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후우…….

(첫날부터, 아니, 처음 이 극장에 온 날부터 눈 깜짝할 새였어. 왠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테츠로 씨가 만든 이 로미오와 줄리어스 세트도 오늘로 안녕인가……. 분해하는 거 아깝네. 왠지 서운해. 축제가 끝난 기분이야. 조금만 더, 다 함께 로미오와 줄리어스를 보고 싶었어. 분명히 더더욱 끝없이 진화해 갈 텐데……)

…….


[사쿄]

해냈다는 얼굴은 이르지 않나?


[이즈미]

!? 사쿄 씨, 아직 안 돌아갔어요?


[사쿄]

불이 켜져 있어서 수상한 사람이 들어온 건가 확인하러 왔을 뿐이야.


[이즈미]

(태연하게 친절해……!)


[사쿄]

멍청히 있을 시간 없어. 이제 겨우 공연이 하나 끝났을 뿐이니까. 아직 올해 안에 세 번의 공연이 남았고, 새 멤버를 5명씩 모아야 돼.


[이즈미]

세 번의 공연…… 새 멤버 15명…….

(그렇게 생각하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야)


[사쿄]

정신 차린 모양이군. 그 기세를 타고 최대한 분발해봐.


[이즈미]

(엄격하게 말하지만 태연하게 응원하고 있어……)

사쿄 씨, 이 극단 싫어하지 않죠? 옛날 일도 알고 있는 것 같고요.


[사쿄]

……글쎄다.


[이즈미]

(부정하지 않았어, 역시 극장에 애착이 있는 거야. 자세히 얘기해 줄 것 같지는 않지만……)


[사쿄]

그래서, 여름조의 멤버로 점찍어둔 사람은 있나?


[이즈미]

으음…… 모집도 하겠지만, 얘기해보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어요.


[사쿄]

호오?


-


[심약해 보이는 소년]

하아…… 로미오와 줄리어스, 근사한 연극이었어……. 로미오 씨도 줄리어스 씨도 엄청 멋있었어…… 그렇게 멋있게 검을 휘두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새 단원을 모집하는구나.


-


[잘나 보이는 소년]

……. 얼마나 형편없는 무대를 보여주려나 했더니……. MANKAI 컴퍼니라…….

[이즈미]

(이대로 계속하는 건 무리야. 일단 막을 내리고 다시 시작해야――)

죄송합니다! 일단 막을――.


[로미오]

"그만둬, 티볼트! 싸움은 이미 끝났어!"


[이즈미]

(어? 이런 대사 없었지……? 사쿠야 군의 애드리브……?)


[이타루]

――.


[로미오]

"검을 내려놔!"


[이즈미]

(The Show must go on……!)

(이걸로 티볼트와의 싸움이 계속되면 극이 이어질 거야!)


[티볼트]

"――죽어라, 로미오!"


[로미오]

"――윽."


[스태프]

막은 어떡할까요?


[이즈미]

――이대로 계속 갈게요.

(괜찮아. 저 애들이라면 이대로 달려갈 수 있어……)


-


[로미오]

"어째서, 왜 이런 일이……."


[이즈미]

(사쿠야 군, 그 때 말했던 배우분처럼 무대에서 활기가 넘쳐)


-


[줄리어스]

"애초에 나는 육체노동파가 아니야. 등산이라니, 이제 결단코 사양하겠어."


[로미오]

"미안해, 다음엔 내가 줄리어스를 위해 가사 상태에 빠지는 약의 재료를 구하러 갈게."


[줄리어스]

"그런 일을 몇 번이나 겪기는 싫어."


-


[이즈미]

……. (끝났어…… 막이 내렸어)


[사쿠야]

……굉장해. 지금까지 중 가장 큰 소리야.


[츠즈루]

기립 박수야.


[시트론]

걱정했잖아!


[이즈미]

이타루 씨, 다리 괜찮아요!?


[이타루]

――.


[츠즈루]

엇, 이타루 씨!? 그렇게 많이 아파요!?


[마스미]

구급차.


[이타루]

아니――.


[사쿠야]

아니에요?


[이타루]

왠지 지금…… 인생에서 가장, 내가 뜨거워진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와.


[츠즈루]

울고 있잖아요.


[사쿠야]

시트론 씨 같아요!


[시트론]

나, 운다랑 웃다 틀리지 않아! 삽삽해!


[마스미]

섭섭. 틀렸어.


[이즈미]

풋, 아하하하!


[이타루]

하하…….


[이즈미]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오늘 공연은 분명 평생 잊을 수 없는 공연이 될 거야)


-


[유조]

그래, 수고했다.


[이즈미]

유조 씨! 와줬군요!


[츠즈루]

어땠슴까?


[유조]

그저 그렇군.


[시트론]

엄격해.


[유조]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거야.


[이타루]

앞날이 길군.


[사쿠야]

그 말은 이타루 씨, 앞으로도 극단에――?


[이타루]

…………뭐, 그렇지. 게임 외에 재밌어 보이는 걸 애써 찾아냈으니까…….


[사쿠야]

해냈다아아!


[이즈미]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이타루]

나야말로.


[사쿠야]

정말 다행이에요…….


[이타루]

새삼스럽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리더.


[사쿠야]

엇, 리더? 단장은 이 공연 때만 인건…….


[이즈미]

공연 때 마다의 단장과는 관계없이 봄조의 리더도 필요해.


[츠즈루]

봄조의 리더라면 사쿠야지.


[마스미]

그게 좋아.


[시트론]

사쿠야가 절임이야.


[사쿠야]

저, 절임?


[이타루]

적임이라는 것 같아.


[사쿠야]

시트론 씨, 여러분…….


[이즈미]

그럼 앞으로도 리더 잘 부탁해. 사쿠야 군!


[사쿠야]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요!


-


[유키]

수고~


[사쿠야]

앗, 수고했어!


[츠즈루]

객석에서 볼 때, 의상 어땠어?


[유키]

의상은 좋았어.


[츠즈루]

의상'은'!?


[이타루]

씁쓸한 맛이 안정적이야.


[유키]

다른 것도 그럭저럭 괜찮았어. 무대에서 의상을 입는 것도 즐거워 보이고.


[츠즈루]

배우 해보면 어때?


[유키]

뭐? 난 의상담당이야.


