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리]
전세라니 호화롭네.

[아자미]
이게 다 몇 인분이야?

[젠]
젊은 녀석은 이 정도는 먹잖아.

[오미]
피자도 구웠어.

[이즈미]
피자도 있어!?

[사쿄]
그러니까 매번…… 왜 주연이 부엌에 있는 건데.

[타이치]
그래도 그래야 오미 군이죠!

[오미]
꽈리고추랑 닭가슴살 볶은 것도 있어. 디저트는 티라미수하고 애플파이야.

[아자미]
좋아.

[쥬자]
감사함다.

[이즈미]
디저트도 헤비급……!

[사쿄]
요리금지령의 반동이 틀림없군.

[타이치]
가을조가 좋아하는 게 모여있어여.

[반리]
굽기도 완벽하잖아, 진짜 유능하다니까 우리 요리사는.

[이즈미]
전부 맛있는데,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돼……!

[오미]
갸또쇼콜라, 맛있네요.

[젠]
우리 간판 디저트니까.

[쥬자]
가져가고 싶다…….

[젠]
테이크아웃은 별도 요금이야.

[쥬자]
……10개 부탁함다.

[반리]
사냐고!

[아자미]
게다게 10개…….

[카메키치]
나한테도 맛있는 걸 넘겨!

[젠]
카메키치는 스페셜 먹이에 과일 디저트도 준비했어.

[카메키치]
역시 잘 아는군!

[반리]
레스토랑에 새가 와도 괜찮아요?

[젠]
카메키치는 특별하지.

[카메키치]
절친이니까!

-

[타이치]
하아~ 배불러여!

[쥬자]
배가 터질 것 같아…….

[사쿄]
그 많은 걸 잘도 다 먹었군.

[이즈미]
요리한 오미 씨랑 젠 씨도 고생했어요.

[젠]
나보다 이 녀석이 더 힘들었겠지. 어젯밤부터 밑준비를 했으니까.

[오미]
연습 중에 사쿄 씨가 제 요리가 좋다고 해줘서요…… 의욕이 넘쳤어요.

[이즈미]
사쿄 씨가요?

[사쿄]
……그랬지.

[아자미]
망할 사쿄가 솔직하다니 기분 나빠.

[사쿄]
뭐야?

[젠]
확실히 저 녀석은 예전부터 솔직하지 못했지. 배고프면서 완강하게 아니라고 고집부리고, 그런 주제에 배는 꼬륵꼬륵 울고. 헛기침하면서 속이려고 들었지.

[이즈미]
어린애다운 방법이네요……!

[아자미]
촌스러…….

[오미]
하하, 사쿄 씨 다워.

[사쿄]
칫, 쓸데없는 말 하지 마.

[오미]
그래도 모두가 내 요리에 대한 감상을 말해준 덕분에 내게 요리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어.
나는 부엌에 서면 그제야 안심이 되고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라는 확신이 들어. 내게 요리는 사랑하는 동료들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앞으로도 부엌에 계속 서고 싶어.

[사쿄]
앞으로도 부탁한다, 요리사.

[타이치]
오미 군이 해주는 밥을 못 먹는 MANKAI 기숙사는 MANKAI 기숙사가 아님다!

[반리]
주4로 카레 먹는 카레 기숙사가 될 거야.

[아자미]
주먹밥 기숙사랑 매운맛 기숙사도 가능할걸.

[쥬자]
디저트가 없는 건 괴롭슴다.

[오미]
하하, 앞으로도 맡겨줘.

-

[이즈미]
젠 씨,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젠]
OB로서 이 정도는 해야지.

[이즈미]
오미 군에게 스튜를 가르쳐준 것도요…….
그 후로 개운해졌는지 이번 공연에도 집중할 수 있었어요.

[젠]
그래…… 나도 그리운 일을 떠올렸으니까. 시간 내서 얘기하길 잘했어. 기묘한 인연도 있는 법이라고 놀랐지…….
"직접 장소를 만들려는 녀석은 대부분은 자기가 가장 외로움을 타니까."

[이즈미]
네?

[젠]
아니,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유키오도 그렇다고 생각해…… 나는.

[이즈미]
……그렇죠.
(외로움 타는 아빠가 만든 장소…… 비로드의 MANKAI 극장, 초대조 동료들…… 언젠가 아빠가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게 하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 신생 MANKAI 컴퍼니로서 지위를 확립하고 더욱 성장해야지……)

-

[쥬자]
갸또쇼콜라, 감사함다.

[젠]
뭐, 남은 걸 가져가는 건 무료로 해줄게.

[오미]
테이크아웃까지 해주셔서 감사해요.

[반리]
당분간 야식은 걱정 없겠어.

[사쿄]
모조리 남김없이 들고 가라. 내일 하루는 이걸로 먹을 거다.

[아자미]
진짜 쩨쩨하네.

[이즈미]
오미 군은 뭐 가지고 가는 거야?

[오미]
젠 씨와 같이 만든 에그 프렌치토스트야. 내일 성묘하러 갈 거니까, 그 녀석에게 가져가려고.

-

[오미]
……. 항상 가져오던 치즈 대구포는 아니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좋잖아. 나도 같이 만든 에그 프렌치토스트야.
"요즘 배달도 시작했거든."
……나치, 다시 말할게. 고마워. 내 인생에 끼어들어 줘서…… 내가 있을 곳을 만들려고 해줘서.
그 시절 나치는 어디까지나 만화를 보고 동경한 거라고 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서, 우리를 위해 '볼프'를 만들어줬다고 알고 있었어.
지금은 답을 들을 수는 없지만, 젠 씨의 얘기를 듣고 확신했어. 나는 내 안에 있는 나치를 믿어.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를 지켜봐 줘.
…….

-

[나치]
"너 이 자식, 남의 거를 마음대로 차기나 하고. 잘 어울리잖아."

[오미]
"같이 산 건데 나만 잃어버렸으니까."

[나치]
"안심해. 네 거는 여기서 내가 차고 있으니까."

[오미]
"프렌치토스트도 그때보다 맛있게 만들어졌어."

[나치]
"먹는 게 기대되는데."

[오미]
"저번에 한 연기도 나쁘지 않았지? 많이 연습해서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노력할 거야."

[나치]
"그래. 이런 곳에서 만족하지 마."

-

[오미]
……. (그 시절 일은 역시 떠올리면 괴로워서, 억지로 봉인한 게 많아)
(하지만 이번에 나치를 알 수 없게 된 일로 옛날 일을 다시 되짚어보면서, 사소한 걸 계기로 되살아나는 선명한 정경이 많이 있었어. 내 안에 나치의 조각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언젠가 여러 가지 정경이 희미해져 완전히 잊어버리기 전에 떠올려서 다행이야)
너는 앞만 보고 달려가라고 했지만…… 역시 내게는 네가 있는 뒤도 소중해.
(너와 보낸 나날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만큼, 마음속 필름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인화하게 해줘)
조만간 또 볼프 녀석들하고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면서 올게. 그때는 평소처럼 치즈 대구포를 가지고 올 거야. 그럼…… 또 보자.

-

[나치]
"또 보자, '파트너'."

[리쿠]
"여명의 장이라…… 어릴 때 놀러 왔을 때는 이렇게 낡지 않았던 것 같은데."
"관리인이라더니 하숙인이 아무도 없잖아. 정말이지, 어머니도 참."
"뭐, 일단 전기랑 가스도 들어오니까 사는 데 문제는 없나. 지금 나한테는 이런 게 어울리지."
"……여보세요, 어머니? 도착했어. 어, 응, 알고 있어. 그러니까 그걸 지금부터 생각할 거야. 응, 알았어. 그럼 끊는다."
"앞으로 어떡할지 같은 건 나도 모른다고."
"배고프네……."

[이즈미]
(오미 군, 침착하게 하고 있어. 요리하는 연기도 자연스럽고)

-

[리쿠]
"좋아, 다 됐다. 어디 맥주가……."

[클라우스]
"!?"

[리쿠]
"어?"

[클라우스]
"웬 놈이냐! 어디로 들어왔지!?"

[리쿠]
"잠깐 기다려! 그건 내가 할 말이라고!"

[클라우스]
"하앗!"

[리쿠]
"우왓."

[클라우스]
"기묘한 방패와 칼솜씨, 대체 어느 나라의――."

[리쿠]
"그것도 내가 할 말이야! 무슨 코스프렌데! 좀 진정해봐!"

[클라우스]
"큭, 실력이 제법이군……."

[리쿠]
"난 저녁밥 먹으려던 것뿐이라고!"

[클라우스]
"저녁밥……?"

[리쿠]
"배에서 엄청난 소리가 났는데."

[클라우스]
"이 냄새는 대체 어디서…… 뭐지, 이 방은……!?"

[리쿠]
"엇, 야, 흙 묻은 발로 들어오지 마."

[클라우스]
"이런, 실례했군."
"이건 냄비인가? 이리도 얇고 매끄럽다니…… 안에도 처음 보는 요리로군."

[리쿠]
"……먹을래?"

[클라우스]
"뭐?"

[리쿠]
"그 검을 치워주면 줄게."

[클라우스]
"하지만 이런 정체 모를 것을……."

[리쿠]
"필요 없으면 이만 가줘."

[클라우스]
"큭…… 먹도록 하지."
"이리도 맛있다니……! 온갖 재료가 어우러져 주장하면서도 절묘한 하모니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그야말로 최상의 조화……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봤어."

[리쿠]
"그냥 된장국 가지고 과장은."

[이즈미]
(이 장면도 이제 문제없어. 오히려 전보다 사쿄 씨의 클라우스에게서 진짜 행복감이 전해져)
(오미 군의 리쿠도 당황하면서도 기뻐하는 느낌이고…… 앞으로의 관계를 예감할 수 있어)

[클라우스]
"조금 전의 무례를 사과하고 싶다. 미안했다."

[리쿠]
"아니, 나도 배고파서 혼란스러웠으니까."

[클라우스]
"일단 상황을 정리하고 싶다."

[리쿠]
"동감이야."

[클라우스]
"내 이름은 클라우스. 국경 경비를 맡고 있다. 여기는 어디고 너는 누구지?"

[리쿠]
"일본의 여명의 장이라는 하숙집 부엌이야. 나는 곤도 리쿠고."

[클라우스]
"일본……."

[리쿠]
"그쪽이 말하는 국경은 적어도 이 나라 국경은 아닌 것 같네."

[클라우스]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리쿠]
"일단 저 냉장고가 출입구인 건 틀림없는 것 같아."

[클라우스]
"이런 곳에 문은 없었을 텐데――."

[리쿠]
"으앗!?"
"사라졌어……!?"
"진짜냐고…… 술은 안 마셨는데."

-

[리쿠]
"냉장고를 열 때마다 긴장된다니까…… 정말이지, 어제 그건 뭐였을까."
"이 소리는 뭐지? ……또 칼 들고 달려들거나 하지는 않겠지?"

[에이타]
"으악!?"

[리쿠]
"엇, 누구야, 넌?"

[에이타]
"나? 난 여기서 하숙하는――."

[리쿠]
"거짓말치지 마. 내가 여기 관리인이야."

[에이타]
"아~ 뭐야. 다 낡은 장에 무슨 관리인이 있냐고."

[리쿠]
"여명의 장이야. 멋대로 기어들어 온 불법 침입자주제에 건방지네. 경찰 부른다?"

[에이타]
"그 전에, 그 오므라이스 먹어도 돼?"

[리쿠]
"뻔뻔하네."

[에이타]
"이틀이나 굶었다고~"

[리쿠]
"가출했어? 경찰이 아니라 쉼터에 연락해야 하나."

[에이타]
"잠깐만 기다려! 청소든 뭐든 할게!"

[리쿠]
"……말한 거 지켜. 그럼 오므라이스 먹어도 돼."

[에이타]
"좋아! 케첩, 케첩……."

[카밀로]
"――."

[에이타]
"으악~!! 뭐야 넌!?"

[카밀로]
"그거 이리 내!"

[에이타]
"뭔데!? 냉장고에서 사람!?"

[리쿠]
"또냐……."

[에이타]
"위험하게! 저 녀석 뭐야, 무기단속법 위반 아냐!?"

[리쿠]
"법이 다른 것 같아."

[에이타]
"뭐?"

[카밀로]
"맛있어…… 맛있어…… 신의 음식인가……?"

[에이타]
"내 오므라이스 먹지 마!"

