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 (이 세트도 내일이면 이별이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아까워…… 서운하고)


[사쿄]

……슬슬 뒤풀이가 시작될 거야.


[이즈미]

――사쿄 씨.


[사쿄]

뭘 멍하니 있어.


[이즈미]

……왠지 봄조 때가 생각났어요.


[사쿄]

그래, 그 때도 하나를 끝냈을 뿐이었는데 다 해낸 듯 한 표정이었지.


[이즈미]

그때는 그저 생트집을 잡던 빚쟁이 사쿄 씨가 지금 이렇게 동료로 있는 게 신기해요.


[사쿄]

네가 불렀으면서 무슨 말 하는 거야.


[이즈미]

그건 그렇지만요…….


[사쿄]

……멈춰있던 내 시간을 억지로 흐르게 한 건 너야. 그 책임은 확실히 지게 하겠어.


[이즈미]

물론이죠. 후회하지 않게 해드릴게요.


[사쿄]

……건방지게.


[이즈미]

머리! 엉망으로 만들지 말아요!


[사쿄]

옛날에는 이러면 좋아했으면서.


[이즈미]

옛날이라니 언젠데요. 뭐, 사쿄 씨한테 저는 여전히 꼬맹이로 보이겠지만요.


[사쿄]

그 꼬맹이가 내 첫사랑이라고 말하면…… 웃을 건가?


[이즈미]

네!? 하, 하지만 그 때 제 나이는 아직…….


[사쿄]

――.


[이즈미]

아……앗! 또 머리를!!


[사쿄]

……연기를 전부 진짜로 받지 마. 이 삼류 연출가야.


[이즈미]

무슨……. 아까 그건 남우주연상 감이었다고요.


[사쿄]

그거 영광이군. 그럼, 다음은 겨울조야. 가을조 공연은 꽤 돈이 됐어. 겨울도 이 상태로 잘 해서 연초부터 지방을 순회하며 재연하면 빚 완제도 꿈은 아니겠지.


[이즈미]

정말이요……!?


[사쿄]

단, 겨울조 연극에 드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때의 얘기지만.


[이즈미]

엑…….


[사쿄]

이 세트도 얼마나 들었는지 알아? 더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은 절약하지 않으면 완제는 아직 멀었어. 우선 경비절감을 위해 어쩌니 저쩌니……. 남은 건 안비를 없애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이즈미]

(또 시작됐어……)

으으…….


[사쿄]

알겠어?


[이즈미]

……네.

(머리 아파……)


[사쿄]

뭐, 지금까지보다 더 총감독 업무에 힘쓰면 돼.


[이즈미]

네~에…….


[사쿄]

착하지.


[이즈미]

아직 어린애 취급이에요?


[사쿄]

무심결에. ……하지만 그 때는 어서 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이즈미]

……네?

(으음…… 이것도 연기, 맞지?)


-


[레니]

…….


[하루토]

타스쿠 녀석 바보라니까요~ GOD 극단의 톱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레니 씨 덕분인데.


[레니]

하루토, 타스쿠가 나간 지금은 네가 다음 톱이다.


[하루토]

영광입니다.


[레니]

――GOD 극단은 MANKAI 컴퍼니에 연기 대결을 신청한다. 그 극단을 대중의 면전에서 철저히 때려눕혀주겠어. 모든 건 네게 달려있다. 기대하고 있으마, 하루토.


[하루토]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


[타스쿠]

…….


[???]

……타스쿠?


[타스쿠]

너――.


[???]

……오랜만이야.


[타스쿠]

……이 거리에는 왜 돌아온 거야.


[???]

…….

[무쿠]

수고했어요~!


[카즈나리]

수고수고!


[유키]

수고했어.


[이즈미]

앗, 얘들아, 와줬구나.


[텐마]

최종일, 좋았어.


[미스미]

재밌었어~!


[카즈나리]

맞아! 액션 진짜 멋져~!


[반리]

고맙슴다.


[쥬자]

감사함다.


[무쿠]

쥬 쨩! 엄청 멋있었어……!


[이즈미]

쥬 쨩……?


[미스미]

어느새 사이좋아졌어~?


[쥬자]

무쿠…….


[무쿠]

미, 미안, 쥬 쨩, 비밀이었는데――! 내 머리가 구멍 난 언두부에 연근이라서――.


[오미]

맛이 깊게 배어들겠는 걸.


[쥬자]

나는―― 무쿠의 사촌이야.


[반리]

그러냐? 왜 비밀로 한 건데?


[쥬자]

나 같은 거랑 가족이라는 게 알려지면, 이 녀석의 평판이 떨어질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어.


[유키]

사고회로가 닮았네. 역시 사촌.


[무쿠]

쥬 쨩은 자랑스러운 사촌이야! 무대 위에 선 쥬 쨩 엄청 멋있었어.


[카즈나리]

완전히 쥬 쨩이라고 하네~


[무쿠]

앗.


[쥬자]

좋을 대로 부르면 돼.


[무쿠]

정말? 다행이다!


[이즈미]

어라? 누구 진동 울리는데?


[반리]

효도꺼 아냐?


[쥬자]

어……. 무쿠, 쿠몬이야.


[무쿠]

어? 큐 쨩!?


[쥬자]

로비에서 기다리는 듯 해. 너도 오랜만에 볼래?


[무쿠]

어? 그래도 돼?


[쥬자]

이 극단에 네가 있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타이치]

쿠몬이 누구예여?


[쥬자]

내 동생이야.


[반리]

동생도 싸움 잘해?


[이즈미]

싸우면 안 돼!


[쥬자]

……셋츠한텐 안 보여줘.


[사쿄]

현명하군.


[반리]

아 왜!?


[쥬자]

무쿠, 가자.


[무쿠]

으, 응.


