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네. 네, 본인입니다. 네? 렌이 죽어요?"
"아, 아뇨. 맡길게요. 유품은 전부 처분해주세요. 상관없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 녀석, 죽었나. 곱게 죽지는 못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결국 담장 안에서 죽을 줄이야. 그 녀석 답네."
"마지막으로 만난 게…… 생각 안 나는군. 10년쯤 전이었나? 제대로 된 얘기도 안 했던 것 같은데."
"죽었다고 해도 실감은 안 나네……. 뭐, 절연상태니까 당연한가."
[렌]
"여전히 짜증 날 정도로 박정한 형이야."
[쇼]
"――."
[렌]
"허, 동생 얼굴도 까먹었어? 대단하네."
[쇼]
"환영을 볼 정도로 깊은 사이는 아니었을 텐데."
[렌]
"아쉽게 됐네. 환영이 아니라서."
[쇼]
"너, 죽은 거 아니었어?"
[렌]
"죽었는데? 아마도. 그 증거로 봐, 거울에도 안 비치잖아."
[쇼]
"유령인가. 뭐든 상관없으니까 가라. 난 딱히 너한테 볼일 없어."
[렌]
"나도 형 얼굴 같은 거 기분 나빠서 보기 싫은데, 이상하게 형한테서 떨어질 수가 없어."
[쇼]
"귀찮게."
[렌]
"동감."
[이즈미]
(동생을 향한 애정이 전혀 없는 험악한 분위기……. 평소의 쥬자 군을 아니까 갭이 굉장해. 정반대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쥬자 군의 각오가 전해져)
-
[쿠몬]
(우와~ 형 진짜 멋있는데, 저렇게 대하면 나라면 울 거야……)
-
[쇼]
"아직 안 사라졌나."
[렌]
"아쉽게 됐네~"
[쇼]
"너, 심야에 쓰레기장에서 죽었다며? 왜 그런 이상한 데서 죽은 거냐."
[렌]
"기억 안 나."
[쇼]
"그것만 알면 유령이 된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렌]
"아무 기억도 안 나. 살아있을 때 기억은 단편적으로밖에 안 떠올라."
[쇼]
"쓸모없기는……."
[렌]
"뭐, 포기해. 친하게 지내자고, 형."
[쇼]
"웃기지 마. 누가――."
[부하]
"보스? 누구랑 얘기하고 계심까?"
[쇼]
"아무것도 아니다. 칫, 이대로면 머리가 이상해지겠어."
[부하]
"무슨 일임까? 별일이네요."
[쇼]
"너, 죽은 놈이 유령이 되는 건 왜라고 생각하냐?"
[부하]
"유령!? 보스, 그런 거 믿어요?"
[쇼]
"잊어버려."
[부하]
"유령은 살아있을 적에 못 이룬 게 있는 거라고 전에 영화에서 봤슴다."
[쇼]
"……저번에 그 안건, 경찰이 냄새를 맡았다고 했지?"
[부하]
"아~ 네. 그래서 전에 했던 대로 대역을 세워서――."
[쇼]
"내가 자수한다."
[부하]
"네!?"
-
[이즈미]
(렌을 성불시키기 위해서 렌이 죽은 사우스힐 프리즌에 스스로 수감되는 쇼……)
[렌]
"설마 여기로 돌아올 줄이야. 사우스힐 프리즌. 그리운 우리 집."
[쇼]
"그거 잘됐군. 네가 못 이룬 거 라는 걸 찾아서 빨리 사라지기나 해."
-
[쇼]
"기억은 어느 정도 나지?"
[렌]
"뭐, 나름은? 아, 저놈은 기억나. 더글라스야. 친했어."
[쇼]
"더글라스."
[더글라스]
"응? 신입인가?"
[쇼]
"렌을 알고 있나?"
[더글라스]
"렌?"
[쇼]
"내 동생이다."
[더글라스]
"너, 렌네 형이야? 그러고 보니 형이 한 명 있다고 했었지."
[쇼]
"쇼다. 잘 부탁하지."
