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그럼 가을조 제6회 공연도 무사히 마쳤고, 다들 수고 많았어요!

[쥬자]
수고했슴다.

[오미]
수고했어.

[타이치]
수고했어여~!

[반리]
그나저나 굉장하네. 이 메뉴…….

[사쿄]
보기만 해도 속이 쓰려.

[아자미]
냄새만으로도 배부른데.

[이즈미]
(슈크림에 과일 타르트에 초코 브라우니, 쇼트케이크랑 시폰 케이크랑 푸딩 아라모드……!)
이건 정말 천국이야!

[쥬자]
네.

[사쿄]
하아…….

[이즈미]
하지만 이거 만들려면 시간 엄청 걸리지 않아?

[타이치]
오미 군도 준주연이라 힘들었을 텐데!

[오미]
나한테는 이게 휴식이나 마찬가지야.

[반리]
왜 효도 녀석한테 맞춰줘야 하는 건데…….

[쥬자]
불만 있으면 먹지 마.

[반리]
네 녀석― 그냥 접시에 수북이 담고 혼자 먹고 싶은 것뿐이잖아!

[아자미]
공연 끝났다고 여드름 만들지 마.

[오미]
사쿄 씨랑 아자미를 위한 카나페랑 샌드위치도 있어.

[사쿄]
고맙다.

-

[오미]
그러고 보니 나머지 인터뷰 영상도 모처럼이니 틀어볼까.

[이즈미]
나머지? 다른 것도 뭔가 찍었어?

[오미]
응. 쥬자에 대한 거 외에도 이것저것 물어봤거든.

[이즈미]
호~ 그랬구나!

[반리]
엑, 그거 트는 거냐.

[오미]
쥬자 영상만 있으면 불공평하니까. 뭐 그래도, 편집해서 꽤 짧아졌지만.

[오미]
"그럼…… 셋츠 반리라는 배우에 대해서는?"

[타이치]
"뭘 하든 잘해서 진짜 만능이라고 생각해여!"

[아자미]
"재주도 좋고, 직접 메이크업해도 잘할지도."

[사쿄]
"뭘 시키든 재주 좋게 해내는 점이 밉상이야."

[반리]
이거 그냥 개인감정이 실린 거잖아!

[오미]
"타이치는?"

[반리]
"음~ 역시 경험이 많은 만큼 대응력이 좋지. 그리고 어디에든 잘 섞여. 무대 위에서 이상하게 튀지 않는 건 꽤 중요한 거라고. 뭐, 그만큼 작아 보이지만."

[사쿄]
"평소엔 깽깽거리는 게 시끄럽지만 무대 위에서는 침착하게 연기할 수 있게 됐어. 꽤 냉정한 면도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그 녀석 하기 나름이겠지."

[아자미]
"의외로 말하면 제대로 케어하는 우등생이야."

[오미]
"사쿄 씨는?"

[반리]
"시끄러워~"

[타이치]
"무대 위에서는 유치해짐다!"

[아자미]
"시끄러워~"

[사쿄]
너네도 개인감정이 실렸잖아!

[오미]
"그럼 아자미에 대해서."

[반리]
"프로의식이 높아. 연기는 아직 멀었지만."

[타이치]
"스킨케어 대장임다!"

[사쿄]
"남의 나이랑 피부로 깐족거리기나 하고."

[아자미]
케어하라고 해도 안 하니까 그렇지.

[이즈미]
(이 서로에게 거침없는 모습…… 가을조라는 느낌이야!)
(그건 그렇고 잡담하면서 본심을 끌어내는 오미 군, 굉장해……)

[쥬자]
우물우물…….

[오미]
쥬자.

[쥬자]
?

[오미]
나중에 같이 차고에 가지 않을래? 이왕이면 쥬자의 인터뷰 영상도 찍고 싶어서.

[쥬자]
네.

-

- F i l m N o. 0 6 : J u z a H y o d o -

[쥬자한테 쥬자 자신에 대한 걸 물어보기도 뭐하니까……. 결의를 표명해보는 건 어때?]
결의를 표명해?
[예를 들어……. 미래의 자신이 어떤 배우가 되어있을지 라던가.]
미래의 자신……. …….
무대 위에 서는 순간순간을 전력으로 살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
내가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어. 하지만 그건 나 자신을 부정하고, 내게서 도망치는 거라는 말을 들었어. 실제로 그 말이 맞아.
다만, 그렇기에 더욱 나는 나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타인을 존경하고 있어. 주어진 배역을 항상 마음속 깊이 존경하며 연기할 수 있어.
그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무대 위에서 전력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맡아 살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
그리고…… 나는, 기술로는 셋츠를 넘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어. 그걸 들었을 때는 충격받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 아니, 지금도 인정한 적 없어. 실제로 지금은 그렇다고 해도 미래는 알 수 없는 거니까.
나는 계속 그 녀석한테 죽어도 지지 않을 각오로 있을 거야. 배우로서의 진검승부도, 기술적인 것도. 평생 배우로 살면서 그 녀석을 이길 거야.
나같이 형편없는 녀석이 꾸면 안 되는 꿈이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포기가 안 돼.

-

[오미]
――.

-

[나치]
"나 같은 게 꾸면 안 되는 꿈인 건 알고는 있어. 하지만 포기가 안 돼."

-

[오미]
…….

[쥬자]
오미 씨, 왜 그럼까?

[오미]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렇지.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고, 정해진 것도 없어. 자기에게 걸맞지 않아 보여도 꿈을 꾸는 건 우리 살아있는 자들의 특권이야.
(나는, 나치 몫까지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열심히 살아가기로 결심했어. 계기는 나치를 대신하는 거였지만, 나치의 꿈은 지금은 확고하게 나 자신의 꿈이 됐어. 배우로서 나치나 볼프였던 녀석들에게, 쥬자에게, 그리고 가을조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거야)
앞으로도 무대 위에서 살아갈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지는 알 수 없는 거지. 언젠가…… 예전의 자신과 답을 맞혀보고 싶어졌을 때 이 비디오를 같이 보자.

[쥬자]
네.

[오미]
(……좋은 미소를 찍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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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자]
"녹다운! 마이클 선수 일어서지 못합니다!"

[관객]
"우오오오!"

[해설자]
"절대 왕좌 휴이 브라운! 훌륭하게 타이틀을 방어! 그 지위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관객]
"휴이! 휴이!"

[휴이]
"고마워. 모두가 응원해준 덕분이야."

[관객]
"꺄아아! 휴이!"

-

[이즈미]
(라이트를 받으며 관객들의 열광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는 화려한 히어로의 모습에서 전환……) 
(라이트가 꺼지고, 관객들이 쓰레기를 흩뿌린 채 떠나간 뒤의 어두운 관객석……)

[블러드]
"……."

[키드]
"휴이 브라운의 시합 티켓은 프리미엄이 붙어서 다섯 배로 팔리고 있다던데. 나한테도 한 장 줘, 블러드."

[블러드]
"티켓으로 들어온 거 아니야."

[키드]
"그래도 시합은 볼 수 있잖아? 이득이지."

[블러드]
"관심 없어."

[키드]
"재미없게."

[블러드]
"볼일이 없으면 가. 일이 있어."

[키드]
"일? 아, 확실히 대량으로 있어 보이는군.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잘도 버렸어."

[블러드]
"……알았으면 방해하지 마."

[키드]
"이거, 신작. 감상 들려줘."

[블러드]
"맘대로 떠밀고 가지 말라고 저번에도――."

[키드]
"청소부한테는 청소도구가 필요하잖아? 그럼 간다."

[블러드]
"……하아."

[이즈미]
(키드한테 수상한 무기를 받게 된 블러드 장면에서, 다시 화려한 축하 파티 장면으로……)

-

[의원]
"축하하네. 여전히 질 줄 모르는군. 자네는 이 거리의 자랑이야."

[휴이]
"감사합니다."

[류크]
"휴이 형!"

[휴이]
"그래, 류크. 와줬구나."

[류크]
"당연하지! 오늘도 엄청 멋있었어! 역시 형 시합은 최고야!"

[웨이터?]
"……태평하군."

[손님]
"거기, 샴페인을."

[웨이터?]
"……알겠습니다."

-

[이즈미]
(파티 회장에서 뒷골목으로…… 다시 명암이 바뀐다……)

[수상한 사람]
"……하아 하아, 서둘러야 해."

