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그럼 이론은 없겠지.

[쿠스미]
네. 앞으로 일절 문필업에서 손을 떼고 마도카와 미스미의 경제적 서포트를 하면서 GOD 극단의 스태프로 일하겠습니다.

[레니]
그리고 도작 경의에 대한 것 말인데…….

[쿠스미]
――.

[레니]
타치바나네 딸에게서 'Spotlight' 가짜 기자에 관한 얘기는 들었다만…….
연기대결 당일 습격에 대한 건 아직도 누가 보낸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정말로 네가 한 짓은 아닌 거겠지?

[쿠스미]
네.

[레니]
뭐, 습격해온 게 아마추어가 아닌 걸 생각하면, 네 손을 탔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지…….
MANKAI 컴퍼니의 각본을 보낸 상대가 누군지 짚이는 사람은 없나?

[쿠스미]
――.

[레니]
알고 있는 건 전부 말해라.

[쿠스미]
모, 못해요. 말하면 저뿐만 아니라 카미키자카 씨에게도, 주변에도 무슨 일이 생길지――.

[레니]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네가 걱정해줄 의리는 없다. 여기서 무엇을 듣든 일체 발설할 생각도 없다.

[쿠스미]
……――.

-

[레니]
뭐야……?
이 얘기, 나한테 한 건 잊어버려라. 알겠지.

[쿠스미]
――네.

[레니]
(그렇다면 노려진 건――)
(신중하게 움직여야겠어. 그 녀석을 연극계로 복귀시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이건 성가신 상대가 될 거다, 타치바나)

-

[유조]
다 모인 건가.

[이즈미]
네.

[반리]
어마어마하네.

[사쿠야]
왠지 두근두근해요.

[유조]
그럼 연기대결에서 승리한 신생조에게 경품을 수여하려고 하는데…….
다들 가져왔겠지?

[카스미]
가져왔어.

[히로]
그래.

[젠]
문제없다.

[슈]
언제든지 좋아.

[유조]
그럼 각 리더에게 전해줘라.

[카스미]
승리 축하해. 앞으로도 응원할게.

[히로]
축하한다. 우리한테 이긴 이상 반드시 플뢰르상을 타라.

[젠]
축하한다. 뒤를 부탁하지.

[슈]
어쩔 수 없으니까 줄게. 이도 저도 아닌 걸 내놓으면 용서하지 않을 거다.

[사쿠야]
이게 보물급 경품이에요?

[텐마]
봉투가 꽤 낡았네.

[반리]
열어도 돼?

[츠무기]
이건 봉투가 열려있네요.

[유조]
그건 좀 차질이 생겨서.

[이즈미]
…….

[유조]
너는 유키오 씨한테 들었지?

[이즈미]
……만개 공연. 아빠랑 핫카쿠 씨가 남긴 구상이야.

[사쿠야]
만개 공연?

-

[유키오]
"내가 극단을 떠나기 딱 1년 전에, 플뢰르상 최종후보에 남았어."
"결국 수상은 놓쳤지만, 내년에는 반드시 수상을 노리자고 핫카쿠 씨랑 각본에 대해 면밀하게 회의를 했지. 그때 태어난 구상이야."
"봄여름가을겨울…… MANKAI 컴퍼니의 재적 멤버 전원이 총출연하는 공연…… 이름하여 '만개 공연'."
"플뢰르상을 수상하려면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핫카쿠 씨의 부담이 커서……. 그때는 이미 핫카쿠 씨도 그런대로 나이가 있었으니까."
"다른 공연과의 균형을 생각해서 스케줄을 짜야 했으니까, 구상단계에서 보류됐어."
"그러던 중에 그 사건이 일어나서 핫카쿠 씨도 나도 극단을 떠나게 됐지."
"하지만 핫카쿠 씨가 쓴 구상의 큰 틀은 남아있었어."

-

[유조]
유키오 씨가 말한 대로야.

[텐마]
그걸 준다는 건…….

[사쿠야]
저희가 상연하는 건가요?

[히로]
그래.

[슈]
이 이야기를, 분명 핫카쿠 씨도 완성하고 싶었을 거야.
하지만 그때는 이미 배우도 없었고 자신의 기력도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지. 그러니까 미래에 맡긴 거야.
이걸 맡길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핫카쿠 씨가 바라던 이야기를 완성시켜주길 바란다.

[츠즈루]
――.
초대 전속 작가인 핫카쿠 씨와…… 합작을 할 수 있다는 건가요.

[이즈미]
츠즈루 군, 어때?

[츠즈루]
……하고 싶어요. 꼭 하게 해주세요.

[슈]
그래.
하지만 지금 네게 극단원 전원이 등장하는 스토리를 제대로 통합할 역량이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

[츠즈루]
화, 확실히…… 엄청나게 시간이 걸릴지도…… 하지만 반드시 완성할게요!

[히로]
……맡길게.
진 우리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역량부족은 너희도 똑같아.
극단원 전원, 연기를 단단히 갈고 닦아라.

[사쿠야]
네!

[츠무기]
정진하겠습니다.

[반리]
뭐, 그런 연기를 보여줬으니 순순히 수긍할 수밖에 없나.

[텐마]
그렇지.
한 번 더 싸워서 이길 자신은 아직 없어.

[유조]
지금 바로 전원 규모의 공연을 하는 건 여러 가지로 어렵겠지. 준비 기간이 필요해.
당분간은 지금까지 했듯 조별로 공연을 올려 실력을 붙이면서 긴 시간을 들여 각본을 완성하게 되겠지.

[이즈미]
……하지만 정말로 괜찮겠어요?
이번 핫카쿠 씨의 유작처럼, 만개 공연은 초대조 전원이 연기하고 싶었을 텐데…….

[유조]
그건 그렇지.

[히로]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야.

[슈]
창자가 뒤틀릴 정도야. 왜 내가 아닌 거지, 하고.

[유조]
그렇다고 뿔뿔이 흩어진 당시 극단원을 전원 모으는 건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어렵지.

[젠]
이 여섯 명 모으는 것도 고생했으니까.

[카스미]
게다가 이 만개 공연은 그야말로 지금 배우로서 꽃이 핀 신생조의 찬란함이 있어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히로]
그 대신…… 진심으로 노려라. 플뢰르상.

[사쿠야]
알겠어요.

[텐마]
전력으로.

[반리]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야.

[츠무기]
여러분의 마음은 제대로 받았습니다.

[이즈미]
전력으로 쟁취할게요!

-

[유조]
그럼 간다.

[슈]
다음에 우리 공연도 보러 와라.

[이즈미]
감사합니다.
(아, 문 옆에 저 깃발……)
아! 그래! 잠깐 기다려주세요!

[유조]
어?

-

[츠즈루]
사다리?

[이즈미]
이 깃발, 저도 신경 쓰였어요! 뭐라고 썼는지요.

[텐마]
아, 히로 씨가 말한 이겼을 때의 조건이구나.

[슈]
더럽네.

[지배인]
안 빨았으니까요!

[카스미]
"축·MANKAI 컴퍼니 창단!"

[유조]
"적당히 열심히 하자."

[레니]
"나날이 정진."

[츠무기]
창단 때 여러분의 마음이 모여있네요.

[젠]
"젠."

[반리]
"왜 이름만 썼어요?"

[젠]
"딱히 쓸 게 없어서."

[반리]
"너무 적당한 거 아냐?"

[히로]
"히로 등장!"

[젠]
초등학생 같군.

[츠즈루]
저도 조금 그렇게 생각했어요.

[히로]
뭐야!?

[유키오]
"노려라 플뢰르상!"

[이즈미]
아빠…….
(아빠랑 초대 모두가 맡긴 플뢰르상을 타는 꿈, 반드시 내가 이뤄주겠어!)

-

[텐마]
일단 이거에 관해 얘기해야겠지.

[사쿠야]
설마 경품이 유작일 줄은 몰랐어.

[츠무기]
우선 하나로 모아서 극단원 전원이 공유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반리]
그나저나 엄청난 걸 맡았네…….

[텐마]
무겁다.

[사쿠야]
초대조 모두 진지한 눈빛이었어. 진짜로 꿈이었던 거겠지.

[츠무기]
어중간한 각오로는 이걸 맡을 수 없겠어.

[텐마]
극단원 한 명 한 명이 전력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분명 성공하지 못할 거야.
한 명도 뒤처지는 일 없이 전원이 같은 방향을 향해 가지 않으면…….

[반리]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압박감이야.

[사쿠야]
하지만 난 지금 이 24명이서 무대에 오르고 싶어.
정말 좋아하는, 가족 같은 극단 사람들 모두와 언제까지고 계속 함께할 수는 없을지도 몰라.
영원한 건 없어. 그렇다 해도――.
24명 전원이 무대 위에 서고, 감독님이 만개로 꽃을 피워주고, 플뢰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건 분명 흔들림 없는 우리의 "영원"이 될 거야.

[텐마]
그렇지. 영원히 남을 우리의 인연이야.

[반리]
벽은 높을수록 재밌지. 해주겠어.

[츠무기]
우리는 할 수 있어. 반드시――.

[사쿠야]
실례하겠습니다!

[시트론]
드디어 개점이야!

[가이]
어서 오세요, 잘 와주셨습니다.

[히소카]
어서 오세요.

[이즈미]
와아, 둘 다 멋있어!

[아즈마]
준비단계부터 이것저것 얘기를 많이 들었으니까, 이렇게 개점일을 맞이하는 게 감회가 깊어.

[호마레]
연기대결 뒤풀이와 타이밍이 겹친 게 마침 잘 됐어.

[레니]
분위기는 좋군.

[유조]
다음에는 여기에서 모일까.

[히소카]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주세요.

-

[히소카]
오빠가 손수 만든 샐러드입니다.

[타스쿠]
오빠……?

[츠무기]
할머니가 손수 만든 ○○같은 건가?

[타이치]
그렇다 해도 뭔가 단숨에 수상한 느낌이 나여.

[히소카]
자흐톤 전채 요리입니다.

[타이치]
자브톤!?
*자브톤(座布団)=일어로 방석.

[오미]
자흐라 요리네.

[아자미]
그래서 자흐톤…….

[반리]
이 가게 분위기랑 메뉴 이름이 미스매치잖아.

[이즈미]
혹시 메뉴 이름은…….

[시트론]
내가 생각했어!

[타스쿠]
가이 씨, 변경하는 게 좋아요.

[젠]
나도 그걸 추천하지. 하지만 맛은 꽤 좋군.

[가이]
그럼 다행이야.

[테츠로]
…….

[슈]
오, 테츠로. 너도 와있었냐.

[테츠로]
…….

[슈]
헷, 그러냐. 네 녀석도 애송이 시절보다 아주 둥글어졌어.

[이즈미]
(초대 사람들은 역시 테츠로 씨 말을 들을 수 있구나……)

[히로]
미안해! 늦었어.

[카스미]
이제 막 시작한 참이야.

[젠]
페널티로 전원 몫을 사라.

[히로]
아니 왜!? 너무 많다고!

[유조]
이 정도면 싸지. 거물 배우잖아.

[레니]
뭐, 그래도 계산은 우리 몫이지.

[슈]
그야 승자에게 내게 할 수는 없으니까.

[카스미]
으으…… 지금 가진 걸로 낼 수 있기를…….

[텐마]
히로 씨, 동료하고 있을 때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네.

[카즈나리]
구박받는 캐릭터야~

[유키]
여름조 리더의 전통 아냐?

[텐마]
무슨 뜻이야!

[무쿠]
젠 씨도 조금 이미지가 달라져.

-

[이타루]
여기 피자 더 주세요.

[치카게]
와인 한 병 더 시켜도 될까?

[시트론]
자흐톤 한 장 더!

[츠즈루]
이름이 혼란스러워……!

[마스미]
이것도 더 줘.

[유조]
너희 남이 쏘는 거라고…….

[슈]
뭐, 젊은 놈들은 팍팍 먹어.

[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

[레니]
딱히 큰 금액도 아니잖아.

[이즈미]
(역시 다들 부자야……)

[사쿄]
잘 들었지, 내일 몫까지 배에 넣어둬라.

[타이치]
네!

[쥬자]
네.

[유조]
이것들이!

[카스미]
저기, 우리 집은 꽤 빠듯하거든!

-

[카즈나리]
그러고 보니 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작탁은 초대조가 가져온 거야?

[히로]
그래, 나랑 젠이랑 유조랑 슈 씨가 자주 했지.

[슈]
뭐, 대체로 히로가 꼴찌였지. 하는 게 단순해서.

[젠]
질 거를 알면서 왜 하는 건지.

[히로]
시끄러워! 가끔 이기기도 했잖아!

[츠무기]
신경 쓰였던 거라면…… 극단 7대 불가사의는 언제 생긴 거예요?

[슈]
7대 불가사의?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지.

[유조]
유키오 씨가 실제로 겪어봤다거나 뭐라나…… 레니 씨도 알고 있지 않아?

[레니]
……기억에 없군. 하지만 사실무근의 소문만은 아니라고 말해두지.

[타스쿠]
아…… 그렇지.

[츠무기]
뭐, 이상한 일이라는 건 여러 가지 있으니까요.

[호마레]
그렇기에 인생은 재미있는 거지.

[레니]
그런 거지.

[츠즈루]
초대조 무대 중에 가장 처음 본 건 로미줄리인데, 언제 한 공연이에요?

[유조]
꽤 초기였지.

[사쿠야]
그랬군요!

[유조]
뭐, 힘들었지. 주로 카스미가.

[카스미]
……어, 뭐어 부정은 안 할게.

[유조]
그래도 그만큼 더 마음이 가.
그래서 너희 창단공연 지도도 나도 모르게 엄해진 거다.

[카스미]
유조, 사적인 감정 넣는 거 아니야.

[이타루]
어른스럽지 못해…….

[유조]
시끄러워. 그럼 다음에는 최대한 다정하게 지도해주지.

[마스미]
기분 나빠.