[더글라스]
"그래. 렌 일은 아쉽게 됐어. 갑작스러워서 나도 놀랐어."
[쇼]
"사실은 렌의 죽음을 조사하고 있어. 협력해주겠어?"
[더글라스]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쇼]
"아니, 좀 이상한 데서 죽었으니까 신경 쓰여서."
[더글라스]
"알았어. 뭐든 말만 해."
[이즈미]
(어두컴컴한 감옥 분위기를 조명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 쥬자 군이 조명에 가지는 공포심이 누그러지도록, 아카시 군이 신경 써주고 있는 거겠지)
-
[쇼]
"대학 갈 돈까지 모아줬는데 쓸데없이 갱의 똘마니 같은 게 돼서는."
[렌]
"자기도 더러운 일 하면서, 말은 잘해."
[쇼]
"난 괜찮아. 넌 진짜 예전부터 남의 말을 안 들었지."
[렌]
"형도 똑같잖아."
[레나르트]
"혼잣말이 크군. 이번 신입은 이상한 놈이 들어왔어."
[데이비드]
"독방에 넣는 게 나은 거 아냐?"
[더글라스]
"레나르트와 데이비드다. 죄수들을 통솔하고 있지. 원하는 게 있으면 저 둘에게 말하는 게 빨라. 물건이든 정보든 말이야."
[쇼]
"호오."
[더글라스]
"뭐, 찍히지 않게 얌전히 있는 게 가장 좋지만."
[레나르트]
"미겔, 빨래해두라고 했을 텐데?"
[미겔]
"앗―― 미안해!"
[데이비드]
"미겔~ 이것도 부탁한다~?"
[미겔]
"으앗――."
[쇼]
"저건?"
[더글라스]
"돈 대신 노동력으로 거래한거 아냐?"
[레나르트]
"어이, 미겔."
[쇼]
"지나쳐."
[데이비드]
"뭐?"
[렌]
"아~ 얌전히 있으라고 말했는데. 진짜 남의 말은 안 듣는다니까, 형은."
[쇼]
"시끄러워."
[레나르트]
"뭐냐? 신입. 불만이라도 있어?"
[쇼]
"지나치다고 했잖아."
[데이비드]
"그렇다는데, 미겔. 어때? 거래 끝낼까?"
[미겔]
"아, 아니, 난 괜찮아!"
[레나르트]
"그렇다는군. 나가는 문은 저쪽이다. 신입."
[데이비드]
"여기서 잘 지내고 싶으면 룰을 따라."
[쇼]
"빌어먹을."
[더글라스]
"……훗."
[쇼]
"뭐야."
[더글라스]
"아니, 렌네 형이 맞구나 싶어서."
-
[이즈미]
(쇼는 레나르트 일행에게 반항한 게 원인이 되어 죄수들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쇼]
"무슨 일이지?"
[죄수A]
"아니, 신입에게 이곳의 방식을 알려줘야지 않겠어?"
[죄수B]
"야, 너무 건방지게 굴어서 좋을 거 없다?"
[죄수C]
"그래, 사이 좋게 지내자고!"
[쇼]
"――윽, 사이 좋다는 게 꽤나 거칠군."
[죄수A]
"이것도 여기 방식이라는 거지!"
[쇼]
"――칫."
[죄수B]
"큭――."
[죄수C]
"크억."
[쇼]
"나도 얕보였군."
[죄수A]
"젠장――."
"으악!? 유리가 왜―― 악."
[렌]
"형은 방어가 약해."
[쇼]
"저 유리를 깬 게 너야? 저건 누가 치우는데. 정말이지."
[렌]
"도와줬는데 말투 봐라."
-
[죄수D]
"신입이 레나르트한테 반항했다며?"
[죄수E]
"대항세력을 모으겠지. 나도 앞에 설 거다."
[쇼]
"무슨 얘기지?"
[더글라스]
"어느새 네가 레나르트의 대항 세력 리더가 된 모양인데. 참고로 참모는 나야."
