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텐]
"세상이 불경기라 시원치 않네. 이쯤에서 솔깃한 의뢰라도 오지 않으려나."
[키에루]
"일을 찾아오는 게 매니저의 일 아니에요?"
[페텐]
"스승을 매니저 취급하다니 많이 컸구나."
[키에루]
"은거하고 싶다고 자기가 말 꺼낸 거잖아요."
[쿠굿도]
"페텐, 있어?"
[페텐]
"오, 쿠굿도. 오랜만이야."
[쿠굿도]
"저쪽이 소문의 제자님인가."
[페텐]
"스구 키에루야."
"키에루, 이쪽은 오랜 친구인 쿠굿도다."
[쿠굿도]
"처음 뵙겠습니다."
[키에루]
"안녕하세요."
[페텐]
"그래서 무슨 일이야?"
[쿠굿도]
"실은 네게 마술쇼를 의뢰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페텐]
"나는 이제 은거한 몸인데. 키에루에게?"
[쿠굿도]
"아~ 음, 여러 가지로 신세 진 사람이라 거절하지를 못해서."
[페텐]
"얘기를 들려주겠어?"
[키에루]
"마음대로 얘기를 진행하지 마세요."
[페텐]
"나는 네 매니저야."
[키에루]
"……아까는 매니저 취급 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페텐]
"너 요즘 탈출 트릭 도구를 새로 맞추고 싶다고 했잖아. 벌어두는 게 좋아."
[키에루]
"그건 그렇지만……."
[이즈미]
(마스미 군하고 치카게 씨의 대화 느낌이 무척 좋아. 본인에 맞춰서 쓰기도 했으니까 정말 잘 어울려)
(이번 공연을 통해 거리가 또 가까워진 모양인데, 의외로 좋은 콤비라니까)
-
[페텐]
"개인 저택 파티인가."
[키에루]
"그럼 클로즈업인가요?"
[쿠굿도]
"클로즈업?"
[키에루]
"적은 인원을 상대로 바로 앞에서 보여주는 마술입니다."
[쿠굿도]
"아아, 그렇군. 이번에는 개인 저택이지만 그럴듯한 홀이 있어."
"의뢰인은 리치 머니…… 매년 부호 순위에 오르는 부동산 재벌이야."
"머니 씨는 호사가라서. 사유지에 미술관을 만들어서 전 세계에서 모은 컬렉션을 장식해 둔 것 같아."
"매년 그 컬렉션을 보여주기 위한 파티를 삼일 밤낮 여는데, 이번에는 그 시연에 부르고 싶나 봐."
[페텐]
"솔깃한 이야기가 굴러들어왔군. 받아들이자, 키에루."
[키에루]
"마음대로 정하지 마세요."
[치카게]
"나는 이 사무소 사장이야. 결정권이 있지."
[키에루]
"뭐든 저런다니까……."
[쿠굿도]
"페텐은 이제 마술은 안 하는 거야?"
[페텐]
"키에루가 벌어와 주니까. 나는 뒤로 물러나 있는 거지."
[쿠굿도]
"그럼 인형 작가가 되어보는 건 어때? 네 솜씨라면――."
[페텐]
"내게는 아버지나 할아버지 같은 재능은 없어."
[키에루]
"인형작가?"
[페텐]
"얘기한 적 없던가. 우리 집은 대대로 인형을 만들면서 살아왔어."
[쿠굿도]
"나는 페텐네 아버지 제자야. 스승도 정말 훌륭한 작가셨지……."
[페텐]
"아쉽게도 나는 물려받지 못했지만."
[쿠굿도]
"글쎄다. 그래도 너는 마술을 선택했지."
[키에루]
"가끔은 스승도 같이 쇼에 나가지 않을래요?"
[페텐]
"예전에 전장에서 입은 오래된 상처가 쑤셔서 팔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키에루]
"흉터 하나 없는 모양이지만요."
[페텐]
"미용성형이야."
[키에루]
"남의 푸딩을 훔칠 때 솜씨를 보면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요."
[페텐]
"저쪽은 천재 마술사·스구 키에루를 기다리고 있어. 마법과도 같은 탈출 기술로 기대에 응해주도록 해."
