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이 역에선 처음 내렸는데 꽤 번화했네.


[오미]

나도 오랜만에 왔는데, 꽤 변한 것 같아.


[이즈미]

여기서 더 멀어?


[오미]

아니, 걸어서 10분 정도야.


[이즈미]

오늘은 부모님은 못 오신다고 했지?


[오미]

응, 일정이 안 되셨나봐. 감독님한테 잘 말해달라고 하셨어.


[이즈미]

그래…….


[오미]

감독님, 두 분을 불러줘서 고마워. 저번에 다시 감사를 겸해서 인사하러 갔었어. 계속 현상하지 않았던 사진이 있어서 그걸 전할 겸 해서.


[이즈미]

사진?


[오미]

정장을 입은 나치의 모습과 볼프 멤버의 단체 사진. 이전에도 이후에도 찍은 건 그 한 장뿐이야. 계속, 나치나 모두와 마주 보는 게 무서워서 필름을 간직하고만 있었어. 마음속 어딘가에 나 혼자만 살아남은 것에 부채를 가지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살아서, 나치가 이루지 못했던 배우의 꿈을 좇는 것에…….

그래서 과거에서 전부 눈을 돌리고 있었어. 내 일은 뒷전으로 돌리는 버릇도 그 때문이었는지도 몰라.


[이즈미]

그랬구나…….


[오미]

하지만 사진 속의 나치는 활짝 웃고 있었어. 내 꿈속의 비뚤어진 나치가 아니고, 옛날 모습 그대로의 나치가 거기 있었어. 나치가 나를 응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혹시 반대 입장이 되었다면 나도 나치를 응원했을 거니까. 내가 신뢰하고, 유일하게 등을 맡길 수 있는 친구였으니까.


[이즈미]

응. 그렇지. 사진, 부모님도 기뻐하시지 않았어?


[오미]

맞아. 무척이나. 더 빨리 가져다 드렸으면 좋았을걸. 앞으로는 가끔이라도 좋으니 내 사진도 보내달라고 하셨어. 배우로서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을 천국의 나치와 함께 지켜보고 싶다고…….


[이즈미]

……잘됐다, 오미 군.


[오미]

응. 감독님 덕분이야.


[이즈미]

(정말 잘 됐어…… 오미 군은 과거의 후회를 드디어 완전히 이겨냈구나)


-


[오미]

…….


[이즈미]

…….


[오미]

……나치, 계속 오지 않아서 미안해. 네 부모님과 우연히 마주 치고 나서 어쩐지 오기 힘들였어. 불효, 아니, 친구 간의 불효라고 하는 걸까? 이런 것도.

사진, 너한테도 보여주려고 왔어. 네 정장 차림 역시 형편없지. 사진 보고 어머니도 웃었다고.


[이즈미]

(어라? 사진에 노란색 스티커가 붙어있어. 저 스티커는 분명 타이치 군한테 준……)

오미 군, 그 스티커는 뭐야?


[오미]

아, 이거는…… 뭐 좀.


[이즈미]

?


[오미]

'볼프' 단체 사진은 역시, 네 말대로 찍어두기를 잘했어. 너도 다른 애들도 그 시절 그대로 여기에 남아있어. 내 안에도――.


[이즈미]

(오미 군에게 있어서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었겠지)


[오미]

그리고 오늘은 나치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이즈미]

?


[오미]

이 사람 덕분에 나는 앞으로 나갈 수 있었어. 떠맡고 있다고 생각했던 네 꿈을, 내 꿈으로 뒤쫓을 수 있게 됐어.

이 사람 만이 아니야. 지금 내게는 '볼프' 시절같이 소중한 동료가 있어. 그 녀석들과 감독님과 함께, 앞으로도 나는 배우로서 네게 비웃음 사지 않도록 진지하게 연기를 해나갈 거야.


[이즈미]

(오미 군의 각오가 느껴져…… 분명, 앞으로 오미 군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어. 부디 지켜봐 주세요. 나치 씨……)


[오미]

그럼 슬슬 갈까? 같이 와줘서 고마워, 감독님.


[이즈미]

아니야. 같이 오길 잘했어. 오미 군을 지금까지 보다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오미]

다음에 타이치나 가을조 사람들에게도 권해볼까. 나치에게 제대로 소개해주고 싶어.


[이즈미]

응! 다들 분명 기뻐할 거야.


-


[타이치]

앗! 굿 타이밍임다!


[사쿄]

둘 다 서둘러.


[이즈미]

무슨 일이야? 다들 모여서.


[반리]

가을조 모여서 기념촬영 한대.


[쥬자]

슬슬 돌아올 것 같아서 준비해뒀어.


[오미]

기념촬영?


[타이치]

자자, 빨리하지 않으면 해가 질 거라구여. 나란히 서요, 나란히!


[이즈미]

으, 응.


[오미]

그런데 왜 갑자기 기념촬영이야?


[타이치]

기념임다!


[반리]

무슨 기념.


[타이치]

으음, 이방인의――.


[사쿄]

최종일은 지난주에 끝났어.


[타이치]

공연 종료 일주일 기념임다!


[사쿄]

뭐야 그건.


[반리]

야, 너 저리 더 가.


[쥬자]

왜 내가 이동해야 하는 건데? 네가 저리 가.


[반리]

보통 리더인 내가 센터잖아.


[쥬자]

알게 뭐야. 센터는 그 머리 모양으로 충분해.


[반리]

너 이 자식, 싸우자는 거냐!


[이즈미]

자자, 둘 다 싸우지 마! 중앙에 둘이 나란히 서면 되니까!


[반리]

…….


[쥬자]

…….


[이즈미]

마주서서 노려보지 말고 카메라 보고 서!


[사쿄]

정말, 뭐 하는 건지.


[타이치]

서둘러여!


[이즈미]

오미 군도, 어서 빨리!


[오미]

――그래.


[이즈미]

자, 다들 웃어~!


[반리]

…….


[쥬자]

…….


[사쿄]

…….


[타이치]

……오미 군, 현상하면 무슨 색 스티커 붙일까?


[오미]

그거야 정해져 있잖아?


[타이치]

그렇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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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존에게 붙잡힌 제로를 쫓아 연구소에 도착하는 볼프……)


[돔]

"제로는 만물의 모판이 되기 위해 태어났어. 사람의 기능은 씨앗에 먹히고, 이윽고 사라지게 되겠지."


[볼프]

"그런 오컬트 같은 이야기 누가 믿겠어."


[제로]

"나인은?"


[돔]

"나인은 실패작이야. 너는 그것의 유전자를 써서 만들었으니 네 아버지라고도 할 수 있겠군."


[제로]

"――나는 만들어진 존재구나."


[돔]

"그래, 제로. 너는 이 지구의 어머니가 되는 거야. 멸종한 식물이 자라면 이 지구는 태고의 초록빛을 되찾을 수 있어. 전 세계에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도 구원받을 거야."


[볼프]

"이 엿 같은 세계를 구한다고? 그거야말로 엿이나 먹으라지. 왜 우리가 이런 생활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나? 전부 이 빌어먹을 세계 때문이야. 이런 세계, 구할 가치도 없어."


[제로]

"있어. 이 세계에는 볼프가 있어."


[볼프]

"바보 아냐? 못 해 먹겠군. 마음대로 해. 계약은 이걸로 종료야."


[제로]

"……볼프는 죽고 싶어 하는 인간이 죽이고 싶을 만큼 싫다고 했었지."


[존]

"쫓아갈까요?"


[돔]

"상관없어. 내버려 둬."


[이즈미]

(제로가 볼프가 사는 지구를 위해 각오를 다졌을 때――)


[돔]

"!?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존]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


[제로]

"――읏."


[이즈미]

(여기저기서 터지는 폭발음, 폭풍에 날려가는 제로……)


[돔]

"제로를 죽게 내버려 두지 마!"


[존]

"네!"


[나인]

"……."


[존]

"뭐야, 넌. 방해하지 마."


[나인]

"……제로를 해방해라. 저건 이미 나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어."


[존]

"무슨――"

"――윽."


