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마레]
정말 고맙네!

[카즈나리]
다들 고마워―! 또 보자―!

[사쿠야]
감사합니다!

[무쿠]
감사합니다~!

-

[이즈미]
(최종일까지 다들 전력으로 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서커스단을 연기해냈어. 정말 잘 됐어!)

[츠무기]
좋은 최종일이었어요.

[가이]
그래. 믹스공연은 겨울조의 무대와는 다른 분위기가 있군.

[아즈마]
새로운 일면을 볼 수 있어서 신선한 느낌이야.

[히소카]
……아리스는 평소랑 똑같아.

[타스쿠]
역할은 아리스가와답지만, 단장답게 잘 이끌어가지 않았어?

[츠무기]
맞아.

[이즈미]
수고하셨어요!

[츠무기]
이후에 뒤풀이 하나요?

[타스쿠]
할 거면 준비 도울게.

[이즈미]
아, 그건――.

[호마레]
고맙지만 도움은 필요 없네.

[이즈미]
앗, 호마레 씨! 수고하셨습니다!

[가이]
뒤풀이는 하지 않는 건가?

[호마레]
아니, 회장 수배도 준비도 이미 끝났어.

-

[사쿠야]
엄청 호화로워.

[무쿠]
귀족들이 모이는 저택의 가든파티 느낌이 나서 근사해요!

[타스쿠]
극단원 전원이 넉넉히 들어가는 정원이라니, 꽤 넓네.

[호마레]
자,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시거라!

[카즈나리]
잘 먹겠습―니다!

[이즈미]
이런 대인원이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호마레네 할머니]
미숙한 우리 손자가 항상 신세 지고 있는 걸요. 신경 쓰지 마세요.

[호마레]
최종일의 여운에 잠기면서 마시는 술은 참으로 향기롭군…… 시흥이 떠올랐어.
쌀밥――술렁이는 크로니클~ 스크램블. 블루블루블루밍~

[아리엘]
멍!

[호마레]
왜, 왜 그러니, 아리엘!

[호마레네 할머니]
마음에 안 드는 것 같구나. 너도 가끔은 하이쿠 한 구절이라도 짓도록 하렴.

[호마레]
저는 형식이 없는 자유로운 시를 좋아하는데……. 크흠…….
등불이 지고 꽃향기 남은 무대 위…… 이런 건 어떤가요.

[이즈미]
정상이야……!

[사쿠야]
엄청 근사해요!

[히소카]
……아리스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다니 이상해.

[호마레]
무슨 뜻인가!

[타스쿠]
그렇게 제대로 된 것도 지을 수 있구나.

[호마레네 할머니]
다른 분들도 공연을 끝냈으니, 한 구 어떤가요.

[사쿠야]
네!? 으음, 하이쿠 말이죠…….
관객이 환하게 미소 짓는 최종일…… 이라거나! 죄송해요, 글자수도 많고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도 없죠!

[이즈미]
사쿠야 군 답고 좋았어!

[호마레]
음. 실로 밝은 구절이었어.

[카즈나리]
네네― 다음 나!
빗발치는 커텐콜 기분 좋아!

[이즈미]
계절도 제대로 들어가 있어.

[사쿠야]
빗발이지만 밝은 느낌이 나서 좋아요!

[타스쿠]
지금은 장마철이 아니지만.

[카즈나리]
그치!

[호마레]
무쿠 군은 어떤가.

[무쿠]
네!? 저, 저요!? 으음, 으으음…….
서커스는 손님도 배우도 웃음 짓게 돼……?

[이즈미]
귀여워!

[카즈나리]
뭇 쿤 느낌이야!

[무쿠]
에헤헤!

[츠즈루]
하이쿠는 인격이 드러나서 재밌지.

[미스미]
나도 하이쿠 지을래~!
삼각의 각은 세 개라 삼각이다~!

[카즈나리]
엄청 삼각~!

[텐마]
THE 미스미네.

[츠즈루]
확고해.

-

[이즈미]
슬슬 시간도 늦었으니까 이만 끝낼까?

[카즈나리]
그래~ 어라? 아리린은?

[무쿠]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안 보였어.

[타카오]
호마레 님은 잠시 술을 깨고 오시겠다며 자리를 뜨셨습니다.
정원에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찾아올까요?

[이즈미]
그럼 제가 찾아올게요.

[사쿠야]
끝낼 때도 단장이 없으면 끝낼 수 없으니까요!

-

[호마레]
……후우.
(잠시 술을 깰 생각이었는데 이런 곳까지 와버렸나.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음? 시계가 움직였어! 고장 났다고 생각했는데…… 기적이군!

[???]
"할아버님."

[호마레]
!?
저건…… 아니, 설마…….

[호마레네 할아버지]
"응? 호마레냐. 무슨 일이니?"

[호마레]
"할머님이 차 준비가 다 됐다고 하세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고맙구나. 바로 가마."

[호마레]
"회중시계 또 고장 났어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그래. 하지만 벌써 고쳐졌어."
"요즘엔 부품도 귀해져서 다루기 어려워졌지. 나도 가까이 있는 게 잘 안 보이게 됐고, 이 시계도 나도 나이를 먹었군."
"벌써 30년 이상 됐나……."

[호마레]
……?

[호마레네 할아버지]
"이 그림이 그려진 것도 딱 이 시계를 샀을 시기였단다."
"이 그림은 네 할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이지."

[호마레]
"어떤 추억이에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네가 다 자라서 소중한 게 생긴다면 가르쳐주마."

[아리엘]
――멍!

[호마레]
!! 사라졌어……?
지금 그건 대체――.
(취해서 백일몽이라도 본 건가. 시계가 멈췄어…… 어디서부터 꿈이었던 거지?)
……역시 망가진 건 원래대로는 돌아오지 못하는군.

[카즈나리]
아리린!

[무쿠]
아리스 씨, 여기 있었군요.

[이즈미]
멍하니, 무슨 일 있었어요?

[호마레]
이야, 조금 전 신비한 일이 일어났네. 어린 시절 나와 할아버님의 모습이 보였지.

[이즈미]
네에!?

[카즈나리]
굉장하당!

[무쿠]
우와아, 마치 조지 같아요!

[사쿠야]
진짜 마법이다!

[호마레]
그렇군…… 그건 이 회중시계의 마법일지도 몰라.

[무쿠]
이 별장에도 신비한 힘이 깃들어있을 것 같아요!

[사쿠야]
할아버지의 힘일지도!

[이즈미]
으―음…… 호마레 씨 자신의 마법일 수도 있지 않을까?

[카즈나리]
그럼 전부로 하자!
분명히 이 회중시계에 담긴 여러 사람의 여러 추억이 마법을 걸어준 거 아닐까?

[호마레]
흠…… 그건 강력한 마법이군.
앞으로도 많은 추억을 만들자. 이 시계와 함께――.

[이즈미]
그래요.

[카즈나리]
분명 할아버지도 좋아할 거얌.

[호마레]
좋아, 그럼 바로 지금부터 추억 만들기를 하자!

[이즈미]
네!? 지금부터!?

[사쿠야]
벌써 밤인데요!?

[무쿠]
뭐 하게요?

[호마레]
할머님과 할아버님은 오늘 이날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린 것 같더군!

[카즈나리]
그럼 그림대회야!

[호마레]
그래!

[사쿠야]
그, 그림대회요!?

[무쿠]
후후, 재밌어. 그림대회!

[이즈미]
이제 끝내려고 했는데…….

[호마레]
그럼 바로 그림도구를 준비시키지.

[카즈나리]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테이블 준비도 해야겠어!

[이즈미]
……이렇게 됐으면 멈출 수 없나.

[호마레네 할머니]
무슨 소란인가요?

[이즈미]
죄송해요. 조금만 더 정원을 빌려도 될까요?

[호마레네 할머니]
그러세요, 저 아이가 또 무언가 말을 꺼낸 거겠죠. 하는 수 없어요.

[이즈미]
시끄러워질 텐데 죄송해요…….

[호마레네 할머니]
……사카에 씨, 호마레에게 저 회중시계를 주길 잘했어요.

[이즈미]
네?

[호마레네 할머니]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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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인A]
"지금 본다면 단연 루미너스 서커스단이지!"

[통행인B]
"맞아 맞아, 진짜로 마법같아! 꼭 한 번은 보는 게 좋아!"

