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앙케트 협력 부탁합니다.

[시트론]
앙케트 잘 부탁해~

[미즈노]
――이거 부탁합니다.

[이즈미]
항상 감사합니다. 잘 받았습니다.

[미즈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즈미]
아, 기다려주세요. 미즈노 씨한테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미즈노]
이건…… 초대장인가요?

[이즈미]
메구루 씨 생일파티 초대장 같아요. 츠즈루 군이, 미즈노 씨는 이번 파티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미즈노]
――. 그건 받을 수 없습니다. 저는 그와 얼굴을 마주할 수가…….

[이즈미]
팬과 작가로서 직접 만나는 일은 없어도, 소꿉친구로서는 괜찮지 않을까요?

[미즈노]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시트론]
좋은 생각 났어!

[미즈노]
?

[시트론]
미즈노, 조력자 외국인이 되자!

-

[츠즈루]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카오루]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노보루]
해피 버스데이 디어 메구루 형~

[스베루]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유즈루]
메구루 형, 초 후~ 불어!

[타케루]
빨리빨리~!

[메구루]
후~

[토오루]
축하해.

[아타루]
축하해~ 형.

[이즈미]
축하해요!

[메구루]
고마워.

[타도루]
메구루도 드디어 24살인가~ 성장했구나~

[츠즈루네 아빠]
타도루는 26살이지.

[츠즈루네 엄마]
별로 차이도 안 나면서.

[이즈미]
(따뜻한 생일파티야. 츠즈루 군네 집 분위기 탓일지도.)

[오미]
그나저나, 새삼스럽게 보니 10인 형제는 장관인걸. 우리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배 이상인가…….

[아자미]
난 외동이지만 비교적 이런 느낌일지도.

[타스쿠]
아, 이즈미다네 집은 드나드는 사람이 많으니까.

[오미]
전에 초대받아서 간 은천회 연회도 장관이었지…….

[아자미]
연상만 있어서 이거랑은 좀 다르지만.

[토오루]
음~ 그러면, 지금부터 연극을 시작하겠습니다.

[유즈루]
습니다!

[아타루]
이제 곧 시작하므로, 어~ 음, 자리에 앉아주세요!

[타케루]
메구루 형은 가운데!

[메구루]
그래그래.

[토오루]
타케루, 불 꺼줘.

[타케루]
알았어!

[아타루]
그럼 상연 개시합니다!

-

[마스크 쓴 남자]
…….
"변두리 작은 늪에는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전설이 있었습니다."
"《바닥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에는 캇파가 살고 있다. 어린이가 가까이 오면 끌려들어 가서 돌아오지 못한다.》"

[노보루]
"캇파가 진짜 있을 리 없잖아~! 바보 아냐?"

[스베루]
"타로는 거짓말쟁이~"

[카오루]
있어! 분명히 있어!"

[노보루]
"그럼 증명해봐!"

[스베루]
"사진 찍어오면 믿어줄게!"

[카오루]
"좋아!"

[마스크 쓴 남자]
"큰 소리를 주고받고서 타로는 혼자 늪으로 향했습니다."

[카오루]
"젠장, 바보취급 하다니…… 꼭 캇파를 찾아서 인정하게 할 거야!"
"이상하다…… 오이를 뒀는데 전혀 안 나오네. 쳇."

[마스크 쓴 남자]
"타로가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츠즈루]
형!

[타도루]
어? 아, 여기서 효과음이었나.

[이즈미]
(타도루 씨, 잡일 담당이구나…….)

[카오루]
"엇, 지금 이 소리……."

[츠즈루]
"카파~!"

[카오루]
"으와아아아!"
"와아아아……어?"

[츠즈루]
"어?"

[카오루]
"그보다, 누구야 넌!"

[츠즈루]
"캇파야."

[카오루]
"카파~ 라고 우는 캇파가 어딨냐!"

[츠즈루]
"아니, 그치만 최근엔 여기 오는 애들이 없어서 나가는 방법을 모르는데……."

-

[노보루]
"사, 살려줘――!"

[카오루]
"왜 저런 애를 도와주는 거야. 캇파한테 심한 짓을 하려고 했다고."

[츠즈루]
"카파~!"

[카오루]
"그건 이제 됐다니까."

[츠즈루]
"타로의 친구니까! 친구의 친구는 친구야!"

[카오루]
"딱히 친구 같은 거……."

[스베루]
"콜록, 콜록, 하아하아……."

[노보루]
"물에 빠지는 줄 알았어……."

[츠즈루]
"――."

[스베루]
"아――."

[노보루]
"흐, 흥! 역시 캇파 따위 없잖아!"

[스베루]
"아니, 하지만 지금 저기에――."

[노보루]
"아무것도 없잖아."

[스베루]
"기분 탓인가?"

[노보루]
"거봐, 캇파 같은 게 있을 리 없어."

[스베루]
"그런데 그럼 타로가 구해준 건가?"

[카오루]
"아니, 그건――."

[노보루]
"진짜?"

[스베루]
"굉장해, 타로."

[마스크 쓴 남자]
"그 이후, 타로와 반 친구들은 다 함께 어울려 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타로는 혼자 몰래 캇파를 만나러 갔습니다. 아무도 믿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캇파와 타로의 둘만의 비밀이니까요."

-

[츠즈루]
감사합니다. 자, 인사.

[카오루]
감사합니다.

[노보루]
감사합니다~!

[스베루]
감사합니다~

[마스크 쓴 남자.]
감사합니다.

[츠즈루네 아빠]
잘했어!

[츠즈루네 엄마]
오랜만에 봤는데 재밌었어!

[타스쿠]
이게 미나기의 원점인가.

[츠즈루]
하하, 부끄럽네요.

[이즈미]
그렇지 않아! 엄청 재밌었어.

[아자미]
초등학생이 이 정도 쓴 거면 충분하지.

[오미]
응. 동생들도 연기에 재능 있는 거 아니야?

[아자미]
그건 그렇고, 저 마스크…….

[타스쿠]
틀림없이 시트론이 생각해낸 거겠지.

[이즈미]
아하하…… 역시 알겠어요? 미즈노 씨한테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면 마스크를 쓰면 된다고 했어요.

[오미]
그렇구나.

[유즈루]
있지 있지 그 마스크 뭐야~?

[미즈노맨]
나는, 수수께끼의 조력자 미즈노맨이야!

[타케루]
미즈노맨 멋져~!


[유즈루]
미즈노맨 같이 놀자~!

[타케루]
뭔가 기술 보여줘!

[미즈노맨]
기, 기술!? 미, 미즈노 플라워 샤워! 샤와와와!

[유즈루]
우와~!

[아자미]
저 캐릭터가 더 얼굴 마주하기 힘든 것 같은데.

[이즈미]
그러게……!

[메구루]
오늘 고마워. 미즈노……맨.

[미즈노맨]
아, 아뇨…….

[메구루]
클럽팀에 꽃다발이랑 편지 보내준 거, 너지? 응원 편지 기뻤어.

[미즈노맨]
아, 아뇨, 그건 제가 아닌――.

[메구루]
편지 내용이 분명 우리 집에 와본 적 있는 녀석이 쓴 거였고, 나한테 그런 꽃다발을 보낼만한 녀석은 너뿐이야.

[미즈노맨]
윽…….

[메구루]
나를 위해서 또 연극에 출연해줘서 고마워. 츠즈루도, 친구로서 잘 부탁할게.

[미즈노맨]
네!? 아뇨, 하지만, 저는, 그게――.

[츠즈루]
자, 미즈노 몫의 케이크.

[미즈노맨]
고, 고마워…….

[타스쿠]
저 마스크를 쓰고 어떻게 먹는 거야?

[오미]
아, 입 부분만 살짝 내리나 봐요.

[미즈노맨]
그 시절하고 변함없는 맛이야…….

[츠즈루]
레시피가 같으니까.
항상 팬레터랑 앙케트 고마워. 미즈노의 팬레터를 읽으면 앞으로도 힘내자고 생각하게 돼. 민들레도, 항상 거울 앞에 장식해두고 있어.

[미즈노맨]
――.

[츠즈루]
또 같이 연극을 하자는 그 시절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야.
괜찮으면 애들 생일파티에도 와줘.

[미즈노맨]
그건―― 안 됩니다.
앞으로도 순수하게 당신의 작품을 계속 마주하기 위해서, 팬으로서의 거리감을 소중히 하고 싶어요.
단, 소꿉친구로서라면…… 이 미즈노맨이라도 괜찮으면!

[츠즈루]
하하, 완고하네. 뭐든 상관없어.

[미즈노맨]
――고마워, 요.

[이즈미]
저 완고함은 역시 미즈노 씨…….

[오미]
신념이 확고하네.

[이즈미]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이지만 전처럼 돌아간 것 같아서 다행이야.)

-

[츠즈루]
새삼 짐이 굉장하네.

[메구루]
꼬맹이들이 직접 만든 선물에 형이 준 수수께끼의 목각 인형…….
그리고 카오루네가 준 양말이랑, 축구부에서 받은 축구화랑, 감독님이 준 티셔츠랑…….

[츠즈루]
전부 선물이냐.

[메구루]
타스쿠 씨가 차로 역까지 바래다줘서 살았어. 나중에 제대로 고맙다고 전해줘.

[츠즈루]
알았어.

[메구루]
……으~음, 15번 선인가.

[츠즈루]
전향한다는 얘기, 형수님하고는 해봤어?

[메구루]
응. 어떤 반응을 보일지 조금 걱정했었는데, 나보다 열정적이라 맥이 빠졌어.
꿈을 좇는 모습을 좋아하니까 전력으로 지지해주겠대. 나치고는 좋은 아내를 얻었어.

[츠즈루]
형한테 과분할 정도야.

[메구루]
하하, 그렇지.

[츠즈루]
앞으로 바빠질 테지만, 또 둘이서 집에 얼굴 비치러 와. 형 방 아직 있으니까.

[메구루]
지금은 거의 창고잖아.
……그러고 보니, 결국 네가 쓰지 않았네. 써도 된다고 했는데.

[츠즈루]
형이 돌아왔을 때 방이 없으면 곤란하잖아.

[메구루]
날 위해 비워둔 거야?

[츠즈루]
언제 꿈이 깨지고 돌아올지 모르니까.

[메구루]
솔직하지 못하네~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가니 꼬맹이들이 엄청 성장해있어서 놀랐어.