-


[이즈미]

(정신을 잃기 직전의 제로 앞에 연기 속에서 볼프가 모습을 드러낸다. 도와주는 것이 아닌, 총을 들이대는 볼프……)


[볼프]

"엉망이군. 그대로 자면 폐가 타서 죽을 거다."


[제로]

"볼프, 어째서……."


[볼프]

"나는 죽고 싶어 하는 인간이 죽이고 싶을 만큼 싫다고 했잖아. 죽이러 돌아온 거야. 죽고 싶은 건가?"


[제로]

"――살고 싶어. 볼프와 함께 가고 싶어."


[볼프]

"그렇다면 일어나."


[제로]

"……역시 도와주지 않는구나."


[볼프]

"또 고용한다면 얘기가 다르지."


[제로]

"고용할게. 죽을 때까지 부려먹어 주겠어."


[볼프]

"딱 좋군."


[이즈미]

(제로를 바라보는 눈에는 오미 군다운 자애로운 표정이 넘치고 있어…… 처음의 험악한 표정과의 대비가 무척 좋아)


[볼프]

"자, 가자. 그대로 죽지 말라고."


[제로]

"그럼 좀 더 상냥하게 옮겨줘!"


[이즈미]

(제로를 가볍게 어깨에 메어 올리는 볼프. 그 모습은 연기 속으로 사라지고……)


-


[오미]

――.


[타이치]

――오미 군!


[오미]

해냈어――.


[타이치]

응―― 응!


[반리]

수고했어, 둘 다!


[타이치]

아얏!


[쥬자]

최고였어.


[타이치]

아프다니까! 쥬자 씨!


[사쿄]

잘했어.


[오미]

아야!


[사쿄]

벌써 만족한 표정 짓는 거 아니야. 아직 첫날이다. 시작일 뿐이야.


[오미]

――사쿄 씨. 나약한 저를 꾸짖어줘서 감사합니다.


[사쿄]

겨우 한 꺼풀 벗은 모양이군.

……하지만 너는 더 빨리 나를 의지할 줄 알았어.


[오미]

네?


[사쿄]

생각 이상으로 잘했다고 말하는 거야. 너는 체격도 좋고 목소리도 그렇고, 좋은 걸 많이 가지고 있어. 거기에 박력이 붙으면 범의 날개지. 너를 당해낼 녀석은 없어.


[오미]

사쿄 씨…….


[사쿄]

왜 당황한 표정이야. 너, 내가 채찍밖에 쓸 줄 모른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네가 잘하면 칭찬도 해. 내키면 듣기 좋은 말을 못 해줄 것도 없지.


[오미]

――하핫, 감사합니다.


[사쿄]

이 기세로 부탁한다, 단장.


[오미]

네.

――자, 최종일까지 스피드 올리고 돌파한다!


[반리]

오!


[쥬자]

옙!


[타이치]

오오~!


-


[이즈미]

두 분 다 어서 들어오세요.


[나치 아버지]

실례합니다.


[나치 어머니]

실례하겠습니다.


[오미]

――.


[나치 아버지]

후시미 군, 오랜만이야.


[오미]

오랜만, 입니다.


[나치 어머니]

배우를 하고 있었구나. 굉장하구나, 주역이라니……. 우리는 우리 아들의 무대를 보는 게 꿈이었어. 후시미 군은 우리 아들이나 마찬가지니까,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


[나치 아버지]

고맙구나, 후시미 군. 나치도 분명 기뻐할 거다.


[오미]

――저야말로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치 어머니]

――자, 너도 인사하지 그러니?


[오미]

?


[료]

아니, 저는…….


[이즈미]

모처럼 왔으니까 들어오세요.


[료]

…….


[오미]

료…….


[료]

오미 씨…….


[오미]

――왜 우는 거야.


[료]

――윽, 아니에요, 이건 땀인데…….


[오미]

그래.


[료]

……무대에 서 있는 오미 씨는, 그 시절하고 전혀 다르지 않았슴다. 나치 씨와 함께 선두에서 달렸던 그 시절과 전혀……흑.


[오미]

역시 울고 있잖아.


[료]

……앞으로도 응원할게요. 볼프 녀석들도 부를게요! 그 녀석들도 분명 기뻐할 테니까――.


[오미]

그래. 고마워, 료. 오늘 와준 것도, 볼프를 마지막까지 지켜봐 준 것도.


[료]

――윽. 윽, 흐윽, 으흑, 오미 씨~!!!


[오미]

안 우는 거 아니었어?


[사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광경이군.


[쥬자]

옙.


[반리]

사코다 2호인가.


[타이치]

닮았슴다!


[이즈미]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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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땀에 젖은 그립의 감촉, 전신을 뒤덮는 압력, 모든 게 친숙한 것이라 상쾌한 기분이다.

옆에는 언제나 그 녀석이 나란히 달리고 있다.


"야, 오미 너 임마. 멋대로 우리 전설을 흑역사 취급하지 마."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치는 기어 체인지를 하고 단숨에 가속한다.

나도 망설임 없이 클러치 레버에 손가락을 건다.


"'볼프'는 최강이잖아?"

"그래, 최강이지. 변하지 않아."


더욱 가속한다.

나치를 따라잡았다. 단숨에 앞지른다.


"전력으로 연기해. 바이크도 타. 사진도 찍어!"


뒤에서 들려오는 나치의 목소리가 내 등을 밀어준다.

바이크가 점점 가속한다. 마치 바람과 일체가 된 것처럼.


"계기는 나였지만, 그런 거 상관없어!"

"그저 너랑, 네가 사랑하는 녀석들을 위해 해내!"

"그 시절처럼! 그게 너랑 내가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잖아!"


등 뒤에서 들리는 나치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뒤를 확인하려 했을 때, 나치의 목소리가 그것을 가로막았다.


-


"뒤돌아보지 마! 앞만 보고 달려가!"


-


[오미]

――. (……뒤돌아보지 마, 인가. 그래)


[타이치]

오미 군, 좋은 아침임다!


[오미]

좋은 아침.


[타이치]

어라. 왠지 상쾌한 얼굴이네여. 푹 잤어여?


[오미]

그래. 좋은 꿈을 꿨어.

(공연이 끝나면 앨범용 사진을 현상하러 가자. 하는 김에 옛날 필름도 현상하는 거야)

(그 시절과 마주 보는 게 무서웠어. 그때의 나치와 정면에서 마주 보는 것을 피하고 있었어. 하지만…… 그런 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 그때 파인더를 들여다본 건 나야)

(나는 그때, 확실하게 나치와 함께 있었어. 동료들과 함께――. 과거는 변하지 않아. 내 죄도 모두 포함해서 나인 거야. 눈을 돌릴 수 있을 리 없어. 그럴 필요도 없어. 나치의―― 과거 덕분에, 나는 지금 가을조 모두와 함께 무대에 서는 거야)


-


[안내방송]

――잠시 후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즈미]

다들 준비는 OK?


[반리]

OK~!


[타이치]

OK임다!


[쥬자]

옙.


[사쿄]

문제없어.


[이즈미]

그럼, 남은 건 각자――.


[오미]

기다려줘, 그 전에―― 가을조, 원진!


[반리]

――.


[타이치]

동그랗게 서는 검다!


[사쿄]

가을조에서 원진은 처음이군.


[쥬자]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오미]

……좋아. 반리! 쥬자! 타이치! 사쿄!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반리]

오!


[쥬자]

옙!


[타이치]

오오~!


[사쿄]

당연하지!

그리고 막 부르지 마.


[반리]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자고요, 사쿄 씨.


[타이치]

아하하!


-


[이즈미]

(서두, 길가에 쓰러진 제로를 발견하는 볼프……)


[볼프]

"죽고 싶은 건가?"


[제로]

"너는 누구야? 사신?"


[볼프]

"죽고 싶은 거라면 단숨에 해결해주지. 나는 죽고 싶은 녀석이 죽이고 싶을 만큼 싫거든."


[제로]

"……살고 싶어.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볼프]

"그렇다면 일어서라. 거기서 자면 말라붙을 거야."


[제로]

"도와주는 거 아니야?"


[볼프]

"도와줬잖아?"


[제로]

"뭐를? 바이크로 질질 끌었을 뿐이잖아."