[블러드]
"……후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수상한 사람]
"――윽."

[블러드]
"――."

[수상한 사람]
"아프잖아! 조심해!"

[블러드]
"……응? 야, 거기서."

[수상한 사람]
"어엉? 뭐야?"

[블러드]
"거기 품에 넣어둔 걸 꺼내봐."

[수상한 사람]
"뭐야!? 너랑 상관없잖아!"

[블러드]
"얌전히 내놔."

[수상한 사람]
"웃기지 마! 꺼져!"

[블러드]
"――칫."

[수상한 사람]
"젠장――."

[블러드]
"――가만히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수상한 사람]
"으윽――."

[블러드]
"이건……? 야, 이 폭탄을 어디서――."

[수상한 사람]
"칫."

[블러드]
"거기서――!"

[맥스]
"거기서 뭘 하는 거냐!?"

[블러드]
"――성가시게."

[맥스]
"거기 멈춰!"
"칫, 도망쳤나……. 정말이지, 이놈이고 저놈이고 얼굴만 보면 개처럼 짖어대기는. 끌려 나오는 쪽도 생각해 달라고."
"……응? 희한한 탄흔이군……. ……."

-

[키드]
"어서 와. 신작은 어때?"

[블러드]
"돌려주러 왔다."

[키드]
"그러지 말고 가지고 있어. 이건?"

[블러드]
"주웠어."

[키드]
"요즘엔 이런 위험한 쓰레기도 떨어져 있는 건가. 흐응, 재밌게 생겼는데. 아, 이거…… 최근에 시티 센터에서 폭발소동이 있었지? 그거랑 같은 모양이군."

[블러드]
"동일범이라는 건가?"

[키드]
"그럴지도. 신경 쓰이면 출처를 알아볼까?"

[블러드]
"관심 없어."

[키드]
"아, 그래."

-

[이즈미]
(불온한 분위기를 남긴 채로, 체육관에서 스파링하는 블러드……)

[트레이너]
"좋아, 잘하고 있어. 휴식에 들어가자."

[블러드]
"……후우."

[휴이]
"실례할게."

[트레이너]
"휴이 아닌가, 오랜만이군!"

[휴이]
"집 근처 체육관이 공사 중이라서. 당분간 빌릴 수 있을까?"

[트레이너]
"물론이지! 영웅의 개선이로군."

[블러드]
"……."

[휴이]
"가볍게 스파링을 하고 싶은데, 상대가 있을까?"

[트레이너]
"그렇군…… 공교롭게도 우리 선수는 오늘 다 나가고 없어서―― 아, 블러드! 잠깐 어울려주겠어?"

[블러드]
"……내가?"

[트레이너]
"선수는 아니지만 꽤 쓸만해. 상대할 만 할 거야."

[휴이]
"잘 부탁해. 나는 휴이야."

[블러드]
"……알고 있어."

[트레이너]
"하하! 자기소개 같은 거 안 해도 너를 모르는 녀석은 없어."

-

[휴이]
"오랜만에 기분 좋게 땀을 흘렸군. 감도 좋고, 프로가 될 생각은 없어?"

[블러드]
"……관심 없어."

[휴이]
"아깝게. 하지만 덕분에 스파링 상대로 고민할 일은 없겠어. 또 부탁할게."

[블러드]
"……."

[이즈미]
(쥬자 군의 고독하고 과묵한 블러드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딱 어울리는 역할이야. 남에게 일절 곁을 허락하지 않고, 어두운 과거를 상상하게 하는 블러드의 음침한 분위기가 잘 나오고 있어)
(오미 군도, 악역도 괜찮지만 낙천적인 히어로 타입인 휴이도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어. 스스럼없이 대하는 휴이와 거기에 당황하는 블러드의 관계가 저 두 사람이 하니까 더욱 잘 전달돼)

[휴이]
"블러드! 이후에 식사라도 어때? 내가 살게."

[블러드]
"일이 있어."

[휴이]
"그거 아쉽군. 그럼 다음에."

[블러드]
"당신하고는 돈을 내고서라도 식사하고 싶어하는 녀석들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휴이]
"하하! 부정하진 않을게. 하지만 그건 비즈니스 얘기지. 나는 친구로서 너한테 관심이 있는 거야."

[블러드]
"……나는 없어."

[휴이]
"너무하는데!"

[트레이너]
"이거야 원 굉장히 마음에 들었나 보군."

[블러드]
"……성가셔."

-

[이즈미]
(블러드와 휴이가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 와중에 휴이의 다음 대전이 정해진다. 기자회견에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 휴이를 그늘에서 지켜보는 블러드……)

[기자]
"휴이 선수, 이번 시합에 앞서 마음가짐을 들려주세요!"

[휴이]
"방심할 수 없는 선수니까 만전을 기해서 임할 생각입니다."

[기자]
"저번 시합에서는 압도적인 힘으로――."

[휴이]
"!?"

[기자]
"으악!!"

[기자]
"지금 이 소리는 뭐야!?"

[기자]
"폭발!?"

[사회자]
"진정하세요! 지금 확인하고 있습니다!"

-

[블러드]
"――."

[스태프]
"뭐야, 뭐야?"

[스태프]
"폭파했어!"

[스태프]
"또야!?"

[류크]
"――으윽."

[더스트]
"……조용히 해."

[류크]
"힉――."

[블러드]
"거기, 멈춰――."

[류크]
"!!"

[더스트]
"칫――."

[블러드]
"핫!"

[더스트]
"하아!"

[류크]
"으악――."

[더스트]
"――칫."

[블러드]
"거기서!"

[더스트]
"그 총은, 넌 저번에―― 왜 우리를 방해하는 거지? 너는 이쪽 인간일 텐데."

[블러드]
"무슨――."

[류크]
"아파――."

[블러드]
"……괜찮나?"

[맥스]
"움직이지 마! 경찰이다!"

[블러드]
"――."

[류크]
"저, 저기, 아니에요!"

[블러드]
"――귀찮게."

[맥스]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류크]
"잠깐만――!"

[휴이]
"류크!?"

[류크]
"앗, 형――!"

[휴이]
"다행이다. 무사해?"

[블러드]
"……하아, 하아."

[휴이]
"……블러드?"

[맥스]
"쫓아라! 놓치지 마!"

[이즈미]
(류크를 도와줬는데 맥스에게 범인이라는 오해를 받는 블러드의 분노와 억울함이 전해져와. 동시에 전혀 변명하려 하지 않는, 말해도 소용없다는 듯한 체념과 슬픔……)
(과묵한 블러드는 대사가 없지만, 쥬자 군은 그걸 제대로 표현하고 있어. 분명 쥬자 군이니까 할 수 있는 연기야)

-

[아나운서]
"세계는 히어로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 휴이 블러드가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테러리스트에게서 동생을 지켰다는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이야~ 그야말로 진짜 히어로네요."

[블러드]
"……."

[이즈미]
(길거리 전광판에서 나오는 뉴스를 가만히 지켜보는 블러드……. 살며시 눈을 돌리고 떠나간다. 주변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눈이야)

-

[이즈미]
(다시 기자회견을 여는 휴이……)

[기자]
"휴이 선수, 이쪽을 봐주세요!"

[기자]
"이쪽도 부탁해요!"

[기자]
"응? 뭐지? 갑자기 스크린에 영상이……."

[스크린]
"이번 타이틀매치는 휴이가 제물로 바쳐질 차례다."

[휴이]
"――."

[기자]
"이건, 범행예고!? 테러리스트에게서 범행예고가 왔습니다!"

[사회자]
"조용히 해주세요! 회견은 이걸로 종료하겠습니다!"

[휴이]
"역시 타이틀매치는 중지하는 게 좋겠어요."

[의원]
"자네는 지금 거리의, 아니 세계의 히어로로서 상징적인 존재야. 그런데 테러리스트한테 굴복하게 되면 세간의 불안을 부채질하는 게 될 거네."

[휴이]
"스태프나 관객이 위험해져도 괜찮다는 건가요?"

[의원]
"확실히 수많은 관객을 전부 지키는 건 어렵겠지. 하지만 선수와 스태프만이라면 경찰에 협력을 요청해서 엄중한 경비태세를 갖추면 테러리스트도 손대지 못할 거야."

[휴이]
"그런――."

[의원]
"물론 자네의 안전도 반드시 약속하지."

[휴이]
"……."

