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루]

그럼 제1회 봄조 TRPG 친목회를 시작합니다~


[사쿠야]

와~!


[시트론]

기대돼!


[치카게]

……하아.


[이타루]

잠깐 선배, 더 즐거워해 주세요.


[치카게]

마음속 깊이 흥미가 안 생겨.


[이타루]

따지고 보면 치카게 씨가 솔직하게 우리랑 게임하고 싶다고 말을 안 해서 이번 TRPG 친목회가 정해진 거잖아요.


[치카게]

맘대로 정하고 진행한 것뿐이잖아.


[츠즈루]

뭐, 좋잖아요. 저도 TRPG는 해본 적 없어서 기대돼요.


[사쿠야]

저도요!


[마스미]

관심 없어.


[이타루]

마스미도 좀 더 즐거워해 봐.


[이즈미]

그런데 TRPG가 뭐예요? 게임이지요?


[이타루]

테이블 게임의 일종이야. 룰북에 따라서 종이랑 연필, 주사위를 사용해서 대화하면서 노는 롤플레잉 게임. 처음에 캐릭터 설정이나 역할, 능력을 정하고 그 캐릭터가 되어서 주사위를 굴려서 모험을 진행해 가는 거야.


[이즈미]

호오~


[츠즈루]

게임하고 길거리 공연이 합쳐진 것 같은 거네요.


[이타루]

맞아, 그런 느낌. 에튀드 연습도 되지 않을까?


[이즈미]

그건 마침 잘됐네요!


[마스미]

설정 같은 거 정하기 귀찮아.


[이타루]

이번엔 '나이란 TRPG'라는 나이란 이야기를 베이스로 한 룰북을 사용할 거니까 하기 쉬울 거야. 기사들이 힘을 합쳐서 멀린을 쓰러트린다는 큰 메인 시나리오도 정해져 있는 초심자용.


[츠즈루]

그럼, 이왕 하는 거 공연에서 했던 역할로 해볼까요?


[시트론]

좋아!


[치카게]

츠즈루는 멀린이잖아. 어떡할 거야?


[이타루]

츠즈루는 GM, 게임 마스터를 해줘. 잘 할 거야. 캐릭터의 행동에 따라 여러 가지 전개가 펼쳐지니까, 그런 걸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어렵거든.


[츠즈루]

이타루 씨가 많이 가르쳐줘서 플레이용 시나리오 생각해왔어요. 꽤 재밌었어요.


[이즈미]

나는 어떡할까?


[이타루]

감독님은 그웬 해줄래?


[마스미]

그럼, 나는 란슬롯 할래.


[츠즈루]

공연에서 했던 역할로 한다고 했잖아.


[마스미]

가레스가 란슬롯을 암살하는 내용으로 갈래…….


[이즈미]

흉흉한 말 하지 마!


[이타루]

그럼, 일단 시작해볼까.


-


[츠즈루]

……네 명의 기사와 아서왕, 그웬 일행이 악의 마법사 멀린을 쓰러트리기 위한 여행에 나선다.

여행의 마을에서 영주에게 마물사냥을 의뢰받는 일행.


[마스미]

"그웬, 둘이서 여행을 떠나자."


[이즈미]

어어!?


[치카게]

갑자기 저래도 돼?


[츠즈루]

그웬하고 가레스가 개별 행동을 한다는 건 딱히 문제 없슴다.


[이즈미]

뭐 그러면…… 나는 가레스를 따라갈게.


[치카게]

"그럼, 나는 마물의 거처를 찾기 위해 마을에서 정보를 수집할게."


[츠즈루]

좋네요.


[치카게]

"겸사겸사 이 마을의 향신료도 물색하고."


[이즈미]

가웨인이 매운맛을 좋아했어!?


[츠즈루]

뭐, 행동 자체는 문제 없슴다.


[시트론]

"그렇다면 나는 만담가 파트너를 찾겠어!"


[츠즈루]

왜!?


[이타루]

마물은 어디 갔어.


[사쿠야]

전혀 관련 없네요……!


[이즈미]

저런 행동도 돼?


[츠즈루]

되기는 되죠.


[이즈미]

자유도 높네…….


[이타루]

"모드레드, 다른 녀석들은 의지가 되지 않을 것 같으니 둘이서 마물을 쓰러트리러 가자."


[사쿠야]

"아, 알겠어."


[츠즈루]

모드레드가 좋은 사람이 되어버렸어.


[이타루]

이렇게 모였으니 어쩔 수 없지.


[츠즈루]

마을에서 향신료를 사들인 가웨인과 파트너를 찾지 못한 아서왕은, 영주의 저택에서 다른 사람들의 귀가를 기다린다.


-


[츠즈루]

한편 가레스와 그웬은 마물과 조우.


[이즈미]

어어!? 어떡하지!?


[마스미]

"물러나 있어. 내가 쓰러트린다."


[츠즈루]

가레스가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주사위를 굴려서 전투 결과를 결정.


[마스미]

……3.


[츠즈루]

마물이 재빠르게 가레스의 공격을 피한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가레스를 베고, 큰 데미지를 입힌다.


[사쿠야]

갑자기 위기예요……!


[마스미]

너무 약해. 이해할 수 없어.


[츠즈루]

어쩔 수 없잖아. 네 능력치로는 이게 고작이야. 애초에 전원이 협력해서 쓰러트릴 계획이었던 마물이니까.


[이즈미]

"회, 회복!"


[츠즈루]

그웬의 회복으로 간신히 되살아나는 가레스. 그곳에 란슬롯과 모드레드가 나타난다――.


[사쿠야]

그런데, 두 명이나 부족한데 쓰러트릴 수 있을까요!?


[이타루]

무리~


-


[츠즈루]

――이러저러해서, 드디어 라스트 던전에 도착한 일행.


[사쿠야]

오는 길은 엉망이었지만, 어떻게든 도착했어요…….


[이타루]

가웨인은 장비 팔아치워서 장비한 거 향신료밖에 없잖아요.


[치카게]

그렇게 치면 아서왕도 만담 파트너를 찾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마스미]

도움이 안 돼.


[츠즈루]

정말이지, 조금만 더 진지하게 멀린을 쓰러트리려고 해주세요.


[이타루]

츠즈루가 가장 힘들지.


[츠즈루]

알면서 GM 떠맡긴 거잖아요.


[이타루]

적성이라고 생각했어.


[치카게]

확실히 여러 의미에서 적성이군.


[츠즈루]

이럴 때만 결탁하지 말아요……!


[사쿠야]

히, 힘내서 멀린을 쓰러트려요!


[이즈미]

그, 그래. 츠즈루 군이 힘이 다하기 전에.


[츠즈루]

멀린을 앞에 두고 엑스칼리버를 치켜드는 일행. 전원 주사위를 굴린다.


[사쿠야]

1이에요…….


[이즈미]

2!


[마스미]

나도 1.


[시트론]

나는 2야~


[이타루]

나도 1. 이미 실패 확실하지 않아?


[이즈미]

여기까지 와서……!?


[사쿠야]

그렇게 고생했는데…….


[츠즈루]

치카게 씨는 어때요?


[치카게]

……6.


[사쿠야]

네에!?


[시트론]

진짜네!


[이즈미]

결과는……!?


[츠즈루]

――크리티컬 히트! 엑스칼리버의 빛의 힘으로 멀린을 무찌른다!

괴로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리는 멀린.


[사쿠야]

해냈다~!!


[이즈미]

멀린, 쓰러트렸어!


[마스미]

겨우 끝났어…….


[시트론]

어떻게든 클리어했어!


[치카게]

이런이런.


[이타루]

둘 다 아무것도 안 했지만요.


-


[츠즈루]

……이렇게 멀린은 다시 잠들고, 세계는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해피엔드.


[마스미]

하아, 피곤해…….


[시트론]

재밌었어!


[사쿠야]

컴퓨터 게임 RPG랑은 다른 재미가 있네요!


[이즈미]

응, 굉장히 달성감 있어.


[치카게]

쓸데없이 시간이 걸렸군.


[이타루]

어디 사는 누구 씨들 덕분예요.


[치카게]

누굴 말하는 걸까?


-


[치카게]

…….


[이타루]

원래는 주사위로 부정을 저지르는 건 봐주지 않는데요, 이번엔 특별히예요.


[치카게]

부정이 아니야. 손끝이 재주가 좋을 뿐이야.


[이타루]

모두가 처음 하는 RPTG가 승리로 끝나길 바랐던 거잖아요. 과보호예요.


[치카게]

……피곤하니 오늘은 이제 자자. 불 끈다.


[이타루]

아니, 공연도 끝났으니 오늘은 이제 실컷 게임하려고――.


[치카게]

…….


[이타루]

할아버지는 역시 빨리 자네요.


[치카게]

너는 내 아들 포지션이었던가. 그럼, 게임은 하루 30분만.


[이타루]

무리……!


[치카게]

3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스마트폰과 기숙사의 주전원이 끊어지게 해두지.


[이타루]

진짜 가능해 보이니까, 진심 하지 말아주세요.

[이즈미]

(무대는 중세 브리타니아, 여행 도중에 숲의 호숫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란슬롯……)


[란슬롯]

"이 주변은 고향의 숲과는 정취가 꽤 다르군. 마음에 들어? 그웬."

"그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는 없어. 어슬렁거리며 관광 유람을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게 아니니까. 빨리 사관을 찾아야지."

"알고 있어. 남들 앞에서 너한테 말을 걸지는 않을 거야. 괴짜 취급받을 뿐이니까."


[이즈미]

(란슬롯의 시선과 표정으로 그웬의 존재가 떠오르고 있어……. 실제로는 조명이 그웬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뿐이지만, 그웬의 표정까지 보이는 것 같아)

(이타루 씨의 연기는 창단공연 때에 비하면 정말 현격히 좋아졌어)


[멀린]

"이런, 선객인가. 방해한 걸까?"


[란슬롯]

"신경 쓰지 마. 이제 출발할 거니까."


[멀린]

"일행은 괜찮아?"


[란슬롯]

"――."


[말린]

"안녕. 좋은 이웃이여."


[란슬롯]

"그웬이 보이는 거야?"


[멀린]

"뚜렷하진 않지만. 너는 요정의 소중한 아이로군."


[란슬롯]

"나 외에 그웬이 보이는 사람은 처음 만났어."


[멀린]

"나는 마술사 멀린. 네게 어드바이스를 하나 해주지."

"아서왕을 찾도록 해. 너와 네 운명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줄 거다."


[란슬롯]

"아서왕……."


-


[이즈미]

(란슬롯 일행이 멀린과 헤어져 여행을 계속하는 도중――)


[마물]

"그아아!"


[가웨인]

"젠장."


[란슬롯]

"저건――! 이런 곳까지 마물이 나오는 건가――."

"무슨 말이야, 그웬. 죽게 내버려 둘 리 없잖아!"

"《아쿠아 소드》!"


[가웨인]

"!?"


[란슬롯]

"조력하지!"


[가웨인]

"어디 사는 누군지는 몰라도, 은혜를 입었군――!"


[이즈미]

(맞춰 썼던 오즈 공연과는 전혀 다른 와일드계 캐릭터인데, 별로 위화감이 없어. 이걸로 역할의 폭이 넓어질 거야. 요령이 좋은 것도 있지만, 난투 신에서 몸을 쓰는 게 괜히 더 숙련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실전 타입의 움직임이라서 딱 어울려. 연기처럼 보이지 않고 난투의 깔끔함이 아닌 진짜 같은 느낌…… 여, 역시 직업 덕이려나)


[란슬롯]

"하아앗!"


[이즈미]

(이타루 씨도 거기에 제대로 따라가고 있어. 그만큼 난투를 어려워했는데 확실하게 극복했어. 난투의 기본에 충실한 움직임에서 란슬롯의 성실함이 나오고, 가웨인과의 차이가 보여서 좋은 효과를 낳고 있어)


-


[가웨인]

"후우…… 이런 대형이 살고 있을 줄이야. 방심했군."

"나는 가웨인이다. 덕분에 살았어."


[란슬롯]

"란슬롯이다. 역시 이 주변은 마물이 많은가?"


[가웨인]

"그렇지. 전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야. 너는 왜 여기에?"


[란슬롯]

"검으로 입신출세하려고 나라를 나왔어."


[가웨인]

"흐응…… 그럼 나랑 함께 가겠어? 처음 봤을 땐 어디 사는 도련님이 길을 잃고 들어왔나 싶었는데, 꽤 솜씨가 뛰어나던걸. 네 실력이라면 환영이야."


[란슬롯]

"함께 가다니 어디를?"


[가웨인]

"만나게 해주고 싶은 분이 있어. 지금은 이 이상 말하지 못해."


[란슬롯]

"여기서 만난 것도 무언가의 인연이겠지, 정처도 없으니. 가볼까."


[가웨인]

"좋아, 결정됐군."


[란슬롯]

"……괜찮지? 어차피 갈 곳도 없으니까."


[가웨인]

"뭐라고 했어?"


[란슬롯]

"아니, 아무것도. 혼잣말이야."


-


[가웨인]

"전부터 생각한 건데, 넌 가끔 아무것도 없는 곳을 보곤 하더라."


[란슬롯]

"어?"


[가웨인]

"뭔가 보이는 거야?"


[란슬롯]

"――. 보인다……라고 한다면 기분 나쁘겠지."


[가웨인]

"하하,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랑 똑같군. 그러고 보니 조금 닮았어, 너랑."


[란슬롯]

"고양이?"


[가웨인]

"뭐, 나한텐 안 보이는 것도 많이 있겠지. 별로 신경 쓰이진 않아."


[란슬롯]

"특이하군."


[가웨인]

"이봐, 너한테 그런 소리 들으면 끝이라고."