[이즈미]

(그렇구나. 유키 군이라면 의상도 잘 어울릴 거고, 배짱도 있으니까 소질이 있을지도……)


-


[카즈나리]

수고피코~


[이즈미]

아, 카즈나리 군. 방송국 건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카즈나리]

별 거 아니에여. 것보다 이야, 진짜 엄청나요. 무대 멋져~ 진심 쩔~어! 여고생이 '꺄~ 츠즈룽!'해주고~ 츠즈룽 완전 좋겠어!


[츠즈루]

츠즈룽이라곤 안했어요.


[카즈나리]

진심 부러워~! 나도 부둥부둥 받고싶어~!


[이즈미]

(혹시 카즈나리 군도 연극에 관심이 있는 건가?)


[테츠로]

…….


[이즈미]

테츠로 씨!? 언제부터 있었어요!?


[테츠로]

…….


[이즈미]

이번엔 정말로 테츠로 씨의 세트 덕분에 무대 퀄리티가 올라갔어요. 감사합니다.


[츠즈루]

멋있어요, 저 세트.


[마스미]

모조품 같지 않아.


[이타루]

확실히 세계관에 딱 맞아.


[테츠로]

…….


[사쿠야]

네? 뭐라고요?


[테츠로]

…….


[츠즈루]

누가 지배인님좀 불러와~!


[테츠로]

……. ……잘됐어.


[이즈미]

테츠로 씨가 말했어!?


[츠즈루]

처음 들었어!


[사쿠야]

고마워요, 테츠로 씨!

[이즈미]

(드디어 최종일이야…… 정말 눈 깜짝할 새였어)


[사쿠야]

객석이 만석이에요.


[츠즈루]

왠지 지금까지 중 가장 뜨거운 것 같아.


[이즈미]

그만큼 너희를 향한 기대가 높다는 거야.


[사쿠야]

두근거려요.


[마스미]

대사 잊어버리지 마.


[사쿠야]

괜찮아!


[이타루]

…….


[시트론]

이타루?


[이타루]

아무것도 아니야.


[스태프]

앗, 거기, 관계자 외 출입금지예요――.


[사쿄]

시끄러워.


[이즈미]

?


[사쿄]

실례한다.


[사코다]

으랴으랴, 죽여 버린다 짜샤~


[이즈미]

당신은――.


[마스미]

뭐 하러 온 거야.


[사쿄]

약속대로 보러 와줬다.


[이즈미]

그런가요. 약속대로 만석으로 채웠어요.


[사쿄]

그래, 일단 제1관문은 돌파한 듯 하군.


[이즈미]

이제 극장은 해체하지 않는 거죠?


[사쿄]

일단은 그렇지.


[이즈미]

다행이다…….


[사쿄]

단――.


[이즈미]

단?


[사쿄]

보러 온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어. 극단이 안정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팬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지. 그러기 위해서는――.


[츠즈루]

또 설교가 시작됐어.


[사쿠야]

의외로 길죠.


[사쿄]

알겠나? 극장운영은 이러쿵저러쿵…….


[이타루]

자세하고.


[시트론]

과연 그렇구나야.


[사쿄]

수익을 위해서는 어쩌고저쩌고…….


[이즈미]

(처음 들었을 때보다 더 구체적으로 어드바이스 해주고 있어……)

――풋.


[사쿄]

뭐가 웃기지? 내 말을 제대로 들은 건가?


[이즈미]

아니,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남을 잘 챙겨주는 사람 같아서…….


[사쿄]

――. ……흥. 간다, 사코다.


[사코다]

알겠심다~!


[사쿄]

……오늘 극장은 옛날 생각이 나는군.


[이즈미]

네?


[사쿄]

…….


[이즈미]

(옛날이라니, 저 사람, 극장의 옛 모습을 알고 있는 건가……?)


[스태프]

개연 5분 전입니다~!


-


[이즈미]

(오늘도 순조로워. 마지막인 만큼 다들 기합이 들어가 있고. 이대로 종막까지 버티면 대성공이야)


[이타루]

――.


[이즈미]

(어라? 이타루 씨의 상태가 좀 이상한데. 무슨 일이지? 다리를 감쌌어, 움직임도 작아졌고. 다들 이타루 씨가 신경 쓰여서 집중력이 끊어진 것 같아. 설마 다친 건가……? 이 3막에서 퇴장한 다음엔 괜찮겠지만……)


[이타루]

――윽.


[이즈미]

(여기서 티볼트가 쓰러지고―― 쓰러지지 않아……!?)


[사쿠야]

――.


[관객A]

어라?


[관객B]

다른 때랑 전개가 다르지 않아?


[츠즈루]

――.


[이즈미]

(반사적으로 다리를 감싸다가 쓰러지는 걸 잊어버린 거야. 이대로면 다음 대사를 칠 수 없어)


[이타루]

……――.


[이즈미]

(안 돼, 이어갈 수 없어)

죄송합니다! 일단 막을――.

[이즈미]

얘들아, 저녁식사 가져왔어~!


[사쿠야]

쿨쿨…….


[마스미]

새근새근…….


[이즈미]

어라, 자고 있네…… 매일 공연이 끝난 뒤에 밤늦게까지 미팅을 했으니 당연한가.


[츠즈루]

중얼중얼…….


[이타루]

새근새근…….


[시트론]

쿠울 새근…… 중얼.


[이즈미]

내일을 위해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쉬어.

(공연 첫날을 무사히 끝내고 나서 매일을 노도와 같이 보낸 것 같아. 최종일까지 이제 이틀밖에 안 남았다니 믿을 수 없어)

(고등학생들이 있으니까 평일에는 저녁공연만 하고, 그 다음 매일 밤늦게까지 개선점을 살펴보는 미팅을 했어. 유조 씨가 말해준 덕에 초대 봄조분들이 오기도 하고, 블로그에 선전을 해줘서 리뷰사이트에서 화제에 오르기도 하고……. 덕분에 단골도 늘어서 남은 티켓도 이제 조금……)


[지배인]

감독님, 큰일 났어요!!


[이즈미]

!?


[사쿠야}

흐갹!? 무, 무슨 일이에요?


[츠즈루]

뭐야? 아침?


[시트론]

……――!?


[이타루]

으응……?


[마스미]

새근…….


