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리]
감사합니다!

[사쿠야]
감사합니다~!

[이즈미]
(무사히 최종일도 끝났어. 다들 해냈다는 표정이네. 공연 기간에 라이브 송출 티켓도 최고치를 갱신했고, 정말 여기까지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반리 군을 시작으로 다들 공연 중에도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연기를 파고든 덕분에 각자 배우로서 크게 성장했어. 서포트 해준 모두의 활약도, 전 공연보다 몇 단계나 좋아진 스태프진도 최고였어)
(관객분들 반응도 좋고, 이대로 후편도 무사히 성공해서 전력으로 플뢰르상 노미네이트를 노리자!)

-

[이즈미]
(아, 카미키자카 씨네. 수리 공사 얘기인가? 저번에 시공업자를 소개해주고 자료까지 보내주셨지. 꼼꼼히 읽어봐야지)

-

[레니]
"꽤 교활한 상대야. 그쪽 정체를 눈치챘다는 걸 알게 된다면 단숨에 극단을 짓밟으려고 하겠지."

-

[이즈미]
……. (맡겨달라고 하셨으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

-

[슈]
실례한다.

[레니]
갑작스럽군. 연락 정도는 해.

[슈]
조금이지만 진전이 있어서.

[레니]
뭐?

[슈]
셋츠 반리의 스캔들 밀고에 어떤 반사회조직이 관련되어 있어. 그 구성인의 일부 정보를 손에 넣었다. 이 사진, 동영상하고 비교해봐.

[레니]
……닮았군.

[슈]
GOD 극단과의 연기대결의 방해도, 이번 스캔들 공작도 같은 조직이 관련된 건 틀림없어 보여. 흑막은 같은 것 같군.

[레니]
…….

[슈]
하지만 중요한 그자의 연관성은 아직 찾지 못했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
흑막은 꽤 교활해. 결점을 드러낼 거라는 기대는 못 하지. 적어도 내통자라도 찾을 수 있으면…….

[레니]
그거라면, 직접 꼬리를 물면 돼. 후편 상연 전까지 그자는 반드시 무슨 일을 꾸밀 테니까.

[슈]
……정말로 괜찮겠어? 적으로 돌리면 최악의 경우 유키오처럼 연극계에서 추방될 거야. 잘 되더라도, 일본의 연극계에 미칠 영향이 커.

[레니]
……나는 그 녀석을 이곳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거야.

[슈]
여전하네. 뭐, 혹시 연극계를 재건하게 되면 그때는 나도 한몫해 줄게.

[레니]
의지하고 있다.

-

[시트론]
수고했어야~!

[츠무기]
어떻게든 무사히 끝났네.

[반리]
아니~ 진짜 폐 많이 끼쳤슴다.

[카즈나리]
셋챠 탓도 아닌걸!

[사쿄]
빚은 무대에서 충분히 갚았잖아.

[반리]
그렇죠.

[쿠몬]
ANIMS 액션 멋있었어~!

[미스미]
응응, 나도 같이하고 싶어!

[텐마]
후편은 우리가 날뛰어야지.

[반리]
맡길게.

[미스미]
맡겨줘~!

[이타루]
다음엔 드디어 봄조 차례네.

[마스미]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힘낼 거야.

[시트론]
나, 우주 괴수로서 날뛸 거야~!

[츠즈루]
그런 역할 없잖아요!?

[치카게]
전편에서 이어준 걸, 후편에서 끊어버릴 수는 없지.

[사쿠야]
반리 군에게 받은 걸 후편까지 똑바로 가져갈게.

[반리]
그래.

[사쿠야]
오랜만의 주연이니까, 반드시 성공하고 싶어.

[무쿠]
후편, 기대된다.

[쿠몬]
빨리 연습하고 싶어!

[오미]
미모사 피자 구웠어~

[타이치]
먹고 싶어여!

[쿠몬]
앗, 나도~!

-

[츠무기]
이번 공연은 목표가 컸는데,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에요.

[이즈미]
동영상 소동이 있었을 때는 어떻게 될지 걱정했는데, 반리 군 덕이에요.

[타스쿠]
연출 조수로도 열심히 했으니까.

[츠무기]
여러 가지로 고민하는 듯 보였는데, 해결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이즈미]
(가장 큰 공로자를 칭찬해줘야―― 어라? 반리 군은 어디 간 거지……?)

-

[반리]
…….

[이즈미]
반리 군?

[반리]
어, 왜?

[이즈미]
주연을 맡으면 뒤풀이 중에 여기에 오게 되나 봐.

[반리]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어. 주연은 다들 그렇게 되는 걸지도.
공연 중에 최대 출력으로 계속 달려와서 머리에 피가 몰린 느낌이니까.

[이즈미]
그럴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걸지도.

[반리]
……이번 공연을 통해서, 새롭게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되돌아봤어.
애초에 나는 요구받은 것에 대답하는 걸 좋아했던 걸지도 몰라. 바로 시시해졌지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으니까.
아마미대에서 우등생이라고 불리는데 어쩐지 위화감이 있었지만, 어릴 때 나는 실제로 우등생이었을지도.
……지금은 그런 나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어.
주연으로서, 연출 조수로서, 감독쨩이나 다른 극단원, 스태프 모두와 연극을 만들어내는 게 참을 수 없이 재밌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른 사람과 함께 만들어내는 연극을 좋아한다고 실감했어.
나는 아마도, 10대의 어느 시기까지 같은 시선, 같은 온도로 접할 수 있는 사람을 계속 만나지 못해서 고독했던 거야.
그래서 지금 이 동료들과 만난 게 진심으로 기뻐.
솔직히 이번 소동은 힘들었고, 앞으로도 많이 벽에 부딪히고 지옥을 볼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나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뛰어넘어 갈 거야.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건, 역시 연극을 만드는 인간 모두를 이어주는 연출 조수를 해본 덕인 것 같아. 솔직히 앞으로도 연출주소 해보고 싶어.

[이즈미]
정말?

[반리]
뭐, 감독쨩이나 모두가 괜찮다면 이지만.

[이즈미]
이 감사함을 알아버렸는걸…… 해주지 않으면 내가 곤란해! 나도 무척 도움이 됐고 다들 고마워하고 있어.

[반리]
좀 더 많이 연극에 관해 공부해서, 언젠가는 백화의 카부토처럼 주연 겸 연출도 해보고 싶어.

[이즈미]
좋네. 분명히 지금까지 MANKAI 컴퍼니에 없는 무대가 될 거야. 나도 응원할게! 앞으로도 배우&연출 조수로 잘 부탁해!

[반리]
나야말로, 아직 신참이니까 잘 부탁해.

[이즈미]
(극단의 미래로 이어지는 한 걸음을 위해 후편도 반드시 성공하자. 다 함께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반리]
감사합니다!

[사쿠야]
감사합니다!

[타이치]
고마워여~!

[쥬자]
감사함다.

츠무기]
감사합니다.

[타스쿠]
감사합니다.

[반리]
……아~ 한마디 해도 될까요?
이번 공연을 기대해준 사람들에게 특히, 공연이 어떻게 될지 걱정을 끼쳤다고 생각해.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단독방송 이후에 많은 분께 응원 메시지를 받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는 배우니까, 받은 은혜는 반드시 무대 위에서 갚을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부디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관객A]
반리 군…….

[관객B]
……힘내~!

[관객C]
앞으로도 응원할게!

[이즈미]
(반리 군의 진정한 마음이 이번 공연을 본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전해졌을 거야)

-

[이즈미]
네.

[미즈노]
"안녕하세요. 미즈노입니다."

[이즈미]
아, 안녕하세요.

[미즈노]
"첫날, 고생 많으셨습니다! 라이브 송출 말입니다만, 첫날이 꽤 순조로워서 상당한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자세한 건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겠지만, 먼저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즈미]
정말인가요? 잘됐다!

[미즈노]
"계속해서 많은 분이 보실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즈미]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첫날부터 최고의 연기를 했을 뿐 아니라, 그걸 많은 사람이 봐줬다는 건 기쁘지. 중요한 이번 공연을 위해 모두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그 결과가 착실하게 나오고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야)
(이익이 나온다면 전에 얘기했던 극장 수리도 본격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으려나. 마침 오늘은 카미키자카 씨도 와계시니까 나중에 상담해보자)

-

[카스미]
사쿠야 군, 잘했어~! 후편이 너무 기대돼서 못 기다리겠어!

[사쿠야]
감사합니다.

[히로]
여름조 활약은 후편으로 넘긴 건가.

[텐마]
후편도 보러 와주세요.

[젠]
네 진짜, 잘 봤다. 밥 먹인 보람이 있었어.

[반리]
감사함다.

[레니]
……완전히 정이 들었군.

[슈]
너도 첫날인가.

[레니]
그래.

[슈]
아무래도 감회가 깊지.

[레니]
핫카쿠 씨의 씨앗을 주기 아까워했던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슈]
방해가 들어올수록 성장하는 법이잖아.