-

[이즈미]
(경찰은 중요참고인으로 블러드를 찾기 시작한다……)

[맥스]
"어떻게든 타이틀매치 당일까지 테러리스트의 행적을 알아내야 한다. 이대로 녀석에게 농락당하기만 하면 경찰의 위신이 서지 않아."

[경찰]
"네!"

-

[맥스]
"실례하지."

[키드]
"……어서 오세요."

[맥스]
"저번 폭탄 테러 사건의 중요 참고인으로 이 남자를 찾고 있다."

[키드]
"……모르겠는데."

[맥스]
"이 가게에 온 적이 있지 않나?"

[키드]
"기억 안 나. 나는 아버지를 도와서 가게를 보고 있을 뿐이니까."

[맥스]
"숨겨주겠다면 공범으로 간주하겠다."

[키드]
"완전히 범죄자 취급이냐……."

[맥스]
"뭐야?"

[키드]
"그거 말고 찾아야 하는 게 있지 않아?"

[맥스]
"――이건?"

[키드]
"저번 휴이의 타이틀 방어전 날에 주변에 떨어져 있던 분실물이야. 일단 신고해두지."

[맥스]
"――."

-

[이즈미]
(경찰을 현혹시킨 키드는 그 후에 블러드를 찾아간다……)

[키드]
"너도 좀 유명해졌던걸."

[블러드]
"……무슨 말이야."

[키드]
"경찰이 당신을 찾으러 왔었어."

[블러드]
"그럼 이제 나한테 관여하지 마."

[키드]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고, 이건 작별 선물이야. 아껴뒀던 신작이지. 어떻게 쓸지는 맡길게. 어디에 사용하던 당신 마음대로 해."

[블러드]
"……."

[키드]
"청소부 폐업했지? 혐의를 쓰면서까지 이 거리를 구할 의리는 없잖아."

[이즈미]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블러드의 눈에 망설임이 보이는 건, 분명 지금까지 몇 번이고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야.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해. 남을 도와줘도 기대에 어긋나. 그렇다면 조용히 어둠에 숨을 죽이고 살아가는 게 나아……)
(쥬자 군은 그걸 이해하고 있으니까 여기서 망설임을 보여준 거야)

-

[해설자]
"휴이 선수의 입장입니다!"

[관객]
"우오오오!"

[관객]
"꺄아아, 휴이!"

[해설자]
"방범 사정으로 경기장에는 관객이 들어오지 못했지만, 야외 전광판 앞은 열기로 가득합니다!"

[이즈미]
(열기를 띤 시합 뒤편에서, 블러드는 테러리스트를 찾아낸다……)

[블러드]
"……."

[더스트]
"――윽."

[블러드]
"거기서!"

[더스트]
"칫――."

[블러드]
"이제 너를 경찰에 넘기기만 하면――."

[더스트]
"――큭."

[블러드]
"자살할 생각이냐……?"

[이즈미]
(자기 팔을 자르는 더스트를 보고 블러드가 의아한 표정을 지은 직후, 경찰이 들이닥친다……)

[맥스]
"거기 둘 움직이지 마!"

[블러드]
"――큭."

[맥스]
"얌전히 있어! 총을 버려!"

[블러드]
"……알았다. 알았다고."

[더스트]
"――으윽."

[경찰]
"자네 괜찮나!? 서둘러서 들것을! 부상자가 한 명!"

[맥스]
"기다려, 그 녀석은――."

[블러드]
"――."

[경찰]
"그대로 손을 올리고 있어! 움직이지 마!"

[더스트]
"……으, 윽."

[경찰]
"이봐, 정신 차려."

[블러드]
"――그 녀석을 놓치지 마."

[경찰]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블러드]
"――윽."

[이즈미]
(경찰은 완전히 블러드를 테러리스트로 믿고 더스트를 피해자로 착각한다……)

[경찰]
"폭탄!? 어디지!?"

[더스트]
"――흥."

[블러드]
"――젠장!"

[맥스]
"거기서! 멈춰라!"

-

[해설자]
"휴이 선수의 승리! 히어로는 흔들리지 않는다! 전설은 계속됩니다!"

[관객]
"우오오오!"

[관객]
"휴이! 휴이!"

[휴이]
"――."

[의원]
"축하하네! 휴이! 자네는 역시 굉장해!"

[휴이]
"테러리스트는?"

[의원]
"아―― 조금 충돌이 있었던 것 같지만 걱정 없네. 경찰이 진압하고 있어."

[블러드]
"――하아, 하아."

[휴이]
"저건――."

[의원]
"휴이? 어디 가는――."

-

[이즈미]
(경찰에게서 도망친 블러드를 쫓아가는 휴이……)
(한편, 블러드는 더스트를 쫓지만 오히려 막다른 곳에 몰린다……)

[더스트]
"미안하지만, 이런 데서 잡힐 수는 없어서 말이야."

[블러드]
"큭――."

[더스트]
"얌전히 눈감아줬으면 너도 이런 데서 객사할 일은 없었을 텐데. 히어로 흉내는 재밌었나?"

[블러드]
"……닥쳐."

[휴이]
"블러드!"

[블러드]
"――."

[휴이]
"네가 왜 여기에――."

[블러드]
"지금은 얘기할 시간 없어. 축하 파티에라도 가 있어."

[휴이]
"……저게 테러리스트인가?"

[더스트]
"――."

[휴이]
"협력하지. 동생을 구해줘서 고마워."

[더스트]
"역시 히어로님은 등장 타이밍이 훌륭하네. 카메라도 같이 왔나?"

[블러드]
"핫!"

[휴이]
"하앗!!"

[더스트]
"――윽."

[블러드]
"핫!"

[휴이]
"블러드, 그쪽이야!"

[더스트]
"――큭."

[블러드]
"얌전히 있어!"

[더스트]
"하아, 하아, 하아……."

[휴이]
"블러드, 프로가 될 생각 없어? 너와는 태그매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블러드]
"……관심 없어."

[휴이]
"하하,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하지만 나는 꽤 질기다고."

[블러드]
"……성가시기는."

[경찰]
"찾았다!"

[휴이]
"이쪽이야! 테러리스트를 잡았어!"

[경찰]
"빨리 저 둘을 붙잡아!"

[블러드]
"――칫."

[휴이]
"? 아니야, 블러드는――."

[블러드]
"――."

[휴이]
"블러드!"

[경찰]
"거기서!"

[경찰]
"한 명이 도망친다!"

-

[이즈미]
(휴이와 협력해 더스트를 잡았지만, 경찰에게 오해받은 채 블러드는 그 자리에서 도망친다)
(또다시 어두운 뒷골목으로 돌아온 블러드……)

[블러드]
"――윽, 하아, 하아."
"칫…… 옆구리가……. 후우……."

[맥스]
"……."

[블러드]
"――큭, 이런 곳까지."

[맥스]
"……받아라."

[블러드]
"……담배? 무슨 생각이야――."

[맥스]
"히어로의 퇴장치고는 조용하군."

[블러드]
"……."
"후우……."

[신문가게]
"호외! 호외! 히어로 휴이 브라운 선수가 테러리스트를 잡았다!"

[통행인]
"한 부 줘!"

[통행인]
"나도!"

[신문가게]
"감사함다! 호외, 호외야!"

[블러드]
"……."

[이즈미]
(맥스에게 작별 선물을 받고 홀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블러드……. 입가에 떠오른 건…… 미소야)
(뜻대로 안 되는 자신의 인생을 자조하는 것도 같고, 자신을 믿어준 자들이 있다는 기쁨이 엿보인 것도 같아……)

[블러드]
"후우……."

[이즈미]
(자기 자신을 위로하듯 깊이 들이마시는 동작을 취하고, 손끝에서 떨어트린다. 홀로 맞이하는 조용한 종막……)

-

[쥬자]
――.

[반리]
뭘 멍청히 있어.

[오미]
해냈구나.

[타이치]
삶을 대하는 자세, 잘 봤슴다!

[아자미]
수고했어.

[쥬자]
…….

[사쿄]
적당히 정신 차려.

[이즈미]
커튼콜, 잘 다녀와!

[쥬자]
네.

-

[쥬자]
감사함다!

[오미]
고마워!

[반리]
고마워.

-

[무쿠]
쥬 쨩, 수고했어…… 흑!

[쿠몬]
진~짜 멋있었어…… 흑!

[쥬자]
그, 그래.