[시트론]
캐붕은 좋지 않아~

[유조]
이것들이 진짜……!

[사쿠야]
줄리엣인 카스미 씨 연기는 정말 근사했어요!

[카스미]
하하, 그 시절엔 아직 젊었으니까.

[슈]
시즈카 고젠도 했는데 줄리엣도 되지 않겠어?

[유조]
재연할까?

[카스미]
아! 그럼 로미오는 사쿠야 군이 좋아!

[유조]
나이 차를 생각해!

[츠즈루]
로미오와 줄리엣이 부모자식이라는 설정도 재밌겠어요~

[치카게]
확실히 그 정도 차이가 나지.

[카스미]
여, 역시 지금 내 줄리엣은 아줌마지…….

[유조]
일일이 성가시네.

[사쿠야]
그렇지 않아요! 시즈카 고젠도 정말 예뻤어요!

[카스미]
으흑…… 사쿠야 군은 좋은 아이라니까. 세쌍둥이 오빠가 되어줘. 우리 집에 들어올래?

[사쿠야]
네에!?

[이타루]
우리 둘째는 안 줄 거예요.

[시트론]
데려가려면 마마인 나를 쓰러뜨린 후에 해!

[치카게]
할아버지도 허락 못 해요.

[츠즈루]
동생을 데려가면 곤란해요.

[마스미]
난 별로 상관없는데.

[사쿠야]
어어어……?

[슈]
그렇군, 봄조 전원이 가족인가.

[치카게]
슈 씨도 증조할아버지잖아요.

[슈]
할배취급 하지 마.

[카스미]
봄조 리더인데 난 안 넣어줄 거야!?

[이타루]
남아있는 할머니 포지션이라도 괜찮으면…….

[카스미]
뭐, 그것도 좋지…….

[히로]
좋은 거냐.

[시트론]
두 집 살이 무서워!

[마스미]
그게 아니고 시집살이.

-

[오미]
…….

[젠]
뭘 만들고 있지?

[오미]
슬슬 음식이 떨어질 것 같아서 추가하려고요.

[젠]
그럼 나도 하나 만들어 볼까.
……솜씨가 좋군.

[오미]
젠 씨도 역시 대단하네요. 반리한테 맛있었다고 들었어요.

[젠]
그래, 다음에 먹으러 와라.

[오미]
그럴게요.

[젠]
그 기회에 사람 손이 부족할 때는 우리 부엌에서 도와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야.

[오미]
하하, 일이 바쁘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요.

[젠]
기숙사에서 항상 밥을 하고 있다고?

[오미]
네. 츠즈루랑 감독님 둘이면 힘들 테니까 입단했을 때부터 식사담당을 했어요.

[젠]
초대 때는 내가 자주 만들었어. 전통 스튜 레시피를 다음에 알려줄게.

[오미]
기대할게요.
――아, 그러고 보니.

[아즈마]
리퀘스트 해도 될까?

[젠]
만들 수 있는 거라면.

[아즈마]
조금 산뜻한 게 먹고 싶어서.

[젠]
카프레제는 어때?

[아즈마]
후후, 좋아. 기대할게.

[타이치]
저요! 저는 잔뜩 먹고 싶어여!

[오미]
곧 파스타 다 될 거야.

[쥬자]
저는 뭔가 단 거를…….

[젠]
마스카르포네로 뭔가 만들어 볼까.

[오미]
단숨에 바빠졌네요.

[젠]
옛날이 생각나네.
――그러고 보니, 아까 무슨 말 하려고 하지 않았어?

[오미]
아―― 아뇨, 다음에요.

-

[지배인]
이번 연기대결 매상이 엄청나요~!

[사쿄]
그래, MIZUNO 코퍼레이션의 협력으로 규모가 커져서 꽤 벌었어.

[지배인]
덩실덩실 해요! 이 기회에 증축이라도 할까요~!?

[사쿄]
그렇게 계획 없이 써대니까 빚을 진 거잖아!

[지배인]
으흑, 제 나름대로 MANKAI 컴퍼니를 살려보려고 투자했던 건데……!

[사쿄]
카메키치 만쥬나 카메키치 굿즈로 살아나겠어?

[지배인]
카메키치가 앵무새인 게 나쁜 거예요……! 판다였으면 더 인기 있었을 텐데……!

[사쿄]
앵무새 탓으로 돌리지 마! 애초에 판다를 기를 수 있겠냐!

[젠]
뭐, 그렇게 말해도 이스케가 버텨준 덕분에 오늘이 있는 거지. 힘냈구나, 이스케.

[지배인]
아니에요, 저는 그저 유키오 씨가 돌아와 줄 걸 믿고 있었던 것뿐이고…… 이렇게 초대 여러분이 다시 모여준 것만으로도…… 으흑!

[이즈미]
지배인님…….

[사쿄]
이 녀석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지배인]
그래요! 지금의 컴퍼니가 있는 건 전적으로 저, 마츠카와 이스케 덕분이라고요! 동상을 세워줘도 돼요!

[이즈미]
(순순히 감사하기 좀……)

[사쿄]
잘난 척하지 마.

[이즈미]
그래도 초대조에 이긴 걸로 플뢰르상 노미네이트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걸까요!

[사쿄]
뭐, 지명도는 아직 멀었지만. 이번 반응의 크기를 보고 알았겠지. 우리뿐이었으면 그만큼의 관객은 부를 수 없었어.

[지배인]
확실히…… GOD 극단하고 비교해도 우리는 아직 멀었지요.

[레니]
활동연도부터 다르니까. 당연하지.

[카스미]
지명도는 맡겨줘! 편집장 권한 팍팍 쓸 테니까!

[유조]
그거야말로 사심이잖아.

[카스미]
독자분들은 항상 기대되는 새 극단을 원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이번 'Spotlight' 내 특별 기획으로 MANKAI 컴퍼니 특집호를 내도 될까?

[이즈미]
네!? 그래도 될까요!?

[유조]
내가 갔을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으면서, 엄청난 차별이잖아. 편집장씨.

[카스미]
프로 스타일리스트를 불러서 다들 엄~청 멋있게 촬영할 거야!
인터뷰도 많이 하고! MANKAI 컴퍼니와 사쿠야 군을 향한 내 사랑을 폭발시킬 거야!

[츠즈루]
그 'Spotlight'에서 특집호라니…….

[치카게]
극단 화제를 꺼내 준 것만으로도 소란이 일었는데.

[사쿄]
당연히 받아들여야지.

[레니]
너, 그건 졌을 때의 조건 아니었어?

[카스미]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레니]
뭐야 그게.

[슈]
뭐 그래도, 우리를 이긴 이상 우리 대신 플뢰르상을 타줘야지.

[히로]
죽어도 성불하지 못할 거야.

[유조]
유키오 씨도 그럴 생각이겠지. 연출에 대해서 많이 들어둬라.

[이즈미]
네!

[히로]
내가 협력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뭐든지 해줄게.
MANKAI 컴퍼니가 플뢰르상을 타는 건 내 꿈이기도 하니까.

[텐마]
히로 씨가 그렇게 말해주면 든든하지.

[젠]
이제 연기에서 멀어진 몸이지만, 무슨 일 있으면 말해라.

[레니]
나도 카시마도 자기 극단이 있는 이상 라이벌이지만, 협력은 해주지.

[이즈미]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승리했을 때 조건 말인데, 유조 씨가 말한 보물급 경품은 뭐예요?

[유조]
아, 오늘은 술이 들어갔으니까. 다음에 괜찮을 때 건네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츠즈루랑 각 조 리더도 불러라.

[이즈미]
알겠어요.

[유조]
건네줄 경품에 대해 자세한 건 네가 그 사람한테 미리 들어둬라.

[이즈미]
네? 이 전화번호는, 혹시…….

[유조]
통화는 반드시 극단 외부 사람이 듣는 일은 없게 해라.

[이즈미]
네!

-

[이즈미]
…….

[유키오]
"――여보세요."

[이즈미]
(받았어――)
여, 여보세요? 아빠?

[유키오]
"응. 유조한테 들었구나. 거기는 밤인가?"

[이즈미]
시차가 있을 것 같아서…… 거기는 낮이지? 지금 괜찮아?

[유키오]
"괜찮아."

[이즈미]
(저번에는 기세좋게 말했는데, 이렇게 다시 얘기하려니까 조금 긴장된다……)
방금 전까지 다 같이 뒷풀이를 했어. 초대조 사람들도 다 오고…….

[유키오]
"그랬구나. 좋겠다."

[이즈미]
아빠가 돌아오면 다 같이 다시 모이자.

[유키오]
"응, 그러자."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전력으로 연출한 무대로 딸에게 져서 분하지만, 진심으로 기뻤어."
"좋은 단원들을 만났구나."

[이즈미]
응. 다들 정말 성실하고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뿐이야.
이번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정말로 좋은 연기를 하니까 아빠한테도 보여주고 싶어.

[유키오]
"그래. 나도 보고 싶구나."
"단원은 처음부터 모았다고 했지? 유조에게 들었어."

[이즈미]
응. 처음에는 사쿠야 군이라고, 봄조 리더인애 한명밖에 없어서 거기서부터 차차 모았어.
빚도 있었고, 정말 힘들었어.

[유키오]
"그랬다고 들었어. 대단하구나."

[이즈미]
아빠는?

[유키오]
"지금은 마을 사람들에게 연극을 가르치면서 살고 있어. 말은 아직 잘 못하지만, 일은 재미있어."

[이즈미]
그래…… 다행이다.
아빠의 연극도 보고싶어.

[유키오]
"언젠가 보러 오렴."
"하지만 이번 연기대결로 MANKAI 컴퍼니를 눈여겨 보게 됐을지도 모르니까, 당분간은 힘들겠다."
"피해를 줘서 미안해."

[이즈미]
아니야. 아빠 탓이 아닌걸.

[유키오]
"이렇게 딸하고 다시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꿈만같아."

[이즈미]
아빠가 돌아올 수 있도록 나도 뭔가 궁리해볼게.

[유키오]
"――마음은 고맙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마. 유조나 다른 사람들하고 상담해."

[이즈미]
알았어.
맞아, 유조 씨가 이번 연기대결 경품에 대해서 아빠한테 들으라고 했는데…….

[유키오]
"아. 그건 말이지…… 우리가 꽃피우지 못한 '씨앗'이야."

[안내방송]
"현재 집계 중에 있습니다. 결과 발표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즈미]
……긴장돼.

[텐마]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어. 이제 관객에게 달렸지.

[츠즈루]
뭐, 어떤 결과가 나와도 후회는 없어.

[안내방송]
그럼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이즈미]
――.

[안내방송]
초대조 득표율 49%, 신생조 득표율 51%.
신생 MANKAI 컴퍼니의 승리입니다!

[쿠몬]
어!? 진짜!?

[텐마]
좋았어!!

[츠즈루]
다행이다아아아아!

[미스미]
해냈어~~!

[쿠몬]
이겼다~~~!!!

[마스미]
다음은 예물교환…….

[치카게]
아슬아슬했지만, 어떻게든 됐네.

[카즈나리]
역시 텐텐!

[유키]
리벤지 했네.

[텐마]
당연하지.

[무쿠]
대단해, 큐 쨩!

[아자미]
역할 잡는데 협력한 보람이 있네.

[쿠몬]
에헤헤! 너희 덕분이야!

[쥬자]
열심히 했구나, 쿠몬.

[쿠몬]
형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필사적이었어!

[쥬자]
아니, 그러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카즈나리]
스미도 맛스랑 완벽한 콤비였어!

[미스미]
재밌었어~!

[마스미]
뭐, 역할분석도 제대로 했으니까.

[사쿠야]
해냈어요, 츠즈루 군!

[시트론]
그분 진혼도야!

[츠즈루]
뭐, 감사하고 있어요.

[치카게]
마스미도 이제 신랑 후보로 기억되는 거 아닐까?

[마스미]
나중에 이력서랑 자기 PR도 써서 보낼 거야.

[츠즈루]
너무 무거워서 역효과 날 거다.

[이타루]
치카게 씨도 안정의 라스보스같았어요.

[히소카]
본모습이 나왔어.

[치카게]
칭찬으로 받아둘게.

[히로]
졌어…… 우리가…….

[레니]
완전히 당했군.

[슈]
하는 수 없지.

[유조]
저만큼 했으니, 만족이야.

[젠]
그렇지. 후회 없어.

[카스미]
으흑, 분한데 기쁘고 어쨌든 가슴이 벅차서…… 흑.

[유조]
얼굴이 엉망이야.

[카스미]
너무해……!

[히로]
젠장. 텐마, 역시 넌 멋있어.

[텐마]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히로 씨를 의식한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어. 역시 연기는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고, 분발하게 해준 점 감사하고 있어.
촬영에서는 여러 가지로 폐를 끼쳐서 미안했어. 하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더욱 성장했으니까, 연기된 촬영은 반드시 전보다 좋은 것으로 만들게.

[히로]
당연하지. 뭐, 나도 원숙 같은 말에 기대지 않고 오랜만에 필사적으로 연기할 수 있었어.
다음엔 버디로 잘 부탁한다.

[텐마]
저야말로.

[젠]
이제야 화해한 건가.

[텐마]
젠 씨, 액션 어드바이스 고마워.

[히로]
너, 너 적을 도와줬던 거냐! 이 배신자야!

[젠]
자잘한 일에 시끄럽기는…… 그렇게 그릇이 작은 히어로는 없을 거다.

[히로]
시, 시끄러워!

[슈]
미나기 츠즈루 선생님?

[츠즈루]
――네.

[슈]
선배의 어드바이스를 하나도 안 듣다니, 대단한 놈이야.

[츠즈루]
하하, 죄송합니다.

[슈]
그래도 그 라스트는 좋았어. 핫카쿠 씨라면 절대로 안 쓸만한 결말이야.
즉, 너는 극작가로서 그 사람에게 없는 걸 가지고 있다는 거다.
직접 무대 위에 선다는 점도 포함해서 말이야. 자랑스럽게 생각해라. 절대로 손에서 놓지 마.