[레니]
……예의 그건 어떻게 됐지?

[슈]
……여기서는 좀. 다른 데서 얘기하자.

[아마다테]
이런, 초대 MANKAI 컴퍼니 분들이 모여계실 줄이야.

[이사A]
이것 참 그리운 멤버로군요.

[레니]
오늘은 여기까지 걸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히로]
오랜만입니다.

[이사B]
휴우가 군, 이번 드라마도 평판이 좋던데. 나도 재밌게 보고 있어.

[히로]
감사합니다.

[이즈미]
아, 카미키자카 씨!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레니]
――.

[이즈미]
카미키자카 씨, 이분들이……?

[레니]
그래, 맞아.

[이즈미]
저기, 처음 뵙겠습니다. MANKAI 컴퍼니 주재 겸 총감독인 타치바나입니다!

[이사A]
아, 자네가――.

[이사B]
작은 극장에서 연출 면으로도 고심한 게 보였어. 정말 좋더군.

[이사C]
뜨거운 연기를 보게 돼서 정말 재밌었네.

[이사A]
나는 초대의 연기를 좋아했지. 극단을 다시 일으켜줘서 고맙네.

[이즈미]
저야말로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꽤 호감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아마다테]
자네가 타치바나 유키오 씨의 딸인가.

[이즈미]
앗, 네!
(아, 저 사람은 플뢰르상을 시상했던 극단 백화의……)
아빠를 알고 계신가요?

[아마다테]
그래, 예전부터 나는 MANKAI 컴퍼니의 무대와 핫카쿠 씨의 각본을 정말 좋아했지.
이번에도 핫카쿠 씨의 구상이라고 듣고 기대하고 있었네. 후편도 기다리고 있겠네.

[레니]
――그러고 보니 아까 뭔가 말하려고 했었지.

[이즈미]
아, 네. 죄송해요, 그럼 저는 이만――.

[레니]
실례하겠습니다.

[아마다테]
……정말로 기대되는군.

-

[레니]
그래서 얘기할 거라는 건?

[이즈미]
실은 이번 공연 티켓 판매가 꽤 순조로워서 목돈이 생길 것 같아서요. 극장을 수리하려고 해요.

[레니]
그래, 슬슬 노후화하는 부분도 있을 테고 시기적으로 좋군.

[이즈미]
그래서 설계에 관여했던 카미키자카 씨에게도 여러 가지로 상의드릴 수 있을까 해서요…….

[레니]
상관없다. 뭐든지 물어봐.

[이즈미]
감사합니다!

[레니]
극장 수리 외에도, 극단 주변에서 뭔가 의심스러운 일이 있으면 바로 얘기해라.

[이즈미]
의심스러운 일이요……?

[레니]
이번 일도 힘들었던 것 같으니까.

[이즈미]
……지난달에 아빠를 만나러 갔을 때도,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말해달라고 했었어요.
뭔가 알고 계신 건가요?

[레니]
……사실은, 초대 시절부터 MANKAI 컴퍼니의 활약을 좋게 보지 않는 인간이 있다. 이번 소동도 그 인물이 꾸민 일일 가능성이 있어.

[이즈미]
네!? 초대 때부터요……?

[레니]
꽤 교활한 상대야. 그쪽 정체를 눈치챘다는 걸 알게 된다면 단숨에 극단을 짓밟으려고 하겠지. 그러니 지금은 자세하게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나도 사태의 해결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어. 부디 믿고 맡겨주길 바란다.

[이즈미]
……감사합니다. 부탁할게요.
(……훨씬 전부터 극단을 노리고 있었다니, 어떤 상대인 걸까?)

[레니]
어쨌든 너희가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최상의 연극을 완성해내는 것뿐이야.
만약의 경우에는 어쨌든 나를 시작으로 초대조를 의지해라. 우리는 전원 만개 공연이 무사히 완결 나는 것을 바라고 있으니까.

[이즈미]
네.
(불안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맡겨준 만개 공연의 씨앗을 만개로 꽃피우는 것. 그리고 초대 분들을 위해서도 플뢰르상 노미네이트를 노리는 거야!)

-

[반리]
"감사합니다!"

[카부토]
…….

[아오시]
휴식 끝나요.
아, 저 사람…….

[카부토]
알아?

[아오시]
저번에 논란이 됐던 사람이죠? 우리 고등학교 OB인 것 같아요. 같은 반 애가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저는 도중에 전학 간 거라서 재학 중의 일은 모르지만요.

[카부토]
그거 우연이군. 재밌게 자랄지도 모르니까 눈여겨보고 있었지.

[아오시]
우리 극단에 신인 넣는 거, 카부토 씨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카부토]
글쎄다. 나는 이상적인 극단에서 이상적인 연극을 만들고 싶어.

[아오시]
네……?

[카부토]
일단 너도 숫자에 넣어놨으니까 안심해. 삼류 배우.

[아오시]
……그거 고맙네요.

[카부토]
"처음에는 단순히 가족에게 조금 더 칭찬받고 싶다던가, 그 정도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오시]
처음 듣는데요. 어떤 작가 말이에요?

[카부토]
작가가 아니야.
…….

[링크]
"쓸만한 게 없네."

[댄]
"이봐, 적당히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건 아니겠지?"

[링크]
"난 감정사야. 봐, 면허도 있어."

[레오]
"딱히 우리는 언제든지 거래를 관둬도 상관없는데."

[더그]
"마음대로 골라가."

[링크]
"어라? 이 레플리카――."

[더그]
"그건 안 돼."

[링크]
"잠깐 보여줘."

[더그]
"팔 생각 없어."

[링크]
"흐~응, 뭐 상관없어. 그럼 전부 해서 이 정도인가. 부족한 몫은 특별히 깎아줄게."

[티그]
"가차 없군."

[래트]
"보물고가 텅 비었어."

-

[댄]
"기워낸 모양새지만 어떻게든 부품을 쓸 수 있겠어."

[뱃]
"우주 경찰의 통신이 늘었어. 슬슬 냄새를 맡은 걸지도 몰라."

[댄]
"내일은 출항한다. 당분간은 몸을 숨기고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어."

[사쿠]
"저기 더그, 할 얘기가 있는데――."

[댄]
"지금은 바빠. 내일 해."

-

[티그]
"너도 이제 적당히 어른이 되는 게 어때?"

[더그]
"무슨 소리야?"

[티그]
"사쿠 말이야. 애처럼 삐져있지 마. 아버지 일은 그 녀석 탓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잖아."

[더그]
"이제 와서 그런 걸 신경 쓰겠냐."

[티그]
"그럼 왜."

[더그]
"우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해적이었어. 해적이 되는 걸 의심한 적도 없지. 아버지들의 등을 보고, 동경하고……."
"배의 일원으로 더그라는 《코드네임》을 받았을 때는 드디어 한 사람 몫을 한다고 인정받은 기분이 들어서 자랑스러웠어."

[티그]
"언젠가 아버지 같은 선장이 되겠다고 계속 말했었지."

[더그]
"그래서 더욱, 그 녀석을 인정할 수는 없어. 그 녀석은 이대로 있으면 안 돼."

[이즈미]
(해적으로서 자부심과 자긍심, 자기들에게는 이것밖에 없다고 결심한 더그의 모습…… 지금의 반리 군이니까 할 수 있는 연기야)

-

[더그]
"추격자는?"

[티그]
"지금은 없어."

[더그]
"이대로 B37 성운으로 가자."
"그래서 할 얘기가 뭐야?"

[사쿠]
"저기, 나, 배에서 내리려고 해서……."

[더그]
"내려서 어떡하게. 너같이 세상 물정 모르고 굼뜬 놈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어."

[사쿠]
"난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누군지 알고 싶어."

[더그]
"누가 바람이라도 넣었어?"

[사쿠]
"경찰에 붙잡혔을 때, 표본에 관해 물어보더라. A12와 관계가 있냐고. 이 표본을 단서로 내가 어디서 태어난 건지, 나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몰라."

[더그]
"스스로 정한 거지?"

[사쿠]
"응."

[더그]
"그럼 됐어. 마음대로 해."

[사쿠]
"……지금까지 폐를 끼쳐서 미안해. 더그 네 아버지 일도――."

[더그]
"딱히 폐 끼쳤다는 생각 안 해. 아버지도 하고 싶은 대로 한 거야. 만족했겠지."
"그보다 난 너 자신에게 짜증이 났어. 해적으로서 살아갈 생각도 없이, 그저 멍청히 따라올 뿐인 너에게."

[사쿠]
"……미안해."

[더그]
"이제야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은 거지?"

[이즈미]
(안도한 듯한, 드디어 사쿠를 인정한 듯한 더그의 따뜻하게 뒤를 밀어주는 말……)

[더그]
"적지만 가져가라. 지금까지 일한 급료야."

[사쿠]
"――엇, 받아도 돼?"

[더그]
"한 푼도 없이 어떻게 살려고."