[반리]

칫. 재미없게.


[시트론]

수고했어야~


[이타루]

수고~


[반리]

아~ 감사함다.


[시트론]

최종일, 정말 좋았어! 피가 튀고 끓여먹는 무대였어!


[오미]

피가 튀고 끓여먹는……? 어느 신이지?


[이타루]

피가 끓고 가슴 뛰는 무대.


[시트론]

그거야!


[반리]

전혀 안 맞잖아!


[이타루]

자, 반리 선물.


[반리]

뭠까, 이거…… 핸드폰?


[이타루]

지금부터 잠입하러 갈 거니까, 가볍게 한 판 하자.


[반리]

공연 끝나고 바로냐!


[이즈미]

(너무 뿌리부터 게이머야……!)


[사코다]

형님~! 감동했심다!!


[사쿄]

시끄러워.


[사코다]

흑흑, 최종일 최고였심다! 저 징짜 감동해쯤다흐어엉……!


[사쿄]

더럽게.


[이즈미]

사코다 씨 이번 공연에서 대활약이셨죠.


[오미]

소도구, 감사했어요.


[사코다]

어흐흑 뎌는 그런 크니르은――흑.


[사쿄]

울던 지 말하던지 하나만 해.


[유키]

확실히 잡코다는 이번에 꽤 도움이 됐지.


[타이치]

――저, 저기 유키 쨩. 나, 사과해야만 하는 게 있어――.


[유키]

뭔데?


[타이치]

의상을 찢어놓은 거, 나야. 정말 미안해!!


[유키]

……뭐?


[오미]

타이치한테도 사정이 있었어. 우리 무대를 망치라고 명령받아서――.


[타이치]

아니야. 변명일 뿐이니까……. 속죄할 수 있으면 뭐든지 할게. 정말 미안해.


[유키]

……한대만 때리자.


[타이치]

으, 응――. ――윽. ……? 어? 이거, 재봉 세트……?


[유키]

빌려줄 테니까, 공그르기 연습 죽을 만큼 해둬. 겨울 의상 제작 때 엄청 부려먹을 거니까.


[타이치]

――.


[유키]

알겠어? 바보멍멍이.


[타이치]

……머, 멍!


[유키]

좋아.


[텐마]

충견이군.


[타이치]

텐 쨩!


[텐마]

――뭐야.


[타이치]

나, 언젠가 반드시 배우로서 텐 쨩을 뛰어넘을 거야……!


[텐마]

……할 수 있으면 해봐.


[이즈미]

(타이치 군, 홀가분한 얼굴이야…… 이제부터 분명 망설임 없이 연기에 열중할 수 있을 거야.)


-


[관객A]

MANKAI 컴퍼니 정말 괜찮았지~!


[관객B]

최고였어! 격렬한 액션!


[관객C]

주역 두 사람 진짜로 사이좋을 것 같아. 호흡이 무척 잘 맞았지!


[아즈마]

……단원 모집 중 이라. …….

[루치아노]

"할 얘기가 뭡니까, 보스."


[카포네]

"루치아노, 란스키, 너희 둘이서 콤비를 짜라."


[루치아노]

"네에!?"


[란스키]

"싫습니다."


[루치아노]

"내가 할 말이야! 내가 왜 이런 구두쇠 란스키랑 콤비 따위! 가난이 옮겠어."


[란스키]

"나야말로, 아랫도리 병이 옮겠어. 절대로 싫습니다."


[루치아노]

"내가 더 싫어!"


[카포네]

"시끄러워! 애도 아니고, 투덜거리지 말고 얼른 일 하러 가!"


[이즈미]

(처음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는데, 이제는 두 사람의 호흡이 딱 맞아. 폭주할 것만 같은 두 사람을 사쿄 씨가 능숙하게 컨트롤하고 있어)


-


[루치아노]

"최악이야."


[란스키]

"이리 붙지 마."


[루치아노]

"붙고 싶어서 붙겠냐! 절로 가, 가난뱅이!"


-


[이즈미]

(콤비의 사이가 나쁜 탓에 일하던 중 커다란 실수를 범하는 루치아노와 란스키……)


[루치아노]

"어쩔 거야, 네 탓이라고!"


[란스키]

"내 책임이 아냐."


[루치아노]

"웃기지 마! 물건을 도둑맞은 걸 들키면 우린 죽을 거라고."


-


[이즈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둘이서 적군에 뛰어든다, 액션 신을 보여줄 때야)


[란스키]

"기다려, 루치아노. 여기선 신중하게……."


[루치아노]

"아자아자! 얌전히 물건을 내놔! 사신님 행차시다!!"


[란스키]

"남의 말 좀 들어, 정말이지……."


[이즈미]

(둘 다 난투 장면이 꽤 익숙해졌는걸. 게다가 콤비네이션이 좋아서 이야기에 리얼리티가 담기고 있어)


[루치아노]

"큰일 났다, 도망갈 길이――"


[란스키]

"제대로 확보해뒀지."


[루치아노]

"잘 했어, 란스키! 뒤는 맡겨 둬. 네 놈 엉덩이는 내가 지켜주지!"


[란스키]

"실력은 확실한데 말이야. 입 험한 것 좀 어떻게 해봐."


-


[이즈미]

(란스키의 동생이 등장하는 장면…… 타이치 군……)


[벤자민]

"형 친구야? 나는 벤자민. 잘 부탁해!"


[이즈미]

(어라……!? 타이치 군의 연기가 변했어!?)


[루치아노]

"……란스키랑 피로 이어지진 않은 것 같군."


[란스키]

"100% 어머니도 아버지도 같아. 실례되는 소리 하지 마."


[벤자민]

"나는 밖에 잘 나가지 못하니까, 또 집에 놀러 와주면 기쁠 거야."


