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
오늘 하루 잘 부탁합니다!
[이즈미]
저희야말로 잘 부탁해요.
[카모]
여러분 의상이 무척 잘 어울립니다! 역시 맵시가 좋네요~!
[타이치]
서바이벌 같아서 멋있어여~!
[아자미]
디자인도 나쁘지 않네.
[호마레]
의상을 입으니 더더욱 분위기가 살아.
[치카게]
연기도 의욕이 오르는걸.
[타스쿠]
그 뻔뻔한 미소…… 카드 뽑기 전부터 EBE 같다고.
[카모]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실제로 무대에서 하는 것과 같은 감각으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즈미]
츠즈루 군, 오늘은 괜찮겠어?
[츠즈루]
네. 아직 확증은 못 하겠지만…… 조금, 보일 것 같아요.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는 방법인지는 여기서 답을 맞춰볼게요.
[이즈미]
(모두에게 뭔가 힌트를 얻은 걸까?)
[카모]
그럼 촬영을 개시하겠습니다~! 여러분 잘 부탁해요!
-
[이즈미]
(2XXX년 지구. 거기서는 인간과 지구 외 생명체…… EBE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EBE 토벌부대 말단 부대원 미나세는 격심해지는 항쟁을 빠져나가, 목숨만 겨우 살아남은 채로 어느 폐허에 뛰어든다……)
[미나세]
후우…….
[쿠토]
누구야!
[미나세]
……!?
[시스이]
으음? 그 차림은…… 아무래도 동료인듯하군.
[미나세]
EBE 토벌부대 대원? 모두 여기로 도망쳐온 건가……?
[나나미]
저는 이 항쟁을 빠져나와 폐허에 다다랐습니다.
[에하토]
나는 동료가 있을지도 몰라서 와봤어. 다른 녀석들은 모두 당해버렸거든.
[아마미야]
저는 목숨만 간신히 건지고 도망쳐서……. 도중에 만난 쿠토 씨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시호]
즉, EBE 토벌부대 대원이라고 해도 여기 있는 전원 처음 본다는 거지.
[쿠토]
EBE는 인간으로 의태해. 그러니까 토벌부대끼리도 안면이 있는 자는 적지. 어설픈 친목은 위험을 부르니까.
[미나세]
…….
[나나미]
……저기. 에하토 씨는 적이지요?
[에하토]
이런, 바로 의심할 줄이야. 드디어 동료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시호]
흐응. 소문으로밖에 못 들어봤는데…… 혹시 특수능력부대원?
[나나세]
네, 뭐. 이런 곳에서 이름을 대는 건 리스크가 클지도 모르지만, 위험이 다가오는데 숨기고 있을 수만도 없으니까요.
[아마미야]
하지만 저런 사람이 EBE고 그러기도 하잖아요. 저, 저는……. 그렇게 속아서 죽어간 사람을 눈앞에서 본 적 있어요.
[시호]
아~ 확실히? 적당한 말 하면서 귀찮아 보이는 녀석을 죽여두자~ 같은?
[쿠토]
그렇다면 안이하게 믿을 수는 없지.
[나나미]
믿고 안 믿고는 자유지만, 저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에하토 씨를 살려두는 건 위험해요.
[에하토]
의심암귀에 빠지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증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단정 짓는 건 기분이 좋지는 않은데.
[미나세]
자자, 아직 이 안에 EBE가 있다고 확실해진 것도 아니잖아요.
[시스이]
그렇지. 겨우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어. 일단 오늘 밤은 여기서 자도록 하자.
[에하토]
걱정된다면 각자 다른 방에서 자면 돼. 둘러봤더니 이 양옥은 꽤 넓은 것 같으니까.
[미나세]
그렇죠. 앞으로 며칠만 더 있으면 항쟁도 끝날 거고……. 지금은 몸을 숨기는 게 안전해요.
-
[이즈미]
(하지만 다음날, 무참히 죽은 나나미의 시체가 발견된다……)
[아마미야]
역시 EBE는 이 안에 있어…….
[시스이]
그렇군. 그가 정말 특수능력을 가진 자였던 모양이야.
[미나세]
어떻게 아는 거예요?
[시스이]
나는 처리반 소속이네. 시체해부 등을 다루고 있지.
[미나세]
굉장한 능력을 갖고 있네요.
[시스이]
……나는 죽은 자밖에 알지 못해. 죽고 나서 눈치채는 건 이미 늦은 거지.
[시호]
뭐, 그것도 거짓말일지 모르지만.
[아마미야]
나나미가 죽었다는 건, 여, 역시 에하토 씨가 EBE……?
[쿠토]
시스이 말이 진짜라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그 가능성도 의심스러워져.
[아마미야]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어…….
[시호]
그럼 이 안에서 가장 수상한 놈을 한 명 죽이면 되는 거 아냐? 예를 들어…… 나나미가 의심했던 저놈이라거나.
[미나세]
그런……!
[쿠토]
일리 있어. EBE는 겉모습으로는 인간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없어. 그렇다면…… 가능성은 제거해두는 게 유효한 수단이지.
[아마미야]
하지만 그건…… 누군가를 죽인다는 거잖아? 동료일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간단하게…….
[에하토]
다수결로 정하면 돼. 의견을 모아서 정하면 책임도 전원이 짊어지는 게 되니까.
[시호]
그럼 에하토를 죽이자.
[쿠토]
하지만 시스이가 거짓말을 하는 걸지도 몰라.
[아마미야]
시스이가 EBE라면 에하토를 죽이도록 유도하는 걸지도…….