[반리]
둘 다 오열이냐.

[무쿠]
그치만 엄청 좋았어…… 흑.

[쿠몬]
――이건 형의 이야기지? 역시 츠즈루 씨 굉장해~!

[쥬자]
네가 내 얘기를 많이 들려줬다면서. 츠즈루 씨한테 들었어.

[쿠몬]
헤헷. 첫사랑 코시엔 때의 답례야.

[쥬자]
고마워.

[쿠몬]
형은 말야, 예전부터 많이 오해받아왔지만 엄청 순수하고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거, 난 알고 있어.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전혀 몰라주잖아. 옆에서 계속 보고 있으면서 답답했어.
그러니까 이 연극을 통해서 모두가 알아주길 바랐어. 진짜 형에 대해. 어릴 때부터 나한테 형은 세상에서 유일한 히어로였으니까. 나는 츠즈루 씨한테 그걸 전해줬을 뿐이야.
그건 그렇고 이번 공연으로 팬이 많이 늘 것 같아서 걱정되네~!

[쥬자]
쓸데없는 걱정이야.

[반리]
정말이지, 브라콤이 심하다고. 발연기 배우의 팬은 별로 없어.

[쿠몬]
뭐야~!? 형의 팬은 백만 명정도 있어!

[반리]
열 명 정도겠지.

[쿠몬]
천만 명!

[반리]
다섯 명인가.

[쿠몬]
왜 줄어드는 거야!

[사쿄]
이놈들, 초등학생처럼 싸우지 마!

[반리&쿠몬]
――아야!

[이즈미]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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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
"블러드! 이후에 식사라도 어때? 내가 살게."

[쥬자]
"일이 있어."

[오미]
"그거 아쉽군. 그럼 다음에."

[쥬자]
"당신하고는 돈을 내고서라도 식사하고 싶어하는 녀석들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오미]
"하하! 부정하진 않을게. 하지만 그건 비즈니스 얘기지. 나는 친구로서 너한테 관심이 있는 거야."

[쥬자]
"……나는 없어."

[오미]
"너무하는데!"

[이즈미]
(이벤트 홀 청소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고작인 주인공 블러드와, 격투가로서 성공한 휴이……. 다크 히어로와 명실공히 정통파 히어로의 대비를 주연인 쥬자 군과 준주연인 오미 군이 잘 표현해주고 있어)

[반리]
"――칫."

[쥬자]
"거기서!"

[반리]
"그 총은, 넌 저번에―― 왜 우리를 방해하는 거지? 너는 이쪽 인간일 텐데."

[쥬자]
"무슨――."

[이즈미]
(블러드의 적 역할인 테러리스트, 더스트를 연기하는 게 반리 군……. 생각해보면 둘이 이렇게 정면에서 적대하는 배역은 이번이 처음이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불꽃이 튀는 것도 당연하지)

[반리]
여기선 좀 더 블러드의 적대심을 억누르는 게 좋아. 그러면 라스트에 더 빛날 거야.

[쥬자]
블러드가 더스트 때문에 감정을 끌어내는 중요한 장면이야. 그걸 억누르는 건 이상해.

[반리]
그러니까 그건 전체적인 밸런스를 생각해서――.

[쥬자]
블러드는 그런 거 생각 안 해.

[반리]
――돌대가리냐!

[이즈미]
(불꽃이 튀는 건 역할에서만이 아니지만. 이게 가을조…… 답고 좋지!)
슬슬 시간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쥬자]
네.

[이즈미]
쥬자 군하고 반리 군은 내일도 워크숍 가는 거지?

[반리]
어, 마지막 날.

[쥬자]
어떤 과제가 나올지 기대돼.

[반리]
그 아저씨 대부분 어려운 것만 시킨다고.

[쥬자]
약한 부분을 확실하게 찔러와.

[반리]
집요하고 끈질겨~

[쥬자]
저번 과제도 힘들었어.

[반리]
맞아.

[이즈미]
(이 둘은 입단했을 때부터 변함없이 라이벌이지만, 든든한 동료 배우도 됐어……. 왠지 새삼스럽게 감회가 깊다……)

-

[마스노]
그럼 이걸로 이번 워크숍을 마치겠다. 수고했어.

[쥬자]
잠시 괜찮슴까?

[마스노]
응?

[반리]
……먼저 간다.

[쥬자]
어.
이번에 정말 신세 많이 졌슴다. 이 워크숍으로 새롭게, 내가 가지지 못한 게 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마스노]
……가진 게 많지 않으니까 더욱, 너는 잔재주로 승부하지 마. 지금은 연기 기술이나 다른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의 네 진지한 자세를 중요하게 여겨. 너는 그런 타입의 배우야. 머리로 이거저거 생각해서 할 수 있는 타입이 아니라고.
너는, 너 자신이 연기가 어설픈 배우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어. 앞으로 셋츠와 나란히 달려가는 이상 계속 따라다닐 거다.

[쥬자]
……네.
다른 사람을 연기한다는 건 내 본연의 모습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야. 역할을 연기하면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거지.
전에 유조 씨가 포트레이트를 시킨 의미를 지금에야 겨우 안 것 같아.

[마스노]
호~ 그 사람, 너희한테도 그걸 시켰군.

[쥬자]
자기 자신과 마주 보고, 내 안에 있는 걸로 역할을 연기하고, 나를 표현한다…….
그렇기에 더욱 무대 위에서 나밖에 보여줄 수 없는 삶을, 연기를 할 수 있는 걸지도 몰라.

[마스노]
……이미 답이 나온 모양이군.
다시 말하지만, 너는 배우로서 셋츠에게는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그게 그 녀석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쥬자]
――.

[마스노]
왜 놀라는 거야. 네 무기는 셋츠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한 거냐?
앞뒤 생각 없이 역할에 몰두할 수 있는 건, 무대 위에 섰을 때 네 마음속 열의가 연기하는 역할의 감정에 불을 붙이기 때문이야.
계산하지 않고 그 역할의 인생에 몰입해서 살아갈 수 있지. 자기가 연기하는 역할에 순수하게 경의를 가지고 임할 수 있어. 배우로서의 네 장점이야.

[쥬자]
셋츠에게는 없는, 나만의 장점――.

[마스노]
라이벌이지, 너희는.

[쥬자]
네.

-

[쥬자]
…….
(――나는 블러드의 아픔을, 고뇌를 알고 있어. 오래전에 느껴봤던 아픔이야……. 견딜 수 없는 마음, 포기, 절망,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희망……. 과거의 내 감정을 애도하는 기분으로 연기하는 거야. 이건 '배우 : 효도 쥬자'밖에 할 수 없어)
(변변찮은 기술도 없는 배우인 내가, 지금 주연으로 당당하게 무대 위에 서는 의미는 분명 이 역할을 위해서야. 츠즈루 씨가 나를 투영해서 써준 이 역할을……)
(그 시절의 나는 나 자신이 싫었어. 증오하기도 했지. 하지만 지금은――. 연기를 시작하고 감독님이, 동료들이 해준 말 덕분에 전보다 조금은 나 자신을 인정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

[타이치]
왜, 왠지 말 걸기 힘든 분위기임다.

[아자미]
미간에 주름이 너무 깊어서 메이크업 망가지겠어.

[사쿄]
이제 곧 개연이야.

[반리]
야 효도, 단장이니까 원진 정도는 짜.

[쥬자]
――모여줘.
이번 공연 주제를 정할 때 고집부리고 폐를 끼쳐서 미안했어. 스스로를 인정할 수 없어서 나 자신을 놓치고 있었어.
모두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배우로서 스스로에게 조금이지만 자신감이 생겼어. 감사하고 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츠, 너한테만은 절대로 죽어도 안 져.

[반리]
덤벼봐, 발연기 주제에.

[쥬자]
――죽을 각오로 가자!

[오미]
오오!

[타이치]
오~!

[반리]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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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 i l m N o. 0 5 : O m i F u s h i m i -

[――그럼 공수 교대로군.]
아니, 나는 삼각대를 써서 찍으려고 했는데…….
[됐~어 됐어. 자, 이름하고 나이는? 직업은?]
후시미 오미, 21살, 대학생이야. 왠지 오디션 테이프 같네.

[아까랑 같은 질문 하면 되지? 효도 쥬자라는 발연기 녀석을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나요?]
누구보다 성실하고 진지하게 연기와 마주하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자신감이려나. 기술적인 면은 쥬자라면 점점 좋아질 테지만…….