[이즈미]

(그저 천진해보였던 벤자민에게 그늘이 생겼어. 앳된 모습과 어둠이 공존하는 것 같아…… 역할에 깊이가 나오고 있어)


[벤자민]

"우리 형, 무리해서 일 하지는 않아?"


[루치아노]

"글쎄. 일만 잘 하던데."


[벤자민]

"형한테 물어봐도 전혀 말 안해줘. 내 수술 때문에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루치아노]

"수술?"


[벤자민]

"나, 이번에 큰 수술을 받아.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성공하면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된대."


[루치아노]

"잘됐네."


[벤자민]

"하지만 돈이 무척 드나봐. 형한테 이런 말 하면 혼나지만……."


[루치아노]

"돈이라…… 걱정하지 마. 란스키가 왕창 모으고 있으니까. 너는 힘내서 수술 받는 것만 생각해."


[벤자민]

"응, 그래. 그렇지!"


[이즈미]

(주역을 집어삼킬 정도로, 관객의 시선을 벤자민이 끌어당기고 있어. 타이치 군의 연기에 이끌려서 반리 군의 연기도 변했어. 루치아노가 란스키와 벤자민에게 끌리게 되는 심정이 무척 잘 전달되고 있어)


-


[카포네]

"란스키와는 잘 지내는 것 같군."


[루치아노]

"덕분에 말이죠. 보스의 의도대로임다."


[카포네]

"그건 잘됐지만, 너무 신용하지는 말아라."


[루치아노]

"무슨 의미지요?"


[카포네]

"말 그대로의 의미다."


[이즈미]

(따뜻했던 신에서 바뀌어, 카포네의 불온한 대사……)


[카포네]

"너는 단순하니까 말이지. 겉만 보고서 다 알았다고 생각하지 마."


[루치아노]

"――."


[이즈미]

(사쿄 씨의 애드리브…… 마치, 연기를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던 초반의 반리 군을 향한 말 같아. 동시에 이후 란스키의 배신에 대한 복선이기도 해……)


[루치아노]

"뭐예요…… 정말. 알고 있다고요."


[이즈미]

(응, 한순간 보였던 원래 표정이 좋은 인상으로 루치아노에게 인간미를 주고 있어)


-


[듀이]

"협력에 감사하지, 란스키. 하지만 마피아와 경찰, 양쪽을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생각은 부디 버리도록."


[이즈미]

(마피아인 란스키를 협박해서 정보를 흘리게 하는 검사 듀이……)


[란스키]

"알고 있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장기말일 뿐."


[듀이]

"알고 있다니 다행이야. 분명 병든 동생이 있었지? 이제 곧 수술이던가?"


[란스키]

"동생은 상관없어."


[듀이]

"수술이 성공하면 좋겠군. 그것도 네 하기 나름이겠지만."


[란스키]

"――젠장."


[이즈미]

(사람 좋아 보이는 오미 군의 악역, 괜찮게 빠져든 것 같아. 가끔 보여주는 위협이 통하고 있어. 그건 그렇고 다들 오늘은 평소보다 상태가 좋아 보이는걸)


-


[카포네]

"루치아노, 네가 배신자일 줄이야. 생각도 못했군."


[루치아노]

"오해야, 보스! 나는 배신하지――"


[카포네]

"란스키가 증거를 가지고 있다. 빠져나갈 수는 없을 거야."


[루치아노]

"뭐―― 란스키가!?"


[카포네]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나, 루치아노? '겉만 보고서 다 알았다고 생각하지 마.'" 


[루치아노]

――.


[이즈미]

(뒤집어쓴 죄로 제재를 받는 루치아노……)


[루치아노]

"네놈, 동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거냐! 이 썩을 놈아!"


[란스키]

"돈이 되는 건 뭐든지 하는 놈이라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루치아노]

"쳐 죽인다!! 나는, 널 조금은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란스키]

"잘못 봤군.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남자가 아냐."


[루치아노]

"젠장, 한 대만 치자!"


[란스키]

"거기서 나올 수 있다면."


[루치아노]

"반드시 죽인다!!"


[이즈미]

(배신당한 루치아노의 분노와 슬픔…… 진실을 말할 수 없는 란스키의 억누른 감정…… 두 사람의 감정이 평소보다 더 똑바로 전해지고 있어)


-


[갱]

"보스! 루치아노가 도망쳤습니다!"


[카포네]

"란스키는?"


[갱]

"네? 그러고 보니 란스키와 연락이――"


[카포네]

"뭐, 그렇겠지. 어쩔 수 없나. 그 녀석들을 이어준 건 나니까. ……조언은 도움이 된 모양이군."


[이즈미]

(모든 걸 내다본 사쿄 씨의 애드리브…… 여기서 퇴장하는 카포네의 인상이 강렬하게 남았어. 모두를 집어삼킨다고 말할 만 하네! 주역 두 사람은 분명 라스트 신에서 지금 남은 인상을 지워주겠다고 이를 갈고 있을 거야)


-


[루치아노]

"믿을 수가 없네. 같이 일 하겠냐! 너랑 다시는 말 섞나 봐라."


[란스키]

"때려도 돼."


[루치아노]

"안 그래도 한대 칠거다!"


[이즈미]

(역시 평소보다 들떠있는 것 같아! 틀림없이 타이치 군이나 사쿄 씨의 연기에 영향을 받은 거야)


[란스키]

"피해를 끼친 비용도 내겠어."


[루치아노]

"뭐야? 돈으로 해결하려고―― 돈? 돈을 내겠다고 한 거야? 구두쇠라 1달러 낼 때 한 시간은 생각하는 수전노 란스키가?"


[란스키]

"그 정도의 짓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루치아노]

"제정신이냐?"


[란스키]

"그래."