[매표 직원]
"오늘 루미너스 서커스단 당일권은 완매됐습니다~!"

[통행인C]
"어어~? 보고 싶었는데!"

[수상한 남자]
"……루미너스 서커스단? 그 다 스러져가던 낡은 서커스단이?"

-

[조지]
"이걸 보거라, 공연의뢰가 여기저기서 왔어! 역시 이 아이 덕분이야!"

[윌]
"이걸로 다음날 먹을게 곤란할 일은 없겠어요."

[닉]
"루미너스 서커스단도 평탄해졌어요!"

[팀]
"그렇게 잘 되면 좋겠지만. 조지, 빅한 게스트는 이제 된 거야?"

[조지]
"이제 필요 없어! 이 아이만 있으면 모든 게 잘 될 거야!"

[팀]
"정말 그걸로 괜찮아?"

[조지]
"물론이지. 팀, 너도 게스트에 기대는 건 반대했었잖아."

[팀]
"그건 그렇지만, 이대로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조지]
"응? 무슨 말 했어?"

[팀]
"……아무것도 아냐."

[아기]
"방긋―."

[조지]
"그래그래. 높이높이―!"

[수상한 남자]
"……."

-

[닉]
"어라? 아기가 없네?"

[윌]
"이상하네. 조금 전까지 여기서 자고 있었는데."

[사자]
"크르르릉."

[닉]
"응? 왜 그래, 레오."

[윌]
"단장님이 데려간 건가?"

[사자]
"크르르릉."

[닉]
"레오 상태가 이상해. 혹시 무슨 일 있었나?"

[윌]
"배 아픈 거 아닐까?"

[닉]
"하지만 저쪽을 보고 엄청 으르렁거리고 있어."

[윌]
"저쪽?"

[닉]
"앗! 저기 창문에!"

[수상한 남자]
"……."

[윌]
"누구야 저 녀석――."

[닉]
"아기를 데려간다!"

[윌]
"어어!?"

[닉]
"설마 유괴!? 어떡하지, 빨리 쫓아가야 해!"

[윌]
"저기라면 그네를 타고 건너는 게 빨라!"

-

[윌]
"야, 거기서―!"

[수상한 남자]
"!?"

[윌]
"아기를 돌려줘!"

[닉]
"해치워, 윌! 레오, 입구를 막아!"

[사자]
"어흥!"

[수상한 남자]
"큭……!"

[조지]
"무슨 일 있나?"

[팀]
"웬 소란이야?"

[닉]
"앗, 단장님! 저기에 아기를 유괴하려는 사람이!"

[조지]
"뭐야!?"

[팀]
"빨리 잡자!"

[윌]
"얌전히 있어!"

[수상한 남자]
"제길!"

-

[조지]
"음, 도망가버렸군."

[닉]
"그래도 아기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윌]
"그건 그렇고, 대체 왜 아기를 유괴하려고 한 걸까?"

[닉]
"혹시 아기 아빠였나?"

[팀]
"아니. 그 얼굴, 다른 서커스단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아마도 요즘 우리 평판을 듣고 이 아기의 비밀을 알아차린 게 아닐까?"

[조지]
"아기의 비밀이라니, 이 아이가 행운의 아이라는 거 말이야?"

[팀]
"응."

[윌]
"그 말은, 또 노려질 수도 있다는 거예요?"

[팀]
"그야, 큰 벌이가 된다는 걸 알게 되면 원하는 인간이 생기는 건 이상하지 않아."

[닉]
"큰일이잖아요!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겠어요!"

[조지]
"……."

[윌]
"아기한테서 눈을 떼면 안 되겠어요, 단장님!"

[조지]
"……."

[닉]
"단장님?"

[조지]
"어!? 아, 으, 응. 그렇지. 그렇고말고."

[팀]
"……."

-

[아기]
"새근― 새근―."

[닉]
"단장님, 이제 교대해요. 조금 잠을 자두세요."

[윌]
"이제 저희가 볼게요."

[조지]
"어어, 그래."
"윌, 닉, 요즘의 루미너스 서커스단을 어떻게 생각하지?"

[닉]
"어떻게냐니……."

[윌]
"잘 돼 가고 있잖아요. 연일 만원사례에 손님들도 좋아해 주니까요."

[닉]
"응응."

[조지]
"닉, 레오 일은 미안했다."

[닉]
"아뇨…… 레오 일은 확실히 충격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지요. 그대로면 레오 줄 먹이도 없을 상황이었으니까요."

[윌]
"왜 그러세요, 단장님? 그런 표정을 지으시고. 이제야 이전의 루미너스 서커스단처럼 활기가 돌아왔잖아요?"

[닉]
"그래요. 빅한 게스트를 불러서 한 방에 역전하겠다고 했잖아요. 결국 빅한 게스트에게는 속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대로 됐어요."

[조지]
"음, 그렇지……."

[윌]
"이제 걱정할 거 없어요. 연습하지 않아도 쇼는 잘 되고 손님도 엄청 좋아해 주니까요."

[닉]
"맞아 맞아, 저 아이만 있으면 루미너스 서커스단은 평탄할 거예요!"

[조지]
"……. 오늘 밤은 내가 이 아이를 보도록 하지. 둘 다 내일 쇼를 위해서 자두도록 해."

[닉]
"엇, 그래도 괜찮겠어요?"

[윌]
"아무쪼록 조심하세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주세요!"

-

[시스터]
"……사정은 잘 알겠습니다. 저희가 맡도록 하지요."

[조지]
"잘 부탁합니다."

[시스터]
"이 아이와 당신께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아기]
"새근― 새근―……."

[조지]
"……."

-

[팀]
"조지."

[팀]
"!! 팀, 왜 여기에……."

[팀]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들어서."

[조지]
"네 말이 맞았어. 다른 것에 의지하는 건 처음부터 잘못됐던 거야."
"……팀, 서커스단에 들어왔을 때를 기억하고 있어?"

[팀]
"그래. 조지도 나도 견습 어릿광대고, 무엇 하나 만족스럽게 하지 못했지."

[조지]
"그 시절은 연습도 쇼도 재미있어서 정신이 없었지. 하루하루가 축제 같았어. 단장님도 손님도 모두가 웃는 얼굴이 되는 서커스가 정말 좋았어."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돈만 생각하게 된 게……."
"그 아이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행복할 거야.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일 없이 끝나겠지. 그럼 된 거야."

[팀]
"단장이 정한 일이라면 반대하지 않아."

[조지]
"……고마워, 팀. 윌과 닉은 화낼까?"

[팀]
"조지가 루미너스 서커스단을 위하는 건 모두 알고 있어."

[조지]
"응……."

-

[닉]
"으와악! 큰일 났어요, 단장님! 동물들이 인형 탈로――!"

[윌]
"그네가 엉망이야!"

[닉]
"어라!? 아기는 어디 있어요!?"

[조지]
"미안하네, 눈치챘을 때는 이미 사라져 있었어."

[닉]
"네에!? 사라졌다니……."

[윌]
"어젯밤에 단장님이 보겠다고 했잖아요!"

[조지]
"미안하군."

[윌]
"빨리 찾으러 가요!"

[팀]
"이제 와서 무리지."

[닉]
"그럴 수가――!"

-

[이즈미]
(마법이 풀린 루미너스 서커스단은 이전처럼 서투른 쇼를 관객 앞에서 피로하게 되고…….)

[손님A]
"때려치워―!"

[손님B]
"환불해라―!"

[손님B]
"두 번 다시 오나 봐라!"

-

[윌]
"……."

[닉]
"……."

[조지]
"오늘은 어쩔 수 없지! 내일은 기분을 전환하고――."

[무쿠]
"이제 그만둘게요."

[조지]
"뭐!?"

[닉]
"맹수도 없는데 어떻게 재주를 부려요."

[윌]
"저도 그네가 없으면 날 수 없어요. 단장님도 따라갈 수 없고요."

[닉]
"실례하겠습니다."

[조지]
"둘 다――."

-

[조지]
"후우……. 이것도 당연한 결과인가…… 내가 루미너스 서커스단 최후의 단장이 될 줄이야……."

[이전 단장]
"여러분, 주목해주세요! 이어서 화려한 공중 그네 쇼―!"