[볼프]

"쓰러진 채로 있었으면 확실하게 죽었을 거다. 일어나서 다행이군."


[제로]

"도깨비! 악마! 마을까지 데려다줘도 되잖아!?"


[볼프]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거지?"


[이즈미]

(볼프가 가볍게 버리고 가려고 하자, 거기에 나타나는 추격자 존……)


[존]

"그 애를 이리 넘겨."


[볼프]

"맘대로 데려가. 나는 관계없어."


[존]

"그런가. 그렇담 죽어라."


[볼프]

"――윽."


[존]

"핫!"


[볼프]

"칫……!"


[이즈미]

(정확하고 무쌍한 존의 공격과, 황당무계할 정도로 거친 볼프의 공격. 둘 다 운동신경이 좋으니까 어려운 난투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어. 싸움에 익숙한 것도 있고, 박력도 있고, 체격도 좋으니까 보기에도 좋고 멋있어. 가을조의 장점은 역시 액션이야!)


[존]

"그 애의 존재를 알릴 수는 없다."


[볼프]

"젠장, 그럼 인질로 쓸 수밖에."


[이즈미]

(제로를 인질로 그곳에서 도망치는 볼프…… 오미 군에게서 무른 면이 빠지고 비정한 면이 잘 나타나고 있어)


[볼프]

"칫, 바이크가 당했군. 역신이냐."


[제로]

"나를 도와줘. 보수는 얼마든지 낼 테니까."


[볼프]

"보수가 어디 있다고."


[제로]

"……이걸 봐."


[볼프]

"뭐야? 꼬맹이의 벗은 몸 따위에는 흥미 없어."


[제로]

"이건?"


[볼프]

"――. 너, 그런 건 어디서 손에 넣은 거야?"


[이즈미]

(제로가 보여준 건 수많은 씨앗…… 식물이 멸종한 이 세계에서는 희소한 것이지. 고액의 씨앗을 가진 상대를 수상하게 여기면서도 경호원을 맡는 볼프. 기억이 없다는 소녀는 제로라고 이름을 대고, 함께 바이크로 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


-


[돔]

"도망쳤다고? 즉시 잡아 와. 세계가 끝날 거라고."


[존]

"즉시 쫓아가겠습니다."


[이즈미]

(연구소에서 남몰래 이루어지는 추적자들의 대화…… 볼프와 제로에게 수상한 그림자가 접근한다……)


-


[나인]

"그 여자랑 엮이지 마. 파멸을 부를 거다. 나쁜 소리는 하지 않으니 어서 추격자에게 넘겨."


[볼프]

"공교롭게도 나는 남의 명령을 듣는 걸 구역질이 나올 만큼 싫어하지."


[이즈미]

(종자를 담보로 제로를 지키는 경호원이 되는 볼프)


[제로]

"볼프, 나는 세계를 보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해. 줄곧 밖으로 나오고 싶었어."


[볼프]

"그거 다행이군. 어디를 봐도 엿 같은 세상이었지?"


[제로]

"그렇지 않아. 볼프가 있었어."


[볼프]

"내가? 내가 있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제로]

"볼프는 이 세계의 '씨앗'이야."


-


[이즈미]

(제로와 볼프가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 가운데, 연구소에 나타난 밀고자……)


[나인]

"나인입니다."


[돔]

"나인? 아, 그거군. 이제 와서 무슨 볼일이지?"


[나인]

"그 여자를 발견했습니다."


[돔]

"그 여자? 그런가, 잘했군. 처음으로 도움이 됐어."


-


[이즈미]

(한편, 볼프에게 완전히 마음을 허락한 제로는 시장에서 장을 보던 중에 볼프에게 선물을 주려고 생각한다)


[제로]

"새로운 걸 주고 낡은 망토는 버리자. 볼프 항상 냄새나니까."


[이즈미]

(제로의 표정에는 타이치 군의 붙임성이 잘 드러나고 있어. 여자 역할이라는 건 관계없이, 자기 자신다운 연기가 나오는 거야)


[존]

"……발견했다."


[제로]

"――읏. 볼프!!"


[볼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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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그럼 오늘 전체 연습에 앞서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


[오미]

나, 말할 게 있어.

다들 미안해. 한 가지, 연극 속에서 꼭 변경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


[사쿄]

변경?


[오미]

내 역할 이름 말인데, 앞으로 워드가 아니라 '볼프'로 불러줬으면 해.


[반리]

역할 이름 변경!? 내일이 첫날이라고?


[사쿄]

여기까지 와서 그걸 변경하는 건가.


[이즈미]

일단, 저도 사전에 얘기를 듣고 허가를 해줬어요. 츠즈루 군도 문제없다고 했고.


[쥬자]

……'볼프'는, 오미 씨가 예전에 소속해있던 팀 이름이지요?


[오미]

그래. 맞아.


[사쿄]

그저 이름을 바꾼 것만으로 의식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거라면 인정할 수 없어.


[오미]

……그런 생각은 아니에요. 제가 제멋대로 군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저는 미숙하니까, 역할에 보다 빠져들기 위한 도움이 필요해요. 무엇보다, 제 과거를 전부 짊어지고 이번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부탁드려요.


[사쿄]

각오를 다진 것 같군.


[오미]

네.


[반리]

처음이잖아? 오미가 제멋대로 구는 거.


[사쿄]

……들어줄 수밖에 없겠군.


[쥬자]

문제없어.


[반리]

네가 가장 걱정이야. 깜빡하고 '워, 웝프' 같은 말 하지 마라?


[쥬자]

네가 웃을 때 나는 듯한 그런 소리 하겠냐.


[반리]

누가 언제 그렇게 웃었다는 거야!


[이즈미]

그럼, 오늘 전체연습부터 역할 이름을 변경하자.


[타이치]

다행이네여, 오미 군!


[오미]

고마워, 다들…….


[이즈미]

자! 그럼 다들 유조 씨가 오면 시작할 거니까 준비해!


-


[오미]

"죽고 싶은 건가?"


[타이치]

――.


[이즈미]

(서두, 볼프가 제로를 구한 다음에 물어보는 대사…… 지금까지 오미 군이 한 연기랑은 전혀 달라. 도움을 받은 제로가 겁을 낼 정도의 위압감……)


[타이치]

"너는 누구야? 사신?"


[이즈미]

(타이치 군의 연기도 변했어. 무척 자연스럽게 타이치 군 다운 게 나오고 있어. 어제 어드바이스 해준 게 조금은 도움이 된 건가……)


-


[이즈미]

타이치 군, 어때? 제로 연기는 잡았어?


[타이치]

음~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딱 오는 게 없다고 해야 하나, 뭔가 맞지 않슴다.


[이즈미]

그래…….


[타이치]

제가 생각하는 여자아이 상하고 제로 역에 요구되는 연기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뒤죽박죽이라……. 머리에서 잘 바뀌지 않슴다.


[이즈미]

그럼, 지금까지 타이치 군의 인생 속에서 제로 같은 여자애랑 겹쳐 볼만한 사람, 누구 없을까?


[타이치]

제로 같은 여자아이…….


[이즈미]

좀 무뚝뚝하고, 여자애 같다기보다는 소년 같은 여자아이.


[타이치]

으~음…… 앗!


[이즈미]

누구 있어?


[타이치]

제 첫사랑하고 닮았슴다. 남자 못지않다고 해야 하나 말투가 거칠어서, 그치만 문득 보면 엄청 여자아이 같은 얼굴을 해여……. 남자애랑 여자애가 뒤섞인 듯한 아이였어여.


[이즈미]

그렇구나…….

(그 첫사랑인 유키 군은 원래 남자아이니까……)

그럼, 그 아이를 떠올리면서 연기해보면 어떨까?


[타이치]

그렇구나…… 그렇네여! 저, 그 여자애랑 재회했을 때 가슴을 펼 수 있도록 전력으로 연기하겠슴다!


[이즈미]

응, 그 기세야!


-


[유조]

…….


[이즈미]

(굉장해. 여기서 단숨에 퀄리티가 올랐어. 지금까지와는 완성도의 격이 달라)


[유조]

……뭐야, 헛걸음했나. 또 바짝 혼내주려고 왔는데.