[이즈미]

(여행 도중, 마음을 여는 란슬롯과 가웨인……)


-


[이즈미]

(란슬롯은 가웨인에게 이끌려 아서왕의 거성에 도착한다)


[모드레드]

"늦었잖아! 어디에 갔던 거야!"


[가웨인]

"어디냐니, 폐하의 명령을 받아 동쪽 숲의 마물 토벌을 막 끝내고 왔는데. 무슨 일 있었어? 모드레드."


[모드레드]

"일이고 자시고, 큰일이야. 숙부님이――."


[가웨인]

"폐하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모드레드]

"그자는?"


[란슬롯]

"……."


[가웨인]

"란슬롯이다. 도중에 내 목숨을 구해줬어. 사관을 찾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폐하를 만나 뵙고 싶다. 실력은 확실해."


[모드레드]

"지금은 안 돼."


[가웨인]

"뭐?"


[아서]

"상관없네. 들여보내라."


[란슬롯]

"――."


-


[이즈미]

(왕의 개인실에 들어간 란슬롯과 가웨인은 침상에 누워있는 아서와 대면한다……)


[가웨인]

"폐하……?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아서]

"원인불명의 병이라더군."


[란슬롯]

"……."


[아서]

"그자는…… 요정의 소중한 아이인가? 이런 곳까지 잘 와주었다. 좋은 이웃이여."


[란슬롯]

"요정이 보이는 겁니까?"


[아서]

"그래. 자네만큼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말이야."


[란슬롯]

"……왕이시여, 제 검을 바칩니다. 분명 제가 섬길 주인은 당신입니다."


[아서]

"그럼, 란슬롯이여. 가웨인과 함께 이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오너라. 요정의 소중한 아이가 내 곁으로 오게 된 것도 무언가의 뜻이겠지."


[란슬롯]

"네."


[가웨인]

"존의."


[이즈미]

(시트론 군, 이번엔 대사도 어렵고 긴게 많은 데다 위엄있는 역할이니까 평소보다 대사 표현을 힘들어했지. 평소에는 츠즈루 군도 시트론 군의 대사에는 신경 쓰고 있는데, 이번엔 원작의 캐릭터가 있는 만큼 그러기도 어려웠고……)

(정말 잘 완성했어. 분명 혼자서 많이 연습했을 거야……)


-


[가웨인]

"그렇다고는 하나, 단서도 아무것도 없으니…… 원인불명의 불치병을 치료하라니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야."


[멀린]

"그렇다면, 내가 들은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 같군."


[가웨인]

"멀린!"


[모드레드]

"돌아왔던 건가."


[멀린]

"방금전에."


[란슬롯]

"너는 그때……."


[멀린]

"내 조언은 도움이 됐지?"


[가웨인]

"그래서, 네가 들은 얘기라는 건 뭐지?"


[멀린]

"듣자 하니, 해당 술잔에 가득 채운 물을 마시면 어떠한 병도 순식간에 치료하는 성배 《홀리·칼리스》가 있다는 듯 해. 왕의 병도 그게 있으면 치료할 수 있을 거야."


[란슬롯]

"홀리·칼리스……. 알고 있어, 그웬?"


[멀린]

"나머진 좋은 이웃에게 조언을 구하면 돼. 맡긴다."


-


[이즈미]

(멀린의 조언을 받고 란슬롯은 기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란슬롯]

"그웬? 어라?"


[가웨인]

"왜 그래?"


[란슬롯]

"그웬이 없어."


[가웨인]

"그야, 요정도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겠지."


[란슬롯]

"아니, 지금까지 그웬이 내 옆에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가웨인]

"어린애도 아니고, 혼자서 돌아오겠지. 좋은 이웃은 변덕스럽기 마련이야."


[란슬롯]

"찾아올게. 다음 마을에서 합류하자."


[가웨인]

"진심이야? 걱정이 지나치다고, 정말이지."


-


[란슬롯]

"그웬, 어디 있어?"

"그웬? 왜 이런 곳에――."


[가레스]

"으와아악!"


[란슬롯]

"!!"


[마물]

"그가아!"


[란슬롯]

"기다려, 지금 구해주지!"


[이즈미]

(란슬롯은 계속 나오기도 하고 난투 신도 많으니까, 이쯤에서 점점 소모될 거야…… 괜찮을까?)


-


[란슬롯]

"괜찮아?"


[가레스]

"가, 감사합니다……."

"죄, 죄송합니다…… 다리가 풀려서……."


[란슬롯]

"자, 내 손 잡아."


[이즈미]

(이타루 씨의 보는 눈은 역시 확실해. 마스미 군의 용모는 물론이고, 가레스의 덧없는 분위기도 제대로 표현되고 있어. 가장 늦게 나오는 가레스인데, 관객들이 놀란 게 느껴져.)


[란슬롯]

"그웬이 사람을 돕다니 별일인걸."


[가레스]

"네?"


[란슬롯]

"아니, 아무것도. 어디서 왔지? 데려다줄게."


[가레스]

"아, 가, 감사합니다, 기사님. 제 이름은 가레스. 영주님의 저택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


[이즈미]

(가레스가 일하고 있는 저택의 주인에게서, 홀리·칼레스의 정보를 얻는 란슬롯……)


[란슬롯]

"결과적으로 가레스와 만난 덕분에 성배가 있는 곳을 알게 됐어. 네 덕분이야, 그웬. 이제 가웨인 일행과 합류해서――."


[가레스]

"저, 저저저기, 기사님, 부디 저도 데려가 주세요!"


[란슬롯]

"?"


[가레스]

"저는 원래 검으로 입신출세하기 위해 고향을 나왔습니다. 영주님의 밑에서 시종이 될 예정이었지만, 공적을 세우지 못해서……."

"부탁드립니다. 저도 여행에 데려가 주세요."


[란슬롯]

"그건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알겠어. 가웨인을 소개해주지."


-


[가웨인]

"요리사를 데려왔다고? 관광 유람을 온 게 아니라고."


[란슬롯]

"기사를 목표하고 있어."


[가웨인]

"성배까지 안내해준다면, 상관없지만……."


[가레스]

"저, 저저기, 저, 식재료를 조달할 수 있습니다! 야영할 때 도움이 될 거예요! 여, 여여러분의 위장은 맡겨주세요!"


[란슬롯]

"잘 부탁하지."


[가레스]

"네네네네넷!"


[가웨인]

"괜찮은 거야?"


-


[이즈미]

(반대하는 다른 기사를 달래고 가레스를 데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란슬롯……)


[가레스]

"가웨인 님, 위험해요!"


[가웨인]

"――."


[가레스]

"덫이……."


[가웨인]

"미안하군, 덕분에 살았어. 요리사를 무시해서 미안했어."


[가레스]

"아, 아아아아뇨……!"


[가웨인]

"너, 그 검의 문장은――."


[가레스]

"이, 이건…… 어릴 때 생이별한 아버지의 생가 문장이라는 듯 해요. 여행을 떠날 때 어머니께 이 검을 받아서……."


[가웨인]

"이건 우리 집 문장이야."


[가레스]

"네에!?"


[란슬롯]

"어떻게 된 거야?"


[가레스]

"그럼, 제 아버지는……."


[가웨인]

"설마 배다른 형제와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예를 표하지, 란슬롯. 너는 내 목숨을 구해주기만 하는군."


[란슬롯]

"알고 있었어, 그웬?"

"뭐, 됐나."


-


[이즈미]

(앞길을 막는 마물들을 물리치며, 일행은 드디어 홀리·칼레스를 발견한다……)


[가웨인]

"이게 홀리·칼레스인가…… 설마, 정말 존재하고 있었다니."


[란슬롯]

"이제 폐하의 병도 치료할 수 있어."


[가웨인]

"그래. 서둘러서 성으로 돌아가자!"


-


[아서]

"잘했다. 가웨인, 란슬롯, 그리고 가레스여."


[가레스]

"다다다당치도 않습니다!"


[가웨인]

"란슬롯의 공입니다."


[란슬롯]

"아뇨, 그웬의 조언해준 덕입니다."


[아서]

"그런가…… 포상을 내리고 싶지만, 곤란하게도 좋은 이웃이 원하는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아."


[란슬롯]

"그 말씀만으로 과분한 영광입니다."


-


[이즈미]

(아서왕의 병을 치료하고 안심한 것도 잠시――)


[란슬롯]

"왜 그래, 그웬? 이봐――."


[멀린]

"미안하지만, 그녀에게 주술을 걸어뒀어."


[란슬롯]

"주술? 대체 무슨 말이야."


[멀린]

"폐하의 명령이다."


[란슬롯]

"무슨 바보 같은――."


[아서]

"멀린의 말대로다."


[란슬롯]

"폐하……?"


[아서]

"그웬 덕분에 병이 나을 수 있었어. 앞으로 이 나라를 통일하기 위해서는 그웬의 힘이 필요해."

"멀린의 마술이 있으면 그웬을 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네. 그렇게 하면 내 아내로 맞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


[란슬롯]

"그웬을 왕의 아내로……!?"


[이즈미]

(멀린의 책략으로 제정신을 잃은 아서왕……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광기가 잘 표현되고 있어. 시트론 군, 대사 표현뿐만 아니라 연기도 늘었어. 아니, 대사에 걸리지 않고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걸지도 몰라)


[멀린]

"정확하게는 반만 인간이 되는 것이지만, 충분할 거야."


[란슬롯]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그웬은 왕비가 될만한 자가 아닙니다.그녀는 자유를 사랑하는 민족. 사람의 이치에 묶어둘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웬의 의사에 반하는 짓을 하면, 그녀의 어머니인 호수의 여왕을 화나게 할 겁니다."


[아서]

"이건 이미 결정된 일이다."


[란슬롯]

"폐하……!"


[이즈미]

(차츰 숨겨둔 얼굴을 내비치는 멀린…… 츠즈루 군도 악역 연기가 몸에 배기 시작했어. 이타루 씨가 말한 대로, 언뜻 보기에 평범한 청년이니까 더욱 바닥을 알 수 없는 무서움이 나오는 거야)


-


[란슬롯]

"괜찮아, 그웬. 내가 반드시 너를 고향에 돌려보내 줄게. 의식 당일에 구하러 갈게. 그때까지 기다려줘."


[가레스]

"란슬롯 님……?"


[이즈미]

(도망칠 계획에 관해 얘기하는 란슬롯과 그웬의 대화를 들은 가레스는 가웨인에게 상담하러 간다……)


[가레스]

"가, 가웨인 형님, 얘기할 것이 있습니다."


[가웨인]

"무슨 일이지?"


[가레스]

"그…… 란슬롯 님 말입니다만……."

"사실은, 란슬롯 님이 그웬을 놓아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협력해줄 수 없을까요?"


[가웨인]

"란슬롯이? 바보 같은 소리. 그 충의로운 사람이 폐하의 의지에 반하는 배신행위를 할 리가 없잖아."


[가레스]

"저, 정말입니다! 그웬과 얘기하는 것을 들었어요!"


[가웨인]

"네 생각이 지나친 거야. 무엇보다 폐하도 그웬을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 란슬롯도 그건 알고 있을 거야."


[가레스]

"그, 그런…… 형님, 그래도, 혹시, 혹시 정말로 놓아주려고 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겁니까?"


[가웨인]

"당연히 막아야겠지."


[가레스]

"설령 놓아주려고 하는 게 사실이라고 해도, 협력할 생각은 없으시다는 건가요……?"


[가웨인]

"폐하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상 그렇게 할 수는 없어. 란슬롯도 같을 거다."


[가레스]

"그런……. ――이렇게 된 이상, 다른 기사를 의지할 수밖에……."


[이즈미]

(기사에게 주군의 명령은 절대적…… 란슬롯과 가웨인, 다른 기사들 사이에 깊은 골이 생겨난다……)


-


[이즈미]

(그리고 멀린의 의식 당일……)


[멀린]

"자, 그웬. 이걸로 너는 해방되어 이쪽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어……."


[란슬롯]

"그만해!"


[가웨인]

"란슬롯!?"


[란슬롯]

"그웬을 풀어줘!"


[가웨인]

"이봐, 진정해, 란슬롯――."


[가레스]

"라라라란슬롯 님! 저,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란슬롯]

"가레스?"


[모드레드]

"폐하에 대한 반역죄다! 붙잡아라!"


[란슬롯]

"――윽."


[가웨인]

"어째서냐, 란슬롯. 왜 이런 짓을――."


[란슬롯]

"나는 어릴 적부터 호수의 여왕과 그웬의 손에 자랐어. 그녀를 배신할 수 없어."

"지금의 폐하는 착란 상태 시다. 내가 믿었던 폐하가――."


[모드레드]

"닥쳐라, 무례하다!"


[아서]

"가웨인, 뭐 하고 있나. 어서 붙잡아라."


[란슬롯]

"――윽."


[가웨인]

"하아앗! 《파이어 액스》!"


[란슬롯]

"하앗!"


[병사A]

"타아앗!"


[병사B]

"가만히 있어!"


[가레스]

"으아악――."


[가웨인]

"가레스!?"


[가레스]

"괘, 괜찮습니다! 빠, 빨리, 이 틈에 그웬을…… 저는 괜찮으니까!"


[란슬롯]

"――미안하다. 너는 진정한 기사야."


[가레스]

"가, 감사합니다……."


[가웨인]

"가레스! 가레스, 정신 차려!"


[가레스]

"형님…… 저는 기사가 되어, 행복했습니다……."


[가웨인]

"가레스!!"


[모드레드]

"빨리 란슬롯을 쫓아라!"


[가웨인]

"용서 못 해…… 용서 못 한다, 란슬롯!"


[이즈미]

(숨이 끊어진 가레스를 가슴에 품고 복수를 맹세한 가웨인은 성에서 도망친 란슬롯과 그웬을 쫓는다……)


-


[란슬롯]

"그웬, 말려들게 해서 미안해. 고향으로 돌아가면, 여왕이 지켜줄 거야."