[츠즈루]
우리 1년하고 그 녀석들 1년은 전혀 다르니까.

[메구루]
유즈루는 꾸물거리기만 하던 아기가 제대로 걷고 말하잖아. 성장이랄까 진화지.

[츠즈루]
순식간에 꼬맹이라고 할 수 없게 될걸.

[메구루]
그럴지도. 뭔가, 꼬맹이들 보고 있으면 자식은 좋지~ 싶어.
엄마가 축구 좋아하는 거 알지? 축구팀을 만들 수 있는 대가족이 꿈이었대.
꼬맹이들이 크면 미나기 형제끼리 대회 출장을 노려볼까? 내 아이도 넣어서.

[츠즈루]
벌써 아들이라고 확정 짓는 거야?

[메구루]
뭐, 딸이라도 축구 할 수 있고!

[츠즈루]
그보다, 아빠는?

[메구루]
전력 외지. 엄마가 더 낫겠다.

[츠즈루]
그렇지.
그런데 엄마의 축구팀 얘기는 몰랐어. 너무 흔해서 각본에도 쓸 수 없는 레벨.

[메구루]
맞아! 언젠가 내가 진짜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면 말야…….
'미나기 메구루 이야기'라는 드라마가 방송될 테니까 그때는 너를 각본으로 지명할게!
주연배우에는 타스쿠 씨 지명할까.

[츠즈루]
여전히 엄청난 소리 하네~ 
할지 안 할지는 개런티를 봐서.

[메구루]
500엔은 어때?

[츠즈루]
싸다.

[방송]
곧 15번 선에 열차가 도착합니다.

[메구루]
그럼 또 보자.

[츠즈루]
응. 힘내.

[메구루]
너도.

[츠즈루]
응.

-

신칸센 문이 조용히 닫힌다.
입구에 선 채로 형과 창 너머로 시선이 마주쳤다.

망설임 없는 환한 표정.
똑바로 꿈을 좇는, 내가 좋아하는 형의 얼굴이다.

서로에게 응원을 보낼 생각으로 마주 웃는다.
신칸센이 출발하는 것과 동시에 형은 등을 돌려 안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아직 꿈을 좇고 있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홈에 홀로 남자, 문득 형의 말이 뇌리에 살아났다.

가족끼리 축구팀을 만들겠다는 어머니의 꿈…….
그래서 진짜로 아들을 10명 낳는 점이 우리 어머니답다.

언젠가, 형도 아버지가 되는 걸까.

상상해보니 어쩐지 두근거려서 기쁜듯한, 하지만 공연히 서글픈 듯한…….
형이 집을 나간 순간의 기분이 되살아나서, 촉촉하게 눈가가 젖었다.

-

[츠즈루]
――아니지, 아냐. 이러면 내 에세이잖아. 이건 버려야지.
……후우.
('미나기 메구루 이야기'라……. 언젠가, 이게 세상에 나올 날이 올까?)
(앞날은 너무나도 불투명하고, 불확실해. 하지만 부디, 머지않은 미래에 이걸 이어서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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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즈루]
형이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봤어.

[메구루]
시끄러워. 무대 같은 건 평소엔 전혀 안 보니까 그래.

[츠즈루]
다들 형이 칭찬해줘서 좋아했어. 기세가 너무 대단해서 좀 그랬지만.

[메구루]
그만큼 감동했다는 거야. 츠즈루도 다른 사람들도 굉장해. 축구가 그렇게 연기 속에 녹아들 줄은 몰랐어.
축구도 연기도 잘하네, 다들.

[츠즈루]
그건 감사.

[메구루]
뭐 그래도, 500엔을 그렇게 소재로 가져올 줄은 생각 못 했어.

[츠즈루]
아― 그거 말이지.

[메구루]
그리고 담배도 말이야. 너, 내가 담배 피우기 시작한 거 알고 있었어?

[츠즈루]
냄새로 안다고, 보통.

[메구루]
……그건 그렇고, FW에서 DF로 전향한 나한테 맞춰 쓴 작품 주인공이 FW라니 어떻게 된 거야.

[츠즈루]
그 시절 형이, 나한테 가장 선명했어. FW가 선망의 포지션이라 그런 것뿐만 아니라, 전력으로 망설임 없이 꿈을 좇아가는 모습이 멋있었어.
나, 경기에서 형이 찬 공이 골네트를 흔드는 걸 보는 거, 좋아했어.

[메구루]
…….

[츠즈루]
언젠가 월드컵에서 골을 넣을 거잖아.

[메구루]
아니, 나는 디펜스야.

[츠즈루]
관계없어. 넣어. 이건, 그걸 위한 응원이니까.

[메구루]
――.

[츠즈루]
(나라를 대표하는 FW가 아니라도, 내게 형은 항상 변함없어. 내 자랑이야.)

[메구루]
……좋아.
정했어――――!!

[츠즈루]
!?

[메구루]
4년 후, FW로서 월드컵에 나간다. 감독님께 전향한다고 말하겠어.

[츠즈루]
어……?

[메구루]
금방은 안될지도 몰라. 지금까지 계속 FW 외길로 달려온 사람들과 포지션을 경쟁하는 건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츠즈루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게 보이고 싶으니까.

[츠즈루]
진심이야?

[메구루]
그래. 다른 길로 갈 바에는 한 번 더 전력으로 꿈을 쫓아가 보겠어.

[츠즈루]
맘대로 그런 걸 정해도 되는 거야?

[메구루]
아내한테도 제대로 얘기하고 이해받아야지. 다시 함께 4년 힘내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야.

[츠즈루]
그래.

[메구루]
그렇게 결정됐으니, 빨리 돌아가서 말을 해야지!

[츠즈루]
다음 달엔 생일도 있으니까 집에 돌아와.

[메구루]
――아! 또 그 연극 보고 싶다. 예전에 해줬던 그거.
저번에 얘기하고, 역시 그 연극을 본 게 내가 꿈을 좇는 원동력이었다고 새삼 생각했어.

[츠즈루]
아니, 하지만 그런 애들 장난 같은 연극――.

[메구루]
그래도 나한테는 추억의 작품이야. 꿈의 원점.
그걸 보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4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츠즈루]
알았어.
그래도…… 그걸 하려면 배우가 부족한데.

-

[타스쿠]
――읏, 차.

[츠즈루]
…….

[타스쿠]
――.

[츠즈루]
――.

[타스쿠]
잘 받았네.

[츠즈루]
그렇죠, 뭐.
내일도 공연 2회 있는데, 쉬지 않아도 괜찮아요?

[타스쿠]
이번 공연을 하고 있으면 축구가 하고 싶어서 근질거리거든. 몸을 좀 움직이지 않으면 잠이 안 와.

[츠즈루]
뭐,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서 공을 다루는 좋을 것 같네요.

[타스쿠]
무대에서 공 떨어트리면 웃을 수 없으니까.

[츠즈루]
그렇죠.

[타스쿠]
첫날에 좀 위험한 부분이 있었어.

[츠즈루]
아, 서두에――.

[타스쿠]
그리고 공에 너무 집중해서 연기가 작아지지 않게 해야지. 연기에 영향이 있으면 공을 멈추는 게 나아.

[츠즈루]
네.

[타스쿠]
왜 웃는 거야?

[츠즈루]
아니, 축구를 하고 있어도 역시 타카토 씨라고 생각해서요.

[타스쿠]
무슨 뜻이야.

[츠즈루]
형도 칭찬했어요.

[타스쿠]
응, 분장실에서 흥분했었지. 그건 각본의 힘도 있을 거야.

[츠즈루]
형한테 바칠 생각으로 썼는데, 생각보다 더 잘 전해진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타스쿠]
솔직하게 기뻐해.

[츠즈루]
네.
사실은, 형을 위해 각본을 쓴 건 그게 처음이 아니에요.
예전에 제가 초등학생 때 형 생일파티에서 직접 만든 연극을 보여준 적이 있거든요.

[타스쿠]
호오, 미나기의 원점인가.

[츠즈루]
그렇, 죠…… 그렇구나, 내 원점이기도 하구나.
그래서일까요. 저, 누군가를 위해 쓰는 걸 좋아하는구나 싶어요. 배우한테 맞춰서 쓸 때도 그렇지만, 누군가를 떠올리며 각본을 쓰는 게 즐거워요.
분명 폭이 좁아지니까 그것만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도요…….
이번에 타카토 씨가 뒤를 밀어줘서, 기뻤슴다.

[타스쿠]
배우를 위해서는 맞춰 쓰기만 하는 것도 좋지 않고, 잘 못 하는 테마에 도전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기도 하지.
하지만 미나기가 누군가를 위해 쓴 각본을 난 좋아해. 지금까지 다양한 작가의 연극을 해왔지만, 미나기가 쓴 이야기에는 미나기만이 그릴 수 있는 인정미가 있어.
그런 미나기의 각본이니까, 앞으로도 연기하고 싶어.

[츠즈루]
――감사합니다.
우선 지금 공연이 먼저지만, 언젠가 타카토 씨를 위해 쓴 각본도 함께 연기해보고 싶어요.

[타스쿠]
우리 공통점은 아직 있으니까.

[츠즈루]
주유소 점원 이야기 말이죠.

[타스쿠]
그 점장님도 우정 출연해달라고 할까?

[츠즈루]
또 일하는 날 맘대로 바꿔버릴 거예요.

[타스쿠]
있을법해서 무섭군.

[츠즈루]
주유소 점원이 겪을법한 이야기 소재만은 이거저거 많이 쌓였죠.

[타스쿠]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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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야]
앗, 미나기 선수 기사가 실려있어요.

[츠무기]
클럽팀 연습에 복귀한 것 같네.

[이즈미]
기운을 차린 것 같아 다행이야.
(탄제린 왕자에 이어서 두 번째 봄조 형제 습격이었는데…… 끝에는 완전히 기숙사에 녹아들었지.)

[츠즈루]
감독님.

[이즈미]
?

[츠즈루]
저번에 말했던 믹스공연용…… 쓰고 싶은 각본, 썼어요.

[이즈미]
츠즈루 군…… 처음으로 멀쩡한 츠즈루 군한테 각본을 받은 것 같아.

[츠즈루]
그게, 사실은 어제 다 쓴 건데 그만 저도 모르게 잠들어 버려서. 일어났더니 침대에 있어서 놀랐어요.

[이즈미]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마스미 군이 타스쿠 씨를 불러서 침대에 올려줬었지.)
잘 읽을게.