[키에루]
"마법이라니…… 저는 그저 자물쇠를 열 뿐이죠. 마법이라는 건 미라주의 쇼 같은 걸 말하는 거예요."
[쿠굿도]
"미라주――."
[키에루]
"전 세계를 휩쓸고 몇 년 전에 갑자기 모습을 감춘 천재 마술사예요."
[페텐]
"너도 정말 질리지도 않고 좋아하는군."
[키에루]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요."
[이즈미]
(이타루 씨의 쿠굿도는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지만 페텐과 친밀하고, 셋이서 있는 분위기가 정말 자연스러워)
(평소 셋의 관계를 그려놓은 것 같아)
-
[머니]
"이야아, 희대의 마술사 키에루 님을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매년 신세 진 분들께 컬렉션을 보여드리고 있는데, 올해는 조금 취지를 바꿔보려고요."
"제 컬렉션을 사용한 탈출 마술쇼를 꼭 부탁하고 싶습니다."
[키에루]
"컬렉션이라니, 귀중한 것 아닌가요?"
[머니]
"네, 뭐 천차만별이지만, 전부 세상에 둘도 없는 명품이지요."
[키에루]
"만에 하나 흠집이라도 난다면――."
[머니]
"그런 긴장감이 쇼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줄 겁니다."
"무얼요, 저는 키에루 씨의 실력을 신뢰하고 있어요."
[키에루]
"뭐, 강화유리에 넣는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페텐]
"컬렉션을 쓰지 않아도 키에루는 모두가 만족할 쇼를 보여줄 겁니다."
[머니]
"그럼 다른 쇼와 차이가 없죠. 저는 여기서밖에 볼 수 없는 쇼를 부탁하고 싶은 겁니다."
[페텐]
"……어떡할래? 키에루."
[키에루]
"솔직히 내키지 않는데……."
[페텐]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거절하기도 좀……."
[키에루]
"그럴 줄 알았어요."
[머니]
"그럼――."
[키에루]
"안전 대책은 전력을 기울여주세요. 저도 세심하게 주의하겠습니다."
[머니]
"물론이고 말고요!"
"사용할 것은 이것입니다."
[키에루]
"비스크 돌인가요?"
[머니]
"《호반의 뤼시엔》 금액은 다른 물건과 비교해서 그렇게 고가는 아니니 만에 하나의 일이 일어나도 문제없습니다."
[키에루]
"고가가 아니라니……."
[페텐]
"눈에 다이아몬드가 쓰인 앤티크 돌이야. 일천만은 밑돌겠지."
[키에루]
"이, 일천만……!?"
[머니]
"무얼, 별거 아닌 금액이지요."
[이즈미]
(시트론 군의 머니 씨, 자기는 하기 싫어했지만 역시 관록이 보여)
(자칫하면 미워 보일 캐릭터가 시트론 군 덕분에 어쩐지 애교 있는 인물이 됐어)
-
[페텐]
"비스크 돌을 사용하는 건 클라이맥스인 3일째인가."
[키에루]
"그렇죠. 싫증 나지 않게 3일분의 구성을 생각해야……."
[???]
"이, 이게 뭐야!?"
[키에루]
"?"
[페텐]
"소란스럽군."
[코마]
"머니 님! 현관에 이런 게――!"
[머니]
"무슨 일이냐."
"《사로잡힌 뤼시엔 양을 구하러 가겠습니다. 괴도 페이스》라고!?"
[코마]
"어, 어떡할까요!?"
[머니]
"경찰을 불러라!"
-
[카네시로]
"경시청의 카네시로입니다. 잠시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키에루]
"괴도 페이스의 예고장 일인가요?"
[카네시로]
"알고 계셨나요?"
[페텐]
"마침 그 자리에 있었거든요."
[키에루]
"그런데 괴도 페이스가 누구예요?"
[페텐]
"너, 몰라?"
[키에루]
"페텐 씨는 알아요?"
[페텐]
"TV나 신문에도 자주 나오고 유명하잖아."