"어? 발굽 소리가――."


[가웨인]

"란슬롯! 얌전히 그웬을 넘겨라!"


[란슬롯]

"――. 못 본 척 해줘, 가웨인."


[가웨인]

"그게 가능할 리 없잖아! 너는 가레스의 원수야!"


[란슬롯]

"뭐――."


[가웨인]

"가레스는 죽었다! 네 탓에!"


[란슬롯]

"――그럴 수가."


[아서]

"그웬을 붙잡아라!"


[란슬롯]

"그만둬주십시오!"


[가웨인]

"아쉽군. 나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형태로 배신당하다니…….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때 네게 권유하는 게 아니었어. 그렇게 했다면 이렇게 속이 뒤집히는 기분을 맛보는 일도 없었을 텐데――."


[란슬롯]

"가웨인…… 가레스를 말려들게 한 건 미안했다. 하지만 내게 그웬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가웨인]

"가레스도 내 가족이야!"


[란슬롯]

"――."


[아서]

"가웨인, 숨통을 끊어라."


[가웨인]

"――예."


[병사]

"――폐하, 보고드리겠습니다!"


[아서]

"뭐지."


[병사]

"모드레드 님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이미 성을 점거했고, 병사들도 모드레드 님을 따르고 있습니다!"


[아서]

"뭣……!?"


[가웨인]

"모드레드가……?"


[아서]

"바로 성으로 돌아간다! 그웬을 데려와라!"


[가웨인]

"란슬롯은 어떻게 할까요."


[란슬롯]

"――저도 싸우게 해주십시오."


[아서]

"……가웨인, 감시해라."


[가웨인]

"예!"


-


[이즈미]

(병사에게서 보고를 받고 거성으로 되돌아가는 아서왕 일행과 란슬롯……)


[가웨인]

"설마 또다시 너와 함께 싸우게 되다니."


[란슬롯]

"……가레스 일은 정말로 안타까워."


[가웨인]

"나는 너를 용서하지 않았어."


[란슬롯]

"……."


-


[이즈미]

(성에서 무장한 병사에게 포위당한 란슬롯 일행)


[아서]

"무슨 생각이냐, 모드레드."


[모드레드]

"숙부님, 저는 이전부터 당신의 실각을 엿보고 있었습니다."


[가웨인]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반역을 끝낸 거지……?"


[멀린]

"제 마술이 있으면 이 정도는 수고도 아니지요."


[아서]

"멀린!?"


[가웨인]

"설마, 네가 배신했었다니――."


[멀린]

"아서왕보다도 이쪽이 쓸모 있을 것 같아서요."


[아서]

"네 이놈……."


[이즈미]

(조종당한 모드레드의 태도가 싹 바뀌는 게 정말 잘 표현됐어…… 사쿠야 군, 악역은 잘 못 하는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열심히 했구나)


[란슬롯]

"그웬? 무슨 일이야?"


[멀린]

"――윽."


[란슬롯]

"!?"


[멀린]

"건방진……."


[가웨인]

"저 모습은……!"


[란슬롯]

"멀린의 정체는 마물이었나."


[가웨인]

"그렇다는 건, 모드레드도 저 녀석에게 넘어가서……."


[아서]

"가자, 악한 것이 이 땅에서 제멋대로 날뛰게 둘 수는 없어!"


[란슬롯]

"예!"


-


[이즈미]

(그러나 정체를 드러낸 멀린에서 꼼짝도 못 하고, 철퇴 하는 란슬롯 일행)

(어둠을 격퇴하는 성검 엑스칼리버를 찾아내고 재대결을 하러 간다. 그리고 엑스칼리버의 힘으로 멀린의 약점을 찌르고, 마침내 멀린을 몰이 붙인다.)


[란슬롯]

"하아앗!"


[이즈미]

(클라이맥스의 볼거리 난투 신―― 이타루 씨도 많이 지쳐서 피곤하겠지만, 잘 버티고 있어. 정말 매일 견실하게 체력 만들기를 한 보람이 있어)

(소셜게임도 참았었고…… 이타루 씨가 이 공연에 건 마음이 란슬롯의 필사적인 모습에 나타나고 있어. 보고 있는 쪽도 자연스럽게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하고 싶어져――)


[란슬롯]

"어둠으로 돌아가라, 멀린――!"


[멀린]

"으아아아!"


[모드레드]

"큭――."


[아서]

"모드레드!"


[모드레드]

"으으……. 저는…… 대체……?"


[가웨인]

"기억나지 않는 거야?"


[란슬롯]

"멀린에게 조종당하고 있었던 건가……."


[아서]

"예를 표하지, 란슬롯, 그웬. 또 그대들에게 도움을 받았어."


[란슬롯]

"아뇨, 저는 아무것도……."


[아서]

"포상을 내리지. 바라는 건 무엇이지?"


[란슬롯]

"제가 바라는 건 단 하나, 그웬의 자유입니다. 폐하――."


[아서]

"……바랄 것도 없지. 그대들은 처음부터 자유라네. 좋은 이웃이여."

"지금까지의 일을 사죄하게 해주게. 내가 정상이 아니었어. 어째서 그토록 그웬에게 집착했는지……."


[란슬롯]

"필시 그것도 멀린의 마술에 의한 것일 듯 합니다."


[아서]

"……그런가."

"앞으로도 내 밑에서 일해주지 않겠나. 지금도 마물의 침략은 그치지 않고 있어. 막아내기 위해서는 그대의 힘이 필요하다."


[란슬롯]

"예! 분에 넘치는 기쁨입니다."


[가웨인]

"――하앗!"


[란슬롯]

"――윽."


[아서]

"무엇을 하는 거냐, 가웨인."


[가웨인]

"나는 아직 너를 용서하지 않았다고 했을 텐데."


[란슬롯]

"……."


[가웨인]

"하지만 네가 내 친구인 것은 변함이 없지."


[란슬롯]

"가웨인……."


[가웨인]

"가레스를 만나러 가줘. 그 녀석도 분명 기뻐할 거다."


[란슬롯]

"……."


-


[병사]

"아서왕 만세! 아서왕의 가는 길에 영광이 있기를!"


[이즈미]

(빛 속에서 사라져 가는 병사들의 그림자…… 엔드롤을 봤을 때의 기분이 되살아나……)


-


[멀린]

"용서 못 해…… 용서하지 않아…… 천의 시간을 넘어 이 원한을 풀어주겠어……."


[이즈미]

(불온한 멀린의 목소리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간다…… 종막……)


-


[관객A]

굉장해~! 재현도 높다!


[관객B]

멋있었어!


[관객C]

이거저거 생각나서 울었어~!


[호시이]

――.


[토노오카]

…….


-


[사쿠야]

이타루 씨, 난투 엄청 좋았어요!


[츠즈루]

체력도 버티게 됐네요.


[이타루]

뭐 그렇지.


[시트론]

관객들 대흥분이야!


[이즈미]

처음에 나가서 얘기한 효과도 있어!


[츠즈루]

그러고 보니 치카게 씨, 어느새 그렇게 나이란을 했던 거예요?


[치카게]

――.


[츠즈루]

이타루 씨는 알고 있었어요?


[이타루]

저번에 무심코 정리사이트에 써있지 않은 매니악한 정보에 반응하길래, 세이브 데이터 플레이 시간을 훔쳐봤어.


[치카게]

……쓸데없이 첩보 활동 하지 마.


[이타루]

선배, 사실 저희랑 같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었는데 부끄러워서 말 못 했다던가?


[치카게]

그럴 리 있겠냐. 부정해놓고 체면상 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웠던 것뿐이야.


[이타루]

솔직하지 못하네.


[츠즈루]

말해주면 좋았을 텐데요.


[시트론]

샤케야.


[마스미]

……샤이?


[시트론]

그거야.


[치카게]

……하아.


[이즈미]

네――.


[호시이]

실례합니다.


[이타루]

――.


[호시이]

여러분, 공연 수고하셨습니다. ――훌륭했어요.


[이즈미]

엇――.


[호시이]

저번에 본 전체연습만으로도 캐릭터에 공을 들여 철저하게 연습했다는 것은 전해졌는데…….

오늘 무대는, 다른 관객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듯한 나이란의 두근두근함을 느낄 수 있었네. 눈앞에 확실하게 존재하는 살아있는 란슬롯과 그웬과 함께…… 정말로 근사한 체험이었어.

무대의 묘미, 그대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전해져왔어. 더 보고 싶다고, 또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어.


[이타루]

――.


[이즈미]

그, 그럼――.


[호시이]

본공연도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이즈미]

――.


[사쿠야]

해냈어~!!


[츠즈루]

좋아!


[이즈미]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호시이]

이런 게 바로 무대에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겠지. 크리에이터로서 조금 질투도 느꼈어.

주연의―― 치가사키 군? 나이란을 해줘서 고맙네. 오늘 받은 근사한 자극을 토대로 차회작도 최고의 걸작으로 만들 테니 부디 플레이해주게나.


[이타루]

발매일이 정해지면 대량의 유급신청 할 겁니다.


[츠즈루]

아니, 연습은 어떡할건데요.


[이즈미]

연습도 제대로 해주세요!?


[호시이]

하하.


[치카게]

그러고 보니 토노오카 씨는 돌아갔나요?


[이즈미]

어? 토노오카 씨도 왔었어요?


[치카게]

관계자석의 끝쪽에 있었을 거야.


[이타루]

으엑, 진짜냐……. 안 온다고 해서 그 얘기를 한건데…….


[호시이]

그러고 보니 먼저 돌아간다고 했었지.


[이타루]

…….


-


[토노오카]

…….


[이타루]

……우와, 진짜 있네.


[토노오카]

――안녕. 잘 봤어, 네 첫날 무대 인사.


[이타루]

……하아.


[토노오카]

고등학생 때 일 말인데, 나――.


[이타루]

아, 사과 안 해도 돼. 진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토노오카]

뭐……? 그렇게 좋은 얘기처럼 말했으면서?


[이타루]

그 후에 배신당하고 그 친구와는 결별했습니다, 같은 얘기까지 해도 사족밖에 안 되잖아. 깔끔하게 끝냈을 뿐이야.


[토노오카]

……정말 좋은 성격 갖고있네.


[이타루]

마찬가지지.

도대체 너, 왜 앤드링크스에 들어간 거야? 반칙이라고. 약삭빠르게 나이란 팀에 들어가서 신과 함께 일하고 있다니.


[토노오카]

그렇게 치면 너야말로, 약삭빠르게 란슬롯 하고 있잖아. 오히려 네가 멀린에 어울리지.


[이타루]

너한테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인데.


[토노오카]

뭐, 앤드링크스에 들어간 것도 누구 씨 탓이지만.


[이타루]

?


[토노오카]

대학 때, 우연히 타루치의 실황 영상으로 보고 목소리랑 내용으로 너라는 걸 바로 알았어. 처음 봤을 땐 울컥했지.


[이타루]

뭐?


[토노오카]

그도 그럴 게, 넌 발산처를 발견한 거잖아. 실황에서도 그웬을 향한 사랑을 외치기나 하고, 내가 더 그웬을 좋아하는데.

나는 또 몰래 숨어서 게임을 하는 나날로 돌아갔는데, 뭘 즐기고 앉았어.


[이타루]

자업자득이지.


[토노오카]

……그래서 뭐, 마음을 다시 먹고 게임 업계를 목표로 하기 시작했다는 거지.

취업 활동을 죽기 살기로 노력해서 앤드링크스에 입사하고, 노력해서 3년 만에 드디어 나이란 프로모션 팀에 들어갔어.


[이타루]

이 극단에 오퍼를 넣은 건?


[토노오카]

타루치 계정으로 선전했던 극단 공연을 통해 치가가 배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호시이 씨는 무대화에 흥미가 없고, 여차하면 타루치를 프로모션에 사용하려고 했어.


[이타루]

역시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나. 여전히 성격 나쁘네.


[토노오카]

나이란의 프로모션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이타루]

그런 녀석이었지.


[토노오카]

반대 입장이었다면?


[이타루]

전력으로 이용한다.


[토노오카]

그렇지.

……아까 말하다 만 거 말인데, 고등학교 때의 일, 나도 사과할 생각 없어.

그 후에는 후회했지만, 결국 그걸 시작으로 지금 나이란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거니까. 오히려 감사하고 있어.


[이타루]

…….

뭐, 그런 의미에서는 나도 지금 이렇게―― 라고 말할리 없지. 너한테 감사 따위 할까 보냐.


[토노오카]

하하, 그건 그렇지.

――그러고 보니 나이란Ⅹ가 나오면 다음엔 타루치로서 프로모션 협력해줘.


[이타루]

이 마당에 와서…… 너도 참 성격 멋지네.


[토노오카]

서로 마찬가지지.

[이즈미]

(드디어 공연 첫날인가……. 리허설은 앤드링크스사의 관계자에게 호평이었는데, 호시이 씨가 어떻게 느낄지가 중요하지……)


[츠즈루]

아, 저기 중앙에 앉아있는 사람, 호시이 씨지?


[사쿠야]

맞아요.


[시트론]

두근두근해~


[마스미]

이걸로 평가가 뒤집히지 않으면 절망적.


[치카게]

뭐, 단장에게 맡기기로 정했으니까, 우리는 할 수 있는걸 할 뿐이야.


[스탭]

개연 5분 전입니다~!


[방송]

관객분들께 안내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연극이 시작됩니다. 로비에 계시는 관객분들께서는 자리에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타루]

……그럼, 다녀올게.


[이즈미]

――.


[사쿠야]

히, 힘내세요!


[츠즈루]

정말 혼자서 괜찮아요……?


[시트론]

여차하면 시트룬이 나갈게!


[마스미]

괜히 더 실패해.


[이타루]

괜찮다니까.


[치카게]

…….


[이타루]

선배도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 짓지 말아요.