[츠즈루]
네.

[이즈미]
……. (축구를 테마로 한 청년들의 이야기……. 평소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천천히 스며드는 조금 씁쓸한 청춘 군상극이야.)
응, 멋있어…… 이거, 타이틀은 이미 정했어?

[츠즈루]
조금 부끄러운 타이틀인데――.

[이즈미]
――그거? 괜찮다.

[츠즈루]
그리고 멤버 말인데요…….

[이즈미]
후후. 이미 알고 있어. 이 테마라면, 그렇지.
주연은 물론 츠즈루 군이지?

[츠즈루]
네. 형을 위해 쓴 이야기니까, 제가 맡을게요.

[이즈미]
응.
(츠즈루 군밖에 쓸 수 없는, 메구루 씨를 봐왔으니까 연기할 수 있는 이야기…… 완성이 기대돼.)

-

[메구루]
으―음, 열이…….

[이즈미]
메구루 씨, 이쪽이에요.

-

[메구루]
앗, 감사합니다――.

[이즈미]
자리, 여기예요.

[메구루]
이렇게 정 중앙 좋은 자리로 괜찮아요?

[이즈미]
츠즈루 군이 희망한 거예요. 첫날에 꼭 좋은 자리에서 봐달라고요.

[메구루]
……감사합니다.

[관객A]
츠즈루 군 주연, 오랜만이라 기대돼!

[관객B]
티켓 꼭 사고 싶었어 기뻐! 믹스공연은 어떤 분위기일까?

[메구루]
…….

[이즈미]
(엄청 안절부절못하네.)

[메구루]
사실 츠즈루 무대를 생으로 보는 건 처음이에요. 평소에는 팀 연습 때문에 바빠서 동영상으로만 봤으니까요.

[이즈미]
TV에서 메구루 씨 시합이 시작되기 전의 츠즈루 군 같아요.

[메구루]
하하, 역시 형제네요.

-

[츠즈루]
제 에고 같은 대본에 말려들게 해서 죄송해요.

[아자미]
뭘 이제 와서.

[타스쿠]
각본 내용이 좋으면 에고든 뭐든 상관없어.

[오미]
그보다, 그렇게 미안하다는 생각 안 하고 있잖아?

[츠즈루]
네.

[아자미]
대답 빠르네.

[츠즈루]
계속 같이 축구를 해온 멤버와 이 테마를 연기할 수 있어서, 단순히 즐거워.

[타스쿠]
나도야.

[오미]
즐기자.

[아자미]
그렇지.

[타스쿠]
원진 짠다.

[츠즈루]
네.
형뿐만 아니라, 꿈을 좇는, 각자의 필드를 달려나가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담아서――.
함께 달려주겠어요?

[타스쿠]
그래!

[오미]
가자!

[아자미]
아자!

-

[코치]
"쿠보타, 이제 물러날 데가 없어. 처신을 생각해둬."

[쿠보타]
"……네."
"먼저 실례."

[팀메이트A]
"어라? 가는 거예요?"

[팀메이트B]
"……저렇게는 되고 싶지 않다."

[팀메이트A]
"쿠보타 씨, 고등학교 때는 분명 대표에 선발될 거라고들 했다던데 진짜임까?"

[팀메이트B]
"응. 그런데 지금은 만년 연습생이지."

[팀메이트A]
"피크가 지났다는 느낌이네요."

[이즈미]
(클럽팀에 소속되어 있지만, 성적이 부진한 쿠보타…… 대표에서 떨어지고 침울해 하던 메구루 씨 모습하고 겹쳐.)

-

[쿠보타]
"……칫."

[이가라시]
"축구 선수가 담배 피워도 되는 거야?"

[쿠보타]
"……시끄러―. 너야말로 공부나 해."

[이가라시]
"오늘은 1교시뿐이야. 너 연습은?"

[쿠보타]
"쉬어."

[이가라시]
"땡땡인가."

[쿠보타]
"……."

[이가라시]
"한가하면 도와주지 않겠어?"

[쿠보타]
"도와줘?"

[이가라시]
"이번에 풋살팀을 만들려고 하는데."

[쿠보타]
"프로가 아마추어 팀에 어떻게 들어가?"

[이가라시]
"딱히 대회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노는 거라면 문제없잖아."

[쿠보타]
"대학에 한가한 녀석들 얼마든지 있잖아."

[이가라시]
"미야기랑 코헤이도 불렀어."

[쿠보타]
"코헤이라니, 미야기 동생?"

[이가라시]
"맞아. 히가시 고등학교 축구부끼리 모이고 싶지 않아?"

[쿠보타]
"뭐야 그게."

[이가라시]
"생각해봐. 연봉 500엔으로."

[쿠보타]
"싸다. ……뭐, 딱히 상관없어."

[이가라시]
"정말?"

[쿠보타]
"뭐야, 네가 불러놓고."

[이가라시]
"아니, 고마워. 그 녀석들한테 말하면 좋아할 거야."

[이즈미]
(평소보다 나른한, 담담한 분위기…… 츠즈루 군하고 오미 군의 연기도 평소보다 절제된 느낌이야.)

-

[미야기]
"오랜만이야."

[코헤이]
"……안녕하세요."

[이가라시]
"너네 전혀 안 만났었어?"

[미야기]
"졸업식 이후 처음이야."

[쿠보타]
"그렇지."

[이즈미]
(응어리가 있는 쿠보타와 미야기의 어색한 분위기. 타스쿠 씨의 연기도 평소보다 리얼리티를 중시한 방향성이야.)

[미야기]
"이 녀석이 코헤이야."

[코헤이]
"쿠보타 씨, 한방에 선발 합격했다는 거 진짜임까?"

[쿠보타]
"……어어, 뭐."

[코헤이]
"우와― 쩔어―. 히가시고 축구부의 전설임다."

[쿠보타]
"……흐응―."

[이가라시]
"전설이래."

[미야기]
"그 시절부터 쿠보타는 특별했으니까."

[쿠보타]
"……놀리지 마."

[이가라시]
"뭐, 오늘은 오랜만이니까 우선 마시러 가자."

[쿠보타]
"풋살 안 해?"

[미야기]
"좋은 술이 들어왔거든."

[이가라시]
"술집 스폰서와 함께하는 회식은 최강이지."

[이즈미]
(지금의 쿠보타에게는 존경을 담은 코헤이의 눈빛이 불편해. 아자미 군 연기에 동생다운 천진함이 잘 나오고 있어.)
(등교거부 중인 코헤이와 미야기를 걱정한 이가라시가 권유해서 풋살팀이 결성된다.)

-

[이즈미]
(첫 연습시합에서 참패하는 4인…….)

[코헤이]
"5대0…… 농담이지."

[이가라시]
"이야― 공백기가 있으니까 힘드네."

[쿠보타]
"……하아."

[미야기]
"뭐, 이런 거지."

[상대 팀A]
"어라? 혹시 히가시고 쿠보타?"

[상대 팀B]
"아, 프로가 됐다는?"

[상대 팀C]
"아니, 프로랄까 3군에서 떨어졌다고 들었는데."

[상대 팀A]
"지금은 아마추어야?"

[상대 팀B]
"오히려 아마추어 이하랄까――."

[이가라시]
"――."

[미야기]
"이봐――."

[쿠보타]
"됐어."

[상대 팀C]
"수고했어―. 또 잘 부탁해."

[상대 팀A]
"수고했슴다―."

[코헤이]
"――잠깐, 쿠보타 씨, 너무 봐준 거 아니에요? 아무리 상대가 아마추어라고 해도."

[쿠보타]
"……딱히 봐준 적 없어."

[코헤이]
"네?"

[쿠보타]
"이만 갈게. 수고했어."

[이가라시]
"앗, 야, 쿠보타――."
"야, 저런 놈들이 하는 말은 신경 쓸 것 없어."

[쿠보타]
"시끄러워, 내버려 둬."

[이가라시]
"――."

-

[이즈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강변에서 리프팅을 하는 고등학생 쿠보타…….)

[쿠보타]
"……."

[미야기]
"넌 지면 항상 여기 오더라."

[쿠보타]
"……시끄러워."

[이즈미]
(대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공을 패스하는 모습이 무척 리얼해. 이런 점은 축구부 멤버니까 가능한 거지.)

[미야기]
"아까웠지. 마지막 슛."

[쿠보타]
"젠장, 패스가 너무 느리다고. 나는 더 앞에 있는데――."

[미야기]
"나중에 미팅하자."

[쿠보타]
"2시간 코스로."

[미야기]
"그러고 보니 쿠보타는 졸업하면 뭐할 거야?"

[쿠보타]
"일단은 진학하려고 하는데."

[미야기]
"이가라시랑 같네."

[쿠보타]
"그 녀석, 우량기업에 입사하는 게 꿈이랬으니까."

[미야기]
"꿈이 없는 녀석이야."

[쿠보타]
"미야기는?"

[미야기]
"선발을 볼 거야."

[쿠보타]
"역시 그쪽으로 가는구나?"

[미야기]
"쿠보타도 스카우트 들어와 있잖아. 선발 안 볼 거야?"

[쿠보타]
"……미야기가 보면 나도 봐볼까."

[미야기]
"뭐야, 그게."

[쿠보타]
"그렇게 하면 졸업하고도 같이 축구할 수 있잖아."

[미야기]
"그렇지."

-

[이즈미]
(서둘러서 의상을 갈아입고, 고등학교 시절에서 현대로――.)

[미야기]
"역시 여긴가. 성장이 없네."

[쿠보타]
"……."

[미야기]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술이야. 좀처럼 마시기 힘든 거니까 마셔둬."

[쿠보타]
"계속 이러면 망한다?"

[미야기]
"지금은 매상 좋으니까."

[쿠보타]
"……흐응. 잘됐네."

[미야기]
"처음엔 어떻게 되려나 했지만."

[쿠보타]
"축구뿐만 아니라 술집 재능도 있었다는 건가. 재능있는 녀석은 역시 다르네."

[미야기]
"왜 그래. 너답지 않게."

[쿠보타]
"……."

[미야기]
"담배는 끊어. 좀 더 자각을 가져."

[쿠보타]
"――시끄러워, 그럼 네가 프로가 되면 좋았잖아."

[미야기]
"될 수 있으면 되고 싶었어."

[쿠보타]
"――."

-

[회사원A]
"진짜, 학생은 편해서 좋―겠다."