[진짜, 많이 봐준다니까. 그럼 존경하는 부분은?]
――반리를 찍기 전에 가을조의 다른 세 명 인터뷰도 찍었어. 존경하는 부분의 대답은 다들 똑같았지.
본방에서 같은 무대에 올라 마주했을 때 느끼는 열의가 있어. 연습실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열의가――.
항상 그 덕분에 불이 붙고, 자기도 연기에 빠져들게 된다고 해. 나도 그걸 느끼고 있고. 반리도 못 느꼈을 리 없지.
[……노코멘트.]
그건 대답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인터뷰어한테 질문을 되돌리는 건 금기야.]
하하, 그래? 그럼 이걸로 전부 찍었군.

-

[쥬자]
…….

[이즈미]
…….

[타이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다들 좋을대로 말하고 있네여.

[아자미]
통렬한 비판 필름이었어.

[이즈미]
(쥬자 군, 풀이 죽지는――)

[쥬자]
…….

[이즈미]
(않은 것 같네. 쥬자 군에 관한 건 쥬자 군 자신이 가장 엄격하니까……)

[쥬자]
무대 위에서 느끼는 열의…….

[사쿄]
너는 전혀 자각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신생 가을조는 결성했을 때부터 연기를 향한 네 열의를 접했어.

[쥬자]
내……?

[이즈미]
(그래…… 타이치 군도 오미 군도 사쿄 씨도, 쥬자 군의 연기를 향한 자세를 보고 영향을 받았지)
(무엇보다 반리 군――)

-

[반리]
감독쨩, 알려줘. 나는 어떻게 하면 효도를 이길 수 있지?

[이즈미]
반리 군…….

[반리]
응? 어떻게 하면 돼?

[이즈미]
……우선 연기와 똑바로 마주할 것. 그리고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이건 이미 있는 것 같네.

[반리]
……. 효도의 포트레이트를 보고 왠진 모르겠지만 뜨거워졌어. 그 녀석과 싸우고 졌을 때처럼 흥분됐어. 이대로 끝낼 순 없어, 끝내게 두지 않을 거야.

-

[이즈미]
(연기도 그렇고 그 무엇과도 진지하게 마주한 적 없었던 반리 군을 변화시킨 건 쥬자 군이야)

[오미]
쥬자는 자신이 지금 어떤 배우인지 모른다고 했지만, 함께 연기해온 우리는 더없이 잘 알고 있어.
이렇게 영상으로 만들면 쥬자한테도 전해질 것 같았어.

[반리]
네놈의 배우로서의 장점은 바보 같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는 것밖에 없잖아. 얌전히 양아치나 똘마니 역할 하라고.
똑같은 역할로 보여도, 너라면 한 명 한 명 제대로 무대 위에서 그 녀석만의 인생을 보여줄 수 있잖아.

[타이치]
맞아여. 쥬자 씨니까 날것의 멋있음을 보여줄 수 있슴다!

[사쿄]
시간이 걸려도 꼭 붙들고 물불 가리지 않는 촌스러운 방법이 네 방법이잖아. 그러면 돼. 네 녀석의 그런 점이 존재하지 않는 인간을 인간답게 보이게 해주니까.

[아자미]
그쪽은 그쪽이잖아. 다른 누구도 아니라.

[쥬자]
――.

[이즈미]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는…… 자기 자신과는 전혀 겹치는 부분이 없는, 다시 태어난듯한 역할을 연기하는 것도 재밌을 거야.
하지만 가을조에서 쥬자 군 답게 빛나는, 쥬자 군밖에 할 수 없는 역할을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건 아마 가을조 모두가 쥬자 군을 마음속 깊이 인정하고 존중해주고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거야.
가을조의 연기 안에서 배우로서의 장점을 끝없이 펼쳐봐도 괜찮지 않을까? 가을조의 효도 쥬자라는 배우로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쥬자 군에게는 쥬자 군이니까 할 수 있는, 누구보다 매력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 있어. 당당하게 마음속 깊이 공감하고 살아갈 수 있는 쥬자 군만의 역할이…….

[쥬자]
나니까, 살아갈 수 있는 역할…….

[이즈미]
다음 공연에서는 그걸 추구하는 게 쥬자 군이 주연으로서 빛나는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해. ……어때?

[쥬자]
――네.
나만이 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삶을 목표로 해보겠슴다. 가을조의―― 효도 쥬자로서.

-

[츠즈루]
각본, 늦어서 죄송해요.

[이즈미]
아니야! 어라, 마스미 군은?

[츠즈루]
네? 마스미는 왜요?

[이즈미]
(요즘엔 항상 마스미 군이 챙겨줬는데, 오늘은 없어도 되는구나……!)

[츠즈루]
? 확인 부탁드려요.

[이즈미]
아, 응! 그럼 다 같이 바로 읽어보자.

[쥬자]
…….

[이즈미]
……. (이건, 히어로는 히어로인데……)

[타이치]
다크 히어로네여!?

[츠즈루]
응.

[이즈미]
(그렇구나…… 이거면 쥬자 군 이미지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 게다가 이 이야기……. 주인공인 블러드가 악을 쫓으면서도 주변의 오해로 고독하게 정의를 관철하게 된다니……. 쥬자 군하고 딱 맞아)

[쥬자]
――츠즈루 씨, 감사함다. 이 이야기가…… 나를 위해 쓰인 이야기라는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그리고 그게 배우에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도…….

[츠즈루]
귀여운 후배를 위해서 좋은 이야기를 써주고 싶었거든.
――.

[이즈미]
츠, 츠즈루 군!?

[오미]
――이런.

[반리]
나이스 캐치.

[타이치]
미소 지은 채 불태웠다는 느낌으로 쓰러졌슴다……!

[아자미]
지금까지 참았던 거군.

[사쿄]
읽고 난 후의 효도의 반응을 보고 싶었던 거겠지.

[쥬자]
…….

[이즈미]
(쥬자 군의 눈에 이제 망설임이 없어. 평소보다 더 열의에 차있다는 게 느껴져……)
쥬자 군, 열심히 하자.

[쥬자]
네!

[이즈미]
(쥬자 군이 어떤 식으로 무대 위에서 이 역할을 살아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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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 i l m N o. 0 2 : S a k y o F u r u i c h i -

처음엔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지. MANKAI 컴퍼니와 연기와 만난 시절의――. 연습이, 연기하는 게 뭐가 됐든 재밌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흡수해가는 게 그저 즐거웠어. 그저 언제까지고 연기하고 싶었지. 그때의 어렸던 나랑 똑 닮았어.
단지……. 협객전 때 그 녀석은 '사랑'이라는 말을 하더군. 예전의 내가 부끄러워서 똑바로 마주 보지 못했던 말을.
[……사랑이요?]
――이 부분은 편집해줘.
어쨌든 예전의 나보다 그 녀석이 더 인간의 그릇이 됐다는 거야. 나는, 굳이 말하자면 셋츠 같은 망할 꼬맹이였으니까.

[효도 쥬자에게 배우로서 부족한 점은?]
발음, 발성, 기초는 잡혔는데 응용을 못 해. 이해가 더뎌. 역할에 몰입하는 데 시간이 걸려. 애드리브를 너무 못해.

[역시 가차 없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부분은?]
――훗.

-

[이즈미]
와아, 술이 순하고 맛있어요.

[사쿄]
나쁘지 않군.

[유조]
건방진 소리 하기는.

[사쿄]
그래서 안주라는 게 뭐야?

[유조]
아, 내 지인 중에 미대에서 가끔 워크숍을 하는 녀석이 있어.

[이즈미]
(미대에서 워크숍? 설마……)

[유조]
마스노라고 하는데, 쥬자랑 반리도 가르치는 것 같더군.

[이즈미]
(역시……)

[유조]
최근에 만나서 얘기를 좀 들었지. 쥬자랑 반리는 배우로서의 소재도, 추구하는 것도 완전히 정반대라고 재밌어했어.
전부터 반리는 좀 더 완전히 그 역할이 된 것처럼 몰입하고 싶다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쥬자한테 물어보니 어떤 역할이든 만능으로 해낼 수 있는 냉정한 분석력이 갖고 싶다고 했다더군.
그 녀석들, 없는 걸 가지고 싶다고 생떼 부리고 있어.

[이즈미]
그러네요…….