[조지]
"!? 저, 저건……? 그럴 수가, 설마, 저 선배는 이제 없는데――."

[이전 단장]
"이어서 맹수 조련사!"

[사자]
"크르르릉!"

[손님A]
"와아아!"

[손님B]
"대단해!"

[이전 선배]
"조지, 팀! 빨리 소도구를 가져와!"

[이전 조지]
"네!"

[조지]
"――. 그래, 저 시절엔 아무것도 못했었지. 무엇 하나…… 지금과 다를 것 없어.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되는 거야."

[이즈미]
(추억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후회, 조지의 인간미 넘치는 감정이 전해져.)
(호마레 씨는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아. 조지를 이렇게 풍부한 감정을 담아 매력적으로 연기하는걸.)

-

[팀]
"조지? 거기 있어?"

[조지]
"팀! 이걸 봐, 저기에 예전 선배들이――!"

[팀]
"예전 선배? 무슨 말이야?"

[조지]
"――. 아까, 저기서 예전 루미너스 서커스단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팀]
"?"

[조지]
"닉과 윌을 불러주겠어? 한 번 더 얘기해보고 싶어."

[이즈미]
(조지는 닉과 윌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화해하고, 다시 하나부터 시작하기로 정한다.)

-

[이즈미]
(그리고 시간은 흘러――.)

[성장한 아기]
"있잖아, 이번에 서커스단이 이 마을에 온대!"

[시스터]
"어머, 꽤 오랜만이네. 10년만인가?"

[성장한 아기]
"나 그때는 태어나기 전이었어."

[시스터]
"그렇지, 네가 딱 갓난아기일 때야."

[성장한 아기]
"기대된다. 마법 같은 환상을 보여주는 대인기 서커스단이래."

[어린이]
"저기, 서커스단 차가 왔어!"

[성장한 아기]
"진짜!? 보러 가자!"

[이즈미]
(활기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리는 속에서, 루미너스 서커스단의 서커스 텐트가 떠오른다…….)

-

[호마레네 할머니]
…….

[이즈미]
(호마레 씨의 마음, 할머니께도 분명 전해졌을 거야.)

-

[카즈나리]
고마워―!

[사쿠야]
감사합니다!

[무쿠]
감사합니다!

[호마레네 할머니]
……고맙구나.

[호마레]
――.
감사합니다.

-

[호마레네 할머니]
…….

[이즈미]
아리스가와 씨!

[호마레네 할머니]
――.

[이즈미]
호마레 씨를 만나고 가지 않으시게요? 분명 감상을 듣고 싶을 거예요.

[호마레네 할머니]
……본가에 돌아왔을 때 말할게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좀처럼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딸아이가 항상 적적해하고 있어요. 이전엔 자주 왔었는데. 그만큼 여기가 즐겁다는 거겠지요.

[이즈미]
호마레 씨에게 그렇게 전해줄게요.

[호마레네 할머니]
부탁할게요. 그럼――.

[호마레]
할머님!

[호마레네 할머니]
――감상이라면 집에서 말해주마.

[호마레]
기다려주세요. 이것만――.

[호마레네 할머니]
시계?

[호마레]
회중시계를 받은 답례를 아직 하지 않았으니까요.

[호마레네 할머니]
…….

[호마레]
할아버님과의 추억의 물건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후에 아무리 수리해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호마레네 할머니]
그래. 처분할 거니?

[호마레]
아뇨. 설령 움직이지 않아도, 이 시계에는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어요. 할아버님의 추억, 할머님의 추억, 그리고 이 극단에서 생긴 동료들과의 추억…….
시계의 역할은 할 수 없는 고물이라도 전혀 쓸모없는 물건은 아니에요.
저는 그것을 이 극단에서 배웠습니다. 이 시계와 같은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준 장소예요.

[호마레네 할머니]
……소중히 하려무나.

[호마레]
네. 오늘은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호마레네 할머니]
…….

[호마레]
엇…….
지금―― 할머님께서 웃었어! 이건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중대사야!

[이즈미]
최고의 감상이네요.

[호마레]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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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오]
사모님――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

[호마레네 할머니]
초대장?
"아모레~ 메모리 평온한 이터널……."
……참견쟁이구나. 그이와 똑 닮았어.
오늘 밤에 외출할게요. 차를 준비해주세요.

[타카오]
알겠습니다.

-

[호마레]
――아아, 간직해둔 열기에 대기가 떨리는군.
지금이야말로 극장의 중심에 등불이 깃들 때――!

[이즈미]
!? 무슨 일 있어요, 호마레 씨!?

[호마레]
왜 그러지? 나는 평소처럼 시를 읊은 것뿐이야.

[이즈미]
아무리 봐도 평소처럼이 아니었는데요.

[사쿠야]
저, 처음으로 호마레 씨 시의 의미를 알았어요!

[무쿠]
저도요! 개연 전의 극장의 모습이 전해져서 근사해요!

[카즈나리]
어떡해! 아리린 신경지!?

[호마레]
음, 의상의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군.

[이즈미]
……혹시 호마레 씨 긴장했어요?

[호마레]
긴장하지 않았네. 그저 조금 심장의 고동이 격하고 거동이 이상할 뿐이야.

[이즈미]
그걸 긴장했다고 하는 게 아닌지…….

[카즈나리]
아리린이 긴장하다니 별일이네.

[사쿠야]
오늘 무슨 일 있어요?

[호마레]
아무 일도 없네, 평소와 똑같아. 아주 평범한 공연 날이지.

[이즈미]
(괜히 더 부정하는 게 점점 수상해…….)
――아, 그러고 보니 호마레 씨네 할머니께 드린다는 초대 티켓 첫날 거였죠.

[무쿠]
혹시 할머니께서 보러 오셔서 그래요?

[호마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할머니라면 공연 때마다 몇 분이나 오고 있는데. 자, 저기에도, 여기에도, 거기에도, 머리 위에도――.

[사쿠야]
그런 곳에는 없어요!

[이즈미]
(아무리 봐도 긴장했어…….)

[카즈나리]
아리린, 릴렉스! 자, 원진 짜자!

[호마레]
그, 그래!

[카즈나리]
서커스니까 다 같이 한쪽 손을 들어서 서커스 텐트를 만들고――.

[호마레]
예술적이라 무척 좋군!

[카즈나리]
그치!

[무쿠]
구호는 단장님이 부탁드려요!

[호마레]
음! 그럼 관객들의 미소를 위해―― 루미너스 서커스단, 개연!

[카즈나리]
오―!

[사쿠야]
오오―!

[무쿠]
가요!

[이즈미]
다녀와!

[호마레]
음. 다녀오지, 감독군.

[이즈미]
(평소대로 돌아왔어, 진정이 됐나 봐. 다행이다!)

-

[호마레네 할머니]
…….

-

[조지]
"이야아, 제군! 오늘 밤 쇼 준비는 끝났나!?"

[윌]
"끝났을 리 없잖아요, 단장님! 이걸 보세요, 이 그네! 난간이 빠져서 매달릴 수 없어요."

[조지]
"문제없어. 로프에 매달리면 되지! 그래, 공연명은 《정글의 타잔 쇼》로 정했어!"

[윌]
"저는 곡예사예요! 타잔이 아니라요!"

[닉]
"그보다 맹수가 한 마리도 없는데 어떻게 쇼를 하라는 거예요!?"

[조지]
"그렇다면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이걸 쓰는 거야!"

[닉]
"인형탈……?"

[조지]
"팀, 넌 코끼리를 해라. 윌은 사자다."

[닉]
"이런 애들 장난 같은 걸로 손님이 납득할 리 없잖아요!?"

[팀]
"조지, 큰 공이 찢어져서 공타기도 못해."

[조지]
"그럼 윌, 네가 큰 공 역할이다!"

[윌]
"적당히 좀 하세요!"

[이즈미]
(호마레 씨도 카즈나리 군도, 사쿠야 군도 무쿠 군도 안정됐어. 정말 즐겁게 연기하는 게 전해져서, 보고 있는 쪽도 즐거워져.)

-

[팀]
"뿌우――."

[윌]
"크르르르릉!"

[손님A]
"때려치워―!"

[손님B]
"환불해라―!"

[손님A]
"진짜, 손님을 깔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손님B]
"두 번 다시 오나 봐라!"