[회사원B]
"축구부였댔나? 그거 해봐, 리프팅. 이 500엔짜리로."

[이가라시]
"하하, 무리예요."

[회사원A]
"됐으니까 해봐. 하면 그 500엔 줄게."

[이가라시]
"음― 그럼――."

[회사원B]
"핫, 진짜 못하네."

[이가라시]
"하하."

[회사원A]
"연습해둬―."

[이가라시]
"하하, 그럴게요―."

[회사원B]
"그럼 간다―."

[이가라시]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코헤이]
"이가라시 씨?"

[이가라시]
"코헤이? 별일이네, 이런 곳에서."

[코헤이]
"아까, 누구예요?"

[이가라시]
"우리 OB. OB 방문 때 신세를 져서."

[코헤이]
"저런 거한테 고개 숙일 필요 있어요?"

[이가라시]
"일단 제1 희망 기업이니까, 나쁜 인상을 줄 수는 없지."

[코헤이]
"……꼴사나워요."

[이가라시]
"하하, 솔직하네."

[코헤이]
"……."

[이가라시]
"그러고 보니, 다음 연습 날은 어떻게 할까? 너 아직 학교 쉬고 있으면 평일이나――."

[코헤이]
"저, 팀 빠질게요."

[이가리시]
"어? 갑자기 왜――."

[코헤이]
"그럼 이만."

[이가라시]
"……."

-

[이즈미]
(그 후, 코헤이는 연습장소에 나오지 않고, 그 이유를 이가라시가 쿠보타와 미야기한테 설명한다…….)

[이가라시]
"그렇게 된 거야."

[미야기]
"그랬구나."

[쿠보타]
"동생인데 못 들었어?"

[미야기]
"……그렇지."
"미안해. 모처럼 이가라시가 모아준 건데. 쿠보타도――."

[이가라시]
"나는 별로 상관없는데, 여전히 냉전 중이야?"

[미야기]
"응. 나랑은 절대 말하려 들지 않아. 같이 풋살 하겠다는 것도 의외였는데, 역시 계속되지 않는구나."

[쿠보타]
"뭐, 그렇게 참패했으니 의욕도 사라지겠지."

[이가라시]
"아― 나도 책임 있을지도."

[미야기]
"아니, 그 녀석 문제야. 학교를 쉬는 것도 부 활동에서 좀 잘 안 됐다고 그러는 거고, 근성이 너무 없다고."

[쿠보타]
"그래서, 어떡할 건데――."

[이즈미]
(대사를 치며 패스를 돌리고 있어. 대화와 공의 움직임이 완전히 연동해있어.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지만, 다른 멤버라면 매끄럽게 할 수 없을 거야.)

[이가라시]
"이런, 갑자기 패스해도―― 자."

[미야기]
"나한테 돌리지 마――."

[쿠보타]
"그보다 코헤이, 학교 쉬고 있다고?"

[미야기]
"등교거부야."

[이가라시]
"코헤이 기수가 꽤 성격 센 녀석들이 많나 봐. 뭔가 충돌해서, 있을 곳이 없어진 것 같아."

[쿠보타]
"그런 타입으로는 안 보였는데. 당돌해 보이고."

[미야기]
"예전부터 당돌은 한데 심약했어, 그 녀석. 누구랑 똑 닮았지."

[이가라시]
"아―."

[쿠보타]
"누구라니 누군데――!"

[이가라시]
"이런, 침묵이 금이라지――."

[쿠보타]
"그보다 저번에도 생각했는데, 이가라시. 패스 돌리는 거 거칠어."

[미야기]
"나도 그 생각 했어."

[이가라시]
"나왔다, 쿠보타 미야기의 지적 타임."

[쿠보타]
"뭐야 그게."

[이가라시]
"히가시고 축구부 명물."

[쿠보타]
"맘대로 명물로 만들지 마."

[미야기]
"쿠보타는 전설에 명물에 많이 가졌네."

[쿠보타]
"뭐, 코헤이도 전설인 선배가 이래서 환멸 난 거 아냐?"

[이가라시]
"아니, 내가 이상한 모습을 보여서."

[미야기]
"그렇게 따지면 가장 큰 원인은 형인 나지."

[이가라시]
"코헤이는 미야기가 축구를 잘하는 게 자랑이었으니까."

[미야기]
"술집 하는 형은 필요 없대."

[쿠보타]
"――그럼 지금이라도 프로가 되면 되잖아. 꾸물대지 말고―!"

[이가라시]
"――앗, 야, 안 닿는다니까!"

[미야기]
"그런 거―― 되면은 고생 안 하지!"

[이가라시]
"미야기까지 진심 모드야? 둘만 치사하게."

[이즈미]
(경쟁하듯 공을 쫓는다…… 각자의 심정이 풋워크에 나타나고 있어.)

[쿠보타]
"그럼 구시렁대지 마!"

[미야기]
"너야말로 정신 놓고 있으면서!"

[쿠보타]
"――."

[미야기]
"이가라시, 사이드 지켜."

[이가라시]
"그래!"

[미야기]
"안 보낸다――."

[쿠보타]
"웃기지 마――!"

[이즈미]
(쿠보타가 미야기와 이가라시의 블록을 빠져나가서――.)

[이가라시]
"――우왓."

[미야기]
"――윽."

[쿠보타]
"하앗."

[미야기]
"하아, 하아……."

[이가라시]
"하아…… 나이스 슛. 쳇, 역시 잘하네, 쿠보타."

[쿠보타]
"당연하지."

[미야기]
"하핫, 넌 그렇게 자신만만해야지."

[이가라시]
"그래 맞아, 그래야 쿠보타 답지."

[쿠보타]
"뭐야 그 말투는."

[미야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술집을 물려받은 건 후회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언제까지고 답지 않은 플레이를 하면서 쇠퇴해가는 걸 봤을 땐 짜증이 났어."
"마치, 프로의 길을 고른 나를 보는 것 같았지."

[쿠보타]
"……."

[미야기]
"너는 그런 데서 끝날 녀석이 아니잖아."

[쿠보타]
"……그래."

[이가라시]
"나도 좀 더 생각해봐야겠어.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뭔지."

[미야기]
"우량기업 사원은?"

[이가라시]
"프로 축구 선수에 비하면 꿈이 없잖아."

[쿠보타]
"그렇게 따지면 술집이 더 없지만."

[미야기]
"너보다 훨씬 잘 벌고 있다고."

[쿠보타]
"현실적인 이야기 하지 마."

-

[이즈미]
(한편, 코헤이는 팀을 나오고 따분하다는 듯이 혼자서 공을 차고 있다…….)

[코헤이]
"……."

[팀메이트A]
"어라, 코헤이?"

[팀메이트B]
"등교거부생이 이런 데서 어정대면 안 되지."

[팀메이트C]
"그보다, 또 축구 하냐?"

[팀메이트B]
"혼자서 축구를 할 수 있겠냐."

[팀메이트C]
"웃기네."

[팀메이트B]
"야, 불쌍하잖아―."

[팀메이트A]
"아님 우리가 같이 해줄까?"

[팀메이트B]
"농담이지? 코헤이랑 플레이는 진짜 무리."

[팀메이트C]
"좀 봐줘― 별로 잘하지도 못하면서 입만 살아서는."

[코헤이]
"――."

[이가라시]
"시합이라면 기쁘게―."

[미야기]
"하자. 어차피 한가하잖아."

[쿠보타]
"축구부 OB랑 친선경기 형태로― 너희가 이기면 뭐든 사줄게."

[팀메이트A]
"어? 진짜?"

[팀메이트B]
"어쩔래?"

[팀메이트C]
"사준다니 럭키잖아."

[팀메이트A]
"그치."

[팀메이트B]
"좋아요."

-

[이즈미]
(이전 시합과는 돌변한 움직임과 콤비네이션을 보여주는 쿠보타와 미야기…….)

[미야기]
"코헤이!"

[코헤이]
"――."

[이가라시]
"좋아! 받았어!"

[쿠보타]
"미야기!"

[미야기]
"알고 있어."

[쿠보타]
"――."

[팀메이트B]
"――칫."

[이즈미]
(쿠보타가 찬 공이 골네트를 흔든다―― 좁은 무대 위에서, 공을 잘 살린 연기를 하고 있어.)

[이가라시]
"나이스 슛!"

[쿠보타]
"미야기, 나이스 어시스트."

[미야기]
"나도 아직 안 죽었다고."

[코헤이]
"굉장해―……."

[팀메이트A]
"농담이지……?"

[쿠보타]
"뭐, 이런 거지."

[이가라시]
"오― 20점 차라니 처음 봤어."

[팀메이트B]
"……."

[쿠보타]
"그럼, 우리가 이겼으니 한 턱――."

[팀메이트C]
"어!?"

[쿠보타]
"은 불쌍하니까, 쿠보타한테 사과하는 거로 봐줄게."

[미야기]
"입만 산 게 아니란 걸 알았지?"

[팀메이트A]
"……미안해."

[미야기]
"그럼, 갈까."

[이가라시]
"뒤풀이하고 가자."

[코헤이]
"……."

[이가라시]
"자, 코헤이도 가자."

[코헤이]
"……쿠보타 씨, 진짜 잘하네요."

[쿠보타]
"귀염성 없네―. 미야기랑 똑같아."

[이즈미]
(극적인 변화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각자의 마음에 상쾌한 바람이 분다…… 환한 표정.)

-

[쿠보타]
"핫, 핫, 핫, 핫."

[이가라시]
"오, 여전히 한가해 보이네."

[이즈미]
(진지한 표정으로 로드워크 중인 쿠보타한테 말을 거는 이가라시……."

[쿠보타]
"어딜 봐서."

[이가라시]
"트레이닝 중?"

[쿠보타]
"보면 알잖아."

[이가라시]
"아니, 요즘엔 못 보던 모습이라."
"그러고 보니 들었어? 코헤이, 네가 있는 팀을 목표로 한대."

[쿠보타]
"호오. 그 녀석이라면 합격하지 않겠어? 센스도 있고."

[이가라시]
"미야기는 완전 축구를 향한 열의가 도져서 소년축구 코치를 시작했대."

[쿠보타]
"알고 있어. 저번에 동원됐어."

[이가라시]
"역시 전설의 선배."

[쿠보타]
"시끄러―. 너도 도우러 와. 코헤이도 도와주고 있으니까."

[이가라시]
"내정이 정해져서."

[쿠보타]
"꿈이란 건 찾았어?"