[쇼]
"왜 그렇게…… 아니, 됐나. 머리를 제압하는 게 빠른 길이지."
[더글라스]
"형님은 렌보다 더 혈기왕성한걸."
[렌]
"그렇지. 난 귀여운 수준이라니까?"
[쇼]
"시끄러워."
[더글라스]
"하하, 미안해."
[미겔]
"쇼, 저번엔 고마워! 난 레나르트도 데이비드도 무섭지만 쇼의 팀에 들어갈게!"
[쇼]
"팀……."
[더글라스]
"순조롭게 조직화하고 있는 걸."
-
[이즈미]
(의도한 건 아니지만 레나르트 일행의 대항 세력을 조직하게 된 쇼는, 이윽고 레나르트 일행과 전면 대결을 펼치는 날을 맞이한다……)
[레나르트]
"이런 소란을 일으키면서까지 하극상인가? 징벌방에 가게 될 거다."
[쇼]
"알고 싶은 게 좀 있어서 말이야."
[레나르트]
"그냥 물어보면 될 텐데."
[쇼]
"거래하게 되면 뭘 요구할지 모르는 거니까."
[레나르트]
"그렇군, 머리는 좀 굴린다는 건가."
[데이비드]
"그나저나 꽤 과격한 신입이 들어왔네."
[죄인A]
"건방지다고! 레나르트 씨를 거역하면 어떻게 되는지 깨닫게 해주지!"
[죄인D]
"네 녀석들은 전부터 짜증 났어! 잘난 척이나 하고!"
[더글라스]
"뭐, 가끔은 이런 축제도 좋지."
[미겔]
"나, 나도 싸울 수 있어!"
[렌]
"형!"
[죄인A]
"으악! 또 유리가!?"
[렌]
"방어가 약하다고 했잖아. 그나저나 내가 형을 도와주다니, 신선한데~"
[쇼]
"뭐야!? 히죽거리지 마. 누구 탓에 이렇게 됐는데."
[렌]
"아무리 생각해봐도 형 탓인데."
[더글라스]
"곧 교도관이 눈치채고 올 거야."
[쇼]
"단숨에 정리한다. 렌, 형광등 깨버려."
[렌]
"막 명령하지 마!"
[레나르트]
"――윽."
[쇼]
"움직이지 마."
[레나르트]
"――어느새."
[쇼]
"전원 움직이지 마. 머리가 내 손에 있다."
[데이비드]
"레나르트!?"
[레나르트]
"신입의 말을 들어라."
[교도관]
"뭐 하는 짓들이야! 전원 정렬해!"
[이즈미]
(쇼와 렌 사이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어. 쥬자 군도 아자미 군도 감정의 흐름을 잘 표현하고 있어)
-
[레나르트]
"……그래서? 알고 싶은 게 뭐지?"
[쇼]
"의외로 얘기가 통하는군."
[레나르트]
"뭐, 그런 것도 가끔은 나쁘지 않지. 한 김 빼는데 딱이니까."
[데이비드]
"빨리 용건이나 말해."
[더글라스]
"열받아 보이네. 진 게 그렇게 분해?"
[레나르트]
"저 녀석은 지는 걸 싫어하니까."
[쇼]
"동생인 렌에 대해 알고 싶다. 아는 건 뭐든 좋으니 말해줘."
[레나르트]
"네가 렌의 형인가."
[데이비드]
"안 닮았네."
[쇼]
"아버지가 달라."
[데이비드]
"렌이 몇 개 조달의뢰를 하긴 했는데……."
[레나르트]
"말해도 상관없잖아."
[데이비드]
"그 녀석, 탈옥을 계획하고 있었어."
[쇼]
"탈옥?"
[레나르트]
"더글라스, 들은 적 없나?"
[더글라스]
"아니, 없어."
[레나르트]
"부탁한 물건이 물건이어서. 물어보니 쉽게 자백하더군."
[데이비드]
"제법 기개 있는 놈이라 기대했었는데 말이야."