[츠즈루]
――네. 이번에, 오토미야 씨 덕분에 제 작풍이나 무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었어요. 강점이 뭔지 깨닫고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슈]
남의 어드바이스는 무시해놓고 말은 잘한다니까. 그래도 뭐, 그런 점은 그 사람을 닮은 것 같네.

[츠즈루]
――. 핫카쿠 씨랑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슈]
……너는 붓으로 대화해라.

[츠즈루]
?

[하루토]
역시 레니 씨! 멋있었습니다! 파뷸러스란 그런 것을 말하는 거군요!!

[시후토]
배우로도 굉장하네. 그럼 레니 씨가 톱하면 되지 않아?

[하루토]
이게 진짜! 이 멍청아! 무슨 멋없는 소리를――!

[레니]
너희는…… 좀 더 배우로서 기개를 가져라.

[가이]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당신의 모습은 그 시절과 다를 바 없군.

[레니]
바보 같은 소리. 시간이 얼마나 흘렀다고 생각하나.

[가이]
그렇다 해도 어린 마음이 움직였던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날의 감동도 지금 이렇게 배우가 된 것에 이어져 있는 걸지도 모르지.

[마도카]
형.

[쿠스미]
…….

[미스미]
앗! 둘 다 봐준 거야!?

[마도카]
형은 역시 천재야. 나는 형의 연기가 좋아.

[미스미]
나도 마도카가 쓴 얘기가 좋아! 언젠가 마도카가 쓴 각본을 연기하고 싶어~

[마도카]
응. 언젠가, 꼭. 나도 더 많이 써서 형을 따라갈게.

[미스미]
신난다~!
아, 그리고…… 다음에 같이 종이비행기 만들어 줄래?

[마도카]
――.

[미스미]
싫어……?

[마도카]
――나도 계속 형이랑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싶었어.

[미스미]
정말!? 에헤헤, 기뻐!

[쿠스미]
……. ……미스미.
지금까지 너를 소홀히 해서 미안했다.

[미스미]
아니야! 나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아빠가 나를 혼내는 것도 당연해.

[쿠스미]
아니야. 너는 눈부시게 빛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어. 우리 아버지와 같은, 하늘에서 받은 재능을…….
그래서 나는 네게 계속 콤플렉스를 느낀 거야.
이카루가 핫카쿠의 아들인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아버지와 진정한 의미로 통하고 이해하는 너를 질투했어.
미스미뿐만 아니라 마도카에게도, 다른 누구도 아닌 부모인 내가 심한 짓을 해버렸어.
앞으로는 속죄할 방법을 생각할 거다. 너희가 원한다면 앞으로 두 번 다시 너희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미스미]
……난 아빠를 원망하지 않아. 그러니까 또 연극 보러 와줘.

[쿠스미]
미스미…… 미안하다…….

[마도카]
아버지…….

[미스미]
울지 마~

[반리]
젠 씨.

[쥬자]
수고했슴다.

[젠]
그래.

[반리]
싸움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요리도 잘하는 레스토랑 오너가 연기도 잘한다니 설정 과잉이라고.
다음엔 싸우는 거 말고, 같이 연기해달라고.

[쥬자]
저도 부탁합니다.

[젠]
난 이미 은퇴했는데.

[반리]
오늘 그런 연기를 해놓고 그건 아니지.

[쥬자]
저희와 같을 정도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젠]
훗, 그럴지도.

[사쿄]
어른스럽지 못한 아저씨들이네요.

[유조]
뭐야? 너희야말로 윗사람을 세워줄 줄 모른다니까.
뭐, 그래도 창단공연부터 생각하면 아장아장 기어 다니던 아기가 여기까지 잘 해줬지.

[사쿄]
기어 다닌 건 심하죠.

[유조]
비슷하잖아. 뭐, 오랜만에 즐거웠다.

[사쿄]
다 늙어서 무리한 탓에 근육통 오지 않게 조심하세요.

[유조]
꼬맹이가 못하는 말이 없어.

[이즈미]
(잘됐다…… 근소한 차이라서 어느 쪽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초대조와 대등하게 싸웠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결과야)

[유조]
잠깐 이리 와라.

-

[이즈미]
왜 그러세요?

[유조]
자. 보는 눈이 있으니 짧게 해.

[이즈미]
전화……?

[???]
"여보세요."

[이즈미]
"――."
(이 목소리……)

[???]
"오랜만이구나."

[이즈미]
아, 아빠!?

[유키오]
"아하하, 완패했어."

[이즈미]
아빠―― 진짜로――?

[유키오]
"그래. 아빠야."

[이즈미]
"아빠야, 라니―― 바보!!!! 냉혈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유키오]
"!! 미, 미안해. 이제 고등학생이고, 네 엄마한테 잘 말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이즈미]
그런 걸 어떻게 잘 말할 수 있겠어! 아빠가 그러니까 엄마가 화내는 거야!

[유키오]
"정말 미안해……."

[이즈미]
……――무사해서 다행이야.

[유키오]
"응……."

[이즈미]
그리고 아빠가 연극을 계속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유키오]
"응."

[이즈미]
연출도 좋았어. 나보다 훨씬, 정말로―― 난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어.

[유키오]
"하하, 그야 나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져버렸지만."
"나도 네가 MANKAI 컴퍼니에서 연극을 한다고 듣고 정말 기뻤어. 둘 다 내게는 정말 소중한 보물이니까."
"열심히 했구나."

[이즈미]
――.

[유키오]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연락하지 못했어."
"하지만 이렇게 됐으니, 이제 똑같은가……."
"앞으로는 몰래 전화할게. 만날 수는 없지만, 뭐든지 얘기하자."
"지금은 아직 바쁠 테니까, 또 전화할게."

[이즈미]
꼭이야, 약속한 거야.

[유키오]
"응."

[이즈미]
…….

[유조]
잘됐구나.

[이즈미]
네…….

-

[???]
…….

[TV]
"초대조 득표율 49%, 신생조 득표율 51%. 신생 MANKAI 컴퍼니의 승리입니다!"

[???]
꽃피우는 할아버지라…….
이 연출은 틀림없이 타치바나 유키오야.
MANKAI 컴퍼니…… 한 번 더 짓밟을 필요가 있겠어.

[이즈미]
(그 후, 쿠로우는 고전하는 상대를 돕기 위해 헤이시의 거점을 친다)

[벤케이]
"슬슬 때가 됐군. 저쪽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어.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좋아."

[타다노부]
"이대로 쳐들어가는 게 아닌가요?"

[벤케이]
"양쪽 다 부상자가 나올 거다. 추잡한 싸움이 되겠지."

[츠구노부]
"어떡하시겠습니까, 쿠로우 님."

[쿠로우]
"도망치자!"

[벤케이]
"전에 없이 결단이 빠른걸. 술이 다했나."

[쿠로우]
"어, 어쨌든 빨리 도망치자! 지금 당장!"

[츠구노부]
"――쿠로우 님!"

[쿠로우]
"――."

[츠구노부]
"으윽――."

[타다노부]
"형님!"

[쿠로우]
"으아아아아."

[벤케이]
"저쪽이다."

[타다노부]
"형님의 원수――!"

[츠구노부]
"마음대로 날 죽이지 마……."

[쿠로우]
"우, 움직이면 안 돼. 상처가 깊어."

[츠구노부]
"무사하십니까, 쿠로우 님."

[쿠로우]
"나, 나는 아무렇지도…… 네가 감싸준 덕분이야. 바로 치료를 해야."

[츠구노부]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자, 가십시다."

[쿠로우]
"아, 안돼! 움직이면 안 돼!"

[츠구노부]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어디까지나 쿠로우 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쿠로우]
"바,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상처를 치료해둬."

[츠구노부]
"……알겠습니다. 반드시, 다시 쿠로우 님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쿠로우]
"왜 그렇게까지…… 나는 그런 말을 들을만한 사람이 아니야……."
"그때 도와준 것도 술의 힘을 빌린 것뿐이고, 맨정신일 때 만났으면 분명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을 거야……."

-

[유조]
(술의 힘을 빌려 싸워왔던 쿠로우의 내면의 변화인가…… 좋은 연기를 하는군)

[하루토]
(마도카네 형, 잘하네. 열 받지만)

-

[벤케이]
"……흐름이 변했어. 지금이다."

[쿠로우]
"나를 따르라! 배로 뛰어드는 거다!"

[타다노부]
"쿠로우 님, 함께 가겠습니다!"
"하앗!"

[벤케이]
"너무 힘내지 말라고. 안 어울려."

[타다노부]
"형님 몫까지 일하지 않으면 면목이 안 서니까."

[벤케이]
"그런 성격이었어?"

[타다노부]
"그러지 않으면 형님이 원통해 하며 기껏 나은 배를 베어버릴 거야."

[벤케이]
"그렇군."

[타다노부]
"이야!"

[쿠로우]
"타다노부! 뒤다!"

[적 병사]
"하앗!"

[타다노부]
"――큭, 윽, 아직이다!"

[적 병사]
"으아악!"

[타다노부]
"하아, 하아……."

[쿠로우]
"타다노부, 정신 차려라!"

[타다노부]
"역시, 어울리지 않는 짓은 하는 게 아니야."

[쿠로우]
"괜찮다. 바로 끝내지."

[타다노부]
"그럼, 저는 잠시…… 쉬겠습니다……."

[쿠로우]
"쿨~……."

[벤케이]
"앗, 야! 네가 자면 어떡해!"

[쿠로우]
"핫."

[벤케이]
"마시겠어?"

[쿠로우]
"괜찮아."

[벤케이]
"다리가 떨리는데."

[쿠로우]
"이, 이야압!"

[벤케이]
"이런."

-

[카스미]
(저 마스미라는 애, 저렇게 열성적으로 연기할 타입으로는 안 보였는데……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니까)
(그러고 보니 로미줄리에서 사쿠야 군의 파트너를 했지. 체크해둬야겠어!)

-

[이즈미]
(쿠로우는 카마쿠라에 있는 요리토모에게 돌아가려고 했지만, 공로를 칭찬해줄 거라는 예상은 빗나가고 카마쿠라에 들어가는 걸 저지당한다)

[부하]
"괜찮으시겠습니까, 주군."

[요리토모]
"그 애는 조금 지나쳤어. 이쯤에서 퇴장을 청해야지."

[부하]
"네!"

[요리토모]
"형제의 정에 휩쓸려서는 겐지는 하나로 모이지 못해."
"적어도 범재였다면 어떻게든 해주었을 텐데…… 힘이 부족한 형을 원망해라, 동생아."

-

[이즈미]
(교토에서 습격을 받아 형인 요리토모가 자신을 없애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쿠로우……)

[쿠로우]
"뭐, 뭔가 잘못된 거야! 얘기하면 알아줄 거야!"

[벤케이]
"이제 적당히 정신 차려. 그 형님은 네가 거슬리는 거야. 바로 도망가지 않으면 귀찮아질 거다."

[쿠로우]
"하, 하지만――."

[벤케이]
"너는 내게 뭐라고 했지?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갈 거잖아? 우리 시대는 카마쿠라 님의 시대인 건가?"

[쿠로우]
"――."

[벤케이]
"역시 술이 없으면 안 되나."

[쿠로우]
"아, 아니. 나는, 언제까지고 술에 기대기만 할 수는……."

[벤케이]
"잔말 말고 마셔."

[쿠로우]
"윽―― 콜록콜록."

[벤케이]
"어이, 괜찮아? 그래서 어때? 아직 그 형님에게 달라붙을 거냐?"

[쿠로우]
"――아, 아니, 하지만……."

[벤케이]
"아직 술이 부족한 건가."

[쿠로우]
"돼, 됐어! 충분해! 형님의 마음도…… 충분히 알았어. 형님과 함께 걸어가는 건 불가능한 거지……."

[벤케이]
"어이, 여기서 울부짖고 있을 시간 없어."

[쿠로우]
"……알고 있어. 내게는 아직…… 혈연보다 더욱 깊은 인연이 남아있으니까."

[벤케이]
"그거면 됐어. 바로 튀자고. 네 등은 내가 지켜주지."

[쿠로우]
"부탁한다, 벤케이."

-

[젠]
(저 여름조 리더, 좋은 연기를 하는군. 히로가 시비 걸고 싶어 할 만 해)
(배우로서 무대에 선 저 각본가도 훌륭하군)

-

[이즈미]
(쿠로우는 교토 주변에 몸을 숨기지만, 아군이 공격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슈의 후지와라를 다시 방문한다)
(히데히라가 죽은 후 후지와라 가문의 당주가 된 야스히라는 쿠로우를 쾌히 맞아들인다)

[야스히라]
"쿠로우 님, 무사하셨습니까!"

[쿠로우]
"미안하다. 신세를 지지."

[야스히라]
"개의치 마시고 편히 머물러주십시오. 카마쿠라 님의 눈도 여기까지 닿지는 않을 겁니다."

[쿠로우]
"훌륭해지셨군. 아버님의 일은, 안타깝게 됐어."

[야스히라]
"아버지도 쿠로우 님을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아버지의 유지를 제가 잇겠습니다."

[쿠로우]
"고맙다."

-

[시후토]
(호오. 쿠몬, 제대로 전국무장의 얼굴을 하고 있잖아. 멋있네~)

[레니]
(가을조 효도 쥬자의 동생이라…… 기술은 아직 멀었지만 정직한 연기를 하는군)
(앞으로 더욱 늘어가겠지)

-

[야스히라의 부하]
(카마쿠라 님이 공격해온다면 막을 수 없습니다. 생각하는 바가 있으신 겁니까."

[야스히라]
"그렇다 해도 쿠로우 님을 배신할 수는 없다."

[쿠로우]
"타로우 님, 괜찮으니 나를 버리도록 해."

[야스히라]
"하지만――."

[쿠로우]
"나는 절대로 죽지 않아. 믿어줘."

[야스히라]
"――정말로 죄송합니다."

