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치]
아~ 막공까지 다 끝났네여~

[오미]
항상 그렇지만, 내일 또 할 것 같은 기분이야.

[아자미]
더 하고 싶어.

[반리]
끝나는 게 아쉽지.

[사쿄]
뭐, 어쨌든 무사히 완주해서 다행이다.

[카부토]
실례한다.

[타이치]
어!?

[사쿄]
초대했었어?

[반리]
왜 들어왔는데!?

[카부토]
그쪽 감독님께 허가는 받았어.
효도 쥬자.

[쥬자]
?

[카부토]
……너, 5월부터 7월까지 시간 낼 수 있나?

[반리]
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카부토]
걱정 안 해도 네가 할 역할은 이미 빼놨어.

[반리]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카부토]
우리도 주력 배우가 계속 퇴단해서 인재부족이야.

[반리]
그렇다고――.

[카부토]
그쪽 극단이 내게 빚을 졌다는 거, 잊지는 않았겠지?

[사쿄]
야쿠자 같은 말투로군.

[타이치]
사쿄 형한테 그런 말 들으면 끝이에여!

[카부토]
뭐, 정식 오퍼는 다음에 다시 넣지.
셋츠 반리, 너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군. 좀 재밌어 졌는데.

[반리]
거 고맙네.

[카부토]
그럼 간다.

[쥬자]
…….

[카부토]
너같이 무대 위에 서는 각오가 보이는 배우는 싫지 않아.

[쥬자]
감사함다.
……그런데 방금 누구야?

[반리]
그것도 모르면서 감사하다고 했냐!!

[사쿄]
저게 극단 백화의 아마다테 카부토다.

[쥬자]
저 사람이…….

-

[아자미]
또 갚싼곳을 고르다니.

[반리]
만두권 때는 그렇다 쳐도, 이번 공연 테마랑은 전혀 상관없잖아.

[사쿄]
시끄럽다. 비싼 곳에서 끝없이 들어가는 네놈들 위장을 채우면 쓸데없이 돈만 나갈 뿐이야.

[타이치]
쓸데없다고 했어여……!

[아자미]
칭찬해줄 생각이 없다니까.

[오미]
일단 적당히 주문할까?

[이즈미]
그러자. 사쿄 씨, 소흥주 마실 거예요?

[사쿄]
그래.

[오미]
그때는 전원 빨리 성장하라고 했었죠.

[반리]
오늘은 나랑 효도도 마실 수 있어.

[사쿄]
효도는 단 술 아니면 아직 못 마시잖아.

[쥬자]
예.

-

[이즈미]
이번에는 쥬자 군하고 아자미 군의 형제 관계 변화가 좋았어~

[오미]
평소의 쥬자와 쿠몬을 알고 있으니까, 괜히 더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어.

[아자미]
쥬자 씨 리퀘스트인 정반대라는 게 가장 잘 나왔다고 생각해.

[사쿄]
감옥이 테마인 것도 빛을 상징적으로 쓸 수 있어서 좋았어.

[반리]
이번에 아카시 씨가 일을 잘 해줬지~

[타이치]
마지막에 아침 해도 진짜 예뻤어여!

[점원]
추가로 주문할 것 있으신가요?

[쥬자]
……과실주 더 주세요.

[점원]
알겠습니다.

[아자미]
쥬자 씨 조명 공포증도 완전히 극복해서 다행이야.

[쥬자]
응. 마법의 브러쉬 덕분이야. 쿠몬에 이어서 나까지 도와줘서, 머리를 못 들겠군.

[아자미]
언젠가 또 무대가 무서워지는 일이 있으면 그 브러쉬를 써줄게. 옵션 금액 받을 거지만.

[쥬자]
쿠몬은 정말 좋은 친구를 사귀었어. 앞으로도 그 녀석의 친구로 있어줘.

[아자미]
뭐야, 갑자기……. 뭐, 그런 말 안 해도 그럴 거지만.

[쥬자]
아자미는 정말로 대단해. 이번 연기도 최고였고, 그리고 메이크업까지 할 수 있다니. 보통 재능이 아니야.

[아자미]
아니, 그렇게까지?

[쥬자]
배우와 메이크업, 전혀 다른 분야에서 성공하다니 아자미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아자미는 천재야. 인간 국보야.

[아자미]
쥬자 씨, 괜찮아……?
아니, 혹시 이 술, 혼자서 다 마셨어?

[쥬자]
감독님도 대단해. 이렇게 개성이 다른 극단원을 하나로 모아서 이끌어 나가다니, 동물원의 원장님처럼 대단해.

[이즈미]
그, 그래?

[쥬자]
사쿄 씨는 돈의 망령 같아. 대단해. 사쿄 씨가 없으면 극단은 길바닥에 앉았을 거야.

[사쿄]
야, 그거 칭찬 맞지?

[쥬자]
오미 씨는 요리가 대단해. 연기도 할 수 있는데 요리도 할 수 있다니, 정말이지 만능이야.

[오미]
고마워.

[쥬자]
타이치는 존재가 대단해. 타이치가 있는 것 만으로 그 자리 분위기가 밝아져. 인간 조명 같아.

[타이치]
고, 고마워여?

[이즈미]
쥬자 군이 왜 저러지? 좀 이상하지 않아?

[아자미]
취한 것 같은데.

[쥬자]
셋츠는…….

[반리]
뭐~? 칭찬할 거면 어디 해봐.

[쥬자]
셋츠는 여러 가지 재능이 있지만, 연기에 눈을 뜬 후의 성장이 눈부셔.

[반리]
기분 나쁘게…….

[쥬자]
하지만 잘난 척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반리]
야, 칭찬하는 거 아니었어!?

[쥬자]
그래도 연출 조수로서는 유능해. 경험을 쌓으면 능력 있는 사람이 될 거야.
하지만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반리]
칭찬하든 욕하든 하나만 해라!

[아자미]
취하면 솔직해지는 건가?

[사쿄]
역시 그런 것 같군.

[이즈미]
역시요?

[사쿄]
저번에 둘이서 마셨을 때 그런 것 같아 보였거든.

[타이치]
반 쨩, 칭찬받을 때 더 데미지 받고 있어여.

[오미]
신선한 광경이야.

'사우스힐 프리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우스힐 프리즌 제10화  (2) 2022.01.06
사우스힐 프리즌 제9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8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7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6화  (0) 2022.01.04

[쇼]
"네. 네, 본인입니다. 네? 렌이 죽어요?"
"아, 아뇨. 맡길게요. 유품은 전부 처분해주세요. 상관없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 녀석, 죽었나. 곱게 죽지는 못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결국 담장 안에서 죽을 줄이야. 그 녀석 답네."
"마지막으로 만난 게…… 생각 안 나는군. 10년쯤 전이었나? 제대로 된 얘기도 안 했던 것 같은데."
"죽었다고 해도 실감은 안 나네……. 뭐, 절연상태니까 당연한가."

[렌]
"여전히 짜증 날 정도로 박정한 형이야."

[쇼]
"――."

[렌]
"허, 동생 얼굴도 까먹었어? 대단하네."

[쇼]
"환영을 볼 정도로 깊은 사이는 아니었을 텐데."

[렌]
"아쉽게 됐네. 환영이 아니라서."

[쇼]
"너, 죽은 거 아니었어?"

[렌]
"죽었는데? 아마도. 그 증거로 봐, 거울에도 안 비치잖아."

[쇼]
"유령인가. 뭐든 상관없으니까 가라. 난 딱히 너한테 볼일 없어."

[렌]
"나도 형 얼굴 같은 거 기분 나빠서 보기 싫은데, 이상하게 형한테서 떨어질 수가 없어."

[쇼]
"귀찮게."

[렌]
"동감."

[이즈미]
(동생을 향한 애정이 전혀 없는 험악한 분위기……. 평소의 쥬자 군을 아니까 갭이 굉장해. 정반대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쥬자 군의 각오가 전해져)

-

[쿠몬]
(우와~ 형 진짜 멋있는데, 저렇게 대하면 나라면 울 거야……)

-

[쇼]
"아직 안 사라졌나."

[렌]
"아쉽게 됐네~"

[쇼]
"너, 심야에 쓰레기장에서 죽었다며? 왜 그런 이상한 데서 죽은 거냐."

[렌]
"기억 안 나."

[쇼]
"그것만 알면 유령이 된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렌]
"아무 기억도 안 나. 살아있을 때 기억은 단편적으로밖에 안 떠올라."

[쇼]
"쓸모없기는……."

[렌]
"뭐, 포기해. 친하게 지내자고, 형."

[쇼]
"웃기지 마. 누가――."

[부하]
"보스? 누구랑 얘기하고 계심까?"

[쇼]
"아무것도 아니다. 칫, 이대로면 머리가 이상해지겠어."

[부하]
"무슨 일임까? 별일이네요."

[쇼]
"너, 죽은 놈이 유령이 되는 건 왜라고 생각하냐?"

[부하]
"유령!? 보스, 그런 거 믿어요?"

[쇼]
"잊어버려."

[부하]
"유령은 살아있을 적에 못 이룬 게 있는 거라고 전에 영화에서 봤슴다."

[쇼]
"……저번에 그 안건, 경찰이 냄새를 맡았다고 했지?"

[부하]
"아~ 네. 그래서 전에 했던 대로 대역을 세워서――."

[쇼]
"내가 자수한다."

[부하]
"네!?"

-

[이즈미]
(렌을 성불시키기 위해서 렌이 죽은 사우스힐 프리즌에 스스로 수감되는 쇼……)

[렌]
"설마 여기로 돌아올 줄이야. 사우스힐 프리즌. 그리운 우리 집."

[쇼]
"그거 잘됐군. 네가 못 이룬 거 라는 걸 찾아서 빨리 사라지기나 해."

-

[쇼]
"기억은 어느 정도 나지?"

[렌]
"뭐, 나름은? 아, 저놈은 기억나. 더글라스야. 친했어."

[쇼]
"더글라스."

[더글라스]
"응? 신입인가?"

[쇼]
"렌을 알고 있나?"

[더글라스]
"렌?"

[쇼]
"내 동생이다."

[더글라스]
"너, 렌네 형이야? 그러고 보니 형이 한 명 있다고 했었지."

[쇼]
"쇼다. 잘 부탁하지."

[더글라스]
"그래. 렌 일은 아쉽게 됐어. 갑작스러워서 나도 놀랐어."

[쇼]
"사실은 렌의 죽음을 조사하고 있어. 협력해주겠어?"

[더글라스]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쇼]
"아니, 좀 이상한 데서 죽었으니까 신경 쓰여서."

[더글라스]
"알았어. 뭐든 말만 해."

[이즈미]
(어두컴컴한 감옥 분위기를 조명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 쥬자 군이 조명에 가지는 공포심이 누그러지도록, 아카시 군이 신경 써주고 있는 거겠지)

-

[쇼]
"대학 갈 돈까지 모아줬는데 쓸데없이 갱의 똘마니 같은 게 돼서는."

[렌]
"자기도 더러운 일 하면서, 말은 잘해."

[쇼]
"난 괜찮아. 넌 진짜 예전부터 남의 말을 안 들었지."

[렌]
"형도 똑같잖아."