[리쿠]
"너, 클라우스랑 아는 사이야?"

[카밀로]
"네가…… 우물우물…… 클라우스 소령이 말했던 놈인가…… 우물우물. 나는…… 우물우물…… 카밀로…… 클라우스 소령의 보좌관…… 우물우물."

[리쿠]
"먹고 나서 말해."

[이즈미]
(타이치의 카밀로도 정말 맛있게 먹는 연기를 하는걸. 보는 나까지 배가 고파져)
(오미 군의 요리금지령이 풀리고 나서 다들 지금까지보다 맛있게 느껴진다고 했으니까, 그게 연기에 반영된 걸까)

[에이타]
"그보다 내 오므라이스 돌려줘."

[클라우스]
"카밀로, 뭘 하고 있나!"

[카밀로]
"으앗! 소령!"

[리쿠]
"부하한테 예의 좀 잘 가르쳐놔."

[에이타]
"얘 대체 뭔데, 내 오므라이스를 훔쳐갔다고!"

[클라우스]
"카밀로……."

[카밀로]
"죄송합니다. 너무나 좋은 냄새가 나서……."

[에이타]
"내 오므라이스……."

[리쿠]
"치킨라이스 남았으니까 만들어줄게. 청소 제대로 해야 한다?"
"이번엔 누구야!"

[클라우스]
"미안하군."

[리쿠]
"얼마나 굶주린 건데, 정말이지."

-

[에이타]
"잘 먹겠습니다~"

[클라우스]
"잘 먹겠다."

[카밀로]
"우리 요새에 식사당번이 없어서. 밥이 먹을만한 게 아니야. 아, 살겠다."

[클라우스]
"그렇다고 멋대로 뺏으면 강도잖아."

[리쿠]
"너도 별로 다를 거 없었지만."

[클라우스]
"그때는 실례했다."

[에이타]
"맛있어~"

[리쿠]
"그런데 넌 결국 누구야?"

[에이타]
"어? 말 안 했나. 나카가와 에이타야. 가출해서 여기서 내 맘대로 살고 있었어."

[클라우스]
"가출?"

[카밀로]
"내가 너만 할 땐 벌써 독립해서 입대했었는데~"

[에이타]
"입대라니…… 그런데 그건 코스프레야?"

[카밀로]
"코스프레?"

[리쿠]
"너무 파고들지 않는 게 좋아."

-

[에이타]
"사라졌어……? 농담이지? 어떻게 된 건데, 불법침입 아냐?

[리쿠]
"네가 할 말이냐. 청소는 제대로 해라."

[에이타]
"예~"

[이즈미]
(그 이후로 식사할 때마다 찾아오는 클라우스, 카밀로와 같이 식탁을 쓰게 된 리쿠와 에이타……)

-

[클라우스]
여기서 이렇게 다 함께 먹는 광경도 완전히 익숙해졌군."

[에이타]
"맨날 먹으러 오는 거 뻔뻔하지 않아?"

[리쿠]
"네가 할 말이냐고."

[카밀로]
"요즘엔 클라우스 소령과 둘이서 식당을 점령하고 있어서 의심받는다니까~"

[리쿠]
"여럿이 들이닥쳐도 사양할 거다."

[클라우스]
"그건 주의하지. 하지만 리쿠의 요리를 요새 주방에서 재현할 수 있다면 부하들의 사기도 오를 텐데……."

[타쿠미]
"에이타! 여기 있지!?"

[에이타]
"――큰일 났네."

[클라우스]
"누구지?"

[타쿠미]
"에이타! 전화는 왜 안 받아!"

[에이타]
"형……."

[카밀로]
"형?"

[타쿠미]
"가자."

[에이타]
"이거 놔!"

[타쿠미]
"엄마가 걱정하고 계셔."

[에이타]
"――."

[리쿠]
"그럼―."

[타쿠미]
"신세를 졌군. 하지만 동생을 이상한 일에 끌어들이지 말아줘. 이후 일절 동생의 일에 관여하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리쿠]
"나도 부탁하고 싶네. 이제 가출하지 마라, 에이타."

[에이타]
"리쿠!"

[타쿠미]
"가자, 에이타."

[클라우스]
"괜찮겠어?"

[리쿠]
"뭐가?"

[클라우스]
"너무 냉정하게 행동하지 않았나?"

[리쿠]
"남의 집 일에 끼어들 수는 없잖아. 나랑 상관도 없고."

[클라우스]
"리쿠는 나이에 비해 냉소적이군. 타인과 거리를 두는 버릇이 있어."

[리쿠]
"……."

[클라우스]
"미안하다. 간섭이 심했어."

[리쿠]
"아니야. 원래 천성이 그래. 사람에게도, 무엇에도 별로 관심이 없어."

[클라우스]
"그런가. 그렇다면 앞으로 찾게 되겠지. 관심을 가질 무언가를."

[리쿠]
"넌 왜 군대에 들어간 거야?"

[클라우스]
"우리 일가는 모두 군인이지. 아무런 의문도 없이 이 길에 뜻을 두었다. 몸을 던져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다."

[리쿠]
"나는 전혀 모르겠군."

[이즈미]
(거리를 두면서도 챙겨주고야 마는 리쿠의 다정함은 어쩐지 오미 군이 막 입단했을 때가 생각나는걸. 자신의 직무에 긍지를 가지고 있는 클라우스를 눈부시다는 듯 보는 것도……)

-

[미타]
"야, 진짜 여기 맞아? 빈집 같은데. 폐허 아냐?"

[에이타]
"여기까지면 됐어."

[미타]
"아니 그래도, 점장 명령이라서~"

[리쿠]
"시끄럽네, 뭐야?"

[미타]
"오, 안녕하세요~ 전 에이타랑 같은 가게에서 일하는 미타임다."

[리쿠]
"직장 동료? 그보다 척 보기에도 호스트인데."

[미타]
"예~이."

[리쿠]
"심야에 이 텐션……."

[미타]
"뭔가 엄청 맛있는 냄새 나는데?"

[리쿠]
"마음대로 먹어. 그 대신 조용히 해."

[미타]
"잘 먹겠슴다~"

[이즈미]
(반리 군의 미타도 껄렁대는 게 완벽해. 그러면서 미워할 수 없는 느낌이고, 역시 맛있다는 듯 리쿠의 요리를 먹고 있어)

-

[클라우스]
"이, 이건…… 황금색으로 빛나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식감…… 황홀하다는 단어를 음식으로 하면 이런게 아닐까……."

[카밀로]
"이것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겠어."

[리쿠]
"그냥 프렌치토스트 가지고 과장하긴."

[미타]
"안녕하세요~"

[리쿠]
"너는 왜 안 가는데."

[미타]
"뭐, 일단 선배로서 끝까지 책임지는 그런 거죠."

[리쿠]
"아침까지 먹을 생각인가."

[미타]
"잘 먹겠슴다~"

[클라우스]
"……그래서, 에이타는 그 호스트클럽이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건가."

[카밀로]
"뭔가 재밌어 보이네. 나도 해보고 싶어."

[클라우스]
"부업은 군법 위반이다."

[카밀로]
"알고 있어요."

[에이타]
"좋은 아침."

[리쿠]
"먹을래?"

[에이타]
"커피만."

[클라우스]
"괜찮은 거야?"

[미타]
"그냥 잠이 부족한 거야. 플로어 나왔다가 바로 들키기도 했고."

[클라우스]
"에이타는 왜 그 일을 하는 거지?"

[에이타]
"빠르게 벌 수 있고 기숙사도 있다고 해서."

[리쿠]
"또 가출이야?"

[에이타]
"시끄러워."

[카밀로]
"만나서 얘기할 수 있을 때 해두는 게 좋아."

[에이타]
"뭐야, 잘난 척은."

[카밀로]
"나는 어릴 때 전쟁으로 죽었으니까."

[에이타]
"……."

-

[타쿠미]
"에이타! 적당히 하지 못해!"

[에이타]
"내버려두라고 했잖아!"

[클라우스]
"사정도 듣지 않고 강제로 끌고 가는 건 좋지 않다."

[타쿠미]
"외부인은 끼어들지 마."

[리쿠]
"그런 식으로는 몇 번을 끌고 가도 똑같을걸."

[타쿠미]
"――."

[클라우스]
"에이타의 얘기를 들어줘."

[타쿠미]
"……뭐가 불만인 거야."

[에이타]
"딱히 불만인 건 아냐."

[타쿠미]
"그럼 왜――."

[이즈미]
(클라우스 일행에게 재촉받아 에이타가 천천히 가출의 이유를 말하기 시작한다……)
(시비 걸어온 상대를 역으로 쓰러뜨렸더니 그 패거리에게 집요하게 노려지게 됐다는 것. 잦아들 때까지 집 근처에는 가지 않게 된 것……) 

[리쿠]
"그러니까 가족을 위험에 노출하고 싶지 않아서 거리를 뒀다는 건가."

[클라우스]
"착한 아이군, 에이타."

[에이타]
"애라고 하지 마."

[카밀로]
"그런데, 그런 거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 않아?"

[타쿠미]
"경찰에 신고하자."

[미타]
"그런 놈들은 괜히 더 머리에 피가 몰릴 텐데?"

[타쿠미]
"그럼 어떡해야……."

[클라우스]
"철저하게 상대 세력을 밟아버리면 돼."

[에이타]
"뭐?"

[리쿠]
"팀이 없어지면 가족에게 손댈 걱정도 없어진다는 거지. 뭐, 그 말이 맞아. 그렇지."

[미타]
"예~이."

[타쿠미]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리쿠]
"일일이 몰려오는 것도 귀찮으니까. 정리하면 되잖아."

[클라우스]
"리쿠에게는 신세를 지고 있지. 가세하겠다."

[카밀로]
"저도 가세할게요."

[에이타]
"정말로?"

[리쿠]
"결정됐으면 바로 끝내볼까."

[미타]
"에이타를 위해 뛰어들다니 쩌네~"

[리쿠]
"너도 먹은 만큼 일해."

-

[에이타]
"형은 가라니까."

[타쿠미]
"동생만 남겨둘 수는 없지. 가족을 지키고 싶은 건 나도 똑같아."

[에이타]
"우등생주제에."

[클라우스]
"단숨에 공략한다."

[리쿠]
"냉장고 문이 닫히기 전에 말이지."

[카밀로]
"만약에 못 돌아가게 되면 여기서 살 거니까 문제없어요."

[불량]
"너넨 뭐야."

[에이타]
"나한테 볼일이 있지? 이쪽에서 와줬다고."

[불량]
"나카가와 에이타인가. 잘됐네. 해치우자!"

[이즈미]
(불량을 상대로 전직 양아치와 기사가 뒤섞여서 난투. 가을조다운 장면이야. 다들 즐거워 보여)
(쥬자 군의 타쿠미도, 도전하고 싶다고 한 만큼 평소와는 다른 연기를 하고 있어. 싸움이 익숙하지 않은 우등생 타쿠미가 동생을 위해 싸운다는 게 전해져)
(쥬자 군은 겉보기에는 불량스러워 보여도 연기에 관해서는 정말 성실하니까 타쿠미 역할이 잘 어울려)

[불량]
"으윽……."

[리쿠]
"앞으로 나카가와 에이타에게 일절 접근하지 마. 알아들었겠지."

[불량]
"……네, 네."

[미타]
"다들 완전 강하네."

[클라우스]
"미타도 소질은 좋아. 제대로 훈련을 받으면 실력이 더 늘 거다."

[미타]
"진짜?"

-

[타쿠미]
"오늘은 클라우스 씨는 없나."

[리쿠]
"왜 자연스럽게 끼어있는데."

[타쿠미]
"어머니가 잘 부탁한다더군."

[리쿠]
"공인인가. 뭐, 식재료는 고맙지만." 

[에이타]
"카밀로도 없네. 부르러 가보면?"

[미타]
"못 돌아오게 되는 거 아냐?"

[에이타]
"위험하니까 가볍게 오지 말라고 했지."

[리쿠]
"보기에는 저쪽 병사는 다들 한가해 보였지만."

[에이타]
"시골이지만 꽤 좋은 곳이지."

[클라우스]
"미안하군, 늦었다."

[타쿠미]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카밀로]
"배고파~"

[에이타]
"늦잠잤어?"

[카밀로]
"일했어, 일."

[클라우스]
"이웃 나라의 척후를 잡았어."

[에이타]
"척후?"

