스미]
내가 있으면 되잖아?
[이즈미]
좀 조용히 해봐, 마스미 군.
얘는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입단을 생각해보지 않을래?
[???]
난 경험이 전혀 없는데 괜찮아?
[사쿠야]
저도 미경험인데 들어왔어요. 같이 힘내요!
[지배인]
저도 연극을 시작한 지 8년 됐지만 지금도 미경험자나 마찬가지예요!
[이즈미]
(그건 좀……)
[???]
그리고 난 배우라기보다는 극작가 희망이라 각본을 쓰고 싶은데…….
[지배인]
마침 딱 결원이 생겨서 문제없어요!
[이즈미]
(일단 틀림없이 지금 각본보다는 나빠지지 않을 거고……)
그럼 극작가 겸 배우로 어때?
[???]
알겠어요. 잘 부탁드려요!
[지배인]
해냈다~!
[???]
저는 미나기 츠즈루예요.
[이즈미]
잘 부탁해, 츠즈루 군!
[사쿠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마스미]
나도 각본 정도는…….
[이즈미]
경쟁하지 않아도 돼!
벌써 해가 질 것 같아. 서둘러서 극장으로 돌아가야 돼!
[츠즈루]
네? 달리는 건가요?
[이즈미]
사정은 달리면서 설명할게! 지금은 어쨌든 달려!
[츠즈루]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네…….
[마스미]
알겠어. 너를 따라갈게.
[사쿠야]
서둘러요!
[지배인]
허억, 허억, 허억…….
[이즈미]
지배인님, 달리자마자 너무 지친 거 아녜요!?
-
[후루이치]
호오, 도망치지 않았군.
[사쿠야]
하아, 하아…… 어떻게든 늦지 않은 거, 맞죠!?
[지배인]
허억허억, 신…… 허억허억, 입단…… 허억허억.
[츠즈루]
무리하지 마세요, 지배인님.
[이즈미]
하아, 하아, 신입단원, 데려왔어요!
[마스미]
……왔어.
[후루이치]
어떻게든 목이 붙었군…… 운이 좋은 녀석들이야.
[지배인]
그, 그럼 해체는 이제……!?
[이즈미]
다행이다…….
[후루이치]
왜 안심하는 거지? 나는 단원을 모아오면 오늘은 물러나겠다고 했을 뿐이야. 낮에 설명한대로 신입단원이 두 명 늘어난 걸로는 이 극단은 존속할 수 없어.
[지배인]
네에에!?
[이즈미]
그런…….
[마스미]
벌써 해산?
[츠즈루]
사정이 있던 이유가 너무 잔인하잖아.
[지배인]
겨우 신생 봄조가 출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무리였어…… 희망을 줬다 뺐다니 마귀야…….
[후루이치]
신생 봄조?
[지배인]
그래요! 모이기만 하면 신생 봄조의 공연이――!
[후루이치]
그 신생 봄조라는 녀석들의 창단 공연은 언제 하는 거지?
[지배인]
네? 그러니까, 언제 하는 걸까요, 감독님?
[이즈미]
네!? 저요? ……으음, 다 함께 창단 공연을 한다면 시간을 들여서 기초부터 연습을 해서 반년 후에는…….
[후루이치]
그렇게 기다릴 순 없어.
[이즈미]
하지만 모두 경험도 별로 없고 이제 막 모였을 뿐이에요.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해요.
[후루이치]
다음 달이야.
[이즈미]
네?
[후루이치]
죽을 만큼 연습해서 다음 달 중에 공연을 올려.
[이즈미]
다음 달이라니, 한 달밖에 없다는 거예요!? 무리예요!
[지배인]
도깨비! 악마! 서서히 괴롭히는 거 도S캐릭터로 인기를 얻을 셈이죠!?
[후루이치]
영문 모를 트집 잡지 마. 특별히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고 말하는 거야.
지금부터 말하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 빚 완제는 당분간 못 기다려줄 것도 없지.
[이즈미]
조건……?
(이 때는 몰랐다―― 앞으로 기다리는 위기와 곤란. 수많은 만남과 감동. ……그리고 내가 지켜보게 될 수많은 배우의 개화를)
(이 때의 나는 아직, 상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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