[시스이]
그렇다면 나도 이 몸을 희생하지! 내가 사라지는 것으로 모두가 의심을 떨치고 살아남을 수 있다면 이 목숨도 쓸모없는 건 아닐 테니까.
[미나세]
잠깐……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시스이]
후후…… 모두의 운명, 하늘에서 지켜보도록 하지.
[이즈미]
(깨진 유리창 파편으로 자신을 찌르는 시스이……)
[미나세]
어째서…….
[아마미야]
이런 건 너무해…….
[시호]
미쳤네~
[에하토]
무참히 죽은 시체만 접하다 보면 저렇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쿠토]
…….
-
[이즈미]
(스시이가 죽은 후, 새로운 희생자는 나오지 않은 채 폐허에 모인 멤버들은 다음날을 맞이한다……)
[미나세]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어. 역시 시스이가 EBE…….
[에하토]
……글쎄. 다른 EBE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미나세]
네?
[이즈미]
('별종 EBE'는 인간에게도 EBE에게도 가담하지 않는 제3세력이야. 어느 쪽이 살아남아도 이 제3세력을 제거하지 않으면 '별종 EBE'에 의해 섬멸되어 버려)
[에하토]
필시, 시스이는 자신의 죽은 후에 누군가가 희생되면 자신의 진단과 나나미의 예지의 신빙성이 커진다. 즉, 처음에 혐의를 받은 내가 EBE일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했겠지.
[아마미야]
하지만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쿠토]
아니, 나도 에하토와 같은 생각이야. EBE는 종족이 다르면 죽이려고 해도 죽일 수 없어. 내가 가진 것처럼 특수한 무기를 쓰거나…… 다른 방법을 쓰지 않으면 죽일 수 없지.
[미나세]
그 말은, 즉…….
[쿠토]
그래. 미나세, 에하토, 시호…… 너희 셋 중 누군가가 EBE고 누군가 별종 EBE인거 아닌가?
[미나세]
…….
[에하토]
……그렇군. EBE끼리 충돌해서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다. 너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군.
[쿠토]
적이 두 마리나 섞여들어 있다니 그다지 즐겁지 않은 상상이지만 말이야.
[시호]
하. 자기들만 쏙 빠지는 건가. 괜찮네.
[쿠토]
내게는 특수무기가 있어. 어젯밤엔 무기가 없는 이 녀석과 둘이 있었지. 적어도 우리는 EBE가 아냐.
[아마미야]
……또 한 명, 수상한 사람을 골라야 하는 거야?
[쿠토]
그래, 그런 게 되겠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
[시호]
그럼 특수능력자에게 의심받은 에하토가 EBE인가.
[미나세]
……넌 저 특수능력자를 부정하지 않았어?
[시호]
나는 부정이 아니라 가능성 얘기를 했을 뿐이야.
[에하토]
EBE 중에는 저주가 약점인 자도 있어. 오히려 시호, EBE는 너인 거 아니야?
말로는 부정하면서도 나나미가 특수능력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너는 그걸 두려워해서 그를 죽인 거지.
[시호]
…….
[쿠토]
부정하지 않는다는 건, 맞다는 건가.
[시호]
……좋아. 죽이고 싶으면 죽여.
뭐, 내가 아니라 에하토를 죽이지 않은 걸 너희는 언젠가 후회하게 되겠지만.
[미나세]
……EBE일지도 모른다고는 해도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건 좋은 기분은 아니네.
[쿠토]
죽이지 않으면 죽임당하는 세계야. 그렇게 무른 소리만 하다간 살아남을 수 없어.
[미나세]
윽…… 그렇지.
[아마미야]
하지만 쿠토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직 이 안에 EBE가 있다는 거지…….
[쿠토]
괜찮아. 오늘 밤 안에 모든 게 밝혀질 거야.
-
[쿠토]
나타났군…… 역시 네가……. 아마미야, 내 뒤로 가.
[에하토]
아쉽게 됐네. 이번 먹이는…… 너야.
[쿠토]
윽……!
[아마미야]
으, 으아아악!!
-
[아마미야]
미, 미나세! 쿠토가 에하토에게 살해당했어……! 역시 남은 한 명의 EBE는 에하토였어……! 여기서 도망치지 않으면 우리도 죽을 거야……!
[미나세]
……밖은 EBE로 넘쳐나고 있어. 도망쳐도 어차피 죽어.
[아마미야]
무슨 말이야……!? 어쨌든 지금은 에하토를 피해 도망쳐야 해……! 우리는 말단이고 아무런 힘도 없고 약하지만…… 분명 둘이 힘을 합치면 EBE를――.
[미나세]
…….
[아마미야]
……어? 미, 나세…… 그 가면은……?
[미나세]
약한 자는, 약한 자 나름의 방식으로 싸우지 않으면 그냥 도태될 뿐이야.
[아마미야]
……!?
[에하토]
그런 거지. 그는 현명하군.
[아마미야]
……윽!!
[에하토]
아마미야, 너도 끝이야.
-
[에하토]
설마 네가 협력해줄 줄이야.
[미나세]
이제 인간은 끝이니까요. 그렇다면 강한 자 밑에 따르며 조금이라도 길게 살고 싶었을 뿐이에요.
[에하토]
역시 너는 현명해.
……이 녀석도 죽었나. 이걸로 나의…… 우리의 승리다.
[미나세]
네. 이 별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요.
[이즈미]
(미소를 띤 미나세와 에하토. EBE인 에하토의 승리로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