[미타]
"끝냈다는 거?"

[리쿠]
"그건 최후지."

[타쿠미]
"정세가 긴박해졌다는 건가요?"

[클라우스]
"그렇게 생각해야겠지. 지금까지보다 수가 현격히 많아."

[카밀로]
"머지않아 전쟁이 시작될 거야."

[에이타]
"정말이냐……."

[미타]
"세계가 다르다는 느낌이네."

[클라우스]
"나도 여기에 올 때마다 잊을 것만 같아. 리쿠의 요리는 내게 평온을 줬지."

[리쿠]
"과장하기는."

[클라우스]
"아니, 진심이야."

[카밀로]
"나도 세 끼 식사를 위해 살아가는 거나 다름없어."

[에이타]
"둘 다 너무 무겁다고."

[클라우스]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거니까."

[미타]
"또 그런다."

[타쿠미]
"저번에 클라우스 씨의 나라 얘기들 들었어. 세계정세가 여기와는 전혀 달라."

[리쿠]
"……."

[클라우스]
"뭐, 지금 당장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카밀로]
"맞아 맞아, 빨리 먹자고~"

-

[리쿠]
"오늘은 나카가와 형제도 미타도 없는데 평소처럼 만들어버렸네. 뭐, 상관없나. 보존해두면 되지."

-

[리쿠]
"어~이 클라우스, 카밀로, 저녁 다 됐어."
"어라? 없나?"

[병사]
"!? 이런 데 사람이――!?"

[리쿠]
"으앗!! 잠깐만, 나는 클라우스 친구인데――."

[병사]
"젠장, 죽어라!!"

[리쿠]
"아니 왜!?"

[클라우스]
"하앗!"

[병사]
"크아악!"

[클라우스]
"무사한가, 리쿠!"
"이 시간이라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늦지 않아 다행이군."

[리쿠]
"저 녀석은 뭐야."

[클라우스]
"습격당했다. 적의 숫자로 볼 때 이번에는 상황을 보러 온 거겠지. 금방 물리칠 수 있어."

[리쿠]
"도와줄까?"

[클라우스]
"아니. 이제 이 냉장고는 열지 마라."

[리쿠]
"야, 클라우스――."

[클라우스]
"리쿠의 요리는 훌륭해. 긍지로 여겨도 좋아."

[리쿠]
"――."
"뭐야, 그게. 냉장고를 열지 말라니 그게 되겠냐고. 너무 제멋대로잖아."

[이즈미]
(지금까지 무엇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리쿠의 마음이 흔들리는 게 전해져……)

-

[에이타]
"매워! 뭐야 이거."

[타쿠미]
"이 마파두부는 이상하게 달군."

[미타]
"조미료 잘못 쓴 거 아냐?"

[리쿠]
"아, 미안해."

[에이타]
"그렇게 신경 쓰이면 도와주러 가면 되잖아."

[리쿠]
"어?"

[타쿠미]
"클라우스 씨 말인가. 우리가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리쿠]
"방해될 뿐이겠지."

[에이타]
"그건 가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형도 가족을 지키고 싶다면서 억지로 따라왔으면서."

[타쿠미]
"그런가…… 그렇지. 에이타 말이 맞아. 리쿠 씨, 클라우스 씨를 도우러 가자."

[리쿠]
"간단하게 말하지 마."

[미타]
"이 더럽게 단 마파두부 주러 가는 거면 되지 않겠어?"

[리쿠]
"너까지…… 정말이지, 이놈이고 저놈이고. 어떻게 돼도 난 모른다."

[이즈미]
(개운해 보이는 리쿠의 얼굴…… 여러 가지를 극복하고 이방인 첫 공연에 임한 오미 군이 떠올라)

-

[병사]
"하아아앗!"

[미타]
"으악!"

[리쿠]
"이런 곳까지 들어온 건가."

[타쿠미]
"꽤 위험한 상황 아니야?"

[에이타]
"설마 클라우스 씨는 이미……."

[타쿠미]
"아니, 적이 필사적이라는 건 아직 싸우는 중이라는 거야."

[리쿠]
"그렇군. 클라우스를 찾고 빨리 합류하자."

-

[카밀로]
"――윽."

[에이타]
"카밀로!"

[리쿠]
"도와줄게!"

[에이타]
"으랴아아!"

[카밀로]
"어!? 리쿠!? 에이타!?"

[에이타]
"마파두부 배달왔어."

[미타]
"더럽게 맛없지만."

[카밀로]
"뭐? 마파두부? 잘 모르겠지만 고마워!"

[리쿠]
"클라우스는?"

[카밀로]
"저 앞에서 포위당했어! 리쿠, 부탁해!"

[리쿠]
"그래."

[클라우스]
"큭――."

[리쿠]
"클라우스!"

[클라우스]
"리쿠!? 왜 온 거야!"

[리쿠]
"요즘 배달도 시작했거든."

[병사A]
"신병인가――."

[병사B]
"상관없다, 수는 우리가 많아!"

[클라우스]
"여기까지 온 이상 어쩔 수 없지. 그쪽은 맡긴다. 구워 먹든 삶아 먹든 마음대로 해라!"

[리쿠]
"그래, 맡겨둬."

[클라우스]
"하아앗!"

[리쿠]
"으랴아!"

-

[리쿠]
"어떻게든 살았네."

[클라우스]
"주력 부대가 도착하면 우리가 유리하다. 당분간 쉴 수 있을 거야. 너희는 지금 돌아가."

[미타]
"아, 난 여기 남을게."

[에이타]
"뭐!?"

[미타]
"클라우스 소령을 따라가려고~"

[타쿠미]
"그렇게 가볍게 정해도 되는 거야?"

[미타]
"이렇게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

[클라우스]
"환영하지. 카밀로, 여러 가지로 알려줘라."

[카밀로]
"제가요!?"

[미타]
"잘 부탁해~"

[리쿠]
"그럼 우리는 갈게."

[클라우스]
"고마웠다. 너희는 생명의 은인이야."

[리쿠]
"꼭 살아남아라."

[클라우스]
"약속하지. 상황이 진정되면 또 밥을 먹으러 가도 될까?"

[리쿠]
"다음엔 돈 받을 거야."

[클라우스]
"물론이지."

-

[이즈미]
(그리고 1년 후――)

[에이타]
"점장, 정식 2개~!"

[리쿠]
"그래."

[클라우스]
"……."

[리쿠]
"어서 오세요~ 바로 자리를――."

[클라우스]
"예약을 했었는데."

[리쿠]
"두 분이시죠. 카운터 석에 앉으세요."

[이즈미]
(클라우스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리쿠…… 서두의 누구에게도 관심 없던 리쿠가 이렇게 요리를 통해 타인과 이어지게 된 것도 지금의 오미 군 같아. 리쿠가 모두를 위해 연 미소가 넘치는 '여명의 식당'은 MANKAI 기숙사 그 자체야)

-

[나치 아버지]
후시미 군, 수고했어.

[오미]
오늘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치 어머니]
요리하는 거, 정말 자연스러워서 진짜로 만드는 줄 알았어.

[나치 아버지]
액션신도 이방인 때보다 더 박력이 넘쳐서 멋있었어. 매일 열심히 연습했다는 걸 알겠더군.

[나치 어머니]
나치도 정말 기뻐하고 있을 거야.

[오미]
감사합니다…….
또 된장국을 먹으러 가도 될까요?

[나치 아버지]
언제든지 와라.

[나치 어머니]
전에도 말했잖아. 후시미 군은 우리 아들이나 다름없다고.

[오미]
그때…… 저도 대접해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나치가 좋아했던 요리인데――.

[나치 아버지]
나치가?

[오미]
그런데 된장국하고는 꽤 어울리지 않지만요…….

[나치 어머니]
기대할게.

[오미]
네.

[사쿄]
결국 이런 시간인가.
피곤하지 않도록 요리금지령을 내린 의미가 없군.

[오미]
추가 준비가 예상외였죠.

-

[오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젠]
――지금도 그 폭주족 녀석들과 만나고 있나?

[오미]
네, 가끔요.

[젠]
조만간 그 녀석들도 가게에 데려와라.

[오미]
폭주족 OB의 집회장소가 돼도 괜찮겠어요?

[젠]
나도 그렇게 바르게 살지는 않았으니까. 특별히 대관해주지. 신뢰할 수 있는 동료는 나이를 먹어도 소중하잖아.

[오미]
……네.

[젠]
일단 가르쳐준 스튜는 유키오 딸한테도 만들어줘.

[오미]
그럴게요.

-

[오미]
그 스튜, 사쿄 씨도 먹어본 적 있었군요.

[사쿄]
그래, 옛날에. MANKAI 기숙사에 들르기 시작했을 때야. 처음으로 에튀드 연습에 조금 끼워줬었지. 시간이 늦어져서 유키오 씨가 걱정했지만, 어머니는 일 때문에 늦으니까 문제없다고 설명했더니 젠 씨가 밥 먹고 가라고 했어.
처음에는 사양했는데 반쯤 강제로 먹게 된 스튜가 그 맛이었지. 그때 날 위해 담아준 밥을 받고서 처음으로 여기에 있어도 좋다고 허락받은 기분이었지.
내 몫의 밥을 대접받고서 내 자리를 받은 것 같이 안심돼서 괜히 더 기숙사에 눌어붙게 됐어.
……그러고 보니 은천회에서도 그랬군. 아버지가 술을 따라준 뒤로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라고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어.
신생 MANKAI 컴퍼니에서도 같아. 후시미나 감독님이 내 음식 취향을 기억해주거나 때때로 좋아하는 걸 만들어주는 건, 낯간지럽지만 기뻤어.
밥은 일하면서 싸게 후딱 먹는 거였는데……. 지금은 바쁘더라도 되도록 기숙사에 와서 먹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

[오미]
…….

[사쿄]
후시미, 난 네 요리가 좋아.
일하면서 불합리한 일이 있거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삭일 때도 네가 만든 저녁을 먹으면 공연히 마음이 놓여. 하루가 잘 풀리지 않더라도 맛있는 밥을 먹는 순간에는 살 것 같은 기분이 돼.
내 몫으로 놓인 그릇은, 이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는 확신을 줘.
후시미의 요리는 내 삶에 평온을 주는 것 중 하나야. 다시 말하지. 항상 고맙다, 후시미.

[오미]
――.

[사쿄]
왜 그래.

[오미]
……무척 귀중한 말을 받은 것 같아서요.

[사쿄]
전에도 말했잖아. 내키면 듣기 좋은 말을 못 해줄 것도 없다고.

[오미]
그러고 보니 그랬었죠.

[사쿄]
후시미는 요리를 할 때 지나치게 남을 생각해. 그게 좋은 점이기는 하지만 부담은 클 테지.

[오미]
그러네요…… 저는 요리할 때 대체로 그걸 먹을 누군가를 생각해요.
좋다는 표현을 잘 안 하는 상대가 좋아해 줄지, 안 좋은 일이 있었던 상대를 격려해줄 수 있을지…….
좋은 일이 있었던 상대를 축하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피곤해 보이는 상대를 위로해줄 수 있을까…….
(그렇구나…… 내게 요리는 취미도 일도 아닌,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전하는 방법이었던 거야)
(사랑하는 동료들에게 매일 요리를 통해 애정을 전하는 건 상대를 위한 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한 거야. 내가 동료들과 이어져 있기 위한 중요한 수단……)
……사쿄 씨, 역시 요리금지령 풀어주실래요?
저는 모두에게 자신을 위한 자리를 줄 수 있는 그 식탁이―― 애정을 전할 수 있는 요리가 좋아요. 모두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보다 저에게 필요한 거예요. 사쿄 씨 말대로 요리에 의존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맛있는 요리로 다른 사람을 격려해줄 수 있는 제가, 요리하지 않는 저보다 더 좋아할 수 있으니까요. 요리금지령 기간 덕분에 제게 요리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다시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가을조 모두 이번 연기를 할 때는 제 요리의 맛을 떠올려줬으면 좋겠어서요.

[사쿄]
……이제 괜찮아 보이는군.

[오미]
걱정 끼쳐서 죄송했습니다.

[사쿄]
신경 쓸 거 없어. 그만큼 연기에 환원해라.

[오미]
(내게 요리는 모두의 마음과 이어지는 수단…… 리쿠도 같을지도 몰라)
……리쿠가 이야기 끝에 여명의 식당을 만드는 건, 요리를 먹어주는 상대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있을 곳을 만들고 싶어진 거였네요.

