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와 카즈에몬]
"인생에서 이만큼 화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후회는 없어."
"윽……!"

[오오이시 쿠라노스케]
"드디어 숙원을 이뤘다…… 모두 건강히 지내라."
"――윽."

[오오이시 치카라]
"……새벽인가. 이제 말할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큭……."

-

[관객A]
슈 씨의 치카라 오늘도 좋았지~

[관객B]
나 이 공연 진짜 좋아해. 슈 씨가 단장이 되고서 시작한 공연이잖아.

[이즈미]
라스트 정말 좋았어요!

[아즈마]
낭인들의 죽음에 소름이 돋았어.

[호마레]
음…… 예술적이기까지 했어.

[타스쿠]
우리는 아직 저런 박력은 낼 수 없지.

[가이]
MANKAI 컴퍼니의 연기와는 또 달라서 공부가 됐다.

[츠무기]
저희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히소카]
……여성 관객이 많아.

[츠무기]
그러고 보니 그러네.

[이즈미]
슈 씨는 물론이고 배우분들이 멋있어서 팬이 되는 마음도 알 것 같아요!

[아즈마]
이런 이런, 마스미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겠어.

[타스쿠]
이 극단에 들어간다고 할지도 몰라.

[슈]
보러 왔나.

[이즈미]
앗, 슈 씨――.

[관객A]
꺄아!!

[관객B]
슈 씨!!

[이즈미]
(역시 인기인이야!)

[슈]
……장소를 옮길까.

[이즈미]
그, 그래요.

-

[슈]
호오, 이름이 정해진 건가.

[가이]
덕분에. 이건 가게와 같은 이름의 오리지널 칵테일이다. 답례로 한 잔 서비스하지.

[슈]
간판 메뉴치고는 도수가 꽤 높군. 뭐, 맛은 나쁘지 않아.

[아즈마]
있지,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는데……. 저번에 바에서 말해준 지금 있는 극단에서 발견한 '이어받을 만한 이유'가 뭐야?

[슈]
아, 그거 말인가…….

[아즈마]
억지로 말해줄 것까진 없지만.

[슈]
……뭐, 됐어. 칵테일값으로 말해주지.

-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오랜만에 본가에 얼굴을 비쳤다.
이제는 남의 집처럼 낯설 줄 알았는데, 한 발 내딛는 순간 과거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그저 아버지가 늘 앉아있던 책상이 텅 비어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비어있을 거라 생각하니 뭐라 하기 힘든 감상적인 기분이 됐다.

아버지는 항상 저곳에 앉아 배우의 단점을 메모하거나 대본 수정을 지시했다.
대체로 오만상을 찌푸리고 못마땅한 얼굴로 대본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하지만 배우들이 말을 걸면 살갑게 대답해줬다. 그 어떤 때에도 연기에 빠진 사람이었다.
앞으로는 내가 그 역할을 하라고?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다.

"슈 씨."

말을 걸어온 건 오랫동안 아버지 옆에서 일해온 사람이었다.
조금 그늘진 사람이지만 눈치가 좋고 무엇보다 연기를 사랑하는 점이 아버지와 마음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어, 아버지가 여러 가지로 신세 졌어."
"이걸 봐주시겠어요? 신작 메모예요."

그렇게 말하며 메모지를 건네줬다.
배역까지 지명되어 있었다.

"슈 씨 이름도 있어요."

집 나간 아들까지 의지하다니 여자 역할이 부족한가 생각하며 메모를 봤더니, 내게 주어진 역할은 남자 역할이었다.

지금까지 아버지가 내게 준 건 전부 여자 역할이었다.
왜 이제 와서―― 의문을 가져도, 이제는 답을 들을 수 없다.

-

[아즈마]
혹시 그 연극이…….

[슈]
그래, 오늘 한 추신구라야. 추신구라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계절인가.
아버지도 참, 치카라는 역사적으로는 열여섯 소년이라고. 터무니없는 역할을 주고 있어.
하지만 그때 극단에 돌아가지 않았으면―― 메모를 보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도 없을 거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후퇴도 있는 법이지.

[이즈미]
(인생이란 신비하네. 정말 작은 계기로 크게 변해가)

[슈]
그래서 그쪽은 어땠지?

[아즈마]
그 후에 다 같이 본가에 가봤어. 눈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잊어버렸던 소중한 걸 많이 떠올렸어.
연기에도 살렸어.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토지를 파는 건 그만두려고 해.

[이즈미]
그래요!?

[아즈마]
가끔은 돌아가야지. 아무것도 없지만 역시 우리 집이니까.
당분간은 청소할 겸 가끔 귀성하고 언젠가 나를 위해 쓰려고 생각 중이야. 숙부에게도 그렇게 말했어.

[타스쿠]
자신을 위해서라면, 뭐에 쓸 생각이에요?

[아즈마]
비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기대하고 있어 줘.

[호마레]
역시 소이네야려나?

[가이]
아파트를 세워서 오너 겸 집주인으로 불로소득 생활도 가능하지 않을까.

[츠무기]
아즈마 씨에게 어울려요.

[히소카]
……거기 살래.

[이즈미]
MANKAI 컴퍼니 멤버가 살 것 같아요.

[히소카]
……은거 후의 거처?

[슈]
실버타운 같군. 너희한테는 아직 일러.

[시트론]
다들 치사해~! 빼돌리지 마!

[이즈미]
어라, 시트론 군?

[츠무기]
빼돌리지 말라는 건, 따돌리지 말라는 건가?

[시트론]
나 가부키 정말 좋아해서 슈 가부키 보고 싶었어!

[이즈미]
가부키가 아니라 대중연극이야.

[슈]
시끄러운 게 늘었군. 나는 이동할까…….

[유조]
오, 뭐야. 다들 모여있군.

[카스미]
슈 씨는 오늘 첫날이었죠? 뒤풀이에요?

[레니]
그런데 MANKAI 컴퍼니 멤버 뿐이군.

[슈]
뭐야, 어떻게 그렇게 모였어?

[유조]
카스미랑 마시러 가는 길에 저기서 우연히 레니 씨를 만났어.

[가이]
모처럼이니 가게 이름이 정해진 기념으로 간판 메뉴를 서비스하지. 마셔주길 바란다.

[시트론]
그렇군, 이게 저지야?

[슈]
우유냐?

[가이]
저니다.

[유조]
좋은 이름인데.

[츠무기]
겨울조 공연이 끝났는데, 다음은 뭘 할 거예요?

[이즈미]
각 조 공연 어느 정도 성과도 냈으니 또 다음 계단을 생각해야지.

[호마레]
새로운 조합인가?

[카스미]
괜찮지 않아? 팍팍 도전해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건 좋은 일이야.

[레니]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이즈미]
새로운 조합이라…….

[슈]
우리 때는 다른 극단과 콜라보 같은 것도 했지.

[유조]
그러고 보니 그랬지. 그건 꽤 공부가 됐어.

[아즈마]
호오, 그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네.

[카스미]
전통예술이나 다른 예술 분야와의 콜라보라거나.

[호마레]
그렇다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내 시와 콜라보하는 건 어떤가!

[가이]
그건 확실히 새롭군…….

[츠무기]
어쨌든 재밌겠어요.

[타스쿠]
그래. 더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

[이즈미]
(그건 그렇고 신생조와 초대조가 이렇게 함께 술을 마시게 될 줄이야. 아빠도 빨리 여기로 돌아오면 좋겠다. 그때는 '어서 오세요'하고 웃으며 맞이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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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리]
"몸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츠즈키, 오늘 예약은?"

[츠즈키]
"없습니다."

[오와리]
"이력서 온 건?"

[츠즈키]
"없습니다."

[오와리]
"앞날이 캄캄하네. 다른 취직처를 찾아두는 게 좋을 거야."

[츠즈키]
"지배인을 맡겨주셨으니 마지막까지 근무하겠습니다."

[이즈미]
(아즈마 씨와 가이 씨는 호텔리어가 정말 잘 어울린다니까. 기품이 있어서 전통 있는 호텔이라는 게 저 둘의 분위기로 표현되고 있어)

[산바]
"보글보글……."

[츠즈키]
"산바 님!?"

[오와리]
"수프 그릇에 빠지지 말아 주세요."

[산바]
"죽게 내버려 둬. 다 끝났어."

[오와리]
"죽는 건 요리사 특제 콘수프를 드신 후에 하는 건 어떠신가요? 오늘 수프는 홋카이도에서 산지 직송한 옥수수를 사용했습니다――."

[산바]
"레토르트의 맛이 나……."

[오와리]
"그리운 맛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츠즈키]
"오너, 프런트에서 연락입니다."

[오와리]
"히가시가와인가. 무슨 일이지?"

[히가시가와]
"다소 특이하신 손님이 오셔서……."

[오와리]
"바로 가지. 츠즈키, 산바 님께 수프를 다시 내어드려."

[츠즈키]
"네."