[사쿠]
"고마워."

[더그]
"내릴 거면 B24에서 내려. 거기는 치안도 좋고 눈에 띄지도 않을 거야."

[사쿠]
"응."

[더그]
"――뭐야?"

[월]
"적습! 적습!"

[티그]
"발견된 건가?"

[뱃]
"아니, 경찰이 아냐."

[댄]
"그럼 대체――."

[래트]
"으악."

[티그]
"위험해. 지금 장비로 도망칠 수 있을지――."

[더그]
"어쨌든 다가올 틈을 주지 마."

[뱃]
"소형 배가 접근!"

[댄]
"어느새――!?"

[티그]
"저쪽 동료인가?"

[더그]
"아니, 저 배는――."

[레오]
"바로 항쟁 시작한 거냐? 역시 해적은 혈기 왕성하네."

[링크]
"다 낡아빠진 배로 허세 부리다간 바로 침몰한다?"

[더그]
"저쪽에서 싸움을 걸어온 거라고. 그보다 무슨 볼일이야?"

[링크]
"계산을 좀 틀려서 말이야, 좋은 값에 팔았으니 이익이 남은 만큼 돌려줄게."

[티그]
"의외로 양심적인데."

[래트]
"그보다 왜 지금!?"

[댄]
"관통되지 않고 여기까지 잘도 왔군. 스텔스 성능이 뛰어나."

-

[링크]
"그럼 이걸로 대차 제로야. 다음에도 또 이용해줘."

[더그]
"기다려. 이 녀석을 데려가라."

[사쿠]
"어?"

[더그]
"우리가 시선을 끌고 있을 때 도망쳐. 넌 네 길을 가."

[사쿠]
"하지만――."

[더그]
"내 아버지는 너를 지키려고 했어. 아마도 너와 그 표본을. 여기서 네가 죽으면 아버지가 화낼 거야."
"아버지가 지키려고 했던 걸 나도 지킬 뿐이야. 가. 넌 살아남을 책임이 있어."

[이즈미]
(해적으로서 살고 죽을 각오를 한 더그의 힘찬 말이, 똑바로 닿았어. 사쿠에게 희망을 맡기는 듯한……)
(대사를 하는 반리 군이 모든 걸 드러내고 연기하고 있으니까, 극장에 있는 우리에게 리얼하게 전해지는 거야. 아니, 극장뿐만 아니야. 분명 라이브로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졌을 거야)

[레오]
"보수는?"

[더그]
"그 표본, 보고 싶어 했잖아? 감정하게 해줄게."

[링크]
"……좋아."

[레오]
"야, 뭘 마음대로 정하고 있어?"

[링크]
"내가 감정사야. 가치는 내가 정해. 안 그래?"

[레오]
"……할 수 없지. 빨리 타. 바로 떠날 거야."

[사쿠]
"더그, 다들, 고마워!"

[래트]
"사쿠, 조심해!"

[월]
"제대로 먹어야 한다."

[티그]
"건강해라."

[댄]
"드디어 자립인가."

[뱃]
"이제 붙잡히지 마."

[사쿠]
"다들 죽지 마."

[더그]
"당연하지."

[레오]
"가자."

[티그]
"그럼 어떻게 따돌릴 생각이지?"

[더그]
"그걸 생각하는 게 네 일이잖아?"

[티그]
"이봐……."

[뱃]
"위험해, 경찰이야."

[래트]
"이 타이밍에!?"

[월]
"운이 없군."

[댄]
"경찰에게 붙잡힐지, 정체 모를 놈들에게 붙잡힐지――."

[래트]
"둘 다 싫어~!"

-

[치카게]
(ANIMS의 동료들이 사쿠를 따뜻하게 배웅한다. 긴박한 상황에도 불안을 일절 내보이지 않는 믿음직한 모습이 가을조다워)
-

[경찰관]
"ANIMS와 FORTF의 배를 발견했습니다."

[바그]
"어떡할 거죠? 그림 경부님."

[그림]
"공격목표, FORTF. ANIMS를 구출해라."

[바그]
"공격목표 FORTF!"

-

[래트]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티그]
"경찰이 우리 편을 들고 있는 건가?"

[댄]
"생포할 작정인가?"

[더그]
"뭐든 상관없어. 쫓아버리자!"

[이즈미]
(새로운 길을 발견한 사쿠를 지키겠다고 결심한 더그에게 망설임은 없어. 전편의 라스트에 어울리는, 고민을 떨쳐버린 좋은 표정이야)
(계속 연극에 관련되어 살아간다고 결심한 반리 군이니까 할 수 있는 더그야)

-

[젠]
(……이런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건가)

[레니]
(핫카쿠 씨의 씨앗이 싹텄군……)

[더그]
"저건가……."

[티그]
"어떻게 침입할 거지?"

[더그]
"기다려, 이제 곧――."

[티그]
"갑자기 순찰선이 출항했어……?"

[더그]
"댄하고 애들한테 한바탕 날뛰어 달라고 했지."

[티그]
"죄상이 늘었군."

[더그]
"가자. 지금이라면 안은 허술할 거야."

-

[이즈미]
(붙잡힌 사쿠를 구하기 위해 우주 경찰 쪽에 잠입한 더그와 티그. 다른 ANIMS 동료들은 경찰을 유인하기 위해 다른 배로 한바탕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래트]
"자자, 오늘 이 몸은 다른 때랑 다르다고!"

[월]
"죽고 싶지 않으면 냉큼 항복해라! 하더라도 배는 벌집이 날 테지만!"

[졸부]
"히이이익."

[댄]
"이런 악취미적인 큰 배를 잘도 끌고 있었군."

-

[유조]
(호오, 음향과 조명 강화 효과가 나오잖아. 이런 박력 있는 전투신은 특히 알기 쉽군)

[치카게]
(가을조의 진가 발휘인가. 모두가 다 즐겁게 날뛰고 있군)

-

[사쿠]
"선장이랑 티그!? 어떻게!? 혹시 잡힌 거야!?"

[티그]
"그럼 이렇게 가볍게 올 리 없잖아."

[더그]
"조용히 해. 얼른 여기서 나가자."

[사쿠]
"일부러 구하러 와준 거야?"

[더그]
"압수된 보물을 위해서야."

[사쿠]
"미, 미안해. 그렇겠지."

[경찰]
"야, 어디서―― 침입자다!"

[티그]
"칫."

[더그]
"돌파한다."

[티그]
"야, 경찰에 손대는 건――."

[경찰]
"으아악!"

[더그]
"불가항력이라는 거지."

[티그]
"좀이 쑤셨으면서 말은 잘해."

[더그]
"댄하고 애들한테만 죄를 쌓게 할 수는 없지 않겠어!"

[경찰]
"――윽."

[경찰]
"멈춰라!"

[경찰]
"얌전히 있어!"

[티그]
"미안하지만, 선장 명령이라서."

[더그]
"비켜! ANIMS가 나가신다!"

[경찰]
"으악!"

[경찰]
"큭!"

[더그]
"젠장, 포위됐나."

[티그]
"수가 너무 많아."

[마린]
"이쪽."

[사쿠]
"으앗!?"

[무라사키]
"따라와."

[더그]
"신용할 수 없어."

[무라사키]
"그러면 여기서 잡힐 건가?"

[더그]
"――."

-

[이즈미]
(마린과 무라사키의 협력으로 더그 일행은 ANIMS 동료들과 합류한다)

[래트]
"사쿠, 무사해서 다행이야!"

[사쿠]
"미, 미안해, 내가 붙잡혀서――."

[월]
"신경 쓰지 마."

[더그]
"발진한다."

[댄]
"간단하게 말하지 마, 선장."

[뱃]
"저 많은 사람을 잘도 달고 왔구만."

[티그]
"뿌리친다."

[래트]
"확 부딪쳐버려!"

[더그]
"전속 전진!"

[래트]
"어? 저쪽은 고장이라도 난 건가?"

[티그]
"전에 없이 움직임이 둔한데."

[더그]
"뱃, 어떻지?"

[뱃]
"이상해. 이변은 없어."

[댄]
"일부러 놓아준다는 건가?"

[더그]
"뭐든 상관없어. 저쪽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튀자."

-

[그림]
"어떻게 된 거지?"

[아오]
"도망쳤습니다."

[그림]
"너희 팀이 고의로 놓아줬다는 보고가 있다."

[아오]
"이번 범인은 ANIMS가 아닙니다."

[그림]
"그런 말은 들은 적 없다. ANIMS를 확보하는 게 너희 일일 텐데."

[스구리]
"17년에 걸친 비원이 이뤄질지도 몰라, 그림."

[그림]
"――."

[아오]
"이번 사건에 FORTF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배에는 A12 출신의 증조부를 가진 인간이 타고 있었습니다."
"ANIMS에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의문점도 있습니다."

[그림]
"그런 건 증거를 먼저 잡은 후에 하는 말이지. 이제 가도 좋다."

[아오]
"그림 씨!"