-

[젠]
"직접 장소를 만들려는 녀석은 대부분은 자기가 가장 외로움을 타니까."

-

[사쿄]
전쟁을 치르면서 클라우스도 평온을 주는 장소를 바랐겠지.

[오미]
……. 여기서 알게 된 마음을 이번 공연에 가져가서, 반드시 좋은 연기를 할게요.

[사쿄]
당연하지.

-

[이즈미]
……이게 아빠가 좋아했던 맛이구나.

[오미]
점점 심혈을 쏟더니 조미료를 1그램이라도 바꾸면 들키게 됐나 봐.

[이즈미]
아빠도 참…… 집착이라니까. 그래도 정말 맛있어.

[오미]
하룻밤 재우면 더 맛있어질 것 같아.

[이즈미]
그래, 기대된다. 다들 분명 좋아할 거야. 뭐니뭐니해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미 군의 요리니까.

[오미]
감독님에게도 여러 가지로 걱정 끼쳐서 미안해. 요즘 멍하게 있었던 원인도 해결했어.

[이즈미]
일 관련이 아니었지?

[오미]
응…….
……나치 유품인 노트에 '볼프 해산'이라는 글이 있어서, 진의를 알 수 없어 고민했어.
나치가 죽은 후에도 나를 지켜봐 주고 있을 나치와 마음이 이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글을 본 뒤로 멀어진 느낌이 들어서 별안간 나치를 알 수 없어졌어.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것 같아서 무서웠어.

[이즈미]
그런데 다시 나치 씨 목소리가 들리게 됐어?

[오미]
응. 젠 씨에게 나치 얘기를 물어보고 어떤 마음인지 알게 됐어. 물론 진짜 나치의 마음이 그럴지는 모르는 거고, 지금은 확인할 수도 없지만…….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나치를 믿으려고 해.

[이즈미]
그러면 된 거 아닐까. 오미 군이 마음속 나치 씨를 소중히 하면 분명 나치 씨도 좋아해 줄 거야.
그도 그럴게 앞으로도 오미 군 마음속에 나치 씨가 계속 존재한다는 거니까. 나치 씨는 파트너로서 누구보다 가까이 있었던 오미 군에게 가장 이해받고 싶어 했을 거고…….
나치 씨를 좋아하는 오미 군이 생각 끝에 낸 결론이면 분명 괜찮아.

[오미]
좋을 대로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살아있는 사람의 특권이지.

[이즈미]
응, 맞아.

[오미]
다음 공연은 반드시 그 녀석도 보러 올 테니까 파트너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무대에 설 거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네 마음도 전부 같이 짊어지고 설 테니까)
(지켜봐 줘. 나치)

-

[이즈미]
(드디어 첫날…… 요리 당번 부활한 뒤부터는 오미 군 상태도 좋아 보였고, 기대된다)

[사코다]
자식, 기합이 팍 들어갔네.

[료]
예. 오미 씨의 웅장한 모습을 눈에 새길 검다.

[사코다]
나도 형님의 기사 모습을 눈에 새기기 위해 눈 깜빡이는 걸 줄이는 연습을 했어.

[료]
진짜요? 장난 아니네요.

[이즈미]
(저 둘, 잘 맞을 것 같네……)

[나치 아버지]
…….

[이즈미]
아, 나치 씨의――.

[나치 아버지]
아, 감독님.

[나치 어머니]
오랜만이에요.

[이즈미]
재밌게 봐주세요.

[나치 어머니]
네. 고마워요.

[나치 아버지]
응원할게요.

[이즈미]
(분명 나치 씨도 보러 와줬을 거야)

-

[오미]
……. (갑자기 소도구로 팔찌를 추가하다니, 또 제멋대로 굴었네. 이방인 때의 역할명도 그렇고, 네 힘을 너무 빌리는 걸까?)

[타이치]
오미 군!

[오미]
――.

[타이치]
공연 앨범용임다.

[오미]
기습이라니 약았어.

[타이치]
그런데 오미 군, 이제 잘 웃게 됐네.

[오미]
찍히는 것도 꽤 익숙해졌을지도.

[스태프]
5분 전입니다!

[반리]
단장, 한마디 해.

[오미]
……오랜만에 맡은 주연이라 조금 긴장되지만, 무사히 첫날을 맞이할 수 있어서 정말로 기뻐.
이번 전직 양아치 역할을 연기하면서 예전 일을 많이 떠올렸어. 과거를 되돌아보며 헤매는 일도 있었지만, 가을조 모두가 나를 지탱해주는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어.
내게 있어 요리란 무엇인지, 모두와 소통하는 시간과 장소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됐어.
전에 동영상을 찍었을 때도 생각했지만, 가을조는 모두 말이 조금 부족한 면이 있으니까, 나는 솔직하게 말하려고 해.
최고의 동료가 옆에 있어 줘서 다행이야. 동료들과 연기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나치도 볼프 동료들도 전부 소중히 감싸 안고 나는 리쿠를 연기할 거야.

[사쿄]
후시미, 이번만은 허가하지. 그 원진을 해라.

[오미]
――훗. 알겠어요.
가을조, 원진!
반리! 쥬자! 타이치! 사쿄! 아자미!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반리]
오!

[쥬자]
예!

[타이치]
열심히 할검다!

[아자미]
오오.

[사쿄]
그래.

[오미]
휴일인데 시간을 뺏어서 죄송하네요.

[사쿄]
어차피 유유자적 살면서 한가했겠지.

[젠]
누가 한가하다고?

[사쿄]
――칫.

[오미]
오늘 잘 부탁해요.

[젠]
뭐, 들어와라.

-

[젠]
다시 소개하지, 쿠류 젠이다.

[오미]
후시미 오미예요. 지금은 촬영사무소에 다니고 있습니다.

[젠]
명함지갑…… 깨끗하네.

[오미]
아직 신입이라서요.

[젠]
요리 쪽 일을 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군.

[오미]
카메라도 좋아하니까요.

[사쿄]
극단 카메라맨이기도 하니까.

[젠]
그렇군.
부엌은 이쪽이다. 맛보기 요원은 자리에 앉아 착하게 기다려.

[사쿄]
……칫.

-

[젠]
……역시 솜씨가 좋네.

[오미]
집에서도 원래 요리는 했는데,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젠]
그만한 인원의 밥을 하다 보면 그렇게 되지. 끝없이 껍질 벗기고 밑준비하다 보면 가끔 진절머리가 나.

[오미]
게다가 대량으로 만들었는데 하룻밤이면 다 사라지잖아요.

[젠]
그건 가끔 허무할 정도야.

[오미]
정말 그래요.

[젠]
주재를 필두로 맛에 까다로운 녀석도 있고.

[오미]
그래서 심혈을 기울인 스튜가 된 건가요.

[젠]
자잘한 주문을 들어주다 보니 육수부터 만들게 됐어.

[오미]
감독님은 365일 카레를 만들 수 있다고 했어요.

[젠]
그 아버지에 그 딸이군.
……좋아, 이제 끓이기만 하면 돼.

[오미]
……젠 씨,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젠]
응?

[오미]
전에 젠 씨가 쥬자를 다른 사람과 착각했다고 들었는데, 그거 혹시 '코마다 나치'인가요?

[젠]
――그러고 보니 그런 이름이었지.

[오미]
――.

[젠]
아는 사이냐?

[오미]
예전에 같이 다니던 동료예요. 몇 년 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젠]
……――그래, 그 녀석이.
어느 날부터 가게에 안 온다고는 생각했는데, 죽었을 줄이야.

[오미]
이 가게에 나치가 왔었나요? 그렇게 어울리는 곳은 아닌데――.

[젠]
아, 그렇군…… 그때 얘기했던 게…… 네가 '파트너'인가?

[오미]
――. 아마도 그럴 거예요.

[젠]
……스튜가 다 끓을 때까지 옛날얘기라도 해볼까.

-

그 꼬맹이와 만난 건 내가 'Gentiana' 휴일에 혼자 가게에 있었던 날이다.
비가 쏟아지기에 힐끗 가게 앞을 봤더니 금발 꼬맹이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비가 잦아들어도 전혀 갈 기색이 없기에 말을 걸었다.

"뭐 하고 있어. 못 움직여?"
"잠깐 숨겨주겠어?"

자세히 보니 한바탕 싸우고 온 뒤인지 여기저기 다쳐있었다.

-

말을 걸었으니 하는 수 없이 가게에 들여 치료를 해줬다.
싸운 이유는 폭주족끼리의 사소한 다툼이었던 듯 했다. 파트너와 함께 총장을 맡고 있는데, 최근에는 항쟁이 격화돼서 이런 일이 많다고 투덜거렸다.
오늘도 혼자 있을 때 여럿에게 습격을 받아 상대를 뿌리치고 왔다고 하는 녀석은, 붙임성이 좋은지 몹시 말이 많은 녀석이었다.

-

그 후로 오랫동안, 뭐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따금 휴일을 노려 가게에 나타났다.
어느 날은 새로운 캐스트 오디션 중에 찾아와서 눈을 빛냈다.

"여기서 쇼도 해!? 레스토랑인데!?"
"쇼 레스토랑이다. 저기 스테이지 있잖아."
"전혀 몰랐어!"
"네 눈은 단춧구멍이냐?"
"있잖아, 나중에 여기서 날 써줘."
"갑자기 뭐야."
"뭐 어때서. 새로운 캐스트도 모집하고 있잖아."
"머릿속에 싸움밖에 없으면 필요 없어."
"……사실은, 배우가 되고 싶어."
"그럼 왜 폭주족 같은 걸 하고 있어."
"만화를 보고 동경하게 된 것도 있는데, 아마 팀이라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던 거야."
"장소?"
"내 파트너는 나랑 동갑인데 묘하게 나이가 많아 보인달까, 집안일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 없는 놈이야. 나도 중학교 때부터 엇나가서 혼자 다녔으니까, 자기가 있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녀석의 마음을 좀 알 것 같아서……. 갈 곳이 없는 우리를 위한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
"호오, 자신과 파트너를 위해서인가."
"응. 그 녀석이 더 늑대 같으니까 광랑이라는 이름을 양보해줬어. 나는 금발이니까 여우. 광호."

멋있지, 하면서 웃는 그 녀석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어딘가 제 나이에 걸맞게 보았다.

"폭주족 분쟁을 끌고 올 거면 써줄 수 없어."
"나도 알아. 따지고 보면 파트너를 위해 만든 팀이었지만, 최근에 항쟁이 심해져서 팀 동료가 다치는 일이 많아졌어. 흉흉한 소문도 들리고, 지금이 끝낼 때인 거겠지. 동료가 볼프에 들어온 걸 후회하게 되는 건 싫으니까."

"……하지만 결국 가장 외로움을 타는 건 나니까, 그 녀석들과 헤어질 수 없어."
"그건 그렇겠지. 직접 장소를 만들려는 녀석은 대부분은 자기가 가장 외로움을 타니까."
"젠 씨 말하는 거야?"
"……."

가끔 이상하게 날카로운 말을 하는 놈이다.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더니, 나를 놀리는 기색 없이 실실 웃었다.

"폭주족 같은 거, 어른이 되고도 계속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 그래도 나는 영원히 '볼프'이고 싶으니까…… 설령 졸업하고 각자 일을 하게 돼도 해산은 하고 싶지 않아. 파트너도 팀 동료도 내가 전력으로 지켜서 평생 함께할 거야."
"평생 함께라…… 말은 그렇게 하면서, 나이 먹고 모여서 오토바이 굴리는 것 외에 뭘 할 건데."
"음~…… 그렇지! 우리 다 여기서 일할게!"
"내 가게를 폭주족 취직 처로 삼지 마."
"내 파트너는 요리 재능도 있어. 분명 젠 씨한테 도움이 될 거야."

거기선 파트너가 아니라 먼저 자기를 어필하라고 생각했지만, 파트너 얘기를 하는 그 녀석이 몹시 즐거워 보였던 게 인상에 남아있다.

-

[젠]
일단 이력서를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오디션용으로 정장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니 마침 잘 됐다고 하더군.

[오미]
…….

[젠]
그 후로 발길이 뚝 끊겨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그렇군…… 먼저 간 건가…….
그 녀석이 제안한 메뉴를 언젠가 먹여주고 싶었는데.

[오미]
나치가 제안한?