[이즈미]
(타스쿠 씨는 코미컬한 연기가 정말 생동감 있어. 그 연기를 받는 아즈마 씨와 가이 씨도―― 여름조 코미디와는 다른, 겨울조의 코미디라는 게 서두부터 제대로 전해지고 있어)

-

[키타미]
"……."

[히가시가와]
"정말로 죄송합니다. 예약하지 않으신 고객님께서는――."

[오와리]
"어서 오십시오. 한 분이시지요. 1박 예정이신가요?"

[키타미]
"……네."

[오와리]
"이곳에 기입을 부탁드립니다."

[히가시가와]
"……오너."

[오와리]
"히가시가와, 키타미 님을 301호실로 안내해드려."

[히가시가와]
"괜찮겠어요?"

[오와리]
"호텔 컴퍼스는 손님을 고르지 않아."

[히가시가와]
"적어도 가면은 삼가달라고 한다거나……."

[오와리]
"호텔 컴퍼스는 손님을 고르지 않아. 그럴 여유가 없어."

[히가시가와]
"……알겠습니다."

[이즈미]
(호마레 씨도 호텔리어가 잘 어울려. 동작이 우아하고 정중해)
(츠무기 씨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역할인데 불가사의하고 속내를 감춘듯한 느낌이 배어나고 있어. 역시 츠무기 씨야)

-

[니시]
"저기――."

[오와리]
"어서 오십시오."

[니시]
"예약한 니시입니다."

[오와리]
"니시 님이신가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니시 님, 니시 님……."

[츠즈키]
"오너, 교대할까요?"

[오와리]
"예약 없는 거 아니었어?"

[츠즈키]
"그랬을 텐데요…… 정말 죄송합니다. 언제쯤 예약을――."

[니시]
"2100년 2월 11일이요."

[오와리]
"21…… 그게, 올해인가요?"

[니시]
"2100년이요."

[츠즈키]
"오너――."

[오와리]
"니시 님이시지요. 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츠즈키]
"……하아."

[이즈미]
(히소카 씨의 시치미떼는듯한 신비한 캐릭터 느낌도 정말 잘 어울려)

-

[오와리]
"그럼 편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니시]
"……오늘 밤 호텔에서 ――가 사라지는 건가."

[오와리]
"네? 뭐라고 하셨나요?"

[니시]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와리]
"실례하겠습니다."

-

[오와리]
"……호텔에서 누군가 없어진다고?"

-

[츠즈키]
"산바 님! 엘리베이터 문에서 압사를 시도하지 말아 주세요!"

[오와리]
"이번에는 압사인가……."

[츠즈키]
"산바 님, 이러면 엘리베이터를 쓸 수 없습니다."

[산바]
"막지 말아줘!"

[오와리]
"지금 커피를 내오겠습니다. 츠즈키."

[츠즈키]
"네."

[오와리]
"이쪽에 있는 소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시는 건 어떤가요?"

[산바]
"……."

[츠즈키]
"산바 님, 커피를 가지고 왔습니다."

[오와리]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산바 님은 어째서 죽고 싶으신 건가요……?"

[산바]
"알고 있잖아. 나는 소설가야. 그런데 아이디어가 아무것도 안 떠올라. 한 글자도 쓸 수 없다고. 난 이제 끝난 거나 마찬가지야."

[오와리]
"그렇다고 죽을 것까지는…… 당분간 일을 쉬시는 건 어떤가요?"

[츠즈키]
"환경을 조금 바꿔본다거나."

[산바]
"내게 글을 쓰는 건 살아가는 것과 같아. 쓸 수 없다면 살아있을 의미가 없어."

[오와리]
"그렇다면 일단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는 죽으려는 시도를 멈추시는 게 어떨까요?"

[산바]
"……그래. 이왕 가져와 준 거니까. 잘 마실게."

[오와리]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

[오와리]
"이 호텔에서 한 명이 사라진다면 틀림없이 산바 님이야."

[츠즈키]
"네?"

[오와리]
"호텔에서 사람이 죽으면 아무도 오지 않겠지. 반드시 저지해야 해."

[츠즈키]
"네."

[이즈미]
(다들 일관적으로 진지하게 구니까 거기서 웃음이 나오는 거야. 익살극인데 각자가 안고 있는 고민과 고뇌가 엿보여서 그게 등장인물을 인간답게 보이게 해줘. 겨울조의 섬세한 연기니까 표현할 수 있는 거지)

[오와리]
"또 히가시가와인가. 이번에는 뭐지."

[히가시가와]
"302호실이 큰일 났습니다! 도와주세요!"

-

[오와리]
"우와!"

[츠즈키]
"침수됐군요……."

[오와리]
"니시 님! 괜찮으신가요!?"

-

[니시]
"죄송해요, 설마 이렇게 될 줄은…… 설비가 너무 옛날 꺼라 사용법을 몰라서요……."

[오와리]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우스 키핑을 하는 마에다 씨는?"

[츠즈키]
"오늘은 개인적인 일로 휴가를 내셨습니다."

[오와리]
"……부탁할게, 츠즈키."

[츠즈키]
"……네."

[오와리]
"니시 님, 다른 방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

[히가시가와]
"――오너, 잠시 괜찮을까요?"

[오와리]
"무슨 일이지?"

[히가시가와]
"니시 님 말입니다만, 그분은 다소 의심스럽다고 해야 하나…… 서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동업자 같아서요. 제 생각에는 다른 호텔의 스파이가 아닐까 합니다."

[오와리]
"우리에게 스파이를 보내 뭘 하겠어."

[히가시가와]
"그건, 뭐…… 그렇지만요."

-

[산바]
"여보세요…… 콜록콜록. 아니, 조금 위독해서…… 아니, 앞으로 며칠, 아니 2주는 펜 한 자루 쥐지 못하는 상태일 것 같아."
"아니, 걱정할 건 없어. 오지 않아도 돼. 괜찮고말고. 꼭 보낼 거야. 약속하지."
"뭐!? 보, 보고 있다고? 언제나 보고 있다니 어디서……."

[키타미]
"……."

[산바]
"서, 설마…… 그런…… 계속 거기에 있었다고……? 더는 안 되겠어! 전부 다 끝났어!"

[오와리]
"산바 님! 소파에 깔리지 말아 주세요!"

[산바]
"이제 난 끝났어! 사신이 바로 코앞까지 와있어."

[오와리]
"사신이요……?"

[산바]
"저 남자가 내 담당인 쿠로다야. 아마도 내게 최후통첩을 할 생각으로 계속 근처에서 보고 있던 거겠지……!"

[오와리]
"저 남자라니…… 저 손님 말이신가요?"

[산바]
"틀림없어. 쿠로다는 원고를 받아내기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남자야. 우리 아파트에 벽을 타고 숨어든 적도 있고 택배 기사인 척 들이닥친 적도 있어!"

[오와리]
"그, 그렇군요……."

[산바]
"이제 다 끝났어! 죽게 해줘!"

[오와리]
"기, 기다려주세요! 쿠로다 님이 산바 님과 마주치지 않도록 저희가 신경 쓰겠습니다."

[이즈미]
(산바를 위해 키타미를 슬며시 관찰하는 오와리……)

-

[오와리]
"키타미 님께서 가면을 쓰고 있는 건 산바 님께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인 건가……?"

[키타미]
"……."

[오와리]
"그렇다 해도 키타미 님은 아까부터 호텔 안을 어슬렁거리는데, 대체 뭘 하는 거지? 산바 님을 찾고 있는 건가 했는데 그런 것치고는 종업원 출입구만 돌아다니는 것 같고……."

[히가시가와]
"오너, 마침 잘 만났어요."

[오와리]
"무슨 일이지?"

[히가시가와]
"역시 틀림없습니다. 니시 님은 스파이예요. 프런트 안쪽에 들어가 계셨다고요."

[오와리]
"프런트 안쪽에?"

[츠즈키]
"그래서 지금부터 얘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만……."

[오와리]
"나도 동석하지."

[츠즈키]
"부탁드립니다."

-

[오와리]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니시]
"아뇨…… 죄송해요. 멋대로 프런트에 들어가서……."

[오와리]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셨나요?"

[니시]
"……사실은 저도 호텔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미래의 호텔이니까 경쟁사 같은 건 아니에요."

[오와리]
"네에……."

[니시]
"이 호텔의 역사를 배운 후부터 꼭 한번 숙박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방문했더니 저도 똑같이 일해보고 싶어져서……."

[오와리]
"그렇다면 지금 인재를 모집 중이오니――."

[츠즈키]
"오너……."

[니시]
"그럴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내일이 되면 돌아가야 해요."

[오와리]
"그렇습니까……."

[니시]
"이제 폐를 끼치지 않을게요. 예정대로 머물어도 될까요?"

[오와리]
"그건 괜찮습니다만……."

[니시]
"감사합니다!"

[츠즈키]
"그래도 되나요? 오너."

[오와리]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산바]
"……미래의 호텔리어? 이건……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

[오와리]
"산바 님은 괜찮아? 계속 테이블에 붙어계시는데 펜을 드시는 건 아니겠지?"