[스구리]
"가자, 아오."

[그림]
"……."

[바그]
"팀에서 제외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그림]
"FORTF의 최근 활동을 조사해라."

[바그]
"네!"

-

[아오]
"그렇게 머리가 굳은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스구리]
"이러쿵저러쿵하지 말고 증거를 잡으라는 뜻이야."

[아오]
"네?"

[스구리]
"그림의 아버지는 내 동료였어. 그림도 A12의 현장을 봤지. FORTF를 잡고 싶은 건 그 녀석도 마찬가지야. 반드시 꼬리를 잡는다."

[아오]
"――네!"

-

[슈]
(풋내나는 신인 형사와 베테랑의 밸런스가 좋군. 엄격한 상사도 좋게 맞물리고 있어)

-

[사쿠]
"……하아."

[티그]
"밥, 아직 안 먹었지?"

[사쿠]
"고, 고마워."
"있잖아, 더그. 화났지? 난 도움도 안 되고 폐만 끼치니까…… 예전부터 더그를 화나게만 했어."

[티그]
"그건 성격이야."

[사쿠]
"내 탓이야."

[티그]
"전 선장―― 더그의 아버지가 사쿠를 주웠을 때의 일, 내 아버지한테 들은 적 있어."
"항해 중에 이상한 놈들이 탈출 보트를 쫓고 있는 걸 보고 선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웠다고 하더군. 그 보트에 들어있던 게 너와 꽃 표본이야."

[사쿠]
"꽃 표본……?"

[티그]
"아마도 보물고에 있지 않을까? 네 부모님과 연결된 걸지도 모르니까 절대로 처분하지 말라고 했어."

[사쿠]
"……그랬구나."

[티그]
"보트를 뒤쫓아왔던 녀석들이 꽤 끈질겼던 모양이라, 더그의 아버지는 그 전투에서 입은 상처가 원인이 되어 죽었어. 더그는 그게 계속 걸리는 거겠지. 애라서 그래."

[사쿠]
"……."

[티그]
"왜 그래?"

[사쿠]
"티그는 A12라고 알아?"

[티그]
"예전에 소멸했다는 천연기념물 행성이잖아. 이름은 들은 적 있어. 그게 왜?"

[사쿠]
"……아니야, 아무것도."

-

[츠즈루]
(자신의 근원에 의문을 품고 망설이는 사쿠의 심정이 전해져. 사쿠야도 이런 섬세한 연기를 하게 됐구나)

-

[이즈미]
(지명수배되고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된 ANIMS. 배 수리용 부품을 조달하러 정크 시장을 방문하지만, 어떤 가게도 상품을 팔지 않는다……)

[래트]
"이제 됐어, 부탁하지 않을 거야!"

[더그]
"그쪽은 어땠어?"

[티그]
"안 돼. 수배자와는 거래할 수 없다고 해."

[댄]
"칫."

[레오]
"거기 너희, 뭘 찾고 있지?"

[링크]
"레오,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귀찮은 일을 떠맡는 건 찬성할 수 없어."

[레오]
"큰일을 위해서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지. 우리는 행상이 아니야. 이대로면 전직하게 되겠어."

[더그]
"이 리스트에 있는 게 필요해."

[레오]
"……호오. 준비해줄 수는 있지. 금액은――."

[링크]
"이 정도?"

[래트]
"농담이지? 시가의 10배잖아!"

[레오]
"지금 곤란한 거 아냐?"

[댄]
"약점을 파고들다니."

[티그]
"어떡할 거지, 선장?"

[더그]
"배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티그]
"하지만 가진 걸로는 부족해."

[레오]
"부족한 건 현물이라도 좋아. 보물고에 뭐든 굴러다니지 않겠어? 해적이니까."

-

[히로]
(여름조가 나오면 단숨에 템포가 빨라져서 현장이 밝아진다니까. 정말이지, 어디까지나 여름조다운 배우들이야)

[사쿠]
"――해적 ANIMS의 연식 있는 배의 보물고. 빼앗은 것 중 값을 매길 수 없는 잡동사니나, 죽은 동료의 유품이나,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귀중한 보물이 굴러다닌다."
"그중에도 나는 작은 꽃 표본을 청소할 때마다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 먼 옛날 멸종한 원종 식물. 어차피 이 표본도 레플리카겠지."
"그래도 잡다한 보물고에 굴러다니는 작은 꽃이 갸륵해서, 예전부터 무척 신경이 쓰였다."

[래트]
"야, 사쿠. 청소 끝났어?"

[사쿠]
"아, 응. 이제 선장실만 하면 돼……."

[래트]
"생큐~ 자, 이거 심부름 값."

[사쿠]
"으읍."

[래트]
"월이 맛있어 보이는 과자를 만들고 있더라고~"

[월]
"래트! 집어먹지 말라고 계속 말했잖아!"

[래트]
"으악! 사쿠도 공범이야!"

[사쿠]
"어!?"

[월]
"정말이지, 식량도 무한히 있는 게 아니라고."

[래트]
"금방 다음 별에 도착할 텐데, 보급할 수 있겠지~"

[월]
"무슨 일이 생겼을 때를 위해 관리하는 거지."

[래트]
"이 주변은 단속도 없는데 무슨 일이 생긴다고. 월은 걱정이 너무 심해."
"엇, 뭔데? 뭐야?"

[월]
"경고음?"

[래트]
"보고 올게!"

-

[뱃]
"우주 경찰이야!"

[티그]
"스텔스 모드로 이행!"

[댄]
"안돼, 늦어!"

[뱃]
"수가 엄청나. 낌새가 전혀 없었는데, 어느새―― 우리를 포위하고 있어."

[더그]
"당황하지 마! 우리는 의심받을 짓은 하지 않았어! 당당하게 맞이해주자고."

[티그]
"더그, 정찰치고는 좀 이상해."

[더그]
"만약을 위해 긴급 발진할 수 있도록 준비해둬."

[티그]
"알았어."

[래트]
"왜 이런데 우주 경찰이 있어?"

[월]
"별일이군."

[댄]
"도주용 루트를 확보해두겠다."

[이즈미]
(다들 컨디션 좋아 보인다. 기합이 전해져)

-

[아오]
"얌전히 해치를 개방하라. ARC 정부 소속선 강도 혐의로 구속 영장이 나왔다."

[티그]
"정부선? 무슨 소리야?"

[더그]
"뭐야,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라 해적을 잘못 본 거냐고."

[스구리]
"전원 체포해라. 한 명도 놓치지 마."

[더그]
"방어 해치를 분리해! 긴급 발진! 이탈한다!"

-

[스구리]
"칫."

[아오]
"포박해라! 발진시키지 마!"

[스구리]
"기다려!"

-

[티그]
"위험해, 이대로면 떨어질 거야!"

[더그]
"독을 버려!"

[래트]
"안 돼! 거기엔 아직 사쿠가 있어!"

[더그]
"――."

[사쿠]
"――."

[티그]
"어떡할 거냐, 더그."

[더그]
"이대로면 전원 붙잡혀.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독을 버려."

[래트]
"선장!"

[이즈미]
(냉혹도록 냉정한 판단을 하는 더그의 선장으로서의 얼굴…… 그 안에 언뜻 보인 개인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

[이즈미]
(그렇게 우주 경찰에게 붙잡히게 된 사쿠는, 압수품인 식물 표본에 대해 추궁받는다)

[스구리]
"아는 걸 말해라. 해적이 어떻게 이 표본을 가지고 있는 거지? 어디서 손에 넣었나?"

[사쿠]
"……몰라요. 제가 어릴 때부터 계속 보물고에 있었어요."

[스구리]
"A12에 대해 아는 것은?"

[사쿠]
"A12……? 그게 뭔데요?"

[스구리]
"잡일 담당으로는 결말이 안 나는군."

[아오]
"어째서 그렇게까지 그 표본에 신경 쓰는 거죠? 저 정도 레플리카는 어디든지――."

[스구리]
"자세히 봐라. 이건 레플리카가 아니야."

[아오]
"네……? 설마, 그런……."

[스구리]
"행성 자체가 천연기념물이라 불리며 유일하게 원종의 식물이 자라는 별, A12가 소멸한 건 지금부터 17년 전."
"그 시절에 만들어진 표본이라면 현존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지."

[아오]
"하지만 어째서 이런 걸 해적이?"

[스구리]
"……나도 그게 알고 싶다. 17년간 계속 찾아 헤맸던 단서야."

[아오]
"스구리 씨, 혹시 그 수사팀에 있었어요?"

[스구리]
"그래…… 지옥 같은 현장이었지."

-

[그림]
"아빠, 순찰선은 이렇게 생겼구나!"

[그림 아빠]
"너무 기웃거리면서 방해하면 안 된다."

[그림]
"네!"

[스구리]
"영리해 보이는 아이네요. 경부님과 닮았습니다."

[그림 아빠]
"무리한 부탁을 해서 미안해. 학교 숙제로 꼭 아빠가 하는 일을 보고 싶다고 말을 안 들어서 말이야."