[오미]

네?


[타이치]

그렇다는 건……?


[유조]

처음부터 그 정도로 하도록 해. 보여주기 아까워하지 말고. 그 기세로 최종일까지 긴장하고 가.


[오미]

감사합니다!


[타이치]

해냈어여!


[유키]

……흐응. 여자 역할, 못 봐줄 연기를 하면 의상 가져가려고 했는데, 나쁘지 않네.


[타이치]

유키 쨩, 봐준 거예여!?


[유키]

그 의상 입은 채로 원래대로 돌아오지 마. 꿈이 깨잖아. 바보 멍멍이.


[타이치]

네에에!?


-


[이즈미]

그럼, 이 상태로 내일 리허설 열심히 하자! 다들 오늘은 빨리 쉬어!


[오미]

그래.


[쥬자]

옙.


[반리]

수고했슴다.


[타이치]

수고했어여!


[사쿄]

후우. 어떻게 되려나 싶었는데…….


[반리]

걱정이 너무 많다고요.


[이즈미]

아, 오미 군, 잠깐 괜찮아?


[오미]

?


[이즈미]

텐마 군 부모님 건으로 전과가 있으니까, 이번에는 먼저 말해두려고.


[오미]

무슨 얘기야?


[이즈미]

나치 씨 부모님께서 첫날에 보러 오신다고 하셨어.


[오미]

어?


[이즈미]

료 씨한테 연락처를 받았어. 료 씨도 첫날 무대를 보러 오라고 했는데, 진짜로 와줄지 어떨지는 모르겠어.


[오미]

그래…… 나치의 부모님이…….


[이즈미]

내 멋대로 굴어서 미안해.


[이즈미]

아니―― 무척 기뻐. 고마워.


[이즈미]

다행이다…….


[오미]

긴장도 되고, 압박감도 늘었지만.


[이즈미]

역시 그런가?


[오미]

하지만 내가 앞으로도 전력으로 무대에 계속 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야.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줄게. 나치한테―― 볼프 동료들에게, 가슴을 펴고 배우의 꿈을 말할 수 있도록――.


[이즈미]

(오미 군은 이미 후회에만 사로잡혀 있던 오미 군이 아니야. 과거를 전부 받아들이고 앞을 향하고 있어. 이제, 분명 망설이는 일도 뒤로 물러나는 일도 없어. 자신감을 가지고 무대에 설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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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

…….


[타이치]

오미 군? 바이크, 뭐 이상해여?


[오미]

아니, 이 그립하고 시트의 감촉도 오랜만이다 싶어서. 정비는 해뒀고, 가끔 동생이 타기도 했으니까 문제없을 거야. 우선 어깨도 풀 겸 느긋하게 가볼까.


[타이치]

폭음을 내며 밤길을 돌파하는 게 청춘임다!


[오미]

네 이미지는 정말 고루하구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


[타이치]

바람이 기분 좋슴다―――!


[오미]

(……손도 다리도 떨리지 않아. 의외로 괜찮구나. 그 날 이후, 이제 두 번 다시 타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렇기는커녕 점점 머리가 상쾌해져서 사고가 분명해지고 있어. 분명 트라우마가 됐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섬세한 성격이 아니었다는 건가……)

(――아니, 아니야)


[타이치]

바이크 재밌슴다――!!


[오미]

……타이치 덕분이야.


[타이치]

네? 뭐라구여~?


[오미]

아무것도 아냐. 스피드 올릴게.


[오미]

GOGO임다―――!!


-


[타이치]

오미 군, 카메라 가져왔어여?


[오미]

네 말대로 가져왔어.


[타이치]

그럼, 그걸로 저를 엄청 찍어줬으면 함다! 사진집 같은 거니까 잘 부탁해여!


[오미]

사진집?


[타이치]

아침노을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최고의 프로필사진 찍을 검다! 그러면 여자 팬도 대량 겟이에여!


[오미]

그렇군, 그런 거구나…….


[타이치]

물 차가워~! 빨리 빨리! 모델같이 부탁함다!


[오미]

알았어, 알았어.


[타이치]

찍었어여? 멋있게 나왔슴까? 아티스트 재킷 사진 같아?


[오미]

그래, 잘 찍혔어. 자.


[타이치]

역시 오미 군 재능 있슴다!


[오미]

――.


-


[나치]

"괜찮아. 넌 사진에 재능이 있어."


-


[오미]

(……그 정장 입은 사진, 혹시 뭔가 프로필 사진으로 쓰려고 했던 걸까?)

……. (오디션용이라던가, 배우로서 필요한 거였구나. 나치……)


[타이치]

짠~! 오늘은 비밀병기가 있슴다!


[오미]

접이식 삼각대……?


[타이치]

기숙사 창고에서 발견했슴다. 오미 군은 항상 카메라맨이니까, 아무래도 오미 군 사진이 적어지잖아? 하지만 이게 있으면 같이 찍을 수 있어!


[오미]

아니, 나는 안 그래도 괜찮아. 지금 타이치 사진이 잘 나왔으니까 앨범에 넣자.


[타이치]

안 됨다! 오미 군도 같이 찍는 검다!


[오미]

타이치…….


[타이치]

……오미 군의 포트레이트를 봤을 때, 우리는 좀 닮았다고 생각했어. 다들 '후회'를 테마로 하고 있지만, 나랑 오미 군은 동료를 향한 후회였어. 나랑 다르게 오미 군은 배신한 건 아니지만. 예전 동료를 모두 잃어버린 후회잖아? 그리고 아직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했어. 앞으로의 일보다 슬픈 일이나 후회만 가득 마음에 남아있어.


[오미]

…….


[타이치]

나는 바보라서 어려운 건 잘 모르지만, 분명 전부 옛날 일이 관계된 거겠지. 오미 군이 이번 역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도, 항상 자신을 뒷전으로 돌리고 사진을 찍지 않는 것도…….


[오미]

……타이치 말이 맞아. 나는 예전 일을 잊고 싶은데, 잊지 못하고 있어. 그때부터 계속 나치 대신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얻은 지금도, 내게 그 자격이 있는 건가 돌연 과거를 떠올리고 망설이게 돼. 동료를 구하지 못한 것도, 버려버린 후회도 그저 뚜껑을 덮어뒀을 뿐이라 앞으로 잘 나가지 못하겠어.


[타이치]

그래도 과거에 슬픈 일만 있었던 건 아니잖아.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도 있어. 그런 것도 전부 없었던 일로 만들면 안 돼. 나도 그렇지만. '후회'로 모든 걸 숨겨버리면 안됨다.


[오미]

…….


[타이치]

그러니까 사진을 더 찍자. 오미 군도 같이. 그리고 현상하고 이걸 붙이자!


[오미]

……스티커?


[타이치]

감독 선생님이 줬어여. 즐거운 일이 있은 날에는 노란색, 화난 날에는 빨강, 슬픈 날에는 파랑. 그렇게 슬프거나 화가 난 날 속에서도 즐거웠던 날이 있다고, 절대 잊지 않도록 하자. 오늘 이 순간은 지금밖에 없으니까! 전부 잃어버리지 않도록!


[오미]

――.


-


[나치]

"멍청한 놈! 오늘 이 순간의 나는 이 순간밖에 없다고!"


-


[오미]

(그래, 그랬던 건가…… 그렇지…… 지금은 영원하지 않아. 그렇기에……)


[타이치]

오미 군?


[오미]

사진을 시작한 이유가 생각났어. 사진이라면, 지금 이 순간밖에 없는 것을 남길 수 있으니까. 대학 동아리에 권유받았을 때 그렇게 생각했어.


[타이치]

뭐야, 오미 군도 알고 있잖아여!


[오미]

(나치가 그렇게 가르쳐줬지. 왜 잊어버렸던 걸까…… 나는 바보로군)


[타이치]

그럼, 얼른 오늘부터―― 오늘은 물론 노란 스티커임다!


[오미]

매일은 힘들지 않겠어? 연습 많이해서 졸린 날은 타이치, 그냥 잘 것 같은데.


[타이치]

그럼 3일에 한 번으로 할게여! 아니면 졸리지 않은 날만!