[카네시로]
"골동품을 노리는 연속 절도범입니다. 훔치기 전에 반드시 예고장을 보내오죠. 이번에야말로 꼭 잡아야 하는데――."
[키에루]
"이렇게 됐으니 파티는 중지되는 걸까요."
[카네시로]
"그게, 머니 씨는 예정대로 개최한다고 합니다. 이번 파티를 위해 바쁜 스케줄을 조정해준 친구들이 많다면서요."
[키에루]
"그럼 비스크 돌을 사용하는 것도?"
[카네시로]
"예정대로 한다고 합니다."
[키에루]
"네에……."
[페텐]
"엄청난 의뢰가 됐군."
[키에루]
"누가 가져온 건데요."
-
[키에루]
"그럼 이 강화유리 상자째로 탈출 마술에 사용하기로 하고――."
"참고로 흠집은 얼마든지 주의할 수 있지만, 괴도 페이스에게서 지키는 건 약속드릴 수 없습니다."
[머니]
"그건 카네시로 형사에게 맡겼으니 문제없습니다."
"최악에는 도둑맞는다 해도 그다지 손해도…… 그건 그렇고 이상한 일이군."
[키에루]
"뭐가 말이죠?"
[머니]
"고가의 컬렉션은 이 외에도 많이 있어요. 그중에서 왜 이 비스크 돌을 고른 것인지……."
[페텐]
"마술에 다른 컬렉션을 쓰는 건 어떤가요?"
[머니]
"아니, 그거야말로 괴도 페이스의 의도겠죠."
"게다가 이미 고지를 마쳤거든요. 다들 기대하고 있어요."
-
[키에루]
"레이디스 앤 젠틀맨. 오늘 밤 한순간의 꿈을 보여드리지요."
[관객A]
"어머……!"
[관객B]
"훌륭하군. 미라주의 쇼가 생각나."
[관객C]
"미라주도 정말 굉장했지만, 그는 그 이상인걸."
[이즈미]
(마스미 군의 마술, 굉장해. 진짜 프로 마술사 같아)
(실제로 마스미 군이 키에루로서 마술을 하고 있으니까 무대 위 관객의 대사와 객석 반응이 연결되고 있어)
[쿠굿도]
"훌륭하군."
[페텐]
"우수한 제자라서 다행이지."
[쿠굿도]
"너도 우수한 마술사야."
[페텐]
"장사도 구가 없으면 폐업이야."
[쿠굿도]
"……."
-
[페텐]
"3일째는 어떡할 거지?"
[키에루]
"같은 홀에서 하는 것보다는 장소를 바꿔보려고요."
[페텐]
"흐응……."
[키에루]
"아직 정한 건 아니지만요."
[페텐]
"시간 내에 되겠어?"
[키에루]
"뭐 밤까지는요."
[페텐]
"정말이지, 너는 우수한 제자로군. 마침내 미라주를 뛰어넘었다던데."
[키에루]
"설마요. 그녀는―― 존재 그 자체로 예술입니다."
[페텐]
"첫사랑이란 건 죄가 무겁군."
[키에루]
"――아, 아니에요! 그냥 어릴 때 본 미라주를 동경해서 마술사를 목표하게 된 것뿐으로――."
[페텐]
"그래그래. 아저씨는 너무 빛나서 눈이 멀 것 같아."
-
[코마]
"아가씨, 이대로 여기에 있으면 위험합니다. 제가 어떻게든 도망칠 방법을 생각해낼 테니까……."
[페텐]
"어라? 사용인인 코마라는 사람이지? 누구랑 얘기하는 거지?"
[키에루]
"저건―― 뤼시엔!"
[페텐]
"설마 저 녀석이 괴도 페이스라는 거야?"
[키에루]
"꼼짝마――!"
[코마]
"히, 히익!"
[페텐]
"명백하게 수상하군."
[키에루]
"카네시로 형사에게 알려야겠어요!"
-
[코마]
"오해예요! 저는 뤼시엔 님을 유괴하려고 한 적 없습니다!"
[페텐]
"유괴가 아니라 절도 용의인데."
[키에루]
"그럼 거기서 남몰래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코마]
"그건――."
[카네시로]
"숨기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아."