-

[벤케이]
"아무리 그래도 이번 일은 조금 힘들군."

[쿠로우]
"베, 벤케이, 뭔가 대책은 없어?"

[벤케이]
"억지 쓰지 마. 폼 잡은 건 그쪽이잖아."

[쿠로우]
"그, 그럴 수가――!"

[벤케이]
"하는 수 없지. 여기는 내가 맡겠어. 당신은 먼저 가라고."

[쿠로우]
"무모해! 혼자서 이 군세를 상대하겠다니."

[벤케이]
"됐으니까 당신은 술 마시고 가."

[쿠로우]
"안 돼! 그런 일은――."

[벤케이]
"귀찮구만. 자――."

[쿠로우]
"안 마셔! 절대 굽히지 않을 거야!"

[벤케이]
"……당신이 맨정신으로 이렇게 애쓰는 건 처음이군.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도 굽힐 생각 없어. 달리 방법이 없거든."

[쿠로우]
"――승산은 있는 거야?"

[벤케이]
"잊었어? 내가 진 상대는 그쪽뿐이야. 자, 알았으면 가. 나중에 합류하지."

[쿠로우]
"――꼭이야."

[벤케이]
"당신, 술은―― 이제 필요 없는 것 같군."
"처음에는 술로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남을 놀리는 건가 하고 재미삼아 따라간 것뿐이었는데."
"정말로 재밌는 구경을 했어."
"한심한 남자가 술의 힘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했는데…… 성장했잖아."
"내 손에 든 검만 믿고 살아갈 생각이었는데, 당신 덕분에 인간이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변했어."
"내 이름은 무사시보 벤케이! 자아, 누가 천 자루째가 될 테냐!"

-

[슈]
(호오…… 제법인데. 오싹오싹한 연기를 하고 있어. 플롯도 대사도 나쁘지 않은 데다, 이런 연기라니)
(네 녀석의 진심, 잘 받았다)

-

[요리토모]
"쫓아라! 놓치지 마!"

[쿠로우]
"어째서인가요, 형님―― 왜 저를――."

[요리토모]
"너는 힘을 너무 많이 쌓았어. 겐지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 두 명의 두령은 필요 없다."

[쿠로우]
"――."

[요리토모]
"겐지 재흥의 초석이 되거라. 너는 비극의 영웅으로 영원히 구전되겠지."

[쿠로우]
"――하앗!"

[요리토모]
"――끝까지 따르지 않겠다는 건가. 하지만 나도 물러날 수 없다!"

[쿠로우]
"거기서 비켜! 나는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나를 기다리는 벗을 위해서. 나는 죽지 않아!"
"하아앗!"

-

[히로]
(요리토모와의 일대일 승부인가…… 젠장, 코미디도 시리어스도 해낼 줄이야. 멋있잖아)

-

[이즈미]
(홀로 무사히 도망친 쿠로우가 어두운 해변에서 작은 배를 물가로 옮긴다……)

[쿠로우]
"――하아, 하아."

[츠구노부]
"돕겠습니다."

[쿠로우]
"――츠구노부, 타다노부!"

[츠구노부]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슈로 향하던 중, 이미 습격을 받았다 듣고……."

[타다노부]
"절대로 죽을 리 없다고 형님이 말을 듣지 않아서."

[츠구노부]
"맹세를 지키게 해주십시오."

[쿠로우]
"잘 와주었다."

[타다노부]
"벤케이 님은……."

[쿠로우]
"코로모강의 저택에서 나를 도망치게 하려고 혼자서 남아주었어."

[츠구노부]
"그렇습니까……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충의가 두터운 무사였습니다."

[겐페이]
"너희 형제는 금방 죽은 사람 취급을 한다니까."

[쿠로우]
"벤케이! 무사했구나!"

[벤케이]
"어떻게든 목은 붙어있어."

[쿠로우]
"좋아, 바로 떠나자."

[츠구노부]
"뜻대로."

[벤케이]
"어디로?"

[쿠로우]
"먼 바다 저편, 더욱 넓은 세상으로!"

[겐페이]
"맨정신이야?"

[쿠로우]
"그래."

[벤케이]
"좋군. 따라가지."

[츠구노부]
"그곳이 어디든 함께 가겠습니다."

[타다노부]
"어쩔 수 없지. 문자 그대로 한배를 탔으니."

[쿠로우]
"가자! 지금부터가 진짜 실력을 시험할 때야!"

[이즈미]
(넷을 태운 작은 배가 바다로 나가고, 이윽고 새벽이 밝는다."

-

[슈]
(그렇군. 희망찬 미래로 향하는 새벽인가. 질릴 정도로 밝은 빛과 젊음……)
(이게 네 녀석이 그린 이야기로군, 미나기 츠즈루. 핫카쿠 씨는 절대로 쓰지 않을, 너만의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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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때는 조안, 교토, 고조대교――)

[벤케이]
"당신, 그 무기 좋아 보이는데. 나한테 줘."

[쿠로우]
"누구냐."

[벤케이]
"무사시보 벤케이. 자, 정정당당하게 승부다――!"

[쿠로우]
"핫!"

[벤케이]
"타앗!"

[쿠로우]
"무엇을 위해 무기를 모으는 거지?"

[벤케이]
"실력을 시험하는 거지. 천 자루 모아서 이름을 떨칠 거다."

[쿠로우]
"지금이 몇 자루 째지?"

[벤케이]
"999자루. 당신이 천 자루 째다."

[쿠로우]
"그렇군. 아쉽게 됐어."

[벤케이]
"하아앗!"

[쿠로우]
"핫!"

[벤케이]
"――윽."

[쿠로우]
"실력을 시험하는 건 999자루로 끝날 거다."

[벤케이]
"당신, 강하군. 뭐 하는 자냐?"

[쿠로우]
"쿠로우. 이걸로 네 칼은 내 거다."

[벤케이]
"칫."

[쿠로우]
"나를 따라오지 않겠나? 이렇게 좁은 다리 위가 아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거다. 전국에 그 이름을 떨치게 해주지."

[벤케이]
"재밌는 얘기를 하는군. 좋아, 따르지."

[쿠로우]
"……쿨~"

[벤케이]
"엇, 야, 갑자기 왜 자는데? 우와 술 냄새."

[쿠로우]
"……핫."

[벤케이]
"일어났나?"

[쿠로우]
"어? 아, 저기, 미안하다. 신세를 진 듯하군."

[벤케이]
"……."

[쿠로우]
"……왜, 왜 따라오는 거야!?"

[벤케이]
"네가 나보고 따라오라고 했잖아!"

[쿠로우]
"히익."

[벤케이]
"괜찮은 거야? 저 녀석……."

[이즈미]
(둘 다 템포도 좋고 호흡도 잘 맞아. 이것도 만담 효과일까?)

-

[히로]
(처음부터 저런 액션이라니. 젊구만. 날뛰고 있어…… 저런 움직임도 할 수 있었나)

-

[상인A]
"또 우시와카랑 오니와카야!"

[상인B]
"줍자! 주워! 우시오니 님의 은총이다!"

[관리]
"누가 저 녀석들을 좀 잡아!"

[쿠로우]
"하하하하! 통쾌하군! 벤케이 네 작전은 굉장해! 저 녀석들의 놀라는 얼굴 봤어?"

[벤케이]
"저런 패거리는 단순하니까. 앞밖에 보지 못하지."
"그건 그렇고 전국에 이름을 떨치게 해준다는 게 이런 송사리 혼내주는 일인가?"

[쿠로우]
"그럴 리가. 나는 이런 좁은 마을에서 끝날 생각 없어. 조만간 겐지가 진출할 거다. 우리 시대가 오는 거야."
"그때야말로 진정으로 실력을 시험할 때가 될 거야."

[벤케이]
"기대되는군."

[쿠로우]
"네게 내 등을 맡기겠어."

[관리]
"저깄다! 덤벼라! 덤벼!"

[쿠로우]
"이런 곳에서 잡히지 말라고!"

[벤케이]
"내가 할 말이야."

[쿠로우]
"쿨~……."

[벤케이]
"야 잠깐, 잠들지 마! 도망친 다음에 자!"

[쿠로우]
"……핫. 히익, 여, 여기는!?"

[벤케이]
"됐으니까 도망가자!"

[쿠로우]
"히이이익."

-

[이즈미]
(겐지가 재기를 꾀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쿠로우는 쿠라마절에서 도망쳐 나와 벤케이와 함께 오슈 후지와라 히데히라에게 몸을 의탁한다)

[히데히라]
"먼 곳까지 잘 와주었소."

[쿠로우]
"신세 지겠습니다."

[야스히라]
"아버지, 손님이신가요?"

[히데히라]
"이놈, 실례구나. 미안하네, 쿠로우 공. 아들인 야스히라일세."

[야스히라]
"처음 뵙겠습니다. 야스히라입니다."

[쿠로우]
"잘 부탁하지."

[히데히라]
"야스히라, 쿠로우 공은 참된 무사다. 연습을 봐달라고 하거라."

[야스히라]
"네!"

-

[벤케이]
"거기까지!"

[야스히라]
"하아, 하아…… 역시 쿠로우 님은 강하시군요."

[쿠로우]
"야스히라 님도 소질이 있군. 그런데 저자들은?"

[츠구노부]
"……."

[야스히라]
"아, 저들은 사토 츠구노부와 타다노부입니다."

[쿠로우]
"모처럼이니 너희도 함께하지 않겠어?"

[츠구노부]
"거절하지. 나는 야스히라 님께 무슨 일이 없도록 감시하는 것뿐이야."

[타다노부]
"나는 한판 부탁해볼까."

[츠구노부]
"어이, 타다노부."

[타다노부]
"뭐 어때서 그래. 얼마나 강한 자인지 확인해 보자고."

[벤케이]
"그러면 형 쪽은 내가 상대해볼까."

[츠구노부]
"아니, 나는――!"

[벤케이]
"핫!"

[츠구노부]
"갑자기 무슨 짓이냐! 무례하구나!"

[벤케이]
"할 마음이 좀 생길까 해서."

[츠구노부]
"――."

[쿠로우]
"쿨~……."

[벤케이]
"아, 이런."

[쿠로우]
"핫, 내, 내가 대체……?"

[타다노부]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쿠로우]
"히익!?"

[타다노부]
"쿠로우 님……?"

[쿠로우]
"져, 졌습니다!"

[야스히라]
"무, 무슨 일이신가요, 쿠로우 님?"

[츠구노부]
"조금 전하고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벤케이]
"자, 이거 마시고 기운 내라고."

[쿠로우]
"엇―― 꿀꺽꿀꺽."
"한 판 더 부탁하지."

[타다노부]
"언제든지 오시죠."

[쿠로우]
"하앗!"

[타다노부]
"――윽, 방금 그건 방심시키기 위한 연기인가?"

[츠구노부]
"……수상해."

[벤케이]
"자자, 형씨. 한눈팔면 위험하다고?"

[츠구노부]
"――!!"

-

[마도카]
(형…… 평소와 전혀 달라. 역할에 빙의한 것 같아. 역시 당해낼 수 없어)

[쿠스미]
(미스미의 재능은 역시 아버지의……)

-

[이즈미]
(형인 요리토모가 거병했다는 것을 듣고 벤케이와 함께 요리토모에게 가려고 하는 쿠로우)
(히데히라는 그런 쿠로우에게 자신의 부하인 사토 형제를 동행시킨다)

[츠구노부]
"설마 쿠로우 님 밑에서 일하게 될 줄이야."

[타다노부]
"실력은 확실해 보이던데."

[츠구노부]
"하지만 가끔 딴 사람같이 변하잖아. 주군께서는 높이 사는 것 같지만……."

[타다노부]
"뭐, 카마쿠라 님께 합류하는 대로 오슈로 돌아가면 되지 않아?"

[츠구노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주군께서는 우리에게 겐지의 동향을 확인하라는 것일지도 몰라."

[타다노부]
"형님은 성실하다니까."

[이즈미]
(마스미 군, 이제 미스미 군하고 형제의 거리감을 잘 잡고 있어. 형제니까 낼 수 있는 스스럼없는 모습이 잘 전달돼)

-

[쿠로우]
"미나모토노 요시츠네, 형님의 거병 소식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요리토모]
"잘 와주었다, 쿠로우. 함께 겐지의 부흥을 위해 힘을 다하자꾸나."

[쿠로우]
"네!"

[요리토모]
"떨어져 있던 형제가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구나. 불우한 때를 잘 견뎌주었어."

[쿠로우]
"형님……."

[요리토모]
"안심해라. 이제부터는 우리의 시대이니."

-

[슈]
(흐응, 요리토모의 시커먼 속을 잘 감추고 있군. 입장을 최대한으로 살리고 있어)

-

[이즈미]
(요리토모에게 교토에 오는 키소 요시나카 토벌을 명받은 쿠로우 일행은 우지강에서 키소 측 군세를 물리치고 교토에 입성. 요시나카를 패주 시킨다)
(이어서 헤이시 추격을 명받고 이치노타니에서 기습을 꾀한다)

[츠구노부]
"이 벼랑을 말을 타고 내려간다고!?"

[타다노부]
"제정신이세요?"

[츠구노부]
"너무 무모합니다!"

[벤케이]
"기습을 꾀한다면 그게 상책이야."

[쿠로우]
"무, 무무무무리야! 내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 없어!"

[벤케이]
"자자, 한잔 마시고 잘 생각해 보라고."

[쿠로우]
"이, 이런 때 술이라니―― 꿀꺽꿀꺽."

[벤케이]
"자, 어떡할래?"

[쿠로우]
"상책이로군. 벤케이는 여전히 재밌는 걸 생각해낸다니까."

[츠구노부]
"네에에에? 설마 진심으로 실행할 생각이십니까!?"

[타다노부]
"단숨에 의견을 바꿨군."

[쿠로우]
"뜻이 있는 자는 나를 따르라!"

[병사]
"오오~!"

[벤케이]
"거기 형제는 어떡할 거지? 강요는 안 해. 거치적거리면 곤란하거든."