[지배인]

최, 최최채채최!


[이즈미]

최근?


[지배인]

최, 최최최최!


[이즈미]

최강?


[지배인]

도리도리도리도리!


[이즈미]

(머리가 떨어질 정도로 도리질하고 있어)

진정하고 심호흡이라도 해요. 무슨 일 있었어요?


[지배인]

습, 하아, 스읍, 하아……. ……최종일, 완매됐어요.


[이즈미]

네!? 그게 진짜예요!?


[지배인]

지금 막, 마지막 한 장이 팔렸어요.


[사쿠야]

최종일이…… 완매됐다…….


[츠즈루]

이제 극장은 안 없어지는 거 맞죠……?


[이즈미]

맞아, 얘들아! 너희 덕이야!


[사쿠야]

해냈어어어!


[츠즈루]

좋았어어어!


[마스미]

!?


[츠즈루]

마스미, 일어나! 최종일 완매됐어!


[마스미]

――성가셔, 매달리지 마.


[시트론]

해냈어!!


[이타루]

――윽.


[시트론]

이런, 미안해야. 너무 세게 끌어안았지.


[이타루]

――아니, 괜찮아. 하지만 이제 놔.


[이즈미]

최종일은 무사히 완매됐고 이제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어. 최종일까지 앞으로 이틀, 공연 4번. 모두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해내자.


[사쿠야]

네!!


[츠즈루]

아자!


[마스미]

응.


[시트론]

열심히 할게!


[이타루]

…….


-


[이타루]

파스가 부족한가…….


[시트론]

이타루.


[이타루]

!? 깜짝이야.


[시트론]

다리 아프지?


[이타루]

무슨 말이야?


[시트론]

새치기 떼도 소용없어.


[이타루]

시치미 인가.


[시트론]

연습실에서 다리를 감싼 거 알고 있어. 공연 중이지?


[이타루]

조금 삔 거야. 감독님이나 다른 애들한테는 말하지 말아줘.


[시트론]

…….


[이타루]

괜찮아. 앞으로 이틀이니까 어떻게든 돼.


[시트론]

안되겠으면 바로 말하기, 약속이야.


[이타루]

알겠어.

[이즈미]

(무대는 원작과 똑같은 이탈리아, 베로나. 캐플릿 가문과 몬테규 가문이 오랜 세월동안 항쟁을 계속하고 있는 도시――)


[로미오]

"오늘은 꼭 로잘라인을 부르는 거야……."


[줄리어스]

"이 꽃을 주세요. 수신인은 로잘라인――"


[로미오]

"어?"


[줄리어스]

"……너는 누구야."


-


[이즈미]

(1막, 로미오와 줄리어스의 만남. 연적으로 만나 싸움을 하며 서로 마음을 터놓는 장면)


[로미오]

"함께 여행을 떠나자, 줄리어스. 이런 갑갑한 도시에서 뛰쳐나가 함께 세상을 돌아다니는 거야."


[줄리어스]

"로미오, 너에겐 힘이 있어. 나에겐 두뇌가. 둘이 함께라면 분명 뭐든지 해낼 수 있어."


[로미오]

"그래, 둘이 함께라면 어디로든 갈 수 있어."


-


[이즈미]

(2막, 친우 머큐시오의 권유로 파티에 가는 로미오)


[머큐시오]

"로미오, 실연했다고? 신경 쓰지 마. 여자는 세상에 얼마든지 있어. 기분 전환으로 파티에 가자."


[이즈미]

(여기서 로미오와 줄리어스가 서로 원수 가문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줄리어스]

"로미오…… 로미오 몬테규라고? 거짓말이야. 정말 네가 몬테규 가문의 로미오라고?"

"로미오, 어째서 네가 로미오 몬테규인거야."


[로미오]

"가문도 이름도 버려줘, 줄리어스. 우리에게는 더욱 커다란 꿈이 있잖아!"


[줄리어스]

"안 돼. 나는 가족을 버릴 수 없어."


[이즈미]

(고민하는 두 사람은 로렌스 신부에게 상담하고, 둘이 함께 도시를 나갈 것을 결의한다. 시트론 군이 고생하던 대사는 츠즈루 군의 어레인지로 좋아졌어)


[로렌스]

"응원합니다. 분쟁의 싹이 사라지는 것. 그것은 좋은 일이지요. 두 사람의 여행길에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


[이즈미]

(3막, 서두의 싸움을 보고 지레짐작한 머큐시오와 티볼트의 암약――)


[머큐시오]

"로미오, 너는 장래 이 도시를 짊어지고 설 남자가 될 거야. 나는 그럴만한 그릇이 못돼. 네 옆에서 서포트를 해줄게."


[이즈미]

(로미오가 캐플릿 가문과 결착을 지으려 한다고 착각한 머큐시오는 남모르게 준비를 한다. 이 부분이 츠즈루 군과 이타루 씨의 메인이야)


[티볼트]

"몬테규라고!? 줄리어스, 이런 한밤중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 뱀이 나오니 그만둬. 알겠어? 지진 천둥 몬테규야. 그렇게 무섭지는 않지만 성가신 집안이니 조만간 구제해야 돼."


[이즈미]

(로미오와 줄리어스가 모르는 곳에서 항쟁의 불길이 거세진다)


[티볼트]

"난 네가 걱정이야, 줄리어스. 친형제나 다름없는 내가 지켜줘야 해."


-


[이즈미]

(여행을 떠나는 날에 캐플릿 가문의 습격을 알게 된 로미오. 난투를 벌이는 가운데 티볼트가 머큐시오를 찌르고, 말리러 간 로미오는 티볼트를 찌르게 된다)


[머큐시오]

"――큭. 로미오, 너는 이 도시의 정점에……."


[로미오]

"머큐시오!!"


-


[이즈미]

(소동을 들은 경찰에게 붙잡혀 투옥된 로미오. 사정을 들으러 온 영주에게 자신의 책임이라 고하고 사형을 선고받는다)


[로렌스]

"신이시여, 죄 없는 자에게 자비를――."


-


[이즈미]

(4막, 사형을 선고받은 로미오를 구하기 위해 줄리어스가 분투)


[줄리어스]

"로미오를 돕고 싶어. 어떡하면 되지?"