[레나르트]
"혼잣말이 크군. 이번 신입은 이상한 놈이 들어왔어."

[데이비드]
"독방에 넣는 게 나은 거 아냐?"

[더글라스]
"레나르트와 데이비드다. 죄수들을 통솔하고 있지. 원하는 게 있으면 저 둘에게 말하는 게 빨라. 물건이든 정보든 말이야."

[쇼]
"호오."

[더글라스]
"뭐, 찍히지 않게 얌전히 있는 게 가장 좋지만."

[레나르트]
"미겔, 빨래해두라고 했을 텐데?"

[미겔]
"앗―― 미안해!"

[데이비드]
"미겔~ 이것도 부탁한다~?"

[미겔]
"으앗――."

[쇼]
"저건?"

[더글라스]
"돈 대신 노동력으로 거래한거 아냐?"

[레나르트]
"어이, 미겔."

[쇼]
"지나쳐."

[데이비드]
"뭐?"

[렌]
"아~ 얌전히 있으라고 말했는데. 진짜 남의 말은 안 듣는다니까, 형은."

[쇼]
"시끄러워."

[레나르트]
"뭐냐? 신입. 불만이라도 있어?"

[쇼]
"지나치다고 했잖아."

[데이비드]
"그렇다는데, 미겔. 어때? 거래 끝낼까?"

[미겔]
"아, 아니, 난 괜찮아!"

[레나르트]
"그렇다는군. 나가는 문은 저쪽이다. 신입."

[데이비드]
"여기서 잘 지내고 싶으면 룰을 따라."

[쇼]
"빌어먹을."

[더글라스]
"……훗."

[쇼]
"뭐야."

[더글라스]
"아니, 렌네 형이 맞구나 싶어서."

-

[이즈미]
(쇼는 레나르트 일행에게 반항한 게 원인이 되어 죄수들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쇼]
"무슨 일이지?"

[죄수A]
"아니, 신입에게 이곳의 방식을 알려줘야지 않겠어?"

[죄수B]
"야, 너무 건방지게 굴어서 좋을 거 없다?"

[죄수C]
"그래, 사이 좋게 지내자고!"

[쇼]
"――윽, 사이 좋다는 게 꽤나 거칠군."

[죄수A]
"이것도 여기 방식이라는 거지!"

[쇼]
"――칫."

[죄수B]
"큭――."

[죄수C]
"크억."

[쇼]
"나도 얕보였군."

[죄수A]
"젠장――."
"으악!? 유리가 왜―― 악."

[렌]
"형은 방어가 약해."

[쇼]
"저 유리를 깬 게 너야? 저건 누가 치우는데. 정말이지."

[렌]
"도와줬는데 말투 봐라."

-

[죄수D]
"신입이 레나르트한테 반항했다며?"

[죄수E]
"대항세력을 모으겠지. 나도 앞에 설 거다."

[쇼]
"무슨 얘기지?"

[더글라스]
"어느새 네가 레나르트의 대항 세력 리더가 된 모양인데. 참고로 참모는 나야."

[쇼]
"왜 그렇게…… 아니, 됐나. 머리를 제압하는 게 빠른 길이지."

[더글라스]
"형님은 렌보다 더 혈기왕성한걸."

[렌]
"그렇지. 난 귀여운 수준이라니까?"

[쇼]
"시끄러워."

[더글라스]
"하하, 미안해."

[미겔]
"쇼, 저번엔 고마워! 난 레나르트도 데이비드도 무섭지만 쇼의 팀에 들어갈게!"

[쇼]
"팀……."

[더글라스]
"순조롭게 조직화하고 있는 걸."

-

[이즈미]
(의도한 건 아니지만 레나르트 일행의 대항 세력을 조직하게 된 쇼는, 이윽고 레나르트 일행과 전면 대결을 펼치는 날을 맞이한다……)

[레나르트]
"이런 소란을 일으키면서까지 하극상인가? 징벌방에 가게 될 거다."

[쇼]
"알고 싶은 게 좀 있어서 말이야."

[레나르트]
"그냥 물어보면 될 텐데."

[쇼]
"거래하게 되면 뭘 요구할지 모르는 거니까."

[레나르트]
"그렇군, 머리는 좀 굴린다는 건가."

[데이비드]
"그나저나 꽤 과격한 신입이 들어왔네."

[죄인A]
"건방지다고! 레나르트 씨를 거역하면 어떻게 되는지 깨닫게 해주지!"

[죄인D]
"네 녀석들은 전부터 짜증 났어! 잘난 척이나 하고!"

[더글라스]
"뭐, 가끔은 이런 축제도 좋지."

[미겔]
"나, 나도 싸울 수 있어!"

[렌]
"형!"

[죄인A]
"으악! 또 유리가!?"

[렌]
"방어가 약하다고 했잖아. 그나저나 내가 형을 도와주다니, 신선한데~"

[쇼]
"뭐야!? 히죽거리지 마. 누구 탓에 이렇게 됐는데."

[렌]
"아무리 생각해봐도 형 탓인데."

[더글라스]
"곧 교도관이 눈치채고 올 거야."

[쇼]
"단숨에 정리한다. 렌, 형광등 깨버려."

[렌]
"막 명령하지 마!"

[레나르트]
"――윽."

[쇼]
"움직이지 마."

[레나르트]
"――어느새."

[쇼]
"전원 움직이지 마. 머리가 내 손에 있다."

[데이비드]
"레나르트!?"

[레나르트]
"신입의 말을 들어라."

[교도관]
"뭐 하는 짓들이야! 전원 정렬해!"

[이즈미]
(쇼와 렌 사이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어. 쥬자 군도 아자미 군도 감정의 흐름을 잘 표현하고 있어)

-

[레나르트]
"……그래서? 알고 싶은 게 뭐지?"

[쇼]
"의외로 얘기가 통하는군."

[레나르트]
"뭐, 그런 것도 가끔은 나쁘지 않지. 한 김 빼는데 딱이니까."

[데이비드]
"빨리 용건이나 말해."

[더글라스]
"열받아 보이네. 진 게 그렇게 분해?"

[레나르트]
"저 녀석은 지는 걸 싫어하니까."

[쇼]
"동생인 렌에 대해 알고 싶다. 아는 건 뭐든 좋으니 말해줘."

[레나르트]
"네가 렌의 형인가."

[데이비드]
"안 닮았네."

[쇼]
"아버지가 달라."

[데이비드]
"렌이 몇 개 조달의뢰를 하긴 했는데……."

[레나르트]
"말해도 상관없잖아."

[데이비드]
"그 녀석, 탈옥을 계획하고 있었어."

[쇼]
"탈옥?"

[레나르트]
"더글라스, 들은 적 없나?"

[더글라스]
"아니, 없어."

[레나르트]
"부탁한 물건이 물건이어서. 물어보니 쉽게 자백하더군."

[데이비드]
"제법 기개 있는 놈이라 기대했었는데 말이야."

[쇼]
"너도 탈옥할 생각이었나?"

[데이비드]
"아버지가 입원해있어. 얼마 남지 않았다더군."

[쇼]
"탈옥이라…… 렌이 부탁한 것과 같은 걸 준비해줘. 그 녀석이 어떻게 탈옥하려고 했는지 생각해봐야겠어."

[더글라스]
"그럼 나도 조금 협력할 수 있을 것 같아."
"전에 탈옥 얘기를 한 적이 있어. 그런데 진짜로 계획하고 있었다면 말해주면 좋았을 텐데. 그럼 나도――."

[쇼]
"나가고 싶은 거야?"

[더글라스]
"나는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가망이 없어서. 죽는다면 담장 밖에서 죽고 싶어."

[쇼]
"그럼 같이 나가자."

[더글라스]
"가볍게 말하네."

[렌]
"그런 놈이니까, 형은."

[쇼]
"렌, 탈옥에 관한 기억은?"

[렌]
"하나도 없어."

[쇼]
"탈옥하려고 한 이유도 짐작 가는 게 없나?"

[렌]
"없어."

[이즈미]
(레나르트와 데이비드가 준 정보를 시작으로 렌의 탈옥 계획에 대해 알아보는 쇼……)

-

[쇼]
"어딘가 렌이 자주 가 있었던 곳은 없나? 구멍을 팠다면 시간이 꽤 걸렸을 텐데."

[더글라스]
"자주 가있었던…… 그러고 보니 운동장 구석에서 항상 책을 읽었어."
"이 주변이야."

[쇼]
"……있다! 구멍이야."

[더글라스]
"렌 녀석, 계속 이걸 파고 있었구나……."

[쇼]
"이제 언제 나갈지만 남았군."

[데이비드]
"야근하는 교도관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져. 신입 때가 가장 쉬워."

[더글라스]
"교도관 근무표는 내가 알아."

[쇼]
"그런 걸 어떻게――."

[더글라스]
"응?"

[쇼]
"아니, 아무것도 아냐."

-

[렌]
"저기, 난 왜 탈옥하려고 했을까?"

[쇼]
"내일 탈옥하고 생각해내."

[렌]
"그러고 보니까~"

[쇼]
"시끄러워. 난 이제 잘 거야."

[렌]
"아, 그래. 난 한가한데."

[쇼]
"이 자식……."

[렌]
"미리 말하는데, 유령은 만질 수 없어."

[쇼]
"내일 반드시 사라지게 해주지."

[렌]
"형이랑 마지막으로 치고받고 싸운 게 언제였더라."

[쇼]
"네가 돈 빌리러 돌아왔을 때잖아."

[렌]
"그런 일이 있었나."

[쇼]
"내가 승진했을 때를 노리고 왔었지."

[렌]
"아…… 나, 탈옥하고 형한테 돈 빌리러 가려고 했을지도."

[쇼]
"그랬으면 내가 널 패 죽였을 거야."

[렌]
"하하, 그렇게 죽었으면 유령이 되지도 않았을 텐데."
"생각해보면 형이랑 이렇게 오래 같이 있는 거, 시설에 있을 때 이후로 처음이네."

[쇼]
"그러게. 그때는 너도 아직 귀여웠는데."

[렌]
"형이 나보고 귀엽다니, 기분 나빠."

[쇼]
"건방지게 커버렸어."

[이즈미]
(둘 사이의 분위기가 서두와는 전혀 달라졌어. 언젠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이좋은 형제의 모습을 방불케 해……)
(결별하고 렌이 죽은 지금 상황에서는, 그 사실이 애달프게 다가와)

-

[쇼]
"가자."

[데이비드]
"기다려, 교도관이 지나갈 거야."

[교도관A]
"187번?"

[렌]
"내 번호다."

[교도관B]
"저번에 죽은 놈이야. 탈옥을 계획했던 거 같아. 실행하기 전에 죽어서 어느정도 계획이 진행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을 위해 수상한 흔적이 없나 주의하도록."

[교도관A]
"네."

[쇼]
"어떻게 된 거지? 렌의 계획을 교도관이 알고 있었다고?"

[데이비드]
"나와 레나르트는 흘린 적 없어. 득 볼게 하나도 없잖아."

[쇼]
"그럼 누군가 다른 사람이 밀고했다는 건가?"

[데이비드]
"그런데 우리 외에 누가……."

[쇼]
"더글라스, 교도관의 근무표를 어떻게 알고 있지?"