[루치아노]

"믿을 수 없어. 그 란스키가 돈을 내는 건가. 큭, 아하하하하! 란스키가 돈! 아하하하! 배 아파! 웃다 죽겠네!"


[란스키]

"뭐가 웃기지?"


[루치아노]

"아하하하하! 이 악 물어라!"


[란스키]

"이……? ――크윽."


[루치아노]

"할 수 없지, 이걸로 용서해줄게."


[이즈미]

――앗. (지, 지금 진짜로 때린 거는 아니지……!? 그만큼 리얼하게 날아갔는데……)


[루치아노]

"――자, 손 이리 줘."


[란스키]

"――."


[이즈미]

(여기서 손을 잡아 일으켜주는 애드리브를 넣었구나…… 응, 엄청 괜찮아. 한 순간으로 화해를 표현했어)


[루치아노]

"앞으로 어떡할래?"


[란스키]

"나는 동생을 먹여 살려야해."


[루치아노]

"나도 덕분에 무직이야. 장사라도 할래? 둘이서. 경호원은 어때?"


[란스키]

"아니면 스파이라도 말이지."


[루치아노]

"질리지도 않냐. 뭐, 뭐든 상관없어. 심부름센터도 좋지 않아?"


[란스키]

"너무 대충이잖아. 하지만 뭐 상관없나."


[이즈미]

(가볍게 얘기하면서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그림자…… 상쾌한 마무리……!)


-


[이즈미]

――. (틀림없어, 최종일이 지금까지 중 완성도가 최고로 좋아!)


-


[반리]

…….


[쥬자]

…….


[반리]

――.


[쥬자]

――.


[반리]

……이겼군.


[쥬자]

……내가 말이야.


[반리]

나겠지!?


[쥬자]

나야.


[반리]

뭐야!?


[쥬자]

뭐!?


[사쿄]

그런 데서 싸우지 마!


[쥬자]

――으윽.


[반리]

아야――.


[오미]

자, 커튼콜 해야지.


[타이치]

가자, 반 쨩, 쥬자 씨!


[반리]

――가자, 이놈들아!


[쥬자]

그래.


-


[반리]

감사함다!


[쥬자]

감사함다!


[오미]

감사합니다!


[타이치]

감사해여~!


[사쿄]

감사합니다.

[타이치]

화장실, 화장실…….


[레니]

――타이치.


[타이치]

――.


[하루토]

안녕.


[타스쿠]

…….


[레니]

약속 한 대로 보러 왔다.


[타이치]

……감사, 합니다.


[레니]

……알고 있겠지? 타이치.


[타이치]

――.


[레니]

최종일이 성공적으로 끝나길 바라마.


[타이치]

나, 나는…….


[반리]

타이치.


[쥬자]

이 녀석이냐.


[타이치]

반 쨩, 쥬자 씨――.


[레니]

……이야, 너희 감독에게 초대장을 받았단다. 최종일 열심히 하렴. 기대하고 있으마.


[쥬자]

구린 연기는 그만 해. 네놈이 이 녀석한테 무슨 짓을 시켰는지는 이미 알고 있어.


[레니]

……오호.


[반리]

……그래서 타이치는 앞으로 우리의 동료로 지낼 거다. 지금까지 신세 많이 졌습니다.


[타이치]

――나는, 이제, 돌아가지 않아요.


[레니]

…….


[쥬자]

두 번 다시 이 녀석한테 접근하지 마.


[반리]

똑바로 앉아서 지켜보라고.


[레니]

……흥. 가자, 타스쿠, 하루토.


-


[타이치]

반 쨩, 쥬자 씨, 고마워…….


[반리]

아직 울지 마, 화장 망가진다.


[타이치]

……응.


[쥬자]

가자. 서두르지 않으면 시작할거야.


-


[하루토]

……이래도 돼요?


[레니]

어차피 버린 패야.


[타스쿠]

……그런 거였나. 무대 캐스트를 보고 나나오가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당신이 나나오를 숨어들게 한 거군.


[레니]

…….


[타스쿠]

그렇지 않아?


[하루토]

그게 왜?


[타스쿠]

하루토, 너…… 알고 있었어?


[하루토]

그런데?


[타스쿠]

……칫. 이제 당신의 방식에는 따라갈 수 없어. 나도 GOD 극단을 나가겠어.


[레니]

뭐라고? GOD 극단의 톱으로 키워준 은혜를 잊은 거냐?


[타스쿠]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무대를 망치려는 인간과는 함께 할수 없어.


[레니]

타스쿠! 거기 서지 못해!


[하루토]

GOD 극단의 톱 자리를 스스로 내버리다니, 바보라니까~


[레니]

――.


-


[안내방송]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오니 지정된 좌석에 앉아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이즈미]

……. (최종일…… 이제 아무도 방해할 수 없어. 다들, 남은 건 마음껏 연기하는 것뿐이야)

[반리]

――이걸로 전원 끝났나. 그럼 마지막은 나야.


-


[이즈미]

……. (반리 군의 포트레이트, 저번이랑 전혀 달라……. 뭐든지 능숙하게 해내는 만큼 그 무엇에도 열중할 수 없었던 과거에서, 쥬자 군에게 처음으로 패배했을 때의 변화…… 쥬자 군의 연기를 향한 마음에 자극을 받듯이 점점 끌려가……)


[반리]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을 다할 수 있는 걸 만난거야."


[이즈미]

――. (반리 군의 마음이 바로 전달되고 있어. 쥬자 군의 포트레이트에 지지 않을 정도로――)


[반리]

"무대 위에서도, 반드시 너를 때려눕히겠어."


[쥬자]

…….


[반리]

……이상. 내 포트레이트 끝.


[이즈미]

반리 군, 엄청 좋았어!