[코마]
"저, 저는 뤼시엔 님의 머리를 만져드리고 있었을 뿐이에요!"
[키에루]
"머리를……?"
[페텐]
"무슨 말이야?"
[코마]
"따지고 보면 머니 님이 나빠요. 머니 님은 뤼시엔 님을 정말이지 정열적으로 원했으면서……."
"실제로 시집온 다음에는 그 총애도 옅어지고 멀어지셨어요. 뤼시엔 님은 정말로 애통해 하셨습니다."
[키에루]
"정열적으로……."
[카네시로]
"시, 시집?"
[코마]
"가여우신 뤼시엔 님……! 애정이 없으면 말라서 죽어버릴 거예요!"
[카네시로]
"으음, 그러니까 코마 씨가 뤼시엔의 관리를 하고 있었다는 거죠?"
[코마]
"신변을 돌봐주고 있었던 거예요!"
[카네시로]
"그, 그렇군요."
[페텐]
"확실히 앤티크 치고는 상태가 좋군."
[코마]
"그렇고 말고요! 뤼시엔 님의 탐스러운 머릿결도 빛나는 눈동자도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것이지요!"
"현대의 천재 인형작가·쿠굿도 씨에게도 미칠 섬세한 얼굴과 팔다리――."
"이렇게 아름다운 분을 그런 위험한 탈출 마술에 말려들게 하다니――."
[키에루]
"인형 마니아인 걸까요."
[카네시로]
"그런 것 같네요."
[페텐]
"뭐, 인형으로선 행복하지 않겠어?"
[이즈미]
(사쿠야 군의 코마는 조금 별나지만, 애정과 정열이 넘치고 순수해. 좋은 연기를 하고 있어)
-
[키에루]
"페텐 씨는 어디 간 거지? 내일 일을 회의하자고 했으면서……."
"――. 설마 저건, 미라주?"
"기다려줘!"
-
[쿠굿도]
"……."
[키에루]
"쿠굿도 씨……? 뤼시엔을 보고 있는 건가……?"
[쿠굿도]
"――."
[키에루]
"아――."
-
[키에루]
"……어째서 도망친 걸까."
[페텐]
"이런 곳에 있었나, 키에루. 회의 시간을 잊다니 프로 실격이야."
[키에루]
"누가 말이에요. 페텐 씨에게 연락했지만 받지 않아서 찾아다닌 거잖아요."
[페텐]
"아, 그건 미안했어."
[키에루]
"정말이지…… 그러고 보니 방금 쿠굿도 씨가 뤼시엔을 보고 있었는데요……."
"저를 보더니 도망치듯 가버렸어요."
[페텐]
"인형작가로서 참고하고 싶었던 거겠지."
[키에루]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페텐]
"설마 그 녀석이 괴도 페이스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키에루]
"아, 그리고 미라주가――."
[페텐]
"또 미라주냐. 너도 이제 슬슬 새로운 사랑을 찾아보는 게 어때."
[키에루]
"그, 그러니까 저는 그런 마음으로 미라주를 동경하는 게 아니에요!"
-
[이즈미]
(쿠굿도의 수상한 행동…… 키에루가 본 미라주의 그림자…… 불온한 분위기가 흐르던 중 맞이한 파티 마지막 날인 3일째 아침――)
[페텐]
"이, 이봐, 키에루! 이걸 봐!"
[키에루]
"도구가…… 부서졌어?"
[페텐]
"심하군……."
[키에루]
"뭐, 슬슬 새로 바꾸려고 하기는 했지만, 설마 이런, 본방 당일에 부서질 줄이야……."
[페텐]
"어떡할 거지? 3일째 탈출 마술은 이걸 쓸 예정이었잖아."
[키에루]
"프로그램을 바꿀 수밖에 없겠네요."
[페텐]
"하지만 머니 씨의 요구는 어디까지나 탈출 마술이야. 다른 마술이라면 납득하지 않겠지."
[키에루]
"그렇게 말해도, 도구가 없으니……."
-
[머니]
"얘기는 들었어. 도구가 부서지다니 큰일이로군."
[카네시로]
"듣자하니 인위적이었다고요. 수사는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키에루]
"감사합니다."