[로렌스]

"가사 상태에 빠지는 약이 있다면 모두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즈미]

(혼자서 약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줄리어스)


[줄리어스]

"어디야, 어디 있는 거야 그 꽃은. 내가 돌아갈 때까지 죽으면 안 돼, 로미오."


-


[이즈미]

(그리고 로미오의 형 집행일――)


[로미오]

"……."


[이즈미]

(사형대 앞에 서는 로미오, 검을 들고 달려드는 줄리어스. 그리고 클라이맥스인 난투 장면)


[줄리어스]

"죽어라, 로미오――!"


[로미오]

"줄리어스!? 어째서 나를!?"


[줄리어스]

"티볼트의 복수다――!!"


[이즈미]

(두 사람의 기백이 전해져. 진심으로 로미오에게 덤벼드는 줄리어스와 망설이는 로미오. 도와주려 하던 줄리어스의 변모에 관객들도 당황하지)


[로미오]

"――윽."


[줄리어스]

"하앗!"


[이즈미]

(응, 좋아. 로미오의 위태로운 모습이 오히려 긴박감을 만들어내고, 마스미 군도 잘 보조해주고 있어)


-


[이즈미]

(로미오의 형이 집행된다. 절망한 줄리어스가 음독자살. 로미오와 줄리어스의 장례식, 관객의 관심을 끈 채 라스트로)

(관에서 되살아나는 두 사람. 로미오에게 가사 상태에 빠지는 약을 먹이기 위해 한바탕 연극을 벌인 것을 알리는 줄리어스와 로미오의 경쾌하고도 묘한 말다툼)


[줄리어스]

"애초에 나는 육체노동파가 아니야. 등산이라니, 이제 결단코 사양하겠어."


[로미오]

"미안해, 다음엔 내가 줄리어스를 위해 가사 상태에 빠지는 약의 재료를 구하러 갈게."


[줄리어스]

"그런 일을 몇 번이나 겪기는 싫어."


[이즈미]

(아침 해를 등지고 여행을 떠나며 종막――)


-


[이즈미]

……. (박수가 만발하고 있어――)


[사쿠야]

…….


[츠즈루]

……이거, 박수 소리지?


[마스미]

관객.


[이타루]

엄청나.


[시트론]

폭풍우 같아…….


[이즈미]

다들, 멍하니 있지 말고 커튼콜!


[사쿠야]

――네, 네! 모두 가자!


-


[사쿠야]

――감사합니다!


[츠즈루]

감사합니다!


[마스미]

…….


[이타루]

감사합니다.


[마스미]

정말 고마워!

[이즈미]

(결국 최종일의 티켓이 완매되지 않은 채로 총연습이……. 하지만 불안해해도 소용없어. 최종일까지 달려 나갈 수밖에)

드디어 내일이 본방이야. 이게 마지막 전체 연습이니까, 다들 관객이 있다고 생각하고 해줘.


[사쿠야]

네!


-


[이즈미]

……. (모두 자잘한 미스가 많아. 경험이 적으니 커버하지 못하고 흐름이 끊기는 거야.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본인들이겠지. 내일이 본방인데 괜찮을까? 마음이 꺾이지 않으면 좋을 텐데……)


-


[이즈미]

자, 다들 모여봐.


[사쿠야]

…….


[츠즈루]

어때요?


[이타루]

으~음…….


[마스미]

부족해.


[시트론]

잘 안 돼.


[이즈미]

공연 중에는 잘 될 때도, 되지 않을 때도 있어.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해.


[사쿠야]

네.


[마스미]

알겠어.


[츠즈루]

알겠슴다.


[이타루]

티켓은 괜찮아?


[이즈미]

지금은 아직 남아있지만, 공연 평판에 따라 더 팔릴 수 있다고 생각해.


[사쿠야]

……한 회 한 회 공연을 해나가면, 분명 관객들은 다시 보러 올 거예요. 그러니까 열심히 해요!


[이즈미]

사쿠야 군…….


[츠즈루]

그렇지. 그걸 위해 매일 바뀌는 요소도 넣었으니까.


[이즈미]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자.


[사쿠야]

네!


[츠즈루]

좋아.


[마스미]

평소처럼 하면 돼.


[이타루]

그렇지. 생각해도 소용없어.


[시트론]

열심히 하자!


[이즈미]

(사쿠야 군의 말 한마디에 모두의 의식이 바뀌었어. 완전히 단장다워졌다니까, 믿음직해)


-


[지배인]

드, 드디어 오늘이에요! 제가 더 긴장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요.


[이즈미]

진정하세요. 관객은 들어오고 있어요?


[지배인]

티비 선전 덕인지 순조로워요.


[이즈미]

(무대 위에 서는 건 배우 뿐…… 나는 이제 기도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다들, 처음을 즐기고 와.


[사쿠야]

네!


[츠즈루]

알겠슴다.


[마스미]

알겠어.


[이타루]

즐기고 오고 싶어.


[시트론]

도근도근해.


[이즈미]

두근두근 이겠지. 그 기세야.


[스태프]

개연 5분 전입니다~


-


[안내방송]

"MANKAI 컴퍼니 봄조 공연, 로미오와 줄리어스를 보러 와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유키]

자리 꽤 찼네.


[안내방송]

"개연에 앞서 여러분에게 안내해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유조]

그럼, 어떻게 될는지.


[안내방송]

"본 공연은 녹음, 녹화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사쿄]

…….


[안내방송]

"곧 공연이 시작되오니 지정된 좌석에 앉아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이즈미]

(드디어……)

[마스미]

…….


[이즈미]

다녀왔어.


[사쿠야]

앗, 어서 오세요!


[시트론]

어서 와.


[이타루]

다녀왔어?


[츠즈루]

무사히―― 는 아닌 것 같네요.


[이즈미]

으~음, 일이 좀 있었어.


[사쿠야]

마스미 군, 괜찮아?


[마스미]

…….


[츠즈루]

가기 전보다 심해졌군.


[이타루]

어라? 감독님, 뺨이 좀 빨갛지 않아?


[이즈미]

…….


[마스미]

…….


[츠즈루]

적당히 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마스미]

…….


[이즈미]

(내가 없는 편이 얘기하기 쉬우려나)

나는 가볼게.


-


[시트론]

마스미, 김내.