[오미]

응. 쥬자도 좋았지만, 반리도 만만치 않아.


[이즈미]

그리고 타이치 군도…….


[타이치]

――.


[사쿄]

네 마음은 잘 알았다. 괴로웠지.


[오미]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쥬자]

네가 한 짓은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야. 하지만 너는 용서한다.


[반리]

뭐야 그게.


[오미]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 것. 타이치를 용서한다는 거지.


[타이치]

――윽. 나, 역시 함께 연기 하고 싶어…….


[이즈미]

타이치 군…….


[반리]

너는 어디의 나나오 타이치야?


[타이치]

――어?


[반리]

GOD 극단의 나나오 타이치냐? 그게 지금 진짜 너야?


[타이치]

나는――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뻔뻔하게――.


[반리]

됐으니까 말해봐.


[쥬자]

네가 진짜 함께하고 싶은 곳을 말하면 돼.


[이즈미]

괜찮아, 타이치 군.


[타이치]

나는―― MANKAI 컴퍼니의…… 가을조의 나나오 타이치임다!


[반리]

……훌륭해. 너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줄게. GOD 극단인가 하는 쓰레기들한테 넘겨주지 않아.


[쥬자]

그래. 무대를 망치려는 녀석들이 있는 곳 따위 돌아갈 필요 없어.


[사쿄]

연극을 하는 사람으로 상종 못할 놈들이군.


[오미]

타이치는 여기 있어도 돼.


[타이치]

다들――.


[반리]

다들, GOD 극단이 무슨 짓을 하던 반드시 내일 무대를 성공시키자!


[쥬자]

그래.


[오미]

응!


[사쿄]

당연하지.


[타이치]

응――.


[이즈미]

(분명, 지금의 모두라면 무슨 일이 있든 괜찮아. 어떤 방해가 들어오든 절대로 지지 않아. 성공시킬 거야……!)


-


[반리]

…….


[쥬자]

…….


[반리]

……야, 깨있지?


[쥬자]

……뭐야.


[반리]

내일이 최종일…… 잠이 안 오네.


[쥬자]

……자라.


[반리]

너도 안 자잖아.


[쥬자]

너 때문에 깬 거야.


[반리]

거짓말. 코고는 거 시끄러우니까 자는지 안 자는지 바로 안다고.


[쥬자]

네놈 잠꼬대가 더 시끄러.


[반리]

잠꼬대 한 적 없어.


[쥬자]

어제는 아이돌 이름을 계속 말했어.


[반리]

거짓말 마!!


[쥬자]

시끄러. 다른 녀석들도 깨겠다.


[반리]

…….


[쥬자]

…….


[반리]

…….


[쥬자]

……야.


[반리]

……뭐야. 자자.


[쥬자]

……아까 네 포트레이트, 괜찮았어.


[반리]

……당연하지. 아직 전혀 이긴 것 같지는 않지만. 네놈 때문에 처음으로 발견했어. 이렇게 보람 있는 걸.

……결국 네 녀석이야, 날 끓게 만드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길 거니까 목 씻고 기다려라.


[쥬자]

쿨쿨…….


[반리]

자냐!?

언제나 항상, 모두가 좋아해주길 바랐다. 사랑받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반에서 존재감이 옅었다. 감기에 걸려 쉬어도 아무도 모를 정도로.

공부도 운동도 못하고 재밌는 행동도 못하는 내게는 눈에 띌만한 요소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반에서 울트라 요요가 유행했다.

나랑 똑같이 얌전하고 눈에 띄지 않는 친구가 요요 기술을 선보여서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나도 필사적으로 요요를 연습했다.

며칠이고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해서 어떻게든 큰 기술을 할 수 있게 되어 반에서 보여줬을 때엔, 이미 유행이 끝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요령이 나쁜 내가 딱 한번 눈에 띄었던 게 TV출연이었다.

친척 소개로 아역 엑스트라를 맡아 드라마에 한 순간 비춰진 적이 있었다.

그걸 본 반 애들이 '나나오, 티비에 나오다니 굉장해'하며 칭찬해주고, 다른 반 애들도 모여들었다.


그게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었던 순간이다.

나는 분명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부탁해서 아역 아카데미에 들어가고, 무대에 드라마에 오디션을 계속 봤지만, 내게 돌아오는 건 엑스트라 뿐.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는 존재감이 옅은 지나가는 사람일 뿐었다. 내게는 재능이 전혀 없다고 통감했다.


그런 때, 마침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드라마의 주역이 스메라기 텐마였다.


동갑내기 텐마를 보고 절망했다. 나는 절대로 천성적으로 매력을 지닌 저 쪽 인간은 될 수 없다고.

머리를 물들이고, 복장을 바꾸고, 노력을 해도, 절대로 저 쪽으로는 갈 수 없는 거야.


-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어서 단역을 맡는 앙상블 캐스트로 어떻게든 GOD 극단에 입단했다.


무대 위에서 당당하게 연기하는 타스쿠 씨나 하루토 군을 보면서 끄트머리에서 들러리를 연기한다.

결코 중심이 될 수 없는 그밖에 많은 사람들, 초등학생 때와 다르지 않다.

나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여기까지 인걸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주재인 레니 씨에게 불려갔다.


"MANKAI 컴퍼니라는 극단에 신인 단원으로 숨어들어라."

"……네? 그건, 스파이라는 건가여?"

"이해가 빠르군. 너는 그 극단의 무대를 엉망으로 만들어줬으면 한다."


물론, 어느 극단의 무대든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 샌가 무척 좋아하게 된 연기를 더럽히는 짓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무사히 임무를 끝내면, 다음 공연 메인 캐스트에 너를 넣어주지."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어. 두 세 마디 대사가 아냐. 더 많은 대사를 말할 수 있어. 더 많이 연기를 할 수 있어.