[이가라시]
"뭐 그렇지. 조만간 내가 개발한 축구화나 유니폼을 쓰게 될지도 몰라."

[쿠보타]
"그때는 전 품목 500엔으로."

[이가라시]
"너무 싸잖아."

[이즈미]
(전보다 편하게, 고등학교 시절 같은 표정으로 웃는 두 사람. 츠즈루 군도 오미 군도 화려함 없는 연기 속에서 변화가 잘 드러나고 있어.)

-

[코헤이]
"――."

[미야기]
"오늘은 부 활동 다녀온 거야? 수고했어."

[코헤이]
"……."

[미야기]
"어서 오세요―."

[코헤이]
"……나중에."

[미야기]
"응?"

[코헤이]
"나중에 가게 도와줄게."

[미야기]
"――그래."

[이즈미]
(어색하지만, 확실하게 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형제다운 대화. 타스쿠 씨도 아자미 군도 좋은 연기를 하는걸.)

-

[쿠보타]
"……."

[코치]
"쿠보타, 잠시."

[쿠보타]
"네."

[코치]
"다음 주 시합 예비로 나간다."

[쿠보타]
"네……?"

[코치]
"잘해라."

[쿠보타]
"네!"

[이즈미]
(똑바로 앞을 응시하는 쿠보타의 표정…… 츠즈루 군한테서 메구루 씨를 응원하는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어.)

-

[츠즈루]
감사합니다!

[타스쿠]
감사합니다!

[오미]
고마워.

[아자미]
감사함다.

[츠즈루]
으음, 한마디만 할게요.
이 이야기를 훌륭한 형과 꿈을 좇아 각자의 필드를 전력으로 달려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바칩니다.

-

[메구루]
――.

[이즈미]
(이게 츠즈루 군이 쓰고 싶었던 이야기구나. 제대로 전해졌어, 츠즈루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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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구루]
하― 이제야 도착했네.

[츠즈루]
1시간까진 아니었지만, 꽤 걸렸지.

[메구루]
준비운동이 되지 않았어?

[츠즈루]
그러네.

[메구루]
오랜만이다, 여기.

[츠즈루]
응.
――.

[메구루]
――.

[츠즈루]
――.

[메구루]
――.
실력 늘었는데, 츠즈루.

[츠즈루]
그래?

[메구루]
처음에는 어디로 날아올지 몰라서 내가 계속 뛰어다녔잖아.

[츠즈루]
그랬나.

[메구루]
한번은 강에 빠져서 주워오기 힘들었던 적도 있고.

[츠즈루]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지.

[메구루]
겨울이라 엄청 추운데 강에 들어가서.

[츠즈루]
생각보다 깊어서 막대기로 열심히 건지려고 했었지.

[메구루]
그리고 공이 점점 하류로 흘러가서 따라가고.

[츠즈루]
하하, 기억나.

[메구루]
그립다. 지금이라면 강에 안 들어가고 끝날 것 같아.

[츠즈루]
그야 이것저것 배웠으니까.

[메구루]
그렇지.

[츠즈루]
……저기, 미안해.

[메구루]
나야말로 미안해. 츠즈루 네 기분을 생각하지 못했어.

[츠즈루]
형이 사과할 필요 없어.
……나 말야, 고등학교에서 연극부에 들어가지 못한 거를 가족들 탓이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어.
형들은 빨리 독립해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걸 하고 있는데, 왜 나만, 이라고…….

[메구루]
……응.

[츠즈루]
하지만 이 극단에 들어와서, 그런 시간도 쓸데없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됐어. 지금까지의 시간이 있었으니까 쓸 수 있는 각본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
형들이 일해서 집에 돈을 보내줬으니까 집안 사정도 나아지고 전보다 여유가 생겼어. 형들 덕분에 나도 동생들도 참지 않아도 되는 게 늘었어.
그런데 메구루 형이 지방 고등학교에 가겠다고 했을 때, 내가 비꼬는 말을 한 거 기억해?

[메구루]
그런 일이 있었나.

[츠즈루]
사립에 가다니, 돈을 생각하라고 했어.

[메구루]
아…… 뭐, 맞는 말이지.

[츠즈루]
사실은 그냥 서운했어. 나한테는 계속 자랑스러운 형이었으니까. 나가서 살 거라는 말을 듣고 형이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메구루]
……그래.

[츠즈루]
FW에서 DF가 됐다고 들었을 때도, 나 태도 안 좋았지.

[메구루]
그건, 내가 약속을 어긴 탓이잖아.

[츠즈루]
아니야. 형은 빨리 프로가 돼서 집에 돈을 보태기 위해 DF를 선택한 거잖아.
덕분에 나는 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 그걸 위해 형이 FW가 되는 길을 포기한 게 아닐까 하고, 계속 마음 한켠에서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서 솔직하게 응원할 수 없었어. 그때는 미안해.

[메구루]
…….

[츠즈루]
뭐랄까, 새삼스럽게 이런 말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메구루]
이제 내 차례야.
내게 DF의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 처음에 떠오른 건 츠즈루 네 얼굴이었어. 나라를 대표하는 FW가 되겠다고, 츠즈루한테만 선언했으니까.

[츠즈루]
나한테만?

[메구루]
츠즈루 앞에서는 전 세계 누구보다도 멋있게 있고 싶어. 다른 동생들이나 형이나 아버지보다, 그 누구보다도.

[츠즈루]
왜…….

[메구루]
예전에 내 생일 파티에서 연극 보여준 거, 기억해?

[츠즈루]
아―― 동생들하고 미즈노랑 같이 한 거 말이지?

[메구루]
생일파티 후에, 미래에 연극 얘기를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줬잖아.
나 그때, 츠즈루는 분명 각본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츠즈루]
어……?

[메구루]
각본가가 돼서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생일파티 연극을 보고 생각했어.
그도 그럴게 보통 초등학생이 그런 이야기는 생각 못 하잖아. 나는 그런 거 절대 못 하니까, 좀 충격이었어.
하지만 그래서, 나도 형으로서 지지 않으려고 힘내서 축구를 하자고 생각했어. 다시금 미래를 향한 망설임이 사라졌었지.

[츠즈루]
(그건, 나도…….)
(흔들리지 않고 각본가가 되겠다는 꿈을 좇을 수 있었던 건, 형의 등을 보고 있었으니까.)

[메구루]
그래서 더욱, DF로 전향할 때 츠즈루와 한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아서 엄청 고민했어.
사실은 FW로서 대표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그때는 DF로 나아갈 보람도 느꼈고……. 전향하면 코치가 확실하게 클럽팀에 소개해준다고 했거든.
잔뜩 고민하고, 마음속으로 내 선택을 소중한 가족 탓으로 돌리고, DF가 되기로 정했어.
그렇게 하면 집에 빨리 돈을 보탤 수 있고 츠즈루를 대학에 보낼 수 있으니까. 확실하게 보이는 미래를, 안전한 길을 선택한 거야.

[츠즈루]
(소중한 가족들 탓으로 돌리고…… 나랑 똑같아.)

[메구루]
결과적으로 엄청 꼴사납지. DF로도 대표에서 떨어지고…….

[츠즈루]
멋있어. 연습생부터 겨우 1년 만에 프로계약을 이뤄낸 것도, 말한 건 반드시 실천하고 집에 돈을 보태고, 가족을 위해 힘내는 것도.
프로 1년째에 MVP를 딸 정도로 활약하고, 2부리그였던 팀을 1부로 승격시킨 것도.
자기 아내를 평생 지켜주겠다고 맹세하고 바로 결혼하는 것도 전부 멋있어.

[메구루]
――칭찬이 과해.

[츠즈루]
사실이잖아. 형제니까, 나는 있는 그대로의 형을 알고 있어. 형은 내가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 이야기 속 주인공 같아.

[메구루]
……그거, 네가 말하면 최고의 칭찬인걸.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 나, 네가 쓰는 각본에 나올 수 있을지도!

[츠즈루]
――.

-

[미즈노]
"츠즈루 군의 이야기를 형에게 주면 어때?"

-

[타스쿠]
…….

[츠즈루]
타카토 씨.

[타스쿠]
응?

[츠즈루]
공 감사합니다.

[타스쿠]
도움이 됐어?

[츠즈루]
네. 덕분에 형이랑 얘기할 수 있었어요.

[타스쿠]
그래.

[츠즈루]
타카토 씨, 전에 한 약속 기억해요?

[타스쿠]
약속?

[츠즈루]
축구를 테마로 한 연극을 하자는 얘기요.

[타스쿠]
그래…….

[츠즈루]
저, 이번 믹스 공연용으로 축구를 테마로 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슴다. 형이 꿈을 좇기 위한 마음을 되찾을 만한…….
좀 자기만족이 심하지만요.

[타스쿠]
쓰고 싶은 걸 쓰는 것도 각본가의 특권이지.
그리고 형을 응원하는 각본은 분명 다른 사람의 뒤를 밀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을 거야.

[츠즈루]
――감사합니다.
……왠지, 타카토 씨는 신기해요.

[타스쿠]
뭐가?

[츠즈루]
첫째 형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그런가…… 형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타스쿠]
너처럼 손이 안 가는 동생이라면 대환영이야. 사실 옛날에 동생이 좀 갖고 싶었거든.
다음에 우리 집에 놀러 와. 더 성가신 형이 있지만.

[츠즈루]
네.

[타스쿠]
각본, 기대하고 있을게. 분명 너밖에 쓸 수 없는 테마야.

[츠즈루]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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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즈루]
DF로 전향? 이 타이밍에?

[메구루]
응, 올해 또 슈퍼 루키가 들어와서 FW는 포지션 경쟁이 치열해졌거든. 나도 1학년부터 레귤러였는데~

[츠즈루]
감독님이 전향하라고 한 거야?

[메구루]
아니, 내가 지원했어.

[츠즈루]
나라를 대표하는 FW가 되겠다고 한 건?

[메구루]
……난 축구를 계속하고 싶어. 해외 프로 선수도 포지션 바꾸고 활약한 선수는 많이 있고. 연습 시합에서 DF에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 열심히 할게.

[츠즈루]
…….

[메구루]
졸업하면 대학 안 가고 클럽팀 연습생이 될 거야. DF로 전향하면 확실하게 그 길이 열려. 빨리 프로계약을 해서 집에 돈을 보태고, 너희를 편하게 해줄게.

[츠즈루]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나 고등학교 가면 알바 많이 할 거니까.