[더글라스]
"어?"

[쇼]
"일반 죄수가 알만한 정보가 아니야."

[더글라스]
"그건…… 청소할 때 우연히 봐서……."

[데이비드]
"교도관 근무표를 훔쳐볼 수 있을만한 청소 장소는 모르겠는데."

[쇼]
"렌을 밀고한 게 너냐?"
"교도관이 죄수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내통자를 고용하는 일이 있지. 감형을 조건으로 걸면 거절하지도 않겠고."

[더글라스]
"――."

[교도관C]
"진짜, 재수도 없지."

[데이비드]
"저놈은 왜 남아있어? 오늘 야근하는 건 신입일 텐데…… 큰일 났군. 저 녀석, 이쪽 흡연실로 온다."
"설마 더글라스, 너 우리를 속인 거냐?"

[더글라스]
"아니야!"

[교도관D]
"죄송합니다! 교대할게요!"

[교도관C]
"늦었어. 신입 주제에."

[교도관D]
"죄송합니다!"

[쇼]
"아무래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더글라스]
"……미안해. 나는――."

[쇼]
"가자. 얘기는 나중에 해."

-

[더글라스]
"렌이 없어진 걸 가장 먼저 눈치챈 건 나야. 탈옥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어. 그 녀석에게 탈옥 계획을 얘기한 건 나였으니까. 나갈 때는 같이 가기로 약속했는데."
"그런데 두고 갔으니, 배신당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교도관에게 밀고했지. 하지만 설마 그 녀석이 죽을 줄은 몰랐어. 전부 내 탓이야. 정말로 미안해."

[쇼]
"렌이 죽은 건 교도관 탓이 아니야. 교도관이 렌을 발견한 건 죽은 다음이다."
"그렇지 않으면 탈옥하려 했던 흔적을 이미 찾아냈겠지. 그 녀석은 제멋대로 죽은 거야. 더글라스, 네 탓이 아니다."

[더글라스]
"정말이야……?"

[쇼]
"그래. 렌이 이루지 못한 걸, 대신해줘야지."

[렌]
"내가 혼자서 탈옥했다고……? 더글라스를 두고……?"

-

[더글라스]
"구멍의 출구는 여기, 쓰레기장이야."

[쇼]
"그래서 렌은 여기서 죽은 건가."

[데이비드]
"야, 이건 뭐야?"

[더글라스]
"편지……?"
"쇼한테 쓴 거야."

[데이비드]
"보냈으면 됐을 텐데."

[렌]
"주소 몰라."

[쇼]
"렌하고는 절연 상태였어. 주소를 알려준 적도 없고."
"이런 편지…… 늦었다고. 멍청이가."

[렌]
"형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은데."

[이즈미]
(담장 위에 걸려있던 편지…… 렌은 그 편지를 집으려다 발이 미끄러져서 죽은 거였어)

[쇼]
"너희는 이제 어떡할 거지?"

[데이비드]
"나는 아버지 병원으로 갈거야."

[더글라스]
"난 되도록 멀리, 갈 수 있는 곳까지 갈 생각이야. 쇼는?"

[쇼]
"어머니 성묘에 갈거야. 여기서 헤어져야겠군."

[데이비드]
"잡히지 마라."

[쇼]
"너도."

[더글라스]
"고마워. 쇼. 너희 형제를 만나서 다행이야."

[쇼]
"렌과, 그 멍청이와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

-

[쇼]
"어머니 성묘를 둘이 같이 오다니, 처음 아니냐?"

[렌]
"그러네."

[쇼]
"여기에 편지를 두려고 한 건가."

[렌]
"응. 그럼 아무리 박정한 형이라도 언젠가 보겠지."

[쇼]
"더 빨리 만나러 가면 좋았을 것을. 전부 늦어버렸어."

[렌]
"둘이 똑같지 뭐."

[쇼]
"미안하다, 렌."

[렌]
"형이 사과하는 거, 처음이네."

[쇼]
"무슨 소리야, 나도 사과 정도는――. 야, 렌. 너 몸이――."

[렌]
"아, 이제 시간 다 됐나 봐. 그럼 안녕, 형."

[쇼]
"마지막까지 제멋대로인 동생이군."

[이즈미]
(렌의 머리 위로 눈부신 햇살이 조그맣게 비쳐들고, 동시에 그 모습이 사라진다……)

[렌]
"편지에는 뭘 써야 하더라. 뭐, 상관없나. 오랜만이야. 또 승진해서 보스가 됐다며?"
"형은 진짜 마피아 잘 어울린다니까. 나는 별로였지만. 형제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아니, 이걸 쓰려던 게 아닌데. 무슨 말이 하고 싶었냐면, 난 형한테 고마워하고 있어."
"얼굴 보고 얘기하면 어차피 또 싸우게 될 테니까 편지로 썼어."
"그런데 주소를 모르니까 어떻게 줘야 하나 했는데, 어머니한테 맞기면 된다는 게 생각났어. 형도 성묘 정도는 하지?"
"솔직히 어머니가 죽고 나서 나한테 형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고 짜증 나기만 했어. 형만 없었으면 내 인생도 좀 더 나았을 텐데 생각했을 정도로."
"그래도 형이 나를 많이 위해줬다는 걸 지금은 알게 됐어. 나도 성장했지? 지금까지는 혀가 잘려도 말 안 했을 텐데."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 여기에 들어온 덕분이야. 더글라스라는 놈이 있는데, 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좋은 놈이야. 이번에 탈옥 계획을 생각한 것도 그놈이고."
"사실은 같이 탈옥할 계획이었는데, 내가 한번 나가보고 안전한 걸 확인한 다음에 하는 게 확실할 것 같아서."
"난 이 편지를 두고 사우스힐 프리즌으로 돌아갈 거야. 다음에 만나는 건 형기가 끝난 다음이겠네."
"만약에 형이 그럴 마음이 있으면, 이지만. 그럼 또 보자, 형."
"렌이. 사랑하는 망할 형에게."

[이즈미]
(조그맣던 빛줄기가 점점 커지고, 쇼의 전신을 감싼다……)

[쇼]
――.

[이즈미]
(아침 해가 떠올라……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뜬 쥬자 군의 표정에는, 드디어 어둠에서 빠져나온 듯한 후련함과 후회가 번지고 있어)
(눈앞에 떠오르는 빛 알갱이를 조명이 비추며, 종막……)
(빛을 받는 쥬자 군의 모습이 멋있어. 무대 위에서 빛을 받는 날을 오랫동안 바라온 쥬자 군이니까, 이렇게 멋있게 빛날 수 있는 거야)

-

[쥬자]
감사합니다!

[아자미]
감사합니다.

-

[아카시]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야……. 쥬자 씨, 전보다 훨씬 기쁘게 빛나고 있어요.

-

[쿠몬]
형!

[쥬자]
!?

[쿠몬]
형…… 고생했어.

[쥬자]
고마워. 네가 없었으면, 나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쿠몬]
아니야, 전부 형의 힘이야. 내일부터도 힘내! 그럼 방해되지 않게 난 가볼게!

[사쿄]
갑자기 와서 갑자기 가버리는군.

[반리]
조금 전까지 객석에서 보고 있던 거 아니냐고.

[타이치]
재빠르네여.

[오미]
걱정돼서 가만히 있지 못했던 거겠지.

[아자미]
누가 형인지 모르겠는데.

[쥬자]
……그래. 저 녀석은, 나 같은 것 보다 훨씬 강해.

'사우스힐 프리즌' 카테고리의 다른 글

Honest Liqueur EP  (0) 2022.01.06
사우스힐 프리즌 제9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8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7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6화  (0) 2022.01.04

[쥬자]
"네. 네, 본인입니다. 네? 렌이 죽어요?"
"아, 아뇨. 맡길게요. 유품은 전부 처분해주세요. 상관없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이즈미]
(어떻게 되려나 걱정했는데, 예정대로 연습을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쥬자 군도 상태를 회복한 것 같고, 이제 걱정할 것 없겠어)
(그 일인극 후에 쥬자 군의 각본 리퀘스트가 정해져서 준비가 단숨에 진행됐지. 이야기 라스트에 눈부신 빛을 느끼는 새벽 신을 넣자는 쥬자 군다운 리퀘스트)
(빛을 강조하기 위해서 라스트까지 전체적으로 어두침침한 곳을 무대로 하기로 해서 '감옥'으로 정해졌어)
(그리고 동시에 쥬자 군이 빛을 다시 무섭게 느끼더라도 괜찮도록, 무대에서 절대 혼자가 되지 않게 구성돼있어)

[아자미]
"여전히 짜증 날 정도로 박정한 형이야."

[쥬자]
"――."

[아자미]
"허, 동생 얼굴도 까먹었어? 대단하네."

[이즈미]
(이세계 식당에 이어서 이번에도 아자미 군이 쥬자 군 동생 역할이지만, 이번에는 절연한 후에 사별한 동생이 유령으로 나오는 무거운 설정이야)
(쥬자 군에게는 연기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의 인생을 긍정하는 데 필요한 스텝이라고 했지. 이번 역할이 또 쥬자 군의 배우 인생에서 중요한 한걸음이 되면 좋겠다)
(실제로 연습하면서도 쥬자 군의 성장이 느껴져…… 전에는 자기 역할에 관한 장면은 적극적으로 의논해도 전체적으로는 다소 소극적이었는데)
(자기 감성이나 의견에 자신감이 없어서였을 테지만,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전체적으로도 의견을 내고 주장하게 됐어)
(쥬자 군도 자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

[이즈미]
질문은 이걸로 끝이야?

[쥬자]
예.

[이즈미]
수고했어.

[쥬자]
수고했슴다.

[이즈미]
그러고 보니 쥬자 군. 요즘에는 전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게 됐네.
다른 멤버의 역할 해석 같은 거, 밀어붙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기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잖아.

[쥬자]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아……. 의식해서 한 건 아닌데……. 아마도 전보다 내 감각을 믿게 돼서 그런 것 같아.
저번에 내가 중3 때 쓴 작문을 오랜만에 다시 봤어. 내용을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순수하게 감동했어.
그 시절의 마음을 잊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그런 표현을 쓸 수 있었다는 건 잊어버리고 있었으니까. 조금 다시 봤어.
그 글을 토대로 해서 일인극 각본도 완성할 수 있었고.
글 같은 건 못쓴다고 생각했는데, 츠즈루 씨가 글 쓰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고, 앞으로는 일기를 써보려고 해.
좀 더, 내 안에 잠들어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즈미]
괜찮네. 분명 쥬자 군 자신이 효도 쥬자라는 배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

[이즈미]
(분명 앞으로 올 미래에는 쥬자 군이 좀 더 배우로서 자기 장점을 이해하고 갈고닦아가겠지. 그렇게 배우로서 끊임없이 성장해갈 거야)

-

[쥬자]
……. (조급하게 굴 때는 길게 느껴졌는데, 연습이 시작되고 첫날까지는 순식간처럼 느껴져)
(괜찮아. 나는 이제 괜찮아……)

[관객A]
기대돼~

[관객B]
오랜만에 쥬자 군이 주연이라 힘내서 티켓 잡았어!