[오미]

대충이네. 그 날은 그 순간에밖에 없는 거 아니었어?


[타이치]

그건 임기응변임다!


[오미]

하하. 타이치다워.


[타이치]

그보다 오미 군은 거기 서 있어여. 그럼 찍슴다!


[오미]

…….


[타이치]

오미 군, 웃으면서 포즈여!


[오미]

그렇게 말해도…… 이런 건 잘 못 해서.


[타이치]

어서, 타이머 끝나여!


[오미]

――.


[타이치]

……뭐, 처음이니까 이 정도로 넘어갈게여.


[오미]

그거 다행이군.


[타이치]

최종일이 끝나면 가을조 다 같이 기념사진 찍어여!


[오미]

그래. 공연을 성공시키고 노란색 스티커를 붙이자. 어떻게든 워드 역을 잘 잡으면 좋겠는데…….


[타이치]

으~음……. 어떻게 하면 좋을까여…….


[오미]

…….


[타이치]

……. 좋아, 오미 군. 몰래 작전 회의 하는 검다!


-


[오미]

스피드 올릴게. 서두르지 않으면 아침 연습에 늦겠어.


[타이치]

그래도 작전회의 했으니까 내일 전체 연습은 문제 없슴다!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검다!


[오미]

그래, 타이치 덕분이야. 타이치나 가을조 사람들이 있으면 분명 공연을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타이치]

그 마음가짐임다! '광랑'의 강인함을 되살리는 거예여!


-


[쥬자]

'당신이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내.'


-


[오미]

…….


[타이치]

오미 군, 왜 그래여?


[오미]

……'광랑'이 강해질 수 있었던 건 나치를, 볼프 녀석들을 무척 좋아했으니까야.


[타이치]

오미 군, 바람 소리 때문에 안 들려여!


[오미]

지금은 똑같이, 가을조와 컴퍼니 사람들 모두 정말 좋아해―! 모두를 위해 나는 강해질 거야!


[타이치]

아하하! 이번엔 들렸슴다! 저도 모두 다 좋아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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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기다려주세요!


[료]

――흥.


[이즈미]

료 씨, 얘기를――! 아얏――. 아파라…….


[료]

너 뭐 하는 거야.


[이즈미]

아…….


[료]

손 이리 줘.


[이즈미]

감사합니다.


[료]

까지진 않았어?


[이즈미]

괜찮아요.

(의외로 좋은 사람이네. 이 사람이라면 분명 얘기를 들어줄 거야……)


[료]

그래서 나한테 무슨 볼일인데?


[이즈미]

저기, 예전 오미 군에 관해 가르쳐줬으면 해서…… 예전에 알던 사이지요?


[료]

그렇긴 한데, 왜 내가…… 오미 씨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이즈미]

당신의 얘기가 듣고 싶어요.


[료]

――. 나는 '볼프' 시절 오미 씨랑 나치 씨의 후배였어. 더블 총장을 따르는 No.2 같은 거였지. 그 시절의 오미 씨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카리스마가 있었어. 다들 오미 씨를 동경했고, 나도 볼프의 No.2로 있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있었지.

오미 씨가 나치 씨의 복수전에 혼자서 갔다는 걸 들었을 때는 굉장하다고 생각했어. 그런 건 오미 씨밖에 할 수 없는 거야.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분했어.


[이즈미]

(이 사람은 오미 군을 정말 따르고 있구나……)


[료]

나는 오미 씨가 한 번 더 '볼프'를 이끌어줬으면 했어. 그러면 이번에야말로 나치 씨 같이, 오미 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오미 씨는 '광랑'의 이름도 '볼프'도 버렸어. 어금니를 꺾고 배우 같은 게 되어버렸어. 최악이야.


[이즈미]

――기다려주세요. 거기엔 사정이 있어요.


[료]

사정?


[이즈미]

(사실 내가 이걸 료 씨한테 말할 자격은 없지만…… 하지만 서로 엇갈린 채로 끝나는 건 너무 안타까워)

오미 군은 나치 씨의 꿈을 대신해서 좇으려고 한 거예요. 나치 씨의 배우가 되려는 꿈을――.


[료]

――.


[이즈미]

처음엔 나치 씨를 위해 극단에 들어왔지만, 지금은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어요.


[료]

그런…… 나치 씨가……? 그런 얘기는 전혀――.


[이즈미]

오미 군도 나치 씨가 돌아가신 후에 알게 된 것 같아요.


[료]

나는 전혀 몰랐어…….


[이즈미]

료 씨, 협력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료]

……?


[이즈미]

나치 씨의 부모님께 연락할 수 있을까요?


-


[사쿄]

"네가 하는 말이 가을조를 망치고 있는 거야."


[반리]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놈한텐 처음부터 뭘 맡기지 않는다고."


[나치]

"멍청하게 굴지 마…… 나한테서 연기의 꿈을 뺏어간 주제에."


[쥬자]

"당신이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내."


-


[오미]

…….


[타이치]

오미 군, 수고했슴다.


[오미]

――앗 차거!?


[타이치]

냉장고에 콜라가 두 개 남아있었슴다! 같이 마셔여!


[오미]

그래…… 고마워.


[타이치]

이제 곧 본방인데, 좀처럼 잘 안되네여~


[오미]

단장인 내 탓이야. 혹시 이대로 내가 워드 역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타이치]

괜찮슴다! 소극적인 건 좋지 않아여!


[오미]

…….


[타이치]

좋아! 오미 군, 바다에 가여!


[오미]

바다?


[타이치]

이럴 땐 기분전환임다!


[오미]

지금은 오프 시즌이니까 수영은 못 해.


[타이치]

괜찮잖아여! 이럴 때는 일단 바다에 가는 게 청춘임다!


[오미]

아니, 설마 지금 바로 가려고……? 도착하면 아침일 텐데.


[타이치]

결심하면 밤거리를 바이크로 달려나가는 게 젊은이에여!


[오미]

네 이미지는 여자애 이외에도 고루하구나…….


[타이치]

왜여 '이방인' 무대도 끝없는 광야잖아여! 모래사장에서 인스피레이션이 떠오를지도 모른다구여!


[오미]

하아. 알았어 알았어.


[타이치]

그래서 말인데 오미 군, 바이크 타고 가자.


[오미]

아니, 나는 바이크는…….


[타이치]

이번 이방인은 제로와 워드가 바이크로 함께 여행하는 이야김다. 역할분석의 일환으로 뒤에 타 보고 싶어여!


[오미]

하지만…….


[타이치]

오미 군, 부탁임다!


[오미]

타이치…….

……알았어. 그래. 늦든 빠르든 나도 권하려고 했어. 텐덤 데이트 예행연습이지?


[타이치]

응!


[오미]

서투른 운전은 못 하겠어.

잠시 안 탔었으니까 걱정되는걸.


[타이치]

오미 군 부탁함다! 아직 없는 내 여자 친구와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슴다.


[오미]

하하, 책임이 무거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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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와아! 다들 멋있어!


[유키]

이번엔 세계관이 근미래니까 사이버 느낌으로 만들어봤어. 지금까지와는 소재도 다르고 분위기도 꽤 변하지 않았어?


[반리]

확실히 저번 피카레스크랑 달라서 재밌네. 뭐, 내 의상은 노멀한 백의지만.


[유키]

그것도 일단 신소재를 썼고, 무대에 어울리도록 광택이 좀 있어.


[반리]

오~ 그래?


[타이치]

저도 귀엽슴다!


[유키]

네가 말하지 마.


[이즈미]

오미 군도 의상 입으니까 훨씬 박력 있어.


[쥬자]

역시 키가 큰 만큼 굉장해…….


[이즈미]

쥬자 군도 오미 군하고 대립하는 역할인걸. 지지 않게 열심히 하자.


[쥬자]

옙.


[오미]

의상에 박력이 있어도, 연기에 없으면…….


[사쿄]

스스로 말하면 방법이 없군.


[오미]

…….


