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이 역에선 처음 내렸는데 꽤 번화했네.
[오미]
나도 오랜만에 왔는데, 꽤 변한 것 같아.
[이즈미]
여기서 더 멀어?
[오미]
아니, 걸어서 10분 정도야.
[이즈미]
오늘은 부모님은 못 오신다고 했지?
[오미]
응, 일정이 안 되셨나봐. 감독님한테 잘 말해달라고 하셨어.
[이즈미]
그래…….
[오미]
감독님, 두 분을 불러줘서 고마워. 저번에 다시 감사를 겸해서 인사하러 갔었어. 계속 현상하지 않았던 사진이 있어서 그걸 전할 겸 해서.
[이즈미]
사진?
[오미]
정장을 입은 나치의 모습과 볼프 멤버의 단체 사진. 이전에도 이후에도 찍은 건 그 한 장뿐이야. 계속, 나치나 모두와 마주 보는 게 무서워서 필름을 간직하고만 있었어. 마음속 어딘가에 나 혼자만 살아남은 것에 부채를 가지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살아서, 나치가 이루지 못했던 배우의 꿈을 좇는 것에…….
그래서 과거에서 전부 눈을 돌리고 있었어. 내 일은 뒷전으로 돌리는 버릇도 그 때문이었는지도 몰라.
[이즈미]
그랬구나…….
[오미]
하지만 사진 속의 나치는 활짝 웃고 있었어. 내 꿈속의 비뚤어진 나치가 아니고, 옛날 모습 그대로의 나치가 거기 있었어. 나치가 나를 응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혹시 반대 입장이 되었다면 나도 나치를 응원했을 거니까. 내가 신뢰하고, 유일하게 등을 맡길 수 있는 친구였으니까.
[이즈미]
응. 그렇지. 사진, 부모님도 기뻐하시지 않았어?
[오미]
맞아. 무척이나. 더 빨리 가져다 드렸으면 좋았을걸. 앞으로는 가끔이라도 좋으니 내 사진도 보내달라고 하셨어. 배우로서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을 천국의 나치와 함께 지켜보고 싶다고…….
[이즈미]
……잘됐다, 오미 군.
[오미]
응. 감독님 덕분이야.
[이즈미]
(정말 잘 됐어…… 오미 군은 과거의 후회를 드디어 완전히 이겨냈구나)
-
[오미]
…….
[이즈미]
…….
[오미]
……나치, 계속 오지 않아서 미안해. 네 부모님과 우연히 마주 치고 나서 어쩐지 오기 힘들였어. 불효, 아니, 친구 간의 불효라고 하는 걸까? 이런 것도.
사진, 너한테도 보여주려고 왔어. 네 정장 차림 역시 형편없지. 사진 보고 어머니도 웃었다고.
[이즈미]
(어라? 사진에 노란색 스티커가 붙어있어. 저 스티커는 분명 타이치 군한테 준……)
오미 군, 그 스티커는 뭐야?
[오미]
아, 이거는…… 뭐 좀.
[이즈미]
?
[오미]
'볼프' 단체 사진은 역시, 네 말대로 찍어두기를 잘했어. 너도 다른 애들도 그 시절 그대로 여기에 남아있어. 내 안에도――.
[이즈미]
(오미 군에게 있어서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었겠지)
[오미]
그리고 오늘은 나치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이즈미]
?
[오미]
이 사람 덕분에 나는 앞으로 나갈 수 있었어. 떠맡고 있다고 생각했던 네 꿈을, 내 꿈으로 뒤쫓을 수 있게 됐어.
이 사람 만이 아니야. 지금 내게는 '볼프' 시절같이 소중한 동료가 있어. 그 녀석들과 감독님과 함께, 앞으로도 나는 배우로서 네게 비웃음 사지 않도록 진지하게 연기를 해나갈 거야.
[이즈미]
(오미 군의 각오가 느껴져…… 분명, 앞으로 오미 군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어. 부디 지켜봐 주세요. 나치 씨……)
[오미]
그럼 슬슬 갈까? 같이 와줘서 고마워, 감독님.
[이즈미]
아니야. 같이 오길 잘했어. 오미 군을 지금까지 보다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오미]
다음에 타이치나 가을조 사람들에게도 권해볼까. 나치에게 제대로 소개해주고 싶어.
[이즈미]
응! 다들 분명 기뻐할 거야.
-
[타이치]
앗! 굿 타이밍임다!
[사쿄]
둘 다 서둘러.
[이즈미]
무슨 일이야? 다들 모여서.
[반리]
가을조 모여서 기념촬영 한대.
[쥬자]
슬슬 돌아올 것 같아서 준비해뒀어.
[오미]
기념촬영?
[타이치]
자자, 빨리하지 않으면 해가 질 거라구여. 나란히 서요, 나란히!
[이즈미]
으, 응.
[오미]
그런데 왜 갑자기 기념촬영이야?
[타이치]
기념임다!
[반리]
무슨 기념.
[타이치]
으음, 이방인의――.
[사쿄]
최종일은 지난주에 끝났어.
[타이치]
공연 종료 일주일 기념임다!
[사쿄]
뭐야 그건.
[반리]
야, 너 저리 더 가.
[쥬자]
왜 내가 이동해야 하는 건데? 네가 저리 가.
[반리]
보통 리더인 내가 센터잖아.
[쥬자]
알게 뭐야. 센터는 그 머리 모양으로 충분해.
[반리]
너 이 자식, 싸우자는 거냐!
[이즈미]
자자, 둘 다 싸우지 마! 중앙에 둘이 나란히 서면 되니까!
[반리]
…….
[쥬자]
…….
[이즈미]
마주서서 노려보지 말고 카메라 보고 서!
[사쿄]
정말, 뭐 하는 건지.
[타이치]
서둘러여!
[이즈미]
오미 군도, 어서 빨리!
[오미]
――그래.
[이즈미]
자, 다들 웃어~!
[반리]
…….
[쥬자]
…….
[사쿄]
…….
[타이치]
……오미 군, 현상하면 무슨 색 스티커 붙일까?
[오미]
그거야 정해져 있잖아?
[타이치]
그렇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