[츠즈키]
"설마요……."

[오와리]
"산바 님, 괜찮으십니까?"

[산바]
"그래…… 좋아…… 더 쓸 수 있어…… 응? 뭐가?"

[오와리]
"아니요. 뭐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산바]
"커피를 부탁해."

[오와리]
"알겠습니다. 츠즈키."

[츠즈키]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산바]
"글이 막 써져. 살아갈 기력이 샘솟고 있어. 난 아직 소설을 쓸 수 있어!"

[오와리]
"정말 다행입니다."

[산바]
"아, 쿠로다!"

[미카미]
"……?"

[산바]
"플롯이 다 됐어. 지금 바로――. 응?"
"여보세요? 쿠로다? 플롯이 다 돼서 봐달라고 하려는 참인데, 뭐? 우리 집에 있다고?"
"호텔에 있었던 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알았어. 바로 메일 보낼게. 응, 괜찮아. 아무 문제도 없어. 이건 내 최고 걸작이 될거야!"

[오와리]
"키타미 님은 산바 님과는 관련이 없었던 건가……."

-

[오와리]
"후우…… 드디어 한숨 돌리겠군."

[츠즈키]
"오늘도 많은 일이 있었지요."

[오와리]
"손님 수에 비해 트러블이 많아. 우리는 사연 있는 손님들만 온다니까."

[츠즈키]
"이 호텔은 길을 잃은 자가 마지막에 도착하는 장소인 거겠죠."

[오와리]
"길을 잃은 자라. 오너인 나도 길을 벗어나서 헤매고 있으니까."
"할아버지 대부터 이어져 온 호텔을 지키려고 노력해왔는데, 이 꼴이야. 아내와 아이를 내버려두고 일한 결과, 호텔은 파리가 날리고 아내와 아이도 집을 나갔어. 이 호텔 역사는 내 대에서 끊기겠지. 이럴 거면 그만둬버리면 될 텐데 그런 결단도 내리지 못해. 한심한 얘기지."
"뭐, 이런 생각 할 필요 없이 장사가 안돼서 파산할지도 모르지만."

[츠즈키]
"이 호텔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산바 님은 다시 일어서셨고요. 분명 파산하지 않을 겁니다."

[오와리]
"그럼 좋겠지만."

-

[경찰]
"……."

[오와리]
"어서 오십시오."

[경찰]
"경찰이다. 잠시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히가시가와]
"네?"

[경찰]
"이 남자를 본 적 없나? 이름은 하시마 료. 살인 혐의로 지명수배된 이 남자를 닮은 사람이 최근 근처에서 목격됐다."

[오와리]
"범죄자인가요…… 본 적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고…… 이런 수염이 있으면 바로 알아볼 텐데요……."

[경찰]
"인상이 조금 달라졌을지도 몰라. 생각나는 게 있으면 바로 연락해줘."

[오와리]
"알겠습니다."

[히가시가와]
"그런데 수상하다고 하면 키타미 님이시지요."

[오와리]
"맨얼굴을 본 적 없다는 이유만으로 의심하는 건 좀…… 아."

[히가시가와]
"왜 그러시나요?"

[오와리]
"아니, 니시 님이 오늘 호텔에서 사람이 없어진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히가시가와]
"네에에!? 뭔가요, 그건!? 살인예고인가요!?"

[오와리]
"설마……."

[츠즈키]
"무슨 일 있나요?"

[히가시가와]
"큰일 났습니다, 츠즈키 씨! 이 주변에 살인범이 잠입했을지도 몰라요! 게다가 이 호텔에서 누군가 죽을지도 모른다고요……!"

[츠즈키]
"살인범……."

[오와리]
"지나친 생각이야."

[히가시가와]
"키타미 님의 얼굴을 확인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밤에 잠도 잘 수 없을 거예요!"

[오와리]
"하지만……."

[히가시가와]
"경찰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면 확인하게 해줄 겁니다!"

[오와리]
"그랬는데 정말로 살인범이면 어떻게 할 거지?"

[히가시가와]
"그때는 츠즈키 씨, 부탁드립니다!"

[키타미]
"……."

[히가시가와]
"키타미 님!"

[오와리]
"잠깐, 히가시가와."

[키타미]
"――."

[히가시가와]
"정말 죄송합니다만, 경찰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저기, 가면을 벗어주실 수 있으실지――."

[키타미]
"――."

[츠즈키]
"그만해."

[히가시가와]
"츠즈키 씨, 이건 확인을 해둬야――."

[츠즈키]
"그럴 필요 없다. 지명수배범은, 나다."

[오와리]
"뭐?"

[히가시가와]
"네에에!?"

[츠즈키]
"피해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제 발로 경찰에 출두하겠습니다."

[오와리]
"설마, 정말이야……?"

[키타미]
"……이제야 만났군. 하시마 씨."

[오와리]
"네?"

[츠즈키]
"너는――."

[키타미]
"당신이 죽인 시모이의 아들입니다."

[츠즈키]
"그렇군―― 확실히 닮았어."

[히가시가와]
"서, 설마 복수하러!?"

[오와리]
"츠즈키, 도망쳐라."

[키타미]
"아니에요. 저는 하시마 씨께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

[오와리]
"감사를?"

[키타미]
"아버지는, 시모이는 인간으로서 최악이었어요. 사기와 공갈을 반복하고 가족에게도 폭력을 행사하는 살해 당해 마땅한 인간이었어요."
"아버지가 죽었다고 들었을 때는 마음속 깊이 안도했습니다. 드디어 지옥에서 해방되었다고요."

[츠즈키]
"살해당해 마땅한 인간은 없어. 최악이라고 한다면 죄에서 도망치려고 한 나도 똑같아."

[키타미]
"그렇다 해도 저는 당신께 구원받았어요."

[츠즈키]
"――."

[키타미]
"하시마 씨에게 한마디라도 좋으니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이 호텔에 묵은 친구에게 당신 얘기를 듣고, 제 흔적이 남지 않도록 이렇게 가면까지 쓴거예요. 결국 피해를 끼치게 되었지만요……."

[츠즈키]
"아니,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어. 계속 도망칠 수는 없으니까. 이제 때가 된 거지."
"그리고 너를 만나 다행이었다."

-

[오와리]
"정말로 자수할 건가?"

[츠즈키]
"네. 피해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오와리]
"아니…… 왜 살인을?"

[츠즈키]
"별것 아닌 이유예요. 제가 멍청했지요."
"부모님을 간병하느라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금전적으로 곤란할 때 시모이의 꼬드김에 넘어가 전 재산을 빼앗겼습니다."
"조금이라도 돈을 돌려받으려고 옥신각신하다…… 도망쳤지만, 결국 부모님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죠."

[오와리]
"그랬군……."

[츠즈키]
"……처음에는 잠시동안 몸을 숨기기 위해 쇠퇴해가는 이 호텔을 골랐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오너와 함께 다양한 손님분들과 만나며 계속 이 호텔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적을 찾았습니다……."
"제게는 과분한 꿈을요……."

[오와리]
"이 호텔은 길을 잃은 자가 찾아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곳이잖아. "우리는 네가 있어 줘서 다행이었어. 죄를 갚으면 다시 와주길 바라."

[츠즈키]
"――감사합니다."

[이즈미]
(오와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호텔을 뒤로하는 츠즈키……)

[츠즈키]
"……다녀오겠습니다."

[이즈미]
(아, 가이 씨의 애드리브야. 속죄하는 마음과 오와리를 향한 감사가 흘러넘치고 있어)

[오와리]
"다녀와."

[이즈미]
(부드러운 미소…… 상대의 뒤를 살짝 밀어주고,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고 전하는 듯한 따뜻한 감정이 전해져와)

-

[산바]
"오랫동안 신세를 졌군."

[오와리]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바]
"다음엔 편히 쉬러 올게."

[오와리]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몸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니시]
"저야말로 여러 가지로 감사했습니다."

[오와리]
"몸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니시]
"또 보자, 고조할아버지."

[오와리]
"뭐……?"

[히가시가와]
"그러고 보니 니시 님은 오너를 좀 닮았지요."

[오와리]
"――설마."
"네, 호텔 컴퍼스입니다. 예약 말씀이신가요. 알겠습니다."

[이즈미]
(떠나가는 손님도 오와리도 어딘가 후련한 표정을 띠고 있어. 밝은 미래를 느끼게 하는 연기……)
(또 무슨 일이 있으면 돌아오고 싶어지는, 돌아와도 된다고 하는 것 같은…… 마치 '집'같아)
(이게 아즈마 씨가 만들어낸 호텔 컴퍼스. 아즈마 씨 다운 따뜻한 장소야)

-

[츠무기]
감사합니다!

[히소카]
고마워.

[타스쿠]
감사합니다.

[호마레]
고맙네! 거기 자네도 고마워!

[가이]
감사합니다.
……유키시로.