그런 욕망에 이끌리듯, 나는 레니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그렇게 입단한 MANKAI 컴퍼니에는, 내 콤플렉스 덩어리라고 해도 좋을 스메라기 텐마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뭐든지 능숙하게 해내는 반 쨩에게 남몰래 내심 질투하고, 나보다 서투른 쥬자 씨의 존재에 안심하고 우월감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쥬자 씨의 누구보다 강하고 올곧은 연기를 향한 마음을 접하고 죄책감에 짓눌리게 됐다.

연기가 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아도, 역할을 받기 위해 비겁한 짓을 하는 나와 쥬자 씨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함께 연습을 해가며 어느새 가을조의 연기도 팀 메이트도, 봄조와 여름조의 단원들도 무척 좋아하게 됐다.


동시에 레니 씨의 말대로 협박장을 쓰거나 의상과 소도구에 손을 대는 것이 괴로워서 어쩔 줄 몰랐다.

가을조 모두의 유대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모두가 멀게 느껴졌다.


나는, 여기에 들어갈 수 없어. 들어가면 안 돼.

무대를 더럽힌 나는 이미 무대에 설 자격이 없어.


――나는, 뭘 어떻게 해도 평생 갚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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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리]

오늘 미팅은 이정도인가. 남은 건, 내일 최종일을 달려가는 것뿐이네.


[사쿄]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해.


[쥬자]

예.


[오미]

한마디 해도 될까?


[타이치]

――.


[반리]

뭠까?


[오미]

타이치.


[타이치]

……――응.


[이즈미]

타이치 군? 왜 그래?


[타이치]

저기―― 지금까지 나쁜 짓들 전부 내가 한 거야. 미안해.


[이즈미]

뭐!?


[반리]

……진짜냐.


[쥬자]

――.


[사쿄]

…….


[쥬자]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의상, 얼마나 고생해서 만든 건지 너도 알잖아.


[타이치]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해.


[이즈미]

왜? 무슨 사정이 있는 거야?


[타이치]

……나, 원래는 GOD 극단 소속이야. 그런데 스파이로 MANKAI 컴퍼니에 숨어들라고 해서……. 이 극단의 무대를 엉망으로 만들면 GOD 극단의 메인 캐스트를 시켜준다고 해서, 나―― 정말 죄송합니다…….


[사쿄]

즉, GOD 극단의 주재에게 명령받았다는 거군?


[타이치]

――네.


[이즈미]

하지만 왜 우리 무대를 망치라고…….


[반리]

거야 본인한테 확인해보면 되겠지.


[쥬자]

용서 못해…….


[타이치]

……미안해. 미안해요.


[오미]

나는 타이치의 이변을 눈치 채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미안해.


[이즈미]

……. (설마 타이치 군이 범인이었을 줄이야……. 요즘 좀 이상했던 건 그 때문이었구나)


[타이치]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이즈미]

타이치 군…….


[쥬자]

…….


[반리]

……포트레이트 하자.


[이즈미]

어?


[반리]

감독쨩 말고, 가을조 모두의 포트레이트를 본 건 나밖에 없잖아? 그래서 든 생각인데. 그거 분명 서로 보여주는 게 좋아. 특히 지금은.

그걸 보고 난 효도에게 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사쿄 씨가 귀찮을 정도로 계속해서 설교하는 이유를 알았어. 그리고 나이차도 별로 안 나는 오미가 왠지 묘하게 달관해있는 이유도 알 것 같아. 하지만 타이치만은 달랐어.


[타이치]

――.


[반리]

유조 아저씨가 말한 대로, 네 포트레이트만은 신기하게도 네가 보이지 않았어.


[이즈미]

(반리 군, 그 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반리]

……그리고 난 아직 안 했었고.

타이치, 그때 보여준 것과는 다른, 네 진짜 포트레이트를 해봐. 네가 한 다음에 나도 할 테니까.


[타이치]

하지만 난…….


[반리]

그걸로 우리를 납득시켜봐. 설명하는 것 보다 그게 더 알기 쉬워.


[타이치]

――응, 알았어. 해볼게.

[반리]

그럼, 오늘 미팅은 여기서 끝.


[사쿄]

한 마디 해도 되나?


[반리]

옙, 얼마든지.


[사쿄]

어제는 실수해서 미안했다. 앞으로 조심하지. 그리고 지금까지 배우로서 젊은 녀석들에게 길을 양보하기 위해 한 발 물러나 있었던 부분이 있다.

하지만 감독님이 기합을 넣어줘서 말이야. 앞으로는 무대 위에서 너희를 집어삼킬 기세로 갈 거다. 너희에게 할 말은 하나야. 나한테 먹히지 마. 이상.


[반리]

……후반, 어제 실수한 아저씨가 할 말이냐고.


[오미]

이봐, 반리.


[사쿄]

뭐, 그것도 그렇지. 그러니 아저씨도 무대 위에서는 필사적이 되겠다는 얘기야. 각오해두라고.


[반리]

……무섭네~


[쥬자]

……전력으로 되받아친다.


[사쿄]

딱 좋군.


[오미]

하하. 다들 살살 해달라고. 하지만 그런 거라면 나도 지고만 있을 수는 없겠는데.


-


[카포네]

"란스키와는 잘 지내는 것 같군."


[루치아노]

"덕분에 말이죠. 보스의 의도대로임다."


[카포네]

"그건 잘됐지만, 너무 신용하지는 말아라."


[루치아노]

"무슨 의미지요?"


[카포네]

"말 그대로의 의미다."


[이즈미]

(오늘은 사쿄 씨의 기백이 달라……)


-


[카포네]

"루치아노, 네가 배신자일 줄이야. 생각도 못했군."