[치카게]

에스퍼 수고. 걱정 같은 거 전혀 안 했어. 넌 뻔뻔스럽잖아.


[이타루]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츠즈루]

――이타루 씨.


[이타루]

응?


[츠즈루]

……태엽장치 공연 때, 이타루 씨가 글을 쓰는 계기는 자기만족이라도 괜찮다고 말해줬지요. 자기만족인 바람이 작품의 바탕이더라도, 저밖에 쓸 수 없는 각본으로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면 자기만족으로 끝나지 않는다고요――.

그 이후로 쓰는 게 무척 편해졌어요. 이타루 씨의 자기만족이라도, 이타루 씨밖에 할 수 없는 말로 마음껏 떠들고 오세요.


[이타루]

그래야지.

아, 참고로 예의 게임을 소재로 한 시나리오 약속, 이번엔 오리지널 아니니까 제외야.


[츠즈루]

――.


[이즈미]

게임을 소재로 한 시나리오?


[사쿠야]

무슨 얘기예요?


[츠즈루]

……이타루 씨가 주인공인 '하렘 세계에서 일하지 않아도 내가 최강'인 시나리오였던가요.


[이즈미]

어!?


[마스미]

뭐야 그거, 기분 나빠.


[이타루]

여전히 마스미는 나를 대하는 게 심하네.

자 그럼, 다녀올게.


-


[이타루]

……. ……어~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란슬롯 역의 치가사키 이타루입니다.


-


[관객A]

어라? 인사?


[관객B]

전에도 이런 적 있었나?


[관객C]

우와~ 란슬롯 의상 똑같아.


[관객D]

의상 멋있어!


[호시이]

……?


[토노오카]

…….


-


[이타루]

이번에 무대판 'Knights of Round Ⅳ THE STAGE'의 공연 첫날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레귤러로서, 이번에 억지를 부려 공연 전에 잠시 시간을 받았습니다. 제 이야기이긴 하지만, 공연에 앞서 나이란이라는 게임의 개인적인 추억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토노오카]

……추억?


[이타루]

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운동을 못 해서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기만 했습니다. 처음으로 나이란 시리즈를 접하게 된 건, 산타에게 받은 나이란 Ⅳ 였습니다.

거기에 푹 빠져서 학교에서 돌아온 후엔 부모님께 혼나도 매일 자기 전까지 몇 번이고 계속해서 플레이했습니다.


[호시이]

…….


[이타루]

반 친구한테 놀림 받고 숨죽여 보냈던 암흑의 중학교 시절도 나이란에 몰두한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나이란을 계기로 처음으로 친구가 생기고……. 나이란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게임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기쁨을 알게 됐습니다.


[토노오카]

…….


[이타루]

분명, 나이란을 하고 팬이 된 여러분 한분 한분, 나이란과의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있겠지요. 무대 나이란에서 제가 여러분께 가장 전하고 싶은, 공유하고 싶은 건 그때의 감각입니다.

이번 공연에 앞서 나이란을 해본 적 없는 멤버와 같이 다시 한번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게임을 별로 하지 않는 멤버도 고생하면서 순수하게 나이란을 즐겨줘서 기뻤어요.

준주연인 우츠키 치카게 씨도――.


-


[치카게]

?


[사쿠야]

부르고 있어요.


[츠즈루]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치카게]

왜 내가…….


-


[이타루]

빨리, 빨리――.


[치카게]

갑자기 무슨――.


[이타루]

이 사람, 이전에는 게임을 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했었던 노 로망 선배였는데…….

문제 : Ⅳ의 시작의 마을에서 라스보스를 20턴 이내에 쓰러트리면 받을 수 있는 아이템과 그걸 주는 NPC의 이름은?


[치카게]

뭐?


[이타루]

알고있죠?


[치카게]

……브라이트 소드. 상인 바르트잖아.


[관객A]

우와~…….


[관객B]

그랬었나? 그보다 NPC 이름 같은 거 안 외우고 있는데.


[이타루]

이런 마이너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이란을 즐기더라고요.


[치카게]

――.


[이타루]

알고 계시는 대로 나이란의 매력은, 누구든지 사로잡는 모험의 두근두근함이에요. 가슴 뛰는 검과 마법의 세계의 광대함, 심오한 세계관, 고결한 기사들의 근사함…….

나이란과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는 한 사람 한 사람 다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여기 있는 누구나가 같은 즐거움을 공유해왔을 거예요.

극장에서 이 순간, 이만큼 많은 사람이 동시에 같은 것을 공유하며 느끼는 게 가능한 것은 무대만의 특권입니다.

부디, 저희와 함께 느껴주세요.


[호시이]

――.


[관객A]

왠지 여러 가지가 생각났어.


[관객B]

Ⅳ 했던 때, 난 초등학생이었어. 그립다.


[이타루]

……그럼, 곧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이타루]

……후우.


[이즈미]

수고하셨어요, 이타루 씨, 치카게 씨!


[츠즈루]

좋았어요!


[사쿠야]

관객분들의 마음이 한층 이쪽을 향한 느낌이 들었어요!


[시트론]

따뜻해졌어!


[마스미]

말은 잘해.


[이타루]

마스미, 표현 좀.


[치카게]

나까지 말려들게 하다니.


[이타루]

하하. 준주연이니까 봐줘요.


[이즈미]

아까랑 극장 분위기가 변했어요.


[이타루]

뭐, 유조 씨한테는 장황하게 늘어놓지 말고 연기로 전부 표현하라고 혼날 것 같지만…… 이번이 특별한 걸로.


[이즈미]

(이타루 씨, 무척 후련한 얼굴이야. 관객들 앞에서 본연의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말하는 걸로, 여러 가지 개운해진 걸지도 모르겠어)


[이타루]

일단, 원진 짤까요?


[사쿠야]

――네!


[츠즈루]

넵!


[이타루]

……연습 중에 계속 자신의 이상적인 란슬롯에 다가가지 못해서, 초조해서, 방황했어.

시트론에게도 들었지만, 나밖에 할 수 없는 란슬롯이 있는 거겠지. 사람들 앞에서 이만큼 나이란을 열변하면서 란슬롯을 사랑하는 인간은 나밖에 없고.

이런 나니까, 할 수 있는 란슬롯이…….


[시트론]

맞아.


[마스미]

이런 부끄러운 녀석 달리 없어.


[이타루]

뭐 그렇지. 게다가 나니까 알 수 있는 것도 있었어.

제한 플레이로 조건을 바꿔 몇 번이고 나이란을 플레이 한 건, 새로운 마음으로 나이란을 다시 플레이할 수 있어서야.

무대도 같아. 같은 공연은 한 번도 없어. 몇 번이고 새로운 마음으로 뉴 게임을 반복할 수 있어. 게다가 무대에 오르는 배우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함께――.

다들 이런 마음으로 매번 이 모험의 두근두근함을 즐겨주길 바라.


[사쿠야]

――네.


[이타루]

잠깐 눈을 감고 이미지 해봐.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 란슬롯이 그웬과 함께 자란 아름다운 호수. 멀리서 들리는 기사단의 행진. 마물의 포효와 칼이 부딪치는 소리…….


[이즈미]

……. (나이란의 세계가 눈꺼풀 속에 떠올라……)


[이타루]

그 어떤 때도 긍지와 함께 일어서고, 충성의 검을 내건 기사이다――. 모두 함께 우리의 모험을 떠나자!


[봄조]

오오~!

[치카게]

……이 정도인가.


[이타루]

선~배? 뭔가, 맘대로 또 게임 전개로 만들려고 하고 있지 않아요?


[치카게]

그건 뭐야.


[이타루]

치트기를 쓴 전개 말이에요. 또 평범한 회사원이면 못하는 거 하려고 하는 거죠?


[치카게]

태클 불가…… 라고 저번에도 말했잖아.


[이타루]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하려고 한 거예요?


[치카게]

호시이 디렉터의 정보를 조사했어.


[이타루]

그거 어차피, 정리사이트 읽었다는 레벨의 얘기 아닌 거죠?


[치카게]

뭐, 약점이 될지도 모르는 정보도 손에 넣었다면 넣었지.

하지만 이 정보를 써서 호시이 디렉터를 흔들어 해결해도 너희는 기뻐하지 않을 거잖아? 감독님도 봄조 녀석들도 다들 사람이 좋다니까.


[이타루]

당연하죠. 제 신한테 위해를 가하게 두지 않을 겁니다.


[치카게]

뭐, 여차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간직해둘게.


[이타루]

참고로 선배 탓에 나이란Ⅹ가 나오지 못하게 된다면 평생 원망할 겁니다.


[치카게]

그래그래.


[이타루]

그보다 사람이 좋다고 한다면, 혼자서 몰래 해결안을 찾고 있는 선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데요.


[치카게]

……일단, 준주연이니까.

대체로 다들 불안한 표정이었잖아. 본방까지 질질 끈다면 공연에도 영향이 나올 거야.


[이타루]

그렇죠~…….


[치카게]

……그래서 대체 어떡할 생각이지? 타루치라는 걸 알릴 거야?


[이타루]

……아니, 잘 생각해보니까 그 녀석의 의도대로 되는 것 자체가 완전 울화가 치밀어서요. 그 녀석의 제안 이외의 방법으로 호시이 씨한테 인정받을 거예요.


[치카게]

흐응.


[이타루]

왜요?


[치카게]

아니, 동기는 음침한데 발전적이구나 싶어서.


[이타루]

근본이 음침해서요.

그런데 나이란의 매력을 우리 나름대로 표현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아요. 이제 본방까지 시간도 없고.

정말이지, 신이 생각하는 것 따위 범인은 모른다고요…….


[치카게]

그 사람도 치가사키도 별로 다를 것 없어 보이는데.


[이타루]

네?


[치카게]

내가 보기엔 나이란에 인생을 바치고 열 내고 있는 시점에서 동류야.


[이타루]

신하고 같은 취급을 해도…….


[치카게]

유일하게 다른 건, 네가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지. 애초에 왜 무대화 오퍼 때 속공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한 거야?

뿌리부터 게이머니까 추억이 있는 타이틀이라고 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주연에 지원까지 한 건 의외였어. 자기가 신의 게임을 재현하는 건 무리라고 말할 것 같았거든.


[이타루]

그건, 지금도 생각하고 있지만…….

물론 팬심도 있지만, 역시 저에게 소중한 나이란에 관련되고 싶다고 할까……. 은혜를 갚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걸지도요.

나이란의 모험에 두근두근함이나 재미를 아직 모르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달까. 그래서 봄조 모두한테 나이란 영업하기도 했고.


[치카게]

나한테도 강요했던 거군.


[이타루]

그런 거죠. 아마.


[치카게]

아마?


[이타루]

아니, 모두에게 고등학교 시절 추억 이야기를 한 덕분에 그 시절의 감정이 떠올라서, 이제야 지금 이걸 알게 됐다고 해야 하나.


[치카게]

…….

……호시이 요이치, 58세. 학생 때부터 컴퓨터 게임 오타쿠로 대학 시절 친구와 게임을 개발, 창업. 다음 해 나이란Ⅰ를 발매하고 지금에 이름.


[이타루]

뭐예요, 갑자기?


[치카게]

옛날부터 미디어믹스 진출에는 반대했고, Ⅴ때는 그 일로 회사와 분쟁을 일으켜 퇴사하네 마네 하는 소동을 일으켰어.


[이타루]

네? 처음 들음.


[치카게]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이타루]

또 치트기를…….


[치카게]

참고로 그때 문제가 된 건 애니화였던 것 같은데……. 실제로 애니 수록 현장에서 성우 더빙 풍경을 보여주고 겨우 납득시켰다나 봐. 그걸 위해서 성우도 베테랑을 모으고 다른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제작에도 감수에도 시간을 들인 결과라나.

호시이 디렉터는 애니화의 장점을 알았다고 하고 그 후 시리즈는 적극적으로 애니화에 협력하고 있어.


[이타루]

그것도 처음 들어요.


[치카게]

세간에는 이하생략.

어쨌든 우리가 상대하려고 하는 건 그 정도로 완고한 사람이라는 거지.


[이타루]

으엑~


[치카게]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다른 미디어 관계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유연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거야.

게임 나이란에는 없는 무대 나이란의 장점을 이해시킨다면, 승산은 있어.


[이타루]

그거 진짜 무리~


[치카게]

……나는 오즈 공연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어.

무대에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으로, 계속 눈을 돌려왔던 나 자신의 감정에 처음으로 다가갈 수 있었지. 동시에 함께 무대에 오른 너희 마음과 통하는 것 같은 신기한 감각이었어.

깨닫고 보면 이렇게 또 무대에 오르려고 하고 있을 정도로는, 그 순간은 내게 얻기 힘든 순간이었다고 생각해.

너도 그렇지 않아? 무대에는 너를 게임 외에도 열중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잖아.


[이타루]

――.


[치카게]

그렇다면, 그걸 호시이 디렉터에게 직접 전달하면 돼.

같은 게임 몇번이고 반복해서 마조플레이 하는 오타쿠이자 배우인 너밖에 할 수 없는 게 있지 않겠어?


[이타루]

……그렇구나, 제한 플레이.


[치카게]

?


[이타루]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건데 중요한 걸 간과했어. 선배, 도움이 됐습니다.


[치카게]

……기분 나쁘네.


[이타루]

모처럼 감사하고 있는데, 그런 말 하기예요?


[치카게]

뭐, 후련해졌다면 다행이야.


-


[이즈미]

그럼, 오늘 미팅도 어제 했던 얘기를 계속――.


[이타루]

잠깐 괜찮을까.


[이즈미]

네?


[이타루]

모레 첫날 말인데…… 개연 전에 5분만, 내가 관객한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겠어?


[이즈미]

엇, 관객한테요?


[츠즈루]

설마 첫날에 커밍아웃할 생각이에요――?