[아즈마]
응.
호텔 컴퍼스를 이용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몸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

[츠무기]
모처럼의 뒤풀이인데 가이 씨 바로 와도 괜찮겠어요? 가이 씨가 편하게 마시지 못할 것 같은데――.

[가이]
아니, 오히려 이 가게로 오는 게 편하니까 상관없어.

[아즈마]
가이, 글라스는 이거면 돼?

[가이]
그래.

[타스쿠]
그보다 왜 아즈마 씨가 카운터 안쪽에 있는 거예요?

[아즈마]
가이 혼자서는 힘들잖아.

[이즈미]
다른 한 명의 점원은――.

[히소카]
쿨~…….

[타스쿠]
직무유기잖아.

[가이]
오늘 첫 잔은 내가 맡겨주지 않겠어?

[이즈미]
? 그럼 부탁할게요.

-

[가이]
나왔습니다.
새 메뉴인 칵테일이다. 보드카에 큐라소, 자흐라산 귤이 들어갔다.

[호마레]
색이 예쁘군.

[츠무기]
이름은 정했어요?

[가이]
'Journey'다. 오리지널 칵테일로…… 가게 이름으로 하려고 해.

[이즈미]
드디어 이름이 정해졌네요!

[타스쿠]
'Journey'인가요. 좋은 이름이에요.

[호마레]
유래는 있나?

[가이]
인생이라는 여행 중에 괴로운 일이나 슬픈 일이 있었을 때, 조금 지쳤을 때 가볍게 들를 수 있는 휴식장소…….
자흐라라는 오아시스처럼 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이즈미]
오아시스…… 그렇군요.

[가이]
그리고 또 하나.
오토미야가 해준 말과 유키시로가 과거와 마주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과거에 두고 온 게 없는지 돌이켜봤어.
거기서 한가지 발견한 게, 아버지의 존재였다. 어릴 적 헤어진 아버지가 만약 아직도 이 비로드웨이에 있다면…… 재회하는 그 날까지 이 가게에서 기다리고 싶다.
아버지에게는 나는 이미 과거의 일이고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아즈마]
그렇지 않을 거야.

[츠무기]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호마레]
그러기 위해서도 이 가게를 더욱 널리 퍼트려 유명하게 해야겠지.

[아즈마]
그럼 건배할까. 공연 성공과 가게 번창을 빌며―― 건배!

[가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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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여기가 복도…… 항상 엄마가 "왔으면 손 먼저 씻어"라고 해서 세면실까지 달려갔어.
그리고 배고픈 채로 엄마가 있는 거실로 가서――.

[타스쿠]
여기가 거실이었죠.

[호마레]
흠. 토지의 넓이로 봐서는…… 여기까지일까.

[츠무기]
호오, 넓은 거실이었네요.

[아즈마]
맞아, 이쪽에 부엌이 있었고―― 엄마에게 간식을 받아 여기 있는 소파에 드러누웠어.
저녁밥이 다 되면 엄마가 부엌에서 부르는 거야.

[츠무기]
"아즈마, 저녁 다 됐어."
이렇게요?

[타스쿠]
"다녀왔어, 엄마. 아즈마."

[츠무기]
"아들, 학원은?"

[타스쿠]
"오늘은 시험만 보고 끝났어."

[아즈마]
형은 좀 더 웃는 얼굴이었어.

[가이]
"다녀왔어."

[타스쿠]
"어서 오세요, 아빠."

[아즈마]
아빠는 거실에서 엄마와 우리에게 말을 건 후에 옷을 갈아입으러 가.

[가이]
"오늘 저녁은?"

[츠무기]
"햄버그 만들었어."

[타스쿠]
"잘됐네, 아즈마."

[가이]
"맛있겠군."

-

[아즈마]
그러고 보니 고양이를 길렀을 때 저쪽 창가에서 잤는데…….

[히소카]
쿨~…….

[아즈마]
응, 그렇게 둥글게 말고 있었어. 그럼 항상 창밖에서 길고양이가 같이 놀자고 찾아왔어.

[호마레]
나는 길고양이인가!?
"야옹~……."

[히소카]
"후아암…… 쿨~……."

[호마레]
"야옹야옹야옹!!"

[타스쿠]
"저 고양이 또 왔어."

[츠무기]
"정말 놀고 싶은가 봐."

[아즈마]
후훗…….

-

[아즈마 엄마]
"아즈마도 언젠가 독립하겠지? 그걸 생각하니 조금 쓸쓸한걸."

[아즈마 아빠]
"아직 상상이 안 되는데. 걱정하기엔 너무 이른 거 아니야? 이런 점은 성급하다니까."

[아즈마 엄마]
"그러게."

[아즈마]
"나는 아무 데도 안 가.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엄마랑 아빠 옆에."

[아즈마 엄마]
"그러니? 그래도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
"그때는 엄마랑 아빠도 웃으면서 '잘 다녀와'하고 배웅해줄게."

-

[아즈마]
――. (그날 집을 나간 가족들에게 '어서 와'도 '다녀오겠습니다'도 말하지 못했어. 하지만――)

[아즈마 엄마]
"다녀 왔어. 집 보느라 고생했어."

[아즈마 아빠]
"선물 많이 사 왔다."

[아즈마]
(어서 오세요)

[하지메]
"혼자서 계속 집 보게 해서 미안해."

[아즈마]
(……다녀올게요)

[아즈마 엄마]
"잘 다녀오렴, 아즈마."

-

[아즈마]
장시간 운전 수고했어.

[가이]
돌아오는 길만 운전해서 괜찮았다. 

[아즈마]
저녁 연습 전까지 지금 자둬야지. 오늘은 고될 것 같아.

[가이]
감독님은 오늘 하루 연습은 쉬려고 했던 것 같지만.

[아즈마]
다들 의욕 있지. 뭐, 나도 빨리 연습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어.

[가이]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고 회복하는 게 좋아.

[아즈마]
그래. 가이의 소이네도 아직이었고.

[가이]
그러고 보니 그랬군―― 잠시 적을 게 있으니 기다려줘. 

[아즈마]
그거 혹시…….

[가이]
오토미야가 말한 '인생행로'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잊히지 않아서. 내가 생각해도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어떨지.

[아즈마]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해.

-

[이즈미]
와아! 역시 이번 의상 정말 잘 어울려요!

[아즈마]
후훗, 고마워.

[이즈미]
(그날 귀성에서 돌아온 겨울조의 연기는 비약적으로 좋아졌어. 아즈마 씨가 중요한 걸 두고 왔었는데 이제야 가져온 것 같다고 했지……)
(오늘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지배인]
이제 곧 개연이에요!

[아즈마]
응.
호텔 컴퍼스―― 위안을 바라는 사람을 맞이하는 장소. 우리 나름의 방법으로 성심성의껏 손님을 대접해드리자.

[가이]
그래.

[츠무기]
네!

[타스쿠]
네.

[호마레]
가도록 하지.

[히소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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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남아있는 것이라…… 그 장소에 무언가 남아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이즈미]
그건 알 수 없는 거잖아요. 한 번 가서 확인해 봐야지요.

[아즈마]
하지만…….

[가이]
내일은 임시 휴업하도록 하지.
유키시로 말대로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이 답답한 건 사라질지도 모르지. 그것만으로도 가볼 가치는 있다.

[이즈미]
가요, 아즈마 씨!

[아즈마]
……정말, 그렇게 밀어붙이면 당해낼 수 없다니까. 알았어.

-

[히소카]
……마시멜로 챙겼어?

[호마레]
그래, 싼 거로 다섯 봉지 챙겼어.

[츠무기]
저기 타스쿠, 내비는 여기부터 입력하면 돼……?

[타스쿠]
아니, 여기부터. 그리고 거기는 터치 안 되는 곳이야.

[아즈마]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타스쿠]
본가 위치를 아는 건 저뿐이잖아요.

[호마레]
운명공동체 아닌가. 아즈마 씨가 간다면 우리도 함께 가야지.

[츠무기]
그렇다고 하네요.

[히소카]
……아리스는 일일이 무거워.

[아즈마]
그렇다고 차를 타고 갈 필요는 없는데. 신칸센이 다니는 시간까지 기다리면 되니까.

[타스쿠]
아즈마 씨, 드라이브 좋아하잖아요.

[츠무기]
신칸센은 금방 도착하니까요. 천천히 생각할 시간도 필요할 거예요.

-

[이즈미]
다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즈마]
감독님은 같이 안 가?

[이즈미]
갈까 싶기도 해봤지만…… 어쩐지 여기서 여러분이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서요.
말로는 잘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아, 그래도 아즈마 씨가 같이 가달라고 하면 같이 갈게요.

[아즈마]
아니야, 기다려줘, 감독님.

[이즈미]
네.

[가이]
늦어서 미안하다.

-

[타스쿠]
잊어버린 물건은 없죠? 출발할게요.

[이즈미]
조심해서 잘 다녀와!

-

[타스쿠]
……여기군.

[아즈마]
딱 한 번 왔을 뿐인데 잘 기억하네.

[타스쿠]
뭐, 인상적이었으니까요.