[유조]
반리는 처음부터 배우로서 관객에게 자기를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냉정하게 연기를 컨트롤할 수 있었어. 그걸 생각하고 하는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하는 거니 타고난 거지.

[이즈미]
하지만 그 때문에 무대 위에서 항상 계산하고 있어서 역할에 몰입해서 자신을 잊어버리는 게 안 되는 거죠.

[유조]
그렇지. 그리고 지금까지 타인에게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탓에 자기가 맡은 역할의 심정을 깊이 파고들어 공감하는 걸 어려워하고 있어.
반대로 쥬자는 서투른 데다 무대 위에서도 여유가 없고 시야도 좁지. 반리처럼 연기를 냉정하게 컨트롤 하는 건 무리야. 하지만 계속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한 만큼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 선망, 질투도 포함해서.

[이즈미]
역할을 연기할 때는 그런 점이 역할을 깊게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원동력이 돼요.

[유조]
그래. 자신과는 다른 사람인 역할을 존경하고, 그 역할의 인생을 연기하는 걸 마음속 깊이 기뻐하고 있어.

[사쿄]
웃길 정도로 정반대로군.

[유조]
그러니까 무의식중에 배우로서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존경하고, 동시에 질투를 품고 있는 거겠지.

[사쿄]
진짜 운 좋은 녀석들이야.

[유조]
그러고 보니 창단공연 연습에서 쥬자를 봤을 때 예전의 너랑 비슷하다고 느꼈어.

[사쿄]
…….

[유조]
너도 죽어도 지고 싶지 않은 라이벌이 한 명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연기를 계속했을지도 모르지.

[사쿄]
내버려두세요.

-

[유조]
――그럼 슬슬 돌아가 볼까.

[이즈미]
조심해서 가세요.

[사쿄]
비틀비틀 걷다가 불심 검문에 걸리지 말고.

[유조]
너랑 같은 취급 하지 마.

[이즈미]
안녕히 주무세요.

[유조]
그래. 잘 자라.

[사쿄]
너도 슬슬 자. 내일 아침연습에 지각한다.

[이즈미]
내일은 드디어 상영회지요. 인터뷰, 기대돼요.

[사쿄]
후시미다운 제안이지. 이번 공연으로 그 녀석한테도 좋은 영향이 있으면 좋을 텐데.

[이즈미]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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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 i l m N o. 0 2 : T a i c h i N a n a o -

그야 멋있는 거죠! 강직한 존재감! 남자다운 뒷모습! 만두권의 적룡도 반할 것 같았어여~! 나오기만 해도 아우라가 있달까……. 강하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슴다! 빈틈이 없다니까여!
저는 키도 별로 안 크니까 그런 박력은 못 내죠~ 그래도 저는 제 나름대로 멋있는 배우를 목표로 할 검다!

[배우로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으~음……. 박력 있는 액션은 잘하지만……. 동선이나 순서를 외우는 데 시간이 걸림다. 그냥 경험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요.
저는 GOD 극단 경험이 있으니까……. 다양한 공연 연습이나 다른 사람의 지도를 보는 건 큰 경험임다. 그걸 지금 가을조 연습에도 살릴 수 있으니까요. 단역이라도 계속해왔던 건 쓸모없지 않았구나~ 싶달까.
[그렇지.]

[그럼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존경하는 부분은?]
그건 말이죠~…… 좀 길어질 검다?
[괜찮아.]
먼저――.

-

[이즈미]
타이치 군, 무겁지 않아? 괜찮아?

[타이치]
완전 괜찮슴다!

[이즈미]
오늘은 무거운 게 많았는데, 정말 고마워.

[타이치]
이 정도 힘쓰는 일은 얼마든지 맡겨주세여. 뭐, 오미 군 정도로 힘이 센 건 아니지만~

[이즈미]
그러고 보니 요즘 가을조 다들 차고에서 뭔가 하고 있지?

[타이치]
에헤헤! 인터뷰 작전!

[이즈미]
인터뷰 작전?

[타이치]
요즘 고민하는 쥬자 씨한테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모두가 쥬자 씨에 대해 인터뷰 하고 있슴다.

[이즈미]
그렇구나…….

[타이치]
쥬자 씨한테는 비밀임다?

[이즈미]
(저번 회의 이후로 쥬자 군이 이상했었으니까, 쥬자 군을 위해서 뭔가 하는 건가 싶긴 했는데…… 작전이 성공하면 좋겠다. 쥬자 군은 망설임 없이 주연으로서 나아가줬으면 좋겠어) 

[타이치]
이번엔 어떤 각본이 나올까여~

[이즈미]
결국 쥬자 군 희망대로 화려한 열혈 히어로로 할지, 딱 어울리는 빌런으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츠즈루 군이 맡겨달라고 했으니까 괜찮을 것 같지만…… 어떻게 되려나)

[타이치]
뭐랄까, 그런 쥬자 씨는 처음 봤슴다.

[이즈미]
……지금까지 쥬자 군은 자기가 연기하는 역할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
(언제든지 주어진 역할과 진지하게 마주 보고 그저 무대 위에서 그 역할의 인생을 살아가려고 했지. 표정도 적고 말이 많은 타입도 아니지만, 항상 연기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는 게 전해져왔어)

[타이치]
……만두권 때 저는 주연을 할 자신이 없었는데, 모두가 도와준 덕분에 겨우 무대에 설 수 있었슴다. 모두가 제 장점을 알려주고 다시금 저를 동료로, 주연으로 인정해줘서……. 간신히 저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었어요.
그때의 은혜도 갚을 겸, 이번엔 쥬자 씨한테 쥬자 씨의 존경스러운 부분을 전력으로 전달할 검다.
창단공연 때도…… 저, 정말로 감사한 일이 있었으니까요.

[이즈미]
창단공연 때?

[타이치]
제가 소도구인 권총을 숨겼을 때, 다들 패닉이었는데 쥬자 씨가 기지를 발휘해서 그 장면을 넘어갈 수 있었잖아요.

[이즈미]
그랬었지…….
(그때 쥬자 군은 손으로 권총을 만들고 연기를 계속했어)

[타이치]
그건 쥬자 씨밖에 할 수 없는 거였다고 생각해요. 란스키로서 열심히 살아온 쥬자씨니까 할 수 있었던 검다.

[이즈미]
그렇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전력으로 살았으니까, 그 손에 총이 없어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란스키가 총을 쏘고 있는 걸로 보인 거야.

[타이치]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피카레스크가 망가지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었슴다. 쥬자 씨한테는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요.

[이즈미]
그래…….

[타이치]
쥬자 씨는 자기를 너무 낮게 평가하니까여. 배우 효도 쥬자밖에 할 수 없는 게 있다고 제가 꼭 알려줄 검다!

[이즈미]
(계속 함께 무대에 올랐었으니까 더욱, 배우로서의 쥬자 군을 잘 알고 있구나. 이렇게 자연스럽게 서로를 도와줄 수 있는 가을조의 유대가 믿음직해)

-

[이즈미]
다녀왔어~

[타이치]
다녀왔슴다.

[사쿄]
왔나. 역 앞 슈퍼에서 98엔에 파는 달걀은 샀어?

[이즈미]
네!? 그랬어요!?

[사쿄]
조사가 부족하군. 그리고 오늘은 드럭스토어 포인트가 2배야.

[이즈미]
포인트 카드 가져가는 거 깜빡했어요…….

[사쿄]
뭐야?

[타이치]
사쿄 형, 할인 정보 자세하네여……!

[유조]
실례한다.

[사쿄]
하지 마세요.

[유조]
꽤 잘 받아치잖아. 좋은 술이 들어와서 와준 건데 말이야.

[사쿄]
칫.

[유조]
술안주로 그 녀석한테 재밌는 얘기도 들어왔다고.

[이즈미]
그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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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노]
이번엔 우선 역할 구명을 충분히 한 다음에 마지막에 그걸 살린 연기를 피로하도록 하겠다. 구명 방법은 자유. 연기뿐만 아니라 내용도 표현해야 한다. 그럼, 시작.

[쥬자]
…….

[반리]
…….

-

[마스노]
――다음, 효도.

[쥬자]
네.

[마스노]
역할 구명은 나쁘지 않지만 연기로 표현하는 게 어설프군. 좀 더 짧은 시간 내에 역할을 소화하는 연습을 해라. 항상 시간이 충분한 게 아니니까.