[젠]
메뉴를 리뉴얼하려고 했을 때 마침 그 녀석이 왔어. 참고삼아 물어봤었지.
치즈 대구포를 좋아한다길래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걸 물어봤더니――.

[오미]
……된장국인가요?

[젠]
아니, 달걀프라이를 끼운 프렌치토스트라고 하더군. 너무 안 어울려서 웃었었지.

[오미]
――. (내가 유일하게 만들어 준 요리잖아. 나는 저번에 우연히 생각날 때까지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에 들이닥친 나치에게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어준 요리…… 그 녀석, 진짜 맛있게 먹었었지)

[젠]
냄비 봐볼까.

-

[사쿄]
너무 늦어서 가려고 했어.

[젠]
입 다물고 먹어.

[사쿄]
……잘 먹겠습니다.
……. ……그 시절과 똑같은 맛이 나.

[캐스트A]
하~ 피곤하다~

[캐스트B]
배고파~

[젠]
벌써 연습 끝날 시간인가.

[캐스트A]
어라, 스튜 냄새가 나.

[캐스트B]
젠 씨, 혹시 우리를 위해!?

[젠]
아니야.

[캐스트A]
네에에!?

[캐스트B]
너무해~! 냄새만 맡으라니 고문이라고요!

[젠]
아무리 봐도 부족하겠는데…… 더 만들까.

[오미]
도울게요.

[료]
오미 씨랑 이 가게 오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오미]
맞아, 이거 이번 포스터야.

[료]
오오~! 오미 씨 멋있슴다! 주연, 후시미 오미! 진짜 기대됨다! 아! 이 눈썹에 상처!?

[오미]
아자미가 좀 더 양아치였던 느낌을 내고 싶다면서 료를 떠올렸나 봐.

[료]
우와! 내 상처가 오미 씨에게……! 감격임다! 이건 나치 씨를 감싸고 생긴 상처니까요. 진짜 기뻐요.

[오미]
응, 그랬었지.

[료]
제게는 나치 씨에게 받은 소중한 훈장 같은 검다.

[오미]
…….

[료]
이번엔 전 볼프 멤버를 모아올게요!

[오미]
어, 으응. 공연이 끝나면 나치 기일쯤에 다 같이 성묘 가자…….

[료]
공연, 나치 씨도 꼭 보러 오겠죠.

[오미]
――. (료라면 혹시 나치에게 뭔가……)
저기, 나치가 나한테 숨기던 거라던가 뭔가 아는 거 없어?

[료]
숨기던 거요?

[오미]
――아니야, 역시 잊어줘.

[료]
으~음, 글쎄요……. 나치 씨는 기본적으로 뭘 숨기는 걸 못하는 타입이고, 특히 오미 씨에게는 뭐든 얘기했던 것 같은데…….
굳이 말하자면, 하나 있슴다.

[오미]
있어?

[료]
오미 씨는 요리를 엄청 맛있게 잘하지만, 그걸 모르는 척하라고 말한 적이 있슴다.

[오미]
어?

[료]
오미 씨가 없을 때 갑자기…….

-

[나치]
"사실은 말이야, 나는 오미 요리가 죽을 만큼 맛있는 걸 알아."
"어제 처음으로 그 녀석이 해준 밥을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어. 그런데 멤버들한테는 숨긴 것 같아."
"그 녀석이 자기 입으로 말할 때까지 모르는 척해줘라."

-

[료]
그거 지금 나치 씨가 말 안 했으면 아무도 몰랐을 텐데 하고 생각은 했는데, 아무도 태클 걸지 않았슴다.

[오미]
그 녀석 스스로 까발린 건가.

[료]
맞아요.

[오미]
그 녀석 답네.
(그러고 보니 총장 시절에는 어쩐지 멋쩍어서 요리할 줄 안다는 말을 못했지. 폭주족 주제에 가정적인 면을 보이면 기강이 안 선다고 생각했던가)
(내가 한 생각이지만 정말 애 같은데, 그걸 멤버들이 모른 척해주는 거였다니……)

[료]
나치 씨가 자랑했었슴다. 오미 씨는 요리 재능도 있다고요.

[오미]
엉뚱한 놈이라니까. 딱히 대단한 걸 만들어 준 적도 없는데.
그러고 보니 이거 나치 부모님께 받은 거야.

[료]
그립네요…… 그거, 오미 씨랑 세트로 맞췄던 거잖아요.

[오미]
응. 내가 차고 있던 건 사고 때 잃어버렸지만.

[료]
총장의 증표라고 그거, 다들 동경했었슴다.

[오미]
……. (나치는 왜 볼프 해산 같은걸……)

[료]
또 빨리 다들 만나고 싶네요.

[오미]
그래…….
(료에게는 말할 수 없지)

-

[오미]
……. (총장의 증표라……)

-

"지금이 땡땡이치기 딱 좋은 때지! 그치!?"

언젠가 만난 가출의 프로와 고등학교에서 재회했다.
입학 후에 어쩐지 친구를 만들 기분이 들지 않아서 혼자 있는 일이 많았던 내게 나치는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적당히 상대해주는 사이에 어느샌가 방과 후에도 같이 어울리게 됐다.

-

어느 날, 나치가 푹 빠져있는 만화의 영향인지 둘이서 폭주족 팀을 만들자고 권유해왔다.

"서도쿄 최강의 팀을 만들자고."
"폭주족이라니, 오토바이도 없는데 어떡하려고."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한다니까."
"어떻게도 안 되잖아. 돈도 없는데."
"아!"

잡화점 앞에서 나치가 소리를 질렀다. 시선 끝에는 액세서리가 놓여있었다.

"멋있는 폭주족은 이런 걸 치렁치렁 차고 다닌다고."
"흐응, 그럼 사면 되잖아?"
"같이 사자."
"뭐? 내가 왜……."

거절해도 끈질긴 탓에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했다.

"이 색은 네 거고, 내건 이거!"
"……하아. 그래서 폭주족이란 건 또 뭘 하는데?"

일일이 반대하는 것도 귀찮아져서 물으니, 나치가 어린애처럼 눈을 빛냈다.
최근에는 동생도 철이 들기 시작해서 가족에 관한 일도 편해졌다. 
상업고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하고 싶은 일도 찾지 못하고 학교에 다니는 것도 귀찮아진 참이었다.
나치의 별난 취미에 어울려주는 것도 시간 때우기로는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뭔가 멋있는 이명을 붙이자!"
"먼저 팀명을 지어야 하는 거 아냐?"
"그건 이미 생각해뒀지――."

나치는 여름방학 계획이라도 말하듯 즐겁게 말을 이었다.

-

[오미]
…….

[반리]
오미? 여기 있었어?

[오미]
――.

[반리]
오늘은 본가 안 갔어?

[오미]
응, 그날에만 갔던 거야. 설마 아자미에 이어서 반리한테까지 들킬 줄이야.

[반리]
타이밍이 조금만 더 빨랐으면 나도 오미가 해준 밥 먹었을 텐데. 아깝다니까.

[오미]
하하. 일단 아직은 금지령이 있으니까.

[반리]
금단현상 생겼지? 이거 가져왔어.

[오미]
……게임?

[반리]
자, 컨트롤러.

[오미]
이게 뭐야?

[반리]
요리 게임. 조금은 요리하는 기분을 낼 수 있잖아.

[오미]
그렇구나.

-

[오미]
으앗, 실수했어.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반리]
나한테 맡겨.

[오미]
고마워.

[반리]
그쪽 불 부탁해.

[오미]
응.
후우…….

[반리]
처음 하는 것치고는 꽤 잘하는데.

[오미]
고마워. 조금 충족됐어.

[반리]
그럼 다행이고.

[오미]
그런데 역시 현실의 요리가 하고 싶네. 이러면 진짜로 의존증 같지만.

[반리]
몰래 집에까지 가서 탈법요리할 정도니까.
그런 방법이라면―― 아~ 그렇지. 그 아저씨한테 스튜 배우러 가면 되겠다.

[오미]
아저씨?

[반리]
젠 씨.

[오미]
아――.
(그러고 보니 젠 씨에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지)
너무 그렇게 약은 짓 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데.

[반리]
그럼 맛보기 요원으로 사쿄 씨도 불러. 그렇게 하면 당당하게 갈 수 있잖아.

[오미]
아니, 그건…….

[반리]
그리고 툭 터놓고 얘기해봐.

[오미]
…….

[반리]
사쿄 씨랑 오미는 전직 양아치 동지잖아. 뭐 통하는 게 있지 않겠어?

[오미]
(그건 반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훗, 그렇지. 얘기해볼게.

-

[사쿄]
…….

[오미]
사쿄 씨, 잠시 괜찮아요?

[사쿄]
뭐지?

[오미]
부탁하고 싶은 게 좀 있는데…….

[사쿄]
늦어.

[오미]
네?

[사쿄]
넌 항상 의지하는 게 느리다니까.

[아자미]
……. (그러고 보니 혼자 가는 건 오랜만이네…… 쿠몬하고 시후토 알바 날이 겹치는 건 드무니까)
(배고프다…… 오늘 식사당번 누구였지?)
……. (오늘은 카레인가…… 나쁘지는 않은데, 역시 오미 씨가 해준 밥이 먹고 싶어)

[오미]
…….

[아자미]
오미 씨?

[오미]
아자미, 지금 오는 거야?

[아자미]
오미 씨는 장 보러 왔어?

[오미]
오늘은 일이 일찍 끝나서.

[아자미]
어라? 그런데 오미 씨 오늘 장보기 당번 아니지 않아?

[오미]
아~ 이건, 그…… 기숙사 저녁용이 아니라서.

[아자미]
?

[오미]
아자미에게는 숨길 필요 없나. 입막음용은 아니지만, 같이 갈래?

[아자미]
……뭐 상관없어.

-

[오미]
다녀왔어.

[카이]
어서 와.

[가쿠]
오미 형 배고파~

[오미]
바로 만들어줄게.

[아자미]
실례합니다.

[가쿠]
응? 오미 형 후배야?

[오미]
같은 극단 동료인 아자미야.
아자미, 이쪽은 동생인 카이랑 가쿠야.

[아자미]
안녕하세요~

[카이]
반가워.

[오미]
사실 오늘은 본가에 밥해주러 온 거야. 요리가 하고 싶어 좀이 쑤시는 걸 참을 수 없어서…….
MANKAI 기숙사 부엌이 아니면 되는 거 아니냐고, 쥬자가 힌트를 줬어.

[아자미]
아, 그런 거군.

[오미]
뭐, 켕기는 기분은 들지만.

[아자미]
망할 사쿄가 하는 말 따위 그렇게 신경 쓸 거 없잖아.

[오미]
아자미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조금 편해지는데.
적당히 앉아서 기다려줘.

[아자미]
응.

[카이]
오미 형, 나도 도울게.

[오미]
미안하게.

[카이]
아니야, 이번에도 기술 훔칠 거야.

[가쿠]
아자미는 고등학생이야?

[아자미]
1학년.

[가쿠]
체격 좋네~ 뭐 운동해?

[아자미]
아니.

[가쿠]
아깝게~
맞아, 이 만화 본 적 있어? 진짜 재밌는데 마침 신간이 나왔거든.

[아자미]
아, 그거 봤어.

[가쿠]
진짜? 이거 전 시리즈도 있는데――.

-

[오미 아빠]
잘 먹겠습니다.

[가쿠]
잘 먹겠습니다~

[오미 아빠]
오미가 집에 친구를 데려온 건 오랜만이네.

[가쿠]
아~ 오랜만에 먹는 오미 형 밥 맛있어.

[아자미]
나도 오랜만이라 엄청 맛있어.

[카이]
기숙사에서 맨날 먹는 거 아냐?

[오미]
지금은 좀 사정이 있어서.

[카이]
흐~응?

[아자미]
우연히 만나서 행운이었어.

[오미]
하하.

-

[오미 아빠]
이왕 온 거 자고 가면 좋을 텐데.

[오미]
내일도 아침부터 연습해야 해서.

[아자미]
실례했습니다.

[가쿠]
아, 아자미. 이 만화 다음 권 가져갈래?

[아자미]
고마워.

[오미]
만화?

[가쿠]
폭주족 만화. 요즘 새 시리즈에서 세대교체 해서 양아치물이 됐어.

[오미]
아, 카이가 모으고 있는 거구나.

[카이]
내가 모았달까, 집에 1권이 있었어.