[사쿠야]

네에!?


[시트론]

이타루, 서두르지 마.


[이타루]

아니, 그게 아니라.

타루치의 정체를 밝힐 생각은 없어. 모처럼 쌓아 올린 동영상 전부 삭제는 괴롭고 팔로워 다섯 자리고.


[사쿠야]

그럼……?


[이타루]

첫날에 보러 와줄 호시이 씨랑 관객들에게 먼저 처음으로 전하고 싶은 게 있어서.

……믿고 맡겨줄래?


[이즈미]

(뭔가 생각이 있는 건가?)

단장은 이타루 씨니까요. 맡길게요.


[사쿠야]

――네!


[시트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마스미]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고.


[츠즈루]

잘 부탁함다.


[치카게]

뭐, 할 수 있는 만큼 해봐.


[이타루]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이즈미]

토노오카 씨한테도 이번 타루치에 관한 제안은 거절한다고 전달할게요.


[이타루]

아, 그런데 토노오카는 언제 보러 온대?


[이즈미]

바빠서 확실하진 않지만, 최종일에는 오겠다고 했어요.


[이타루]

――그래.

그럼, 당일까지 연습 힘내자.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이 무대에서 하고 싶은 걸 믿고 표현하면 분명 괜찮을 거야. 우리는 무대의 장점을 제대로 알고 있으니까. 지금까지 했던 대로 전달하는 것만 생각하면 돼.


[사쿠야]

네!


[마스미]

구체적인 대책은?


[이타루]

그것에 관해서도 당일, 나한테 맡겨줘. 연습은 지금까지 대로 하면 돼.


[이즈미]

(이타루 씨,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뭔가 망설임이 없어진 것 같아. 단장으로서 믿음직해졌어. 지금은 믿고 따라가자!)

중학교 시절은, 내게는 암흑 시기였다.


운동을 잘하는, 재밌는 말을 하는, 이런 기준이 교실의 서열을 결정하는 폐쇄적인 세계.

학교라는 장소에서 운동치인 것은 치명적인 데다, 마르고 피부가 희었던 탓도 있어서 체육 계열 그룹에 찍혀 자주 놀림 당했다.


학교에서는 그저 눈에 띄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 보내고, 방과 후도 반 애들과 만나지 않도록 집 안에서 혼자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원래 혼자서 게임하는 것을 좋아했던 내게는 그건 전혀 괴롭지 않았다.


어떻게든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고등학교에 진학한 내게 누님이 가르쳐준 것이 "고등학교에 가면 그 외모를 활용해." 라는 조언이었다.

누님이 말하길, 내 용모는 바라든 바라지 않든 꽤 눈에 띈다는 듯하다.

체육 계열 그룹이 무턱대고 놀려댔던 것도 그게 원인이니까 이왕이면 그걸 살리라는 게 누님의 주장이었다.


솔직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 년 내내 집에 있는 내 존재를 답답해 했던 누님에게 반 강제적으로 캐릭터 개조를 당했다.

누님에 의해 완벽하게 만들어진 설정 시트에 따라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나는 박복한 병약 미소년계 캐릭터로 잡 체인지 된 것이다.


창밖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한숨을 쉬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나른하게 책을 읽거나 체육 시간은 지병을 가장해 쉬거나…….

이러한, 실정을 아는 사람이 보기엔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작전이었지만, 이게 훌륭하게 먹혀들었다.

고등학생 쯤 되면 중학교 때와는 가치 기준이 달라지는 것도 주효했겠지. 완벽하게 누님의 작전 승리였다.


반 여자애들에게는 고고한 미소년 취급을 받으며 친절한 대접을 받고, 남자애들도 내 몸 상태를 걱정해주게 되어 내 지위는 맥빠질 정도로 일변했다.


주변 평가 따위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

만들어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귀찮지만, 숨을 죽이고 살았던 시절에 비하면 훨씬 훨씬 편했다.


-


나름대로 쾌적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같은 반이었던 토노오카와 방과 후 교실에서 우연히 둘만 있게 되었다.


항상 반의 중심이 되어 떠들던, 소위 말하는 리얼충인 토노오카가 내심 거북했던 나는 바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그때 실수로 '원탁 나이트 군'의 마스코트를 단 집 열쇠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뭐 떨어졌어."

"――앗."

"어라, 이거――."


열쇠를 주운 토노오카가 입을 다문 것을 보고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저런 오타쿠임을 그대로 드러내는 키홀더, 분명히 놀릴 거다.


하지만 토노오카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원탁 나이트 군이네! 게다가 Ⅳ 초회 한정판 특전이잖아!? 바로 매진됐는데 어떻게 산 거야!?"

"어……."

"근데 치가사키 게임 좋아해? 의외다!"


그건 내가 할 말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의외로 토노오카는 나이란 시리즈의 엄청난 팬인 것 같았다.

더 자세히 말하면, 게임 전반을 전부 해대는 진성 오타쿠였다.

하지만 항상 같이 다니는 친구가 리얼충들 뿐이라서 오타쿠에 좋은 인상이 없으므로 주변에는 계속 숨겨왔다고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것을 숨기고 있는 탓에 고독하다는 공통점을 가진 나와 토노오카는 나이란 시리즈 얘기로 불타올랐고, 바로 친해졌다.

다른 친구들에겐 비밀로 둘이서 게임을 하게 되었고 차츰 친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갔다.


토노오카는 내가 병약 캐릭터 얘기를 털어놓아도, 자기도 리얼충 캐릭터 설정이니까, 하고 말하며 가볍게 웃어 넘겼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뭐든지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


-


[이타루]

……서로 집에 놀러 가서 게임만 잔뜩 하기도 하고, RPG 진행속도 경쟁도 하고, 감상을 얘기하는 건 정말 재밌었어.

항상 혼자서 했던 게임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지. 내일 빨리 학교에서 얘기하고 싶다고 처음으로 등교가 기다려지게 됐어.

봄조 멤버들하고 게임을 했더니 어쩐지 그때가 떠올랐어.


[이즈미]

그렇게 친했는데, 대체 왜…….


[이타루]

고3 여름…….


-


반의 중심이었던 토노오카와 친해지고 난 후부터 자연스럽게 나도 반 애들하고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조금씩 평범하게 이야기하게 되고, 스스로 만든 병약 캐릭터도 때때로 잊어버릴 정도로 본래 모습으로 있게 되어갔다.


그런 때, 우연히, 반 아이 중 한 명과 당시 최신작이던 나이란Ⅶ 얘기를 하게 되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나이란 시리즈를 해봤다는 그 녀석과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 마침 토노오카가 온 거다.

무심코 토노오카한테도 말을 걸려고 했더니, 토노오카는 이상한 표정으로 지나갔다.


그때는 오타쿠인걸 들킬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고 경솔했던 걸까 생각했을 뿐이었지만, 다음날 방과 후…….


"그 녀석, 사실 진성 오타쿠야."

"어어~? 거짓말."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진짜야 진짜. 병약하다는 것도 거짓말이고, 극도의 운동치라서 체육 땡땡이치는 것 뿐이야. 축구 PK에서도 헛발질이래. 완전 웃겨."

"풋, 진짜냐? 상상만 해도 웃긴데."

"뭐야 그게~ 병약하다고 생각했는데 땡땡이치는 거였다니, 너무하지 않아?"


"――."


그때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하지만 생각하기 전에 교실로 들어갔다.

부자연스럽게 대화를 중단한 녀석들 앞을 지나 책상에서 두고 갔던 것을 꺼내고 교실을 나오기까지, 토노오카의 얼굴은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


"야, 기다려! 치가!"

"……왜?"

"――윽, 너도 내 취미 반 녀석들한테 다 말하지 그래?"


쫓아온 토노오카의 얼굴은 지금 생각해도 웃길 정도로 심한 표정이었다.

화를 내는 것인지 울고 싶은 것인지, 어쨌든 그동안 본 적 없을 정도로 당황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

나는 이미 분노나 슬픔 따위 사라지고 어디까지나 냉정했다.


"……그런 귀찮은 짓 안 해. 이제 상관없어."

"――."


토노오카가 충격받은 것을 보고 아주 조금 가슴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든 동시에 죄악감이 밀려와서 나는 곧장 그 장소를 떴다.


-


토노오카와는 그게 끝이다.

그 일을 원인으로 나는 사람과 깊게 사귀는 것이 불편해졌다.


사이가 좋아지면 그만큼 상처 받는다.


자신을 꾸미고, 상대가 과도하게 간섭하지 않을 미묘한 거리감으로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 게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


[이타루]

그 뒤로는, 이 극단에 들어오기 전이랑 똑같아. 누구와도 지장 없이 최저한 표면적으로 교제하는 걸로 끝내. 남은 고등학교 생활도 대학도, 사회인이 된 뒤로도 그렇게 살아왔어.

그저, 아무래도 누군가와 게임 얘기를 하거나 추억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잊을 수 없어서 대학 시절에 게임 실황을 시작했어.

혼자서 내 맘대로 게임을 즐기는 것 뿐이라도 그걸 인터넷에 올리면 시청자가 공감해주거나 좋아해 줘.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아니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어.

뭐, 설마 그걸 토노오카도 알고 있었을 줄은 몰랐지만.


[사쿠야]

그랬군요…….


[이타루]

……하지만 이 극단에 들어오고, 그때까지의 내가 확 변했어.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고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 깊이 사귀어 신뢰관계를 맺는 것…… 지금까지 전부 피해왔던 건데.

극단 사람들과는 그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어. 오히려 좀 더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고.


[이즈미]

이타루 씨…….


[이타루]

그러니까 앞으로 최악에 실황을 그만두게 돼도 문제없어. 나한텐 이미 너희가 있으니까. 그만큼 너희한테 달라붙어서 게임 얘기할 거야.


[마스미]

그건 무리.


[이타루]

여전히 너무하네.


[사쿠야]

하지만 정말 괜찮아요……?


[츠즈루]

타루치의 실황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이타루]

괜찮다니까.


[이즈미]

(이타루 씨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걸로 괜찮은 걸까?)


[치카게]

……서두르지 마, 치가사키.


[이타루]

꽤 신경 쓰시네요. 역시 전자 세계 주민.


[시트론]

아직 결론 내는 건 일러.


[치카게]

그래.

감독님, 상대 쪽에 대답하는 거 아직 시간 있지?


[이즈미]

네? 아, 뭐, 내일이나 모레까지는…… 단, 공연 첫날까지 앞으로 3일 남았으니 그렇게 시간이 많지는 않아요.


[치카게]

충분해.


[이즈미]

앗, 치카게 씨――?

(치카게 씨, 뭔가 생각하는 게 있는 건가……?)


[이타루]

…….

[사쿠야]

어떡하면 좋을까요…….


[이즈미]

리허설까지 앞으로 며칠 안 남았어. 어떻게든 개선해야 하는데.


[이타루]

……미안. 역시 내가 란슬롯이라니 무리였던 거야.


[이즈미]

이타루 씨…….


[이타루]

내 탓이야.


[사쿠야]

그렇지 않아요!


[츠즈루]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잘한다고, 그 점은 호시이 씨도 인정했잖아요.


[시트론]

맞아. 이타루, 기운 내.


[이타루]

…….


[치카게]

문제는 어떻게 해야 호시이 디렉터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나를 모르겠다는 점이군.


[이즈미]

기대가 너무 컸다고 했었죠.


[사쿠야]

네. 저희가 나이란을 통해 느낀 것을 저희 나름대로 표현해주길 바랐다고…….


[마스미]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츠즈루]

으~음…….


[이타루]

…….


[이즈미]

(곤란해. 본방 직전인데, 어디로 가면 좋은지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아. 단장인 이타루 씨는 책임을 느끼고 풀이 죽어있고…… 어떻게든 해결할 단서를 발견해야 해)


[치카게]

앤드링크스사와 회의하는 거, 아직 남았었나?


[이즈미]

아, 네. 며칠 후에 토오노카 씨와 본방 직전 마지막 회의가…….


[치카게]

흐~응…….


[이즈미]

(그래. 거기서 어떻게든 힌트를 얻을 수 있게, 토노오카 씨한테 얘기해보자)


-


[사원]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즈미]

네.


[치카게]

…….


[이즈미]

(설마 치카게 씨도 회의에 따라올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어. 갑자기 왜 그러지?)


[토노오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즈미]

아, 아뇨――.


[토노오카]

저번엔 감사했습니다.


[이즈미]

저희야말로…….


[토노오카]

그럼 본 공연에 대해 말입니다만――.

호시이 씨를 포함해 본사에서도 다양하게 검토했습니다만, 이번에는 사전 공연만 진행하고 본공연은 보류한다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이즈미]

――. (역시……. 하지만 이대로 본공연을 포기하면, 분명 이타루 씨도 다른 단원들도 충격을 받을거야)

본방 전까지 더 좋은 공연으로 만들 수 있으면, 다시 생각해주실 수 있나요?


[토노오카]

글쎄요…… 현시점에서는 뭐라고도…….


[치카게]

호시이 디렉터의 평가 나름이라는 거군요.


[토노오카]

뭐, 그렇게 되죠.


[이즈미]

저…… 토노오카 씨가 보기에, 어느 부분이 호시이 씨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하세요?


[토노오카]

으~음……. 이건 제 억측이지만, 역시 여러분이 작품에 걸고 있는 마음이 전해지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이 무대는 나이란이 아니어도 된다,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닐지.


[이즈미]

그런…….

(이타루 씨의 나이란에 대한 마음은 누구보다 강한데)


[치카게]

정신론이군요.


[토노오카]

……그렇지요. 너무 막연했던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그저, 구체적인 부분은 저는 뭐라고도 어드바이스 드릴 수 없습니다. 극단 쪽의 캐릭터 만들기는 완벽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누구보다 나이란과 오래 알고 지내며 정열을 쏟아왔던 호시이 씨를 감동하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아닐까요.