[쥬자]
――. (관객들이 기대해주고 있어. 스태프를 포함해서 모두의 노력이 오늘, 이 순간에 하나의 무대로서 완성되는 거야)

-

[배우A]
"너도 죽으러 왔나, 유우론."

[쥬자]
"친한 척 이름 부르지 마!"

-

[쥬자]
――.

[아자미]
……역시 안색 안 좋네.
나는 유령 역할이니까 일부러 창백하게 했는데, 쥬자 씨가 그러면 차이가 안 나잖아.

[쥬자]
미, 미안해.

[아자미]
아, 그렇다고 뺨 때리지 마. 붓겠다.
숙이고 잠깐 가만히 좀 있어 봐.

[쥬자]
?

[아자미]
이거…… 마법의 브러쉬. 전에 그쪽 동생도 썼던 거야. 특별히 써줄게.
……됐다. 그쪽 동생은 이걸로 괜찮았어. 그쪽도 이제 괜찮아.

[쥬자]
……고마워. 그때도, 지금도.

[아자미]
어. 그런데 고맙단 말은 필요 없는데.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그때도, 지금도.

[쥬자]
…….

-

[사쿄]
원진 짜자.

[쥬자]
예.
이번에도 모두에게 여러 가지로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
아직 완전히 공포심이 없어진 건 아니지만……. 가을조 모두와 함께라면 분명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거야.

[반리]
야. 새겨들어, 발연기. 너 하나 실수한다고 이 무대가 잘못되는 일은 없어. 그렇게 어설프지 않다고. 깔보지 마.

[사쿄]
우리는 이제 창단공연 때의 우리가 아니다. 만약에 네가 실수한다면, 그때의 빚을 이자까지 붙여서 제대로 갚아주지.

[오미]
전력으로 서포트할게. 넌 혼자가 아니야.

[타이치]
무슨 일이 벌어지든 이어 나갈게여!

[아자미]
뭐, 난 유령이니까 말 그대로 계속 씌어있을 거야.

[쥬자]
다들…… 고마워.

[사쿄]
아, 그렇지. 유조 아저씨가 그러더군. 저번 객연 무대 첫날에 효도가 평소보다 더 긴장해 있어서 큰 소리를 내게 했더니 조금 나아졌다고 말이야.
이번에도 긴장해 있으면 시켜보라고 하던데.

[쥬자]
아니, 하지만…… 지금은 벌써 객석에 관객도 들어왔고, 혼날 것 같은데…….

[반리]
나도 저번에 혼났어~ 자잘한 거 신경 쓰지 마. 아니면 목소리도 안 나올 정도로 쫄았냐?

[쥬자]
뭐야?
――가을조! 가자!!

[아자미]
오!

[타이치]
오오~!

[오미]
오!

[반리]
목소리 크네…….

[관객A]
어? 지금 뭐야?

[관객B]
기합 소리?

[지배인]
상연 전에는 조용히!!

[쥬자]
죄송합니다.

[오미]
지금만 봐줘.

[타이치]
죄송해여!

[쥬자]
(반드시 성공하겠어. 지금까지 준비해온 스태프 모두를 위해서도, 최고의 형태로――)

'사우스힐 프리즌' 카테고리의 다른 글

Honest Liqueur EP  (0) 2022.01.06
사우스힐 프리즌 제10화  (2) 2022.01.06
사우스힐 프리즌 제8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7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6화  (0) 2022.01.04

[쥬자]
……. 조명 부탁해.

-

[아카시]
네. 언제든지 끌 수 있어요.
작게, 조금만…… 쥬자 씨가 상처받지 않도록…….

-

[쥬자]
――윽.
(버텨…… 필사적으로 어둠 속에서 빛을 찾던, 예전의 나를 위해서라도……)
(그 시절 나는 새카만 어둠 속에서 이 빛 아래로 한 걸음 내딛고 싶었어. 오래도록, 내 인생을 비춰줄 미래의 빛을 애타게 바라왔어……)
(나를 비춰줄 '빛'이야말로 내 인생의 얼마 없는 미래의 희망이었어. 참을 수 없이 눈부신 이 빛이……)

[아카시]
저기, 괘, 괜찮으세요?

[쥬자]
……응. 순간적으로 무섭기는 했지만 이 정도 빛은 괜찮아. 고마워.

[아카시]
다행이에요. 그럼 당일에도 이 정도로 갈게요. 힘들면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으니까 신호해주세요.

[쥬자]
고마워.
오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일인극을 해낸다면 다시 자신감을 가지고 조명 아래에 설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만약에 오늘 못하더라도 내일, 모레 다시 하면 된다고 해줘서 마음이 든든해.
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카시 씨가 다시 와줘야 하는구나…… 바쁠 텐데 죄송해요.

[아카시]
그런…… 그런 거, 전혀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조명 아래 서 있는 쥬자 씨를 보는 게 좋으니까요.

[쥬자]
어?

[아카시]
신생 MANKAI 컴퍼니의 조명을 담당하게 되면서 여러 공연에서 많은 배우분을 비춰줄 수 있었어요. 각자의 개성이 빛나는 배우분 중에서도 쥬자 씨에게…… 특별함을 느꼈어요.
반리 씨처럼 눈부신 빛을 맹렬히 반사하는 배우분도 있으면, 눈부심 속에 조화롭게 녹아드는 배우분도 있어요. 그중에 쥬자 씨는 빛을 천천히, 묵직하게 반사하는 듯이 보였어요.
처음에는 그게 조금 무서웠고 아우라에도 겁을 먹었지만……. 쥬자 씨는 빛 아래에서 온몸으로 조용히 기쁨을 발산하는 것처럼도 보였거든요.
조명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배우분은 별로 없으니까, 조명을 잡는 사람으로서 기뻤어요.
왜 쥬자 씨가 그렇게 보이는지 이유를 몰랐는데, 이번에 일인극 각본을 읽어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쥬자 씨는 어둠을 아는 사람이었네요.
어둠을 아는 사람은 동시에 빛이 눈부시다는 것도 잘 아는 사람이에요. 조명을 배울 때도 빛보다 먼저 어둠에 대해 아는 게 중요하거든요.
쥬자 씨는 어둠을 잘 알고 있으니까, 빛의 힘을 다른 사람보다 더 크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쥬자 씨는, 역시 무대 위에 서서 조명을 받아야 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쥬자]
――.

[아카시]
아―― 뜨, 뜻 모를 소리를 장황하게 해서 죄송해요…….

[쥬자]
아니…… 감사함다. 누구보다 빛을 이해하고 있는 아카시 씨가 그렇게 말해줘서 배우로서 정말 영광이에요.
오늘, 잘 부탁드려요.

[아카시]
저, 저도요!

-

[쿠몬]
난 맨 앞자리!

[아자미]
특등석이네.

[이즈미]
다들 앉았지?

-

[쥬자]
…….

[이즈미]
(어두운 무대 위에 쥬자 군 혼자 서있어…….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이 작은 한 줄기 빛……)

[쥬자]
――. ……'빛' 효도 쥬자.

-

나는 지금 어둠 속에 있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너무 오래돼서 잊어버렸다.
정신이 들었을 땐 계속 여기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멀리서 모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곳에는 한 줄기 빛이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여기, 내가 있는 곳에는 희미한 불빛밖에 닿지 않는다.
저 빛 아래로 걸음을 옮길 수도 없다.

어둠 속에서 보는 먼 곳의 빛은 꽤 눈이 부시다.
빛 아래 있는 사람들은 빛을 눈부시게 느끼지 않는 걸까?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나를, 저 빛이 비춰주는 때가 올까.

만약에 나를 비춰준다면
그 빛은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면, 좋겠다.

언젠가 나도 빛의 눈부심을 모르게 될 정도로 밝은 빛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

[쥬자]
…….

-

[이즈미]
(빛줄기가 천천히, 조금씩 커지고 있어……. 쥬자 군을 감싸면서. 대사가 없어도 쥬자 군이 환희에 떨고 있는 걸 알 수 있어)

-

[쥬자]
……감사합니다.

-

[이즈미]
쥬자 군, 해냈어……!

[쿠몬]
형……. 역시 우리 형은 굉장해!

[아자미]
끝까지 해냈네.

[오미]
잘했어.

[반리]
하나 클리어했나. 시시하게~

[사쿄]
솔직하지 못하긴.

[타이치]
쥬자 씨, 최고예여!

-

[쥬자]
……. (빛이 눈부셔…… 하지만 이제 무섭지 않아. 과거의 내가 동경하던 미래에, 나는 지금, 서 있는 거야)
(앞으로도 설령 어떤 못난 모습을 보이더라도 계속해서 이 빛 아래로 걸어올 거야. 가까스로 빛을 받을 수 있었어. 여기가, 이 빛 아래가 내가 있을 곳이야)

'사우스힐 프리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우스힐 프리즌 제10화  (2) 2022.01.06
사우스힐 프리즌 제9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7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6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5화  (0) 2022.01.03

[이즈미]
다 모였지?
쥬자 군,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해줄래?

[쥬자]
……조명 아래로 가려고 했는데, 아무리 해도 발이 움직이지 않았어. 아마도 원인은 저번 막공에서 한 실수 탓일 거야.
아무리 해도 그 순간이 떠올라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무서워졌어.
막공 커튼콜 때도 혼자서 무대에 나가는 게 무섭다는 감각은 있었어. 그때는 다리가 떨렸을 뿐이고 다른 배우 선배들 덕분에 괜찮았지만, 오늘은…….
긴장으로 다리가 얼어붙어서 혼자서 조명 아래로 갈 수가 없었어. 저번 그 광경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서. 일시적인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쥬자]
그렇다고는 해도 다음 가을조 공연의 주연은 효도야. 연습 개시 일정도 가까우니까. 만약에 그 상태가 계속된다면, 공연 일정 자체를 연기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

[쥬자]
아니――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예정대로 할 수 있을까? 부탁해.

[오미]
확실히 쥬자 성격상, 연기하게 되면 괜히 더 책임감을 느끼고 계속 담아둘지도 몰라.

[타이치]
쥬자 씨가 주연이니까, 쥬자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할게여!

[아자미]
우선은 어떻게 하면 조명을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거지.

[이즈미]
그렇지…… 이런 트라우마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어렵겠지만…….

[사쿄]
기한도 정해져 있고.

[반리]
혼자서 스포트라이트 아래로 나가려고 하면 긴장해서 언다는 거지…….

[타이치]
조명 없이 한다던가……?

[아자미]
그러면 관객이 볼 수 없잖아.

[반리]
그러니까 무대 위에 혼자 서서 조명을 받는 데 공포심을 느끼는 걸 극복하고 싶다는 거잖아?
……하아. 그럼 그것밖에 없네.

[아자미]
역시 그건가…….

[오미]
저번에 반리도 했었고.

[이즈미]
……포트레이트 말이지. 확실히 시험해볼 가치는 있겠어.

[쥬자]
포트레이트…….

[사쿄]
배우로서 일절 거짓말을 칠 수 없는, 도망칠 곳 없는 일인극.
지금 효도에게는 가혹한 무대일 테지만……. 이걸 해낸다면 자신감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어.

[반리]
하는 수 없으니까 우리가 봐줄게.

[오미]
만에 하나 실패한다고 해도 네가 극복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기회를 만들자.