[조지]
"기다려주세요, 손님! 이제 곧 빅한 게스트가――."

[손님]
"가겠어!"

-

[닉]
"하아……."

[윌]
"좀 더 낮게 울었으면 괜찮았을까……."

[팀]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조지]
"기운을 내거라! 빅한 게스트가 도착하면 손님도 많이 올 거야! 그러면 그네도 고칠 수 있고 맹수도 데려올 수 있어!"

[닉]
"그 빅한 게스트라는 건 언제 오는데요?"

[윌]
"출연 교섭하고 꽤 많이 지났지요."

[조지]
"이제 곧 올 거야! 출연료도 벌써 지급했으니까!"

[닉]
"애초에 TV 방송이나 쇼에서 모시려고 난리 난 초 유명인이 이런 작은 서커스단 쇼에 나와 줄까요?"

[윌]
"어쩌면…… 속은 거 아닐까요!?"

[조지]
"설마, 그럴 리가~"

[닉]
"있는 건 전부 팔아서 돈을 마련했는데 속은 거라니, 앞으로 어떡할 거예요!?"

[윌]
"쇼도 못 하고 돈도 없으면 이제 끝난 거잖아요!"

[조지]
"제군, 진정하거라! 게스트는 내일이라도 도착할 거야!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 저녁을 먹고 내일에 대비해 쉬자!"

[팀]
"조지, 식사할 돈이 없어."

[조지]
"무슨 말이야? 오늘 티켓값이 있을 텐데――."

[팀]
"환불 신청이 쇄도했으니까. 전부 없어졌어."

[윌]
"네에에!?"

[닉]
"그럴 수가~!"

[조지]
"제군, 걱정할 것 없다! 내게 생각이 있어!"

[호마레네 할머니]
…….

[이즈미]
(호마레 씨네 할머니, 표정이 별로 변하지 않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입가가 웃음을 띤 것 같아. 재밌게 봐주시고 계신가 봐.)

-

[시스터]
"다음 분 오세요."
"여러분께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닉]
"단장님 생각이란 게 수도원 무료 배식이었어요……?"

[윌]
"오늘 저녁은 감자 수프 한 그릇인가……."

[팀]
"아마 내일도."

[닉]
"하아~……."

[조지]
"내일은 게스트 덕분에 진수성찬을 먹을 수 있을 거야. 오늘은 이걸로 위를 편안하게 해두자."

[윌]
"단장님의 그 낙관적인 생각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거예요?"

[닉]
"부럽네요."

-

[조지]
"이런?"

[아기]
"응애, 응애."

[윌]
"갓난아기!? 왜 이런데――."

[팀]
"버려진 것 같아."

[조지]
"이런 곳에 있으면 몸이 식을 거야. 서둘러서 안으로 옮기자!"

-

[아기]
"응애, 응애."

[닉]
"배고픈 건가? 엉덩이가 불편한가?"

[조지]
"착하지, 착해."

[윌]
"엄마를 찾는 게 좋지 않아?"

[팀]
"쓸데없어. 그런 데 두고 가는 엄마잖아, 또 다른데 버리는 게 고작일걸."

[닉]
"그럼 어떻게 해요?"

[팀]
"보육원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 수도원에서 보육원도 운영하는 듯하니까……."

[아기]
"까르륵……."

[조지]
"이거 보거라, 웃었어!"

[윌]
"추웠던 것뿐인가?"

[조지]
"이 애한텐 줄타기를 가르쳐야지! 이 얼굴은 줄타기를 잘할 얼굴이야!"

[닉]
"그게 어떤 얼굴인데요."

[팀]
"애초에 우리는 애를 기를 여유가 없어. 분유값도 없으니까."

[윌]
"맞아요, 우리도 못 먹고 있는데."

[조지]
"걱정할 것 없어. 내일 게스트가 오면 아기 한 명이나 두 명, 오십 명이라도 어떻게든 될 거야."

[팀]
"조지, 게스트가 진짜로 올지 모르잖아. 그 애를 굶어 죽게 할 생각이야?"

[조지]
"하지만……."

[아기]
"까르륵, 까르륵."

[닉]
"그래그래, 귀여워라. 이 애, 레오가 어릴 때랑 닮았어."

[윌]
"새끼 사자랑 같은 취급 하지 마."

[조지]
"자, 이런 시간에 다시 밖에 내보내는 것도 불쌍하니 오늘 하루 정도는 여기에 두는 게 어떻겠나."

[팀]
"분유 살 돈은?"

[조지]
"그건, 그…… 그래! 이 지팡이를 전당 잡으면 돼!"

[팀]
"조지, 그건 네가 단장이 됐을 때 받은 소중한 거잖아."

[조지]
"무얼, 바로 되찾을 수 있어."

-

[아기]
"새근― 새근―……."

[조지]
"그래 착하지."

[닉]
"단장님, 큰일 났어요!"

[조지]
"무슨 일이지? 혹시 게스트가 도착――."

[닉]
"사자가, 레오가 돌아왔어요!"

[조지]
"뭐야?"

[팀]
"아니 돌아왔다기 보다, 정확히는 인형 탈이 사자가 됐어."

[닉]
"코끼리도 있어요!"

[윌]
"게다가 그네랑 공타기에 쓰는 큰 공, 도구가 전부 고쳐져 있어요! 기적이에요!"

[조지]
"뭐라고!?"

[팀]
"참고로 게스트는 전혀 올 기색이 없어."

[조지]
"이상하군,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윌]
"진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닉]
"맞아요, 이제 쇼를 할 수 있어! 개연 준비를 해요!"

-

[조지]
"자 그럼, 처음에 등장하는 건 공중에서 화려하게 춤추는 공중그네 타기 윌입니다!"

[윌]
"핫!"

[손님A]
"와아아!"

[윌]
"이얏!"

[손님B]
"대단해! 저렇게 높은 데서 한 바퀴 돌았어!"

[손님C]
"날개가 달린 것 같아!"

[이즈미]
(사쿠야 군, 서커스를 하고 싶어서 미스미 군한테 이것저것 물어봤던 모양이던데, 연습도 열심히 했겠지. 그 성과가 나오고 있어.)

[조지]
"이어서 어릿광대 팀!"

[팀]
"얍 얍 얍."

[손님A]
"저 어릿광대, 공 위에서 저글링을 하고 있어!"

[손님B]
"공에 다리에 붙어있는 것 같아."

[손님C]
"그 말을 할 거면, 던지는 공도 마치 손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

[이즈미]
(카즈나리 군은 역시 재주가 좋아. 표표한 팀의 역할분석도 완벽하고, 주연인 조지를 자연스럽게 받쳐주고 있어.)

[조지]
"다음은 맹수조련사 닉과 사자 레오!"

[사자]
"어흥!"

[닉]
"가자, 레오!"

[손님A]
"와아! 고리를 넘었어!"

[손님B]
"저런 사자를 잘도 길들였군."

[이즈미]
(무쿠 군도 생기가 넘쳐. 이런 판타지 세계관은 잘 어울리지.)

-

[조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손님A]
"재밌었어~!"

[손님B]
"또 보고 싶어!"

-

[닉]
"해냈다, 대성공이야!"

[윌]
"이제 오늘 저녁을 먹을 수 있어!"

[조지]
"대단하구나, 윌. 요즘엔 그네가 고장 나서 연습도 못 했는데."

[윌]
"마치 마법처럼 몸이 가벼웠어요!"

[팀]
"닉도, 그런 단기간에 잘도 말을 듣게 만들었네."

[닉]
"그게, 제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순순히 재주를 부려줬어요."

[팀]
"나도 밸런스가 흔들려도 큰 공에서 안 떨어졌고, 어디로 던지든 공이 손으로 돌아왔어."

[조지]
"마치 마법 같구나."

[아기]
"응애, 응애."

[닉]
"아, 슬슬 분유 먹을 시간인가?"

[조지]
"그래! 분명히 이 애가 행운의 사자였던 거야! 이 애가 행운을 가지고 와준 거야!"

[팀]
"설마……."

[윌]
"하지만 확실히 애가 오자마자……."

[닉]
"그럼 진짜로……?"

[조지]
"틀림없어!"

[아기]
"응애, 응애."

[팀]
"어쨌든 분유를 먹이는 게 어때? 조지."