[메구루]
공부 안 하면 수험 고생한다.

[츠즈루]
대학 갈 생각 없어.

[메구루]
안 돼!

[츠즈루]
――.

[메구루]
대학은 가.

[츠즈루]
안 가.

[메구루]
꼭 가야 해.

[츠즈루]
――뭐야 갑자기, 그렇게.

[메구루]
네 꿈은 각본가잖아? 글 쓰는 사람이 되려면 당연히 공부를 많이 해야지.
돈은 신경 쓰지 마. 알바 같은 거 안 해도 돼. 형이랑 얘기해서 츠즈루만은 꼭 대학에 보내겠다고, 아버지랑 애들한테도 말해뒀어.

[츠즈루]
언제 그런걸…… 딱히 대학에 안 가고 글 쓰는 사람도 많이 있어.

[메구루]
나도, 형도, 츠즈루한테 집안일을 전부 떠맡겼잖아. 최소한의 속죄를 하는 거야.

[츠즈루]
――맘대로 떠들지 마!
보상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자기만족에 날 끌어들이지 마!

[메구루]
――윽, 그만해, 야!

[츠즈루]
둘 다 제멋대로야!

[메구루]
――아파, 야, 츠즈루 하지 마!

[타도루]
다녀왔어~ 둘이서 뭐 해?

[츠즈루]
――.

[타도루]
자, 진정해~ 그래그래.

[츠즈루]
…….

-

[츠즈루]
형들은 집안 재정을 돕기 위해 빨리 일하러 나가서 집에 돈을 보탰어요. 메구루 형도 많은 대학에서 스카우트가 왔었는데, 빨리 프로가 될 것을 골랐고요.
고등학교 코치 소개로 DF로서 2부 클럽팀에 선택받아 입단하고……. 연습생부터 순식간에 프로계약에 도달한 건 순수하게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형이 노력한 덕분이란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때, 대학 스카우트에 응했으면 한 번 더 FW에 도전할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그 가능성을 날 대학에 보내기 위해 차버린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어서…….
물론, 지금 형은 프로로 활약하고 있고, 절 대학에 보내준 건 감사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는 형도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역시 어딘가 걸려요.

[타스쿠]
자기를 위해 희생한 건 아닐까 하는 건가.

[츠즈루]
네.
……남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처음임다. 조금 개운해졌어요.

[오미]
계속, 츠즈루는 나랑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해왔어. 나도 집안일을 해야 해서 포기한 게 많아.
우리는 가정환경 탓에 선택의 폭이 좁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길 안에서 소중한 걸 많이 잡을 수 있었어.

[츠즈루]
……그렇죠.

[오미]
그랬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무심코 생각해버리지.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손에 쥔 '지금'을 소중히 하는 것 뿐이야.

[츠즈루]
――.

[아자미]
축구부 미팅 중?
마침 잘됐네. 츠즈루 씨를 찾아다녔어.

[츠즈루]
나를?

[아자미]
아까 메구루 씨랑 얘기를 좀 했는데. 그만큼 굉장한 DF인데, 예전에는 FW였다며?

[오미]
지금 마침 우리도 그 얘기를 들은 참이야.

[아자미]
뭔가 DF 전향 일로 츠즈루 씨랑 응어리가 있어 보여서 좀 신경 쓰였는데. 어쨌든 한 번 툭 터놓고 얘기해보는 게 어때?

[츠즈루]
……그렇지.

[타스쿠]
――미나기.

[츠즈루]
――앗. 왜 갑자기 공을…….

[타스쿠]
이거, 써.

[츠즈루]
――네.

-

[메구루]
……쿨쿨.

[츠즈루]
야…… 일어나.

[메구루]
응……? 츠즈루……?

[츠즈루]
형, 축구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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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쿠]
――영차.

[오미]
타스쿠 씨도 여기 있었네요.

[타스쿠]
응, 어쩐지 몸을 움직이고 싶어서. 스무디 잘 마실게.

[오미]
뭘요.

[츠즈루]
…….

[타스쿠]
무슨 일 있어?

[츠즈루]
조금…… 형이랑 싸웠어요. 형이 현역에서 물러나서 코치가 되겠다고 해서요. 오늘 축구 교실에서 자신감이 생겼나 봐요.

[타스쿠]
미안. 축구하는 즐거움을 떠올리게 할 생각이었는데, 역효과였네.

[츠즈루]
아뇨! 모처럼 타카토 씨가 신경 써줬는데 죄송해요. 그 바보 형…….

[오미]
메구루 씨도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게 있겠지.
그런데 그런 식으로 츠즈루가 다른 사람하고 싸우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라서 신선했어. 역시 형제구나.

[츠즈루]
마스미랑은 입단 초기에 꽤 심하게 싸웠지만요.

[오미]
마스미도 동생이나 마찬가지잖아.

[타스쿠]
그러고 보니 후시미도 동생이 있었지?

[오미]
네.

[츠즈루]
동생들 어때요?

[오미]
요즘엔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있어. 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겠다며 감사하다던 걸.

[츠즈루]
호오, 장하네요.

[오미]
부모님보다 내 말을 더 잘 들어.

[타스쿠]
응, 그런 면이 있지.

[오미]
친부모도 모르는, 형제끼리만 통하는 거 말이죠. 쥬자랑 쿠몬도 그렇고.

[츠즈루]
알 것 같아요.
……아까 말한 약속 얘기 말인데요.

[타스쿠]
약속?

[오미]
메구루 씨가 지키지 못했다고 한 거?

[츠즈루]
네. 사실은…… 제 탓이기도 해요.

-

[메구루]
……미안해. 집안일, 괜찮겠어? 카오루도 철들기는 했지만, 아직 서투르잖아. 너한테만 부담을 줘서 정말 미안해.

[츠즈루]
됐으니까 형은 맘대로 꿈이나 좇아.

[메구루]
……고마워.
내 방, 네가 써도 돼.

[츠즈루]
됐어. 애들 장난감 두는 곳으로 할 거야.

[메구루]
그래.

[츠즈루]
――응.

[메구루]
? 이거 뭐야?

[츠즈루]
이별 선물.

[메구루]
축구화? 츠즈루가 주는 거야?

[츠즈루]
그럼 누가 주겠어.

[메구루]
――괜찮겠어? 계속 소중하게 용돈 모아왔잖아.

[츠즈루]
별로, 달리 갖고 싶은 것도 없으니까. 신발 금방 해지잖아. 고등학교 넘버원 FW가 구멍 뚫린 신발 신고 있으면 멋있지 않으니까.
될 거잖아? 넘버원.

[메구루]
당연하지. 5월에 두고 봐. 1년 안에 레귤러가 되고 국립경기장에 설 거야!

[츠즈루]
그래그래.

[메구루]
그리고 언젠가 나라를 대표하는 FW가 될 거야. 약속할게.

[츠즈루]
엄청난 약속이네. 뭐, 기대는 안 하고 기다릴게.

-

[메구루]
……후―.

[아자미]
축구선수가 담배 피워도 됨까?

[메구루]
……아, 미안해. 금방 끌게.
요즘 그냥 가끔만. 츠즈루한테는 비밀로 해줘.

[아자미]
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정말 재밌었어요.

[메구루]
나야말로. 오랜만에 즐거웠어.

[아자미]
역시 메구루 씨는 굉장하네요.

[메구루]
아자미도 꽤 실력이 좋던데. 축구부야?

[아자미]
아니…… 좋아서 하는 것뿐이고, 부 활동은 안 들어갔슴다.
아버지가 계속 남자다운 일을 하라고 하니까, 축구는 아무 말 안 하니 한 것도 있고요.

[메구루]
호오. 아자미라면 아무것도 안 해도 남자답다고 생각하는데.

[아자미]
남자가 메이크업하는 건 남자답지 않대요.

[메구루]
메이크업? 혹시 공연 때 무대 메이크업 아자미가 하는 거야?

[아자미]
네. 프로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라 아버지 반대를 무릅쓰고 가출했어요.

[메구루]
가출? 진짜로?

[아자미]
최종적으로는 이해해줬지만.

[메구루]
부모님 설득하고 꿈을 관철하다니 굉장해.

[아자미]
메구루 씨도 대표 선수로 뽑히냐 마냐 하는 DF가 됐잖아.

[메구루]
그렇지…… 하지만 나는 엄밀하게는 꿈을 관철하지 못했어.

[아자미]
응?

[메구루]
……나 말야, 고등학교 중간까지는 FW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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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즈루]
컵은 이게 끝.

[메구루]
응. 이쪽 씻은 거니까 닦아줘.

[츠즈루]
알았어.

[메구루]
그러고 보니 나, 고등학교 가면 집에서 나가 살 거야.

[츠즈루]
어?

[메구루]
스포츠 추천이 들어왔어. 지방 사립인데 매번 전국대회에 나가는 고등학교야. 전원 기숙사제라서 집에서 나가 살게 될 거야. 아버지랑 애들한텐 이미 말했어.

[츠즈루]
…….

[메구루]
집안일 못하게 될 텐데, 미안해. 형도 알바만 해서 집에 없고 힘들 텐데.

[츠즈루]
별로…… 카오루도 꽤 철들었고, 괜찮아. 형들보다 솜씨도 좋고.

[메구루]
너무하네~
그리 가면 사투리 옮을지도~ 그리고 해산물이랑 밥이 맛있나 봐.

[츠즈루]
(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왜, 하필이면 사립에 전원 기숙사제 같은 돈이 드는 곳으로 가는 거야. 집안 사정 알잖아.

[메구루]
미안해…….
하지만 이 팀이 나를 엄청 잘 봐줬어. 나를 반드시 팀의 No.1 FW로 만들어 주겠다고――.

[츠즈루]
아― 이제 됐어 그런 건!
나머지 해둬.

[메구루]
알았어. 집에서 나가기 전에는 되도록 네 몫까지 해둘게.

[츠즈루]
…….

-

[시트론]
결국 3만은 꽝이야.

[츠즈루]
진짜로 3할 받을 생각이었어요?

[이즈미]
처음부터 상품은 사양할 생각이었어요?

[타스쿠]
조력자가 프로면 페어하지 않으니까.

[관객A]
미나기 선수 사인해주세요!

[관객B]
저도 부탁해요!

[관객C]
악수해주세요!

[메구루]
자, 잠깐만 잠깐만. 한 명씩 순서대로!

[타이치]
진정될 것 같지 않네여.