[아즈마]
……후훗, 역시 아무것도 없구나.

[호마레]
흠…… 정말 그런가? 확실히 형태로 남아있는 건 없지. 하지만 비록 형태는 없더라고 소중한 건 아즈마 씨 안에 남아있지 않을까. 아즈마 씨가 기억하는 한 말이야.

[아즈마]
내가 기억하는 한…….

[타스쿠]
……분명히 이 근처가 현관이었지요?

[아즈마]
――. (문 생김새나 색상, 현관 앞 공간. ……엄마가 자주 열쇠를 잃어버리곤 우리가 오는 걸 기다렸지)

[가이]
――유키시로.

[아즈마]
?

[가이]
내 멋대로 가져온 걸 사과하지.

[아즈마]
집…… 열쇠?

[가이]
집에 간다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그런 생각이 들어 가지러 갔었다.

[아즈마]
…….

[츠무기]
……지금 아즈마 씨 눈앞에는 현관문이 있어요. 자, 열어봐요.

[아즈마]
후후, 마임 연습이야?
그래도, 그래. 열어볼까…….
(지금은 이제 여기에 없는 엄마와 아빠와 형, 모두가 있던 시절의 집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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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다녀왔어.

[가이]
어서 와. 겨울조 소이네야 효과는 있었던 것 같군.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아즈마]
덕분에. 귀찮게 해서 미안해.

[가이]
아니, 다들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다.

[아즈마]
그러고 보니 가이는 어때? 가게 이름은 정했어?

[가이]
아…… 후보를 몇 가지 추리기는 했는데 와 닿는 게 없어서.

[아즈마]
사자성어 사전에 포스트잇이 가득하네.
나도 가이랑 비슷한 느낌이야. 다들 신경 써준 덕분에 악몽도 안 꾸고 기분도 가라앉지 않았어. 토지 건도 조건 좋은 양도처가 생길 것 같아서 고민할 건 아무것도 없는데, 속이 개운하지가 않아.
후훗, 우리 둘 다 나름대로 나이를 먹었는데 마치 길을 잃은 것 같네.

[가이]
그렇군.

[아즈마]
주연과 준주연이 이래서는 안 되겠지. 좀 더 정신 차리고 있어야지.

[가이]
그러고 보니 오늘 소이네야 당번은 나였지. 곁에서 함께 잔 건 어릴 적 시트로니아 정도인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아즈마]
어젯밤에도 결국 연극 바보의 대본 리딩에 어울려줬을 뿐이었는걸. 오늘 밤엔 자기 전에 맛있는 칵테일을 마시고 싶은데.

[가이]
그렇다면 마침 잘됐군. 가게에서 새로운 칵테일을 시음해주길 바란다.

[아즈마]
바텐더 소이네야인가. 신선해.

[가이]
소이네야도 이름을 정하는 게 좋을까?

[아즈마]
호마레는 호화로운 이름을 붙였었어.

[가이]
그렇군. 유키시로의 소이네야는 어떤 이름이었지? 어떤 이유로 붙였는지 새삼스럽지만 듣고 싶다.

[아즈마]
이름이라…… 이름이라고 할만한 건 없었어. 어제 츠무기랑 타스쿠에게도 얘기했지만, 나는 나 자신의 고독에서 구원받기 위해 소이네야를 했어.
그러니 지금 그 사자성어 사전을 써서 이름을 붙인다면…… '일일천추(一日千秋)'일까?

[가이]
무언가를 간절히 바란다는 뜻인가.

[아즈마]
뭐, 그런 느낌이야.

[가이]
……나는 가게를 통해 손님께 무언가를 전하는 것만을 생각했었다. 내가 가게에서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하는 시점은 없었지.

[아즈마]
후후, 조금은 힌트가 됐을까?

-

[이즈미]
이번 공연 포스터가 나왔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점원]
여기에 둘게요. 힘내세요.

[이즈미]
감사합니다!
(응, 이번 포스터도 정말 잘 만들었어. 여전히 카즈나리 군의 디자인은 보기 좋고 눈에 띄어)
(연습도 대체로 순조롭고…… 겨울조가 애써준 덕분에 아즈마 씨의 라스트 신 연기도 꽤 좋아졌어. 하지만 아즈마 씨와 가이 씨가 대사를 주고받는 부분은 조금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연습은 지금 단계로 만족하고 이제 공연을 하며 발전하는 걸 생각해야 하나…… 하지만 뭔가 계기만 있으면……)

[슈]
천의 얼굴이구만.

[이즈미]
어라, 슈 씨. 뭐 사러 온 거예요?

[슈]
이번 공연 포스터를 전해주러 왔지.

[이즈미]
슈 씨가 주고 다니는 거예요? 수고스럽게.

[슈]
여기는 예전부터 내 단골이었으니까. 이후에 마시러 가려고 했으니 겸사겸사 온 거지.

[이즈미]
앗, 그럼 같이 공연 성공을 기원하며 한잔할래요?

[슈]
하아…… 어차피 네 아빠 얘기를 듣고 싶은 거겠지. 한 잔 만이야.

[이즈미]
네!

-

[가이]
(오늘은 손님도 적고 일찍 마감할 수 있을 것 같군. 가게 이름이라도 생각할까……)

[이즈미]
가이 씨, 안녕하세요.

[슈]
실례하지.

[가이]
어서 오세요.

[슈]
……그 메모는 뭐지?

[이즈미]
아, 혹시 가게 이름 생각 중이었어요?

[슈]
지금 생각하는 건가. 게다가 그 한자의 나열은 가게 분위기가 아깝군.

[가이]
시트로니아가 참고용으로 사자성어 사전을 빌려줬다. 거기서 여러 가지 픽업해봤다.

[슈]
사자성어는 바 이름으로는 좀 고리타분하지 않나?

[아즈마]
어라, 귀한 손님이 왔네.

[슈]
역시 신생조가 출입하는 가게야. 여기 있으면 누구든 보게 된다는 건가.

[이즈미]
(왠지 어른스러운 멤버가 모였네…… 나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아즈마]
그러고 보니 지금 땅을 잘 활용해줄 사람을 찾고 있는데, 슈 씨는 관심 없어?

[슈]
땅?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야.

[아즈마]
지방인데, 순회공연을 많이 가는 슈 씨라면 유용하게 활용할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돈도 남아돌 것 같고.

[이즈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영업하다니…… 역시 아즈마 씨야……)

[슈]
관심은 없지만, 술안주로 얘기는 들어주지.

[아즈마]
원래 우리 본가가 있던 땅인데, 상속받았지만 딱히 쓸데가 없어서. 주차장으로 쓰는 것도 내키지 않고…….

[슈]
부모가 남겨준 거잖아. 그렇게 간단하게 팔아버려도 되겠어?

[아즈마]
간단하게는 아니었는데…… 박정한가.

[슈]
글쎄다. 뭐, 부모가 남겨줬다고는 해도 그걸 어떻게 할지는 살아있는 자기가 직접 정하는 거지.
나도 한 번은 집을 나와서 연극과는 연이 없는 생활을 했어. 하지만 MANKAI 컴퍼니에 들어가고, 퇴단하고…… 결국은 가업을 이었지.

[아즈마]
그건 왜?

[슈]
……아직 거기에 있었으니까.

[이즈미]
거기에 있어요?

[슈]
이미 나온 극단에 내가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있을 곳은 이제 없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동생이 울며 매달린 탓에 돌아갔을 때 이어받을 만한 이유를 발견해버렸어.

[아즈마]
그건――.

[슈]
한 잔만 하기로 약속했었지. 잘 마셨어.

[아즈마]
…….

[슈]
'인생행로(人生行路)'. 

[아즈마]
응?

[슈]
인생은 한 가닥 행로다. 아무것도 없다며 지나친 길도 되돌아보면 무언가 남아있는 법이다.
공터라고 생각하는 그곳에도 의외로 무언가 남아있을지도 몰라.

[아즈마]
――.

[가이]
――.

[슈]
그럼 간다.

[가이]
……감사합니다. 또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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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무기]
아즈마 씨, 괜찮을까요……?

[가이]
205호실의 소이네야는 과연 어땠을지.

[타스쿠]
미카게는 혼자 마시멜로 집어 먹고 잘 거 같고, 아리스가와는 반대로 끊임없이 시를 읊어서 자는 데 방해될 것 같죠.

[이즈미]
엄청 리얼하게 상상할 수 있어요…….

[아즈마]
좋은 아침.

[호마레]
이야, 제군! 좋은 아침이네!

[히소카]
후아아…….

[츠무기]
어제 소이네야는 어땠어요?

[아즈마]
쾌적했어.

[호마레]
나는 시를 읊다가 어느새 잠들어 버렸지.

[히소카]
……마시멜로 먹으면서 잤어.

[타스쿠]
예상대로네.

[아즈마]
하지만 두 사람 덕분에 악몽도 꾸지 않고 잘 잤어.

[츠무기]
그건 다행이네요.

[가이]
오늘은 안색도 좋아 보인다.