[쇼]
"너도 탈옥할 생각이었나?"
[데이비드]
"아버지가 입원해있어. 얼마 남지 않았다더군."
[쇼]
"탈옥이라…… 렌이 부탁한 것과 같은 걸 준비해줘. 그 녀석이 어떻게 탈옥하려고 했는지 생각해봐야겠어."
[더글라스]
"그럼 나도 조금 협력할 수 있을 것 같아."
"전에 탈옥 얘기를 한 적이 있어. 그런데 진짜로 계획하고 있었다면 말해주면 좋았을 텐데. 그럼 나도――."
[쇼]
"나가고 싶은 거야?"
[더글라스]
"나는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가망이 없어서. 죽는다면 담장 밖에서 죽고 싶어."
[쇼]
"그럼 같이 나가자."
[더글라스]
"가볍게 말하네."
[렌]
"그런 놈이니까, 형은."
[쇼]
"렌, 탈옥에 관한 기억은?"
[렌]
"하나도 없어."
[쇼]
"탈옥하려고 한 이유도 짐작 가는 게 없나?"
[렌]
"없어."
[이즈미]
(레나르트와 데이비드가 준 정보를 시작으로 렌의 탈옥 계획에 대해 알아보는 쇼……)
-
[쇼]
"어딘가 렌이 자주 가 있었던 곳은 없나? 구멍을 팠다면 시간이 꽤 걸렸을 텐데."
[더글라스]
"자주 가있었던…… 그러고 보니 운동장 구석에서 항상 책을 읽었어."
"이 주변이야."
[쇼]
"……있다! 구멍이야."
[더글라스]
"렌 녀석, 계속 이걸 파고 있었구나……."
[쇼]
"이제 언제 나갈지만 남았군."
[데이비드]
"야근하는 교도관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져. 신입 때가 가장 쉬워."
[더글라스]
"교도관 근무표는 내가 알아."
[쇼]
"그런 걸 어떻게――."
[더글라스]
"응?"
[쇼]
"아니, 아무것도 아냐."
-
[렌]
"저기, 난 왜 탈옥하려고 했을까?"
[쇼]
"내일 탈옥하고 생각해내."
[렌]
"그러고 보니까~"
[쇼]
"시끄러워. 난 이제 잘 거야."
[렌]
"아, 그래. 난 한가한데."
[쇼]
"이 자식……."
[렌]
"미리 말하는데, 유령은 만질 수 없어."
[쇼]
"내일 반드시 사라지게 해주지."
[렌]
"형이랑 마지막으로 치고받고 싸운 게 언제였더라."
[쇼]
"네가 돈 빌리러 돌아왔을 때잖아."
[렌]
"그런 일이 있었나."
[쇼]
"내가 승진했을 때를 노리고 왔었지."
[렌]
"아…… 나, 탈옥하고 형한테 돈 빌리러 가려고 했을지도."
[쇼]
"그랬으면 내가 널 패 죽였을 거야."
[렌]
"하하, 그렇게 죽었으면 유령이 되지도 않았을 텐데."
"생각해보면 형이랑 이렇게 오래 같이 있는 거, 시설에 있을 때 이후로 처음이네."
[쇼]
"그러게. 그때는 너도 아직 귀여웠는데."
[렌]
"형이 나보고 귀엽다니, 기분 나빠."
[쇼]
"건방지게 커버렸어."
[이즈미]
(둘 사이의 분위기가 서두와는 전혀 달라졌어. 언젠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이좋은 형제의 모습을 방불케 해……)
(결별하고 렌이 죽은 지금 상황에서는, 그 사실이 애달프게 다가와)
-
[쇼]
"가자."
[데이비드]
"기다려, 교도관이 지나갈 거야."
[교도관A]
"187번?"
[렌]
"내 번호다."
[교도관B]
"저번에 죽은 놈이야. 탈옥을 계획했던 거 같아. 실행하기 전에 죽어서 어느정도 계획이 진행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을 위해 수상한 흔적이 없나 주의하도록."
[교도관A]
"네."