[이즈미]
(무엇보다 호마레 씨의 조지…… 조금 독특하고 고집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어. 호마레 씨한테 딱 어울려.)
(관객을, 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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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위스키라니 별일이군.

[아즈마]
가끔은 좋잖아.

[츠즈루]
유키시로 씨, 진짜 다양한 술을 알고 있네요.

[아즈마]
알고 싶으면 여러 가지로 가르쳐줄게.

[츠즈루]
가, 감사합니다.

[타스쿠]
처음에 아즈마 씨를 기준으로 하면 틀림없이 과음할 테니까 조심해.

[가이]
규격 외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아즈마]
왠지 말이 심한걸.

[이즈미]
다녀왔어.

[카즈나리]
다녀왔어―.

[호마레]
지금 돌아왔네.

[아즈마]
어서 와.

[츠즈루]
어서 오세요.

[호마레]
마침 잘 됐군, 츠즈루 군! 나를 서커스단에 넣어주겠나?

[츠즈루]
네?

[호마레]
단원은 다 모였네.

[카즈나리]
네네―!

[사쿠야]
네!

[무쿠]
저도 들어가고 싶어요!

[이즈미]
그 서커스 소재 각본, 호마레 씨한테 말했어.

[츠즈루]
아, 그거 말이군요.

[호마레]
사적인 일을 개입시켜 미안하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서커스의 추억을 선물하고 싶네.

[츠즈루]
원래 서커스 소재는 아리스가와 씨가 낸 거잖아요.

[호마레]
음,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어쩌면 머릿속 어딘가에 그 그림이 남아있던 것일지도…….

[츠즈루]
주역인 조지는 아리스가와 씨를 이미지 했어요. 저도 꼭 부탁하고 싶어요.
그리고 소중한 사람에게 공연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은 저도 아니까요.

[호마레]
고맙네.

[타스쿠]
무난하게 멤버가 정해진 것 같네.

[아즈마]
다음 믹스 공연도 좋은 쇼가 되겠어.

[가이]
그래. 아리스가와의 서커스라…… 기대되는군.

-

[손님]
네가 미요시 카즈나리 군?

[카즈나리]
네.

[손님]
이 그림은 물을 표현한 게 포인트니?

[카즈나리]
네, 음영으로 수면의 흔들림을 표현했어요. 흐름과 입체감을 내는 데 애먹었지만요.

[손님]
그렇구나…… 이거 파는 거지?

[카즈나리]
네? 네…….

[손님]
그럼 내가 살게.

[카즈나리]
네!? 이걸로 괜찮아요!?

[손님]
훌륭한 그림이야.

[카즈나리]
가, 감사합니다. 저쪽에서 절차를…….

[손님]
응. 앞으로도 힘내.

[카즈나리]
네. …….

[호마레]
납득이 안 가는듯하군.

[카즈나리]
아리린, 와줬구나.

[호마레]
이 그림은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않았나?

[카즈나리]
만족스럽지 않은 건 아닌데, 금액만큼의 가치가 있나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어. 지금까지는 돈은 생각 안 하고 그렸으니까 뭔가 개운하지가 않아.
저 손님에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그림이 됐을까?

[호마레]
자네에게 그 금액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와는 별개로, 저 손님에게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겠지. 그림도 시도 그 가치는 보는 사람, 들은 사람 개개인이 정하는 법이야.
나 또한 제작자로서 자네의 기분은 알겠네. 하지만 받는 사람이 정하는 가치는 잔혹할 만큼 만든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이 없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말이야.
그러니 가치는 생각하지 말고 자네가 납득이 가는 그림을 그려나가면 돼. 하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그림에 불안을 느낄 필요는 없어.
그도 그럴게 자네는 이 그림에 무언가 마음을 담아 그리지 않았나?

[카즈나리]
――그렇지. 역시 아리린이야!

[호마레]
그런데 여기는 포스트 카드는 없나? 소중한 사람에게 주고 싶은데.
가능하면 서커스 그림이 좋겠어.

[카즈나리]
그런 거라면 특별히 오더메이드 해줄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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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마레]
할머님.

[호마레네 할머니]
어머, 그 그림 벌써 고친 거니?

[호마레]
아뇨――.

[호마레네 할머니]
?

[호마레]
할머님께 소중한 건 이 그림 자체가 아니라 그림에 관련된 추억이셨군요. 수복이라니, 엉뚱한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사쿠야 군과 무쿠 군 덕분에 소중한 건 물건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호마레네 할머님]
저 두 사람 말이구나.

[사쿠야]
아뇨! 전 아무것도!

[무쿠]
저도 대단한 건 안 했어요.

[호마레네 할머니]
그래…… 당신들은 시인과 화가이면서 조금 융통성이 없군요.

[호마레]
윽…….

[카즈나리]
아하하…….

[호마레네 할머니]
뭐,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호마레]
이 그림은, 할머님께서 할아버님께 선물한 그림인가요?

[호마레네 할머니]
……그렇단다.

-

[호마레네 할아버지]
미야코 씨, 이쪽으로 와주겠어?

[호마레네 할머니]
무슨 일인가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자, 어때?

[호마레네 할머니]
이건?

[호마레네 할아버지]
그림 도구야.

[호마레네 할머니]
그건 보면 알아요. 누가 쓰는 건가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나와 당신이지.

[호마레네 할머니]
저는 하이쿠를 짓는 사람이지 그림 소양은 전혀 쌓지 않았어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나도 그래.
오늘 있었던 즐거운 추억을 잊지 않게 그려서 남겨놓고 싶었어.

[호마레네 할머니]
사진을 찍으면 어떤가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그럼 재미없지 않나. 그리고 사진은 그 속마음까지는 남길 수 없어.
나는 지금 이 마음속 고양된 기분을 남기고 싶은 거야.

[호마레네 할머니]
그런 건 하이쿠로 충분해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하이쿠는 당신이 너무 유리하지 않나.

[호마레네 할머니]
이건 승부인가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그런 건 아니지만, 둘이서 시행착오를 하는 것도 즐거울 거라 생각해.

[호마레네 할머니]
……하아. 알겠어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고마워.

-

[호마레네 할아버지]
…….

[호마레네 할머니]
…….

[호마레네 할아버지]
음, 그림에서는 나도 당신도 역량이 비슷하군.

[호마레네 할머니]
이런 그림은 남에게 보여줄 게 못 되네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그렇지 않아. 이 곰은 정말 잘 그렸는걸.

[호마레네 할머니]
코끼리예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듣고 보니 그렇게 보이는군. 무얼, 몇 장 연습해 보면 더 잘 그리게 될 거야.

[호마레네 할머니]
……하아.

-

[호마레네 할머니]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나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으음…… 나는 이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드는군. 어릿광대지?

[호마레네 할머니]
네, 잘 알아봤네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당연하지. 그리고 이건 코끼리로군.

[호마레네 할머니]
서커스 텐트예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잘 보니 그렇게 보여.

[호마레네 할머니]
…….

[호마레네 할아버지]
음, 정말 좋아. 이걸 내가 받아도 될까?

[호마레네 할머니]
그런 못 그린 그림의 어디가 마음에 든 건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당신의 미소가 이 안에 담겨있는 것 같아.

[호마레네 할머니]
……하아. 알겠어요. 그럼 오늘의 답례로 드리도록 할게요.

-

[호마레네 할머니]
놀릴 마음으로 그런 메시지를 남겼는데…… 그 사람은 그림의 답례로 회중시계를 주었지요.

[호마레]
그랬었군요.

[호마레네 할머니]
함께 이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했던 그이와의 추억이 내게는 소중한 보물이에요.
저렇게 못 그린 그림에 가치는 없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당신들 말이 맞아요.

[카즈나리]
――.

[호마레네 할머니]
이 그림에 담긴 추억이 있죠. 그건 간단하게 버릴 수 없는 거예요. 포기할 수 없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이 그림은 수복하지 않고 이대로 가져갈게요. 이렇게 됐지만, 소중한 것에는 변함없으니까요.
수복해서 남의 손을 타는 것보다는 분명 이대로 두는 게 좋아요.

[카즈나리]
그래. 알았어.

[호마레네 할머니]
깔끔하게 말려줘서 고마워요.
다음에는 네 그림을 보여주렴.

[카즈나리]
그럴게!