[이즈미]
맞아. 다행히 MANKAI 극장은 우리를 위해 있는 극장이니까. 오늘 하기 무서우면 내일이 있고 모레가 있어.

[타이치]
여러 가지로 시험해 봐여! 저희가 같이 있을게여!

[쥬자]
다들…….

[사쿄]
그럼 우선 가을조 공연 연습 개시 전까지, 내부에서 효도의 일인극을 보고 조명을 극복하는 걸 목표로 하면 되겠군.

[쥬자]
고마워……. 반드시 가을조 공연 전까지 극복해서 주연으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무대에 설게.

[이즈미]
초조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얼마든지 방법이 있으니까.

[반리]
포트레이트는 창단공연 때 했던 거 재연할 거야?

[쥬자]
……아니. 저번에 셋츠처럼, 창단공연 때와는 다른 지금의 나니까 할 수 있는 내 인생에 대한 일인극을 해볼게. 별로 대단한 건 쓸 수 없겠지만…….

[반리]
뭐, 그것도 새로운 도전이지.

[쥬자]
……그래.

[이즈미]
기다릴게.

[아자미]
――.

-

[쥬자]
……. (분명, 먼저 구성의 틀을 잡는 거였지. 아니, 애초에 테마를 뭘로 할지부터……. 지금의 나약한 나와 마주할 거면…… 역시, 그토록 동경했으면서 거부하게 된 무대 위 '빛'에 대해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내 나약함이나 공포심을 마주하고 글로 쓰는 건 무섭지만…… 츠즈루 씨가 알려준 대로, 나를 더욱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글로 쓰는 건 분명 의미가 있을 거야)
?

[쿠몬]
아, 형…….

[쥬자]
왜?

[쿠몬]
저기…….

[아자미]
야, 각오 다져라.

[쿠몬]
있잖아, 이거…….

[쥬자]
뭐야? 이 구겨진 종이는……?

[쿠몬]
기억 안 나?

[쥬자]
'빛'……? 설마――.

[쿠몬]
중3때 형이 쓴 글.

[쥬자]
응…… 졸업문집용으로 쓴 거였지.
(테마가 '미래'여서, 그 당시에 분명 고독함 속에서도 앞으로 걸어갈 길에 빛이 있다고 믿고 싶다, 같은 말을 썼었어. 하지만 너무 추상적이고 민망해서 버렸을 텐데)
버렸을 텐데, 어떻게…….

[쿠몬]
사실은 그때 형이 버린 작문이 궁금해서 몰래 주웠어. 내 맘대로 굴어서 미안해!!

[쥬자]
전혀 몰랐어.

[쿠몬]
형의 절실한 마음이 쓰여있는 게 아프고 슬펐지만, 굉장히 멋진 글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실제로 졸업문집을 봤더니 전혀 다른 무난한 게 쓰여있어서…….
혹시 내가 방해한 탓에 이 글이 버려진 게 아닐까 하고…… 계속 간직하고 있었어.

[쥬자]
아니, 버린 건 단순히 가치 없는 글이라고 생각해서야. 쿠몬 탓이 아니야.

[쿠몬]
그렇게 말하지 마!!
난 형이 이렇게 감동을 주는 멋진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나만이라도 알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쥬자]
……이미 뭘 썼는지도 잊어버렸는데.

[쿠몬]
읽으면 형도 놀랄 거야! 내가 이런 글을 썼구나 하고!
형은 말이야,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밖에 재능이 없다고 믿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
나는 형 안에 엄청 풍부한 감수성이 있는 걸 알아. 형이 당연하게 느끼고 이해하는 모든 게 형만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근사한 거야. 그게 글에서도 전해져.
……내가 좋아하는 형을, 형 자신이 전혀 모르고 있는 게 슬퍼.

[쥬자]
쿠몬…….

[아자미]
일단 읽어보지? 쥬자 씨도 생각이 바뀔 수도 있잖아.

[쥬자]
――그래. 그럴게.

'사우스힐 프리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우스힐 프리즌 제9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8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6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5화  (0) 2022.01.03
사우스힐 프리즌 제4화  (0) 2022.01.03

[츠즈루]
우선 화면을 봐줄래?

[쥬자]
예.

[츠즈루]
으음~ 먼저 테마를 정하고, 이렇게 구성의 틀을 잡고…… 기승전결은 알지……?

[쥬자]
조금 예습해왔슴다.

[츠즈루]
커다란 틀을 정하고 세세한 부분을 쌓아가는 거야……. 중간에 바꾸거나 조정하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가다듬은 다음에 플롯이 완성되면…… 실제로 집필에 들어가. 으음~ 설명이 어설퍼서 어렵지? 미안해.

[쥬자]
아뇨, 역시 츠즈루 씨는 굉장해……. 난 이런 복잡한 건 생각도 못 할 거야.

[츠즈루]
……아냐, 쥬자도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짧은 작품 정도는 쓸 수 있을 거야. 잠깐 해볼까?

[쥬자]
아니, 난 글에 재능이…….

[츠즈루]
아~ 사실은 솔직히 말하면 쥬자가 민망해할 거 같아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Fallen Blood' 공연 끝나고 블로그에 글 쓴 거 있잖아? 나, 그거 지금도 가끔 읽어.

[쥬자]
어――?

[츠즈루]
꽤 좋아해. 쥬자가 쓴 글. 그 블로그 글에는 쥬자의 진지하고 올곧은 내면과 그때까지 걸어온 인생이 짙게 배어 나오고 있거든.

[쥬자]
아니, 그 블로그 글도 해가 질 때까지 걸려서 겨우 쓴 거고, 어색하고, 전혀 잘 쓰지 못했어.

[츠즈루]
완성된 글이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면 속도나 완성도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데.
그렇지, 내가 준 책 읽어봤어?

[쥬자]
예. 엄청나게 이해하기 쉽게 쓰여있었슴다.

[츠즈루]
그럼 역시 그 중간과제는 소설을 써봐. 생각해보면 '포트레이트' 각본도 직접 쓴 거잖아.

[쥬자]
그건, 그렇지만…….

[츠즈루]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라는 격언도 있잖아. 자기 인생을 테마로 하면 쥬자도 쓸 수 있을 거야.

[쥬자]
아니, 하지만…… 그때는 필사적이어서 어떻게든 끝낸 거고…….

[츠즈루]
쥬자, 네가 지금 배우로서 깊이 고민하는 건 주변 사람들 모두 알고 있어. 그래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이렇게 새로운 걸 배우면서 필사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도.
나도 발밑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앞으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로 발버둥 치는 감각은 몇 번이고 느껴왔어.
하지만 그런 때니까 더욱, 자신의 현재 상태와 마음을 그대로 글로 써서 아웃풋 하는 게 좋아.
자기 내면을 글로 나타내면, 마음속에서 형태도 없이 일렁이던 것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거든. 조금 냉정해질 수 있어.
나도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있을 때는 공책에 글을 쓰곤 해. 딱히 잘 쓸 필요는 없어. 자기 자신을 더욱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 글로 표현하는 것 뿐이니까.

[쥬자]
……해볼게요.

[츠즈루]
응. 뭐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쥬자]
감사함다.

[츠즈루]
그러고 보니 가을조 각본 리퀘스트는 뭐 생각났어?

[쥬자]
일단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본 덕분에 어렴풋하게는…….
'Fallen Blood'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내 인생과 정반대 요소를 가진 남자를 연기해보고 싶슴다.

[츠즈루]
예를 들면?

[쥬자]
연극을 안 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일을 하며 성공한…….
그리고―― 동생과 결별해서 인연이 끊긴.

[츠즈루]
――. ……그래. 알았어. 그쪽으로 좀 생각해볼게.

[쥬자]
잘 부탁합니다.

-

[아카시]
으음, 여, 여기가 조명실이에요…….

[쥬자]
예.

[아자미]
새삼 이렇게 안내받으니까 백스테이지 투어 같아서 재밌네.

[아카시]
이게 조명 계획도…… 예요. 오늘은 이 도면대로 설치해뒀어요. 여기를 조작하면 대응하는 조명이 켜지고…….

[쥬자]
……그렇군.

[아자미]
그러고 보니 조명에 따라서 메이크업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꽤 달라지지.

[아카시]
네. 그래서 극단이나 공연 별로 메이크업 진하기에 따라서 중요한 장면에서 배우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도록 조정하기도 해요.

[쥬자]
그런 것도 신경 써주고 있었구나…….

[아카시]
으음, 극단에 따라서는 배우의 표정을 보여주는 것보다 장면의 묘사를 중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MANKAI 컴퍼니는 처음 회의했을 때 한 명 한 명의 배우가 각자 자기답게 꽃피울 수 있게끔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중요한 장면에서는 관객에게 표정이 제대로 전해지도록 하고 있어요.

[쥬자]
감독님이…….

[아자미]
감독님답네.
나도 메이크업하면서 조명을 비췄을 때 표정이 어떻게 보일지 계속 궁금했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아카시]
저기, 혹시…… 구체적인 차이를 보면서 설명하는 게 좋을까요? 무대 위에서 종류가 다른 조명을 비춰보고 얼굴이 어떻게 보이는지 그 차이를 보여주면…….

[아자미]
그럼 쥬자 씨, 저기 서줄래?

[쥬자]
알았어.

-

[쥬자]
……

[아카시]
먼저 오른쪽 조명 아래에 서주세요.

[쥬자]
――. (익숙한 MANKAI 극장 무대인데……. 왜 이렇게 긴장되지……?)

-

[쥬자]
"친한 척 이름 부르지 마!"
――. (칼이――)
(대사를 이어가야 해―― 무대는 아직 계속되고 있어. 연기를――)

-

[쥬자]
――. (젠장…… 왜…… 발이 안 움직여. 조명 아래까지, 앞으로 한 걸음 남았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동경해온 빛이 바로 저기 있는데. 저 빛 아래에 있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을 텐데……)

[아카시]
쥬자 씨……?

[아자미]
왜 그래? ……괜찮아?

[쥬자]
무서워…… 조명 아래 서는 게.

[아자미]
진짜 못 움직이는 거야?

[쥬자]
모르겠어. 왜, 이런…….

[아카시]
역시…….

[쥬자]
어?

[아카시]
아, 죄송해요…… 저기, 유조 씨네 무대 막공에서 저도 조명을 잡았었는데……. 커튼콜 때, 쥬자 씨가 온몸으로 조명을 거부하는 것 같이 보여서, 신경이 쓰였거든요…….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좀 더 빨리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죄송해요.

[쥬자]
아니…… 나도 내 안에 공포심이 싹튼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나는, 어떻게 된 걸까…….

'사우스힐 프리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우스힐 프리즌 제8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7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5화  (0) 2022.01.03
사우스힐 프리즌 제4화  (0) 2022.01.03
사우스힐 프리즌 제3화  (0) 2022.01.03

[타이치]
와~ 우와~!! 저기 사자가 있어여! 앗! 아기 사자도 있다!

[쥬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타이치]
귀여워라~ 우리 다음엔 뭐 보러 갈까여!?

[쥬자]
저쪽에 나무늘보가 있나 봐.

[타이치]
앗, 정말!

[쥬자]
……전혀 안 움직이네.