[이즈미]

(연습을 거듭해서 다른 네 명의 연기는 좋아졌는데, 오미 군만 생각처럼 바뀌지 않아. 연습을 시작했을 때보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진 만큼 오미 군의 연기가 불필요하게 눈에 띄게 됐어)

(다들 그걸 느끼고 있어. 이대로는 안 돼. 오미 군의 연기가 변하는 계기를 만들지 않으면……)


-


[이즈미]

오늘 저녁 장보는 건 이 정도면 되나?


[오미]

응. 감독님, 같이 와줘서 고마워.


[이즈미]

아니야. 마침 오미 군하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어.


[오미]

얘기?


[이즈미]

오미 군이 워드 역에 몰입하지 못하는 거랑, 좀처럼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오미]

아…….


[이즈미]

혹시, 포트레이트에서 말했던 과거 일이 뭔가 관련 있는 거야?


[오미]

……감독님은 뭐든지 알고 있구나. 가끔 나치의 꿈을 꿔. 한심해 보이는 지금의 내게 화를 내거나, 자신의 꿈을 빼앗아 갔다고 불평하거나 해.


[이즈미]

그런――.


[오미]

알고 있어. 진짜 나치는 그런 말 하지 않아. 역할에 몰입하지 못하는 건 내 나약함이 원인인데, 나치를 나쁜 놈으로 만들어버리는 내가 한심해.

워드를 연기하고 있으면 '광랑(狂狼)'이었던 시절의 내가 떠올라. 동시에 계속 함께했던 나치나 동료들도……. 내가 워드에 몰입하지 못하는 건 그 시절의 후회가 원인일지도 몰라. 내가 잃어버린 건 나치만이 아니야. 그 시절, '광랑'이었던 나를 믿고 따라와 줬던 동료들도 모두 잃었어. 나는, 전부 버려버렸어…….


[이즈미]

오미 군…….

(잃어버린 것에 대한 후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오미 군의 마음이 과거에 갇혀있는 이상, 분명 워드는 연기해낼 수 없어)


[료]

――오미 씨!


[오미]

――.


[이즈미]

당신은 그때 그…….


[오미]

료…….


[료]

…….


[오미]

……오랜만이야.


[료]

오미 씨, 극단에 들어갔다는 게 진짜임까?


[오미]

――그래. 이번에도 공연을 해. 괜찮으면…….


[료]

――웃기지 마! 나치 씨가 죽고 당신이 사라진 뒤에 볼프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는 있어!? 머리가 없는 채로 공중분해 되고, 간신히 남은 녀석들도 내분으로 결국엔 뿔뿔이 흩어졌어!


[오미]

――.


[료]

그래도 나는 오미 씨한테도 뭔가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계속 믿었어. 그런데―― 그런, 살랑거리면서 연기 같은 걸 하는 오미 씨 따위 보고 싶지 않았어!


[오미]

료…….


[료]

그렇게 친한 척 부르지 마! 내가 믿었던 '광랑' 오미는 죽었어!


[오미]

…….


[쥬자]

……야, 남의 동료 멋대로 죽이지 마.


[료]

――. 나……치 씨?


[오미]

쥬자, 괜찮아. 아는 사이야.


[료]

쥬자…… 그렇지. 나치 씨는 이제 없어……. 볼프를 버리고 배우라니…… 나치 씨를 배신하는 짓 하지 마.


[오미]

――.


[이즈미]

기다려, 료 씨――!


[쥬자]

잠깐, 감독님――.


[이즈미]

둘 다 먼저 가 있어! 이 짐 잘 부탁해!


[쥬자]

쫓아가는 거면 나도――.


[이즈미]

혼자서 괜찮아!


[쥬자]

――.


[오미]

걱정하지 마. 근본이 나쁜 녀석은 아니야. 감독님한테 위해를 가하는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쥬자]

……그렇다면 괜찮지만. 저 양아치, 그렇게 신뢰할 수 있는 녀석임까?


[오미]

옛날에 폭주족 더블 총장을 맡고 있던 나와 나치를 가장 따르고 항상 뒤를 따라오던 녀석이야.


[쥬자]

……사코다 씨 같은 건가요?


[오미]

딱 그런 느낌이네. 뭐, 옛날이야기야.


[쥬자]

……그러고 보니 당신한테 묻고 싶은 게 있었어.


[오미]

응?


[쥬자]

전에 나한테 바이크를 가르쳐줬을 때, 당신은 요즘에는 타지 않았다고 했었지.


[오미]

그래…….


[쥬자]

……생각이 나서야? 옛날 일,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지? 당신.


[오미]

……그렇지. 예전의 나와 이어지는 건 아무래도 전부 피하게 돼. 내 안에 잠들어 있는 '광랑'이라 불렸던 시절의 나 자신도. '광랑'은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된 원인이니까. 조금 전의 료는 이렇게 겁이 많은 나를 보고 실망한 거겠지.


[쥬자]

그 '광랑'이라는 건, 정말 모든 걸 잃어버린 원인일 뿐인 존재야?


[오미]

…….


[쥬자]

아니잖아. 그럼 애초에, 그 잃어버린 모든 걸 얻은 건 뭐 덕분인 건데.

당신이 나를 누구랑 겹쳐보고 있는지는 몰라. 예전 당신 같은 거 만난 적도 없으니까 알지도 못해. 그저 내가 할 말은 이것뿐이야. 당신이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내.


[오미]

――.


[쥬자]

전에 타이치가 말했어. 당신의 등 뒤에 타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그 녀석도 알고 있어.


[오미]

타이치가…….


[쥬자]

텐덤을 한 번 경험해보고, 나중에 여자랑 바이크 데이트 할 때의 참고로 삼고 싶은가 봐.


[오미]

……하하, 타이치답네.


[쥬자]

나도 당신이랑 투어링하고싶어. 빠르잖아.


[오미]

그래, 그렇지. ……조만간 하자.


[쥬자]

꼭이야.


[오미]

약속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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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

…….


[이즈미]

오미 군, 오늘 저녁은 뭐야?


[오미]

…….


[이즈미]

오미 군?


[오미]

아, 으응. 미안해. 뭐라고 했어?


[이즈미]

오늘 저녁은 뭘까 해서.


[오미]

해산물 빠에야랑 채소 마리네야.


[이즈미]

맛있겠다! 그릇에 담는 거 도와줄게.


[오미]

그래, 고마워. 부탁해.


-


[이즈미]

잘 먹겠습니다~!


[반리]

맛있겠다~!


[사쿄]

잘 먹겠습니다. ――.


[반리]

이거…… 빠에야 맞지?


[타이치]

왠지 좀 다른 맛인 것 같슴다.


[호마레]

음~ 이건…… 스페인에서 부는 동해 해변의 프레이그런스…… 시흥이 떠올랐어. 프롬 스페인, 월컴 SUSHI…….


[반리]

또 새로운 시가…….


[오미]

뭐 이상해……? ――이거, 실수로 간장을 넣었구나. 미안해. 금방 다시 만들게.


[쥬자]

우물우물…….


[오미]

쥬자, 접시 이리 줘.


[쥬자]

……별로, 그냥 맛있어.


[사쿄]

확실히 도미밥이랑 비슷하군.


[타이치]

이건 이거 나름 맛있슴다!


[호마레]

나는 스페인 요리도 좋아하지만 일식도 좋아하지.


[이즈미]

응, 맛있어 오미 군!


[오미]

다들 괜찮다면 다행인데……. 다음엔 조심할게.


-


[이즈미]

후우. 배부르다. 좀 많이 먹었나? 그럼, 앞으로의 연습 방침을 정해야 하는데…….