[오미]
카이가 산 거 아니야?

[카이]
오미 형이 1권만 사뒀던 거 아냐?

[오미]
아니, 나는――.

-

[나치]
너도 이 만화 봐봐. 진짜 멋있어~!

[오미]
어? 뭐야 그게.

[나치]
폭주족 얘기야! 1권 두고 갈 테니까 꼭 봐라!

-

[오미]
…….

[아자미]
오미 씨?

[오미]
아, 미안. 가자.
그럼 또 올게.

[오미 아빠]
조심해서 가라.

[가쿠]
또 와~!

-

[오미]
가쿠가 귀찮게 하지는 않았어?

[아자미]
아니, 별로.

[오미]
집에선 가장 막내니까, 자기보다 어린 동생이 와서 좋았던 것 같아.

[아자미]
학교 후배들이 잘 따를 것 같던데.

[오미]
학교에서는 복싱부 주장을 맡아서 후배한테 얕보이지 않게 긴장하고 있나 봐.

[아자미]
복싱부라…… 그래서 그렇게 체격이 좋았구나.

[오미]
알맹이는 어릴 때부터 바뀐 게 별로 없는데 몸만 마구 커진다니까.

[아자미]
그보다 가족끼리 사이좋네. 전에 가출한 얘기 들었어서 조금 안심했어.

[오미]
아―― 그때랑은 다르게 동생들도 꽤 철이 들었으니까.
내가 집에서 나온 뒤로 카이 요리실력이 좋아지고 있어서 다행이야. 오늘도 이래저래 많이 도와줬고. 사실은 가끔은 내가 만들어서 카이를 쉬게 해줄 명목으로 간 거였는데…….

[아자미]
그렇게 요리가 하고 싶으면 망할 사쿄한테 직접 말하지?

[오미]
아니, 사쿄 씨 나름대로 나를 생각해서 한 일이니까. 그 마음에는 답해주고 싶어.

[아자미]
흐~응…… 뭐, 사쿄도 하루의 즐거움이 사라진 거니 자업자득이지.

[오미]
무슨 말이야?

[아자미]
그 녀석, 극단에 들어오기 전에는 밤늦게까지 일할 때가 많아서 밖에서 적당히 싼 거 사 먹고 끝낼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오미 씨가 식사당번인 날에는 특히, 되도록 일 빨리 끝내고 기숙사에서 먹잖아.
그 일벌레가 별일이라고 처음에는 놀랐어. 그만큼 마음에 든 거겠지. 그쪽 요리가.

[오미]
글쎄…… 맛있다고 해주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사쿄 씨 입맛에 맞게 여러모로 고안하고 있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

[아자미]
직접 확인해보면 되잖아.

[오미]
사쿄 씨에게?

[아자미]
내 요리 그립지 않아요? 하고.

[오미]
――풋,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묻기 힘들지.

[아자미]
뭐, 망할 사쿄도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겠지.

[오미]
하하.

[아자미]
하아, 그나저나 이제 또 오미 씨 요리는 당분간 안녕이네. 오늘 먹어서 그런지 괜히 더 기다리기 힘들어졌어.

[오미]
금지령 풀리면 먹고 싶은 거 있어?

[아자미]
……꽈리고추랑 닭가슴살 볶은 거. 또 해줘.

[오미]
알았어.
(역시 이렇게 누군가 내 요리를 칭찬해주는 건 기뻐)

[타이치]
돼지고기 장조림…… 아니, 시간이 너무 걸림다.

[텐마]
역시 무난하게 카레가 좋으려나?

[타이치]
그럼 결국 감독 선생님이 만들게 돼여.

[텐마]
그렇지…… 가만히 있을 리 없지.

[츠즈루]
뭐 보고 있어?

[쥬자]
'간단! 맛있다! 처음 하는 요리'……?

[츠즈루]
저녁 메뉴 정하고 있었구나.

[텐마]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큰일 나니까.

[타이치]
어제저녁은 굉장했어여…….

[츠즈루]
아~…… 후시미 씨 요리금지령이 내려진 뒤로 가끔 먹어본 적 없는 메뉴가 나오지.

[텐마]
가이 바 출장 자흐라 밥은 맛있었지만.

[타이치]
어제는 무한 주먹밥 지옥이었슴다.

[쥬자]
상급자용 매운 요리도 힘들었어.

[츠즈루]
그건 다들 격침당했지. 맛은 있었지만.

[텐마]
매운맛 챌린지 방송 같았어.

[타이치]
그래서 적어도 오늘은 평범한 메뉴를 하고 싶어여. 뭐가 좋을까여?

[츠즈루]
뭐, 이 책에 있는 건 다 무난하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거니까 뭐든 괜찮지 않을까?

[타이치]
저는 이 레시피가 간단한지 아닌지도 모르는 레벨임다~!

[텐마]
새삼 츠즈루 씨랑 오미 씨랑 감독님이 위대하다는 걸 알게 됐어.

[타이치]
평소의 보답으로 맛있게 만들어줄 거예여!

[츠즈루]
모르는 게 있으면 도와줄게. 좋아하는 걸로 만들면 돼.

[타이치]
알겠슴다!

-

[텐마]
이번 각본은 어떤 느낌이야?

[타이치]
평소 가을조 분위기랑은 조금 달라서 신선하고 재밌어여!

[쥬자]
액션은 물론이고 웃음 요소도 들어있어.

[텐마]
호오~ 만두권 같은 코미컬 노선인가.

[타이치]
리퀘스트 한 게 전부 들어있어서 감동했어여!

[쥬자]
저도 새로운 거에 도전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있슴다.

[츠즈루]
처음에는 다들 원하는 게 달라서 어떡하지 싶었는데, 마음먹고 전부 집어넣었더니 의외로 재밌게 쓸 수 있었어.
오랜만에 후시미 씨 주연이라 잘 쓰고 싶기도 했고.

[쥬자]
리쿠는 오미 씨 이미지에 잘 맞아.

[츠즈루]
리쿠 캐릭터는 대학에서 막 만났을 때의 후시미 씨를 조금 참고해서 쓴 거야. 그 시절 후시미 씨는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상냥했지만, 주변하고 미묘하게 거리를 두고 있어 보였거든.
주변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뭔가에 열중하거나 깊게 파고드는 일 없이 왠지 항상 한걸음 물러나 있어 보였어……. 다가오는 사람 누구에게나 다정하지만 어쩐지 거리감이 느껴졌지.

[쥬자]
호오…… 그랬구나.

[텐마]
조금 의외인데.

[츠즈루]
그랬는데 극단에 들어오고 점점 변해갔으니까, 처음에는 조금 놀랐어.
하지만 지금이 예전보다 더 친해지기 쉽고 사람답게 느껴져서 좋아.

[쥬자]
처음에 둘이 알게 된 건 뭐가 계기였어?

[츠즈루]
내가 입학했을 때 사진부에 권유하던 후시미 씨한테 길을 물어봤거든. 나는 극단에 들어갈 생각이었으니까 사진부에는 안 들어갔지만, 그때 연락처를 교환했어.
그래서 미요시 씨한테 포스터 사진 얘기를 들었을 때 후시미 씨가 생각났고…….

[텐마]
그걸 계기로 입단한 건가. 신기한 인연이네.

[츠즈루]
그렇지. 설마 후시미 씨 주연 각본을 쓰게 되다니, 그 시절에는 생각도 못 했어.

[텐마]
그래서, 그 연습은 어때?

[타이치]
아~ 그게…….

[쥬자]
순조롭다고 할 수는 있지만…….

[타이치]
요리금지령이 내려진 뒤로 오미 군하고 사쿄 형 사이가 미묘하게 거리가 느껴짐다.

[쥬자]
험악한 건 아니지만 서로 심하게 신경 쓰고 조심하는 것 같이 보여.

[츠즈루]
그 둘은 대놓고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라서 더 걱정되네.

[타이치]
그렇죠. 사쿄 형도 많이 서투르잖아여.

[쥬자]
오미 씨를 걱정하고 있으면서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으니까.

[타이치]
가끔 분위기 어색해지고여.

[쥬자]
뭐, 그럴 때는 타이치가 어떻게든 해줘서 다행이야.

[타이치]
그런 건 맡겨주세여!

[텐마]
혹시 연기하다 막히는 게 있으면 우리한테도 얘기해줘.

[츠즈루]
나도 협력할게.

[쥬자]
감사함다.

[타이치]
마음이 든든해여!

-

[오미]
"여명의 장이라…… 어릴 때 놀러 왔을 때는 이렇게 낡지 않았던 것 같은데."
"관리인이라더니 하숙인이 아무도 없잖아. 정말이지, 어머니도 참."
"뭐, 일단 전기랑 가스도 들어오니까 사는 데 문제는 없나. 지금 나한테는 이런 게 어울리지."

[쥬자]
…….

[오미]
――쥬자?

[쥬자]
먹을 거 가져왔슴다.

[오미]
평소랑 반대네.

[쥬자]
항상 감사함다.

[오미]
푸딩인가.

[쥬자]
편의점 신상이에요.

[오미]
맛있겠어.

[쥬자]
오미 씨 스콘보다는 못하지만.

[오미]
하하. 그런 말을 들으니 스콘이 굽고 싶어졌어.

[쥬자]
나도 먹고 싶어졌어.

[오미]
당분간은 둘 다 참아야겠지.

[쥬자]
그러고 보니―― 이거 다 썼음다.

[오미]
아, 앙케트구나. 고마워.

[쥬자]
결국 하나로 좁히지 못했어…….

[오미]
놀랐네. 야식으로 만든 어니언 그라탕 스프, 갓 구운 수플레 치즈케이크, 클로티드 크림을 듬뿍 얹은 스콘…….

[쥬자]
뒤에도 썼어.

[오미]
정말이네.

[쥬자]
맛있었던 음식을 생각하면 오미 씨 요리가 생각나서, 하나를 고를 수 없어서 전부 써버렸어.

[오미]
일단 앙케트 대답으로는 하나를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쥬자]
죄송함다.

[오미]
그럼 내 요리금지령이 풀리면 가장 먼저 먹고 싶은 걸 골라보는 건 어때?

[쥬자]
가장 먼저…… 그거라면……. 프렌치토스트가 먹고 싶어.

[오미]
――.

-

[나치]
뭐야? 이 달걀 끼운 빵은.

[오미]
……너 프렌치토스트도 먹어본 적 없어?

-

[쥬자]
전에 만들어줬던 게 맛있어서, 왠지 오랜만에 먹고 싶어.

[오미]
……달걀 끼워줄까?

[쥬자]
달걀?

[오미]
――.

[쥬자]
아니, 이왕이면 크림을 듬뿍 넣고 딸기나…….

[오미]
――그렇구나, 그렇지.
(그랬어. 그때와는 달라)
그럼 금지령이 풀리면 만들어줄게. 약속이야.

[쥬자]
기대하겠슴다.

[오미]
그건 그렇고 요리가 하고 싶어서 금단현상이 생기겠어.

[쥬자]
……생각해봤는데, 사쿄 씨는 MANKAI 기숙사 부엌에 서는 걸 금지한다고 했잖아요.
그럼 기숙사 부엌이 아니면 요리해도 되는 거 아냐?

[오미]
――그런 발상은 못 해봤는데.

[쥬자]
식사당번이 부담되는 것도 알겠지만, 오미 씨에게 요리라는 건 역시 소중한 거 아냐?

[오미]
……글쎄. 어떨까? 요즘 들어서 잘 모르겠어.

[쥬자]
꼭 하고 싶을 때는 참지 않는 게 좋아.
나는 오미 씨가 해주는 밥을 먹는 거, 금지령이 풀릴 때까지 기다릴게. 오미 씨 하고싶은 대로 해줘.

[오미]
……그래.

[쥬자]
그리고 아까 오미 씨에게 요리는 소중한 거 아니냐고 했는데, 내게도 오미 씨 요리는 소중해.

[오미]
――.

[쥬자]
그럼 갈게.