[오미]
유명인이니까.

[이즈미]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걸. 이대로면 메구루 씨가 찌부러지겠어…….)
이렇게 된 이상…… 할 수밖에 없겠어.

[아자미]
어? 하다니, 뭐를?

[이즈미]
――지금부터 미나기 메구루 선수의 사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사쿠야]
앗, 그렇구나!

[이즈미]
순서대로 줄을 서주세요! 위험하니까 밀지 말아주세요―!

[사쿠야]
저도 도울게요!
여기가 맨 뒤쪽이에요!

[타이치]
사인과 악수는 한 명씩 부탁드림다!

[타스쿠]
……우리도 사인회를 도울까.

[츠즈루]
그래요.

[초등학생A]
미나기 선수, 축구 가르쳐주세요!

[초등학생B]
앗, 나도 나도! 가르쳐주세요!

[초등학생C]
드리블 요령 알려주세요!

[메구루]
드리블 요령? 할 수 없네. 사인 끝나면 알려줄게.

[초등학생A]
야호―!

[초등학생B]
와―아!

[츠즈루]
진짜냐.

[오미]
사인회 다음엔 축구교실인가.

[아자미]
부탁한 건 우리니까 같이 할 수밖에.

[츠즈루]
진짜, 하는 수 없네.

[이즈미]
(메구루 씨,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는구나.)

-

[츠즈루]
하― 피곤해…… 시합보다 그다음이 더 힘들었어.

[메구루]
애들 체력은 끝이 없으니까―.
그래도 오랜만에 너랑 축구 할 수 있어서 재밌었어. 충동적으로 온 건데, 오길 잘했어.

[츠즈루]
집에도 제대로 얼굴 비쳐. 그리고 형수님한테도…… 걱정할 테니까.

[메구루]
아― 그렇지…….
타스쿠 씨가 조력자를 부탁했을 때는 조금 망설였는데, 참가하길 잘했어. 역시 나는 코치가 어울릴지도.

[츠즈루]
……뭐?

-

[오미]
…….
츠즈루, 메구루 씨, 리커버리 스무디 만들었는데――.

[츠즈루]
이제 몰라!

[오미]
츠즈루?

[츠즈루]
――.

[메구루]
이제 됐어……. 어차피 나는 너랑 한 약속도 지키지 못했으니까.

[오미]
…….
메구루 씨 괜찮겠어?

[츠즈루]
네. 머리를 좀 식히고 싶어서요.
아, 스무디 죄송해요.

[오미]
아니, 그건 괜찮은데…….

[츠즈루]
만들어 주셨으니까 잘 먹을게요.

[오미]
……저기서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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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루]
여―기.

[메구루]
?

[이타루]
이쪽, 이쪽.

[메구루]
이타루 씨? 무슨 일이에요?

[이타루]
이거 부탁해도 될까?

[메구루]
색지? 사인이요?

[이타루]
그게, 거래처 사람이 팬이라서.

[메구루]
좋아요. 이 정도는 츠즈루한테 말해두면 언제든지 해줬을 텐데.

[이타루]
아니지,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그런 귀찮은 일을 시킬 순 없지.

[메구루]
자, 여기요.

[이타루]
고마워.
괜찮으면 잠깐 마실래? 좋은 맥주가 있는데.

[메구루]
좋아요.

-

[츠무기]
안녕하세요.

[메구루]
안녕하세요―.

[이타루]
미션 컴플리트. 거물을 낚아왔어.

[메구루]
미션?

[타스쿠]
제가 부탁했어요. 맛있는 맥주가 들어와서, 나이도 비슷하니 어떨까 싶어서요. 갑자기 죄송해요.

[메구루]
아뇨! 불러줘서 감사합니다.

[츠무기]
메구루 씨는 맥주로 괜찮아?

[메구루]
아, 네.

[이타루]
그럼 건배.

[메구루]
건배.

[타스쿠]
오늘 미나기는?

[이타루]
알바한대.

[메구루]
츠즈루, 어떻슴까? 극단에서 잘하고 있어요?

[츠무기]
그럼. 우리 간판 각본가인걸.

[이타루]
역시 형제네. 타도루 씨도 똑같은 거 물어봤어.

[메구루]
그러고 보니 이타루 씨는 형이랑 자흐라에서 만났었죠?

[이타루]
응. 츠무기랑 타스쿠도 만났어.

[타스쿠]
미스터리한 사람이었어…….

[츠무기]
그랬지. 뭐랄까…….

[이타루]
느슨해.

[메구루]
느슨하죠.

[이타루]
하지만 동생을 많이 생각해주는 장남 느낌.

[메구루]
그런가요?

[이타루]
응.

[메구루]
동생은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자유롭게 방랑하는 인상이었는데.
뭐, 동생한테는 생각보다 전달이 잘 안 되는 법이죠. 형 쪽이 손해라고 생각해요.

[츠무기]
메구루 씨는 형이기도 하고 동생이기도 하니까.

[타스쿠]
동생도 누구누구 동생이라는 것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니까 손해에요.

[메구루]
그러네요. 형제가 공부를 잘하니까 너도 잘할 줄 알았다는 말을 듣기도 하죠.
츠즈루도 축구 관련해서 이 말 저 말 들었을 것 같은데…….

[이타루]
아, 그건 아무래도 그렇게 되지.

[메구루]
츠즈루는 형제 중에서도 축구를 가장 많이 같이 한 동생이에요. 주변에서 듣는 말이 많을 테니 토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집안일도, 전 축구 때문에 바빠서 아무것도 못 했으니까 츠즈루한테 피해를 많이 끼쳤고요.
그래서 그 녀석한테는 더 멋있는 형으로 있고 싶고, 기대에도 응하고 싶었는데…….

[타스쿠]
타이밍이나 팀의 방향성 하고도 관계되는 문제니 어렵죠.

[메구루]
응…… 대표선수 합숙은 힘들었지만, 중간까지는 반응도 있었어.
그냥, 최종 합숙에서 컨디션 난조에 빠져서 회복을 못 했고, 친선경기 결과도 심해서……. 멘탈이 숙제란 말을 들었지.

[타스쿠]
…….

[메구루]
이 몇 년간 월드컵만 생각해왔으니까 솔직히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어.
마음을 다시 잡는 것도 힘들고, 한 번 더 힘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타스쿠]
선수로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 아닐까요.

[메구루]
그런가……. 애초에 이미 꽤 오랫동안 나를 몰아붙이기만 하고 축구를 순수하게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
필드에 서는 의미를 잃어버렸달까, 열의를 가지고 시합에 임할 수 없게 됐어.
그럼 차라리, 이제 가르치는 쪽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애들도 좋아하니까.

[츠무기]
……알아. 그 마음.
나도 한 번 크게 좌절하고 마음이 꺾여서 배우의 꿈을 접으려고 했어. 연기하는 즐거움, 무대에 오르는 의미를 잃어버렸지.
하지만……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랐더니, 역시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즐거워서. 가슴이 떨렸어.

[메구루]
즐거움, 이라…….

[이타루]
우선 오랜만에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필요한 걸지도?

[타스쿠]
……바른말을 하는 건 오랜만인데.

[이타루]
일단 내 방에서 축구 게임 할래?

[타스쿠]
야! 좋게 보는 게 아니었어.

[츠무기]
진정해. 그래도 즐길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건 좋은 안건이라고 생각해.

[메구루]
으―음…… 어떤 상황일까?

[타스쿠]
……그럼, 저희랑 머리 비우고 축구라도 하지 않을래요?

-

[사회자]
그럼 지금부터 제13회 비로드 거리 내 풋살 대회를 개최하겠습니다―!
우승한 팀에게는 10만엔 상당의 상품권을 선물! 여러분 힘내주세요~!

[아자미]
10만이라니 꽤 호화롭네.

[츠즈루]
마을 내 대회니까 쌀 같은 게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인걸.

[이즈미]
이건 다들 의욕이 나겠어.

[시트론]
나는 3할이면 돼―!

[츠즈루]
은근슬쩍 자기 몫 요구하지 마요!

[사쿠야]
다들 힘내세요!

[타이치]
기합 넣고 응원할게여!

[이즈미]
그러고 보니 다섯 번째 선수는 어떻게 됐을까?

[츠무기]
아, 무사히 결정된 것 같아요.

[시트론]
조력자 외국인이 와있어!

[사쿠야]
조력자 외국인?

[마스크 쓴 남자]
…….

[타이치]
뭐, 뭐예여, 저 마스크 쓴 사람은?

[이즈미]
혹시 저 사람이 조력자……?

[관객A]
저거 누구야?

[관객B]
어느 팀이지?

[시트론]
내 모국에서 온 사람이야―!

[관객A]
뭐야, 시트론 씨네였구나.

[관객B]
그렇군.

[이즈미]
그걸로 납득하는 거 굉장하네.

[츠무기]
역시 발이 넓은 시트론 씨에요.

[마스크 쓴 남자]
나 시트론 아는 사이야―.

[관객A]
아하하! 힘내―!

[이즈미]
엇, 저 목소리는 혹시…….

[타이치]
메구루 씨에여!?

[츠무기]
정체를 들키면 큰 소란이 날 테니까.

[시트론]
강력한 조력자야―!

[다른 팀 선수A]
일부러 외국에서 부를 정도니까 강하지 않겠어?

[다른 팀 선수B]
신중히 마크해야겠어.

[사쿠야]
괜히 더 주목받고 있지 않나요……?

[이즈미]
그러게……!

-

[이즈미]
메구루 씨, 철저하게 마크되고 있어.

[타이치]
앗, 빠져나갔슴다!

[츠무기]
츠즈루 군이 패스해서――슛!

[사쿠야]
됐다―!

[시트론]
바로 1점이야!

[이즈미]
굉장해!

[메구루]
좋아!

[츠무기]
앗싸!

[아자미]
츠즈루 씨랑 메구루 씨, 호흡이 딱 맞네.

[오미]
역시 형제야.

[메구루]
이 기세 가자야!

[타스쿠]
그 말투, 힘 빠지니까 하지 말아주세요!

-

[사쿠야]
순식간에 결승까지 올라갔어요.

[타이치]
역시 프로인 만큼 레벨이 다르네여!

[이즈미]
저것도 적당히 봐주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시트론]
하지만 이번 팀은 강정이야―!

[츠무기]
강적 말인가? 대학 축구부 팀이라나 봐.

[이즈미]
아직 1대0인가. 고전하는 것 같아.