(사쿄 씨, 반리 군, 쥬자 군은 역할 이해를 포함해서 연습을 거듭하면 좋아질 거야. 타이치 군이 여자 역을 연기하는 것도, 뭔가 계기만 잡으면 연기력은 있으니까 분명 단숨에 좋아질 거고……. 이 네 명은 완성까지의 여정이 상상되는 만큼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조금 신경 쓰이는 건 오미 군이지. 유조 씨 말대로, 오미 군의 연기는 어딘지 조심스러워서 왠지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것 같아)

(창단공연 때 듀이는 사람 좋은 인상이 반대로 무서운 악역으로 보이게 해서 좋은 효과를 낳았지만, 이번 워드는 주변에 다가오는 걸 일절 허락하지 않는 박력이나 거친 인상을 내면에서부터 내지 않으면 안 돼)

(하지만 지금 오미 군 연기에는 위압감이 전혀 없어. 뭐가 오미 군을 주저시키고 있는 걸까……? 혹시 폭주족 시절 일이 뭔가 관계있는 걸까? 주워들은 거지만, 폭주족 시절엔 누구나 무서워하는 존재였던 것 같으니…… 오미 군이라면 분명 주변를 압도하는 박력을 낼 수 있을 텐데……)

……. (그러고 보니 전에 말을 걸었던 료라는 사람…… 오미 군한테 그 사람 얘기를 했더니 당황하는 것 같았어. 역시 아직 옛날 일로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걸까? 한 번 제대로 오미 군하고 얘기를 나눠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


"야 오미, 뭐야 그건. 그래놓고 단장이라니 웃기지도 않네. 진짜 못하잖아."


바람 소리와 바이크의 폭음에 묻히지 않을 큰 소리가 들려온다.

나란히 달리는 나치가 비웃듯이 입가를 일그러트린다.


"내버려 둬."

"그 완전 짜증 나는 아저씨한테도 실컷 얻어맞고."

"유조 씨는 우리 연기를 더 좋게 해주려는 것뿐이야."

"멍청하게 굴지 마."

"알고 있어――."


-


"……나한테서 연기의 꿈을 뺏어간 주제에."


-


[오미]

――윽. ……하아. 젠장……. 나치가…… 그런 말을 할 리 없어.

(그래, 말할 리 없어. 그런 약한 녀석이 아니야…… 하지만…… 지금의 나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화를 낼까, 비웃을까, 실망할까……)

……후우.

(안 돼.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잠시 바람을 쐬고 올까……)


[타이치]

…….


-


[반리]

…….


[오미]

……반리?


[반리]

오, 오미. 수고.


[오미]

이런 시간에 선객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반리]

효도가 이를 가는 게 시끄러워서. 일어나라고 차고 때려도 안 일어나. 차라리 입에 돌이라도 처넣고 싶다니까.


[오미]

이 깨지겠다. 그보다 단 과자라도 넣어주는 편이 나아지는 거 아냐?


[반리]

히소카 씨 방식인가. 그렇군.


[오미]

다음에 간식을 준비해줄게.


[반리]

그럼 고맙지. ……저기, 오미.


[오미]

?


[반리]

이번에 단장은 너지만, 가을조 리더는 나. 가을조 공연 평가는 내 평가기도 하잖아?


[오미]

아―― 그렇지. 반리나 다른 가을조 사람들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반리]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런 걸 걱정하는 게 아냐. 처음 사쿄 씨의 제안에 나는 반대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 ……오미를 신뢰하고 있으니까. 사쿄 씨도 똑같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놈한텐 처음부터 뭘 맡기지 않는다고.


[오미]

…….


[반리]

아저씨들이 다시 보게 해주자고.


[오미]

아저씨들?


[반리]

사쿄 씨랑 유조 씨.


[오미]

그 말 들키면 살해당한다?


[반리]

그러라고 해.


[오미]

하하…… 그래. 다시 보게 해주자. 고마워, 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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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가을조 새 공연 '이방인'의 무대는 황폐한 미래 지구. 주인공은 한 마리 늑대 같은 방랑자 워드, 이게 오미 군의 역할이야. 컴퍼니에서 제일가는 체격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비정하고 와일드한 역할. 주연의 압박감은 있겠지만 침착하게 몰두하고 있어)

(그보다 이번에 가장 도전이 될 것 같은 건……)


[타이치]

"내 이름은 제로란다. 잘 부탁해♪ 우훗♪"


[이즈미]

…….


[반리]

푸핫! 지금 장난치냐, 타이치! 진짜 웃기네!


[사쿄]

일일이 연습을 중단시키지 마, 셋츠…… 큽.


[반리]

사쿄 씨도 어깨 떨리는데요.


[사쿄]

……안 되겠어, 연기를 이어갈 수가 없어.


[타이치]

여자 역할은 처음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여!


[쥬자]

뭐, 일단 여자로는 보여.


[타이치]

정말여!?


[쥬자]

'뭐뭐란다'나 '뭐뭐인걸'처럼 말하는 녀석은 여자야.


[반리]

카테고리 나누는 거 완전 조잡하네! 그런 걸로 속일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이즈미]

(이번에는 타이치 군이 준주연. 워드랑 여행하는 기억상실 소녀 제로 역을 하게 됐는데, 괜찮을까? 츠즈루 군이 꼭 여자 역을 넣고 싶다고 말했을 때는 가을조는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타이치 군은 꽤 높은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냐)


[타이치]

"우후훗♪"


[이즈미]

(엄청 불안해……)

타이치 군은 여자 역이라는 걸 조금 덜 의식해보는 게 어떨까? 지금 상태로는 제로라는 역할에서 동떨어진, 타이치 군이 생각하는 여자의 이미지에 끌려가고 있어.


[반리]

그보다 일부러 그러는 게 너무 티 난다고. 세기말의 황폐한 세계에 그런 바보 같은 여자는 없어.


[오미]

하지만 어제보다는 움직임이 덜 구불거리게 됐어.


[타이치]

그건 노력했슴다!


[오미]

그 기세로 조금씩 고쳐 가면 돼.


[타이치]

으흑, 오미 군, 다정함다! 가을조의 천사예여! 근육 천사~!


[오미]

타이치…….


[사쿄]

……칫.


[이즈미]

(오미 군도 리더답게 모두를 보조해주는 건 좋지만……. 어쩌면 이번 역할에는 오미 군의 다정함이 방해될지도 몰라)


[유조]

오, 하고 있구만.


[이즈미]

유조 씨!?


[유조]

시간이 좀 비어서 말이야. 상태를 보러 왔다.


[이즈미]

네!? 하지만 아직 막 동선에 들어간 참이라…….

(대강 완성된 다음에 부르려고 했는데)


[유조]

너희 레벨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이제 와서 폼 잡지 마. 일찌감치 지도해주려는 친절이라고. 뭐, 십 할은 사쿄 꼬맹이를 괴롭히려고 온 거지만.


[사쿄]

통째로 전부 괴롭히기잖아요.


[유조]

핫핫. 됐으니까 보여줘 봐.


[이즈미]

그럼 다들, 처음부터 전체적으로 하자.


-


[유조]

……. 흠.


[이즈미]

(뭐, 지금 상태로는 칭찬을 기대하면 안 되지……)


[유조]

심하군. 이제 막 연습을 시작했다는 걸 고려해도 레벨이 낮아. 너희는 창단 공연에서 뭘 배운 거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거냐? 세 걸음 걸으면 잊어버리는 닭이야?

약간 향상된 건 반리, 네놈 정도다. 연극을 대하는 자세가 변한 건 알겠더군.


[반리]

아저씨가 칭찬을 하다니 엄청 레어…….


[유조]

하지만 네 경우엔 처음이 마이너스였을 뿐이야. 다른 녀석들하고 나란히 섰을 뿐이니 착각하지 마.


[반리]

네에네에.


[유조]

네가 맡은 역은 소위 말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지. 좀 더 너답게 미쳐서 망가진 부분을 드러내. 지금 상태로는 그저 양아치일 뿐이야.


[반리]

…….


[유조]

다음, 쥬자. 주연인 워드와 제로를 쫓는 암살자. 무뚝뚝하고 충실하지. 네놈한텐 딱 어울리는 역할이야. 하지만 그뿐이다. 얕아. 사이보그도 아닌데 내면이 보이지 않아. 더 깊이 파고들어.


[쥬자]

……알겠슴다.


[유조]

다음, 사쿄 꼬맹이. 제로와 같은 처지인 인간미 없는 남자 역이다. 이른바 트릭스터. 분위기와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는 배경으로 전락할 거다.


[사쿄]

…….


[유조]

다음, 준주연인 제로 역.


[타이치]

네, 넵!


[유조]

이미 알고 있겠지만, 네 연기가 무대를 망치고 있어. 여자 역할은 부끄러워하거나 어색해하는 게 보이면 단숨에 개그가 되어버려. 어중간한 지식으로 연기하려 하지 마. 보기 흉하다.