[오미]
……. (쥬자에게도 저런 말을 들을 줄이야, 정말이지 요리 당번으로서 행복하네)
(……그저, 괜히 더 요리하고 싶어지는 게 곤란한걸)

[오미]
……. (된장의 배합을 바꾸고 시골 된장도 써보려고 사 왔는데…… 나중에야 쓸 수 있겠어)
……. (우엉도 조리법을 조금 바꾸고…… 아,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였네.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어)
(요리는 평소에 당연히 하는 거였으니까, 새삼 이렇게 생각해볼 일이 없었는데…… 내게 요리란 대체 뭘까. 휴식이 되는 것도 맞고 싫지도 않지만……)
(연기와는 전혀 다르고, 취미인 수공예나 직업으로 고른 사진과도 조금 달라. 생활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어서 숨 쉬는 것처럼 매일 했어. 그렇게 좋아하면 요리사가 됐음 됐을 텐데, 이상하게도 그럴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아)
……. (왜일까…… 내게 요리란 뭐지?)

[타이치]
오미 군 문 열어줘~!!

[오미]
타이치?
왜 그래?

[타이치]
양손을 다 쓰고 있어서 열 수 없었슴다.

[오미]
라멘 먹으러 안 갔어? 아까 다 같이 얘기하고 있었잖아.

[타이치]
오늘은 땡기지 않아서여! 피자 가져왔으니까 같이 먹자!

[오미]
냄새가 좋은데. 무슨 피자야?

[타이치]
헤헤~! 콰트로 포르마지! 그보다 이거 봐봐!

[오미]
? 얼굴……?

[타아치]
노란 스티커가 아닌 노란 피자!

[오미]
――.

[타이치]
아까 피자 소스로 얼굴을 그렸어여~
오미 군에게 오늘은 노란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날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스티커 대신에!
인생은 슬픈 날이나 화나는 날도 있어서 모든 날에 노란 스티커를 붙일 수는 없겠지만……. 같은 방을 쓰는 나는 노랗지 않은 날도 오미 군 옆에 있으니까! 같이 화풀이 피자 파티해여!

[오미]
타이치…….

[타이치]
나도 오늘 제2외국어 수업에서 불시에 쪽지시험 봤는데 완전 망해서~

[오미]
고마워.

[타이치]
헤헤! 식기 전에 먹자!

[오미]
그래. 잘 먹겠습니다.

[타이치]
잘 먹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사쿄 형이 오미 군한테 요리금지령을 내리다니 깜짝 놀랐어여.

[오미]
사쿄 씨에게도 걱정을 끼친 모양이야.

[타이치]
저번에 된장국 먹고 나서 나도 좀 걱정했으니까, 이해해여. 오늘 대사 날린 것도 된장국 때문이지?

[오미]
――.

[타이치]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거야? 일 때문이 아닌 거지?

[오미]
……응.

[타이치]
혹시…… 나치 씨랑 관련된 거?

[오미]
……그 녀석 집에서 나치가 좋아했다는 된장국을 먹게 됐어. 그런데 그게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야.
……그때, 나치가 전에 썼다는 노트를 받았어. 배우가 되기 위해 공부한 내용이 빼곡하게 쓰여 있었지.

[타이치]
오미 군이 밤에 읽던 거, 그 노트였구나.

[오미]
응. 미안해.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일 때문이라고 거짓말했어…….

[타이치]
아니야.

[오미]
그 노트에 아무리 생각해도 나치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는 게 쓰여있었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서,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 사실은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가을조 모두와 얘기하는 편이 빠를지도 모르지만…….
나치에 관한 건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어. 가장 가까이 있었고 뭐든지 얘기했으니까. 그래서 일단 혼자 차분하게 생각해보고 싶었어.
이제 나치와는 만날 수 없으니까 답을 얻을 수는 없어. 생각해도 소용없을지도 몰라. 그렇다고 생각하는 걸 그만두고 싶지 않아.

[타이치]
……그럼, 오미 군이 나치 씨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요리가 필요해?

[오미]
응?

[타이치]
만약에 그런 거면 나도 같이 사쿄 형을 설득할게!

[오미]
아니, 그 녀석한테 요리를 만들어 준 적은……―― 분명, 한 번 정도였나? 그러니까 괜찮아.
당분간은 요리할 수 없으니까 그만큼 시간도 생길 거고, 그 녀석과의 과거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차분히 생각해볼게.

-

[타이치]
하~ 배부르다!

[오미]
잘 먹었습니다. 가끔은 피자 시키는 것도 좋네.

[타이치]
――그렇지! 이거 앙케트 쓴 거예여.

[오미]
응, 고마워.

[타이치]
오미 군이 해준 요리 말고 다른 걸 적으라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밖에 안 떠올라서…….

[오미]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내가 만든 수제 피자?

[타이치]
항상 야식으로 만들어주는 핫도그랑 고민했는데, 역시 이거지 싶었어!
기억해? 신생 MANKAI 컴퍼니 겨울조가 GOD 극단과 연기 대결에서 이겨서 빚을 다 갚았을 때…….
컴퍼니가 존속할 수 있게 돼서, 봄여름가을겨울조 다 같이 모여 뒤풀이 할 때 먹은 오미 군의 수제 피자! 정말, 진짜로 엄청 맛있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소속감을 느낀 MANKAI 컴퍼니 가을조에 앞으로도 남을 수 있어……. 안심과 기쁨과 함께 먹은 피자의 맛. 그때의 맛은 절대로 평생 잊을 수 없음다.
그리고 저번에 '영원에 사로잡힌 악마.'에서 GOD 극단에 다시 한 번 승리했을 때도 오미 군이 구워줬잖아여. 베이컨하고 버섯 수제 피자!

[오미]
그랬었지.

[타이치]
이번 공연도 성공해서 뒤풀이에서 오미 군 수제 피자를 먹고 싶어! 그때는 노란 피자뿐만 아니라 제대로 노란 스티커도 붙여놨을 검다!
그러니까 꼭 힘내서 이겨내자.

[오미]
응. 그래…… 타이치가 같은 방이라 정말 다행이야.

[타이치]
헤헤! 그보다 역시 앙케트에서 오미 군이 해준 요리를 제외하는 건 무리임다!
극단에 들어온 뒤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언제 어느 때든 오미 군의 맛있는 요리를 먹었어. 그러니까 오미 군의 요리는 극단의 추억과는 떼어놓을 수 없어, 다들 분명 그럴 거야.
분명, 한 명 한 명 잊을 수 없는 오미 군의 요리가 있을 거야.

[오미]
잊을 수 없는 요리라…….

[타이치]
그건 감독 선생님의 카레도 그렇지만!

[오미]
그렇지.

[타이치]
이번 요리금지령은 오미 군보다 우리가 더 힘들 검다~

[오미]
그렇게 말해주니까 요리 당번으로서 행복한걸.

[오미]
좋은 아침.

[반리]
좋은 아침―― 오미, 다크서클 심한데.

[아자미]
안색도 나쁘고. 괜찮아?

[이즈미]
(어제 왔을 때는 어디 안 좋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잠을 잘 못 잤어?

[오미]
――잔업이 조금 있어서.

[이즈미]
너무 무리하지는 마.

[오미]
응.

-

[이즈미]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수고했어.

[타이치]
수고했슴다.

[오미]
수고했어.

[이즈미]
(오미 군, 연기는 문제없었지만 역시 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
……일이 힘든 걸까요?

[사쿄]
뭐, 양립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어도 일을 줄이는 건 쉽지 않으니까.

[이즈미]
오미 군은 성실하니까요…….

-

[오미]
……. (오늘은 국물 내는 데 실수하지 말아야지……)
(나치네 집에서 먹었던 된장국 맛있었지. 시골 된장은 없지만 적된장하고 백된장을 섞어서 만들어볼까)
……. ('볼프 해산'이라…… 나치 녀석, 왜 그런걸……?)
…….

-

[타이치]
된장국 맛있어보임다!

[아자미]
잘 먹겠습니다.

[쥬자]
――응?

[타이치]
어, 어라?

[시트론]
왠지 맛이 멍멍해!

[아자미]
밍밍한 거겠지.

[오미]
어? 그래?
――. 미안. 된장을 너무 적게 넣었나 봐. 더 넣어 올게.

[이즈미]
괜찮아, 괜찮아. 먹을 수 없을 정도도 아니고.

[타이치]
이것도 맛있어여!

[아자미]
염분이 적어서 아저씨한텐 딱 좋지 않아?

[사쿄]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쥬자]
오미 씨가 간에 실패하다니 별일이네.

[이즈미]
이런 일 전에도 있지 않았어……?

[사쿄]
이방인 때였지.

[타이치]
그때는 파에야에 간장을 넣었었죠.

[시트론]
와후~! 파에야야!

[반리]
그게 아니고 와풍이지.

[오미]
된장국 리벤지할 생각이었는데…….
감독님, 내일 당번 바꿔줄래? 재리벤지 하게 해줘.

[이즈미]
어? 그렇게 신경 안 써도――.

[오미]
이대로는 내가 찜찜해서 그래.

[이즈미]
그래……?

-

[이즈미]
지금까지 했던 가을조 공연에서 생각해봐도 이 정도지요.

[사쿄]
뭐, 문제없겠지.

[이즈미]
그럼 이렇게 진행하기로 하고…….

[사쿄]
…….

[이즈미]
오미 군, 괜찮을까요?

[사쿄]
아침부터 이상했지.

[이즈미]
연습할 때는 진지하게 했지만 쉴 때는 계속 멍하게 있었어요.
음식 간을 못 맞추는 것도 오미 군답지 않고요. 이방인 때처럼 뭔가 원인이 있는 걸지도…….

[사쿄]
연기에 문제가 없는 걸 보면…… 일에 관련된 건가.
꽤 익숙해졌다고 해도 아직 말단일 테니까. 주연 연습과 양립하는 건 어렵겠지.
나도 준주연으로서 힘이 되어줄 거야. 조금이라도 후시미의 부담을 줄여줘야지…….

[이즈미]
그렇죠…….

[사쿄]
……그 녀석은 툭하면 무리하니까 최악의 상황에는 내가 따끔하게 한마디 하는 수밖에 없겠어.

[이즈미]
따끔하게 말이죠…….
(최악이고 뭐고, 항상 따끔하게 말하고 있지 않나 싶은데……)
오미 군이 의지해오면 진짜 다정하게 챙겨줘야 해요?
오미 군은 여러모로 모두의 형 역할이니까, 가을조 안에서 연상으로서 오미 군의 어리광을 받아줄 수 있는 건 사쿄 씨 뿐이잖아요.
사쿄 씨에게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사쿄]
……너도 내가 채찍밖에 쓸 줄 모른다고 오해하고 있군.

[이즈미]
그, 그렇진 않은데――!

[사쿄]
뭐, 그 녀석이 의지해오면 인 거지.

[이즈미]
그리고 만약에 사쿄 씨가 의지하고 싶거나 어리광부리고 싶을 때는 제가!

[사쿄]
카레 해주려고?

[이즈미]
제 당근이 카레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사쿄]
뭐, 기억해둘게.

-

[오미]
후아아…….

[쥬자]
졸려 보이네요.

[오미]
아, 으응. 조금.

[사쿄]
…….

-

[오미]
"냉장고 열 때마다 긴장된다니까…… 정말이지, 어제 그건 뭐였을까."
"이 소리는 뭐지? ……또 칼 들고 달려들거나 하지는 않겠지?"

[아자미]
"으악!?"

[오미]
"엇, 누구야, 넌?"

[아자미]
"나? 난 여기서 하숙하는――."

[오미]
"거짓말치지 마. 내가 여기 관리인이야."

[아자미]
"아~ 뭐야. 다 낡은 장에 무슨 관리인이 있냐고."

[오미]
"여명의 장이야. 멋대로 기어들어 온 불법 침입자주제에 건방지네. 경찰 부른다?"

[이즈미]
(연기할 때는 집중하지만, 자기 차례가 아닐 때는 멍하니 있어……)
네, 잠시 쉴게요. 15분 뒤에 다시 시작하자.

[오미]
알았어.

[아자미]
응.

[오미]
……후우.

[이즈미]
…….

[타이치]
감독 선생님, 잠깐 괜찮아여?

[이즈미]
?

-

[이즈미]
무슨 일이야?

[타이치]
오미 군 일로 상담할 게 있어서…….

[이즈미]
역시 타이치 군도 눈치채고 있었구나.