[페텐]
"머니 씨, 쇼 말입니다만――."
[머니]
"그건 걱정 없습니다! 대역을 세웠으니까요!"
[키에루]
"대역?"
[머니]
"놀랍게도 미라주가 갑작스럽게 의뢰를 받아주어서 말이죠!"
"부활 쇼를 우리 저택에서 볼 수 있다니 초대한 사람들께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되겠죠."
[키에루]
"미라주가!?"
[페텐]
"그렇군, 우리 차례는 이제 끝이라는 건가."
[머니]
"도구에 관한 건 이쪽 책임도 있지요."
"보수는 3일 치를 지급할 거고, 괜찮으면 두 분도 예정대로 이곳에 머물며 쇼를 보고 가주세요."
[키에루]
"미라주의 쇼를 또 볼 수 있어……."
[페텐]
"너무 기뻐하는 거 아니야?"
[키에루]
"저는 그런――!"
-
[키에루]
"머니 씨는 자신 있어 보이던데, 경비는 정말 빈틈없이 한 거예요?"
[카네시로]
"뤼시엔은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관객 앞에 내지 않고 경비가 지키기로 되어 있습니다."
"미라주는 뤼시엔과 함께 사슬로 묶인 후에 동쪽 탑 위에 묶인 상태로 탈출을 시도한다고 해요."
"미라주가 뤼시엔과 자신의 사슬을 풀고 사슬을 타고 지상에 내려온 후에 뤼시엔만 무대 옆으로 돌려놓고 경비를 이어갈 겁니다."
[키에루]
"탈출 중에 페이스가 습격하면 미라주 혼자서는 대처할 수 없을 거예요."
[카네시로]
"미라주와 뤼시엔은 사슬로 묶인 상태니까요. 페이스도 가져갈 수 없겠죠."
"물론 미라주에게 손대지 않도록 주변 경비는 엄중하게 할 예정입니다."
[키에루]
"그걸로 어떻게 될 상대라면 괜찮겠지만, 미라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마술계의 큰 손실이에요."
[카네시로]
"미라주가 그렇게 대단한 마술사인가요?"
[키에루]
"천재죠.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훌륭하게 마술을 선보이는…… 프로의 눈으로 봐도 마법 같아요."
[카네시로]
"키에루 씨가 보기에도요?"
[키에루]
"저는 미라주의 쇼를 보고 그녀에게 동경해서 마술을 시작한 거예요."
[카네시로]
"그랬나요…… 참고로 사생활에 대해서는 뭔가 아는 게 있나요?"
[키에루]
"미라주의 맨얼굴은 물론 사생활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수수께끼의 마술사예요."
"왜 그런 걸 묻는 거죠?"
[카네시로]
"……전에, 미라주의 쇼 도중에 괴도 페이스가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반복된다면 이제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키에루]
"미라주는 괴도 페이스 같은 게 아닙니다!"
[카네시로]
"하지만 무언가 관계가 있을 가능성도――."
[키에루]
"없습니다! 저렇게 순수하고 뛰어난 마술을 하는 사람이 쇼를 도둑질에 이용하다니……."
[카네시로]
"……죄송합니다. 지금 얘기는 잊어주세요."
[키에루]
"미라주가 의심받고 있다고……? 미라주는 관계없어. 내가 그걸 증명하겠어."
[이즈미]
(츠즈루 군, 역할분석 열심히 한다고 하더니 츠즈루 군 다운 정감 넘치는 형사가 됐어)
-
[키에루]
"페텐 씨와―― 쿠굿도 씨?"
-
[쿠굿도]
"미라주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할 생각이지만, 보증은 못 해."
[페텐]
"사실은 이대로 두려고 했어. 제자가 울 테니까."
-
[키에루]
"어? ――어떻게 된 거야? 미라주를 위해 할 수 있는 거라니…… 내가 운다고?"
"――윽."
-
[이즈미]
(갑자기 배후에서 습격당하고 어둠 속에서 눈을 뜨는 키에루……)
[키에루]
"여기는……?"
"갇힌 건가……? 누가, 뭣 때문에…… 이런 짓을 할만한 건 괴도 페이스밖에 없지."