[이즈미]
그럼 바로 연습 시작해요!

-

[아즈마]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히소카]
"저야말로 여러 가지로 감사했습니다."

[아즈마]
"몸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이즈미]
(응, 어제보다 대사 치는 게 부드러워졌어)
좋아졌어요! 이제 대사에 조금만 더 아즈마 씨의 오와리다운 감정이 실리면 좋겠어요.

[아즈마]
내 오와리다운 감정이라…….

[츠무기]
어제보다 좋아졌잖아요. 이대로 더 깊이 파고들어봐요.

[아즈마]
해볼게.
그러고 보니 오늘은 츠무기랑 타스쿠지? 소이네야.

[타스쿠]
설마 내가 소이네야를 하게 될 줄이야.

[아즈마]
좋잖아. 나중에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거니까.

[타스쿠]
뭐, 뭐든 경험이니까요.

[아즈마]
어떤 소이네야를 해줄지 기대되는걸.

[츠무기]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할게요.

-

[아즈마]
실례할게.

[츠무기]
으음…… 일단 앉아주세요.

[아즈마]
여기 앉으면 돼?

[타스쿠]
…….

[츠무기]
…….

[타스쿠]
저기…… 이제 뭘 하면 되죠?

[아즈마]
맡길게.

[츠무기]
이불은 나란히 깔아야 할지 아니면 같이 쓸지 많이 고민했는데 정하지를 못했어요…….

[아즈마]
둘 다 좋지만, 타스쿠랑 한이불을 쓰면 잠들기 힘들 것 같아.

[츠무기]
확실히 타스쿠 옆은 항상 온도가 좀 높죠. 체온이 높은 탓인 것 같지만요.

[아즈마]
근육 때문인가?

[타스쿠]
미안하네. 뜨거워서.

[츠무기]
학생 때는 항상 냉방이 도는 곳에 앉혔었지. 냉각하라고.
겨울에는 딱 좋지만요.

[타스쿠]
남을 핫팩 취급하지 마.

[츠무기]
아, 죄송해요. 이불 얘기 중이었는데――.

[아즈마]
후후. 귀여운 신참 소이네야구나.

[츠무기]
으음, 괜찮으면 소이네야에 대해 가르쳐주시겠어요?

[아즈마] 
츠무기는 성실하네.
……내가 한 소이네야는 말 그대로 곁에서 함께 잠을 자는 게 일이야. 하지만 꼭 같이 자야 하는 건 아니고, 손님에 따라 달랐지.
정말 다양한 손님이 있었고 별난 사람도 많았어. 다들 '깊게 자고 싶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사실은 고민이 있거나 막다른 곳에 몰린 사람뿐이었어. 그걸 필사적으로 감추고 조금이나마 현실도피를 하고 싶어서 찾아오는 거야.
다들 겉으로는 온화하게 웃고 있어서 모든 일이 순탄해 보이지만 속마음까지는 알 수 없어. 강한 척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지.
……그 시절 나처럼.

[타스쿠]
…….

[아즈마]
숙면을 원하는 게 아니야. 위안을 바라는 거야.
그러니까 하룻밤 모두의 피난처가 되어주고 아침이 밝으면 '다녀오세요'하면서 배웅해 줬어…….

[츠무기]
꼭 이번 공연의 오와리같네요.

[아즈마]
그럴지도 모르지…… 소이네야를 통해 위안을 얻기를 가장 바라온 건 나 자신이었지만.

[츠무기]
…….

[아즈마]
괜찮아, 무리하게 소이네야를 할 필요는 없어. 사람의 기척이 가까이에 있으면 악몽을 꾸지 않는 것 같으니까.

[타스쿠]
그걸 먼저 말해주세요.

[아즈미]
미안해. 너희가 고민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타스쿠]
그러고 보니 본가 건물을 철거한 그 땅은 어떻게 됐어요?

[아즈마]
일단 지인이 한 명 관심을 보였어. 그런데 내가 말한 거니까 라며 매가를 시세보다 높게 제시해줘서. 감사하지만 조금 고민돼.
결국 공터인 채로 둔다면 사준 사람에게도 부모님께도 미안하니까…….

[츠무기]
앞일까지 제대로 생각하고 있네요.

[아즈마]
지금은 공터지만 부모님이 고른 땅이니까.
……자 그럼 슬슬 잘까?

[타스쿠]
……모처럼 셋이 모였는데 잠깐 대본 리딩 안 할래요?

[아즈마]
연극 바보 소이네야는 들어본 적 없는데…… 뭐, 좋아.

[타스쿠]
대본 가져왔네요.

[아즈마]
이렇게 될 줄 알았거든.

[츠무기]
역시 아즈마 씨에요.

-

[아즈마]
음…….
어라, 언제 잠들었지?

[츠무기]
좋은 아침이에요.

[아즈마]
타스쿠는 러닝?

[츠무기]
네. 저도 아즈마 씨보다 먼저 일어나라고 깨우고 갔어요.

[아즈마]
그래. 고마워.

[츠무기]
……어젯밤에 아즈마 씨 자신이 가장 위안을 바랐다고 했죠. 그 위안이 뭐였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즈마]
――이렇게 정면에서 물어볼 줄은 몰랐는걸.

[츠무기]
……죄송해요.

[아즈미]
아니야, 괜찮아. 창단 공연 때 나랑 감독님이 갇혔던 거 기억해?
모두가 찾으러 와주고…… 츠무기가 손을 내밀어 줬어.

-

[츠무기]
"걱정했어요. 자, 가요."

-

[아즈마]
――마치 어둠 속에서 혼자 있던 나를 데리고 나가주는 것 같아서 기뻤어. 그때 정말 큰 위안을 얻었어.

[츠무기]
……그랬군요. 그럼 몇 번이고 저희가 아즈마 씨에게 위안을 드릴게요. 이렇게 손을 뻗어서――.

[아즈마]
――. 고마워, 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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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

[시트론]
가이. 여전히 침침한 표정이구나!

[가이]
그건 무슨 표정이지?

[시트론]
《순조로워?》

[가이]
? 《뭐, 순조롭다고 한다면 순조롭다.》

[시트론]
그런 걸 두고 쉬운 생강이라고 하는 거야! 

[가이]
그건 뭐지?

[시트론]
이걸 빌려줄게.

[가이]
사자성어 사전?

[시트론]
가게 이름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가이]
그런가…… 잘 보겠다. 고마워.

[시트론]
정말이지 솜이 많이 든다니까!

-

[아즈마]
…….

[가이]
유키시로? 무슨 일 있나?

[아즈마]
아니, 그냥 생각할 게 있어서.
――그건 뭐야?

[가이]
시트로니아가 빌려줬다. 가게 이름을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면서.

[아즈마]
그렇구나. 왕자님다워.

[가이]
……그 열쇠는?

[아즈마]
본가 열쇠야. 집은 이미 철거했으니까 가지고 있어도 의미는 없지만.

[가이]
…….

[아즈마]
미안미안, 괜찮아. 오늘 밤엔 그것도 있고.

[가이]
아――.

-

[아즈마]
실례할게.

[호마레] 
소이네야* 윈터 하라쇼 꾸벅꾸벅 파라다이스 205호실에 어서 오세요!

*添い寝屋(そいねや) : 곁에서 함께 잠을 자는 일.

[히소카]
쿨~…….

[아즈마]
굉장한 이름인걸.
설마 내가 소이네야 손님이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

[호마레]
그나저나 명안이지 않나? 우리 겨울조 멤버가 교대로 소이네야를 하면 아즈마 씨는 악몽을 꾸지 않고 가이 씨 가게가 계속 휴업할 일도 없지!

[아즈마]
그렇지.

[호마레]
자, 아즈마 씨를 위해 숙면에 꼭 필요하다고 편집부에서 호평받았던 베개를 준비했어!
그리고 편히 잠들 수 있는 시를 많이 지어놨고 허브티 여기에!

[아즈마]
굉장하다. 파자마 파티 같아서 재밌겠어.

[호마레]
수면 부족은 좋지 않지. 충분히 푹 자거라.

[아즈마]
그럼 얌전히 호마레의 말에 따라볼까.

-

[호마레]
쿨~…….

[아즈마]
이런 이런…… 그대로 자면 감기 걸릴 거야. 잘 자.

[히소카]
……아리스는 소이네야에 어울리지 않아.

[아즈마]
일어났어?

[히소카]
이렇게 될 줄 알고 미리 자뒀어.

[아즈마]
그랬구나. 자, 이건 선물로 들고 온 후르츠 마시멜로야.

[히소카]
……덥석. ……우물우물. 맛있어.

[아즈마]
다행이다.

[히소카]
……아즈마는 과거를 버리고 싶어?

[아즈마]
이렇게 갑자기?
……글쎄.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었던 것 같아. 정말 좋아하는 걸 잃어버렸으니까, 너무나 슬프고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서…….
하지만 소중한 가족들을 잊어버리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까 적어도 지금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어.