[타이치]
저는 인형으로 바꿔놔도 눈치 못 챌 자신 있어여!

[쥬자]
그런데 보고 있으면 왠지 차분해져.

[타이치]
아하하. 맞아여!
동생들하고도 자주 오는데, 동물원은 역시 재밌죠~ 불러줘서 고마워여!
평일이 아니었으면 큐 쨩도 같이 왔을 텐데 아쉽네여.

[쥬자]
그러게.

[타이치]
쥬자 씨랑 큐 쨩도 어릴 때 동물원에 같이 왔었어여?

[쥬자]
몇 번 왔었지.
……그러고 보니 예전에 새끼 판다가 태어나서 보러 가려고 했는데, 당일 아침에 쿠몬이 열이 났던 적이 있어. 너무 기대한 나머지 열이 오른 거지.

[타이치]
아~ 애들한테는 그런 일 자주 있죠!

[쥬자]
나만이라도 아빠랑 같이 보러 가라고 했는데, 결국은 계속 쿠몬 옆에 있었어.
애초에 그렇게 큰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때는 아직 쿠몬이 열이 나는 일이 드물었으니까 무섭기도 했어서.

[타이치]
결국 판다는 못 본 거예여?

[쥬자]
아니, 그 후에 보러 갔었어…….
그러고 보니 쿠몬이 열이 나는 게 익숙해지기 전에는, 그 녀석이 열이 날 때마다 무서웠어.

[타이치]
옛날부터 소중한 존재였던 거네여.

[쥬자]
응.
(항상 밝게 웃으며 나를 따라오는 쿠몬은, 내게는 얼마 없는 희망이었어. 주위에 실망하고 좌절하는 걸 반복해도, 내 인생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가족과 쿠몬의 존재가 커)
……오랜만에 쿠몬과 동물원에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다음에 다시 말해봐야지.

[타이치]
분명 좋아할 거예여!
그러고 보니 큐 쨩이 다음 가을조 공연을 신경 쓰고 있었어여.

[쥬자]
아…….

[타이치]
각본 리퀘스트, 정했어여?

[쥬자]
아직 확실히 정한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지금의 나와 전혀 다른 인생을 걸어온 역할을 연기하고 싶어.

[타이치]
'Fallen Blood'는 오로지 쥬자 씨답게 빛나는 역할이었으니까 정반대로 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여.

[쥬자]
뭐, 순수하게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솔직히 떳떳한 이유는 아니지만.

[타이치]
그래여?

[쥬자]
오미 씨에게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어졌다는 상담을 했는데, 정반대의 나를 연기해보고 지금과 비교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했어.

[타이치]
그랬군여…….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래도 쥬자 씨가 배우로서 자신감을 되찾아서 공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해 서포트할게여!

[쥬자]
고마워.
그런데 지금의 나와 정반대의 인생이라고 해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게 없어서. 연기를 안 했을 테니까 배우가 아닐 건 확실하지만…… 너무 막연해.

[타이치]
연기 외에 지금까지 쥬자 씨 인생에서 소중한 걸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여? 그게 없는 인생이 정반대일 테니까여.

[쥬자]
연기 외에 소중한 거…….

[타이치]
예를 들면…… 큐 쨩의 존재라던가.
아까도 말했지만, 쥬자 씨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큐 쨩이 없었으면 지금과는 전혀 다르지 않을까여?

[쥬자]
하지만 동생이 없는 역할은 예전에도 연기한 적 있는데.

[타이치]
앗, 그랬죠~ 으~음, 그럼 동생이 있기는 하지만 엄청나게 사이가 나쁘다…… 던가?

[쥬자]
그렇군……. 쿠몬과도 싸우는 일 정도는 있지만…….

[타이치]
좀 더 사이가 나빠서 절연한 상대로 평생 화해할 수 없다던가.

[쥬자]
(나랑 쿠몬이, 평생……)

[타이치]
사, 상상일 뿐이에여! 어디까지나 이야기 속에서 그렇다는 거니까여!!

[쥬자]
어, 으응. 알아.
확실히 형제 관계가 그러면 동생이 지탱해준 내 인생과는 전혀 다른 정반대의 인생이 될 것 같아.

-

[쿠몬]
엣취!

[아자미]
감기야?

[쿠몬]
그건 아닌데, 누가 내 얘기 하나~?

[아자미]
그런 고전적인 일이 있겠냐.

[쿠몬]
아~ 오늘 학교 쉬면 형이랑 동물원에 갈 수 있었는데에. 그냥 땡땡이칠걸! 형은 말렸겠지만.

[아자미]
고3씩이나 돼서 동물원 간다고 학교 땡땡이치는 놈이 어딨냐.
그러고 보니 쥬자 씨 얘기하니까 말인데, 이번에 무대 메이크업을 알려달라고 하더라.

[쿠몬]
형이 지금 스태프 일을 여러 가지로 공부하고 있어. 형을 위해서 잘 부탁해!

[아자미]
뭐, 메이크업을 알려주는 건 상관없는데, 쥬자 씨가 배우로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건 신경 쓰여.

[쿠몬]
그렇지…….
형이 위축된 건 알겠는데, 같이 있어도 나한테는 걱정 안 끼치려고 숨기니까. 조가 달라서 같이 무대에 설 수는 없어도 나도 형을 격려해주고 싶어.

[아자미]
진짜 브라콤이라니까.
그런데 애초에 왜 갑자기 스태프 일에 관심을 갖는 거지?

[쿠몬]
으~음…… 뭔가 이것저것 시행착오 하는 중인 거 아닐까?

[아자미]
흐응~

[쿠몬]
그런데 카즈 씨랑 유키한테 들은 건데……. 형은 작업하는 걸 도와주기는 해도, 이왕 하는 거 자기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보라고 하면 거절한대.
자기는 뭔가 만드는 재능이 전혀 없으니까 돕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면서…….

[아자미]
진짜? 재밌어 보이니까 메이크업 알려줄 때 아이라인 정도는 직접 그려보라고 하려고 했는데.

[쿠몬]
재밌어 할 때가 아니야!
어쨌든 형은 자기는 무대에 서는 것 외에는 아무런 재능도 없고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나 봐. 물론 그래서 더욱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모두를 존경하고 있겠지만…….
나는 알고 있어. 형도 근사한 걸 만들 수 있다는걸.

[아자미]
흐응~ 쥬자 씨도 뭔가 만들고 그래?

[쿠몬]
아―― 아니, 그게~…….
형한테는 말 안 했는데, 사실은…….

'사우스힐 프리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우스힐 프리즌 제7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6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4화  (0) 2022.01.03
사우스힐 프리즌 제3화  (0) 2022.01.03
사우스힐 프리즌 제2화  (0) 2022.01.01

[유키]
저기, 양아치 표본 진짜 무슨 일 있어?

[무쿠]
쥬 쨩이 왜?

[유키]
방해 안 할 테니까 의상 제작하는 거 보게 해달라면서 계속 방구석에서 삼각으로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메모하고 있어.

[미스미]
삼각으로~? 재밌겠다! 나도 같이 삼각 할래!

[유키]
두 개로 늘면 방해되니까 금지.

[카즈나리]
아~ 나한테도 왔었엉. 연극을 더욱 넓고 깊게 알기 위해서 스태프가 무대 만드는 걸 공부하고 있다고 했었지.

[유키]
그건 감독님한테도 들었는데, 그렇게 달라붙을 줄은 몰랐지. 그리고 뭐 고민이라도 있는 건지 얼굴의 흉악도가 올랐던데.

[텐마]
맞아, 갑자기 방에 큰 장식품이 생긴 줄 알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
그래도 뭐, 좋은 일 아냐? 공부하려고 새로운 걸 알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가 가. 스태프 일을 배우면 현장을 넓은 시야로 볼 수 있게 되니까.

[무쿠]
그런데 쥬 쨩, 뭔가 고민이 있어 보였지……?

[쿠몬]
맞아~…… 사실 아자미한테 들었는데, 형이 객연으로 갔던 무대 막공에서 사고가 나서 실수를 했다나 봐. 분장실에서 신경이 많이 쓰이는지 동요하는 듯이 보였대.
자세한 건 모르지만, 이번에 스태프 일을 배우려고 하는 것도 그 실수랑 관련된 것 같아.

[무쿠]
자신감을 잃어버린 걸까…….

[유키]
그런데 그거랑 스태프 일을 공부하는 게 무슨 관련이 있는데?

[카즈나리]
으~음, 확실히 바로 연결되지는 않지~…….

[텐마]
이럴 때 쥬자 씨를 가장 잘 아는 건 동생인 쿠몬 아냐?

[쿠몬]
그야 당연하지! 그런데 기본적으로는 평소처럼 행동하려고 하니까, 지금은 혼자 차분하게 생각하고 싶은 시기인 것 같아.
상황을 봐서 혹시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 같으면 기운을 북돋아 줄 거야! 최선을 다해서!

[무쿠]
그래.

-

[쥬자]
……. (디자인은 러프부터 시작해서 디자인화…… 패턴……. 역시 다들 굉장한 놈들이야……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이만큼의 일을 배우와 병행하며 완성하다니)
(내게는 없는 재능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 이 극단에 모여서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거야)
(내일은 테츠로 씨의 대도구 제작인가……. 그다음이 츠즈루 씨 각본 제작……)
……. (츠즈루 씨가 준 '손쉬운 문장 교실', 모처럼이니 예습해두는 게 좋겠지)
…….

-

[테츠로]
…….

[쥬자]
뭐 도와드릴 거 있나요?

[테츠로]
…….

[쥬자]
이걸?

[테츠로]
…….

[쥬자]
이렇게요?

[테츠로]
……(끄덕).

[쥬자]
전부 하면 되는 거죠. 알겠슴다.

[테츠로]
……

[쥬자]
(새삼스럽지만, 대도구 제작은 섬세하고 힘든 일이야. 배우가 위험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어. 여기에 색을 입히고 풍경을 그리는 스태프가 더해지는 건가)
(나는 항상 이렇게 시간과 품을 들여서 만들어진 세트 위에 서 있는 거야. 전부, 완성한 무대를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데 나는 그 모든 걸 망쳐버릴 뻔했어……)

[테츠로]
……이제 쉬자.

[쥬자]
예.
(어라? 지금 테츠로 씨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오미]
둘 다 고생 많아요. 먹을 거 가져왔어.

[테츠로]
…….

[쥬자]
감사함다.

[오미]
저번에는 고기 호빵이었으니까 오늘은 깨 경단으로 했어요.

[쥬자]
저번?

[오미]
테츠로 씨가 여기 차고에서 일할 때는 가끔 먹을 걸 가져오거든. 오늘은 쥬자도 돕고 있다고 들어서 단 거로 했어.

[쥬자]
잘 먹겠습니다.

[오미]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테츠로 씨 일은 섬세하고 굉장하네요. 다음 세트가 어떻게 완성될지 기대돼요.

[테츠로]
…….

[쥬자]
다음 가을조 공연은 내가 주연을 하는 거로 정해져 있는데, 아직 각본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서…….
츠즈루 씨나 감독님은 이번에도 가능하면 주연의 희망에 따라서 공연을 만들고 싶은 것 같아. 지금 MANKAI 컴퍼니는 그러는 게 배우와 극단의 성장과 성숙으로 이어진다고…….
하지만 이대로면 각본 방침은 남에게 맡기게 될지도 모르겠어.