[타카오]
실례합니다. 호마레 님.

[호마레]
무슨 일이지?

[타카오]
그림의 사진을 찾았습니다.

[호마레]
정말인가!?

[타카오]
리폼 업자가 참고삼아 찍어간 사진에 찍혀있었습니다.

[이즈미]
이, 이건…….

[호마레]
거봐, 내가 그린 그림하고 똑같지?

[카즈나리]
진짜네! 아리린 굉장해!

[이즈미]
(설마 진짜로 그 그림이었을 줄이야…… 코끼리라고 했던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겠어.)
(글재주라고는 해도, 호마레 씨의 재능은 할머니 유전이구나.)

-

[호마레]
자네들 덕분에 할머님의 마음을 알 수 있었어. 고맙네.

[사쿠야]
아녜요…… 호마레 씨가 할머니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전달된 거예요.

[무쿠]
아리스 씨는 할머니를 좋아하네요.

[호마레]
아니, 난 또 사람의 마음이란 걸 알지 못했어. 정말이지 어렵군. 나도 아직 멀었어.

[카즈나리]
그건 아리린 뿐이 아냐! 나도 그랬어, 똑같아!

[호마레]
흐음…… 유키 군의 말대로 커뮤력 좋은 남자인 카즈나리 군 조차도 그렇다니.

[카즈나리]
맞아 맞아, 그래도, 모르더라도 제대로 상대를 생각하면서 잔뜩 얘기하면 괜찮아!

[호마레]
그런가…… 그렇지.

[무쿠]
결국 리폼 얘기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호마레]
그곳은 그대로 두기로 했어. 살풍경하지만, 그곳에는 할머님과 할아버님의 추억이 담겨 있으니까.
그대로 두는 게, 할머님은 가장 좋아할 거라 생각해.

[이즈미]
그렇구나…… 분명 할머니께서도 기뻐하실 거야.

[호마레]
음……. 할아버님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고 의연하게 앞을 바라보는 할머님을 보고, 줄곧 강하고 냉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어.
하지만 분명, 그렇지 않았겠지. 할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물론이고, 그 그림이 엉망이 됐을 때도 슬퍼하셨을 거야.
태풍을 없던 일로 하는 곡예는 못하지만, 뭔가 할머님을 웃음 짓게 만들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카즈나리]
할머니가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새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

[호마레]
음…….

[이즈미]
――그럼 딱 맞는 방법이 있어. 그치, 사쿠야 군?

[사쿠야]
네?

[이즈미]
왜, 서커스라면…….

[사쿠야]
아앗!!

[호마레]
무슨 말이지?

[사쿠야]
있어요! 할머니를 웃게 할 특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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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쿠]
어라, 감독님, 아리스 씨.

[이즈미]
둘 다 어서 와. 어디 갔었어?

[사쿠야]
저번에 본 영화 만화 판이 나와서 서점에서 사 왔어요.

[카즈나리]
호~ 그랬구나.

[무쿠]
그 그림은 뭐예요?

[이즈미]
그게…….

-

[무쿠]
그런 일이 있었군요.

[카즈나리]
어떻게든 수복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호마레]
그런데 할머님은 소중한 그림이면서 그다지 수복을 내켜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았어. 원래 그림의 정보에 대한 것도 가르쳐 줄지 어떨지…….

[카즈나리]
곤란하네―. 어떡하지…….

[호마레]
어째서, 할머님은 수복을 꺼리는 것일까.

[사쿠야]
애초에 그 그림은 왜 호마레 씨네 할머니께 소중한 것일까요? 무척 마음에 든 그림인 걸까요?

[호마레]
왜…… 왜일까. 그리고 보니 이유를 들은 적은 없군.

[사쿠야]
보물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거잖아요.
저도 이 극단에 와서 소중한 건 많이 생겼지만, 보물이 뭐냐고 물어보면 간단하게 고를 수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마음에 든 것뿐이 아니라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호마레]
이유라…… 으음.

[무쿠]
예를 들어 할아버지랑 관계가 있다던가?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엄청난 연애 끝에 결혼하셨다고 했죠?

[호마레]
음. 그 가능성은 있을 수 있겠군. 하지만 할아버님에 대한 기억은 별로 많지 않아. 기억하는 건――.
할아버님의 그림, 이라…….

-

[호마레]
……할아버님?

[호마레네 할아버지]
응? 호마레냐. 무슨 일이니?

[호마레]
할머님이 차 준비가 다 됐다고 하세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고맙구나. 바로 가마.

[호마레]
회중시계 또 고장 났어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그래. 하지만 벌써 고쳐졌어.
요즘엔 부품도 귀해져서 다루기 어려워졌지. 나도 가까이 있는 게 잘 안 보이게 됐고, 이 시계도 나도 나이를 먹었군.
벌써 30년 이상 됐나…….

[호마레]
……?

[호마레네 할아버지]
이 그림이 그려진 것도 딱 이 시계를 샀을 시기였단다.
이 그림은 네 할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이지.

-

[호마레]
그렇지. 할머님과의 소중한 추억, 그렇게 말씀하셨어. 정작 뭐가 그려져 있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어쩌면 이 그림에도 할아버님의 메시지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카즈나리]
아! 뒤에 뭔가 쓰여있어!

[호마레]
'참견쟁이 당신에게 사랑을 담아서. 미야코.'

[이즈미]
어?

[카즈나리]
미야코는 할머니 성함?

[호마레]
음…….

[카즈나리]
아리린네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준 걸까?

[호마레]
분명 할아버님이 선물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즈미]
보물이라고 하면 선물 받았다는 느낌이 나니까.

[무쿠]
어쩌면 보물이란 건 그 그림을 말하는 게 아닐지도.

[호마레]
무슨 뜻이지?

[무쿠]
할아버지께서 소중한 추억이라고 하셨다면서요.
그러니까 분명 그 그림에는 두 분의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어서, 그 추억을 보물이라고 한 게 아닐까요?

[이즈미]
그렇구나. 그림이 아니라 추억이 소중하니까 그렇게 말씀하신 건가?

[호마레]
물건이 아니라 추억…… 그렇구나.
나는 아직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카즈나리]
나도 쓸데없는 짓을 했나 봐.

[이즈미]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분명 할머니도 기쁘셨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수복하는 걸 허락해줬을 리 없어.
내일 한 번 더 만나서 얘기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고 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을지 다시 생각해보자.

[호마레]
음, 그래.

[카즈나리]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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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마레]
……흠.
(꽤 조용해졌군. 태풍은 무사히 지나간 모양이야.)

[히소카]
……새근새근.

[호마레]
(조금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어…….)
――음, 또 고장 났나. 타스쿠 군이 고쳐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빈번하게 부탁하는 것도 미안하니 당분간 이대로 두도록 하자.)

-

[이즈미]
와아…… 훌륭한 저택이야. 영화에 나올 것 같아.

[카즈나리]
문호가 살 것 같아! 진짜 쩔어! 인스테 올려도 돼!?

[호마레]
상관없네.

[카즈나리]
인테리어도 공들였고, 엄청 아리린 느낌.

[이즈미]
그러게. 호마레 씨가 여기서 자랐다는 걸 알겠어.

[호마레]
그런가? 자, 별장은 이쪽이네.

-

[호마레]
!? 이건――.

[이즈미]
창문이 깨졌어. 혹시 태풍이……?

[호마레]
안을 확인해야 해.

-

[호마레네 할머니]
어머, 돌아왔구나.

[호마레]
할머님! 이런 곳에 있으면 위험해요.

[호마레네 할머니]
괜찮아요. 조금 어질러진 것뿐이니까.

[호마레]
그림이…….

[호마레네 할머니]
비가 들이치는 곳에 있었던 모양이에요.

[호마레]
바로 수복하도록 하죠.

[호마레네 할머니]
아뇨, 그럴 필요 없어요. 액자에 넣지 않은 내 잘못이죠.

[호마레]
하지만 보물이라고――.

[호마레네 할머니]
물건은 언젠가 망가집니다. 그게 지금이었을 뿐이죠.

[호마레]
그렇지 않아요! 망가져도 이 회중시계처럼 고치면――.

[호마레네 할머니]
이미 멈췄네요.

[호마레]
――. 그런, 지금까지는 시간이 안 맞을 뿐이었는데…….