[히소카]
……다행이다.
……나는 과거를 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과거는 없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버릴 수 없는 거야. 지금도 소중한―― 내 일부니까.

[아즈마]
…….

[히소카]
……아즈마와 나는 조금 닮았으니까, 어쩌면 본가의 땅을 팔려고 하는 것도 과거를 버리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했어.

[아즈마]
……버리고 싶은 건 아니지만, 어쩌면 그 비슷한 감정일지도 몰라.
가이도 히소카도 다른 사람 모두 과거를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는 아직 그날에 갇혀있어. 뛰어넘은 줄 알았는데 금세 되돌아가고 말아.
그게 왠지 한심해서,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끌려다닐 바에는 차라리 팔아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한 거야.

[히소카]
……아무것도 없어?

[아즈마]
그냥 공터니까.

[히소카]
……흐응. 잘은 모르지만, 나는 겨울조와 함께 그 절벽에 가길 잘했어. 그곳엔 이미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지만, 그래도 거기에 갔으니까 변할 수 있었어.
……그러니까 아즈마도 괜찮아. 분명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근거는 없지만.

[아즈마]
……히소카는 강하구나.

[히소카]
……아니야. 덕분에 강해진 거야.
후아아…….

[아즈마]
졸려?

[히소카]
……얘기하기 지쳤으니까 이제 잘래.
쿨~…….

[아즈마]
후후, 잘 자.
……나도 강해질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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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츠즈키, 오늘 예약은?"

[가이]
"없습니다."

[아즈마]
"이력서 온 건?"

[가이]
"없습니다."

[아즈마]
"앞날이 캄캄하네. 다른 취직처를 찾아두는 게 좋을 거야."

[가이]
"지배인을 맡겨주셨으니 마지막까지 근무하겠습니다."

[타스쿠]
"보글보글……."

[가이]
"산바 님!?"

[아즈마]
"수프 그릇에 빠지지 말아 주세요."

[타스쿠]
"죽게 내버려 둬. 다 끝났어."

[아즈마]
"죽는 건 요리사 특제 콘수프를 드신 후에 하는 건 어떠신가요? 오늘 수프는 홋카이도에서 산지 직송한 옥수수를 사용했습니다――."

[타스쿠]
"레토르트의 맛이 나……."

[아즈마]
"그리운 맛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즈미]
(코미디 템포도 완벽해. 다들 생기 넘치고 즐거워 보여)

-

[이즈미]
(이제 라스트 신……)

[아즈마]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히소카]
"저야말로 여러 가지로 감사했습니다."

[아즈마]
"몸 조심히――……."

[이즈미]
……아즈마 씨?

[아즈마]
"――다녀오십시오."

[이즈미]
(아즈마 씨, 잠깐 멈칫했는데 왜 그런 거지?)

[아즈마]
"네, 호텔 컴퍼스입니다. 예약 말씀이신가요. 알겠습니다."

[이즈미]
(여기서 막이 내린다――)

[츠무기]
역시 이 대본 재밌어.

[타스쿠]
응, 연기도 나쁘지 않았어.

[호마레]
처음 한 것치고는 정말 좋았네. 역시 우리는 코미디 재능이 있었던 거야.

[히소카]
……전체적으로 괜찮았어.

[가이]
순조로웠다.

[이즈미]
아즈마 씨는 어때요?

[아즈마]
다들 공연을 거듭해온 만큼 처음부터 겨울조 코미디의 전체적인 그림이 보였어.
마지막에 조금 멈칫해서 미안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 보니 바로 나오지 않았어.

[이즈미]
손님을 배웅하는 호텔리어로서 중요한 대사니까요.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생각해가도록 해요.
그럼 오늘은 이쯤에서 끝낼게요. 가이 씨랑 히소카 씨는 슬슬 가게 나갈 시간이죠?

[가이]
그래, 그렇군.

[히소카]
쿨~…….

[가이]
――다녀오지.

[타스쿠]
옮기느라 힘들겠어요.

[츠무기]
잘 다녀오세요.

[아즈마]
――힘내.

[히소카]
……아즈마도 갈래?

[아즈마]
응?

[호마레]
그래, 회식하는 건 어떤가!?

[츠무기]
좋네요.

[타스쿠]
그럼 다 같이 갈까.

[아즈마]
괜찮아? 타스쿠니까 분명 연습이 어쩌니 할 줄 알았는데.

[타스쿠]
처음부터 너무 몰아붙여도 좋지 않으니까요. 뭐, 일단 대본은 가져갈 거지만요.

[이즈미]
후후, 여전하네요. 저도 찬성이에요. 술을 마시면서 많이 얘기 나눠요. 연기에 관한 거나, 이것저것. 물론 가이 씨가 괜찮으면요.

[가이]
마침 술을 여러 가지 매입한 참이다.

[아즈마]
……큰일인걸. 오늘은 많이 마실 것 같아.

-

[이즈미]
그럼 겨울조 제7회 공연 연습을 힘내자는 의미로―― 건배!

[타스쿠]
건배.

[호마래]
건배!

[타스쿠]
이 안주는 신작이에요?

[가이]
그래, 아직 시작품 단계이니 감상을 들려주길 바란다.

[이즈미]
맛있어요.

[호마레]
맥주에도 잘 어울리는군.

[히소카]
……마시멜로를 넣는 게 좋겠어.

[타스쿠]
너한테 걸리면 전부 마시멜로 무침이 되잖아.

[아즈마]
……있잖아, 얘기할 게 있는데.

[이즈미]
?

[아즈마]
땅 필요 없어?

[타스쿠]
……네?

[츠무기]
땅이라니, 건물을 세우는 그 땅 말이에요?

[아즈마]
응. 숙모가 본가가 있던 땅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라고 하셔서. 이제 돌아갈 생각도 없고 딱히 세울 것도 없으니까 마음먹고 팔아버릴까 하고…….

[가이]
그래도 되는 건가?

[타스쿠]
아즈마 씨 거라면 그렇게 급하게 정하지 않아도…….

[호마레]
일단 한 번 돌아가서 실제로 본 다음에 정하는 게 어떤가?

[히소카]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몰라.

[아즈마]
빈집이었을 때도 우리 집이라는 느낌이 없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 미련은 없어.
지금 내 집은 여기 MANKAI 컴퍼니고, 결말을 짓고 싶어서.

[이즈미]
(아즈마 씨가 그러고 싶다면, 그걸로 된 건가……)

[아즈마]
……그런데 사실은 요즘에 좀 꿈자리가 사나워. 예전에 자주 꿨던 악몽을 꾸고 있어. 혼자서 아침을 맞이하는 게 무서웠던 시절에 꿨던 꿈.
아마 본가가 있던 곳을 보고 예전에 고독했던 마음에 다시 올라온 것 같아.

[츠무기]
그럼 오늘 연습도 그 때문에……?

[아즈마]
응…… 아마, 잘 다녀오라고 배웅하는 게 무서운 거야.

[이즈미]
(그렇구나, 잘 다녀오라고 배웅했던 가족이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가이]
……당분간 가게를 쉬지. 밤에 내가 방에 있으면 적어도 혼자는 아니다. 악몽을 꾸지 않게 될지도 모르고 공포가 엷어질 가능성도 있어. 준주연으로서 나도 무언가 하고 싶다.

[아즈마]
어린애도 아니니까 괜찮아. 그렇지 않아도 공연 중에는 바가 휴업상태처럼 되는데.
같은 꿈이라도 그때랑 비교하면 내 상태나 마음도 다르니까.

[가이]
하지만――.

[이즈미]
(으~음, 아즈마 씨는 저렇게 말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면 아즈마 씨 마음이 나아질 것 같지 않은데……)

[호마레]
……그렇지! 좋은 생각이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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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기만 하네……)

[츠즈루]
…….

[아즈마]
좋은 아침, 츠즈루. 뭐 해?

[츠즈루]
아, 좋은 아침이에요. 자료실에서 이번 각본 자료 좀 찾으려고요.

[아즈마]
다음엔 코미디 요소도 넣는 거지? 기대된다.

[츠즈루]
겨울조 코미디니까 다른 조와는 느낌이 다르게 가고 싶어요. 저도 어떤 코미디가 될지 기대됨다.
그러고 보니 유키시로 씨는 그 외에 넣고 싶은 요소 있어요? 구체적인 것도 좋고 애매한 것도 좋아요.

[아즈마]
넣고 싶은 요소라…….

[츠즈루]
무대 위에서 하고 싶은 거라던가.

[아즈마]
……유일무이한 곳에서 소중한 사람을 배웅해준다거나.

[츠즈루]
네?

[아즈마]
미안해. 너무 추상적이지?

[츠즈루]
――아뇨, 좋은데요. 바로 써볼게요!

[아즈마]
아, 츠즈루――.

-

[이즈미]
(오늘 저녁 당번은 오미 군이었지. 메뉴 기대된다~)

[츠무기]
"미안해. 덕분에 살았어. 그런데 너는 대체――."

[타스쿠]
"이름을 댈 정도의 인물은 못되오. 닌닌."