[오미]
왜?

[쥬자]
저번에 객연으로 나간 무대 막공에서 심한 실수를 저질렀어. 그 순간이 머릿속에 달라붙어서, 갑자기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워졌어.
어떡하면 자신감을 가지고 주연으로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아.
오미 씨는……. 자기 자신이 싫어진 적 있나요?

[오미]
……. 있어. 몇 번이나.

[쥬자]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오미]
예를 들어, 지금과 정반대의 나를 상상해보는 거야. 그리고 지금의 나와 정반대의 나를 비교해보고, 지금의 나라서 다행인 점을 그러모으는 거지.
타인과 비교하면 콤플렉스가 한계도 없이 떠오르니까. 이럴 때는 대개 타인의 좋은 부분밖에 보이지 않거든.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선택과 도전을 하지 않았을 정반대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여러 가지로 깨닫게 되는 게 있지 않을까?

[쥬자]
……. 연기는,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이 외에는 좀처럼 상상이 잘 안돼.

[오미]
그럼……. 아예 무대 위에서 연기해보면 잘 알게 될 수도 있지. 쥬자는 역할을 연기할 때 전력으로 그 역할의 인생에 몰입하잖아. 그러니까 나와 정반대의 내 인생을 상상하고 연기해보면 어떨까?

[쥬자]
그렇구나…… 그걸 각본 리퀘스트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츠즈루 씨에게도 상의해볼게요.

-

[오미]
이쪽 정리 끝났어요.

[테츠로]
…….

[쥬자]
오늘은 이걸로 끝임까?

[테츠로]
……(끄덕).

[쥬자]
저야말로 견학시켜주셔서 감사함다!

[테츠로]
…….

[쥬자]
이건……? 동물원 표인가요……?

[테츠로]
…….

[쥬자]
감사함다.
오미 씨도 같이 갈래요?

[오미]
평일 한정 표 같은데. 평일에는 일을 가야 해서…… 대학생조를 불러보면 어떨까?

[쥬자]
그러네요.

[아카시]
실례합니다…….

[쥬자]
?

[아카시]
힉…….

[오미]
야, 괜찮아?

[아카시]
네, 네에…….

[오미]
꽤 놀란 것 같은데, 쥬자가 뭔가 했어?

[아카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 제가 항상 쥬자 씨가 가진 강한 아우라에 깜짝 놀라서…….

[쥬자]
? 나는 그런 거…….

[아카시]
저, 저기, 테츠로 씨. 잠깐 바텐 확인을 좀…….

[테츠로]
…….

[아카시]
네…… 그러면 여기는 이렇게…… 알겠습니다.

[오미]
아카시 씨는 테츠로 씨랑 평범하게 말하는구나.

[아카시]
그,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할게요…….

[테츠로]
…….

[쥬자]
네? 아, 그렇구나. 네.
아카시 시!

[아카시]
!?

[쥬자]
저기, 이번에 시간을 내서 조명을 공부할 수 있을까요?

[아카시]
조명을요……?

[쥬자]
부탁해.

[아카시]
제, 제가 알려줄 수 있는 거라면…….

[쥬자]
고마워! 아, 그럼 연락처를…… 어떡하면 좋지?

[아카시]
LIME 말이에요……?

[쥬자]
맞아요.

[오미]
훗. 잘 부탁한 것 같네요.

[테츠로]
……(끄덕).

[아카시]
그럼 저는 이만…….

[쥬자]
응, 또 보자.

[오미]
잘됐네, 쥬자.

[쥬자]
……부탁은 했는데, 내가 생긴 게 이래서 겁먹은 것 같아. 미안한걸. 둘만 남으면 더 위압감을 느낄지도 모르고.

[오미]
조명에 관심 있는 녀석을 찾아서 같이 가면 되지 않을까? 일 안 가는 날이면 나도 같이 갈게.

[쥬자]
감사함다. 그렇게 해볼게요.

'사우스힐 프리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우스힐 프리즌 제6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5화  (0) 2022.01.03
사우스힐 프리즌 제3화  (0) 2022.01.03
사우스힐 프리즌 제2화  (0) 2022.01.01
사우스힐 프리즌 제1화  (0) 2022.01.01

[쥬자]
"형님의 원수!"

[배우A]
"너도 죽으러 왔나, 유우론."

[쥬자]
"친한 척 이름 부르지 마!"
――. (칼이――)
(대사를 이어가야 해―― 무대는 아직 계속되고 있어. 연기를――)

-

[쥬자]
(기다려! 아직 막을 내리지 말아줘! 나는 아직――!)

[배우A]
…….

[배우B]
…….

[쥬자]
(관객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어. 아무것도 못 하는, 꼴사나운 나를……. 무서워. 지금 당장 이 빛을 없애줘……!)

-

[쥬자]
――윽. 하아, 하아…….
(꿈, 인가……)
? 사쿄 씨……?

-

[사쿄]
이쪽이야.

[쥬자]
제가 이런 가게에 들어와도 되는 걸까요…….

[사쿄]
은천회 단골집이야. 얼굴 험악한 것 정도는 익숙할 거다.
뭐, 저번 무대의 답례야. 덕분에 나도 자극받았거든.

[쥬자]
감사함다.

[사쿄]
셋츠랑 후시미를 데려왔을 때는 네가 못 왔었지.
막공 수고했다. 오늘은 성인이 된 기념도 겸해서 마음껏 먹어.

[쥬자]
괜찮아요?

[사쿄]
술은 어떡할래?

[쥬자]
마셔본 적 없슴다.

[사쿄]
뭐, 단 것만 좋아하니. 셋츠는 좋은 술을 마셨어.

[쥬자]
……그럼 저도 조금 마셔볼게요.

[사쿄]
단맛 나는 건 이쪽인가…….

-

[점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사쿄]
그럼, 막공을 마친 것과 성인이 된 걸 축하한다. 건배.

[쥬자]
건배.
……맛있어.

[사쿄]
그거 다행이네.
저번 무대, 좋은 역할이었어. 연습 힘들었지?

[쥬자]
특히 난투는 제 기량보다 더 많은 걸 요구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사쿄]
앞으로의 재산이 될 거다.

[쥬자]
예.

[사쿄]
막공은 재난이었다더군.

[쥬자]
――. ……몇 초간 극장이 조용해진 게 영원처럼 느껴졌어. 아침에도 꿈을 꿨을 정도로 잊히지 않아.

[사쿄]
나도 비슷한 기억이 있어.
가을조 창단공연…… 겨우 설 수 있게 된 꿈 꾸던 무대 위에서, 머릿속이 새하얘졌지. 그런 추태는 처음이었어.
그때는 네 임기응변 덕분에 살았었지. 그 후에 난 경험이 부족한 내게 실망하고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워졌어.

[쥬자]
이해함다. 지금 딱 그 상태라서요.
그 창단공연 때 그저 열심히 무대를 이어갔던 경험은 제 안의 긍지임다. 그때는 그냥 필사적이었는데…….
'Fallen Blood'에서 되돌아봤을 때, 무대 위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 칠 수 있는 건 배우로서 내 장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결국은 이 꼴이야. 그때는 그저 우연에 지나지 않았어.
지금까지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무대에서 처음으로, 정말 많은 사람이 지탱해주는 덕분에 무대 위에 서 있을 수 있는 거라고 실감했어.
그만큼 무서워졌어. 나는 요령도 없고, 무대에 서면 역할에 빠져들어서 주변이 안 보이게 돼. 이번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났을 때, 그때야말로 스태프 모두의 노력을 무대 위에서 망쳐버릴지도 몰라. 그렇게 의식했더니 무대에 서는 게 처음으로 무서워졌어.
나는 무대에 서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런데, 그 무대 위에서 폐를 끼치고 있어. 겨우 찾은 연극이라는 내 자리가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았어. 이제 더는 무대 위에 서는 걸 인정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인생에는 연극밖에 없는데…….
유조 씨나 다른 사람들은 좋게 말해줬지만, 그게 오히려 더 미안했어. 배우로서 무대에 설 각오는 이미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한심한 생각을 이것저것 하게 돼.
시야가 좁은 것도 역할에 몰입하는 것도 내 장점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단 한 번의 실수로 무서워져서 우물쭈물하고 있어. ……나는 나약한 배우야.

[사쿄]
……그러냐.
여기서만 하는 말이지만, 나도 비슷해.

[쥬자]
어?

[사쿄]
창단공연 때는 감독님이 독려해준 덕분에 떨치고 일어날 수 있었지만, 무대에서 다시 실수할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지. 부족한 경험, 내 나이, 가능성의 한계는 언제나 느끼고 있어.
그래도 극단의 경리를 맡겨준 덕분에 무대 밖에서도 극단에 공헌할 수 있는 게 있으니까, 달라붙어 있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르지.
……이런 한심한 모습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연극은 파고들면 들수록 계속할 이유보다 도망칠 이유를 더 간단하게 찾을 수 있어. 딱 하나, 자기 자신의 마음만을 믿고 버티는 시기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 인간이니까. 마음은 흔들리기 마련이야. 꼴사나운 변명 같더라도 자신과 연극을 이어놓을 무언가는 하나가 아니라 몇 가지 만들어놓는 게 좋지 않겠어?
무대 위에서가 아니라도 네 자리가 없지는 않을 거다.

[쥬자]
나도 무대 밖에서 공헌할 수 있는 게 있을 거라고……. 그건, 셋츠처럼 말인가요?

[사쿄]
(셋츠가 연극 조수로서 활약하기 시작했으니 의식하는 건가)
그렇지…… 배우가 아니라 스태프 일을 아는 것으로 다른 시야로 연극을 배우게 될 거다. 그 지식은 배우를 하면서도 도움이 될 거고.
셋츠처럼, 배우로서 시야가 넓어지는 걸로도 이어지겠지.

[쥬자]
――. 다음 가을조 공연 전까지 각 부문 스태프 일을 배우고 지식을 넓혀볼게요.

[사쿄]
셋츠 얘기를 해서 반발할 줄 알았더니……. 너, 술이 들어가면 솔직해지는 타입이구나.

[쥬자]
네?

[사쿄]
아니다. 오늘 밤은 한 잔만 마셔라.

[쥬자]
예.

-

[쥬자]
(스태프 일이라…… 확실히 연극에 대해 보다 넓고 깊게 알게 되면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을 거야. 지금까지 당연하게 다른 스태프에게 감사해왔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깊게 알려고는 하지 않았어)
(배우를 공부하는 게 내 한계였고, 머릿속 어딘가에 어차피 나는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보다는 도전만이라도 해보는 게 낫겠지. 나도 내 나름대로 연극을 더욱 배우겠어)
――. 감독님, 있어?

-

[이즈미]
쥬자 군, 무슨 일이야?

[쥬자]
다음 가을조 공연 전까지 스태프 일을 좀 더 알고 싶어. 연극에 대해 보다 넓고 깊게 알고 배우로서 성장으로 이어가고 싶어.

[이즈미]
그래…… 알았어. 그럼 각 섹션 담당자에게 말해둘게.

[쥬자]
고마워.