[스구리]
"흉악범죄 현장에 데려갈 수는 없으니까요."

[경찰관]
"스구리 씨, 수상한 배를 발견했습니다."

[스구리]
"뭐? 경고를 보내고 정지시켜라."

[경찰차]
"이쪽을 눈치채고 도망갑니다!"

[스구리]
"추적해라."

[그림 아빠]
"어디로 갈 생각인 거지?"

[스구리]
"저 앞은――."

[그림 아빠]
"A12의 배가 아니군. 그 별에는 허가 없이는 출입할 수 없을 텐데."

[스구리]
"설마 억지로 침입하려는 건가."
"서둘러라! 우리도 돌입한다. 만약을 위해 본부에도 보고해라."

-

[스구리]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낙원의 땅은 초토화되어 생존자는 제로…… 지금도 생생히 떠올라."
"우주의 중대한 손실이다. 범인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

[시트론]
(과거에 상처가 있는 형사라니 가이다운 역할이야. 정말이지, 잘 어울리잖아)

-

[무라사키]
"너희가 ARC 요인선 습격 담당인가?"

[아오]
"뭐야, 당신들은."

[스구리]
"……ARC의 개가 무슨 일이지?"

[무라사키]
"알고 있으면 얘기가 빠르겠네. 습격 사건 수사 상황을 알고 싶어서 말이야."

[마린]
"협력 부탁한다."

[아오]
"여기까지 오다니,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마린]
"너희가 알 필요는 없다."

[무라사키]
"너무 그러지 마, 그들도 어느 정도 받는 게 있어야지 납득하지 않겠어?"

[마린]
"……사건에 FORTF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스구리]
"뭐야?"

[아오]
"FORTF라니 이상향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온갖 천연기념물을 모으고 있는 컬트 집단 말인가요?"

[스구리]
"그래, 테러리스트 같은 거지."

[아오]
"하지만 어째서 정부의 배를 노리는 거죠?"

[무라사키]
"우리가 주는 건 여기까지야."

[마린]
"그쪽이 얘기할 차례다."

[스구리]
"……그래."

-

[슈]
(겨울조는 우주 경찰인가…… 자기들의 장점을 잘 알고 있군. 차분함과 무게감이 실려서 장면에 긴장감이 생겨)

[이타루]
(아즈마 씨랑 히소카는 역시 신비한 역할이 어울려. 저런 비밀경찰 같은 중2로운 역할, 나도 하고 싶다~)

-

[이즈미]
(우주 경찰에게서 도망친 ANIMS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관해 얘기한다)

[래트]
"응? 선장, 사쿠를 구하러 가자!"

[티그]
"리스크가 너무 커."

[댄]
"애초에 누명을 쓴 거니까. 기소될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을 거다."

[뱃]
"털면 얼마든지 먼지가 나는 해적에게 그런 동정을 베풀 것 같지는 않은데."

[월]
"버리자는 거야?"

[티그]
"신중하게 가야 한다는 거야."

[댄]
"어떡할 거냐, 선장."

[더그]
"……."

[래트]
"선장!"

[월]
"당신은 동료를 버리는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티그]
"사쿠는 내가 혼자 구하러 가겠다."

[댄]
"무모해."

[티그]
"하지만 가능한 건 나밖에 없잖아?"

[댄]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티그]
"이걸로 됐지?"

[더그]
"상관없어. 단―― 나도 간다."

[티그]
"선장이 직접? 배는 어떡하려고?"

[더그]
"내가 없을 때는 댄에게 맡긴다. 이러면 적어도 무모하지는 않아. 그렇지?"

[래트]
"역시 선장!"

[월]
"나도 협력하고 싶지만, 걸리적거리겠지. 고작해야 양동 정도인가."

[뱃]
"화려하게 엄호할게."

[댄]
"정말이지, 하는 수 없군.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어디가 신중한 건지."

-

[히로]
(더그의 마음의 동요가 훌륭하군…… 의견이 맞지 않는 상대지만 버릴 수도 없다는 건가)

[카스미]
(우와~ 다들 멋있네! 최애는 사쿠야 군이지만 역시 신생조는 다 좋아……!)

[이즈미]
(가을조는 특히 성격에 맞춰서 쓴 듯 하니까, 다들 자유롭게 자신의 특색을 살리고 있어)

[학생A]
결국 끝까지 지각이냐고.

[학생B]
그보다 카부토 씨한테 시작 시각 빠르게 알려주면 되지 않아?

[학생A]
말했어.

[반리]
(사실은 학교 땡땡이치더라도 공연에 집중하고 싶은데…… 이런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니까)

[카부토]
그럼 워크숍 최종일 시작한다.

-

[카부토]
…….

[반리]
저기. 당신이 한 질문의 답을 찾았어.

[카부토]
…….

[반리]
"나는 연기가 하고 싶어. 이곳에서, 계속,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반리]
무슨……!!

[카부토]
첫 워크숍에서 이 꼴을 봤으면 스카우트했을지도 모르지. 조금은 재밌는 배우가 됐잖아.

[반리]
――.

[카부토]
표정이 개운해 보이는데, 앞으로 넌 몇 번이고 다시 콧물 흘리면서 울게 될 거다.

[반리]
흘린 적 없어.

[카부토]
몇 번이나 고민하고 발버둥 치고 괴로워하고, 밑바닥으로 떨어지게 될 거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반리]
딱 좋네. 간단하게 클리어할 수 없는 편이 더 타오른다고.

[카부토]
너, 지금 몇 살이지?

[반리]
……스물인데요.

[카부토]
"누구나 사람은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시기, 어른보다 노성할 때가 있다."

[반리]
어?

[카부토]
……하아. 사카구치 안고다. 기껏해야 스물의 노성 따위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지.
이걸 줄게. 좀 더 책을 읽어. 타인의 삶을 네 걸로 만들어.

[반리]
자서전 사인본이에요?

[카부토]
아니야.

[반리]
'바람과 빛과 스무 살의 나와'……?

[카부토]
사카구치 안고의 포트레이트 같은 거다.

[반리]
네……?
……? 여기 쓰여있는 번호는……?

[카부토]
내 옆에서 연기하고 싶어지면 걸어.

[반리]
……뭐야 그게. 갈 리 없잖아.

-

[반리]
……. (이 대사는 역시 조금 더 억눌러서……)

[사쿠야]
반리 군.

[반리]
?

[사쿠야]
대본 체크?

[반리]
응.

[사쿠야]
앗, 거기 'Spotlight' 인터뷰에서 말한 장면이지? 처음 했을 때보다 무척 좋아졌어.
……'답'을 찾았구나.

[반리]
그렇지. 마지막엔 그렇게 혹평해대던 상대에게 이유는 몰라도 인정받았어.

[사쿠야]
정말? 잘됐다! 반리 군의 좋은 점 전해진 거야.

[반리]
이번 사건으로 극단 녀석들이나 가족들이나 모두에게 걱정을 끼쳤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덕에 답을 찾은 것 같아.
왜 나는, 다른 무엇도 아니라 연극이 아니면 안 되는지……. 본심에서 끓어오른 내 마음의 답이라는 걸 알게 돼서 다행이야.
아마도 앞으로 연극을 계속해가면서, 기둥 같은 게 될 것 같아.

[사쿠야]
그때, 나도 뭔가 더욱 힘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것도 못 해서 미안해.

[반리]
같이 연습하고 연기해준 것만으로 충분해. 연기하고 있을 땐 쓸데없는 생각을 안 할 수 있으니까.

[사쿠야]
그래…… 다행이다.

[반리]
솔직히 내 존재가 극단에 폐가 돼서 공연을 망치는 거라면, 여기에 내가 있을 곳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어.
하지만 극단 녀석들은 나를 주연으로 두고 같이 연기를 계속해줬어. 연습실에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자리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

[사쿠야]
그 마음, 나도 잘 알아.
하지만 반리 군에게는 연습실 외에도, 극단 안에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확실한 자리가 있다고 생각해. 모두가 반리 군의 자리를 지켜줄 거야.

[반리]
그런 것 같네. 모두가 나를 걱정하고 마음 써주는 게 간지러웠어.

[사쿠야]
하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 이번 반리 군 같은 일을 겪으면 분명 다들 똑같이 행동할 거야. 반리 군도 그렇지 않아?

[반리]
……그렇지.
새롭게 연기를 향한 각오를 다지고 겨우 스타트라인에 선 것 같아.
카부토 씨도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고 했고. 지금부터가 진정한 여행의 시작인 걸지도 모르지.

[사쿠야]
여행이라. 좋다. 요즘에 만개 공연 사쿠의 영향인가 혼자 여행을 가보고 싶어졌어. 난 지금까지 학교 수학여행 같은 것 밖에는 간 적 없거든.

[반리]
호오, 혼자서 여행이라. 역할분석도 겸해서 후편 시작하기 전에 가보면 좋지 않겠어?