[츠구노부]
"무슨――!"

[타다노부]
"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벤케이 님은 왜 쿠로우 님을 따르는 거야?"

[벤케이]
"재미있어 보여서일까."

[타다노부]
"재미있어 보여……? 그게 끝이야?"

[벤케이]
"그래."

[츠구노부]
"미쳤군!"

[타다노부]
"그래서 어떡할 거야, 형님?"

[츠구노부]
"당연히 우리도 따라간다. 여기서 겁먹고 빼면 오슈의 병사는 겁쟁이라고 비웃음 살 거야. 후지와라 님을 볼 낯이 없어져."

[타다노부]
"정말이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솔직한 심정으로는 형님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하는데."

[쿠로우]
"형 쪽 사토는 말을 잘 못 타나?"

[츠구노부]
"딱히 못 타는 건 아니요. 그저 타다노부가 조금 더 잘 타는 것뿐이죠."

[타다노부]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

[츠구노부]
"타다노부는 말뿐만 아니라 무예에도 나보다 재능이 있는데, 기백이…… 그것만 있으면 완벽할 거라고 아버지도 한탄하셨지."

[타다노부]
"보통은 그거 웃으면서 할 얘기가 아닐 텐데. 후계자 문제라던가 생각도 안 하는 거야?"

[벤케이]
"사토 형제는 사이가 좋군."

[타다노부]
"뭐, 사토 집안엔 사람 좋은 형님이 있으면 충분해."

[츠구노부]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온다."

[타다노부]
"칭찬 아니야."

[쿠로우]
"형제란 좋군. 나도 형님과 너희처럼 지낼 수 있을까."

-

[마도카]
(좋겠다…… 나도 형이랑 저렇게 얘기할 수 있다면……)

-

[츠구노부]
"으아악."

[타다노부]
"――형님!"

[츠구노부]
"적의 칼에 쓰러지는 것도 아니고, 이런 곳에서 힘이 다하다니―― 후지와라 님을 볼 낯이――."

[타다노부]
"지금이 그런 말 할 때야!? 그래서 말은 타지 말자고 한 건데!"

[츠구노부]
"타다노부! 사토 가문은 네게 맡긴다!"

[타다노부]
"마음대로 맡기지 마!"

[츠구노부]
"타다노부, 너라면 할 수 있다. 부디 내 몫까지 후지와라 님께――."

[타다노부]
"젠장, 못 올리겠어!"

[쿠로우]
"――포기하지 마!"

[츠구노부]
"쿠로우 님……?"
"둘이나 타면 말이 버티지 못하오! 나는 버리고 가시오!"

[쿠로우]
"너희 형제는 둘이 함께해야 하잖아!"

[츠구노부]
"――."

[타다노부]
"믿을 수 없어. 저렇게 무모하게――."

[벤케이]
"쿠로우는 뭐든지 줍는다니까."

-

[쿠로우]
"통쾌하군! 적진이 난리가 났어!"

[벤케이]
"이제 별동대도 싸우기 쉬워지겠지."

[츠구노부]
"쿠로우 님――."

[쿠로우]
"오, 다치지는 않았나?"

[츠구노부]
"덕분에. 쿠로우 님, 이번 기습의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쿠로우 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 목숨은 없었을 테죠. 저희 형제는 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쿠로우 님을 따르겠습니다."

[쿠로우]
"목숨은 따르지 마. 나는 어디까지나 함께 달려갈 벗이 필요해."

[츠구노부]
"뜻대로."

[벤케이]
"완전히 잘 따르는군."

[쿠로우]
"쿨~"

[벤케이]
"이런, 벌써 술이 다했나. 뭐, 이제 연회만 남았으니."

[쿠로우]
"핫…… 나, 나는 왜 그런 무서운 짓을…… 한 발만 잘못 디뎠어도 죽…… 으아아아아."

[벤케이]
"하하하, 자라, 자."

[쿠로우]
"으븝――."

[츠구노부]
"전부터 생각했지만, 벤케이 님은 주인에게 하는 행동이 적이 무례하지 않나."

[타다노부]
"자자, 벤케이 님과 쿠로우 님은 오래 알고 지냈잖아. 우리가 모르는 인연이 있지 않겠어?"

[쿠로우]
"벤케이와의 인연…… 만나자마자 갑자기 습격받은 인연인가."

[벤케이]
"검을 뺏긴 인연이지."

[츠구노부]
"습격받고…… 검을……? 확실히 나는 헤아릴 수 없는 인연인듯하군."

[벤케이]
"사토 형제가 있으면 든든하지. 어떤 상대라도 무서울 게 없어져. 안 그래, 쿠로우?"

[쿠로우]
"아니, 나는 싸움은 성미에 안 맞아서――."

[벤케이]
"마셔, 마셔."

[쿠로우]
"으그극."

-

[쿠스미]
(츠구노부의 충성이 쿠로우에게 향한 순간인가…… 변화 표현이 훌륭하군)
(나는 이 빛나는 재능을 직시할 수 없었어. 내가 범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서……)
(무슨 어리석은 짓을……)

[남자]
"일찍이 이 땅을 함께 달려나가던 벗이 있었다. 꿈을 함께 이야기하던 동료가 있었다."

-

[승려]
"예상보다 발이 묶였군. 이대로는 해가 있을 때 고개를 넘지 못하겠어."

[남자]
"――이보시오, 나그네 양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겠소?"

[승려]
"이러한 시각에 만난 것도 다 인연이지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자]
"그것은 천 년이나 전…… 과거 헤이시의 번영도 퇴색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처럼 덧없이 져버린 시절……."

-

[이즈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야…… 뭔가, 이런 분위기의 무대가 있었던 것 같은데……)

[텐마]
(뭐지, 히로 씨의 저 분위기는…… 마치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단숨에 빨려들어 간다)

-

[미츠마사]
"하아앗!"

[노리츠네]
"크윽."
"……마지막에 이러한 강자와 싸우게 된 건 행운이로다. 적이지만 훌륭하다."

[미츠마사]
"여기서 죽기에는 아까운 인물이다. 시대가 달랐다면 친우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노리츠네]
"여기까지인가…… 끝까지 이루지 못하여 원통하도다. 원통하도다."

[미츠마사]
"어찌하여 사람은 싸우는가…… 가문이 달라도 모두 같은 사람일 터인데……."

-

[이즈미]
(어찌할 수 없는 시대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사람들의 비탄과 슬픔이 가슴을 울려)

[반리]
(유조 씨, 난투가 민첩한 데다 박력도 장난 아닌데. 살기로 소름이 돋았어)

[하루토]
(레니 씨의 기백이 전해져. 난투가 아름답지만 두려워……)

[시후토]
(엄청나. 예쁜 데다 멋있다니 터무니없잖아)

-

[요시모리]
"앞으로 반시진만 있으면 다음 역참에 도착할 것입니다."

[요시츠네]
"너희에게는 고생만 시키는군."

-

[텐마]
(처음 분위기에서 일변해서 인간으로 돌아왔어…… 연기가 엄청나)

-

[요시모리]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쿠로우 님을 위해서라면 그곳이 설령 물 속이라 하여도, 불 속이라 하여도."

[카이존]
"겐지의 두령에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 어울립니다."

[시즈카]
"기다려주시어요!"

[요시츠네]
"시즈카…… 어떻게 여기에? 몸을 숨기고 있으라 하였을 텐데."

[시즈카]
"부디 저도 데리고 가주시어요. 쿠로우 님이 계시지 않으면 살아갈 의미가 없사옵니다."

-

[사쿠야]
(카스미 씨가 나오고 단숨에 무대가 화사해졌어. 공백기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아)

-

[요시모리]
"가는 길마다 추격자가 나타나는군. 정보가 새고 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
"역시 후시미에 여인을 데려오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흘러갈 인연. 두고 가야 한다."

[시즈카]
"저는 쿠로우 님을 배신하지 않았사옵니다! 믿어주시어요!"

[요시츠네]
"네 충심은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앞은 수라의 길. 데려갈 수는 없다."

[시즈카]
"부디, 부탁드리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게 해주시어요."

[요시모리]
"파렴치하군."

-

[이즈미]
(궁지에 몰려서 의심암귀에 빠지는 사람의 나약함. 그 안에서도 사람 사이의 정이 남아)

[사쿠야]
(덧없고 슬프지만, 올곧고 아름다워. 나는 아직 저런 연기를 할 수 없어……)

-

[요시모리]
"내가 틀린 것 같군. 시즈카 고젠에게 사과해야 하겠어. 살아남았을 때의 이야기다만."

[카이존]
"여기는 저희에게 맡기고 어서 피하십시오."

[요시츠네]
"――미안하다."

[요시모리]
"공은 넘기지 않겠다."

[카이존]
"그말 그대로 돌려주지."

[요시모리]
"마지막 불꽃이다. 화려하게 한껏 날뛰어주자고."

[카이존]
"바라던 바다."

-

[츠무기]
(슈 씨…… 처음 봤을 때의 인상과 전혀 달라. 이리도 대담하고 위협적인 연기라니)
(무대 위에서는 한층 더, 훨씬 크게 보여)

-

[요시모리]
"――윽, 아직이다! 그런 솜씨로는 나를 쓰러뜨리지 못해! 좀 더 실력 있는 자는 없나!"
"큭―― 먼저 가도록 하지, 카이존."

[카이존]
"――승리를 양보할 셈이냐!"

[요시모리]
"승부는…… 저 세상에 맡기지……."

[카이존]
"큭―― 최소한의 전별 선물이다. 전원 함께 데려가라!"

-

[반리]
(젠 씨 난투, 굉장하다. 저렇게 날카로운데 마치 춤추듯이 가벼워)
(저런 움직임은 상당히 단련하지 않으면 못하겠지……)

-

[시즈카]
"쿠로우 님…… 다음에 태어났을 때는 새하얀 새가 되어요.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어디까지고 따라가겠사옵니다."

[요시츠네]
"시즈카―――!!!"
"모두 가버렸어. 남은 건 이 몸 하나……."
"멀리 있는 자는 소리를 들어라, 가까이 있으면 와서 그 눈으로 보라!"
"나는 첫째 상황 고시라카와 법황의 사자, 겐지의 대장군, 게비이시의 3등관, 미나모토노 요시츠네다!"
"미나모토노 요시츠네의 목은 여기에 있다! 이름을 떨치고 싶거든 이리로 오라!"

-

[텐마]
(박력이 엄청나. 압도된다……)

-

[승려]
"마치 직접 본 것처럼 말씀하시는구려."

[남자]
"……일찍이 이 땅을 함께 달려나가던 벗이 있었다. 꿈을 함께 이야기하던 동료가 있었다."
"지금은 초라하고 고독하게 스러져가는 목숨일 뿐."
"수차례 후회하고 후회해도 끝나지 않아. 구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나 같은 걸 만나지 않았더라면――."

[승려]
"당신은 설마……."
"하지만 그들은 당신을 경애했소. 후회 없이 성불하였겠지요."
"당신의 원통함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남자]
"하얀 새…… 시즈카?"
"아아, 그랬지. 서둘러야 해.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이즈미]
(어둠 속에 있던 요시츠네가 객석의 빛 속을 향해 사라져 가…… 계속 맺혀있던 응어리가 정화되어 간다)

[승려]
"늦어서 죄송합니다, 쿠로우 님……."
"이제 내게도 용인되겠지. 벗이여, 그날의 승부를 내자."

[이즈미]
(승려―― 카이존도 요시츠네를 쫓아가듯…… 무대 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처음부터 여기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

[이즈미]
(아아, 그래. 초자연적인 존재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무언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몽환노야)
(어쩌면 핫카쿠 씨는 계속 이 순간을 꿈꿔왔을지도 몰라)
(이런 각본을 남긴 핫카쿠 씨가 초대 MANKAI 컴퍼니를 사랑하지 않았을 리 없어)
(허무하게 헤어져버린 것을 후회하고, 초대 멤버의 마음에 남은 응어리를 승화시키기 위해 이 이야기를 쓴 거야)
(비극이라 해도 그 앞에는 미래를 향한 빛이 있어. 그리고 빛은 객석에 있는 우리 안에――)
(히로 씨의 요시츠네가 우리 안으로 들어온 기분이야)
(무대 뒤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객석을 향하는 연출을 한 건, 아빠가 주는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핫카쿠 씨의, 초대조의 마음을 전부 이어받아서 미래로 나아가는 거야. 우리가 초대 MANKAI 컴퍼니의 미래가 되는 거야)
(그런 거지요……? 아빠)

-

[카스미]
감사합니다!

[히로]
감사합니다!!

[슈]
고마워.

[젠]
고맙다.

[레니]
감사합니다.

[유조]
고마워.

[이즈미]
(압도적이야…… 연기도, 아빠의 연출도, 지금의 나로는 저런 걸 생각할 수 없어)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로 강적이야)

-

[텐마]
초대조는 상상 이상이었어.

[츠즈루]
각오했다고 생각했는데, 저걸 봤더니 단숨에 무서워졌어.

[미스미]
재밌었어~!

[마스미]
태평하긴.

[쿠몬]
뭐 그래도, 그 정도 기분으로 있는 게 좋을지도!

[치카게]
그게 가능하면 고생하지는 않겠지.

[텐마]
여기까지 왔잖아.
우리도 해온 걸 믿고 단 한 번뿐인 연기를 전력으로 해낼 수밖에 없어.
츠즈루 씨의 이야기를 믿어. 괜찮아. 우리는 지지 않아.

[츠즈루]
텐마…….

[이즈미]
우리에게는 우리만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을 거야.

[미스미]
지금까지처럼 하면 괜찮아, 괜찮아~! 걱정 없어. 우리 모두 옆에 있으니까.

[마스미]
어차피 평소 하던 연기밖에 할 수 없을 테니까 긴장하는 만큼 손해야. 

[치카게]
이제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니까 후회하지 않게끔 할 수밖에 없지.

[쿠몬]
이날을 위해 열심히 연습했잖아, 힘내자!