[이즈미]
가을조 공연 각본 리퀘스트는 정했어?

[쥬자]
아니…… 지금은 내가 배우로서 역량이 부족한 데 정신이 팔려서,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하겠어……

[이즈미]
그래. 츠즈루 군이라면 기다려줄 테니까 괜찮을 거야.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여러 가지로 시험해봐.

[쥬자]
……내가 주연을 하겠다고 입후보했으면서, 미안해.
이번에는 감독님이나 츠즈루 씨나 다른 가을조 멤버의 의견에 맡기는 쪽이 좋을지도 모르겠어.

[이즈미]
만약에 쥬자 군이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다면 그래도 좋겠지만…….
지금 극단에 있어 각 조 공연을 하는 의미는 지명도를 올리고 빚을 갚는 실리적인 이유만 있는 게 아니야.
주연 배우가 '신생 MANKAI 컴퍼니'라는 장소에서 도전하고 싶은 역할에 도전할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어야 의미가 있는 거야.
앞으로 쥬자 군처럼 극단 밖에서도 활약하는 극단원은 분명 늘어날 거야. 그러니 더욱 MANKAI 컴퍼니니까 할 수 있는 것을 소중히 해야지.
그게 분명 배우로서 성장으로도 이어질 거고, 나아가서는 극단 전체의 성장과 성숙으로도 이어질 테니까.

[쥬자]
……조금 더 생각해볼게.

[이즈미]
응. 기다릴게.

'사우스힐 프리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우스힐 프리즌 제6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5화  (0) 2022.01.03
사우스힐 프리즌 제4화  (0) 2022.01.03
사우스힐 프리즌 제2화  (0) 2022.01.01
사우스힐 프리즌 제1화  (0) 2022.01.01

[쥬자]
"형님의 원수!"

[배우A]
"너도 죽으러 왔나, 유우론."

[쥬자]
"친한 척 이름 부르지 마!"

[이즈미]
(격렬한 난투야…… 쥬자 군, 베테랑 배우분들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아. 대단해, 쥬자 군……!)
(많이 연습했겠지. 속도감도 기백도 지금까지와 격이 달라. 숨 돌릴 틈도 없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역시 유조 씨가 한 연출다워……)

[쥬자]
"끝이다!"
――.

[이즈미]
(소도구인 칼이 부러졌어!?)

[관객A]
어……?

[관객B]
저거…….

[이즈미]
(부러진 칼이 사람에게 맞지는 않은 모양이야.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쥬자]
…….

[이즈미]
(하지만 연기가 멈췄어. 쥬자 군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다른 배우분들도 난투를 계속할 수 없는 거야. 쥬자 군……!)

[배우B]
핫!!

[쥬자]
――윽.

[이즈미]
(움직인다!)

[배우A]
"역시 형제인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군."

[이즈미]
(쥬자 군은 옆으로 빠졌고, 연기도 계속되고 있어. 다행이다……)

-

[배우A]
커튼콜 하자. 가자.

[쥬자]
…….

[배우B]
야, 쥬자. 괜찮아?

[쥬자]
예.

[배우A]
감사합니다!

[쥬자]
……감사함다.

[이즈미]
(쥬자 군, 괜찮을까…… 표정이 어두웠는데. 아까도 무대 위에서 휘청거린 것 같았고)

[아자미]
쥬자 씨, 괜찮은 거야? 하필이면 막공 때 소도구가 부서지다니, 운이 나빴어.

[이즈미]
쥬자 군 성격상 심하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 않으면 다행인데……. 일단 티켓을 준 감사 인사도 겸해서 분장실에 가보자.

[아자미]
응.

-

[???]
죄송합니다!

[이즈미]
(……쥬자 군 목소린데?)

[배우A]
그건 어쩔 수 없었지.

[배우B]
운이 나빴어.

[스태프]
저희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죄송하죠.

[쥬자]
아니, 제가 난투를 확인하려고 필요 이상으로 본방용 소도구를 사용한 탓임다.

[이즈미]
(쥬자 군, 역시 신경 쓰고 있구나……. 지금은 분장실에 들어가기 좀 그런걸)

[유조]
오. 잘 왔다.

[이즈미]
아, 저기,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난투도 정말 박력 넘치고 멋있었어요.

[아자미]
사고는 아쉬웠지만.

[유조]
아~…… 쥬자가 엄청 사과하고 있군.
얘들아, 다들 수고했다! 좋은 막공이었어!

[쥬자]
――. 유조 씨, 죄송합니다! 모처럼의 무대를 제가――.

[유조]
오늘 일은 신경 쓰지 마. 이번에 너는 모두의 기대에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로 답했어. 그에 비하면 그런 건 사소한 일이지. DVD용 영상은 세미막 녹화분을 쓰면 되니 문제없어.

[쥬자]
…….

[유조]
……정말이지. 잠깐 따라와라.

[쥬자]
예.

[이즈미]
(쥬자 군, 괜찮을까……?)

[유조]
맡겨둬.

[이즈미]
(유조 씨가 잘 얘기해주겠지만, 본방에서 실수하는 건 괴롭지. 그게 신경 쓰고 있던 소중한 무대일수록 회복이 더 어려워)
(기분전환을 잘해야 할 텐데……)

[아카시]
저, 저기, 고생하셨습니다…….

[이즈미]
어라!? 아카시 군도 보러 왔었어!?

[아카시]
아뇨…… 갑자기 막공만 헬프가 들어와서…….

[아자미]
조명 일 도왔구나.

[아카시]
저기, 쥬자 씨는…….

[이즈미]
쥬자 군? 지금 유조 씨랑 얘기하는 중인데……. 무슨 일이야?

[아카시]
아, 아뇨…… 딱히 일이 있는 건……. 그냥 조금 신경이 쓰인 것뿐이에요…….

[아자미]
그 소도구 트러블 말이야?

[아카시]
……그게, 그게 아니라, 커튼콜 때 쥬자 씨가 평소랑 달라 보여서……. 뭐랄까, 스포트라이트를…….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기분 탓이겠죠.

[이즈미]
?

[스태프A]
아카시, 이리 와봐~

[아카시]
실례할게요.

[이즈미]
응, 수고했어!
(스포트라이트가 어쨌다는 거지……?)

-

[유조]
앉아라.

[쥬자]
예.

[스태프B]
그쪽 부탁해.

[스태프C]
이거 옮긴다~

[쥬자]
……. (이렇게 많은 스태프가 백업해준 무대의 중요한 막공을, 내가 망친 거야……)

[유조]
이 좌석에 관객이 꽉 차고, 너보다 베테랑 배우가 메인뿐만 아니라 조연도 맡고……. 보면 알겠지만 각 부문의 숙련된 스태프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무대야. 그런 무대를 망쳐버릴 뻔한 게 무서웠냐?

[쥬자]
……예.

[유조]
커튼콜을 엄청 어색하게 하더라. 산만 한 덩치를 움츠리고 무대 위에 서 있기 싫어하는 게 보였어. 그런 모습은 신생 가을조 창단공연부터 생각해봐도 처음 본다.

[쥬자]
……무대에 처음 섰을 때는, 서 있는 것만으로 한계였어요. 익숙해진 후에는 무대 위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이 됐고. 설령 연습하다 벽에 부딪혀도, 본방에서 빛을 받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노력할 수 있었어.
하지만 오늘, 중요한 막공을 내 탓에 망칠 뻔하고……. 무대에 서는 게, 빛을 받는 게 처음으로 무서워졌어. 유조 씨는 상연 예정인 공연을 바꾸면서까지 나를 객연으로 넣어줬는데, 하필이면 막공에서 이런――.

[유조]
뭐, 그러니까 더 실수한 게 마지막 공연이라 다행인 거지. 회복하지 못한 채 질질 끄는 게 더 괴롭잖아.
단, 이것만은 기억해둬라. 아무리 연습을 거듭하고 경력을 쌓아도, 배우로서 여유로워져도, 연극이란 건 날것이야. 오늘 같은 사고는 무대 위에 계속 서는 한 몇 번이고 일어날 거다.
특히 너는 너도 알겠지만, 요령 좋은 타입의 배우가 아니잖아. 오늘 실수도 역할을 연기하면서 열이 오른 탓에 칼이 부러졌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거지.
역할에 몰입하면서도 그런 사고를 넘길 수도 있겠지만, 오늘 같은 일도 있어. 그럴 때 그때까지의 공적을 포함해서 평가받고 용서받는 일도 있으면, 객연으로는 두 번 다시 불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쥬자]
――.

[유조]
적어도 우리 극단은 만장일치로 다음에도 너와 함께 연기하고 싶어 해.
연극 세계에서는 도장 찍듯이 완벽한 연기를 계속하는 건 불가능해. 그렇다고 해도 계속 배우로서 이곳에 관련되어 살고 싶다면, 오늘 느낀 공포심과 제대로 마주해라.

[쥬자]
예.

[스태프B]
조명 내린다~

[쥬자]
…….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동경했는데……. 그때는 무서워서 도망치고만 싶었어)
(이대로는 무대에 계속 설 수 없어. 언젠가, 더 큰 실수를 저지르고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르는 게 무서워)
(이 공포심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배우로서 더욱 성장해야 해)

-

[쥬자]
……. (……무쿠가 준 포스터. 'WONDER RUSH'……. '연출 조수: 셋츠 반리'라……)
너, 배우로서 폭을 넓히기 위해 연출 공부를 시작한 거지?

[반리]
뭐?

[쥬자]
왜, 연출이지?

[반리]
뭐야, 갑자기…….

[쥬자]
뭔가 계기라도 있었나?

[반리]
……학교에서 극단 백화 카부토의 워크샵에 참가했을 때, 연극을 하는 이유를 묻더라고. 그러다 보니 카부토가 배우뿐만 아니라 연출도 하는 이유를 들었고, 관심이 생겼어.
그 녀석이 원인인 건 맘에 안 들지만. 직접적인 계기가 된 건 확실해.

[쥬자]
카부토 씨는 백화의 간판 배우인데 왜 연출까지 하는 거지?

[반리]
자기한테는 연극밖에 선택지가 없어서 연극을 하며 살아가기 위한 보험으로 연출을 시작했다던데.

[쥬자]
(연극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나도 똑같아. 만약에 무대에 설 수 없게 된다면, 나는……)

[반리]
설마 이제 와서 너도 연출을 해보고 싶다고 하려는 건 아니지?

[쥬자]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집중하면 시야가 좁아져. 연출 같은 건 못해. 안 어울려.
나는 너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거야. 가을조 공연에서 주연을 맡기 전까지, 뭔가 새로운 도전을 찾아볼 거다.

[반리]
새로운 도전이라니 뭔데.

[쥬자]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 나도, 그 카부토 씨처럼 연극을 붙들고 늘어질 거니까.

[반리]
그러냐.
……딴 길로 새지 않으면 좋겠네. 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쥬자]
뭐?

[반리]
암것도 아냐.

'사우스힐 프리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우스힐 프리즌 제6화  (0) 2022.01.04
사우스힐 프리즌 제5화  (0) 2022.01.03
사우스힐 프리즌 제4화  (0) 2022.01.03
사우스힐 프리즌 제3화  (0) 2022.01.03
사우스힐 프리즌 제1화  (0) 2022.01.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