[사쿠야]
아즈마 씨가 혼자 여행하는데 프로 같으니까 다음에 물어봐야지.

[반리]
뭐, 그전에 만개 공연 전편을 해야지.

[사쿠야]
응! 남은 시간 안에 최고의 연기를 완성하자!

[반리]
그래, 다시 집중해서 해야지.

-

[타이치]
――앗, 죄송해여.

[사쿄]
좁으니까 빨빨거리지 마!

[아자미]
야, 베이스 메이크업은?

[쥬자]
끝났어.

[아즈마]
조잡해! 다시 해!

[아즈마]
이번에는 출연자가 많은 만큼 베이스 메이크업은 각자 하게 됐으니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힘들겠어.

[타스쿠]
이즈미다가 들어오기 전에는 이게 보통이었지만요.

[호마레]
그건 내 의상이라네.

[히소카]
……착각했어.

[오미]
완전히 분장실이 수용량 오버네.

[이즈미]
후편도 각오해야겠어.
(상황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니까 긴장하는 멤버도 있네. 주연인 반리 군은――)

[반리]
…….

[이즈미]
SNS 답변?

[반리]
응. 메이크업도 끝났고 시간 있으니까.

[이즈미]
(반리 군은 침착하구나. 주연이 릴렉스하고 있으면 안심되지)
(단독방송 후로 팔로워도 늘고 반리 군 개인뿐만 아니라 극단 자체의 지명도가 올랐어. 그 셋츠 반리의 연기를 좀 더 보고 싶다는 사람들 덕분에 반리 군이 주연인 전편 티켓 예약이 엄청 증가했고)
(첫날인 오늘은 특히 라이브 송출 티켓이 많이 팔렸으니, 다음으로 잇기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해……!)

-

[쥬자]
여기도 좁네.

[타이치]
이렇게 꽉 찬 건 처음이에여!

[타스쿠]
출연자가 이만큼 있으면 입 퇴장이 힘드네…….

[츠무기]
후반엔 더 늘어날 텐데…….

[히소카]
……삐져나올 거야.

[이즈미]
이제 곧 개연이야.

[사쿠야]
그럼 단장이 한마디!

[반리]
이 좁은 곳에서 하는 거냐고.

[이즈미]
모처럼 모였는데, 서포트 멤버인 봄조도 끼면 좋지 않을까?

[사쿄]
더 늘려서 어떡하게.

[아즈마]
어때서, 좋지 않아? 이런 기회도 별로 없잖아.

[반리]
그럼 전원 원진 짰지?
이번에는 주연으로서 폐를 많이 끼쳤어. 연출 조수로서도 부족한 점이 많았지. 하지만 그만큼의 빚은 무대 위에서 반드시 갚겠어.
얘들아, 기합 넣고 한 방 먹이자!

[쥬자]
오우!

[사쿠야]
오~!

[오미]
오우!

[타이치]
오~!

[사쿄]
오우.

[히소카]
……오~

[츠무기]
가을조 식이네.

[아즈마]
신선해.

[호마레]
가끔은 이런 것도 좋군!

[이즈미]
(평소보다 사람 수가 많은 만큼 목소리도 커……)

[관객A]
꺄~!

[관객B]
반리 군 목소리야!

[지배인]
개연 전이니까! 목소리는 작게요!

[반리]
아~ 미안.

[???]
……저……저기…….

[무쿠]
무슨 일이세요?

[???]
아…… 그…….

[마스미]
관계자 외에 출입 금지.

[???]
엇…….

[츠무기]
저기, 괜찮아……?

[이즈미]
아, 혹시―― 세리자와 아카시 군? MANKAI 컴퍼니 주재 겸 총감독인 타치바나예요.

[아카시]
네……에.

[이즈미]
(눈을 전혀 못 맞추네…… 유조 씨가 한 말이 생각난다)

-

[유조]
아카시 할아버지가 초대 MANKAI 컴퍼니 조명담당이었어. 이제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아카시에게 조명 기술을 전부 주입했다고 해. 아직 젊지만 실력은 확실하다. 프리랜서 조명스태프로 활약하고 있어.
그런데 문제가 조금 있어서…….

[이즈미]
문제요?

[유조]
센스나 기술은 확실한데 압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해. 현장에 따라 맞고 안 맞고가 확실하게 갈려. 너희 쪽이라면 괜찮겠지만…….

-

[아카시]
저, 저기…….

[이즈미]
(뭐, 처음이니까 긴장하는 걸 수도 있고. 실력은 확실하다니까 문제없지)
일단 극장 안을 안내해줄게.

[아카시]
아…….

-

[이즈미]
기재나 조명에 대한 건 이 정도고…… 뭐 궁금한 거 있니?

[아카시]
……아, 아뇨…….

[이즈미]
그러고 보니 저번에 아카시 군이 조명을 담당한 무대를 봤어. 클라이맥스와 라스트의 조명이 무척 예뻐서 뭉클했어.

[아카시]
아…….

[이즈미]
?

[아카시]
좋은 사람…….
저, 저기…… 이번 각본…… 읽었어요…… 정말 멋져서…….

[이즈미]
그래? 고마워!

[아카시]
유조 씨에게…… 듣고…… 어쩌면, 할아버지가…… 조명을 했을지도…… 모르니까…….
감독님의…… 머릿속에 있는…… 바라는 색으로…… 배우를 비춰주고…… 싶어요.

[이즈미]
응, 잘 부탁해!
(익숙해질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뿐이고 신뢰가 가는 사람이야!)

[렌토]
아~ 여 있었네!

[이즈미]
아, 렌토 씨!

[렌토]
……이스케 씨는?

[이즈미]
지배인님이요? 오늘은 기숙사에 있을 텐데요…….

[렌토]
뭐야, 없나…….

[이즈미]
다시 인사할게요. 잘 부탁해요.

[렌토]
오~ 나야말로.

[이즈미]
아, 그렇지. 마침 조명담당인―― 어라? 아카시 군? 이상하네, 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렌토]
구석에서 부들부들하는 저 말이야?

[아카시]
덜덜덜…….

[이즈미]
괘, 괜찮아?

[아카시]
날티 나…… 무서워…….

[이즈미]
으음, 이쪽이 조명을 담당하는 아카시 군이에요.

[렌토]
오, 세리자와 아카시구나! 난 키노자키 렌토. 네가 조명 한 무대 봤다. 센스 엄청 좋더만, 너!

[아카시]
조, 좋은 사람……?

[이즈미]
(고개는 들었는데 아직 움츠리고 있어……)

[반리]
감독쨩, 잠깐 괜찮아?

[이즈미]
아, 반리 군도 소개해줄게.
반리 군, 음향인 렌토 씨――는 알지? 조명담당인 아카시 군이야.
렌토 씨, 아카시 군, 이번 주연 겸 연출 조수인 셋츠 반리 군이에요.

[아카시]
저, 저기…… 포트레이트…….

[렌토]
엄청 화제던데.

[이즈미]
둘 다 봤나 보네요.

[렌토]
너, 엄청 화려한 소리 어울릴 것 같다.

[아카시]
……강한 빛으로…… 비추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반리]
고맙슴다.

[이즈미]
본방까지 시간이 많이 없기도 해서, 연출 쪽을 서두르려고 해요. 잘 부탁할게요.

[렌토]
오케~

[아카시]
네……에.

-

[타이치]
"자자, 오늘 이 몸은 다른 때랑 다르다고!"

[오미]
"죽고 싶지 않으면 냉큼 항복해라! 하더라도 배는 벌집이 날 테지만!"

[이즈미]
(렌토 씨와 아카시 군이 들어와 준 덕분에 인상이 확 바뀌었어. 조명과 음향효과가 현격히 좋아졌어…… 이렇게다 차이가 나는구나)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조금씩 친해지면서 여러 가지 상의를 할 수 있게 됐고. 반리 군하고도 의논해서 연출 퀄리티도 높일 수 있어서 다행이야)
(틀림없이 지금까지와는 현격히 다른 퀄리티로 상연할 수 있을 거야!)

[카즈나리]
셋츠 반리, 포트레이트, 단독방송…….

[유키]
뭐야?

[카즈나리]
트렌드 진입했어. 저번 포트레이트 방송 편집본이 유행을 탔나 봐. 스캔들이 날조 기사라는 것도 뉴스에 제대로 뜬 모양이고, 좋은 경향 같은데.

[사쿄]
소동이 잠잠해지면 그 동영상을 올린 사람도 조금은 얌전해지겠지.

[치카게]
이대로 물러난다고도 생각할 수 없지만요.

[사쿄]
꽤 끈질겨 보이니까. 방법을 바꿔올 뿐일지도 몰라.

[치카게]
어느 쪽이든 주의는 해둘게요.

[사쿄]
그래.

[무쿠]
코멘트 굉장하다. 방송하고 며칠 지났는데 아직도 늘고 있어.
'저도 반리 군처럼 제 약점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약점이니까 이해해요'래.