뭐, 그런 상대에게 새로운 나이란의 세계를 보여주고 감동시키는 것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이즈미]

(그래도 이타루 씨라면…… 계속 나이란을 좋아했던 이타루 씨의 마음이라면 분명 호시이 씨한테도 전해질텐데)

어떡해야 할까…….


[토노오카]

접근 방법을 조금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치카게]

……예를 들면?


[토노오카]

무대에 대한 팬의 기대를 부추기는 겁니다. 무대를 보고 싶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호시이 씨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주연인 란슬롯을 연기하는 게 인기 실황러 '타루치'라는 것을 호시이 씨나 세간에 발표하는 겁니다.


[이즈미]

……네?


[치카게]

타루치는 치가사키의 동영상 업로드용 이름이었지?


[이즈미]

아, 네.


[토노오카]

타루치가 나이란의 제한 플레이 실황을 계속해서 올리는 하드코어 나이란 마니아라는 것은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요. 그 인기나 지명도는 호시이 씨의 귀에도 들어갈 정도죠.


[이즈미]

엇, 그랬어요?

(그렇게 유명했다니……)


[토노오카]

공표하면 '그 타루치가 주연이라면 보고 싶다'고 원작 팬들 사이에서 꽤 화제가 될 겁니다. 이미 사전 공연 티켓이 완매된 지금은, 더 많은 팬이 재연을 바라게 될 거고요.

그렇게 되면 호시이 씨도 움직일 수밖에 없겠죠.


[치카게]

……그렇군.


[이즈미]

하지만 그럼 이타루 씨의 신원이…….

(모두에게 타루치가 이타루 씨라고 들키게 돼. 그렇게나 안과 밖의 얼굴을 구분 지어놓는 이타루 씨인걸, 신원이 드러나는 건 절대로 피하고 싶을 거야)


[치카게]

화제가 된다고 해도, 호의적인 목소리뿐만 아니라 흥미본위로 떠드는 팬도 많겠죠.


[토노오카]

그건, 뭐…… 팬들 사이에서는 배우인 치가사키 이타루보다도 실황러인 타루치 쪽이 유명하니까요.


[이즈미]

(그런, 이타루 씨를 호기에 찬 시선에 드러내는, 비난의 표적이 되게끔 하는 짓은 못해)

그런 건 조금――.


[토노오카]

그쪽 극단에도 오히려 좋은 프로모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즈미]

(그보다 왜 토노오카 씨는 이타루 씨가 타루치라는걸 알고 있는 거지? 언제부터 알게 된 걸까……?)


[치카게]

우리 극단에 소식을 가져온 건,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습니까?


[토노오카]

그건 뭐라고도…… 애초에 호시이 씨의 OK가 나오지 않으면 그럴 필요도 없었고요.

그저 저로서도, 발안자로서 이번 무대 기획은 꼭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부디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십시오.


[치카게]

…….


[이즈미]

……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저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으니 다른 사람들과 상의해보겠습니다.


[토노오카]

잘 부탁드립니다.


-


[이타루]

…….


[사쿠야]

엇…… 타루치의 신원을?


[츠즈루]

그건…… 조금 그런데요.


[이즈미]

총감독으로서는, 이타루 씨 개인에게 그런 짓을 시키고 싶지 않아.


[시트론]

맞아. 조금 강제적이야.


[마스미]

애초에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았어.


[치카게]

동감이야. 그걸로 호시이 디렉터의 기대에 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쿠야]

저도 이번 얘기는 반대예요. 그런 이타루 씨의 기분을 무시하는 짓은…….


[이타루]

별로 상관없어.


[사쿠야]

네?


[이타루]

호시이 씨한테 우리가 나이란 무대에 걸고 있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이즈미]

하지만――.


[츠즈루]

자칫하면 직장에도 게임오타쿠라는거 들킬 거라고요?


[이타루]

그 정도는 괜찮아.


[사쿠야]

그런―― 이타루 씨는 타루치로서의 세계를 이타루 씨 자신과 나누고 무척 소중히 여기고 있었잖아요. 그런 소중한 것을 부수는 짓은 할 수 없어요!


[치카게]

사쿠야 말대로, 인터넷 속의 타루치는 지금까지 치가시키로서의 자신을 벗어던질 수 있는 유일한 세계였던 거 아니었어? 계속 본래의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네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었을 텐데.


[이타루]

…….


[이즈미]

(그러고 보니 치카게 씨도 '치카우사'라는 이름으로 리뷰 올리고 있었지. 이타루 씨의 마음을 아는 걸지도)


[마스미]

애초에, 왜 토노오카라는 놈한테 타루치라는걸 들킨 거야?


[이즈미]

그건 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츠즈루]

이타루 씨가 얘기했어요?


[이타루]

아니…… 하지만 실황에서 얘기하는 나이란 관련 에피소드는 그대로 내 체험담이니까 아냐? 고등학교 시절 얘기는 그 녀석밖에 모르는 것도 있고.


[이즈미]

(이타루 씨랑 토노오카 씨…… 서먹해 보이지만, 역시 예전에는 사이가 좋았던 건가?)


[츠즈루]

그렇게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는데요.


[이타루]

……뭐 그렇지.


[마스미]

'답지 않은 짓을 해서 그 녀석이 코웃음 칠 거야'라고 전에 말했던 그 녀석이란 거, 그 토노오카라는 놈이야?


[이타루]

……잘도 기억하고 있네. 맞아.


[이즈미]

(이타루 씨랑 토노오카 씨의 과거, 역시 뭔가 있었구나. 토노오카 씨가 무턱대고 타루치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거기에 이유가 있는 건가……?)

……토노오카씨랑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이타루]

음~ 뭐, 조금.

……꽤 긴 얘기가 될 거고, 쓸데없이 어두운 옛날이야기가 돼버리는데. 여러분, 들을 수 있겠어요?


[이즈미]

――얘기해주는 건가요?


[이타루]

뭐, 다들 신경 쓰인다면?


[치카게]

그건 들어달라는 거군.


[사쿠야]

저는 차 내려올게요!


[츠즈루]

저희가 들어주길 바라면 솔직하게 그렇다고 말해주세요.


[시트론]

솔직하지 못하네~


[치카게]

응석받이 수고.


[마스미]

기분 나빠.


[이타루]

넘하네.

[이타루]

이 장면에서 가웨인 말인데요, 조금 더 어두운 느낌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치카게]

해볼게.


[츠즈루]

여기 멀린은 어때요? 조금 더 의심스러운 느낌을 내는 게 좋을지…….


[이타루]

아니, 거기선 아직 괜찮아. 후반에서 확 변하는 편이 멀린다워.


[츠즈루]

그렇구나.


[이즈미]

(캐릭터가 꽤 완성된 것 같아. 역시 이타루 씨의 게임에 관한 지식은 믿음직해)

(공연은 이제 다다음주로 다가왔고, 주말에는 호시이 씨에게 전체연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어떻게든 될 것 같아)


[이타루]

감독님, 여기 란슬롯이랑 가웨인 신, 다음에 조금 더 중점적으로 해도 될까?


[이즈미]

뭔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도 있어요?


[이타루]

아무래도 좀 확 오는 게 없어서.


[이즈미]

확 오는 거요?


[이타루]

이 신만 그런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란슬롯같지 않다고 해야 하나.


[사쿠야]

네? 그렇지 않아요.


[시트론]

게임에 충실해.


[이즈미]

저도 란슬롯의 특징이 잘 나오고 있다고 봐요.


[이타루]

아니…… 역시 조금 달라. 아마 호시이 씨도 그렇게 말할 거야.


[이즈미]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신경 쓰이는 건가. 그 생각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면 좋을 텐데……)


[카즈나리]

수고~


[이즈미]

카즈나리 군, 무슨 일이야?


[카즈나리]

포스터랑 공식 사이트 디자인이 드디어 감수를 통과해서 보여주려고. 연습 끝나면 담화실로 와줄래?


[이즈미]

아, 감수 통과했구나! 축하해!


[이타루]

수고수고.


[츠즈루]

이번엔 꽤 힘들었네요.


[카즈나리]

뭐 그렇지~ 그래도 그만큼 지금까지 없던 컬러가 완성됐으니까, 기대행.


[사쿠야]

기대돼요!


[이즈미]

그럼 마침 알맞게 끊겼으니까, 휴식하고 다 같이 보러 가자.


[시트론]

좋아!


[카즈나리]

그러고 보니 아까 오미미가 머핀 구웠댔어.


[츠즈루]

아싸.


[이즈미]

담화실에서 잠시 쉬자.


[이타루]

…….

"이 주변은 고향의 숲과는 정취가 꽤 다르군."

"마음에 들어? 그웬."

……음~ 역시 좀 다른데. …….


-


[이타루]

하아아――앗! 타앗! ――.

하아, 하아……. 젠장…….


[시트론]

아! 여기 있었어!


[이타루]

?


[시트론]

다 같이 담화실에서 티파티 했는데 이타루만 없었어.


[이타루]

아, 디자인은 나중에 볼게.


[시트론]

그게 아니야, 여기 공략법 물어보러 왔어.


[이타루]

Ⅷ?


[시트론]

지금은 Ⅲ하고 있어. 이 보스야.


[이타루]

아~ 이건 폭탄 아이템 쓰면 빨라.


[시트론]

아이템!? 그건 몰랐어.


[이타루]

뭐, 알기 힘들지도.


[시트론]

…….


[이타루]

……? 또 어디 막혔어?


[시트론]

몰래 연습 장해~


[이타루]

……응. 내 이상의 란슬롯에는 아직 멀었으니까.


[시트론]

란슬롯한테 특별한 추석 있어?


[이타루]

추억?


[시트론]

그거야.


[이타루]

음~ 뭐…….

초등학생 때는 교실에서의 서열이 운동을 잘하냐 아니냐로 정해지는데, 나는 그중에서 아래쪽이었어. 반 남자애가 일일이 운동치 인걸 놀려댔지.

점점 성격이 어두워지고, 원래 게이머기도 했어서 집에서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어. 진짜 나는 이렇지 않아, 하는 이른바 중2병이라는 거?


[시트론]

다들 거쳐 가는 길이야!


[이타루]

맞아 맞아. 그래서 특히 나이란 시리즈에 빠져있었는데, 힘들 때에는 내가 란슬롯의 환생이라고 믿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요정 그웬이 항상 옆에 있어 주는 기분이 되거나…….

뭐, 그런 현실도피로 어떻게든 학교생활을 넘겼어. 그래서 추억이 깊기도 해.


[시트론]

그렇구나. 이타루에게 이상의 그웬이 머릿속에 있으니까 실사화할 수 없는 거랑 똑같아.

란슬롯도 이상적인 히어로로서 머릿속에 완성되어있으니까 이타루는 자신의 란슬롯에 만족할 수 없는 거야. 조금이라도 다르면, 참을 수 없어.


[이타루]

그렇지. 알고는 있는데…….

하지만 아무리 해도 좀 더 란슬롯에게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돼.


[시트론]

마음은 알겠어. 나도 머릿속에 이상적인 왕이 있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상상 속의 왕. 어릴 때부터 계속 사라지지 않아. 하지만 아무리 해도 가까워질 수 없었어. 무리하고 괴로워질 뿐이었어.

아서왕 할 때도 똑같은 기분이 돼. 하지만 그렇게 이상이 있으니까 힘낼 수 있어. 좀 더 좀 더 좋은 왕이 되자고 생각하게 돼. 분명 집념 중요한 거야.


[이타루]

이상과 집념이 있으니까…….


[시트론]

이타루도 똑같지?


[이타루]

응…… 그래. 적어도 극단 안에서는 가장, 내가 란슬롯에 가장 집념이 있고 이상이 높아.


[시트론]

이타루니까 분명,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을 거야.


[이타루]

그래. 고마워, 시트론.


[시트론]

나도 나이란 오타쿠 동료야, 신경 쓰지 마! 같이 연습하자!


-


[호시이]

여기인가?


[토노오카]

오늘 전체 연습은 극장이 아니라 연습실에서 하는 것 같아요.


[호시이]

그렇군.


-


[토노오카]

실례합니다.


[이타루]

――.


[호시이]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시리즈 디렉터인 호시이입니다.


[이즈미]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봄조 멤버들이에요.


[이타루]

란슬롯 역의 치가사키 이타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치카게]

가웨인 역의 우츠키 치카게입니다.


[시트론]

잘 부탁해~ 아서왕 역의 시트론이야~


[사쿠야]

처, 처음 뵙겠습니다! 모드레드 역의 사쿠마 사쿠야예요!


[이타루]

――마스미.


[마스미]

잘 부탁해.


[이즈미]

가레스 역의 우스이 마스미 군이에요.


[호시이]

안녕하세요, 호시이입니다.


[치카게]

……호시이 디렉터는 치가사키한텐 신 같은 사람 아니었나? 돌연 악수라도 신청하는 거 아닐까 했는데.


[이타루]

그런 벼락 팬 같은 짓은 안 해요.


[이즈미]

그럼, 바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두 분 다 그쪽 자리에 앉아주세요.


[토노오카]

실례하겠습니다.


-


[호시이]

…….


[이즈미]

(어, 어땠을까……? 유조 씨 때랑은 또 다른 긴장감이 있는걸)


[호시이]

……여러분, 잘하시는군요.


[이즈미]

――.


[이타루]

……감사합니다.


[호시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무척 잘합니다. 확실히 나이란을 무대로 만들면 이렇게 되겠지요.

……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나이란을 통해 느낀 것, 나이란의 매력을 여러분 나름대로 표현해주시길 바랐습니다.


[이타루]

――.