[츠무기]
"혹시 닌자야!? 그래서 바람총을 쓸 수 있었구나!?"

[관객A]
아하하하!

[이즈미]
?

[타스쿠]
"그럴 리가, 이 시대에 닌자라니―― 인법 나뭇잎 은신술!"

[츠무기]
"닌자가 분명해."

[이즈미]
(앗, 츠무기 씨랑 타스쿠 씨가 길거리 공연 중이네)

-

[츠무기]
감사합니다!

[타스쿠]
감사합니다!

[관객A]
재밌었어~!

[관객B]
실컷 웃었어!

[이즈미]
츠무기 씨, 타스쿠 씨, 수고하셨습니다.

[츠무기]
감독님, 보고 있었어요?

[이즈미]
코미디 연습이에요?

[타스쿠]
그래. 콩트를 목표로 했는데 겨울조답냐고 하면 역시 조금 다른 것 같아.

[츠무기]
여름조처럼 움직임이 큰 왕도 코미디와도 방향성이 다르지. 섬세한 움직임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슈르한 방향이 좋을 것 같아.

[이즈미]
그러네요. 그거면 겨울조의 장점을 살릴 수 있겠어요.

[슈]
흐응, 이게 신생 연기 바보들인가.

[이즈미]
슈 씨!?

[타스쿠]
여기서 만나다니 별일이네요.

[슈]
오랜만에 단골 바에 가려고 나왔는데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츠무기]
곧 겨울조 공연이 시작돼요. 괜찮으면 보러 와주시겠어요?

[슈]
미안하지만 나도 바빠서 말이야. 이제 신작 연습에 들어갈 거야.
뭐, 너희도 힘내라.

[츠무기]
열심히 할게요.

[이즈미]
앗, 슈 씨! 마시러 갈 거면 가이 씨 바에도 꼭 다시 와주세요.

[슈]
술집까지 챙겨주는 건가. 넉살 좋군. 내키면 들러볼게. 그럼 이만.

-

[아즈마 아빠]
"되도록 빨리 돌아오마."

[아즈마 엄마]
"선물 사올게."

[아즈마]
"응. 잘 다녀――."
(아니야, 역시――)
――가지 마!
――. ……이래서는 전하고 다를 게 없어.

[가이]
다녀왔다.

[아즈마]
어서 와.

[가이]
……안색이 나쁘군. 괜찮나?

[아즈마]
괜찮아. 꿈자리가 조금 사나웠을 뿐이야.

[가이]
그렇다면 됐지만…….
그러고 보니 방금 미나기가 엄청난 형상으로 방에서 나왔다. 슬슬 각본이 올라올 것 같아.

[아즈마]
벌써? 빠르네. 읽는 거 기대된다.

-

[츠무기]
이번에는 호텔 이야기네요.

[타스쿠]
개성있는 등장인물이 재밌는데.

[이즈미]
(경영난에 허덕이는 호텔을 무대로 다양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 휴먼 코미디극……)
……응, 좋다.

[가이]
코미디가 절묘하게 가미됐군.

[츠무기]
겨울조다운 시리어스도 있고 마무리는 따뜻한 스토리라서 좋아요.

[호마레]
그야말로 겨울조다운 코미디극이 되겠어!

[히소카]
……침대가 많아서 좋아.

[타스쿠]
대도구에서 자지 마.

[아즈마]
…….

[츠무기]
……어때요?

[아즈마]
――그런 추상적인 한마디가 이렇게 근사한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는걸.

[츠무기]
사실 이번 각본은 유키시로 씨가 말한 그 한마디를 계기로 떠올린 거예요.

[이즈미]
그랬어?

[호마레]
그럼 주역인 호텔 지배인 오와리 역은 아즈마 씨가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즈미]
그러네요. 주연을 맡은 지 꽤 지나기도 했고요.

[가이]
찬성이다.

[아즈마]
내가?

[츠무기]
네. 겨울조 안에서 누구보다 많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온 아즈마 씨는 오와리 역에 딱 어울릴 거예요.

[타스쿠]
그럼…… 준주역인 오와리의 보좌로 일하는 츠즈키는 가이 씨가 좋지 않을까?

[호마레]
확실히 함께 고생해온 콤비이니 같은 방을 쓰는 둘이라면 호흡도 잘 맞겠어.

[츠무기]
츠즈키는 복잡한 과거를 가진 인물이니까 나이가 있는 편이 설득력이 있을 거예요.

[이즈미]
둘은 어때요?

[아즈마]
……가이가 보좌인가.

[가이]
……유키시로가 상사가 되는 건가.

[아즈마]
위화감은 없네.

[가이]
문제없다.

[이즈미]
그럼 결정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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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잠깐 실례할게.

[이즈미]
네.

-

[아즈마]
――여보세요.
네? 쓰러져요――?

-

[아즈마]
…….

[이즈미]
무슨 일이에요?

[아즈마]
숙모에게서―― 숙부가 쓰러졌다고 연락이 왔어.

[이즈미]
네!?

[아즈마]
다행히 바로 퇴원할 수 있으니 걱정할 건 없대.
숙부는 내 후견인이셨는데, 내가 성인이 된 후에도 본가 관리를 해주셨거든. 이걸 계기로 앞으로의 일을 얘기하고 싶다셔.

[츠무기]
앞으로의 일이요……?

[아즈마]
으~음, 내 맞선이라거나?

[타스쿠]
맞선이요!?

[아즈마]
농담이야.
맡겨둔 유품이나 본가의 토지 얘기라고 생각해. 나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숙부에게 계속 맡겨둘 수는 없잖아.

[츠무기]
그럼 일단 본가로 돌아가는 건가요?

[아즈마]
아니, 가지는 않을 거야. 이제 거기엔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즈미]
…….

[아즈마]
중단하게 해서 미안해. 겨울조 공연 얘기 중이었지?

[이즈미]
앗, 네――.

[타스쿠]
겨울조도 다른 조처럼 조금 새로운 요소를 넣어보려고 해요.

[아즈마]
좋을 것 같은데. 그런데 새로운 요소라고 하면…….

[호마레]
코미디는 어떤가?
전에 여흥으로 코미디를 했을 때 나는 깨달았네. 겨울조에는 코미디 소질이 있다는 것을!

[타스쿠]
그걸 직접 말하냐고.

[츠무기]
하지만 재밌을 것 같아요.

[이즈미]
그 코미디는 확실히 겨울조다운 코미디였지.

[가이]
도전해볼 가치는 있지 않을까?

[아즈마]
나도 좋다고 생각해.

-

[가이]
좋은 아침.

[아즈마]
빠르네. 벌써 나가는 거야?

[가이]
겨울조 공연이 시작될 테니 그 전에 매입해두려고. 새로운 알콜 메뉴도 고안하려고 했으니 가게 이름도 겸사겸사 생각해보려고 한다.

[아즈마]
좋은 게 떠오르면 좋겠다.

[가이]
그래. 그럼 다녀오지.

[아즈마]
잘 다녀와.
여보세요.

[아즈마 숙모]
"여보세요, 아즈마 군?"

[아즈마]
아, 미안해. 어제 얘기가 끊겼었지…….

[아즈마 숙모]
"아니야. 지금은 괜찮니?"

[아즈마]
응.

[아즈마 숙모]
"사실은 아즈마 군네 본가 토지 말인데……. 전에도 말했듯이 건물은 허물고 지금은 공터야."
"지금까지는 남편이 관리해왔지만 이후에 또 아프거나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는 거잖니?"
"우리도 이제 나이가 있고, 아즈마 군이 관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아즈마 군 거니까 이제 여기 오지 않을 거면 팔면 되고, 쓸 곳이 있으면 마음대로 쓰면 돼."

[아즈마]
…….

[아즈마 숙모]
"지금 마침 보러 왔는데, 봐볼래? 잠깐만 기다려."

[아즈마]
――.

[아즈마 숙모]
"꽤 넓지?"

[아즈마]
……정말로 아무것도 없구나.

[이웃 아이들]
"다녀오겠습니다~"

[이웃 어머니]
"조심해서 다녀오렴."

[아즈마]
――.

-

[아즈마 아빠]
"되도록 빨리 돌아오마."

[아즈마 엄마]
"선물 사 올게."

[아즈마]
"응. 잘 다녀와."

[하지메]
"다녀올게."

-

[아즈마]
――.

[아즈마 숙모]
"주변 풍경은 꽤 변했지만――."

[아즈마]
……이제 괜찮아. 고마워. 토지에 관한 건 좀 더 생각해볼게. 또 연락할게.
숙부에게 몸조심하라고 전해줘.

[아즈마 숙모]
"고맙구나. 아즈마 군도 몸조심해."

[아즈마]
"응, 그럼――."
……후우.
(……역시 가지 않는 게 정답이었어. 이렇게나 간단히 마음이 흔들리잖아……)
(그러고 보니……)
……. (이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도 이제 나뿐이구나. 왠지 조금 쓸쓸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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