[츠즈루]

내는 건 힘이겠지.


[이타루]

마스미, 쌓아두면 더 악화될 거야.


[마스미]

……죽고 싶어.


[사쿠야]

뭐어!?


[츠즈루]

야야야, 무슨 일인데.


[마스미]

이제 살아갈 수 없어…… 실연했어.


[사쿠야]

실연!? 누구한테!?


[츠즈루]

설마 감독님?


[마스미]

응…….


[츠즈루]

고백이라도 한 거야?


[마스미]

안 했어.


[이타루]

그럼 감독님한테 애인이 생겼어?


[마스미]

그런 놈이 있으면 죽일 거야.


[츠즈루]

진정해!


[시트론]

알았다! 사실 감독님 결혼한 거야!


[마스미]

그럼 죽을래…….


[츠즈루]

으아~ 잠깐 기다려!


[사쿠야]

그럼 무슨 일이야?


[마스미]

……. 하나는 어제…….


-


[사쿠야]

그건 실연한 건 아니지 않아?


[츠즈루]

착각이네.


[시트론]

지뢰짐짝이야.


[사쿠야]

지뢰짐짝?


[이타루]

아마 지레짐작.


[시트론]

오~ 그거야.


[츠즈루]

나도 그런 적 있어~ 짝사랑 할 때는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게 되지.


[사쿠야]

으음, 그런 거군요~


[시트론]

나, 짝사랑 해본 적 없어.


[츠즈루]

진짜!? 그럼 첫사랑을 안 해본거야?


[시트론]

항상 상대가 다가와.


[츠즈루]

시트론 씨 인기 있구나…….


[이타루]

츠즈루가 짝사랑인게 의외지.


[츠즈루]

항상 보기만 하고 끝남다.


[이타루]

뭐, 짝사랑 할 때가 가장 즐거운 법이지.


[츠즈루]

어른의 발언이네요!


[이타루]

사귀면 게임하기 힘들어 지니까.


[츠즈루]

오타쿠의 발언이네요…….


[사쿠야]

그런데 마스미 군, 이대로 계속 감독님하고 말 안 할 거는 아니지?


[마스미]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사쿠야]

사과하면 돼. 때려서 죄송하다고.


[마스미]

내가 싫어졌을 거야.


[사쿠야]

사과하면 용서해 줄 거야. 내가 같이 가줄게.


[마스미]

…….


[츠즈루]

왠지 사쿠야가 형 같네.


[사쿠야]

어!? 내가 형?


[이타루]

그렇군.


[시트론]

마스미, 동생이야.


[사쿠야]

그렇구나. 동생이라~ 나는 형제가 없으니까 기뻐!


[마스미]

혼자서 갈래.


[사쿠야]

앗, 기다려! 걱정되니까 같이 가줄게!


[츠즈루]

완전히 좋은 콤비가 됐네요.


[이타루]

로미줄리 효과일지도.


-


[이즈미]

(마스미 군은 모두에게 맡길 수밖에 없나……)

네?


[마스미]

나야.


[이즈미]

마스미 군…… 얘기할 마음이 든 거야?


[마스미]

…….


[사쿠야]

어서, 마스미 군!


[마스미]

아까는, 미안해.


[이즈미]

어?


[마스미]

때린 거랑, 무시한 거…….


[이즈미]

아니야, 전혀 신경 안 써. 때리게 된 거, 날 위해서 화낸 거잖아.


[마스미]

화 안 났어?


[이즈미]

응. 그보다 마스미 군이야말로 내가 한 말을 신경 쓰고 있던 거 아니야? 나를 위해서 연기하면 안 된다는 말.


[마스미]

……신경 쓴 다기 보다는, 모르게 됐어.


[이즈미]

모르게 됐어?


[마스미]

어떻게 하면 좋은지. 뭘 위해 연기하면 좋은지.


[이즈미]

나는 마스미 군이 연기를 좋아하게 되기를 바라고, 나 이외에 연기를 계속 할 이유를 찾기를 바라.

마스미 군한테 준 특별 훈련 메뉴가 있었지? 좋아하는 연극을 찾으라는 것도 그걸 위해서야. 그 때부터 연기가 좋아져서 좋아하는 걸 찾은 줄 알았는데…….


[마스미]

좋아하는 연극이라면 처음부터 있었어.


[이즈미]

어? 그래?


[마스미]

네 연극.


[이즈미]

내……?


[마스미]

비로드웨이에서 한 길거리 연극, 네가 하는 연극이 좋았으니까 나도 똑같이 열심히 했을 뿐이야.


[이즈미]

내 연극이……? 엄청 서투르고 못했는데.


[마스미]

상관없어.


[이즈미]

――. (뭐야…… 나는 배우로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어. 마스미 군이라는 재능을 찾을 수 있었어. 마스미 군이 연극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어)

(……서투르고 못해도 그걸로 충분해. 이제 배우로서의 내게 남은 미련은 없어. 감독으로서, 자신 있게 해나갈 수 있어)

……고마워, 마스미 군.


[마스미]

뭐가?


[이즈미]

아무것도 아니야. 좋아하는 연극이 있으면 됐어.


[마스미]

……좋아해.


[이즈미]

응, 내 연극을 좋아해줘서――.


[마스미]

――.


[이즈미]

얼굴이 가까운데!?


[마스미]

좋아해…….


[이즈미]

――!!


[사쿠야]

으아~! 마스미 군, 안 돼! 스톱! 그런 건 상대의 합의를 얻고 나서 해야지!


[마스미]

사쿠야, 방해.


[사쿠야]

그치만 억지로 하면 범죄―― 응? 어라? 지금 나를 이름으로 부른 거야?


[이즈미]

아, 그러고 보니…….


[사쿠야]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줬어……!


[마스미]

시끄러워.


[사쿠야]

기뻐, 마스미 군!


[마스미]

짜증나.


[이즈미]

(깜짝이야…… 아까 키스하는 줄 알았어. 하지만 다행이야. 마스미 군, 처음하고 비교하면 모두와도 잘 지내고 있고 점점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 마스미 군이 더욱 더 순수하게 연기를 즐기며 무대 위에 설 수 있기를……)

[이타루]

안녕하세요.


[여사원A]

아! 치가사키 씨! TV봤어요!


[이타루]

TV?