"페이스가 이미 저택에 숨어들어 있었다는 건가? 하지만 왜 나를……."
"생각할 수 있는 건, 뤼시엔을 훔치는 데 방해가 됐으니까 뿐이 없는데. 내 도구를 부순 것도 그 때문이겠지."
"내가 미라주를 위해 페이스를 잡으려고 해서?"
"하지만 도구가 부서진 건 카네시로 씨에게 미라주와 페이스 얘기를 듣기 전이야."
"즉, 도구를 부순 건 그거와 상관없는 걸 거야."
"그렇다면 내 도구를 부슨 건 내가 쇼를 못하게 하려고――. 마리주에게 쇼를 시키기 위해서라는 건가?"
"역시 미라주와 페이스는 관련이 있다는――."
"아니, 그럴 리 없어. 미라주가 마술을 도둑질에 이용할 리 없어."
"애초에 페이스는 왜 나를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거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페이스에게 다가간 건가?"
"안 되겠어. 전혀 짚이는 게 없어. 분명히 정신을 잃기 전에 페텐 씨와 쿠굿도 씨 얘기를 듣고……."
"그러고 보니 쿠굿도 씨가 미라주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한다고 했는데, 무슨 말이지?"
"애초에 페텐 씨는 미라주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전혀 모르겠어. 어쨌든 지금은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관객이 없는 탈출 쇼라니 수지가 안 맞는데. 페텐 씨가 눈치채고 찾으러 와주면 좋겠지만……. 크게 기대는 안 되는군."
"팔에 감겨있는 건 사슬이지. 그렇다면 어딘가 자물쇠가 있을 거야――."
"――있다! 좋아, 이거라면……."
"……. ……열었다!"
-
[키에루]
"그런데 이 자물쇠는…… 페텐 씨의……. 직접 물어보고 확인할 수밖에 없나."
"서둘러야지! 미라주의 쇼가 시작했어……!"
[이즈미]
(마스미 군의 장대사와 혼자뿐인 탈출 쇼…… 자칫하면 늘어지기 쉬운 장면이지만, 역시 대단해. 긴장감이 이어졌어)
-
[관객A]
"꺄아!!"
[관객B]
"대단하군. 정말 저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건가?"
-
[키에루]
"미라주…… 자기 자신과 뤼시엔을 사슬로 칭칭 감아놓은 건가……."
"페이스가 뤼시엔을 훔친다면 경찰이 뤼시엔에게서 떨어져 있는 쇼 도중, 아마도 탈출이 성공하기 전일 거야."
"지금처럼 사슬로 이어진 상태로 뤼시엔을 훔치는 건 어려워…… 그렇다면 지금 미라주가 가지고 있는 건 가짜……?"
"아니, 하지만 쇼 직전까지 경찰이 감시하고 있었을 거야…… 바꿔칠 수 있을 리가 없어."
"페이스는 언제 뤼시엔을 훔칠 생각인 거지?"
"서두르지 않으면 쇼가 끝나버려…… 내가 만약 뤼시엔을 탈출 쇼 도중에 손에 넣는다고 한다면……."
"저 자물쇠는 미리 열어둘 수 있어. 애초에 뤼시엔과 미라주의 자물쇠를 동시에 여는 게 아니야. 동시에 여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지."
"그렇다면 미라주가 사슬을 풀고 지상에 내려오기 전, 뤼시엔의 자물쇠를 풀었을 때가 가장 훔치기 쉬울 거야."
"뤼시엔에게 손이 닿는 건―― 탑 창문이야!"
-
[페텐]
"역시 빠져나왔나. 실력이 좋아졌군. 정말이지 우수한 제자야."
[키에루]
"페텐 씨, 어째서죠?"
[페텐]
"뤼시엔은 우리 증조부의 작품이야. 예전에 아버지가 어려워졌을 때 옥션으로 퍼진 물건 중 하나지."
[키에루]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어요. 이런 일은――."
[페텐]
"이미 늦었어."
-
[키에루]
"――미라주!?"
-
[페텐]
"미안하군."