[쇼]
"어떻게 된 거지? 렌의 계획을 교도관이 알고 있었다고?"
[데이비드]
"나와 레나르트는 흘린 적 없어. 득 볼게 하나도 없잖아."
[쇼]
"그럼 누군가 다른 사람이 밀고했다는 건가?"
[데이비드]
"그런데 우리 외에 누가……."
[쇼]
"더글라스, 교도관의 근무표를 어떻게 알고 있지?"
[더글라스]
"어?"
[쇼]
"일반 죄수가 알만한 정보가 아니야."
[더글라스]
"그건…… 청소할 때 우연히 봐서……."
[데이비드]
"교도관 근무표를 훔쳐볼 수 있을만한 청소 장소는 모르겠는데."
[쇼]
"렌을 밀고한 게 너냐?"
"교도관이 죄수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내통자를 고용하는 일이 있지. 감형을 조건으로 걸면 거절하지도 않겠고."
[더글라스]
"――."
[교도관C]
"진짜, 재수도 없지."
[데이비드]
"저놈은 왜 남아있어? 오늘 야근하는 건 신입일 텐데…… 큰일 났군. 저 녀석, 이쪽 흡연실로 온다."
"설마 더글라스, 너 우리를 속인 거냐?"
[더글라스]
"아니야!"
[교도관D]
"죄송합니다! 교대할게요!"
[교도관C]
"늦었어. 신입 주제에."
[교도관D]
"죄송합니다!"
[쇼]
"아무래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더글라스]
"……미안해. 나는――."
[쇼]
"가자. 얘기는 나중에 해."
-
[더글라스]
"렌이 없어진 걸 가장 먼저 눈치챈 건 나야. 탈옥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어. 그 녀석에게 탈옥 계획을 얘기한 건 나였으니까. 나갈 때는 같이 가기로 약속했는데."
"그런데 두고 갔으니, 배신당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교도관에게 밀고했지. 하지만 설마 그 녀석이 죽을 줄은 몰랐어. 전부 내 탓이야. 정말로 미안해."
[쇼]
"렌이 죽은 건 교도관 탓이 아니야. 교도관이 렌을 발견한 건 죽은 다음이다."
"그렇지 않으면 탈옥하려 했던 흔적을 이미 찾아냈겠지. 그 녀석은 제멋대로 죽은 거야. 더글라스, 네 탓이 아니다."
[더글라스]
"정말이야……?"
[쇼]
"그래. 렌이 이루지 못한 걸, 대신해줘야지."
[렌]
"내가 혼자서 탈옥했다고……? 더글라스를 두고……?"
-
[더글라스]
"구멍의 출구는 여기, 쓰레기장이야."
[쇼]
"그래서 렌은 여기서 죽은 건가."
[데이비드]
"야, 이건 뭐야?"
[더글라스]
"편지……?"
"쇼한테 쓴 거야."
[데이비드]
"보냈으면 됐을 텐데."
[렌]
"주소 몰라."
[쇼]
"렌하고는 절연 상태였어. 주소를 알려준 적도 없고."
"이런 편지…… 늦었다고. 멍청이가."
[렌]
"형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은데."
[이즈미]
(담장 위에 걸려있던 편지…… 렌은 그 편지를 집으려다 발이 미끄러져서 죽은 거였어)
[쇼]
"너희는 이제 어떡할 거지?"
[데이비드]
"나는 아버지 병원으로 갈거야."
[더글라스]
"난 되도록 멀리, 갈 수 있는 곳까지 갈 생각이야. 쇼는?"
[쇼]
"어머니 성묘에 갈거야. 여기서 헤어져야겠군."
[데이비드]
"잡히지 마라."
[쇼]
"너도."
[더글라스]
"고마워. 쇼. 너희 형제를 만나서 다행이야."
[쇼]
"렌과, 그 멍청이와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
-
[쇼]
"어머니 성묘를 둘이 같이 오다니, 처음 아니냐?"
[렌]
"그러네."