[여사원B]

극단에 들어갔었다니 몰랐어요!


[이타루]

아~ 맞아.


[여사원A]

티켓 아직 남아있어요? 다른 동료도 가고 싶다고 하는데…….


[이타루]

응, 아직 남아있을 거야.


[여사원A]

다행이다! 그럼 4장 부탁드려요!


[이타루]

고마워. 바로 준비해줄게.


[여사원A]

하~ 멋있어.


[여사원B]

진짜 미남이지~


-


[사쿠야]

아, 있다 있어! 마스미 군! 점심 먹었어?


[마스미]

아직.


[사쿠야]

그럼 같이 급식 먹으러 갈래? 하고 싶은 얘기도 있고.


[마스미]

……알겠어.


[여학생A]

마스미 군~! 티켓 샀어~! 힘내~!


[사쿠야]

!?


[마스미]

…….


[여학생A]

꺄~! 이쪽 봤어!


[사쿠야]

괴, 굉장하다. 팬클럽 애야?


[마스미]

……몰라.


-


[이즈미]

(TV중계 후에 티켓이 단숨에 팔리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최종일이 아직이야……)

앞으로 일주일 남았는데, 어떡하지…….

(한 자리라도 비어있으면 이 극장은……)

네?


[마스미]

나야.


[이즈미]

마스미 군,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야?


[마스미]

……요즘 나, 어때?


[이즈미]

어떠냐니, 괜찮다고 생각해.


[마스미]

정말?


[이즈미]

유조 씨도 칭찬해줬잖아?


[마스미]

그런 아저씨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나는 널 위해 하고 있는 건데.


[이즈미]

날 위해서라니…… 그럼 안 돼.


[마스미]

……어?


[이즈미]

나한테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좀 더 자기 성장으로 이어지는 목표를――.


[마스미]

――.


[이즈미]

마스미 군!? 말이 너무 심했나…….

(시간도 늦었으니까 내일 제대로 얘기하자)


-


[이즈미]

안녕, 마스미 군. 어제 말인데――.


[마스미]

――.


[이즈미]

마스미 군, 기다려!


[사쿠야]

어라, 마스미 군, 아침 연습은!?


[마스미]

학교 갈래.


[이즈미]

마스미 군…….


[츠즈루]

쟤 무슨 일 있어?


[시트론]

마스미가 감독님을 무시하다니 내일은 배가 서쪽에서 뜰거야.


[츠즈루]

해겠지.


[사쿠야]

걱정되니까 같이 학교 다녀올게요!


[이즈미]

응, 부탁해.


-


[이즈미]

마스미 군, 잠시 얘기 좀 하지 않을래?


[마스미]

…….


[이즈미]

마스미 군.


[마스미]

…….


[이즈미]

…….


[츠즈루]

삐친 꼬맹이냐. 정말이지.


[이즈미]

(곤란한데. 공연도 가까운데 이런 상태로는 본방에 악영향을 끼칠 거야)


[츠즈루]

아! 그렇지!


[이즈미]

?


[츠즈루]

그러고 보니 저녁 밥 재료가 부족했었지! 감독님, 계란 좀 사다주실래요?


[이즈미]

어? 아니, 계란은 아직 냉장고에――.


[츠즈루]

부족해요! 자, 마스미도 가서 짐 들어줘!


[마스미]

…….


[이즈미]

(혹시 신경써주는 건가?)

고마워, 츠즈루 군. 그럼 다녀올게.


[츠즈루]

천천히 다녀오세요~!


-


[마스미]

…….


[이즈미]

……. (여전히 아무 말도 안하고 시선도 피하고 있어……)

마스미 군, 어제 한 얘기 말인데――.


[여학생B]

어라!? 마스미 군 아니야!? 역시. 이런데서 만나다니 럭키~!


[여학생A]

마스미 군, 악수해줘!


[이즈미]

!?


[마스미]

……방해돼.


[여학생A]

공연 힘내! 응원할게!


[여학생B]

친구들이랑 같이 보러갈게!


[이즈미]

혹시 마스미 군의 팬이니?


[여학생A]

이 아줌마는 누구야? 매니저?


[이즈미]

아줌――?

(아니지, 지금은 참자. 귀중한 손님이야)

마스미 군이 소속된 극단의 감독 겸 주재역을 맡고 있어.


[여학생B]

흐응~! 아줌마가 감독이구나?


[여학생A]

매니저인줄 알았네!


[여학생B]

그보다 감독이라는 말은 마스미 군을 채용했다는 거지?


[이즈미]

응, 맞아.


[여학생A]

그거 마스미 군한테 접근하기 위해서 아냐?


[이즈미]

뭐?


[여학생B]

완전 그거 아냐? 직권남용?


[여학생A]

우와~ 그 나이로 남고생을 노리냐. 완전 깬다!


[여학생B]

경찰 불러야 되는 거 아냐?


[이즈미]

――.


[마스미]

너네――.


[이즈미]

마스미 군, 안 돼……!

――읏.


[여학생A]

어? 뭐야?


[마스미]

――. 미안, 난, 때릴 생각은――.


[이즈미]

……난 괜찮아.


[여학생B]

저기, 우리 뭐 이상한 말 했어?


[이즈미]

내가 마스미 군을 스카우트 한 이유는 멋있기 때문만이 아니라는 걸, 공연을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본방 기대해줘.


[여학생A]

――아, 네.


[여학생B]

뭔가 좀, 미안해요.


[여학생A]

가자.


[마스미]

…….


[이즈미]

마스미 군?


[마스미]

…….


[이즈미]

(화해하려고 생각했는데 괜히 악화된 것 같아)

마스미 군, 기숙사로 돌아가자.

[사쿠야]

안녕하세요!


[츠즈루]

안녕.


[시트론]

좋은 아침이야.


[이타루]

좋은 아침.


[마스미]

…….


[사쿄]

…….


[사쿠야]

!?


[츠즈루]

야, 야, 저기…….


[사쿠야]

저 사람, 징수원이지요? 여기엔 왜……?


[시트론]

츠즈루, 말 걸어봐.


[츠즈루]

싫어요! 마스미가 가봐.


[마스미]

…….


[츠즈루]

무시하지 마!


[이타루]

감·독·소·환☆


[이즈미]

얘들아 안녕~


[츠즈루]

이타루 씨 굉장해.