[호시이]

실은, 예전부터 저는 미디어믹스 진출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어요. 그건 어떻게 하더라도, 설정도 캐릭터도 스토리도 게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대이기에 할 수 있는 나이란의 세계, 당신들이기에 만들 수 있는 나이란의 세계――. 그런 게 없으면 무대에서 나이란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아니, 이런 건 늙은이의 사고방식일까요…… 아무래도 머리가 굳어서 말이에요. 죄송합니다.


[이즈미]

――.


[호시이]

조금,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이즈미]

(호시이 씨가 만족할만한 것은 아니었다는 거군……)


[이타루]

…….


[치카게]

…….

[이즈미]

…….


[토노오카]

호시이 씨, 이쪽 회의실입니다.


[???]

아하, 네.


[이즈미]

(와, 왔다……! 어떤 사람일까……?)


[토노오카]

실례합니다.


[호시이]

아, 처음 뵙겠습니다. 호시이입니다.


[이즈미]

처,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호시이]

음― 보내주신 자료, 감사합니다. 잘 봤어요.


[이즈미]

네, 네……!

(어라? 의외로 상냥해 보이는데……?)


[호시이]

먼저 전체적인 얘기입니다만――.


[츠즈루]

…….


[유키]

…….


[카즈나리]

…….


[아자미]

…….


[호시이]

원작에 충실한 건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삼차원이 됐을 때 위화감이 있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해요. 팬이 무대를 봤을 때 자연스럽게 나이란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충실한 것 이상으로 원작을 현실에 녹여 드는 것을 조금 더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이즈미]

원작을 현실에…….


[호시이]

예를 들어 이 의상 말입니다만, 디자인은 분명 이게 맞지만, 실제로 만들어졌을 때는 어떨까요? 옷을 입는 배우의 등신비나 체격이 우선 실제 캐릭터와는 다르니까요. 아무래도 빈약해 보이겠죠.

이런 점을 디자인으로 문제없이 커버해주셨으면 합니다.


[유키]

――.


[호시이]

메이크업도 같아요. 일러스트와 실제 배우의 생김새는 다르죠. 비슷하게 가는 걸 의식하는 건 좋지만, 어중간한 재현은 곤란합니다.


[아자미]

――.


[호시이]

원작에 충실하게, 동시에 삼차원으로 봤을 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조금 더 궁리해주세요.

디자인 역시 나이란의 이미지에 너무 끌려가고 있어 보이는군요. 넘버링 타이틀 중 하나같은 디자인보다, 무대라는 독립된 미디어로서 돋보였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대라는 세계에 뛰어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카즈나리]

――.


[호시이]

전부, 한 번 더 재고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즈미]

네…….

(전체적으로 싹둑…… 원작이 있다는 걸 너무 의식한 탓일지도……. 다들 괜찮으려나……?)


[유키]

즉, 개성이나 색을 더 내보여도 괜찮다는 거지?


[호시이]

원작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캐릭터를 보다 심화시키고, 더 나아가 팬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요.


[유키]

……해볼게.


[카즈나리]

나도 무대 같은 방향성을 새롭게 좀 더 생각해볼게~

원작을 충실히 재연하는 것만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말해주는 편이 더 하기도 쉽고.


[아자미]

그렇지. 캐릭터 해석이 벗어나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잖아?


[유키]

자기 색을 죽일 필요 없었네.


[이즈미]

(뭐랄까 풀이 죽었다기보다, 오히려 의욕 있어 보이는데……?)


[츠즈루]

저기, 그럼 각본은…….


[호시이]

아, 각본은 세세한 감수는 차차 하겠지만, 줄거리는 문제없네.


[츠즈루]

네……?


[호시이]

등장인물을 줄이고 긴 게임 시나리오를 무대용으로 잘 어레인지 했다고 우리 쪽 시나리오반도 칭찬했어.


[츠즈루]

……그런가요?


[호시이]

아직 학생이었나? 졸업 후엔 우리에게 오지 않겠어? 처우도 파격적으로 해주지.


[츠즈루]

네에?


[이즈미]

그, 그건 곤란해요……!


[호시이]

하하, 농담이야. 하지만 게임 시나리오에 흥미가 있으면 생각해보게나.


[츠즈루]

하, 하하…….


-


[토노오카]

그럼, 오늘은 이 정도로 할까요.


[호시이]

――다음 감수회의는 2주 후였나?


[토노오카]

네.


[유키]

그때까지 이것저것 수정해둘게.


[호시이]

전체연습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즈미]

노력할게요!

(전체연급까지 확실하게 마무리해야지……)


[토노오카]

오늘은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즈미]

아뇨, 저희야말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노오카]

그러고 보니 오늘은 치가―― 치가사키 씨는 오지 않았네요.


[이즈미]

네, 평일엔 일을 해야 해서 바쁘니까요.


[토노오카]

네? 배우 일만 하는 게 아닌가요?


[이즈미]

아니요, 평일엔 평범한 회사원이에요.


[토노오카]

――호오, 치가가 회사원인가.


[이즈미]

그러고 보니 두 분 다 공연을 보러 오시나요?


[호시이]

저는 일정상 리허설은 보러 갈 수 없지만 첫날엔 꼭 갈 겁니다. 관객들의 반응도 신경 쓰이니까요.


[토노오카]

저도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보러 갈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최종일엔 꼭 가려고 해요.


[이즈미]

앤드링크스사의 개발 멤버분은 관계자석을 준비해뒀으니 언제든지 와주세요.


[토노오카]

홍보나 선전은 그쪽에 맡겨도 될까요?


[이즈미]

네! 원작 팬분들도 올 수 있도록 열심히 선전할게요!


[토노오카]

그래요. 저희 쪽도 협력할 수 있는 건 할 테지만…… 뭐,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지만요.


[이즈미]

……준비요?


[토노오카]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즈미]

네…….

(준비라니 무슨 말이지? 게다가 왠지 분위기가 조금 변했어. 뭔가 꾸미고 있는 것처럼……)

(토노오카 씨는 언뜻 온화하고 대인관계가 좋아 보이지만, 가끔 좀 본성을 모르겠을 때가 있어)


-


[이즈미]

그럼, 무사히 검수도 통과했으니 오늘부터 본격적인 동선 연습을 시작할게.


[이타루]

그 전에 잠깐 괜찮을까?


[이즈미]

? 네.


[이타루]

여러 가지 캐릭터 설정이라던가, 연기하기에 앞서서 미리 설명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내가 가장 잘 아니까.


[이즈미]

그러네요. 부탁드릴게요.


[이타루]

먼저 가웨인말인데…… 예전에 왼팔을 심하게 다쳐서 흉터가 남아있어. 그 영향으로 좌측을 감싸는 행동이 버릇됐으니까 조금 의식해주세요.


[치카게]

아― 그거 말이군…….


[이타루]

…….


[사쿠야]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이타루]

특수한 조건하에 발생하는 서브 이벤트에서 나와.


[이즈미]

그런 세세한 정보까지 알고 있다니, 역시 이타루 씨…….


[이타루]

다음 아서 왕은――.


-


[이타루]

……뭐, 일단 이 정도려나.


[츠즈루]

전혀 하나가 아니잖아요.


[마스미]

너무 길어.


[이타루]

나이란은 설정이 세세한걸로 유명하거든. Ⅳ만으로도 두꺼운 설정자료집이 나와 있고. 뭐, 전부 호시이 씨가 만든 거지만.

매니악한 팬은 제대로 읽고 파악하고 있으니까 무대에도 제대로 반영해야지.


[치카게]

치가사키같은게 잔뜩 올지도…….


[사쿠야]

여, 열심히 해야겠네요!


[마스미]

외울 거 많아…….


[이즈미]

(이타루 씨, 정말 나이란을 좋아하는 구나)

원작 팬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호시이 씨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모두 캐릭터 해석을 깊여나가자.


[사쿠야]

네!


[시트론]

나도 한 번 더 Ⅳ 플레이할게.


[츠즈루]

찍소리도 못하게 하자고요~


[이타루]

그러고 보니 감독님은 클리어했어?


[이즈미]

최후의 던전에는 도착했어요! 그런데 중보스가 강해서…….


[사쿠야]

아, 그거 힘들죠! 저도 계속 전멸했었어요.


[이타루]

화속성 최종 마법을 배우면 편해.


[이즈미]

그렇군요.


[마스미]

내가 널 대신해서 쓰러트릴게.


[이즈미]

정말? 아,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스스로 했으니까 조금만 더 해볼게. 고마워, 마스미 군.


[츠즈루]

치카게 씨는 제대로 Ⅳ 했어요?


[치카게]

이미 클리어했어.


[이즈미]

벌써!?


[츠즈루]

어느새…….


[시트론]

남몰래 연습이 아니라 남몰래 플레이했어.


[치카게]

클리어하는 것만이라면 금방이야.


[이즈미]

어어~? 시간 걸려요.


[치카게]

요령이 나쁜 거 아냐?


[이즈미]

너무해……!


[사쿠야]

지금까지 RPG는 혼자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각자 플레이하고 다 함께 얘기하는 것도 재미있네요!


[이타루]

――.


[사쿠야]

이타루 씨?


[이타루]

응? 아…… 그렇지.


[이즈미]

그럼 이제 연습 시작해요!


-


[이타루]

――윽, 잠깐 휴식.


[이즈미]

이타루 씨, 괜찮아요?


[마스미]

지치는 거 빨라.


[이타루]

어쩔 수 없잖아. 이번엔 난투가 많으니까.


[치카게]

가웨인도 나름 많은데.


[이타루]

선배의 치트 체력하고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츠즈루]

으~음, 확실히 이번엔 배틀 신이 많죠. 원래 RPG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이즈미]

(이타루 씨, 원래 체력도 없고 운동도 잘 못 하니까 난투는 질색하는 게 당연하겠지. 뭔가 해결책이――)

그래, 가을조한테 어드바이스를 받아볼까?


[시트론]

좋아! 액션하면 가을조야.


[마스미]

그보다 그 이전에 체력이 너무 없어.


[치카게]

그렇지.


[이타루]

으그극――.


[사쿠야]

당분간 체력훈련 메뉴를 넣어보면 어떨까요!? 이타루 씨랑 같이 저희도 아침 연습 전에 달리기해요!


[츠즈루]

아~ 수수하지만 그게 가장 확실할지도.


[마스미]

귀찮아.


[시트론]

마스미, 아침 조깅은 상쾌해!


[이타루]

……해볼까.


[사쿠야]

네! 열심히 해요!


[이즈미]

(운동을 싫어하는 이타루 씨가 순순히 받아들이다니……. 역시 이번 공연은 평소랑 달라. 진심인 거야)

[사쿠야]

앗~ 또 전멸했어요!


[이즈미]

나도…….


[이타루]

둘 다 레벨이 너무 낮아.


[시트론]

낮은 넘버링 타이틀은 착실한 레벨업이 필수야.


[사쿠야]

레벨업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시트론]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잡몹을 죽여.


[이타루]

대체로 10시간 정도 하면 그 뒤로 착착 진행 될 거야.


[사쿠야]

10시간이나요……!?


[이즈미]

무리……!


[마스미]

라스보스 쓰러트렸어.


[이즈미]

어어!? 마스미 군, 벌써 클리어했어?


[이타루]

Ⅳ는 이미 끝났었나?


[마스미]

끝났어. 지금 Ⅷ 클리어했어.


[이타루]

수고.


[이즈미]

굉장하다.


[마스미]

너를 위해서라면 게임 폐인이 될게.


[이즈미]

그렇게까지 되지 않아도 되지만.


[시트론]

요즘껀 친절해~ 레벨 안 올려도 착착 진행되는 설계야.


[사쿠야]

시트론 씨는 몇 번째 시리즈 하고 있어요?


[시트론]

나는 Ⅴ야. Ⅳ는 클리어 끝났고, 마침 안 해봤으니까.


[이타루]

Ⅴ도 명작이지. 악랄한 상술로 돈 버는 재미가 있어.


[이즈미]

상술? 싸우는 거 아니에요?


[시트론]

Ⅴ는 란슬롯이 기사가 아니고 상인이 돼. 돈을 버는 경영 시뮬레이션 느낌.


[이즈미]

그런 것도 있구나…….


[치카게]

다녀왔어.


[시트론]

어서 와.


[사쿠야]

어서 오세요!


[치카게]

우왓…… 치가사키 대량 발생…….


[이즈미]

다 같이 나이란을 플레이했어요.


[치카게]

옮지 않게 방에 가 있을래.


[이타루]

사람을 병균 취급 하다니. 모처럼이니까 선배도 플레이해주세요. 이것도 역할분석의 일환이라고요.


[치카게]

나는 어차피 노 로망이니까 사양하지. Ⅳ는 비는 시간에 클리어해둘 거지만, 다른 시리즈는 인터넷에서 네타를 읽어둘게.


[이타루]

네타부터 읽다니, 저렇게 로망 없는 짓을…… 틀림없는 노 로망.


[츠즈루]

으, 으윽…….


[이즈미]

츠즈루 군!?


[사쿠야]

괜찮아요!?


[시트론]

츠즈루, 비시비비트비야.


[이타루]

비실비실인지, 비틀비틀인지…… 뭐 둘 다 맞는 말이지만.


[마스미]

각본 다 썼어?


[츠즈루]

아니…… 어떻게든 전체 구성안이 정리됐어.


[이타루]

수고~


[츠즈루]

진짜 이번엔 압박감에 위가 아파요.


[이즈미]

원작이 있으니까, 책임이 무겁지…….


[츠즈루]

일단, 배역을 정하고 싶은데…….


[이즈미]

그럼, 마침 다 모여있으니까 미팅을 하자!


[사쿠야]

네!


-


[이즈미]

주연인 란슬롯은 이타루 씨로 결정됐으니까, 다른 등장인물을 정하면 돼.


[츠즈루]

네. Ⅳ는 기본적으로 최대 3인 파티로 진행되는 스토리예요. 란슬롯은 고정, 남은 멤버가 회복마법을 쓸 수 있는 요정 그웬이나 원탁의 기사 중 누군가라는 형태로 진행되는데요…….