[쇼]
"여기에 편지를 두려고 한 건가."
[렌]
"응. 그럼 아무리 박정한 형이라도 언젠가 보겠지."
[쇼]
"더 빨리 만나러 가면 좋았을 것을. 전부 늦어버렸어."
[렌]
"둘이 똑같지 뭐."
[쇼]
"미안하다, 렌."
[렌]
"형이 사과하는 거, 처음이네."
[쇼]
"무슨 소리야, 나도 사과 정도는――. 야, 렌. 너 몸이――."
[렌]
"아, 이제 시간 다 됐나 봐. 그럼 안녕, 형."
[쇼]
"마지막까지 제멋대로인 동생이군."
[이즈미]
(렌의 머리 위로 눈부신 햇살이 조그맣게 비쳐들고, 동시에 그 모습이 사라진다……)
[렌]
"편지에는 뭘 써야 하더라. 뭐, 상관없나. 오랜만이야. 또 승진해서 보스가 됐다며?"
"형은 진짜 마피아 잘 어울린다니까. 나는 별로였지만. 형제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아니, 이걸 쓰려던 게 아닌데. 무슨 말이 하고 싶었냐면, 난 형한테 고마워하고 있어."
"얼굴 보고 얘기하면 어차피 또 싸우게 될 테니까 편지로 썼어."
"그런데 주소를 모르니까 어떻게 줘야 하나 했는데, 어머니한테 맞기면 된다는 게 생각났어. 형도 성묘 정도는 하지?"
"솔직히 어머니가 죽고 나서 나한테 형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고 짜증 나기만 했어. 형만 없었으면 내 인생도 좀 더 나았을 텐데 생각했을 정도로."
"그래도 형이 나를 많이 위해줬다는 걸 지금은 알게 됐어. 나도 성장했지? 지금까지는 혀가 잘려도 말 안 했을 텐데."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 여기에 들어온 덕분이야. 더글라스라는 놈이 있는데, 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좋은 놈이야. 이번에 탈옥 계획을 생각한 것도 그놈이고."
"사실은 같이 탈옥할 계획이었는데, 내가 한번 나가보고 안전한 걸 확인한 다음에 하는 게 확실할 것 같아서."
"난 이 편지를 두고 사우스힐 프리즌으로 돌아갈 거야. 다음에 만나는 건 형기가 끝난 다음이겠네."
"만약에 형이 그럴 마음이 있으면, 이지만. 그럼 또 보자, 형."
"렌이. 사랑하는 망할 형에게."
[이즈미]
(조그맣던 빛줄기가 점점 커지고, 쇼의 전신을 감싼다……)
[쇼]
――.
[이즈미]
(아침 해가 떠올라……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뜬 쥬자 군의 표정에는, 드디어 어둠에서 빠져나온 듯한 후련함과 후회가 번지고 있어)
(눈앞에 떠오르는 빛 알갱이를 조명이 비추며, 종막……)
(빛을 받는 쥬자 군의 모습이 멋있어. 무대 위에서 빛을 받는 날을 오랫동안 바라온 쥬자 군이니까, 이렇게 멋있게 빛날 수 있는 거야)
-
[쥬자]
감사합니다!
[아자미]
감사합니다.
-
[아카시]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야……. 쥬자 씨, 전보다 훨씬 기쁘게 빛나고 있어요.
-
[쿠몬]
형!
[쥬자]
!?
[쿠몬]
형…… 고생했어.
[쥬자]
고마워. 네가 없었으면, 나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쿠몬]
아니야, 전부 형의 힘이야. 내일부터도 힘내! 그럼 방해되지 않게 난 가볼게!
[사쿄]
갑자기 와서 갑자기 가버리는군.
[반리]
조금 전까지 객석에서 보고 있던 거 아니냐고.
[타이치]
재빠르네여.
[오미]
걱정돼서 가만히 있지 못했던 거겠지.
[아자미]
누가 형인지 모르겠는데.
[쥬자]
……그래. 저 녀석은, 나 같은 것 보다 훨씬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