[루치아노]

"오해야, 보스! 나는 배신하지――"


[카포네]

"란스키가 증거를 가지고 있다. 빠져나갈 수는 없을 거야."


[루치아노]

――.


[이즈미]

(반리 군이 잡아 먹혔어……. 원래도 위협적이지만 거기에 탐욕이 섞여서 지금까지 이상으로 갱의 보스 역에 설득력이 생기고 있어. 사쿄 씨가 등장할 때마다 무대에 한층 긴장감이 생겨. 좋은데……)


-


[반리]

――젠장.


[사쿄]

그러니까 말했잖아.


[쥬자]

절대로 안 져.


[반리]

다음엔 갚아주겠어.


[사쿄]

어디 해보시지.


[타이치]

…….


[오미]

타이치?


[타이치]

……미안, 나 화장실 갔다 올게.


[이즈미]

……. (점점 기세가 높아지는 다른 멤버들하고 달리, 타이치 군만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

타이치 군――.


[사쿄]

내버려둬.


[이즈미]

네? 하지만――.


[사쿄]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이즈미]

――. (사쿄 씨, 뭔가 알고 있나?)


-


[레니]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타이치]

……죄송합니다.


[레니]

"내일이 최종일인데 평판이 떨어지기는커녕 올라가기만 하잖아."


[타이치]

소도구나 의상 관리가 철저해져서 다른 부분에서 계속 방해하고는 있는데요…….


[레니]

"뭐, 끝난 일은 이제 됐어. 남은 건 최종일이다. 거기서 그 녀석들의 무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려. 무대 위에서 울어재끼던 맨 앞줄의 관객에게 덤벼들던 상관없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확실하게 망가뜨려라."


[타이치]

…….


[레니]

"알고 있겠지? 여기서 실패하면 앞으로 네가 무대에 설 일은 없다고 생각해라. 실패하더라도 그 극단에 남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말라고. 극장에서, 너를 감시하고 있으니까."


[타이치]

――.


[오미]

……타이치.


[타이치]

!!


[오미]

……괜찮아?


[타이치]

――윽. 오미 군…… 어떡하지…… 어떡해……? 나…….


[오미]

……진정해.


[타이치]

나야…… 전부. 협박장을 쓴 것도, 의상을 찢어놓은 것도, 소도구를 숨긴 것도.


[오미]

……그래.


[타이치]

오미 군, 나…… 무대에서 내려가야겠지? 이런 짓을 했는데, 계속 할 수 있을 리 없겠지? 하지만 사실 이런 일 하고 싶지 않았어――.


[오미]

진정하래도.


[타이치]

――윽.


[오미]

같이, 모두에게 얘기하러 가자. 나는 타이치가 뭔가를 떠안고 있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지. 내게도 책임이 있어.


[타이치]

다들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런 짓을 했는데, 용서 받을 수 있을 리 없어……. 하지만 나, 이곳 사람들과 같이 연기하고 싶어…… 여기서 마지막까지 무대에 서고 싶어…….


[오미]

괜찮아. 괜찮아…….

[사코다]

감독 누님!

 

[이즈미]

사코다 씨, 어떻게 됐어요!?

 

[사코다]

총 다섯 정, 무사히 사왔심다!

 

[이즈미]

다행이다…… 이제 내일 오전 공연에는 늦지 않겠어…….

(오늘 공연에는 늦었지만, 내일부터는 괜찮아)

 

[반리]

……이제 내일부터는 어떻게든 되겠어.

 

[오미]

사코다 씨, 수고하셨어요.

 

[사코다]

이 정도는 암것도 아님다!

 

[쥬자]

……후우.

 

[이즈미]

다들 오늘은 수고 많았어. 트러블이 있었지만 무사히 끝나서 정말 다행이야.

 

[반리]

설마 손으로 총을 만들 줄은 몰랐지만. 콩트냐?

 

[쥬자]

시끄러. 다른 생각이 안 났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오미]

필사적이어서 그런지 총으로 보였어.

 

[반리]

그랬지.

 

[이즈미]

관객들도 감탄했어.

 

[타이치]

…….

 

[사코다]

어라? 형님은?

 

[이즈미]

? 그러고 보니 아직 안 돌아온 건가?

 

[쥬자]

분장실에서는 있었어.

 

[이즈미]

그럼 아직 극장에 있는 건가. 불러올게.

 

[사코다]

그럼 제가――.

 

[이즈미]

사코다 씨는 쉬고 계세요.

 

[사코다]

옙.

 

-

 

[사쿄]

…….

 

[이즈미]

(사쿄 씨……?)

 

[사쿄]

…….

 

[이즈미]

……. (혹시 오늘 실수한 걸 신경 쓰고 있나?)

 

[사쿄]

……압도적으로 본방 경험이 부족해. 알고 있었는데. 하지만 이런 꼴사나운 짓을 하다니…….

 

[이즈미]

사쿄 씨…….

 

[사쿄]

두 번 다시 이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도 줄곧 포기하지 못하고 독학으로 연기를 배웠었어. 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어. 무대 위에서는 그런 거 아무런 쓸모도 없었어.

 

[이즈미]

(무대에 오른 경험은 없어도, 기초가 잘 잡혀있고 지식이 있었던 건 혼자서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구나……)

 

[사쿄]

네가 손을 끌어준 덕분에 계속 꿈 꿔오던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해온 노력에 보람도 느꼈지. 하지만 오늘 확실히 알게 됐어. 눈을 돌리고 있던 동안에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버린 건, 생각보다 많았던 거야. 우쭐해 있던 업보지. 내가 무대에 설 자격 따위 없다는 걸 다시금 생각해냈어.

