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앙케트 협력 부탁합니다.
[시트론]
앙케트 잘 부탁해~
[미즈노]
――이거 부탁합니다.
[이즈미]
항상 감사합니다. 잘 받았습니다.
[미즈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즈미]
아, 기다려주세요. 미즈노 씨한테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미즈노]
이건…… 초대장인가요?
[이즈미]
메구루 씨 생일파티 초대장 같아요. 츠즈루 군이, 미즈노 씨는 이번 파티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미즈노]
――. 그건 받을 수 없습니다. 저는 그와 얼굴을 마주할 수가…….
[이즈미]
팬과 작가로서 직접 만나는 일은 없어도, 소꿉친구로서는 괜찮지 않을까요?
[미즈노]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시트론]
좋은 생각 났어!
[미즈노]
?
[시트론]
미즈노, 조력자 외국인이 되자!
-
[츠즈루]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카오루]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노보루]
해피 버스데이 디어 메구루 형~
[스베루]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유즈루]
메구루 형, 초 후~ 불어!
[타케루]
빨리빨리~!
[메구루]
후~
[토오루]
축하해.
[아타루]
축하해~ 형.
[이즈미]
축하해요!
[메구루]
고마워.
[타도루]
메구루도 드디어 24살인가~ 성장했구나~
[츠즈루네 아빠]
타도루는 26살이지.
[츠즈루네 엄마]
별로 차이도 안 나면서.
[이즈미]
(따뜻한 생일파티야. 츠즈루 군네 집 분위기 탓일지도.)
[오미]
그나저나, 새삼스럽게 보니 10인 형제는 장관인걸. 우리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배 이상인가…….
[아자미]
난 외동이지만 비교적 이런 느낌일지도.
[타스쿠]
아, 이즈미다네 집은 드나드는 사람이 많으니까.
[오미]
전에 초대받아서 간 은천회 연회도 장관이었지…….
[아자미]
연상만 있어서 이거랑은 좀 다르지만.
[토오루]
음~ 그러면, 지금부터 연극을 시작하겠습니다.
[유즈루]
습니다!
[아타루]
이제 곧 시작하므로, 어~ 음, 자리에 앉아주세요!
[타케루]
메구루 형은 가운데!
[메구루]
그래그래.
[토오루]
타케루, 불 꺼줘.
[타케루]
알았어!
[아타루]
그럼 상연 개시합니다!
-
[마스크 쓴 남자]
…….
"변두리 작은 늪에는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전설이 있었습니다."
"《바닥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에는 캇파가 살고 있다. 어린이가 가까이 오면 끌려들어 가서 돌아오지 못한다.》"
[노보루]
"캇파가 진짜 있을 리 없잖아~! 바보 아냐?"
[스베루]
"타로는 거짓말쟁이~"
[카오루]
있어! 분명히 있어!"
[노보루]
"그럼 증명해봐!"
[스베루]
"사진 찍어오면 믿어줄게!"
[카오루]
"좋아!"
[마스크 쓴 남자]
"큰 소리를 주고받고서 타로는 혼자 늪으로 향했습니다."
[카오루]
"젠장, 바보취급 하다니…… 꼭 캇파를 찾아서 인정하게 할 거야!"
"이상하다…… 오이를 뒀는데 전혀 안 나오네. 쳇."
[마스크 쓴 남자]
"타로가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츠즈루]
형!
[타도루]
어? 아, 여기서 효과음이었나.
[이즈미]
(타도루 씨, 잡일 담당이구나…….)
[카오루]
"엇, 지금 이 소리……."
[츠즈루]
"카파~!"
[카오루]
"으와아아아!"
"와아아아……어?"
[츠즈루]
"어?"
[카오루]
"그보다, 누구야 넌!"
[츠즈루]
"캇파야."
[카오루]
"카파~ 라고 우는 캇파가 어딨냐!"
[츠즈루]
"아니, 그치만 최근엔 여기 오는 애들이 없어서 나가는 방법을 모르는데……."
-
[노보루]
"사, 살려줘――!"
[카오루]
"왜 저런 애를 도와주는 거야. 캇파한테 심한 짓을 하려고 했다고."
[츠즈루]
"카파~!"
[카오루]
"그건 이제 됐다니까."
[츠즈루]
"타로의 친구니까! 친구의 친구는 친구야!"
[카오루]
"딱히 친구 같은 거……."
[스베루]
"콜록, 콜록, 하아하아……."
[노보루]
"물에 빠지는 줄 알았어……."
[츠즈루]
"――."
[스베루]
"아――."