[키에루]
"기다려주세요, 페텐 씨!"
-
[관객A]
"꺄아아!"
[관객B]
"미라주가 박살 났어――!"
[관객C]
"미라주가 인형!? 어떻게 된 거야!?"
[키에루]
"――."
[관객B]
"이것도 쇼의 일환인가?"
[관객A]
"대단해……!"
[키에루]
"아니야…… 저건 진짜야…… 그렇구나, 그래서 쿠굿도가 미라주에게 힘이…… 괴도 페이스는 미라주이기도 했던 거야……."
[쿠굿도]
"뤼시엔…… 늦었나……."
[키에루]
"쿠굿도 씨?"
[쿠굿도]
"애써 그 몸을 희생했는데. 미안해, 미라주."
[키에루]
"어떻게 된 거예요?"
[쿠굿도]
"페텐이 괴도 페이스라는 건 첫 사건에서 눈치를 챘어."
"하지만 머니 씨의 컬렉션에 설마 그의 증조부의 작품이 있을 줄은 몰랐군."
[키에루]
"쿠굿도 씨가 미라주에게 뭔가 한 건가요?"
[쿠굿도]
"미라주는 원래 내 작품이야. 예전에 페텐네 아버지의 제자로 있을 때 쇼에 쓸 인형을 의뢰받아서 만들었지."
"하지만 탈출 쇼는 인형에게는 부담이 커서 말이야. 소모가 심해져서 은퇴했어."
"그게 홀연히 모습을 감춘 미라주의 진실이야."
"한 번 더 쇼를 버틸 수 있도록 수리해달라고 페텐이 부탁해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가 이 이상 죄를 짓는 건 바라지 않았으니까. 사과하지. 키에루 군에게도 미안한 짓을 했군."
[키에루]
"아니, 저는……."
[쿠굿도]
"고마워. 미라주를 사랑해줘서."
[키에루]
"……으흑."
[이즈미]
(마스미 군이 첫 연습에서 제대로 연기하지 못했던 장면……)
(첫사랑을 잃은 키에루의 눈물이 한없이 순수하고 예뻐)
-
[머니]
"앞으로는 컬렉션 관리를 코마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저는 컬렉션이 가진 역사를 경시하고 있었어요."
"그 사실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물건은 덧없죠. 저도 역사를 이어가는 책임을 다할 겁니다."
[쿠굿도]
"코마 씨라면 분명 인형들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예요."
[코마]
"맡겨주세요!"
[쿠굿도]
"키에루 군은 앞으로 어떡할 생각이죠?"
[키에루]
"지금까지처럼 마술사 일을 계속할 뿐이에요."
"매니저가 없어져서 조금 불편하지만요. 미라주의 마법은 아직 풀리지 않았거든요."
[이즈미]
(상쾌한 표정. 미라주를 잃어도 첫사랑의 마법은 사라지지 않아. 키에루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어……)
(첫사랑의 마법을 가슴에 품고, 키에루는 앞으로도 마술을 계속할 거야……)
-
[마스미]
감사합니다.
[치카게]
고마워.
[이타루]
고마워.
[시트론]
고마워야~!
[사쿠야]
감사합니다!
[츠즈루]
감사합니다.
-
[이즈미]
…….
-
[마스미]
……. (……있지, 알고 있어? 너도 배우였으니 알고 있으려나)
(무대 위에서는 어둑어둑한 객석이라도 의외로 관객 한명 한명의 얼굴이 보여. 표정 변화까지……)
(이만큼 많은 사람 속에서도 나는 언제든지 너를 가장 먼저 찾을 수 있어)
(이걸 운명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뭐라고 하면 좋을까?)
(나는 연기를 봐주는 네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 그것만으로 무한한 힘이 샘솟아)
(카스미가 한 말을 정말 잘 알겠어. 어디선가 용기가 샘솟아서 뭐든지 될 수 있을 것만 같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그 녀석과 만난 뒤로 나는 계속 심장에 불이 붙은 것처럼, 한없이 용감해져)
(틀림없이 일생에 한 번 뿐인 운명의 상대야)
(내게 사랑은……)
[사랑은, 무적이다. by 우스이 마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