[유키]
'반리 군처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어요'라던가. '반리 군 포트레이트를 보고 감동해서 극장에서 연기하는 게 보고 싶어졌어요'같은 것도 있어.

[지배인]
메일도 편지도 많이 도착했어요.

[치카게]
이번 일로 극단을 알게 됐다는 사람에게뿐 아니라, 기존 팬에게도 응원 편지가 온 모양이야.

[이즈미]
(아직 걱정스러운 점은 있지만…… 반리 군의 포트레이트가 많은 사람의 마음에 닿았다는 건 솔직하게 기뻐)

-

[반리]
…….

[이즈미]
반리 군. 편지 읽어?

[반리]
응. 이번에는 지금까지 받은 편지와는 다르게 각자의 인생이 쓰여있어서 찬찬히 읽게 돼.
무대 위의 내 연기에 마음이 움직여서 연극의 길을 걷게 됐다는 말을 들으면, 기쁘지.

[이즈미]
그렇지.

[반리]
라이브로 우는 꼴을 보였는데, 그보다 꼴사나운 일은 앞으로 없을 거고…… 평생 잊을 수 없겠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와.

[이즈미]
그만큼 필사적인 반리 군의 일인극을 봤으니까, 편지를 쓰지 않고는 못 배겼던 거 아닐까.
단 한 번뿐인 무대를 리얼타임으로, 반리 군이 연기했으니까.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까지 취하게 만든 거야. 그건 정말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해.

[반리]
……내가 가을조 녀석들 포트레이트를 봤을 때랑 똑같네.
라이브로 포트레이트를 한다고 정했을 때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고,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연극은 역시 굉장하지. 나도 동료들의 연기를 보고 인생이 바뀐 것처럼, 내 연기로 누군가를 움직이고 싶었다는 마음도 있어. 하지만 솔직히 책임도 느껴. 내가 연극으로 인생이 180도 바뀌어 봐서 그 인력을 아니까.
지금은, 이렇게 실제로 내 연기를 봐준 사람들의 목소리로 다시금 내 진정한 마음을 알게 된 것 같아.

[이즈미]
답을 찾았어?

[반리]
응.

[이즈미]
포트레이트와 모두의 편지 덕분이네.

[반리]
그렇지. 시간이 걸려도 직접 전부 답변을 쓰고 싶어.

-

[반리]
…….

[유키]
LIME?

[반리]
코멘트 답변.

[유키]
아~ 그래.

[반리]
무슨 일이야?

[유키]
치수 재러 왔어. 처음 쟀을 때랑 사이즈 달라졌지?

[반리]
아, 그럴지도?

[유키]
아무리 네오 양아치라도 스트레스로 빠진 모양이네.

[반리]
시끄러~

[유키]
응, OK.

[반리]
미안.

[유키]
소름. 라이브로 유명해져서 더 빠지는 거 아냐?

[반리]
이제 떨쳐버렸어. 무적이야.
그보다 스트레스 프리가 됐으니까 체중 돌아와서 또 사이즈 달라질지도.

[유키]
어디 사는 근육 오뚜기처럼 고의로 하는 거 아니라면 용서할게.

[반리]
그거 고맙네.

[유키]
이번에는 주연이니까, 조정에도 힘쓸 거야.
그리고 말야, 나도 네오 양아치랑 비슷한 마음이었으니까 알아. 타인에게 약점을 보여주지 않고 이상적인 나로 있기 위해 허세 부리고 있었어.
하지만 내 약점을 보여줘도 좋을 것 같은 동료와 만나고 다르게 살게 됐어. ……너도 그 동료 중 한 명이니까.
그 답례라는 건 아니지만, 어떤 때라도 완벽한 의상으로 무대에 서게 해줄게.

[반리]
고마워.

[반리]
……. (무대 중앙, 0번……. 처음 섰을 때보다 지금이 더 이 장소의 무거움이나 가치라는 걸 이해할 수 있게 됐어)
(초대 MANKAI 컴퍼니가 여기서 쌓아 올린 시간…… 그리고 신생 봄조와 여름조가, 우리 가을조와 겨울조가 쌓아 올린 시간도 전부 여기에 쌓여있어)
(이 극장을, 극단이 쌓아 올린 것을 헛되게 만드는 일만큼은 절대로 할 수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여기에 서 있고 싶어. 이 장소의 무거움을 이해한 지금이니까 더욱, 마음속 깊이 그걸 바라고 있어)
……후우.
(무대는 혼자 서면 꽤 넓구나)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야. 객석 뒤에는 MANKAI 컴퍼니 멤버가 있어. 그리고 기자재를 사이에 두고 가을조 멤버와 감독쨩이…… 이보다 더 든든한 건 없지)
(객석에는 없지만, 카메라 저편에는 수많은 관객이 있어)
……어디 해보자고.
(지금은 어떻게 보일지고 뭐고 생각할 수 없어. 그저 지금 여기 있는 내 전부를, 내면까지 다 드러낼 뿐이야)

[치카게]
3, 2, 1――.

-

[응원해주는 여러분께]

――MANKAI 컴퍼니의 셋츠 반리입니다.
먼저, 많은 팬을 불안하게 만든 점에 대해 사과할게. 모처럼 다음 공연을 발표했는데 이런 소동이 일어나게 돼서 정말로 미안해.
하지만 이건 결코 사죄를 위한 방송이 아니라는 것도 말해두고 싶어.
SNS에서 퍼진 소문은 허실이 섞여 있어. 실제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에게 폐를 끼쳤고, 그 점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어. 사과도 하고 싶어.
하지만 그게 내 모든 건 아니고, 나라는 인간이 오해받아 극단 이미지가 나빠지는 건 피하고 싶어.
오늘은 '셋츠 반리'라는 인간에 대해 알아주길 바라서 방송을 하게 됐어. 부디, 지금까지의 내 인생과 앞으로에 대해 들어주길 바라.
나는 배우니까, 회견 형식으로 얘기하는 것보다는 무대 위에서 전하고 싶어.
……. '마이 포트레이트―― 셋츠 반리.'

-

셋츠 반리는 텅 비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뭐든지 남들보다 잘했고 주변에서도 칭찬받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가족에게 조금 더 칭찬받고 싶다던가, 그 정도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당연해지자, 서서히 주변 반응이 시들해져 갔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모든 일에 감정이 점점 희박해져서, 무엇을 하든 다 시시하게 느껴졌다.

-

그렇게 성장해가던 중에, 고등학생 때는 싸움에도 손을 댔던 시기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진심으로 꼴사납지만, 아마도 어렴풋하게 무서움을 느꼈던 거다.
내가 무엇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텅 빈 인간이라고 인정하는 게 무서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자극이 있는 걸 찾아 비슷하게 난폭한 녀석들과 싸움만 해댔다.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일시적인 자극만을 추구했다.

지금은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앞뒤 생각 없는 행동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 생각도 없었던 거다.

아니,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걸지도 모른다. 자포자기했던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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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우연히 연극과 만났다.
연극은 보람이 있을 뿐 아니라, 인생에서 처음으로 생각대로 안 되는 일 뿐이었다.

내가 연기에서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한번은 연극과 마주하지 않고 도망쳤다.

-

그때 지금 함께 연기하는 동료들의 일인극을 봤고, 절대로 이대로 끝낼 수 없다, 진 채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고 싶다'든가,
'당당하게 무대 중앙에 설 수 있게 되고 싶다'든가,
'친구와 나, 두 사람 몫의 꿈을 이루고 싶다'든가,
'외면해왔던 꿈에서 도망치지 않고 한 번 더 마주 보고 싶다'든가…….

동료 한 명 한 명의 진지한 마음을 알게 되고 나도 그런 식으로 살고 싶어졌다.
그때까지는,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놈들이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연기의 원점은 필시 동료들의 포트레이트다.

그때부터 내 인생이 바뀌었고, 대학도 진지하게 연기와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

삶이, 지금까지와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나는 타인의 연기를 보고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눈앞의 무대 위에서, 동료들이 꼴사나울 정도로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연기하고 있었으니까.

예전이었다면 그 녀석들의 필사적인 모습을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배우들이 그저 도망치려는 나보다 몇백 배는 더 멋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마도 나는 연기와 마주 봐도 잘되지 않아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볼품없어지는 게 싫었던 거다.

뭐든지 할 수 있는 여유작작한 모습으로 있고 싶어서, 타인에게 결점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식으로 내 약점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내 약점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료들 덕분에 그대로 마주 보지 않고 도망치는 쪽이 몇백 배는 더 꼴사납다고 알게 됐다.

그러니까 나는 아무리 꼴사나워지더라도 이제 두 번 다시 무대 위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온 힘을 다해 정면으로 맞설 거다.
텅 비어 있던 내 안에 동료들의 연기가 뿌리내린 것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 만한 연기가 하고 싶다.

그게 내 안에서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삶이고, 내가 배우로서 무대 위에 서고 싶은 절대적인 이유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관철하고 싶다.