[츠무기]
메구루――가 아니라, 마스크!

[상대 팀 선수A]
젠장―― 안 보낸다!

[메구루]
――.

[이즈미]
앗, 마스크가――!

[상대 팀 선수A]
앗, 어?

[상대 팀 선수B]
어라, 미나기 메구루 아냐!?

[관객A]
진짜다!

[관객B]
미나기 선수다!

[관객C]
왜 여깄어? 이거 티비 방송이야?

[메구루]
아, 그게― 안녕하세요.

[상대 팀 선수A]
진짜야!? 저 팬이에요!

[상대 팀 선수B]
사인해주세요!

[메구루]
으―음, 어떡하지?

[츠즈루]
어떡하냐니…….

[관객A]
미나기 선수 여기 봐주세요!

[관객B]
악수해주세요!

[타스쿠]
이거야 시합할 때가 아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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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즈루]
요즘 쉬는 시간에 축구동아리 애들이 같이 축구 하자고 해. 오늘도 같이 했는데, 슛 넣었어.

[메구루]
대단하네.

[츠즈루]
메구루 형이 가르쳐줬으니까.

[메구루]
츠즈루는 재능 있다고 했잖아. 내 동생이니까.

[츠즈루]
그래그래.

[메구루]
그런데 중학교 가면 부 활동 때문에 바빠져서 많이 가르쳐주지 못할지도 몰라―. 그 중학교 축구부는 강한데 연습이 꽤 힘든가 봐.

[츠즈루]
그래…….

[메구루]
츠즈루가 있어서 다행이야. 형은 몸 움직이는 거 싫어하고 취미도 안 맞잖아. 카오루는 몸이 약하고. 축구 할 수 있는 건 츠즈루밖에 없어.
주말이나 부 활동 쉬는 날에는 같이 축구 하자.

[츠즈루]
나는 됐으니까 부 활동 열심히 해.

[메구루]
……응. 고마워.

[츠즈루]
――.

[메구루]
츠즈루 선수 크로스! 메구루 선수가 받아서―― 골! 메구루 선수 해트트릭!

[츠즈루]
자기가 실황 하는 거야?

[메구루]
야, 비웃지 마! 언젠가 진짜로 월드컵에서 골 넣을 거니까!

[츠즈루]
그래그래.

-

[사쿠야]
이불 가져왔어요!

[마스미]
그럼 난 다른 방 갈게.

[메구루]
미안해, 침대를 뺏어서…….

[마스미]
별로.

[시트론]
가끔은 사쿠야랑 마스미랑 셋이 잘게!

[사쿠야]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시트론]
잘 자!

[츠즈루]
형, 이불 폈어.

[메구루]
……다들 아무것도 안 물어보네.

[츠즈루]
뭐, 가끔 이렇게 갑자기 들이닥치는 사람이 있어서.

[메구루]
그래?

[츠즈루]
그런데 이제 나한테는 말해줘도 되잖아.

[메구루]
……. 대표선수에서 제외된다고 들었어…….
지금까지 식사를 비롯해서 많은 부분 전력으로 서포트해준 아내한테는, 본가에 가서 푹 쉬고 오라고 했어.
집에서 혼자 있었는데, 기자회견 시간이 다가오니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츠즈루 네 얼굴이 떠올라서 온 거야.
아버지도 애들도 엄청 기대하고 있었잖아. 본가에 가는 것도 좀 그래서. 갑자기 미안해.

[츠즈루]
그건 괜찮은데……. 축구선수 그만두겠다니, 진심이야?

[메구루]
……올해 월드컵에 맞춰서 계속 힘을 냈어. 팽팽하게 당겨졌던 실이 뚝, 했달까.

[츠즈루]
4년 후 월드컵도 나이는 문제없잖아.

[메구루]
그렇지. 그냥, 또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축구가 싫어진 건 아니니까, 소년 축구 코치라도 될까 해.

[츠즈루]
아니, 그러니까 또 그렇게…….

[메구루]
이제 잘까.
감독님이나 다른 사람들한테는 네가 얘기해주지 않겠어? 분명 궁금할 테니까.

[츠즈루]
……알았어.

-

[츠즈루]
……그렇게 돼서, 당분간 제 방에서 지내도 될까요? 팀에는 며칠 휴가를 받았나 봐요.

[이즈미]
그거야 당연히 되는데…… 메구루 씨는 괜찮아?

[츠즈루]
아마도 좀 쉬면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해요.

[이즈미]
그래…….

[타스쿠]
…….

[이타루]
메구루 씨, 당분간 있는 거지?

[츠즈루]
네,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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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즈루]
……. (이 플롯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아. 기자회견 오늘인가.
(7시였지? 아직 시간이 있는데…….)
……. (아니, 신경 쓰여서 집중도 안 되고. 오늘은 이제 쉬자.)

-

[아나운서]
"7시부터 드디어 대표 멤버를 발표합니다!"

[아자미]
시간 너무 끌어.

[오미]
그 시간 동안 두근두근해서 좋잖아.

[시트론]
슬슬 부부젤리 불 거야―!

[츠즈루]
그게 아니고 부부젤라. 그리고 부는 건 경기중이죠.

[타스쿠]
역시 미나기도 신경 쓰였구나.

[츠즈루]
그야 뭐.

[반리]
뭐야 이건, 축구부 집합?

[오미]
어서 와.

[시트론]
어서 와야.

[츠즈루]
이제 곧 월드컵 대표 멤버를 발표할 거야.

[반리]
아― 그렇군.
맞아, 풋살대회 말인데. 역시 일정이 겹쳤어. 참가 못 해―. 미안.

[오미]
역시 안 되나.

[타스쿠]
그래, 어쩔 수 없지.

[아자미]
반리 씨가 안 되면 힘든데.

[시트론]
나 조리자 할게!

[츠즈루]
조력자. 시트론 씨 축구 해본 적 있어요?

[시트론]
물론이야! 공 차는 스포츠잖아.

[오미]
맞아, 그거야.

[아자미]
해본 적 있구나.

[시트론]
팀 다 같이 둥글게 서서 공 계속 차는 거야!

[타스쿠]
그래――어? 둥글게 서서……?

[츠즈루]
그건 축국이죠!

[시트론]
나 풋살대회 나갈 수 있어!

[아자미]
아니, 이번엔 됐어.

[오미]
다음에 룰을 알려줄 테니 괜찮으면 연습에 참가해줘.

[츠즈루]
반리가 안되면, 누구한테 부탁할까요?

[타스쿠]
일단 축구를 해본 적 있고, 잘 할 것 같은 녀석이라면…….

[오미]
운동신경은 쥬자가 좋아. 발도 빠르고.

[아자미]
그냥 달려서 슛하는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패스 돌리는 건 못할 것 같아.

[츠즈루]
그렇지…….

[반리]
그 녀석은 진―짜 안될걸.
마스미는? 가이 씨도 무난하게 할 것 같은데. 체력도 있고.

[츠즈루]
마스미는 감독님이 관련된 게 아니면 안 움직일걸.

[아자미]
가이 씨는 괜찮을 지도.

[시트론]
치카게도 잘할 거야―.

[타스쿠]
그러고 보니 그렇지.

[츠즈루]
그런데 순순히 해줄지 어떨지가…….

[반리]
상큼하게 축구하는 모습이 상상이 안 돼.

[아자미]
미스미 씨나 히소카 씨는?

[츠즈루]
대량의 삼각이나 마시멜로를 준비하면 어떻게든 될지도.

[타스쿠]
대가를 생각하면 가이 씨가 가장 유력한가.

[시트론]
나는 안 되고 가이는 된다니 이해가 안 돼―.

[오미]
그렇구나, 시트론이 축구를 해본 적 없으니 가이 씨도…….

[아자미]
똑같을 가능성이 있네.

[츠즈루]
누구를 골라도 장단점이 있네.

[타스쿠]
어렵다.

[아나운서]
"드디어 기자회견을 시작합니다!"

[오미]
아, 시작한다.

[아자미]
이런 건 사전에 가족한테 연락 오거나 하지 않아?

[츠즈루]
비밀유지 같은 것 때문에 안되나 봐. 지금쯤 집에서도 다 같이 티비 보고 있을 거야.

[아자미]
호―.

[아나운서]
"회견장에 블랑코 감독님이 도착했습니다!"

[시트론]
드디어 발표야!

[츠즈루]
――.

[반리]
전화 아냐?

[츠즈루]
발신번호 표시제한이야. 누구지……?

[타스쿠]
계속 울리는데.

[츠즈루]
……받고 올게요.

-

[츠즈루]
――여보세요.

[???]
"여보세요? 츠즈루야?"

[츠즈루]
어? 형?

[메구루]
"미안. 번호 안 떴지? 지금 공중전화라서."

[츠즈루]
어? 공중전화라니, 왜…… 그보다 지금 어디서…….

[메구루]
"기숙사 근처까지는 온 것 같은데, 한 번 가봤을 뿐이라 헷갈려서."

[츠즈루]
기숙사 근처라니, 우리 기숙사 근처!?

[메구루]
"응 맞아. 스마트폰도 깜빡 두고 왔는데, 츠즈루 번호 외우고 있어서 다행이야."

[츠즈루]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왜 이런데――.

[메구루]
"우체국 같은 건물이 보이는데, 근처까지 마중 나와주지 않을래?"

[츠즈루]
그러니까 왜 이런 중요한 때에 그런 곳에…….

[시트론]
……오―…….

[아자미]
……진짜야……?

[타스쿠]
……예상 밖인데…….

[츠즈루]
――.

[메구루]
"츠즈루?"

[츠즈루]
알았어. 바로 갈게.

[메구루]
"……부탁해."

-

[메구루]
…….

[츠즈루]
형…….

[메구루]
미안.

[츠즈루]
뭐 하는 거야…….

[메구루]
나, 대표 떨어졌어.

[츠즈루]
――.

[메구루]
있지, 츠즈루. 나 말야……. 나, 축구선수 그만둘까.

[츠즈루]
어……?

-

[미즈노]
…….

[기자]
"블랑코 감독님――!"

[사회자]
"질문 있으신 분은 거수 부탁드립니다."

[기자]
"유력한 후보라 불리던 미나기 선수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서――."

[통역]
"미나기 선수는 세계에서 싸울 힘을 가진 선수다.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합숙과 친선경기 내용을 보고 다른 사람을 택했다."

[미즈노]
메구루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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