[타이치]

――.


[이즈미]

(역시 완전히 깨졌어……. 이렇게 될 줄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유조]

마지막으로 오미.


[오미]

――네.


[유조]

……너, 할 마음은 있어?


[오미]

네?


[유조]

네놈이 가장 창단 공연에서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는 새대가리야. 그 체격은 장식인가? 박력이 전혀 없잖아. 포트레이트에서 통째로 드러낸 알맹이는 어디다 버렸어? 뇌를 포함해 텅 비어버렸나? 가지고 있는 걸 아끼지 마. 창단 공연 때 내가 말한 것을 한 번 더 생각해봐라.


[오미]

……네.


[유조]

……무의식이었다고 해도,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녀석은 보기 불쾌해.


[오미]

…….


[유조]

이상. 다음엔 제대로 완성시켜놔.


[이즈미]

가, 감사합니다!


[반리]

……하아.


[사쿄]

……후우.


[타이치]

…….


[오미]

…….


[이즈미]

(지금부터 퀄리티를 올리면 되는 거긴 해도, 저런 말을 들었는걸. 뭐라고 말을 걸면 좋을지 모르겠어……)


[오미]

한심한 단장이라 미안해.


[이즈미]

오미 군…….


[오미]

하지만 다들 대본리딩 때부터 매일 확실하게 좋아지고 있어. 이대로 초조해하지 말고 본방까지 축적시켜 가면…….


[사쿄]

……웃기지 마. 네가 하는 말이 가을조를 망치고 있는 거야. 이번에 네가 단장을 맡은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오미]

――.


[사쿄]

……칫.


[이즈미]

앗, 사쿄 씨――!


[오미]

…….


[타이치]

오, 오미 군은 단장으로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함다!


[쥬자]

나도 그렇게 생각해.


[반리]

그저, 뭐 지금 이대로 계속 가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거란 건 맞을지도.


[오미]

……미안해. 사쿄 씨가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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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타이치 군, 괜찮아? 무겁지 않아?


[타이치]

이 정도는 괜찮슴다! 다른 거 더 안 사도 돼여?


[이즈미]

우선 이 정도면 됐어. 타이치 군은 다른 살 거 없어?


[타이치]

아, 저 샤프심 사고 싶어여! 학교에서 쓰는 게 다 떨어져서.


[이즈미]

그럼 문구점에 가자.


-


[타이치]

감독 선생님도 잔뜩 샀네여.


[이즈미]

봤더니 그만 갖고 싶어져서. 요즘엔 문구도 종류가 많아서 재밌어. 귀여운 스티커가 잔뜩 있어서 쓰는 게 기대돼.


[타이치]

그런 스티커는 어디에 써여?


[이즈미]

수첩에 붙여. 일정을 종류별로 나눠서 붙이거나, 즐거운 일이 있었던 날에는 꽃 모양 스티커를 붙이기도 하고…….


[타이치]

호~


[이즈미]

타이치 군도 써볼래? 이 신호등 스티커 많이 샀으니까 한 장 줄게.


[타이치]

신호등 캐릭터 임까? 못생긴 게 귀엽네여!


[이즈미]

그치~! 빨강 파랑 노랑으로 색이 다 달라.


[타이치]

그런데 저는 수첩을 안 써서여~


[이즈미]

앗, 그랬어?


[타이치]

그치만 모처럼 받은 거니까 어디에 붙일지 생각해 보겠슴다!


[이즈미]

그런데 완전히 늦어졌네. 서둘러 돌아가야지 다음 연습 시작하겠어.


[타이치]

그러고 보니 오미 군이 주연…… 놀랐슴다.


[이즈미]

맞아, 갑작스러웠지…….


-


[사쿄]

모두 모였군. 방금 후시미한테는 얘기했지만, 다음 공연 주연은 후시미로 가고 싶다.


[쥬자]

오미 씨를?


[반리]

별로 불만이 있는 건 아닌데, 왜 오미 지명임까?


[오미]

저도 그게 신경 쓰였어요. 저번하고 다른 사람하고 간다고 해도 타이치나 사쿄 씨가 주연인 편이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쿄]

바로 그거야. 너는 금방 타인에게 양보하고 자신을 뒷전으로 미루는 버릇이 있어. 연기에도 그 성격이 나오기 전에 한 번쯤 주연을 해보는 게 좋아. 빠른 시일 내에 말이야.


[오미]

…….


[반리]

확실히 그런 의미에서는 다음에 오미가 주연을 맡는 게 좋겠네.


[쥬자]

저도 그게 좋슴다.


[타이치]

저도 이의 없슴다!


[사쿄]

후시미도 찬성인가?


[오미]

……알겠어요. 다들 좋다면.


[츠즈루]

좋아, 주연 얘기는 정리된 모양이네요.


[이즈미]

그럼 다음은 연극 내용에 대해서야.


[츠즈루]

역시 가을조답게 거칠고 터프한 느낌이 좋겠죠.


[반리]

액션은 필수지.


[쥬자]

한 마리의 늑대 같은.


[타이치]

좋아여! 무언가를 지켜나가는 한 마리 늑대 뜨겁슴다!


[사쿄]

저번엔 버디물이었으니까 대비가 돼서 좋을 것 같군.


[츠즈루]

흠흠…….


[이즈미]

방랑자라거나?


[반리]

피카레스크는 올드한 느낌이었으니 이번엔 근미래 같은 것도 좋을지도.


[오미]

SF랄까 퇴폐적인 세기말 같은 분위기는 가을조에 어울릴 것 같아.


[츠즈루]

흠흠……. ――좋아, 창작의욕이 솟는다! 잊기 전에 쓰고 올게요!


[이즈미]

어? 츠즈루 군?


[타이치]

가버렸슴다…….


[사쿄]

떠오른 것 같군.


[이즈미]

그럼 이제 츠즈루 군의 각본을 기다리자!


-


[타이치]

완성이 기대됨다~


[이즈미]

이제 곧 초고가 완성될 거라고 했지.


[타이치]

이번엔 어떤 극일까여.


[양아치]

――야.


[이즈미]

?


[양아치]

너네 저번에 이 근처에서 찌라시 뿌리고 있었지? MANKAI 뭐시기라는 극단 녀석이냐?


[이즈미]

어, 그게, 그런데요…….


[타이치]

뭐, 뭐뭐뭠까? 협박할 셈이면 경찰, 아니 사쿄 형을 부를 검다!


[양아치]

너네 극단에 후시미 오미가 소속해있다는 게 진짜냐?


[이즈미]

네?


[타이치]

오미 군은 왜 찾슴까?


[양아치]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어느 쪽인데!


[이즈미]

있어요…….


[양아치]

――.


[타이치]

히익.


[이즈미]

저기, 그건 왜 묻죠?


[양아치]

……칫.


[이즈미]

잠깐 기다려요! 당신 누구예요? 오미 군하고는 무슨 관계죠?


[양아치]

……료야. 오미 씨하고는…… 옛 친구야.


[이즈미]

…….


[타이치]

……어쩐지 무서운 사람이었슴다.


[이즈미]

응…….

(오미 씨라고 불렀으니까, 폭주족 시절 후배 같은 걸지도……)


-


[오미]

그럼 슬슬 씻을까…….


[이즈미]

아, 오미 군――.


[오미]

응?


[이즈미]

오늘 물건 사고 돌아오는 길에 료라는 사람을 만났는데요…….


[오미]

료?


[이즈미]

오미 군하고는 옛 친구라고 했어요.


[오미]

……그래.


[이즈미]

옛날 후배예요?


[오미]

비슷해.


[이즈미]

왠지 분위기가 이상했는데, 둘 사이에 뭔가――.

?


[츠즈루]

돼……됐어요……!


[이즈미]

츠즈루 군?


[츠즈루]

――.


[오미]

잠깐, 그대로 쓰러지면 머리 다쳐――!


[츠즈루]

쿨…….


[오미]

하아…… 아슬아슬했어.


[이즈미]

오미 군, 나이스 캐치……!


[오미]

아무래도 각본이 완성된 모양이야.


[이즈미]

바로 다들 모아서 배역 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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