 

[이즈미]

(포트레이트에서도 느낀 사쿄 씨의 후회…… 세월이 긴 만큼 쥬자 군보다 깊고 무거워. 유조 씨 말대로, 사쿄 씨는 그것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게 안타까워)

……사쿄 씨가 가을조에 들어와 줘서 저 개인적으로는 무척 도움이 됐어요. 제가 지금까지 혼자서 짊어지고 고민하던 부분을 사쿄 씨가 같이 짊어져줬으니까요.

(연습 어드바이스나 가을조 멤버들을 질타해주고…… 사쿄 씨가 없었으면 가을조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어. 사쿄 씨가 있었으니까, 다들 긴장을 풀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사쿄 씨는 연습실에서 항상 제 편으로 있어주세요.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계속 안타까웠어요.

 

[사쿄]

……무슨 뜻이지?

 

[이즈미]

사쿄 씨는 가을조 모두와 진정한 의미에서 대등한 입장에 서있지 않아요. 나이가 어쨌다는 그런 의미가 아녜요. 예를 들면, 반리 군하고 쥬자 군처럼 경쟁하려 들지 않아요. 오히려 길을 양보하려 하지 않나요?

 

[사쿄]

그건…….

 

[이즈미]

연장자의 배려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동시에 사쿄 씨가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에서 도망치고 있는 거예요.

 

[사쿄]

도망치고 있다고?

 

[이즈미]

자기는 무대에 설 자격이 없다는 말이 그걸 나타내고 있어요. 사쿄 씨는 아직 마음속 어딘가에서 무대에 서는 것을 포기하고 있어요.

사쿄 씨는 앞으로도 무대에 설 거예요. 무대 위에서 지금보다 더 좋은 연기를 해가지 않으면 안 돼요. 그걸 위해서는 가을조의 누구보다 더욱더 앞으로 나오고 실패도 잔뜩 해야죠, 방어에 들어가면 안 돼요. 경험을 쌓아가지 않으면 성장은 할 수 없어요. 지금까지의 자신을 버려주세요. 사쿄 씨는 이미, 무대를 포기했던 사쿄 씨가 아녜요.

 

[사쿄]

――.

 

[이즈미]

(……너무 심하게 말했나)

 

[사쿄]

……건방진 말 하기는.

 

[이즈미]

……죄송합니다.

 

[사쿄]

……내가 진심이 되게 한 걸 후회하게 해주지.

[이즈미]

(공연도 오늘로 3일째…… 그 뒤로 특별히 이상한 일도 없었고, 이대로 무사히 끝나면 좋을 텐데……. 휴식이 끝날 때 까지 10분이라…… 분장실 상황을 보고 올까)


[지배인]

감독님, 큰일 났어요!


[이즈미]

무슨 일 이예요?


[지배인]

빨리 분장실로――.


[이즈미]

――.


-


[반리]

큰일인데…….


[쥬자]

하필이면 공연 중에.


[이즈미]

얘들아, 무슨 일이야?


[사쿄]

소도구인 권총이 사라졌어.


[이즈미]

네!?


[오미]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졌어.


[이즈미]

(설마 도둑맞은 건가……?)


[사쿄]

휴식이 끝날 때 까지 앞으로 10분도 안 남았어…… 대신할 걸 준비할 시간이 없어. 이렇게 된 바에는 진짜 총을…….


[이즈미]

그건 아웃이에요!


[오미]

다음에 권총을 쓰는 건?


[쥬자]

……접니다.


[오미]

휴식 끝나고 바로 다음 신인가……. 아무리 해도 늦겠어.


[지배인]

곧 휴식이 끝나요!


[이즈미]

――.


[사쿄]

어쨌든 무대를 비워둘 수는 없어. 나가자.


[쥬자]

예.


[반리]

젠장, 할 수 밖에 없나.


[오미]

그렇지…….


[타이치]

…….


[이즈미]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안내방송]

잠시 후 시작하겠습니다. 자리에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


[카포네]

"루치아노, 네가 배신자였다니."


[루치아노]

――.


[이즈미]

(어!?)


[카포네]

――.


[이즈미]

(사쿄 씨가 나올 타이밍을 틀렸어……!?)


-


[이즈미]

(어떡하지? 이대로는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 막을 내려?)


[쥬자]

……내게 맡겨주지 않겠어?


[이즈미]

어? 하지만 쥬자 군이 나갈 순서는 아직이고, 게다가 권총이――.


[쥬자]

――.


-


[란스키]

"보스, 그 녀석한테서 떨어지세요."


[루치아노]

!?


[카포네]

"란스키……."


[이즈미]

(권총……? 아니, 손으로 권총 흉내를 내고 있는 거야)


[관객A]

야, 저거 손 아냐?


[관객B]

권총은?


[관객A]

잊어버린 건가?


[이즈미]

(관객들도 눈치 챘어…… 이대로면 무대가 망가질 거야)


[카포네]

"뒤는 맡긴다, 란스키."


[란스키]

"네."


[루치아노]

"오해야, 보스! 나는 배신하지――"


[란스키]

"움직이지 마."


[루치아노]

"――윽. 네놈, 동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거냐! 이 썩을 놈아!"


[란스키]

"돈이 되는 건 뭐든지 하는 놈이라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루치아노]

"쳐 죽인다!!"


[관객A]

…….


[관객B]

……왠지 총으로 보이기 시작했어.


[관객A]

나도. 쐈을 때 반동이 타이밍이 리얼하지.


[관객B]

응응.


[이즈미]

(쥬자 군…… 다른 애들도 연기로 권총을 보여주고 있어. 굉장해…… 이거면 할 수 있어! 무대는 모두에게 맡기면 괜찮아. 나는 서둘러서 권총을 준비하자――!)


-


[이즈미]

지배인님, 사코다 씨 어디 있는지 아세요!?


[지배인]

네!? 아, 사코다 씨라면 관계자 석에――.


[이즈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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