[츠즈루]
그렇지…… 좋아. 기운 내자!

[텐마]
영상 속 초대조는 정말로 즐거워 보여서, 이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게 믿을 수 없었어.
그때는,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계속 함께 연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초대조 멤버와 실제로 얘기해보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알았어.
앞으로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지.

[이즈미]
――.

[텐마]
헤어지지 않고 다 함께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미래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기에, 같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오늘 이 공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어.

[이즈미]
(텐마 군 말이 맞아)
(마음속 어딘가에 영원한 건 없다고 알고 있으니까, 지금이 귀하고 소중해서 무대 하나하나에 전력을 쏟을 수 있는 거야)

[츠즈루]
오늘 이 공연은 지금밖에 없어. 이런 마음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도 오늘뿐이야…….
그렇다면 무서워하는 건 아깝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할 거야.
이 극단에서 배우와 각본을 계속하기 위해서, 반드시 오토미야 씨가 날 인정하게 만들겠어!

[치카게]
오늘 초대조에게 연기대결로 이기면 그 사실은 영원해지니까.

[쿠몬]
여름조 모두의 마음도 짊어지고 전력으로 할 거야!

[마스미]
네 아버지에게 최고의 신랑이라고 인정받을 거야.

[이즈미]
누구 마음대로 신랑이래!?

[미스미]
아빠랑 마도카에게 최고의 연기를 보여줄 거야! 내 친구는 모두 이렇게 근사하다고 알려줄 거야!

[텐마]
좋아, 출진한다!

[츠즈루]
오오!

[미스미]
오~!

[쿠몬]
오오~!

[이즈미]
다들 잘 다녀와!

[카스미]
좋은 아침.

[레니]
이제야 왔나.

[히로]
대지각이야.

[슈]
얼마나 거물인 거야?

[유조]
정말이지, 손이 간다니까.

[젠]
이제 다 모였군.

[카스미]
폐를 끼쳤습니다. 뒤처진 걸 만회하기 위해서 열심히 할게요.

[레니]
당연하지.

-

[유조]
뭐, 이 정돈가.

[히로]
카스미는 의외로 잘 따라오는데.

[슈]
대사도 동선도 머리에 들어있었어.

[레니]
처음에는 고생할 줄 알았는데…….

[카스미]
유조가 연습 동영상을 보내줘서 그걸 보고 외웠어요.

[슈]
의외로 세심하다니까.

[히로]
의외로 친절하고.

[유조]
의외, 의외 시끄러워. 유키오 씨에게 보내는 겸에 덤으로 보낸 거야.

[카스미]
그래도 역시 이 나이에 시즈카 고젠을 하는 건 키요미즈 무대에서 뛰어내리는 기분이었어.
나 이제 딸까지 있는 아저씨인데…….

[유조]
무슨 말이야, 너는. 아직도 아침 드라마 히로인에게 감정이입 팍팍 하면서.

[카스미]
안 해! 그리고 이제야 나이가 얼굴을 쫓아온 유조한테는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유조]
뭐야!?

[젠]
생긴 게 점점 정신연령과 괴리가 생기는 예도 있지.

[히로]
왜 날 보는데!? 정신연령이라니 무슨 뜻이야!?

[슈]
정말이지 이 나이를 먹고…… 변한 게 하나도 없다니까.

[레니]
그리운 광경이군.

-

[카스미]
아, 미안. 이제 애들 데리러 가야 해서.

[히로]
슬슬 나도 다음 일하러 가야 해.

[레니]
나도 회의가 있다.

[유조]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젠]
다음 연습은 3일 후였지?

[슈]
다들 바쁘니까 전원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지.

[레니]
어쨌든 할 수 있는 한 본방까지 전력으로 완성할 수밖에.

[유조]
그러고 보니 카스미는 이기면 뭐 받을 거야?

[카스미]
다들 어떻게 했어?

[유조]
단원에게 공짜로 일을 시킨다든가, 기숙사 깃발이나 연습 비디오를 받는다거나, 그리고 수도 광열비 내주던걸 끊는 것 등이지.

[카스미]
슈 씨, 아직 내주고 있었구나.

[슈]
어쩌다 보니.

[카스미]
으~음, 나는 어떡하지?
……아! MANKAI 컴퍼니에 다시 한 번 들어가서 홍보담당으로 활약할래!

[유조]
너는 그 세쌍둥이를 양육할 책임이 있잖아.
지금 극단 지갑을 쥐고 있는 건 구두쇠 사쿄 꼬맹이야. 월급이 지금보다 확 줄어들걸.

[카스미]
연습실에 놀러 오던 그 애가 경리까지 맡게 되다니…….

[히로]
거기에 감동하는 거야?

[슈]
그때부터 건방진 꼬맹이였지. 틈만 나면 극장이나 연습실 구석에서 뚫어져라 보고 있고.

[히로]
어쨌든 홍보담당은 포기해. 세쌍둥이가 길거리를 헤매면 곤란해.

[카스미]
으~음, 그러면…… 아! 'Spotlight'에서 MANKAI 컴퍼니를 특집 기사를 낼래!

[레니]
그럼 오히려 상이 되잖아.

[카스미]
그렇지만 달리 생각나는 것도 없고, 결정!

[유조]
아니 넌 이겨도 져도 특집 해줄 생각이잖아.

[카스미]
헤헤, 들켰어?

[슈]
뭐든 됐어. 어쨌든 신생조를 때려눕히는 건 변함 없으니까.

[히로]
그렇지.

[젠]
마음 단단히 먹고 가야지.

[레니]
초대조로서 부끄럽지 않은 걸 보여줘야 하니까.

[카스미]
힘내자!

[유조]
그래.

-

[유키]
기재 양이 엄청난데.

[무쿠]
스태프 수도 평소랑 전혀 달라.

[카즈나리]
이거 봐봐! 라이브 예약 수 엄청 늘었어!

[이타루]
SNS에서도 좀 화제가 됐어.

[카즈나리]
트렌드 떴어.

[사쿠야]
라이브로 보면서도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니 굉장하다.

[이즈미]
설마 이런 규모로 연기대결을 하게 되다니…….

[사쿄]
좋은 기회야. 충분히 살려야지.

[이즈미]
맞아요.

[히로]
안녕.

[카스미]
안녕하세요!

[이즈미]
아, 안녕하세요!

[히로]
텐마 군, 그 후에 다친 팔은 상태가 좀 어때?

[텐마]
문제없어.

[히로]
그거 다행이군. 다친 걸 핑계로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곤란하니까.

[텐마]
…….

[이즈미]
(바로 불꽃이……!)

[젠]
일일이 찾아가서 으르렁대는 건 개나 하는 짓이야.

[히로]
누가 그랬다고!

[슈]
준주연, 미나기 츠즈루라. 어중간한 짓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츠즈루]
――저, 저는 모두 함께 무대 위에 섰을 때의 마음을 각본에 담고 있어요.
핫카쿠 씨와는 결정적으로 다르지만, 저는 그런 제 모습도 인정받기 위해서 무대에 오를 겁니다.

[슈]
뭐, 중요한 건 내용이니까.
네가 앞으로 MANKAI 컴퍼니를 짊어지고 설 각본가에 걸맞은지 아닌지, 오늘 확실하게 확인해주겠어.

[츠즈루]
……바라던 바입니다.

[마스미]
목소리가 좀 떨리잖아.

[츠즈루]
아, 야! 일일이 말하지 마!

[레니]
이카루가 미스미, 오늘은 쿠스미와 마도카도 불렀다. 객석에서 보고 있을 거다.

[미스미]
응! 고마워!

[레니]
네 연기로 그 녀석의 눈을 뜨게 해줘라. 핫카쿠 씨가 기대했던 너라면, 분명 가능하겠지.

[미스미]
아빠랑 마도카가 즐겁게 볼 수 있도록 힘낼게.

[유조]
감독님, 오늘은 잘 부탁해. 우리는 봐주지 않고 갈 거다.

[이즈미]
네. 잘 부탁합니다. 진심을 다한 초대조에게 이기지 못하면 플뢰르상은 바랄 수 없으니까요.

[유조]
제법 잘 말하잖아.

[레니]
그 말을 듣고 안심했다. 나도 정정당당하게 싸우도록 하지.

[이즈미]
네!

-

[히로]
저렇게 좁은 분장실은 오랜만이야.

[슈]
역시 거물 배우님은 다르다니까.

[레니]
네 극단 단장실도 넓잖아.

[히로]
그나저나 나이를 먹었군.

[젠]
남의 얼굴을 힐끔거리지 마. 거울 봐라.

[유조]
……생각해보면, 이 멤버로 공연을 하는 건 창단공연 이후 처음인가.

[레니]
그 시절은 아직 봄여름가을겨울 팀도 생기기 전이었으니까.

[히로]
믹스공연에서도 이 여섯 명이 모이는 일은 없었지.

[젠]
리더 넷이 모이는 공연은 좀처럼 없으니까.

[카스미]
으으…… 화장이 잘 안 먹었어…….

[유조]
왜? 평범한데.

[카스미]
전혀 달라! 슈 씨랑 얼굴 피부만 바꾸고 싶어……!

[슈]
섬뜩한 소리 하지 마.
충분해, 충분해. 지금도 잘 어울려.

[카스미]
진짜요!? 다행이다…….

[유조]
왜 나랑 슈 씨랑 반응이 다른 건데.

[카스미]
여자 역할의 프로를 보고 있는 슈 씨가 말해주면 조금 자신감이 생겨.
아~ 그래도…… 하아.

[레니]
이번엔 뭐야.

[카스미]
오늘 딸들이 보러 와서요……. 여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용기가 필요해요.

[히로]
우리 아들도 보러 왔어……. 또 스메라기 텐마랑 비교당할 거야…….

[카스미]
괜찮아. 히로는 언제나 우리 히어로야.

[히로]
정말로!?

[젠]
그거, 아버지가 된 너희가 할 대화야?

[히로]
나도 알고 있으니까 태클 걸지 마!

[카스미]
확실히 이제 아저씨들만 있어서 젊었던 그 시절과는 목표도 짊어지고 있는 것도 생활도 전혀 다르지.
일도 애 키우는 것도 힘든 일투성이라서 무대만을 생각하고 앞뒤 생각 없이 달려가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어.
그래도…… 다 함께 섰던 무대를 결코 잊은 적 없어.
마음속에 있는 중요한 추억을 굳이 보지 않도록 눈을 돌리고 있던 것뿐이고, 제대로 마주 보니까 어제 일처럼 떠올릴 수 있었어.
한번은 무대를 내려가 버렸지만, 모두 함께한 이야기는 계속 끝나지 않고 이 마음속에 있었고…… 지금 이 순간으로 이어졌어.
오늘 이 단 한 번뿐인 무대를 끝내고, 그 뒤로 내가 한 번 더 무대에 설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무섭지 않아. 오늘 새롭게 다 같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도 분명 죽을 때까지 마음속에서 계속될 거니까.
……이게 분명, 하나의 영원인 거야.

[유조]
……여전히 부끄러운 소리를 한다니까.
하지만 그럴지도 모르지.

[레니]
영원이라. 저주스러운 말이지만…… 지금은 나쁘지 않군.

[젠]
원숙해도 사라지는 일 없는 영원한 인연인가. 지금은 조금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히로]
나도 또 이렇게 뜨거워질 수 있다니 생각도 못 했어. 그날의 꿈은 마음속에서 아직 계속 타고 있었던 건가.

[슈]
……변하지 않는 건 없어.
하지만…… 이렇게 한 번 더 이 멤버로 무대에 서는 지금은, 그날에서 이어진 거로군.

"내게는 동화 속 요정 대모 같은 사람이었다."

-

어린 시절, 나는 내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순정만화 속 히로인같이 단아한 이름. 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신비하고 낭만적인 동화에 빠져있던 나에게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런 취향과 이름을 주변에서 놀리기 시작했다.

"카스미는 왜 그렇게 여자 같냐?"
"어……?"
"여자가 읽는 책이나 만화 보잖아. 이상해~"
"그건 카스미 마음이잖아."
"뭐야, 유조."
"조잘조잘 시끄럽다고."
"고마워, 유조."
"그런데 나도 카스미 군은 좀 여자애 같다고 생각해."
"그치~!"
"좀 더 남자애같이 구는 게 좋아."

남몰래 좋아하던 아이에게 그런 말을 들은 걸 계기로 취미를 숨기게 됐다.

-

유조처럼 남자답게. 그런 생각으로 고등학교에서는 농구부에 들어갔지만, 나는 요령이 없어 체육계와는 맞지 않았고 외모와 이름을 놀리는 부원이 많아서 그만두게 됐다.

그렇게나 좋아했던 내 이름이 어느샌가 가장 큰 콤플렉스가 되어 있었다.

귀가부가 되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순정만화와 드라마 감상에 열중하는 나날.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당당하게 좋다고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은 언제나 마음속에 맺혀있었다.

그러던 때, 고등학교 1학년 문화제 때 유조가 연극부 무대를 보러 가자고 했다.
리허설을 견학하러 가서 진지한 표정으로 연출 지시를 내리는 유키오 씨를 넋을 잃고 바라봤다.
전부터 덤벙대는 선배로 유명했으니까 유키오 씨는 알고 있었다. 마음대로 친근감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연출을 하는 유키오 씨는 정말로 멋있고, 유키오 씨의 지시를 받고 배우로 선 레니 씨는 기품 있고 아름답고 정말로 근사했다.
무대 위는 마치 꿈속 세계 같았다.
순정만화나 동화처럼 반짝반짝해서 현실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단숨에 연극부의 유키오 씨와 레니 씨의 팬이 된 내가, 다음 해 문화제에서는 무대를 만드는 데 관여하게 됐다.
이게 계기가 되어 나는 다시금 연극과 유키오 씨의 팬이 되어버렸다.

-

유키오 씨와 레니 씨가 극단을 세운다고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오디션 회장으로 향했다.
스태프 일을 도울 생각이었는데 어째선지 배우지망으로 과제를 받고 있었다.