[노보루]
"흐, 흥! 역시 캇파 따위 없잖아!"
[스베루]
"아니, 하지만 지금 저기에――."
[노보루]
"아무것도 없잖아."
[스베루]
"기분 탓인가?"
[노보루]
"거봐, 캇파 같은 게 있을 리 없어."
[스베루]
"그런데 그럼 타로가 구해준 건가?"
[카오루]
"아니, 그건――."
[노보루]
"진짜?"
[스베루]
"굉장해, 타로."
[마스크 쓴 남자]
"그 이후, 타로와 반 친구들은 다 함께 어울려 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타로는 혼자 몰래 캇파를 만나러 갔습니다. 아무도 믿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캇파와 타로의 둘만의 비밀이니까요."
-
[츠즈루]
감사합니다. 자, 인사.
[카오루]
감사합니다.
[노보루]
감사합니다~!
[스베루]
감사합니다~
[마스크 쓴 남자.]
감사합니다.
[츠즈루네 아빠]
잘했어!
[츠즈루네 엄마]
오랜만에 봤는데 재밌었어!
[타스쿠]
이게 미나기의 원점인가.
[츠즈루]
하하, 부끄럽네요.
[이즈미]
그렇지 않아! 엄청 재밌었어.
[아자미]
초등학생이 이 정도 쓴 거면 충분하지.
[오미]
응. 동생들도 연기에 재능 있는 거 아니야?
[아자미]
그건 그렇고, 저 마스크…….
[타스쿠]
틀림없이 시트론이 생각해낸 거겠지.
[이즈미]
아하하…… 역시 알겠어요? 미즈노 씨한테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면 마스크를 쓰면 된다고 했어요.
[오미]
그렇구나.
[유즈루]
있지 있지 그 마스크 뭐야~?
[미즈노맨]
나는, 수수께끼의 조력자 미즈노맨이야!
[타케루]
미즈노맨 멋져~!
[유즈루]
미즈노맨 같이 놀자~!
[타케루]
뭔가 기술 보여줘!
[미즈노맨]
기, 기술!? 미, 미즈노 플라워 샤워! 샤와와와!
[유즈루]
우와~!
[아자미]
저 캐릭터가 더 얼굴 마주하기 힘든 것 같은데.
[이즈미]
그러게……!
[메구루]
오늘 고마워. 미즈노……맨.
[미즈노맨]
아, 아뇨…….
[메구루]
클럽팀에 꽃다발이랑 편지 보내준 거, 너지? 응원 편지 기뻤어.
[미즈노맨]
아, 아뇨, 그건 제가 아닌――.
[메구루]
편지 내용이 분명 우리 집에 와본 적 있는 녀석이 쓴 거였고, 나한테 그런 꽃다발을 보낼만한 녀석은 너뿐이야.
[미즈노맨]
윽…….
[메구루]
나를 위해서 또 연극에 출연해줘서 고마워. 츠즈루도, 친구로서 잘 부탁할게.
[미즈노맨]
네!? 아뇨, 하지만, 저는, 그게――.
[츠즈루]
자, 미즈노 몫의 케이크.
[미즈노맨]
고, 고마워…….
[타스쿠]
저 마스크를 쓰고 어떻게 먹는 거야?
[오미]
아, 입 부분만 살짝 내리나 봐요.
[미즈노맨]
그 시절하고 변함없는 맛이야…….
[츠즈루]
레시피가 같으니까.
항상 팬레터랑 앙케트 고마워. 미즈노의 팬레터를 읽으면 앞으로도 힘내자고 생각하게 돼. 민들레도, 항상 거울 앞에 장식해두고 있어.
[미즈노맨]
――.
[츠즈루]
또 같이 연극을 하자는 그 시절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야.
괜찮으면 애들 생일파티에도 와줘.
[미즈노맨]
그건―― 안 됩니다.
앞으로도 순수하게 당신의 작품을 계속 마주하기 위해서, 팬으로서의 거리감을 소중히 하고 싶어요.
단, 소꿉친구로서라면…… 이 미즈노맨이라도 괜찮으면!
[츠즈루]
하하, 완고하네. 뭐든 상관없어.
[미즈노맨]
――고마워, 요.
[이즈미]
저 완고함은 역시 미즈노 씨…….
[오미]
신념이 확고하네.
[이즈미]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이지만 전처럼 돌아간 것 같아서 다행이야.)
-
[츠즈루]
새삼 짐이 굉장하네.
[메구루]
꼬맹이들이 직접 만든 선물에 형이 준 수수께끼의 목각 인형…….