[쥬자]
네.

[마스노]
다음, 셋츠.

[반리]
네~에.

[마스노]
역할 구명이 얄팍해. 표면적이기만 해. 좀 더 내면적인 부분을 파고들어라. 공감력이 부족해. 박정한 성격이 드러나고 있어.

[반리]
칫. 성격이 상관 있냐고. 진짜, 악평 스타일이 유조 아저씨랑 비슷하다니까.

[마스노]
이상. 그럼 다음에 보자. 질문 있는 녀석은 남아라.

-

[쥬자]
…….

[마스노]
뭐야, 너 아직 남아있었나?

[쥬자]
다른 녀석들 질문을 듣고 있었어서…….

[마스노]
……. 너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지?

[쥬자]
……주어진 역할을, 어떤 역할이라도 자유자재로 해낼 수 있게 되고 싶슴다.
그러기엔 아직 연기 폭이 좁고 경험도 적어서…… 좀 더 만능으로 뭐든 할 수 있게 되고 싶어.

[마스노]
그거 그냥 셋츠 아니냐.

[쥬자]
――. ……딱히 그 녀석이 되고 싶은 건 아냐.

[마스노]
너한테 셋츠는 어떤 배우지?

[쥬자]
……그 녀석은 입단 오디션 때부터 경험도 없는데 대사도 유창하고 역할분석도 그럴듯하게 해냈어. 본방에서도 냉정하고 항상 무대 구석까지 의식하고 있지. 연기하면서 생각한 이미지대로 자기 자신을 보여줄 줄 알아.
같은 역할을 연기해도, 어설픈 나보다 그 녀석이 더 그 역할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스노]
왜 그렇게 생각하지?

[쥬자]
나는…… 무대에 서면 역할에 빠져들어서 냉정하게 있을 수 없어. 역할에 동화되는 느낌으로…… 어떻게 보여줄지 같은 건 의식할 수 없게 돼.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무턱대고 연기하고 순식간에 끝나버려.
그 녀석처럼 치밀하게 구성해놓은 연기 플랜을 생각하고 실행할 여유가 없어.

[마스노]
……역시 그렇군. 네가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건 이미 네 안에 있어. 눈을 돌리는 건 이제 그만해.

[쥬자]
눈을 돌리다니, 뭐에서…….

[마스노]
장래에 되고 싶은 배우상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네가 지금 어떤 배우인지를 똑바로 이해해라. 장래를 내다보고 방향성을 정하는 건 그다음이야.

[쥬자]
――.

[마스노]
그럼 간다.

[쥬자]
내가 지금 어떤 배우인지…….

-

[쥬자]
가갸거겨고교구규, 나냐너녀노뇨누뉴…….

[오미]
잠깐 쉬지 않을래? 스콘 구웠어.

[쥬자]
감사함다.

[오미]
크림 더 줄까?

[쥬자]
네.

[오미]
마음껏 먹어. 오늘은 잼도 만들어왔어.

[쥬자]
감사함다.

[오미]
……요즘에 고민이 많은 것 같던데.

[쥬자]
……. 저번에 워크숍에서 내가 지금 어떤 배우인지를 이해하라고 해서…….
전혀 모르겠어. 지금까지는 그저 무대 위에 설 수 있는 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좋아서 무작정 해왔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어떤 배우인지 같은 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 어쨌든 좀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막연하게 내 가능성을 펼치고 싶다고 생각해왔어.
그런데…… 장래에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니까 알 수 없게 됐어. 내가 어떤 배우고,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고 싶은 건지.
영상으로 내 연기를 봤더니 할 수 없는 것만 가득해서 세어보자니 끝이 없었어. ……한심해. 자신이 어떤 배우인지 냉정하게 분석하고 앞을 내다보는 녀석도 있는데…….

[오미]
……효도 쥬자라는 배우를 객관적으로 보는 건가. 혹시 그걸 가장 잘 하는 게――.

[쥬자]
?

[오미]
좋아.

[쥬자]
오미 씨? 왜 그럼까?

[오미]
아니, 비디오카메라의 유용한 활용법이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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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자]
…….

[반리]
야, 효도. 그 뒤에 그 아저씨가 뭐라고 하든?

[쥬자]
…….

[반리]
야, 듣고 있냐?

[쥬자]
――.

[반리]
이 자식, 무시하지 마!

[사쿄]
……왜 싸움을 거는 거냐, 셋츠.

[타이치]
반 쨩, 싸우면 안 됨다~

[반리]
아니, 지금은 완전히 저 녀석이 나쁘다고!

[오미]
어라, 아직 다 안 모였어?

[아자미]
감독님하고 츠즈루 씨 남았어.

[타이치]
아, 오미 군. 그거 집에서 가져온 거예여!?

[오미]
응. 동생들이 극단 모습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타이치]
그럼 제대로 소개해야겠네여!
어~ 크흠! 저쪽에 보이는 게~ 가을조 명물~ 도깨비 사쿄 형임다~!

[사쿄]
놀고 있지 말고 이제 회의 시작한다!

[이즈미]
미안해, 기다렸지.

[츠즈루]
우리가 마지막인가 보네요.

[이즈미]
그럼 바로 가을조 제6회 공연 내용에 대해 미팅을 시작하자. 주연은 쥬자 군으로 정해졌고, 내용에 관해서 뭔가 의견이 있는 사람?

[츠즈루]
역시 가을조답게 액션을 살리는 설정이 좋겠죠.

[오미]
배틀 계는 많이 해왔으니까 그 외에 액션을 살릴만한 게―.

[타이치]
거리 예술이라거나!

[반리]
새롭네.

[사쿄]
확실히 곡예는 액션 범주에 들어가겠지만, 가을조 다운지는 좀…….

[아자미]
여름조 같아.

[반리]
그렇지.

[이즈미]
히어로물은?

[츠즈루]
그러고 보니 직접적인 히어로물은 지금까지 한 적 없네요.

[타이치]
배틀도 들어가니까 좋을 것 같아여.

[반리]
효도가 주연이면 히어로 사이드보다 빌런이지.

[쥬자]
빌런?

[오미]
악역, 괴인을 말해.

[아자미]
확실히 히어로물을 이면에서 그리는 건 재밌을 것 같아.

[타이치]
응응!

[쥬자]
……악역은 만두권의 적룡하고 방향성이 겹치니까 히어로 사이드가 좋아.

[이즈미]
그래……?

[츠즈루]
그건 각본으로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는데…….

[타이치]
쥬자 씨가 연기하는 쿨한 악역 최고임다!

[쥬자]
아니, 이번에는 히어로물이 좋아.

[사쿄]
히어로라면 아무리 해도 효도의 캐릭터랑 차이가 큰 역할이 될 거야.

[이즈미]
모처럼 하는 주연이니까, 쥬자 군 답게 전력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맞춰서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쥬자]
역할을 잡는 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꼭 나 자신하고는 다른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어.
역부족이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이 공연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 아니, 붙잡아야만 해.

[이즈미]
(쥬자 군…… 왠지 좀 초조한 것 같아. 그만큼 이 공연에 건 마음이 크다는 거겠지만……)

[반리]
네 녀석 자기만족 하는데 가을조 전원이 맞추라는 거야? 자기만 만족하면 그걸로 된 거냐고.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어?

[쥬자]
――.

[츠즈루]
쥬자…… 그, 지금까지 했던 역할에 없는 요소를 넣을 테니까 일단 맞춰서 쓰는 게 어떨까?

[쥬자]
……네. 죄송합니다. 머리 식히고 올게요.

[이즈미]
(괜찮을까……?)

[츠즈루]
……히어로라.

-

[점원]
주문이 정해지면 불러주세요.

[쿠몬]
있지, 오늘은 츠즈루 씨가 쏘니까 뭐든지 먹어도 되는 거지!?

[츠즈루]
남고생의 위장을 너무 발휘하지 말아줘. 이번 달 힘들다고.

[쿠몬]
오케이! 그럼 조금 배부른 정도로 할게!

[츠즈루]
고맙다.

[쿠몬]
그런데 할 얘기가 뭐야?

[츠즈루]
오늘은 쿠몬만 아는 쥬자에 관해 물어보고 싶어서.

[쿠몬]
츠즈루 씨도 형의 매력에 눈 뜬 거야!? 팬클럽 가입할래!?

[츠즈루]
그런 것도 있냐.