과제 중에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히로인 역할 대사도 있어서,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했지만 처참한 연기밖에 할 수 없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왜인지 합격했을 뿐 아니라, 유키오 씨는 내게 여자 역할을 주었다.
어떻게 이 사람은 내 마음속 소원을 안 걸까.
혹시 마법사가 아닐까 하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중요한 히로인 역할은 부담되었지만, 이게 남몰래 동경하던 히로인이 될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했더니, 악착같이 열심히 연습할 수 있었다.
함께 공연하는 모두에게도 그런 내 마음이 전해진 건지, 마지막에는 인정받을 수 있었다.

-

"카스미, 최종일 수고했어. 어땠어?"
"즐겁고 또 즐거워서,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첫날은 의상을 밟고 넘어졌지만."
"죄, 죄송해요……!"
"아니야. 즐거워하는 게 제대로 전해졌어."
"……하지만 불안해졌어요."
"불안?"
"연습할 때 모두에게 폐를 많이 끼쳤으니까요……."
"아하하, 확실히 연기 엄청 못하니까."
"죄송해요…… 역시 저 같은 건 인원 맞추기지요. 앞으로 좀 더 잘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저는…… 그, 그래도, 배우로서가 아니라도 스태프로서 이 극단을 지탱할게요! 이렇게 멋진 극단을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으~음, 그건 곤란한데."
"네……?"
"카스미에게는 봄조 리더를 맡기려고 했거든."
"네에!? 제, 제가 리더요!? 하지만 저 같은 게, 연기도 가장 못 하는데."
"처음 만났을 때, 카스미라는 이름이 멋있다고 생각했어."
"네……?"
"안개꽃*이라고 있잖아. 꽃다발을 만들 때 주연 옆에 살짝 곁들이는 가련하고 작은 꽃. 카스미를 봤을 때 떠올랐어. 카스미는 안개꽃처럼 다정하고 아늑하게, 별종들이 모인 초기 멤버에게 다가와 줄 것 같았어."

"제가……."
"게다가 서양에서 안개꽃에는 'everlasting love'라는 의미가 있어."
"영원한 사랑인가요."
"카스미라면 계속 이 극단의 곁에 남아 사랑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카스미에게 리더를 맡기고 싶었어."
"계속…… 언제까지나 극단 옆에 있을 거예요."
"고마워. 그래서 봄조는 어떤 조로 만들까 생각해봤는데, 카스미가 좋아하는 로맨틱한 세계를 중심으로 공연을 올리는 유닛은 어때?"
"네? 그래도 될까요!?"

내가 로맨틱한 공연을 올리는 봄조 리더가 될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내 비밀스러운 꿈을,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유키오 씨가…… 이렇게나 간단하게 이루어 줬다.

*(안개꽃은 일어로 霞草/카스미소우)


-

[사쿠야]
저도 첫 무대에서 힘차게 굴렀어요!

[카스미]
뭐!? 정말로!?

[사쿠야]
우연이네요!

[카스미]
아하하, 정말로. 봄조 리더의 전통이 되겠어.

[사쿠야]
그날을 어제 일처럼 떠올릴 수 있는데…… 벌써 몇 년이나 지났어요.

[카스미]
나도 전부 떠올릴 수 있어.
첫날 무대 옆에서 숨죽이고 첫 순서를 기다리던 거. 비틀거리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무대 위로 옮기며 조명 아래로 걸어갔던 것.
얼굴을 드니 여러 가지 감정을 가진 관객의 눈이 일제히 나를 보고 있었던 것…….
전부 어제 일처럼 떠올릴 수 있는데, 그건 벌써 오래된 과거의 일이고…… 이런 모순마저 어쩐지 사랑스럽게 느껴져.

[사쿠야]
행복한 기억이네요.

[카스미]
응, 정말로 행복해서 꿈속에 있는 듯한 시간이었어.

[사쿠야]
왜, 그런 무대에서 내려온 거예요?

[카스미]
……계속 콤플렉스가 있었어.
연기에 관한 건 리더 중에서는 물론, 새로 들어온 멤버중 그 누구보다 열등생이었어.
모두가 지탱해준 덕분에 열심히 할 수 있었지만, 핫카쿠 씨의 신작에서 새로운 역할을 받기 전까지 계속 마음이 불안했어.
새로운 역할을 받고서야 간신히 나는 아직 이 극단에 있어도 되는구나 하고 안심할 수 있었지.
그게 계속 이어져서 한 번 또 한 번 공연이 끝날 때마다 무서워진 거야.
이게 마지막이 되는 건 아닐까, 다음 각본에서는 나는 이제 역할을 받지 못하는 거 아닐까, 있을 곳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고.
극단 전체가 플뢰르상을 타기 위해 박차를 가하던 때는 특히 더 무서웠어.
나는 점점 아저씨가 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여자 역할을 하기에 조금씩 무리가 생겨나.
반 전체가 기록을 목표로 뛰는 단체 줄넘기를 내 탓에 실패하게 되는 것 같은 감각이었어.
그래서 유키오 씨가 사라지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의논할 때 가장 먼저 그만둔다고 말한 거야.

[사쿠야]
…….

[카스미]
그랬더니 유조랑 젠 씨, 슈 씨까지 차례차례로 극단을 나간다고 정했어.
이유는 각자 달랐지만, 내가 마음이 약해 불을 지핀 탓에 이렇게 된 거라고 깊게 후회했어.
나는 유키오 씨에게 언제까지나 극단 옆에 있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만두고 나서도 MANKAI 컴퍼니를 내 나름의 방법으로 지탱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주 보는 게 무서워졌어.
영원한 사랑…… 그 시절엔 믿고 있었을 텐데.
그 시절을, 동료와 보낸 그 순간을 영원처럼 느꼈어. 하지만 시간을 멈출 수는 없잖아.
핀 꽃이 지는 것처럼 젊음은 잃어버리고 인연이 빛바래는 일도 있어. 내 가능성의 막다른 길을, 한계를 깨닫게 되는 일도 있지.
그런 것도 모르고 유키오 씨와 무책임한 약속을 해버렸어.
나는 아무리 해도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그러니까 이제 이 극장 무대에 올라갈 자격이 없어.

[사쿠야]
……그래도 카스미 씨는 그 순간 영원을 느낀 거지요?
영원하다 믿고 싶은 동료와 만났어요. 그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닐까요?
그건 좀처럼 많이 있는 일도 아니고, 분명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 극단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연기하면서 깨닫게 된 게 있어요.
즐거운 시간은 순식간이고, 모두 함께 달려나가는 공연은 언젠가 최종일을 맞이해서 이야기는 종막을 내려요.
하지만 막이 닫혀도 연기한 역할의 인생은 이 마음에 계속 남아서 이어져요.
The Show Must Go On…….

[카스미]
――.

[사쿠야]
설령 막이 내리더라도 계속 마음에 남아서 끝나지 않는 꿈만 같은 이야기도 있어요.
카스미 씨의 마음에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영원한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카스미]
…….
……맞아. 잊을 수 있을 리 없어. 지금도 마음속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걸.
――.

[사쿠야]
카스미 씨?

[카스미]
헤헤, 왠지 지금 당장 모두를 만나고 싶어졌어.

[사쿠야]
다들 카스미 씨를 기다릴 거예요.
유조 씨가 그랬어요. 그 역할은 카스미 씨의 역할이라고요.

[카스미]
하지만 역시 공백기도 있고, 연기는 발목을 잡을 것 같고…….

[사쿠야]
조금쯤 잡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저도 창단공연 때 다른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것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모두와 함께 설 수 있는 이 장소가 꼭 갖고 싶어서. 정말이지 아무리 해도 양보할 수 없어서 악착같이 노력했어요.
저는 제 마음에 솔직해져서 좋았다고 생각해요.

[카스미]
……그래.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게…….

[사쿠야]
카스미 씨는, 다른 분들과 한 번 더 연기하고 싶어요?

[카스미]
――응. 하고 싶어.
아저씨가 돼버린 것, 모두와 어색하게 이별한 것, 유키오 씨와 한 약속을 어긴 것…….
그런 거 전부 치워버리고, 그냥 한 번 더 다 같이 연기를 하고 싶어. 정말 좋아하는 이 극장에 한 번 더 서고 싶어.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가슴을 펴고 MANKAI 컴퍼니에 곁으로 다가가고 싶어.

[사쿠야]
카스미 씨…….

[카스미]
사쿠야 군 덕분에 출연할 용기가 생겼어.

[사쿠야]
정말로요!?
잘됐다~!! 기뻐요!! 카스미 씨 연기 기대할게요!!

[카스미]
사쿠야 군의 무대도 보고 싶어.
새로운 MANKAI 컴퍼니의 연극을 봐둘 걸 그랬어. 아까운 짓을 했네.

[사쿠야]
그럼 제가 나오는 다음 공연은 꼭 보러 와주세요!

[카스미]
최애는 이미 사쿠야 군으로 정해졌지만.

[사쿠야]
아하하, 감사합니다!

[사쿠라]
새근새근…….

[카에데]
쿨쿨…….

[츠바키]
중얼중얼…….

[카스미]
죄송해요, 집까지 오게 만들어서…….

[사쿠야]
저야말로 택시를 얻어탔는걸요. 신경 쓰지 마세요.

[카스미]
여기까지 왔는데 차라도 마시고 가세요.

[사쿠야]
어, 하지만…….

[카스미]
사양하지 말고요.

[사쿠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카스미]
저 애들을 깨우지 않고 끝나서 살았어요. 중간에 깨면 꽤 칭얼대거든요.

[사쿠야]
그렇군요.

[카스미]
셋이나 돼서 상대가 힘들었지요?

[사쿠야]
아니요, 다들 착하던걸요.
계속 소꿉놀이를 했는데 엄마 역할을 맡아서 재밌었어요. 아빠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카스미]
저 애들 소꿉놀이는 꽤 길지. 결국 집까지 오게 하고, 정말이지 미안하고 고마워서…….
배고프지 않아? 뭐 만들어 줄까? 그러고 보니 과자를 받은 게 있을 텐데――.

[사쿠야]
아니요, 괜찮아요.

[카스미]
그래? 뭔가 답례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말해줘.

[사쿠야]
저도 카스미 씨랑 얘기하고 싶었어서 마침 잘 된 걸요.

[카스미]
어? 내가 이름을 말했나?

[사쿠야]
실은, 애들에게 이것저것 얘기를 들으면서 혹시 카스미 씨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실제로 얼굴을 보고 확신했고요. 로미줄리 때부터 별로 변한 게 없으시네요.

[카스미]
――.

[사쿠야]
저는 지금 MANKAI 컴퍼니에서 봄조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사쿠마 사쿠야에요.

[카스미]
그랬구나…….

[사쿠야]
아까, 답례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해주셨지요?

[카스미]
――.

[사쿠야]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아, 물론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안 될까요?

[카스미]
…….

-

[카스미]
…….

[사쿠야]
앗, 여기에요!

[카스미]
늦어서 미안해.

[사쿠야]
오늘 애들 데리러 가는 시간은…….

[카스미]
아직 괜찮아.

-

[카스미]
여기는…….

[사쿠야]
들어오세요.

[카스미]
아니, 나는 이제 외부인이니까…….

[사쿠야]
OB는 외부인이 아니에요!

[카스미]
…….

-

[카스미]
변한 게 없네…….
이 문, 유조가 소도구인 칼을 부딪쳐서 흠집 낸 거야. 아직도 남아있네.

[사쿠야]
네? 그랬어요!?

[카스미]
그립다.

-

[카스미]
…….

[사쿠야]
……카스미 씨?

[카스미]
……네 부탁이란 게, 여기에 오는 거?

[사쿠야]
아니요…… 욕심이 많아서 죄송해요.
이 극장의―― 이 무대 위에서 같이 연기하고 싶어요!

[카스미]
――.

[사쿠야]
MANKAI 컴퍼니도 봄조도 제게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찾은 보물같이 특별하고 소중한 장소에요.
이 장소가 없었으면 저는 지금도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기분으로 살아갔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이 극장을, MANKAI 컴퍼니를 만들어준 초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카스미]
…….

[사쿠야]
몇 번이고 초대의 공연 비디오를 보면서 계속 꿈꿔왔어요. 언젠가 초대 극단원분과 여기서 연기하고 싶다고요.

[카스미]
미안해, 이제 연기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해서…….

[사쿠야]
딸들한테 들었어요. 아빠는 소꿉놀이할 때 가장 신이 난다고요.

[카스미]
――.

[사쿠야]
저는 아빠에 비하면 연기를 못한다고 들었어요.

[카스미]
그 애들이…….

[사쿠야]
카스미 씨가 어떤 연기를 하는지 보고 싶어요!

[카스미]
하지만 소꿉놀이 엄마 역할 외에는 정말로 공백기가 있어서…….

[사쿠야]
조금씩 감각을 되찾아가요!

[카스미]
뭐어……!?

[사쿠야]
먼저 간단한 에튀드부터요! 어서요, 카스미 씨도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카스미]
――.

[사쿠야]
ACT 싸움이라고, 최근에 배운 게임 같은 방식이 있는데요…….
서로 좋아하는 주제를 내고 각자 어떻게 할지 생각해서 번갈아서 연기하는 거예요.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게 정말로 재밌어요.

[카스미]
곤란한 거라면 어떤 거?

[사쿠야]
과자 나라 사람이 카레를 먹었을 때 흘리는 눈물이라거나!

[카스미]
그게 대체……!?

[사쿠야]
아하하, 노는 감각으로 해봐요!
먼저 카스미 씨가 주제를 내주세요.

[카스미]
어?

[사쿠야]
뭐든 괜찮아요. 생각난 걸 뭐든지 말해주세요.

[카스미]
어어…… 그럼, 첫사랑을 만났는데 이름을 까맣게 잊어버린 사람이라거나…….