[사쿄]

…….


[이즈미]

!! 무슨 일이세요? 약속대로 공연은 이번 달 안에 상연할 거예요.


[사쿄]

최종일은 다 팔렸나?


[이즈미]

그, 그건――.


[사쿄]

한 자리라도 비어있다면 실격이다.


[이즈미]

알고 있어요!


[사쿄]

흥. 그럼 됐다.


[사쿠야]

저 사람, 겨우 그 말을 하러 온 걸까요?


[츠즈루]

성격 나쁘네.


[마스미]

짜증나.


[이타루]

최종일 아직 다 안 팔렸어?


[이즈미]

다른 날 보다는 많이 팔렸지만, 아직…….


[츠즈루]

쉽지 않네요.


[사쿠야]

티켓을 더 많이 팔 방법은 없을까요?


[시트론]

악수권 파는 거야.


[이즈미]

팬이 있다면 효과적이겠지만…….


[이타루]

이제 막 시작했으니 지명도가 없지.


[이즈미]

으~음…….


[카즈나리]

수고피코~!


[츠즈루]

어라? 미요시 씨, 무슨 일이에요?


[카즈나리]

위로차 방문이랄까~? 어떻게 되어가나~ 싶어서.


[츠즈루]

그래요…….


[카즈나리]

어라? 왠지 분위기 무겁지 않아?


[츠즈루]

티켓이 생각보다 안 팔려서, 어떻게 선전할지 생각 중이라…….


[카즈나리]

진짜? 안 팔리면 여기 망하잖아? 대 위기네.


[츠즈루]

그런 상태라서 미요시 씨를 상대할 시간이――.


[카즈나리]

아! 좋은 생각났어! 티비! 티비 나가면 되잖아.


[이즈미]

티비? 그렇게 간단히 나갈 수 없을 텐데?


[카즈나리]

안 그래! 내가 말해볼게!


[이즈미]

방송국에 아는 사람이 있어……?


[카즈나리]

잠깐 연락하고 올게. 그럼 힘내!


[이즈미]

앗, 잠깐――.

갑자기 와서 갑자기 가버렸어.


[츠즈루]

항상 저래요.


[마스미]

수상해.


[이즈미]

으~음, 진짜로 티비에 나가 선전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


[이즈미]

그럼, 한 시간 휴식――.


[???]

실례합니다~!


[이즈미]

??


[???]

안녕하세요~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이즈미]

누구신가요???


[사쿠야]

카메라?


[츠즈루]

뭐지?


[안자이]

비로드TV 디렉터 안자이입니다. '더 쇼'의 취재를 위해서 왔는데요――.


[이즈미]

취재!? 방송국!?


[안자이]

못 들으셨어요?


[이즈미]

네…….


[안자이]

이상하네. 지배인분하고 연락을 했는데요…….


[츠즈루]

잊어버렸군…….


[이즈미]

잊어버린 거야…….


[사쿠야]

그런데 TV취재가 왔다는 건, 진짜로 카즈나리 씨가 연락해준 거네요?


[이타루]

의외네. 전혀 기대 안했는데.


[츠즈루]

그 사람 부모님이 발이 넓어요.


[이타루]

부모 연줄…….


[안자이]

그런데 취재를 해도 될까요?


[이즈미]

그럼요! 잘 부탁드려요!


-


[안자이]

그럼 카메라 돌릴게요~


[리포터]

네! 오늘은 드디어 부활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베테랑 극단, MANKAI 컴퍼니의 연습실에 찾아왔습니다.

우선 주재역 겸 감독인 타치바나 씨와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데요.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멤버를 모으셨다고요?


[이즈미]

네. 새로운 멤버로 처음부터 완성한 거예요.


[리포터]

이번 공연은 로미오와 줄리엣 어레인지판이라고 들었는데요, 줄거리를 소개해주세요.


[이즈미]

남자로 바뀐 줄리엣과 로미오의 우정이야기예요. 꼭 보러 와주세요.


[리포터]

감사합니다. 그럼 이어서 출연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데요. 우선 주연인 두 사람, 사쿠마 사쿠야 군과 우스이 마스미 군입니다.


[사쿠야]

자, 자자자잘 부탁드립니다!


[이즈미]

(딱딱해)


[마스미]

안녕하세요.


[리포터]

이번에는 두 사람의 우정이 메인이라고 들었는데요, 벌써부터 호흡이 딱딱 맞는다고요?


[사쿠야]

그그그러, 그럼요! 그렇지 마스미 군!?


[마스미]

……별로.


[사쿠야]

어어어!?


[리포터]

아하하. 호흡이 딱 맞네요.

머큐시오 역의 미나기 츠즈루 씨는 이번에 각본을 쓰셨다고 들었는데요――.


[츠즈루]

――.


[리포터]

츠즈루 씨?


[츠즈루]

아, 네. 저 그 제―― 제가 썼어요.


[이즈미]

(츠즈루 군도 엄청 긴장했네)


[리포터]

배우 겸 각본가로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츠즈루]

그, 그게 말이죠―― 집필기간이 짧아서 좀 힘들었었는데, 그 외에는 보람이 있어서 즐거워요.


[리포터]

그렇군요, 의욕이 넘쳐보여요. 다음은 티볼트 역의 치가사키 이타루 씨.


[이타루]

잘 부탁드려요.


[리포터]

와아, 잘생기셨어요~!


[이타루]

하하, 감사합니다. 배우가 모두 남성으로 구성되어서 여성분들께서 즐겁게 보실 수 있는 무대라고 생각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즈미]

(말끔한 이타루 씨야……! 건어물 상태일 때의 모습이 없어……)


[리포터]

다음은―― 으음, 신부 역의 시트론 씨?


[시트론]

예스.


[사쿠야]

시트론 씨 마스크는 왜 쓰고 있어요!?


[츠즈루]

어느새!?


[시트론]

티비에 나갈 땐 맨 얼굴로는 못 나가.


[츠즈루]

그게 뭐야!


[리포터]

이번 신부는 그런 역할인가요?


[츠즈루]

전혀 관계없어요!


-


[안자이]

네, 다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잘 부탁드려요.


[이즈미]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리포터]

공연 힘내세요.


[이즈미]

감사합니다!