[쿠몬]
회원 1호가 나고~ 2호가 무쿠고~ 3호가 타이치 씨고~ 아자미가 4호고 사코다 씨가 5호!

[츠즈루]
3호까지는 알겠는데 4호랑 5호의 가입 이유가 신경 쓰여.

[쿠몬]
아자미는 내가 강제로 가입시켰고, 사코다 씨는 내가 사쿄 씨 팬클럽에 들어갔더니 들어와 줬어!

[츠즈루]
교환조건…… 뭐, 팬클럽은 일단 사양할게.

[쿠몬]
에이~

[츠즈루]
이번에 쥬자가 주연인 가을조 공연을 쥬자에게 의미 있는 공연으로 만들고 싶어서.
첫사랑 코시엔 때 쿠몬은 무대를 통해 옛날 일을 뛰어넘을 수 있었잖아? 그때 각본에 쿠몬의 인생을 투영하자는 제안을 한 게 쥬자였으니까.

[쿠몬]
이번엔 형을 위한 각본이야?

[츠즈루]
응. 역시 형제니까 알 수 있는 거라거나, 모르는 게 있잖아.

[쿠몬]
응. 그렇지.

[츠즈루]
그 녀석은 이번에 히어로를 연기하고 싶어해. 그런데 권선징악 세계에서 정의감 넘치는 스테레오 타입 히어로는 쥬자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아.

[쿠몬]
아니――.

[츠즈루]
물론 그렇다고 쥬자가 히어로 역할을 못 한다는 건 아니야. 쥬자는 분명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의 히어로가 됐었을 테니까.
그래서 생각난 게 쿠몬이었어.

[쿠몬]
응응!

[츠즈루]
오늘 가장 물어보고 싶었던 게, 쿠몬에게 쥬자가 어떤 히어로인가 하는 거야.

[쿠몬]
그런 거라면 맡겨줘! 내가 누구보다 가까이서 봐왔으니까…… 형이 얼마나 멋있게 살아가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
――아, 길어질 것 같으니까 드링크바 시켜도 돼?

[츠즈루]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쿠몬]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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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자]
…….

[반리]
…….

[학생A]
우와~ 시간 착각해서 지각할 뻔 했네.

[학생B]
아침 일찍 워크숍이라니 힘들어~

[학생A]
목소리 안 나온다고.

[강사]
다 왔나.

[마스노]
음~ 강사인 마스노다. 몇 번 워크숍에 왔던 녀석들도 있으니 알고 있겠지. 그리고 오늘은 외부에서 한 명――.

[쥬자]
네.

[마스노]
넌가.

[쥬자]
잘 부탁합니다.

[마스노]
분명 셋츠네 극단의―― 어라, 셋츠는?

[반리]
네~에.

[마스노]
――너네 왜 그렇게 떨어져 있는 거야?

[반리]
큼직한 남자 둘이서 딱 붙어있어 봤자 불쾌할 뿐이잖아요.

[쥬자]
그렇슴다!

-

[마스노]
그럼 오늘은 이걸로 종료. 다음은 일주일 뒤야.
――아, 거기.

[쥬자]
?

[마스노]
잠깐 남아.

[쥬자]
네.

[마스노]
남아서 뭐 시키는 거 아니니까 경계하지 마.

[반리]
……뭘 꾸미고 있어요?

[마스노]
손 꼭 붙잡고 같이 갈 사이도 아니잖아. 가라, 가.

[반리]
칫…… 먼저 간다.

[쥬자]
어.

[마스노]
자 그럼, 효도 쥬자였나.

[쥬자]
네.

[마스노]
셋츠랑 같은 극단이라고 들었는데…… 배우로서 완전 정반대로군, 너희는.
오늘은 어땠지?

[쥬자]
……내가 미숙하단 걸 다시 깨달은 느낌임다.

[마스노]
연기는 약삭빠른 녀석들이 더 잘하니까. 셋츠 같은.

[쥬자]
……엄청 분했슴다.

[마스노]
셋츠는 이른바 카멜레온 타입의 가능성을 가졌으니까. 그렇게 잔재주가 있는 1학년은 좀처럼 없지. 어떤 역할을 줘도 표현의 실마리를 바로 찾아내서 연기하는 센스가 있어.
단, 마음속 온도까지 함께 가지는 못하는 게 그 녀석의 단점이다. 내면보다 먼저 형태를 갖춰버리지.

[쥬자]
마음속 온도…….

[마스노]
너는 왜 연기를 시작했지?

[쥬자]
……. 옛날부터 외견 탓에 남들이 꺼리는 일이 많아서, 계속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어. 무대 위에서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연기가 내게는 마지막 희망이었어.

[마스노]
……그건 자기 자신한테서 도망친 거군.
그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한가지 단언하지. 네가 연기의 기술적인 면에서 셋츠를 뛰어넘는 건 아마 불가능할 거다. 너랑 그 녀석은 타고난 센스가 달라.

[쥬자]
――.

[마스노]
단, 그렇다고 네가 그 녀석보다 '좋은 배우'가 될 수 없다는 건 아냐.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봐라.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쥬자]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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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 i l m N o. 0 1 : A z a m i I z u m i d a -

벌써 찍고 있어?
[응, 찍고 있어.]
내가 첫 번째였나?
[돌아오는 게 가장 빨랐으니까. 바로 질문할게.]

[효도 쥬자라는 배우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모발이 뻣뻣해. 직모. 피부는 깨끗하지만 피지가 많아. 윤곽이 뚜렷하니까 무대에 어울려. 평소에 케어를 엉성하게 하니까 요주의.

[그런 대답이 올 줄은 몰랐는걸…… 뭐, 아자미다워. 그럼 효도 쥬자라는 배우에게 부족한 것은?]
음~ 내가 연극 경험도 더 짧고……. 심하게 진지한 점이 옥에 티려나? 좀 더 힘을 빼고 있어도 괜찮을 텐데.

[좋아.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부분은?]
――.

-

[쥬자]
…….

[루치아노]
"할 얘기가 뭡니까, 보스."

[카포네]
"루치아노, 란스키, 너희 둘이서 콤비를 짜라."

[루치아노]
"네에!?"

[란스키]
"싫습니다."

[쥬자]
…….

[이즈미]
어라? 그거, 피카레스크 공연 영상?

[쥬자]
어.

[이즈미]
아까는 협객전 보고 있었지?

[쥬자]
다음 공연에 앞서서 지금 나한테 부족한 걸 다시 찾아보려고 한 번 더 보고 있어.

[이즈미]
(여전히 올곧은 향상심이야……! 항상 타협하지 않고, 겸허하고, 앞으로 더욱 배우로서 발전해가겠지)
그래서 뭔가 과제는 찾았어?

[쥬자]
……과제가 많아.
발음, 발성, 행동, 기초적인 부분하고 무대 전체를 보지 않는 좁은 시야도……. 연기 폭이 좁은 점도. 무슨 공연이든 내 연기는 다 비슷해.

[이즈미]
(확실히 지금까지 한 공연은 쥬자군의 분위기를 살린 억세고 쿨한 역할이 많았지. 에튀드나 기념공연에서는 조금 성질이 다른 역할도 도전해봤지만, 가을조 단체 공연에서는 아직 안 해봤어) 
(가을조가 코미디에 도전한 만두권에서도 라스트 보스 역할이었으니까 쥬자 군 자신의 연기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었고……)

[쥬자]
좀 더 배우로서 내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어.

[이즈미]
가능성이라…….
(쥬자 군은 누구보다 착실하게 기초연습에 힘썼고 항상 진지하게 역할과 마주 봤어. 무대에 올랐을 때도 안정감이 있고. 그렇기에 더욱, 앞으로 자기가 어떤 배우가 될 건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타이밍일지도……)
(처음에는 무대에 오르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이것도 성장했다는 증거겠지. 뭔가 쥬자 군한테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반리]
나 왔어~

[이즈미]
아, 어서 와, 반리 군.

[반리]
어라, 처음에 했던 피카레스크잖아. 효도 이 자식, 과거 자기 발연기 보니까 말문이 막혔냐?

[쥬자]
뭐야? 네가 사쿄 씨 연기에 먹혀서 쫄아있던 걸 본 것뿐이야.

[반리]
뭐야!?

[이즈미]
(이런 이런, 둘 다 피카레스크 때부터 변한 게 없다니까. 이제 대학생도 됐는데――)
――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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