[타이치]
그저께는 먼저 잤는데, 어제는 불을 끈 뒤에도 오미 군이 뭔가 읽고 있는 듯한 소리가 났어여.
만두권 때가 생각나서……. 제가 주연을 맡고 조급한 마음에 밤늦게까지 대본을 읽었더니, 오미 군이 무리하지 말라고 마음을 써줬거든여.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말을 걸었더니, 대본이 아니라 일할 걸 가지고 온 거라고 했어여. 일에 관련된 거면 저는 해줄 말이 아무것도 없어서…….
그래도 너무 무리하는 건 안 좋다고 알고 있어여. 그런데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이즈미]
그렇구나…… 지금은 잠시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물론 나도 사쿄 씨도 주시하고 있지만, 같은 방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건 타이치 군이니까. 앞으로도 오미 군을 지켜봐 줄래?

[타이치]
그럼여!

[이즈미]
부탁할게.

-

[오미]
"……먹을래?"

[사쿄]
"뭐?"

[오미]
"그 검을 치워주면 줄게."

[사쿄]
"하지만 이런 정체 모를 것을……."

[오미]
"필요 없으면 이만 가줘."

[사쿄]
"큭…… 먹도록 하지."
"이런 맛이 나다니……! 온갖 재료가 어우러져 주장하면서도 절묘한 하모니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그야말로 최상의 조화……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봤어."

[오미]
"그냥 된장국――."

[사쿄]
후시미?

[오미]
――죄송해요.
"그냥 된장국 가지고 과장은."

[사쿄]
"좀 전의 무례를 사과하고 싶다. 미안했다."

[이즈미]
(오미 군, 역시 상태가 안 좋아 보여……)

-

[이즈미]
오늘 연락사항은 이게 끝이야.
그 외에 전달사항 있어?

[오미]
한마디 해도 될까―― 중간에 이상한 실수를 해서 미안해.

[반리]
아, 대사 날린 거?

[타이치]
그 정도는 신경 쓸 거 없어여.

[오미]
사과하는 의미로 오늘 된장국은 맛있게 만들어줄게.

[이즈미]
오미 군, 피곤해 보이는데 오늘 당번은 예정대로 내가 할까?

[오미]
아니, 내가 만들게 해줘.

[이즈미]
하지만…….

[오미]
된장국을 맛있게 만들고 개운해지고 싶어.

[이즈미]
(어쩐지 유독 매여있단 말이야……)

[사쿄]
……안 돼.

[오미]
네?

[사쿄]
후시미…… 네게 요리금지령을 선고한다.

[오미]
네……?

[타이치]
요리금지령!?

[쥬자]
뭐야 그게…….

[사쿄]
후시미가 일과 연습을 양립하느라 지쳐있는 건 일목요연하지. 그런데 저녁밥을 만들면 피로가 더 쌓일 뿐이야.

[오미]
아니, 그건…….

[사쿄]
말대답하지 마. 공연이 끝날 때까지 MANKAI 기숙사 부엌에 서는 걸 금지한다.

[오미]
잠깐만요――. 이번엔 요리도 역할 분석의 일환이에요. 저한테 요리는 부담된다기 보다 오히려 쉬는 거에 가깝고…….

[사쿄]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지? 마치 요리에 의존하는 것처럼.

[오미]
――.

[사쿄]
연기 실수는 연기에 제대로 집중해서 만회해.

[오미]
……알겠습니다.

후루이치 사쿄 [오늘 저녁밥은 각자 알아서 먹도록]

[반리]
빠르네. 벌써 LIME으로 통보했어.

[쥬자]
사쿄 씨, 진심이야.

[아자미]
밥 뭐 먹지…….

[오미]
…….

[이즈미]
(사쿄 씨, 진짜로 따끔하게 말했네……)
(확실히 이보다 더 오미 군의 부담이 느는 건 좋지 않지. 원인을 제거할 때까지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을지도)

[사무소 선배A]
후시미, 이 기재 차에 넣어둬.

[오미]
알겠습니다.

[사무소 선배B]
아, 그 전에 반사판 부탁해!

[오미]
네.

[사무소 선배B]
거기서 좀 더 위로―― 그래, 거기! 키 크니까 역시 좋네.

-

[사무소 선배A]
수고했어.

[오미]
고생하셨습니다.

[사무소 선배B]
오후도 있는데 괜찮겠어? 피곤하면 말해.

[오미]
지금은 괜찮아요.

[사무소 선배A]
체력 좋네~ 근성도 있고 흡수도 빠르고, 좋은 신입이 들어와서 다행이야.

[사무소 선배B]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마. 쓰러지면 다 소용없어.

[오미]
이번 공연 기간에 일을 쉬게 되니까요, 그만큼 지금 일하게 해주세요.

[사무소 선배A]
그러고 보니 주연 이랬던가?

[사무소 선배B]
기대할게, 힘내라.

[???]
수고했어~

[오미]
이마가와 선배?

[사무소 선배A]
어라? 무슨 일이야?

[이마가와]
아니~ 귀여운 후배를 괴롭히지는 않나 보러왔지…….

[사무소 선배B]
뭐라는 거야?

[오미]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사무소 선배A]
너한테 소개해달라고 하길 잘했어.

[이마가와]
그치, 그치? 저 녀석 사진뿐만 아니라 연기도 잘해.

[사무소 선배B]
아, 이번에 주연 한다던데.

[이마가와]
어? 진짜?

[오미]
괜찮으면 이마가와 선배도 보러 와주세요.

[이마가와]
당연히 가야지! 네 연기도 액션도 박력 있잖아, 기대되네.

[사무소 선배A]
그래서 진짜 그냥 보러 온 거야?

[사무소 선배B]
한가하네.

[이마가와]
아니야! 오미한테 볼일이 있어서.

[오미]
저한테요?

[이마가와]
이거, 이번 달도 부탁하고 싶어서.

[사무소 선배A]
그게 뭐야?

[오미]
비로드 잡지 앙케트예요.

[이마가와]
100명한테 답을 받아와야 하는데, 오미한테 부탁하면 극단원 24명의 답을 얻을 수 있어.

[사무소 선배A]
4분의 1이 극단원이면 너무 치우친 거 아냐?

[이마가와]
비로드 주민인 건 맞으니까 괜찮지 않아?

[사무소 선배B]
부려 먹는 거네~

[이마가와]
조그만 거지만 사례도 나온다고.

[오미]
뭐, 저도 앙케트 답변 보는 거 좋아하니까요.
(이번 테마는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인가. 이번 공연에서도 요리가 중요한 포인트니까 이 앙케트는 특히 답변이 기대되는걸)

-

[오미]
다녀왔어.

[나레이션]
"의외의 첫 번째 음식은――."

[게스트]
"만복정이에요. 매번 연습 끝나고 들르는 게 낙이라서――."

[타이치]
맛있겠다~!

[쥬자]
배고파.

[반리]
아까 막 먹었잖아.

[타이치]
앗, 오미 군 어서 와여!

[이즈미]
어서 와.

[오미]
다들 이번에도 한가할 때 앙케트에 협력해줄래?

[타이치]
좋아여. 이번 테마는 뭐예여?

[쥬자]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라…….

[아자미]
역시 돈가스인가?

[반리]
아까 티비에서 봤다고 그러냐?

[쥬자]
가장 맛있는 걸 고르라면 고민되는데.

[오미]
가장 맛있었던 게 아니라도 돼. 한 번 더 먹고 싶은 거라던가, 생각난 걸 써줘.

[타이치]
앗, 그럼 오미 군이 만든――.

[쥬자]
나도 오미 씨가 만들어 준――.

[반리]
오미 요리만 잔뜩 나오겠어.

[오미]
기쁘긴 한데, 조금 멋쩍으니까 가능하면 내가 만든 거 말고 다른 거를 적어줘.

[타이치]
괜히 더 어려워여~!

[아자미]
꽤 좁혀지겠는데…….

[오미]
앙케트 보수로 적어준 요리는 가능한 한 재현해서 저녁때 만들어 볼게.

[쥬자]
정말요?

[타이치]
의욕이 막 생겼어여!

[이즈미]
어느 가게 카레로 할까…….

[오미]
카레에 관한 건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기 힘들 것 같지만.

[사쿄]
직접 만들면 되잖아.

[이즈미]
그건 그래도요!

[쥬자]
식전에 푸딩 아라몬드…… 메인으로 초콜릿 파르페…….

[반리]
야, 적어도 다른 단원도 먹을 수 있는 걸로 해.

[쥬자]
시끄러. 쓰는 건 자유잖아.

[반리]
애초에 하나 적으라는데 풀코스 쓰는 건 치사하다고.

[쥬자]
일일이 훔쳐보지 마.

[이즈미]
자자, 둘 다 그만. 그냥 앙케트일 뿐이야.

[오미]
그렇지, 감독님. 전에도 말한 건데, 내일 밤부터는 늦어질 테니까 식사당번 부탁할게.

[이즈미]
응, 맡겨줘. 나치 씨네 부모님하고 식사한다고 했지?

[오미]
응, 이번 공연에도 초대할 거야.

[이즈미]
좋은 생각이야.
(나치 씨네 부모님께 이방인 이후로 오미 군의 주연을 보여드리는 거, 기대된다)

-

[나치 어머니]
후시미 군 입맛에 맞으면 좋을 텐데…….

[오미]
맛있어요.

[나치 어머니]
다행이네.

[나치 아버지]
일은 좀 어때? 익숙해질 때까지 힘들 텐데.

[오미]
그렇죠. 외워야 할 게 많아서―― 그래도 직장 사람들이 다들 친절해서 재미있어요.

[나치 아버지]
다행이구나.

[나치 어머니]
후시미 군이 이렇게 잘 커서 나치도 좋아할 거야. 보내준 포스터랑 사진도 항상 불단에 두고 나치에게 말해주고 있어.

[오미]
감사합니다.
――이 돼지고기 된장국 정말 맛있네요. 된장을 섞은 거죠? 적된장하고 백된장…… 인가요?

[나치 어머니]
시골 된장도 조금 넣었어. 우리는 항상 이렇게 먹거든.
나치가 채소는 잘 안 먹는데, 된장국을 이렇게 끓이면 잘 먹어줘서 한때는 매일 먹었지. 우리 둘 다 일 때문에 바빠서 집에 없을 때도 만들어두면 먹어줬는데…….

[오미]
(그렇구나. 이게 나치에게 어머니의 맛이라는 건가……)
(육수도 다르겠지. 우리 집 된장국 맛하고도 다르고, 역시 각자 가정의 맛이 있는 거야)
잘 먹었습니다.

[나치 어머니]
차린 것도 없는데.

[오미]
그렇지, 이번 공연에서 제가 주연을 맡게 됐어요. 꼭 초대하고 싶어요.

[나치 아버지]
주연이라니! 기대되는구나.

[나치 어머니]
저번 공연도 정말 멋있었어.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하렴.

[오미]
감사합니다.

-

[오미]
그럼 이제 그만 가볼게요.

[나치 아버지]
아, 잠깐 기다려라. 줄 게 있어.
이걸 가져가 주겠니?

[오미]
이건 나치의――.

[나치 아버지]
후시미 군이 가져주면 좋겠어.

[오미]
아뇨, 제가 이걸 받을 수는――.

[나치 아버지]
이 팔찌는 나치가 죽을 때 차고 있던 거야. 솔직히 이걸 보면 지금도 그때가 떠올라서…….
후시미 군이 가지고 있어 주면 나치도 좋아할 거다. 물론 네가 괜찮다면 말이지만.

[오미]
그런 거라면―― 제가 맡아두겠습니다.

[나치 아버지]
그리고 이 노트는 서랍 안쪽에 있던 거야.

[오미]
비밀……?

[나치 어머니]
어린애 같지? 내용을 보면 나치가 화낼 것 같아서 계속 안 봤는데…….
저번에 청소하다 실수로 떨어뜨려서 보게 됐어.

[나치 아버지]
펼쳐봐라.

[오미]
……. (호흡법…… 발음 연습…… 연기에 대해서…… 빈틈없이 쓰여있어)

[나치 아버지]
그 녀석 나름대로 배우가 되기 위해 공부했던 것 같아. 기본적인 것뿐이라 지금 후시미 군에게는 도움이 안 되겠지만…….
괜찮으면 가져가 줘.

[오미]
(내용보다도…… 여기에는 나치의 연기를 향한 열의와 희망이 담겨있어)
……잘 보겠습니다.

[나치 아버지]
고맙구나.

-

[오미]
……. (그 녀석, 이런 공부를 하고 있었다니 전혀 몰랐어. 수업 노트 같은 건 한 번도 쓴 적 없다고 웃었는데…… 그 녀석 나름대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했구나)
(이 페이지가 끝인가……)
응? ――.
'볼프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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