-


[사쿠야]

하~ 긴장했어…….


[츠즈루]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나도 모르겠어.


[시트론]

왠지 평소보다 숨이 막혔어.


[츠즈루]

그거 마스크 탓이지!?


[이타루]

이걸로 선전효과가 있으면 좋을 텐데.


[이즈미]

그러게요. 티켓이 조금이라도 팔리면 좋을 텐데…….

[이즈미]

그럼 다음은 2막 머큐시오 신부터――.


[유조]

오, 지금부터 연극 보러 갈 거니까 준비해라~


[이즈미]

유조 씨!? 갑자기 오자마자 무슨 일이에요?


[유조]

이제부터 내가 지도하고 있는 극단의 공연이 있어. 초대해 줄 테니까 공부삼아 보러 와.


[이즈미]

유조 씨가 지도하는 극단……?

(확실히 좀 더 퀄리티를 올리기 위한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알겠어요. 그럼 다들 준비하자.


-


[이즈미]

(엄청나…… 레벨이 너무 달라)


[사쿠야]

이렇게 압도적이구나…….


[츠즈루]

역시 유조 퀄리티…….


[시트론]

괜히 야쿠자처럼 생긴 게 아니야.


[이타루]

격이 다르네.


[이즈미]

(다들 자신감을 잃은 건 아니겠지……? 돌아가면 미팅 해야겠어)


-


[이즈미]

그럼 적극적으로 아까 공연에서 얻은 것을――.


[사쿠야]

날마다 바뀌는 요소를 넣어보지 않을래요!?


[츠즈루]

아, 나도 그거 생각했어. 애드리브 같은 거.


[사쿠야]

그걸 기대하고 매번 보러 온다는 손님들 대화가 들렸지요!


[이즈미]

으, 응. 좋은 것 같아.


[이타루]

여유가 있으면 로비에서 즉흥극을 하면?


[시트론]

그것도 좋았지!


[츠즈루]

연출은 좀 더 화려하게 해도 좋을 것 같아. 라이트를 효과적으로 쓰더라.


[마스미]

무대를 더욱 넓게 써.


[츠즈루]

응, 움직임도 생각해보자.


[이즈미]

그래.


[사쿠야]

단역을 전부 단원이 하지 않고 객원 형태로 엑스트라를 두는 편이 좋을까요?


[이즈미]

응. 다른 극단에 객원을 빌릴 수 있는지 지배인님하고 알아볼게.


[츠즈루]

그러는 편이 변화가 있어 좋겠어. 의상을 갈아입는 것도 일이고.


[이즈미]

다들…… 기가 죽기는 커녕, 제대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구나.


[사쿠야]

더욱 더 무대를 좋게 만들고 싶어요.


[츠즈루]

할 수 있는 건 전부 하고 싶슴다.


[마스미]

지고 싶지 않아.


[츠즈루]

열심히 할 거야.


[이타루]

완성도 올려야지.


[이즈미]

(다행이야.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었어. 모두 확실히 성장했어)

좋아, 그럼 오늘 나온 아이디어를 어떻게 반영시킬지 생각하자!


-


[츠즈루]

…….


[이즈미]

어라? 츠즈루 군, 아직 안 잤어?


[츠즈루]

잠이 좀 안와서요.


[이즈미]

그래.


[츠즈루]

눈을 감으면 낮에 본 무대가 떠올라요.


[이즈미]

아, 굉장했지. 다들 기가 죽으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다행이야. 멘탈도 강해졌어.


[츠즈루]

아니, 본심을 말하자면 기도 죽고 위축도 됐어요. 이미 그럴 단계는 지났으니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은 것 뿐임다.


[이즈미]

그만큼 강해졌다는 거야.


[츠즈루]

그런가요. 하지만 좀 더 빨리 연극을 하고 싶었어요. 그랬다면 기초가 완성된 상태로 시작해서 더 많은걸 할 수 있었을 텐데.


[이즈미]

학교에서 연극부에 들어가거나 하지 않았어?


[츠즈루]

동생들을 돌보느라 그럴 틈이 없었어요. 그래도 고등학교 때는 연극부에 들어가려고 가입부를 했었는데요. 꽤 열심인 곳이라 연습이 길어져서, 늦게 돌아갔더니 막내가 열이 나서 큰일났었어요…… 역시 안 되겠구나 생각했죠.


[이즈미]

그래…… 가족을 위해 참았구나.


[츠즈루]

이걸 명분삼고 있기는 한데, 글쎄요. 그래도 하고 싶었다면 사정을 말하고 빨리 돌아가거나, 방법은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간단하게 포기했어요.

자기가 각오를 다지지 못한 것뿐인데, 좋아하는 가족들 탓으로 돌려버린 게 계속 마음 한구석에 걸려서.


[이즈미]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비로드웨이에서 극단을 찾고 있었잖아?


[츠즈루]

그건, 뭐…….


[이즈미]

그럼, 시기가 조금 어긋난 것 뿐 아무런 문제없어. 덕분에 이 MANKAI 컴퍼니에 들어오게 됐잖아. 나는 츠즈루 군네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있어.

만약 이미 연극을 시작했더라면 다른 극단에 들어가 있었을지도 몰라. 다른 사람들과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몰라. 츠즈루 군 오리지널의 근사한 로미줄리도 나오지 못했을 거야.


[츠즈루]

……그렇구나. 그렇죠. 그 로미줄리를 쓸 수 있었던 것도 초대 봄조의 로미줄리가 있었고, 모두와 만났기 때문에…….


[이즈미]

맞아. 지금까지 축적된 울분이 있었기에 그 일주일간 악착같이 열정을 쏟을 수 있었어.


[츠즈루]

하하. 그랬죠. 그 때는 정말, 지금 쓰지 못하면 평생 못 쓸 거라 생각해서 필사적이었어요.

그래, 쓸모없지 않았구나…….


[이즈미]

앞으로도 쓰게 될 거야. 이 극단에서 써야지. 츠즈루 군은 MANKAI 컴퍼니의 간판 극작가니까.


[츠즈루]

간판이라니, 과장이에요…….


[이즈미]

그렇지 않아!


[츠즈루]

……그럼 계속 쓰기 위해서도 이 공연을 성공시켜야겠네요.


[이즈미]

맞아. 반드시 성공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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