그리고 카오루네가 준 양말이랑, 축구부에서 받은 축구화랑, 감독님이 준 티셔츠랑…….
[츠즈루]
전부 선물이냐.
[메구루]
타스쿠 씨가 차로 역까지 바래다줘서 살았어. 나중에 제대로 고맙다고 전해줘.
[츠즈루]
알았어.
[메구루]
……으~음, 15번 선인가.
[츠즈루]
전향한다는 얘기, 형수님하고는 해봤어?
[메구루]
응. 어떤 반응을 보일지 조금 걱정했었는데, 나보다 열정적이라 맥이 빠졌어.
꿈을 좇는 모습을 좋아하니까 전력으로 지지해주겠대. 나치고는 좋은 아내를 얻었어.
[츠즈루]
형한테 과분할 정도야.
[메구루]
하하, 그렇지.
[츠즈루]
앞으로 바빠질 테지만, 또 둘이서 집에 얼굴 비치러 와. 형 방 아직 있으니까.
[메구루]
지금은 거의 창고잖아.
……그러고 보니, 결국 네가 쓰지 않았네. 써도 된다고 했는데.
[츠즈루]
형이 돌아왔을 때 방이 없으면 곤란하잖아.
[메구루]
날 위해 비워둔 거야?
[츠즈루]
언제 꿈이 깨지고 돌아올지 모르니까.
[메구루]
솔직하지 못하네~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가니 꼬맹이들이 엄청 성장해있어서 놀랐어.
[츠즈루]
우리 1년하고 그 녀석들 1년은 전혀 다르니까.
[메구루]
유즈루는 꾸물거리기만 하던 아기가 제대로 걷고 말하잖아. 성장이랄까 진화지.
[츠즈루]
순식간에 꼬맹이라고 할 수 없게 될걸.
[메구루]
그럴지도. 뭔가, 꼬맹이들 보고 있으면 자식은 좋지~ 싶어.
엄마가 축구 좋아하는 거 알지? 축구팀을 만들 수 있는 대가족이 꿈이었대.
꼬맹이들이 크면 미나기 형제끼리 대회 출장을 노려볼까? 내 아이도 넣어서.
[츠즈루]
벌써 아들이라고 확정 짓는 거야?
[메구루]
뭐, 딸이라도 축구 할 수 있고!
[츠즈루]
그보다, 아빠는?
[메구루]
전력 외지. 엄마가 더 낫겠다.
[츠즈루]
그렇지.
그런데 엄마의 축구팀 얘기는 몰랐어. 너무 흔해서 각본에도 쓸 수 없는 레벨.
[메구루]
맞아! 언젠가 내가 진짜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면 말야…….
'미나기 메구루 이야기'라는 드라마가 방송될 테니까 그때는 너를 각본으로 지명할게!
주연배우에는 타스쿠 씨 지명할까.
[츠즈루]
여전히 엄청난 소리 하네~
할지 안 할지는 개런티를 봐서.
[메구루]
500엔은 어때?
[츠즈루]
싸다.
[방송]
곧 15번 선에 열차가 도착합니다.
[메구루]
그럼 또 보자.
[츠즈루]
응. 힘내.
[메구루]
너도.
[츠즈루]
응.
-
신칸센 문이 조용히 닫힌다.
입구에 선 채로 형과 창 너머로 시선이 마주쳤다.
망설임 없는 환한 표정.
똑바로 꿈을 좇는, 내가 좋아하는 형의 얼굴이다.
서로에게 응원을 보낼 생각으로 마주 웃는다.
신칸센이 출발하는 것과 동시에 형은 등을 돌려 안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아직 꿈을 좇고 있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홈에 홀로 남자, 문득 형의 말이 뇌리에 살아났다.
가족끼리 축구팀을 만들겠다는 어머니의 꿈…….
그래서 진짜로 아들을 10명 낳는 점이 우리 어머니답다.
언젠가, 형도 아버지가 되는 걸까.
상상해보니 어쩐지 두근거려서 기쁜듯한, 하지만 공연히 서글픈 듯한…….
형이 집을 나간 순간의 기분이 되살아나서, 촉촉하게 눈가가 젖었다.
-
[츠즈루]
――아니지, 아냐. 이러면 내 에세이잖아. 이건 버려야지.
……후우.
('미나기 메구루 이야기'라……. 언젠가, 이게 세상에 나올 날이 올까?)
(앞날은 너무나도 불투명하고, 불확실해. 하지만 부디, 머지않은 미래에 이걸 이어서 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