[사쿠야]
"앗! 너는……! 저기, 너! 너 맞지? 그, 나 기억해? 3년간 같은 반이었던――."
"그래, 사쿠마! 기쁘다. 기억해줬구나. 나도 계속 잊지 않았어! 잊을 리 없잖아!"
"정말 그립다! 너는 그래, 우리 반 반장이었고, 그 애랑 자주 같이 다녔던―― 아, 맞아 사토!"
"지금도 연락해? 그렇구나. 나도 네 연락처를 물어볼 걸 그랬어."
"아, LIME 교환하자! 어디, 아, LIME 이름이 강아지 이름이구나……."
"너는 진짜 변함없다. 예전부터 정말 예뻤어, 난 계속 너를……."
"어? 이름? 응, 물론 기억하지!"

[카스미]
풋, 아하하하!

[사쿠야]
다음은 뭐로 할까요!?

[카스미]
그럼, 프러포즈라는 말이 없는 나라에서 필사적으로 프러포즈하는 사람……?

[사쿠야]
"우리 이제 사귄 지 3년째 됐잖아. 이쯤에서 슬슬 분명히 하고 싶다고 해야 하나……."
"아, 아니야. 그런 극악하고 살벌한 얘기가 아니라, 우리 관계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싶어서!"
"그런 콤비명 같은 게 아니라! 친구, 애인, 그다음 같은. 정부는 의미가 좀 다르잖아!"
"그러니까, 그…… 내 아침밥을 매일 만들어주세요!"
"아, 미안해. 아니야! 아침밥은 내가 만들어야지! 알고 있어! 내일도 바지락 된장국 끓일 거야."
"곤란하네…… 그러니까, 매일 같이 자고, 일어나고, 밥을 먹고―― 아 지금도 하고 있지! 동거하고 있으니까!"
"혼인 신고에 도장 찍어서 관청에 내러 가자!"

[카스미]
아하하하하! 다이렉트네!

[사쿠야]
하하, 그렇게 되네죠. 다음은――.

[카스미]
미안, 미안. 사쿠야 군에게만 계속시키는 건 공평하지 않지.

[사쿠야]
그럼――.

[카스미]
응, 가볍게 부탁할게.

[사쿠야]
으~음…… 아, 처음에 말했던 과자 나라 주제로 괜찮을까요?

[카스미]
뭐어!?
"잘 먹겠습니다."
"……으윽! 어!? 뭐야!? 이거 뭐야!? 뭔가 혀가 얼얼한데! 뭐야 이거 폭력!?"
"묵이 아파! 살려줘! 구급차! 이거 먹어도 되는 거야!?"
"아파……! 근데 맛있잖아!? 뭐야 이거!? 아픈데 맛있어! 왠지 모르겠어!"
"아픈데 멈출 수 없어……!"

[사쿠야]
아하하! 과자밖에 먹어본 적 없으니까 그렇게 되지요……!

-

[사쿠야]
하아, 하아…….

[카스미]
잠깐 쉴까?

[사쿠야]
네.

[카스미]
이렇게 몸을 쓴 건 오랜만이야.

[사쿠야]
카스미 씨 주제는 로맨틱한 게 많네요.

[카스미]
드라마도 순정만화도 좋아하는 아저씨라 미안해…….

[사쿠야]
카스미 씨는 몇 살 때 연극을 시작했어요?

[카스미]
조금 늦게……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

[사쿠야]
저도 첫 무대는 고3 때였어요!
MANKAI 컴퍼니에 들어왔는데, 극단원이 저 혼자고 다음날 공연한다면서 대본을 줘서…….

[카스미]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어!?

[사쿠야]
아하하.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죠. 그래도 저는 무대에 설 수 있는 게 기뻤어요.
열심히 대사를 외우고, 당일을 맞이하고…… 긴장했지만 즐거워서 참을 수 없었어요.
그때 텅 빈 객석에서 첫 무대를 봐준 게 유키오 씨 딸인, 저희 감독님이에요.

[카스미]
유키오 씨…….

[사쿠야]
들려주시겠어요? 듣고 싶어요. 카스미 씨가 있었을 때의 MANKAI 컴퍼니 얘기를요.
그리고…… 카스미 씨가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날의 얘기를요.

[카스미]
――.

[유조]
……여어.

[카스미]
유조…….

[유조]
잠깐 괜찮아?

[카스미]
……응.

[유조]
이제야 얘기할 마음이 생긴 것 같네.

[카스미]
연기대결 발표에 마음대로 내 이름을 올린 건 아직 화났어.

[유조]
그건 미안하다고 생각해.

[카스미]
그래도 계속 연락을 무시했던 건 나니까, 나도 미안해.
화제 됐더라. 연기대결.

[유조]
응. 라이브뷰잉이니 인터넷 송출이니 큰일이야.

[카스미]
'Spotlight'에서도 다루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취재해도 될까?

[유조]
그야 당연하지. 현역 편집장도 출연하는데.

[카스미]
…….
아직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지만,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여자 역할이 특기인 배우가 있어.
나를 대신해서 그 배우를 대역으로 세우려고 해.

[유조]
야, 마음대로 무슨 말을――.

[카스미]
지금 나는 핫카쿠 씨가 써준 여자 역할을 연기하기 어려워.
게다가…… 이제 그 극장 무대에는 두 번 다시 올라갈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유조]
너 진짜…….

[카스미]
미안해.

[유조]
(이건 진짜로 안 좋을지도 모르겠어……)

-

[텐마]
"나를 따라오지 않겠나? 이렇게 좁은 다리 위가 아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거다. 전국에 그 이름을 떨치게 해주지."

[츠즈루]
"재밌는 얘기를 하는군. 좋아, 따르지."

[텐마]
"……쿨~"

[츠즈루]
"엇, 야, 갑자기 왜 자는데? 우와 술 냄새."

[텐마]
"……핫."

[츠즈루]
"일어났나?"

[텐마]
"어? 아, 저기, 미안하다. 신세를 진 듯하군."

[츠즈루]
"……."

[텐마]
"……왜, 왜 따라오는 거야!?"

[츠즈루]
"네가 나보고 따라오라고 했잖아!"

[이즈미]
(그 만담이 효과를 본 건지, 츠즈루 군과 텐마 군의 대화가 느낌이 좋아)

-

[미스미]
"타다노부는 말뿐만 아니라 무예에도 나보다 재능이 있는데, 기백이…… 그것만 있으면 완벽할 거라고 아버지도 한탄하셨지."

[마스미]
"보통은 그거 웃으면서 할 얘기가 아닐 텐데. 후계자 문제라던가 생각도 안 하는 거야?"

[츠즈루]
"사토 형제는 사이가 좋군."

[마스미]
"뭐, 사토 집안엔 사람 좋은 형님이 있으면 충분해."

[미스미]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온다."

[마스미]
"칭찬 아니야."

[이즈미]
(미스미 군과 마스미 군의 형제조도 제법 단결이 되기 시작했다. 전과 비교해서 분위기가 달라)

[쿠몬]
"쿠로우 님, 무사하셨습니까!"

[텐마]
"미안하다. 신세를 지지."

[쿠몬]
"개의치 마시고 편히 머물러주십시오. 카마쿠라 님의 눈도 여기까지 닿지는 않을 겁니다."

[텐마]
"훌륭해지셨군. 아버님의 일은, 안타깝게 됐어."

[쿠몬]
"아버지도 쿠로우 님을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아버지의 유지를 제가 잇겠습니다."

[이즈미]
(쿠몬 군도 어리지만 당주로서 다부지게 해내려는 야스히라의 캐릭터가 제대로 나오고 있어)

[치카게]
"그 애는 조금 지나쳤어. 이쯤에서 퇴장을 청해야지."
"형제의 정에 휩쓸려서는 겐지는 하나로 모이지 못해."
"적어도 범재였다면 어떻게든 해주었을 텐데…… 힘이 부족한 형을 원망해라, 동생아."

[이즈미]
(비정하면서도 감정이 있는 요리토모의 내면을 치카게 씨가 제대로 표현하려 하고 있어)
(응, 느낌이 좋아. 불안요소도 없어졌고, 이거라면 초대와도 전력으로 싸울 수 있어……!)
자, 잠시 쉬자.

[사쿠야]
완성되기 시작했네요! 견학하고 있으면 모두의 변화가 잘 보여서 공부가 돼요!

[이즈미]
남은 건 이대로 당일까지 가면――.

[유조]
실례한다.

[치카게]
적정시찰인가.

[미스미]
스파이다~!

[쿠몬]
덤벼라 덤벼~!

[유조]
사나운 소리 하지 마. 잠깐 얘기해둘 게 있어서 말이야.

[이즈미]
?

[유조]
카스미 일이야.
어쩌면 출연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어.

[이즈미]
네……?

[유조]
그 녀석은 대역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애초에 핫카쿠 씨의 상연조건은 지정 멤버로 공연하는 거야.
그렇다고 라이브뷰잉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금에 와서 중지할 수도 없지.
우리도 얘기하고는 있는데, 의견이 갈렸어.

[이즈미]
그런가요…….

[유조]
우선 너희에게도 전해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미스미]
할아버지 소원, 이뤄주지 못하려나…….

[텐마]
본인이 나올 의지가 없다면 어렵겠지.

[유조]
폐 끼쳐서 미안하다. 이건 내 책임이야. 그 녀석의 결의를 가볍게 봤어.
생각보다 더 예전 일이, 그 녀석 마음에 걸려있는 것 같아.

[츠즈루]
모처럼 지명된 건데 아깝네요.

[유조]
나도 핫카쿠 씨가 쓴 그 역할은 반드시 그 녀석이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해.
어쨌든 아슬아슬할 때까지 버텨볼게. 뭔가 결정되면 다시 연락하지.

[이즈미]
알겠어요.

[사쿠야]
……카스미 씨는 초대의 봄조 리더분이지요?

[이즈미]
응. 초대 로미줄리에서 줄리엣을 연기했던 사람이야.

[사쿠야]
이번 공연에서 만나면 같은 봄조 리더로서 얘기를 많이 나눠보고 싶었는데…….

[이즈미]
그럴 수 없게 되면, 아쉽겠다.

[사쿠야]
…….

-

[남자애A]
이건 내꺼야~!

[남자애B]
순서 지켜!

[남자애C]
으아아앙! 엄마아아아!

[여자애B]
꺄하하하!

[여자애C]
뛰면 안 돼~!

[보육사]
갑자기 잔업을 부탁해서 미안해, 사쿠마 군. 야간 당번 선생님이 감기에 걸려서.

[사쿠야]
아뇨, 괜찮아요!

[보호자A]
늦어서 죄송해요.

[사쿠야]
앗, 린 쨩. 데리러 오셨어.

[린]
와~아!

[보호자A]
안녕히 계세요.

[사쿠야]
유우토 군, 엄마 오셨어~

[유우토]
엄마아아아아!

-

[사쿠야]
후우…… 남은 건…….

[사쿠라]
사쿠야 선생님, 같이 놀자!

[카에데]
이리 와, 이리~!

[사쿠야]
앗, 응! 아빠 곧 오실 거니까 같이 기다리자.

[츠바키]
괜찮아. 항상 있는 일인걸. 그치?

[사쿠라]
그치~! 아빠는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거야.

[카에데]
기다리는 거 끄떡없어.

[츠바키]
맞아~!

[사쿠야]
씩씩하네…….

[사쿠라]
사쿠야 선생님, 소꿉놀이하자!

[카에데]
사쿠야 선생님은 엄마 역할이야!

[사쿠야]
어!? 내, 내가 엄마 역을 해도 돼?

[츠바키]
응. 항상 아빠가 엄마 역할 해줘.

[카에데]
아빠가 가장 엄마 역할 잘해.

[사쿠야]
그, 그래. 나도 열심히 할게!

[사쿠라]
엄마 배고파~!

[사쿠야]
지금 햄버그 만들 테니까 기다려!

[카에데]
아부~ 아부~

[츠바키]
하~ 오늘은 극단 취재하는 날이라 피곤해.

[사쿠야]
극단 취재?

[사쿠라]
정말, 엄마도 참! 아빠는 출판사에서 편집장을 하잖아!

[사쿠야]
그, 그렇구나!?

[카에데]
배고파~ 아부~

[사쿠야]
아, 아기 분유랑, 너희 식사도 준비해야지……!

[츠바키]
빨리빨리~!

[사쿠야]
으, 응!

[사쿠라]
사쿠야 선생님은 엄마 잘 못 하네.

[카에데]
엄마답지 않아.

[츠바키]
나 알아~! 발연기라고 해!

[사쿠야]
미안해…….

[사쿠라]
아빠는 엄마 역할 할 때 가장 신나 보여.

[카에데]
계속 소꿉놀이 엄마 역할로 있으면 좋겠어~

[츠바키]
아빠일 때는 어설프잖아!

[사쿠라]
다정하지만!

[사쿠야]
그, 그렇구나.

-

[사쿠라]
새근새근…….

[카에데]
쿨쿨…….

[츠바키]
중얼중얼…….

[사쿠야]
(놀다 지쳐 잠들었네……)

[카스미]
히나모리예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쿠야]
앗, 어서 오세요!

[카스미]
죄송해요. 이렇게 늦게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사쿠야]
아니에요. 다들 기운차게 놀다가 잠들었어요.

[보육사]
사쿠야 선생님하고 노는 게 정말 즐거웠는지 평소보다 신이 났어요.

[카스미]
그런가요…….
자, 집에 가자.

[사쿠라]
으응~…….

[보육사]
이대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카스미]
죄송해요, 택시 부를게요.
정말 신세 졌습니다.

[사쿠야]
제가 택시까지 바래다 드릴까요? 세 명은 안기 힘들잖아요.

[카스미]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죄송해요.

[사쿠야]
아니에요!

[보육사]
그럼, 사쿠야 군. 사쿠야 군도 택시 태워달라고 해.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잖아. 이제 퇴근해도 돼.

[사쿠야]
어, 하지만, 그래도 되나요?

[카스미]
제 쪽에서도 부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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