[호마레네 할머니]
원래대로 돌아가지는 못해요. 이 시계도, 이 그림도.
개장공사를 할 때까지 여기는 이대로 두도록 하죠. 호마레도 들어오지 마세요.

[호마레]
…….

[카즈나리]
잠깐만.

[호마레네 할머니]
?

[카즈나리]
이 그림 수복 나한테 맡겨줄래?
나도 그림을 그리고 있고, 이대로 포기하는 건 그림을 그린 사람도 가여우니까.

[호마레네 할머니]
…….

[카즈나리]
이 그림을 그린 사람도 분명 무언가를 생각하며 그렸을 거야. 그걸 모르게 되다니 서운하잖아.

[호마레네 할머니]
……좋을 대로 하세요.

[카즈나리]
아리린, 맘대로 해서 미안해.

[호마레]
아니, 고맙네. 카즈나리 군.

[이즈미]
나도 수복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물론 원래대로는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지 않을까.

[호마레]
음. 내 생각도 같아.

[카즈나리]
그럼 열심히 할게! 이 그림 원래 상태를 알 수 있는 사진 줄래?

[호마레]
원래 상태…….

[이즈미]
혹시 없어요……?

[호마레]
아, 아니, 저택의 고용인이 가지고 있을 걸세! 찾아보라고 하지!

-

[카즈나리]
아리린, 그림 다 말랐어―. 사진 있었어?

[호마레]
으음…… 그게, 아무리 찾아도 한 장도 보이지 않아.

[이즈미]
네에!? 그래요!?
으―음, 원래 어떤 그림이었는지 알 수 없으면 어떻게 수복해야…….

[호마레]
좋아, 내가 기억해서 그리지!

[이즈미]
기억해서!? 그, 그건 조금 어떨지…….

[카즈나리]
아! 그럼 시험 삼아 러프를 그려볼래?

[호마레]
그러지. 분명…… 여기는 이렇고, 이래서, 이런 느낌의 그림이었네!

[이즈미]
이, 이건…….

[카즈나리]
으―음…… 이거 무슨 그림일까?

[호마레]
그건, 나도 모르겠지만…….

[이즈미]
호마레 씨도 몰라요……!?

[호마레]
어쨌든 이런 그림이었던 것은 틀림없네!

[이즈미]
(뭐, 뭐어, 예술은 여러 종류가 있으니까 절대 이럴 리 없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아무리 봐도 낙서로밖에 안 보이지만.)

[카즈나리]
꽤 개성적이라 완벽하게 모사하는 건 어려울지도…….

[호마레]
으음, 그런가…….

[무쿠]
다녀왔어―.

[사쿠야]
실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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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재밌었어~! 텐마 군이 말한 대로 서커스 신 박력 있더라!

[카즈나리]
전체적인 색채가 몽환적이라 좋았지~!

[츠무기]
세계관도 독특하고 재밌었어.

[사쿠야]
저는 서커스를 본 적이 없어서 책으로 읽을 때 상상이 잘 안 됐었는데……. 영화로 보니까 굉장했어요! 마치 비현실적인 꿈속에 들어간 것 같아서요.
손님들이 열중해서 보는 걸 보고 서커스는 좋구나~ 생각했어요!

[카즈나리]
스미가 서커스 알바 한 적 있나 봐.

[사쿠야]
네!? 그래요!?

[이즈미]
미스미 군한테 딱 맞는 알바네.

[사쿠야]
좋겠다~ 저도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미스미 씨만큼 운동신경이 좋지 않으면 어렵겠죠.

[츠무기]
퍼포먼스를 하는 쪽이 아니라도, 스태프 일도 있지 않을까?

[카즈나리]
어릿광대라면 운동신경이 많이 요구되지 않을 거야. 스미한테 물어봐!

[사쿠야]
그렇죠. 그렇게 할게요!

[이즈미]
어라, 기숙사 앞에 차가 서 있네.

[카즈나리]
우와, 롤스라이스잖아!

[사쿠야]
네? 저게요!? 처음 봤어요.

[츠무기]
고급 차야.

[호마레]
…….

[이즈미]
호마레 씨!?

[호마레]
이런, 다 함께 외출했던 건가.

[츠무기]
같이 영화를 보고 왔어요.

[호마레]
그렇군.
맞아, 카즈나리 군. 상담할 게 있는데.

[카즈나리]
상담?

[호마레]
음. 사실은 본가의 별장을 개장하게 됐어. 거기에 그림을 장식하고 싶어서 말이야.
별장을 마음에 들어 하는 할머님을 위해 한 장 그려줄 수 있을까?

[카즈나리]
내가!? 나보다 더 유명한 화가 그림이 좋지 않겠어?

[호마레]
아니, 할머님은 그런 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이셔.
게다가 자네는 지금은 무명이지만 언젠가 저명한 화가가 될 것 아닌가.

[카즈나리]
아리린…….

[호마레]
전도유망한 자네의 그림과 내 시를 콜라보하지 않겠나!

[카즈나리]
콜라보!? 좋아! 재밌겠다!

[이즈미]
호마레 씨의 시와 일본화의 콜라보라니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츠무기]
으―음…… 상상은 안 되지만, 호마레 씨네 할머니라면 기뻐하실지도 몰라요.

[카즈나리]
장식할 곳 이미지를 잡고 싶으니까 다음에 아리린네 별장 보러 가도 돼?

[호마레]
물론이고말고!

-

[텐마]
오늘 밤은 바람이 세네.

[츠무기]
태풍 진로에 직격하나 봐.

[반리]
내일은 외출하지 않는 게 좋겠어.

[이즈미]
자, 슬슬 리더회의 시작하자.
그럼 오늘은 제3회 믹스공연에 관해 회의하겠습니다.

[츠즈루]
아, 저 말 해도 될까요?

[이즈미]
응.

[츠즈루]
이번엔 쓰다만 플롯을 가지고 왔어요, 쓸만한 게 있는지 봐주세요.

[텐마]
……꽤 많네.

[츠무기]
이 동물들 연회, 신선하다.

[이즈미]
전부 인형 탈을 입고 연기하게 되나?

[츠무기]
그것도 나름 평소와 다른 기술이 필요할 것 같아요. 보람이 있을지도요.

[반리]
아니, 인형탈 기술이 필요해!?

[사쿠야]
이 텐구 이야기도 평소랑 분위기가 달라서 재밌어 보여요!

[츠무기]
확실히 지금까지는 안 했지.

[텐마]
이거 전부 탈 쓰고 하는 거야?

[반리]
아자미가 시비 거는 거냐고 하겠다.

[츠무기]
가면에 메이크업해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텐마]
그런 문제야?

[츠즈루]
아이디어 레벨에서는 실현 가능한지는 생각을 안 해서, 꽤 다양해요~

[이즈미]
츠즈루 군은 이 중에 뭘 쓰고 싶어?

[츠즈루]
음― 플롯이 가장 완성된 건 이 서커스 이야기예요.

[이즈미]
(망한 서커스단이 무대인 조금 판타지스러운 동화 같은 이야기…….)

[사쿠야]
와아, 근사한 이야기에요!
마침 저번에 서커스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고, 서커스는 꿈이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츠즈루]
그럼 사쿠야가 할래?

[사쿠야]
그래도 돼요!?

[텐마]
등장인물로 생각하면 어릿광대나 공중그네가 사쿠야한테 맞을 것 같네.

[이즈미]
주인공인 단장, 조지는 누가 좋을까?

[츠즈루]
아, 사실은 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이즈미]
!?

[텐마]
뭐, 뭐뭐뭐뭐야!?

[츠무기]
정전인가?

[반리]
지금 스마트폰 라이트 켤게.

[사쿠야]
아야!

[텐마]
누, 누누누누구야!

[사쿠야]
미, 미안해, 내가 부딪친 것 같아――.

[반리]
움직이지 마. 지금 불 켤 테니까.
아!

[텐마]
이, 이번엔 뭐야!

[반리]
그거 내 발이야.

[츠무기]
텐마 군, 진정해.

[이즈미]
아, 불 들어왔다.

[텐마]
후― 놀라게 하지 마.

[츠무기]
텐마 군, 왜 벽에 얼굴을 붙이고 있어?

[텐마]
자, 잠깐 착각한 것뿐이야!