연극과 마주 보는 나는 앞으로 몇 번이고 엉망이 되어 죽을힘을 다하고, 막다른 곳에 다다르고, 꼴사나워질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식으로 볼품없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여줘도 좋은 동료들과 만났다.

그런 동료들이 있는 이 극단의, 이 극장의 무대 위이기에, 여기에 서고 싶다.

다른 걸로는 대신할 수 없어. 연극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 따위 아무래도 좋아.
지금 여기에 서있는 내가 마음속 깊이 갈망하는 게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다.

오늘처럼 잔뜩 괴로워하고 꼴사납게 발버둥 치고 그럼에도 본방 무대에서는 있는 힘껏 허세를 부리며, 가장 멋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심을 품고 연기하고 싶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이곳에 서 있고 싶어.
이제는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어.
어렵게 찾은 내 안의 답을 절대로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나는 연기가 하고 싶어. 이곳에서, 계속,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

[응원해주는 여러분께]

그러니까――.
……. 하하, 역시 꼴사납네…….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마음을 꼭 움켜쥔 것 같아. 감정도, 전부 어딘가 남의 일처럼 느껴왔는데…… 이게 나구나.
이게 지금 제 전부임다…… 감사합니다.

-

[이즈미]
반리 군, 잘했어.

[타스쿠]
열심히 했구나.

[유키]
이렇게 솔직한 네오 양아치는 처음 아냐?

[텐마]
반리 씨의 모든 게 나왔어.

[쿠몬]
반리, 분하지만 멋있어!

[무쿠]
분명 모두에게 전해졌을 거야!

[미스미]
반리, 힘냈어!

[호마레]
마음이 떨리는 포트레이트였네!

[아즈마]
반리만이 할 수 있는 포트레이트야.

[츠무기]
반리 군, 답을 찾은 걸까.

[이타루]
우와, 동접자 쩌네.

[지배인]
라이브 종료했어요!

[타이치]
반 쨩!!

[반리]
우왓.

[오미]
잘했어.

[사쿄]
수고했다, 리더.

[반리]
머리 토닥이지 마!

[아자미]
마지막에 울어서 다행이야. 메이크업 안 무너지고 끝났어.

[쥬자]
꼴사납긴.

[반리]
시끄러!

[쥬자]
……하지만 멋있었다.

[반리]
그러니까 시끄럽다고.

[이즈미]
(반리 군에게 동료가 생겨서 다행이야. 서로 인정하는 가을조 모두와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이타루]
카메라 거기로.

[카즈나리]
이 코드는?

[이타루]
마이크에 이어줘.

[카즈나리]
응!

[이타루]
선배, 코멘트봇 써요? 추천할만한 게――.

[치카게]
만든 거 쓸 거야.

[이타루]
선배, 열심이네요.

[치카게]
가족을 위해서니까. 이대로면 탈출게임도 당분간 못할 거고.

[이즈미]
(굉장해. 순식간에 촬영 기기가 준비됐어. 공연을 방송할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있네……)

-

[이타루]
지금 극단 모두가 각자 반리를 위해 자신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을 거야. 나랑 선배도 인터넷에 강한 인간으로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했어.
나도 크리에이터로서 게임 실황 중에 망언 등으로 어그로가 붙은 적이 있는데, 변명해도 사죄해도 관종들이 쓸데없이 열광할 뿐이고 의미가 없었어. 결국 활동을 계속하면서 봐주는 사람에게 크리에이터로서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지.
나도 처음에는 반리가 건방지고 진심 짜증 난다고 생각했어. 랭킹 제칠 때까지 들러붙는 거 끈질기고.

[반리]
네? 지금 할 소리예요?

[이타루]
그래도 지금은, 그렇지 않으면 반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네 좋은 점이 그거 아냐?

[치카게]
우리는 악의 있는 누군가의 계략으로 '셋츠 반리'라는 인간이 세간에 오해받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지.
극단을 향한 비난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고, 어떻게든 돼. 하지만 사람의 인상 같은 막연한 건 간단하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 걸 비난을 위해 이용하는 녀석이 있다는 상황도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아.

[이타루]
그래서 우리는 반리가 직접 세간을 향해 단독 방송으로, 반리의 입으로 직접 전달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어.
물론 쓸데없이 어그로가 끌릴 리스크는 있지만, 인터넷에서 잘못 퍼진 정보는 인터넷으로 바로잡는 게 빠르기도 하고.
'셋츠 반리'라는 인간을, 본인이 직접 방송에 나와서 전달하는 게 가장 똑바로 전해질 거라 생각해.

[이즈미]
그건, 평소에 하는 인스테 라이브를 반리 군 단독으로 한다는 말이에요?

[이타루]
인스테 라이브는 조금 캐주얼하니까, 사전에 공지하고 MANKAI 채널로 방송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반리]
……방송에서 어떤 걸 얘기하면 되는데요?

[이타루]
이번 사건의 발단은 꾸며낸 날조 정보니까 그저 사죄하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 어쨌든 '셋츠 반리'라는 인간을 알리기 위한 방송이 좋지 않을까?

[치카게]
애초에 할지 안 할지도, 방송한다면 그 내용도 반리가 전부 스스로 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이즈미]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반리 군의 마음을 우선해줘.

[반리]
……. 내용은 지금부터 생각해야겠지만, 방송 자체는 꼭 하고 싶어.
솔직한 마음으로는, 주연으로 당당하게 다음 무대에 서고 싶으니까. 플뢰르상 노미네이트를 최선을 다해 노리고 싶다는 마음도 버릴 수 없어. 그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지 전력으로 임하고 싶어.

[이즈미]
반리 군…… 그럼 극단원 총출동해서 서포트할게!

[반리]
――아.

[이즈미]
왜 그래?

[반리]
생각났어. 방송에서 말하고 싶은 거.

-

[이즈미]
(무슨 일이 일어나도 최선을 다해 반리 군을 지키겠다고 결심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긴장돼)
(그런데 설마 반리 군이 '포트레이트'를 한다고 할 줄이야)

-

[이즈미]
포트레이트?

[반리]
응. 가을조 중에서 포트레이트를 관객들 앞에서 보여주지 않은 건 나 혼자니까. 그러니까 이 기회에 도전하고 싶어.

[이즈미]
――확실히 가장 '셋츠 반리'가 전해질 방법이네.

-

[이즈미]
(그렇다고는 해도 리허설도 없이 본방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는 건 역시 걱정되는데. 괜찮을까……? 본방에서 뭔가 트러블이 일어나면……)
(불안하지만, 치카게 씨나 기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 기술반으로 참여해줬으니까…… 지금은 모두를, 그리고 무엇보다 반리 군 본인을 믿을 수밖에 없어)

-

[반리]
…….

[아자미]
좀비 메이크업이랬나?

[반리]
야. 나간 순간 끝장난다고.

[아자미]
엄청나게 착한 사람으로 보이게 해줄게.

[유조]
실례한다.
오~ 오~ 생각보다 안색이 좋아 보이는데.

[아자미]
내 메이크업 덕분이지.

[유조]
너, 오늘 포트레이트를 한다며?

[반리]
그날, 마지막 순간에 본방에서 도망친 채니까.

[유조]
엄청난 지각이군. 그만큼 확실하게 준비해왔겠지?

[반리]
포트레이트 구성 자체는 사전에 생각했지만. 어떻게 될지는 하늘에 맡기고 주사위를 던진다는 기분으로, 내 감정에 솔직하게 해볼 거야.

[유조]
너답군. 중간발표도 벼락치기였잖아.

[반리]
시끄러워.

[유조]
마음껏, 내키는 대로 셋츠 반리를 드러내고 와라.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보여주는 게 '포트레이트'니까.

[아자미]
반리 씨가 그랬잖아. 조각이라도 괜찮으니까 생생한 진심을 보여주라고. 솜씨를 보여줘.

[반리]
한 방 먹이고 올게.

-

[반리]
…….

[이즈미]
반리 군, 괜찮아?

[반리]
여유~ 고양감에 떨릴 정도야.
뭐, 라이브는 다시 할 수 없으니까 뭔가 만회할 수 없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조금 무섭지만. 지금보다 더 인상이 나빠져서 소동이 커질 가능성도 있고.
하지만 적이도 가족이나 감독쨩이나 극단 모두는 알아줄 거니까. 그걸 생각하면 무서운 게 사라져.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안정감을 나는 알아.

[이즈미]
응. 반리 군을 믿고 지켜봐 주는 사람은 많이 있어. 그러니까 포트레이트로 반리 군이 자기 자신을 다 드러내더라도, 멀어지지 않고 믿어줄 거야.

[이타루]
수고. 대기인원 엄청나.

[반리]
좋네.
이타루 씨, 나, 당신한테 뭐라고 하면 돼?

[이타루]
굳이 말하자면…… 수고했다면 돼.

[반리]
뭐야 그게.

[지배인]
이제 곧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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