[이즈미]
다른 곳은 괜찮나? 일단 미팅은 이걸로 끝내자.

[사쿠야]
제가 차단기 보고 올게요!

[츠무기]
나도 같이 가자.

[텐마]
그, 그럼 나도――.

[반리]
넌 여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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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마레네 할아버지]
여기는 당신 마음대로 써. 서재가 필요하지?

[호마레네 할머니]
하이쿠는 걸어가면서도 지을 수 있어요. 이렇게 거창한 서재는 필요하지 않아요.
요즘 들어 살금살금 뭘 만들고 있나 했더니…….

[호마레네 할아버지]
흐음…… 좋아해 줄 줄 알았는데. 당신은 사람들이 모이는 파티도 다과회도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 혼자 있을 장소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어.

[호마레네 할머니]
……이미 만들었으니 어쩔 수 없지요. 잘 쓸게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여기에 뭘 둘까? 창가에 마호가니로 만든 책상은 어때? 파리에서 선반을 주문해서 책을 마음껏 진열하자.
당신이 좋아하는 장미를 저기에 두는 것도 좋겠어.

[호마레네 할머니]
아뇨. 저 그림과…… 당신과 차를 마실 테이블 세트 하나면 충분해요.

[호마레네 할아버지]
――. 그래. 그럼 당신 말대로 하자.

-

[호마레네 할머니]
…….

[호마레]
할머님, 차 한잔 어떠신가요?

[호마레네 할머니]
잘 마실게요.

[호마레]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여기는 정말 살풍경하네요. 인테리어를 조금 더 늘리는 건 어떨까요?

[호마레네 할머니]
……후우.

[호마레]
할머님?

[호마레네 할머니]
머지않아 이 별채의 보강 공사가 있을 거예요. 건물이 낡아서 태풍이 올 때마다 날아가는 건 아닐지 조마조마했거든요.
또 커다란 태풍이 오는 것 같으니……. 내부는 호마레에게 맡길게요. 마음대로 하세요.

[호마레]
――네! 할머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무게 있고 차분한 공간으로 만들어 보이죠.

[호마레네 할머님]
한가지…… 이 그림은 이대로 여기에 둬주세요.

[호마레]
아, 계속 여기에 장식되어 있었죠.

[호마레네 할머니]
내 보물이랍니다.

[호마레]
할머님의…….

[호마레네 할머니]
의외라는 표정이네요.

[호마레]
아, 아뇨―― 어느 화가가 그린 건가요?

[호마레네 할머니]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에요. 그러니 액자에 넣지도 않았죠.

[호마레]
그럼 대체――.

[호마레네 할머니]
……. 그러고 보니 그 회중시계는 아직 움직이나요?

[호마레]
네, 네에. 그럼요. 우수한 수리공에게 맡겼으니까요.

-

[타스쿠]
아리스가와 있어?

[호마레]
……오늘은 본가에서 자고 온대.

[타스쿠]
그럼 이거 아리스가와한테 전해줘.

[히소카]
……회중시계, 고쳐졌어?

[타스쿠]
일단은. 그런데 부품이 심하게 마모돼서 금방 또 고장 날 거야. 이제 바꿀 부품도 없고 슬슬 수명이 다한 걸지도.
신중하게 다뤄. 충격을 주면 수명이 더 줄어들 거야.

[히소카]
……알았어.

[타스쿠]
아리스가와네 할머님 상태는――.

[히소카]
?

[타스쿠]
아니――그 회중시계에 메시지가 있었잖아. '기계장치인 당신께 사랑을 담아. 사카에.'라고.
그거 볼 때마다 어쩐지 아리스가와네 할머니와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좀 신경 쓰였을 뿐이야.

[히소카]
……아리스한테 LIME으로 물어보면?

[타스쿠]
일부러, 내가? 이상하지.

[히소카]
누구든 소중한 가족을 걱정해주면 기뻐.

[타스쿠]
……그래. 그럴지도.

[히소카]
……새근새근.

[타스쿠]
회중시계 들고 자지 마! 떨어트린다!
정말이지…… 웬일로 바른말을 한다 싶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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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마]
오늘은 중식인가.

[이즈미]
딤섬이네!

[미스미]
이 삼각 맛있어~!

[유키]
소룡포 말이지.

[무쿠]
새우 슈마이도 맛있어요. 맛이 잘 스며들어 있고 새우도 신선해요.

[쿠몬]
교자도 맛있어! 이거 20개는 가볍게 먹겠다!

[텐마]
다른 사람이 먹을 것도 제대로 남겨놔.

[오미]
식후에는 깨 경단도 있어.

[쿠몬]
야호~!

[가이]
이 춘권, 바삭하게 잘 튀겨졌군. 튀김은 어려운데 역시 후시미다.

[오미]
나중에 요령 가르쳐줄게요.

[가이]
부탁하지.

[아즈마]
소흥주를 내올까?

[츠무기]
좋네요.

[아즈마]
후후. 같이 마실래?

[타스쿠]
저도 마시고 싶어요.

[무쿠]
어라, 아리스 씨는요?

[히소카]
……본가에 내려갔어. 할머니가 쓰러지셨대.

[무쿠]
엇, 그래요?

[미스미]
괜찮아~?

[이즈미]
여름이라서 컨디션이 나빠지신 것뿐이라나 봐, 걱정할 것 없어.

[타스쿠]
그냥 오랜만에 얼굴을 비치러 가겠다고 했어.

[텐마]
그래. 그럼 다행이고.

[츠무기]
그러고 보니 카즈 군도 없네.

[유키]
전시회용 제작이 막판이라 틀어박혀 있어.

[무쿠]
밤까지는 될 거라고 했는데 아직 안 왔어.

[텐마]
시간이 더 걸리는 건가?

[미스미]
나중에 주먹밥 만들어서 가지고 가자~

[쿠몬]
그거 좋다!

[사쿠야]
그러고 보니 무쿠 군, 그 영화 어땠어?

[무쿠]
앗, 정말 좋았어!

[이즈미]
영화?

[무쿠]
오늘 여름조 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갔어요.

[사쿠야]
저는 그 영화 원작 희곡을 읽은 적이 있어서 신경이 쓰여서요.

[텐마]
서커스 신은 볼만했어.

[사쿠야]
그랬구나. 그럼 나도 보러 가봐야지.

[츠무기]
나도 궁금하니까 같이 보러 갈까?

[이즈미]
나도 보고 싶어.

[사쿠야]
그럼 이번 주 일요일에――.

[카즈나리]
그거 나도 가도 돼?

[무쿠]
앗, 카즈 군.

[이즈미]
카즈나리 군은 보러 안 갔어?

[카즈나리]
제작을 우선해서 못 갔어~

[유키]
완성했어?

[카즈나리]
음― 뭐, 일단은.

[텐마]
일단은? 대답이 모호한데.

[카즈나리]
이번 작품은 전시회에서 판매도 하니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로 만들고 싶은데……. 뭔가 확 오는 게 없다고 해야 하나, 진짜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생각하다 보니 점점 더 모르겠어.
지금까지는 돈을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이걸로 정말 괜찮은지 망설여져.
기껏 너희랑 놀러 가고 싶은 것도 참고 완성에 매달렸는데~

[이즈미]
하지만 카즈나리 군은 만족할만한 작품인 거지?

[카즈나리]
응, 그야 물론이지.

[텐마]
그럼 그걸로 충분하잖아.

[카즈나리]
뭐, 그건 그렇지만…….

[유키]
영화라도 보고 기분전환 해.

[무쿠]
리프레시하고 다음에 더 좋은 그림을 그리면 되지 않을까?

[미스미]
카즈, 영화에 커다란 삼각이 나오니까 그걸 보고 기운 내~!

[카즈나리]
고마워.

[쿠몬]
앗, 맞아! 주말에 태풍이 온다고 하니까 빨리 가는 게 좋아!

[아즈마]
그러고 보니 뉴스에서 태풍 진로에 대해 말했었지.

[사쿠야]
그럼 평일에 갈까요?

[이즈미]
그러자!

-

[타카오]
호마레 님. 차를 준비했습니다, 어디서 드시겠습니까?

[호마레]
할머님 방에서.

[타카오]
지금 방에 안 계십니다…….

[호마레]
안 계셔? 그럼 어디에?

[타카오]
아마도 그곳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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