제대로 이야기 줄거리를 따라가면 2시간 정도의 무대로는 끝낼 수 없어서 중요한 에피소드만 발췌해서 어레인지 해봤어요.


[이즈미]

응응.


[사쿠야]

그렇군요.


[츠즈루]

그래서 이번에 발췌한 에피소드에서 중요한 등장인물이 원탁의 기사 가웨인, 란슬롯의 주인 아서왕. 그리고 가웨인의 동생인 가레스, 흑막인 마술사 멀린, 아서왕의 조카 모드레드임다.


[이즈미]

그 다섯 명을 봄조 멤버에서 캐스팅해서 연기하고 다른 원탁의 기사들은 앙상블에 맡기면 되려나.


[츠즈루]

그렇죠.


[사쿠야]

요정인 그웬은 어떡할 거예요? 계속 란슬롯하고 같이 있잖아요.


[시트론]

누군가 여장하는 거야.


[이타루]

기각. 그웬의 인간과 동떨어진 아름다움은 여장으로는 재현 불가능해. 애초에 그웬, 손바닥 사이즈고.


[마스미]

……오타쿠 짜증 나.


[치카게]

확고하네.


[이즈미]

하지만 팬이 실망할만한 짓은 확실히 피하는 게 좋아.


[츠즈루]

그렇죠. 저도 그걸 좀 고민했는데요, 어떻게든 연출로 그웬을 표현할 수 없을까 해서요.

애초에 그웬의 모습은 란슬롯 이외에 기사들한텐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설정이니까, 무대에서도 똑같이 하면 어떨까요?


[이즈미]

그렇구나, 관객에게도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걸로 하는 거야.


[츠즈루]

네.


[사쿠야]

좋은 생각이에요! 요정이고, 신비한 느낌이 나요.


[치카게]

좋을 것 같네.


[이즈미]

그럼 결정. 라이트 연출이나 이타루 씨의 연기로 그웬을 표현하자.


[츠즈루]

그리고 중요한 배역 말인데요――.


[시트론]

나, 아서왕 하고 싶어.


[이즈미]

어?


[시트론]

나 원탁의 기사보다 아서왕이 더 어울려. 왕처럼 행동하는 것도 완벽해.


[이즈미]

그래도…… 괜찮아?

(청년 앨리스 공연에서 하트 왕을 연기했을 때는 복잡해 보였는데……)


[시트론]

여러가지 결착이 지어진 지금은 무대 위에서 내 나름의 왕을 해보고 싶어.


[이즈미]

(자흐라 왕국에서 왕위 계승을 그만큼 고민했으니까. 분명 시트론 군 안에서 감정의 변화가 있었던 걸 거야)

응. 그럼 아서왕은 시트론 군한테 맡길게.


[츠즈루]

시트론 씨라면 분위기도 완벽해요.


[마스미]

괜찮아.


[사쿠야]

찬성이에요!


[시트론]

잘 부탁해.


[이즈미]

그리고 이타루 씨가 보기에 게임 캐릭터 이미지에 맞을 것 같은 배역은 어떤 느낌이에요?


[이타루]

그렇군…… 멀린은 츠즈루가 좋겠어.


[츠즈루]

네? 저요?


[이타루]

멀린은 정체를 들키기 전까진 학문을 좋아하는 수수하고 평범한 청년 인상이거든. 흑막인 걸 들킨 다음의 갭을 보이기도 쉽고, 좋을 것 같아.


[츠즈루]

그렇구나…….


[이타루]

그리고 가웨인의 동생 가레스는 마스미인가.


[이즈미]

씩씩하게 란슬롯을 따르는 기사지.


[마스미]

…….


[이타루]

명백하게 불만스러운 얼굴.

게임 속 가레스는 꽤 미소년이라는 설정으로 여성 팬이 압도적으로 많아. 내용물은 어떻든, 마스미의 외면은 딱 어울릴 거야.


[이즈미]

흠흠. 그렇게 되면 남은 건 가웨인하고 아서의 조카인 모드레드인데…….


[이타루]

사쿠야가 모드레드를 하는 게 좋을 거야. 나이도 딱 맞고, 조금 겁쟁이에다 멀린에게 이용당하는 점이 사쿠야의 사람 좋은 면으로 괜찮게 표현될 것 같아.


[사쿠야]

열심히 할게요!


[이즈미]

그럼 가웨인은――.


[이타루]

가웨인은 선배.


[치카게]

뭐, 순리대로라면 그렇게 되겠지.


[이타루]

나이나 체격도 딱 맞고, 가웨인은 란슬롯보다 선배라는 점이 드러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치카게]

선배티를 내면 되는군.


[이타루]

평소대로 하면 충분하겠어요.


[치카게]

흐응, 그렇게 보고 있었던 건가.


[시트론]

호흡도 딱 맞아.


[츠즈루]

꽤 와일드계 캐릭터인데, 괜찮을까요?


[이즈미]

확실히 오즈 때에 비하면 본인 이미지하고는 많이 다르지만…… 그건 치카게 씨가 힘내줘야지.


[치카게]

알겠어.


[이즈미]

(치카게 씨는 요령도 좋고, 오즈 때보다 연기력도 늘었으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 게다가 몸을 움직이는 거나 난투도 잘 할 것 같고)

좋아, 그럼 배역은 이걸로 결정할게! 츠즈루 군, 시나리오 초고 진행은 괜찮아?


[츠즈루]

10일 후에 감수회의에 제출해야 하죠. 어떻게든 맞춰볼게요.


[치카게]

거기서 헤어메이크업이나 의상도 전부 일단 마무리해서 보여줬어야 했지?


[사쿠야]

평소보다 스케줄이 빠르네요.


[이즈미]

원작이 있는 만큼 그 부분은 좀 변칙적이지. 이번엔 소문의 호시이 씨도 동석하는 것 같던데, 얼마나 체크할지 걱정이야…….

유키 군도 아자미 군도 자기 영역이 아니어서 불안해했고.


[이타루]

호시이 씨에 앞서 우선 엄격한 치가사키 체크가 들어갈 거니 잘 부탁.


[츠즈루]

우와~…….


[시트론]

이쪽이 더 엄격해 보여.


[이즈미]

그러고 보니 이타루 씨도 감수회의 동석할 거예요?


[이타루]

아~…… 아니, 됐어. 호시이 씨는 솔직히 마음속 깊이 만나고 싶어서 신도심이 아프지만 사양할게.


[이즈미]

어, 왜요?

(어라? 기쁘게 출석할 줄 알았는데. 혹시, 토노오카 씨가 있어서……?)


[이타루]

평일이니까, 낮에는 일해야지.


[이즈미]

아, 그렇구나. 그렇지요. 그럼 감수회는 츠즈루 군하고 유키 군, 카즈나리 군, 아자미 군 다섯 명이서 다녀올게요.


[치카게]

힘내.


[츠즈루]

하아, 위가 아파…….

[이즈미]

슬슬 상대가 올 시간인데.


[츠즈루]

저는 나중에 참가하는 게 좋을까요?


[사쿄]

아니, 문제없을 거다.


[이타루]

…….


[사쿄]

넌 부른 적 없어.


[이타루]

이런 건 그럴듯한 인간이 동석하는 편이 좋다고요.


[이즈미]

확실히 겉모습만 보면 가장 빈틈없지…….


[사쿄]

겉모습은.


[츠즈루]

팬심이 훤히 보임다.


[이타루]

뭐라든 상관없어.


[이즈미]

뭐, 작품을 잘 아는 사람이 동석하는 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쿄]

……정말이지, 놀려고 모인 게 아니야.


[지배인]

이쪽입니다. 들어오세요!


[???]

실례합니다.


[이즈미]

(앗, 왔나 봐――)


[토노오카]

처음 뵙겠습니다. 앤드링크스의 토노오카입니다. 나이란 시리즈의 프로모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타루]

――.


[이즈미]

처음 뵙겠습니다. 주재 겸 총감독인 타치바나입니다.


[사쿄]

경리담당인 후루이치 사쿄다.


[츠즈루]

각본 담당인 미나기 츠즈루임다.


[이타루]

…….


[이즈미]

? (이타루 씨, 왜 그러지? 굳은 것 같은데……)


[토노오카]

치가…….


[이즈미]

(어? 아는 사이……?)


[이타루]

…….


[사쿄]

……치가사키, 설명해라.


-


[이즈미]

설마 고등학교 친구였다니, 세상 참 좁네요~


[토노오카]

그러네요. 저도 놀랐어요.


[이타루]

…….


[이즈미]

(그건 그렇고 좀 이상하네, 이타루 씨. 계속 조용히 있고)


[토노오카]

그럼 바로, 이번 콜라보의 취지를 설명하겠습니다.

나이란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다양한 미디어 진출을 해왔지만, 무대화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 시리즈에 걸쳐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기에 팬들 사이에서도 캐릭터의 이미지가 굳어있어서요……. 소위 말하는 실사화는 꽤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지금까지 이야기는 나왔지만 실현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우선 실험적으로, 기념 기획으로서 단기간 소규모 사전 공연을 하려고 합니다. 그 후에 팬의 반응이 호의적이면 더욱 큰 극장에서 본격적으로 본공연을 재연하는 것을 검토하고 싶습니다.


[이즈미]

그렇군요…….

(꽤 지명도가 있는 인기 시리즈 같고 왜 우리 극단인지 궁금했는데, 규모가 마침 딱 좋았던 걸까?)


[사쿄]

질문이 하나 있다만…… 무대화라는 어떻게 굴러갈지 알 수 없는 미디어 진출을 굳이 고른 이유는 뭐지?

실사라면 그 외에도 영화나 드라마라는 선택지도 있을 텐데.


[토노오카]

방금전에 말씀드렸듯이 지금은 실험적인 기획이기도 하고, 그다지 큰 규모로 벌일 수는 없다는 게 우선 한가지――.

그리고 현재 최신 넘버링작을 개발 중이어서요.


[이타루]

――. 릴리즈 시기는 언제로 상정하고 있나요?


[토노오카]

아직 확실하게는――. 기밀 사항이기도 하고요.


[이타루]

…….


[사쿄]

그래서 그 최신작 개발과 무대화가 관련 있는 건가?


[토노오카]

네. 다음은 기념할만한 열 번째 작품이라서 애니버서리로 실험적인 전개를 하고 싶다는 회사의 의향이 있습니다.


[이즈미]

그렇군요…….


[토노오카]

조건에 대해서는 물론 제시한 것에서 상담을 통해 조율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즈미]

(제시한 조건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할 정도야, 극단에 유리한 조건이지. 잘만 하면 지명도도 오르고 새로운 팬도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몰라……)

저기…… 우리 극단을 고른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규모가 마침 좋았던 걸까요.


[토노오카]

――몇 군데로 후보를 좁힌 다음, 규모는 물론 공연내용이 다양하다는 것도 주요했습니다. 판타지물도 문제없이 대응해주지 않으실까 하고요.


[사쿄]

흠……. 단, 오리지널과는 다르게 원작이 대작인 만큼 각본이나 무대 전체에 높은 퀄리티가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처럼 할 수는 없겠지.


[츠즈루]

그렇죠…….


[토노오카]

아무래도 게임과 무대는 제작이 전혀 다를 테니 각본은 원작을 토대로 어레인지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츠즈루]

네, 네에…….


[이타루]

…….


[이즈미]

(이타루 씨, 여전히 조용하네. 뭔가 생각에 잠긴 것 같은데……)

이타루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타루]

……무대화는 어느 넘버링으로 하나요?


[토노오카]

Ⅳ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타루]

――.


[츠즈루]

보통은 Ⅰ아니에요?


[토노오카]

네, Ⅳ는 넘버링 타이틀 중에서도 조금 특수해서요. 독립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가장 하기 쉬울 것 같아서요.


[이타루]

Ⅳ는…… 모든 것의 시작인 이야기야.


[이즈미]

모든 것의 시작?


[토노오카]

시계열적으로 Ⅳ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라서, 시리즈를 관통하는 테마인 모든 인연이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즈미]

그렇군요.


[이타루]

……감독님.


[이즈미]

?


[이타루]

이건 내가 제멋대로 고집부리는 건데, 이번 공연, 봄조에서 날 주연으로 해주지 않겠어?


[이즈미]

이타루 씨 주연으로……?


[이타루]

응.


[이즈미]

――. (엄청 진지한 표정…… 이런 이타루 씨는 지금까지 본 적 없어. 게다가 스스로 주연을 하고 싶다고 하다니, 지금까지는 한 번도……)

……그만큼 이타루 씨에게 소중한 작품이라는 거네요.


[이타루]

……응.


[이즈미]

알겠어요. 작품 컬러를 봐도 왕도인 봄조가 가장 어울리고, 이타루 씨 주연도 슬슬 적당한 시기니까요.


[사쿄]

해봐라. 단, 이번엔 평소와는 달라. 실패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이타루]

네.


[츠즈루]

딱 맞는 원작이 있는 건 저도 첫 도전이라 불안하지만, 열심히 할게요!


[이타루]

응.


[토노오카]

그럼 받아들여 주시는 것으로 봐도 될까요?


[이즈미]

네. 받아들일게요.


[이타루]

저는 귀사의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습니다, 시리즈 팬이 만족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토노오카]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금일엔 동석하지 않았지만, 각본이나 의상―― 모든 요소에 시리즈 디렉터인 호시이 씨의 감수가 들어갑니다.


[이타루]

――.


[이즈미]

이타루 씨?


[츠즈루]

호시이 씨 알아요?


[이타루]

나이란 Ⅰ부터 제작에 관련된 나이란 시리즈 세계관의 창시자, 팬에게는 이른바 신.


[이즈미]

그,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군요.


[토노오카]

치가―― 치가사키 씨는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호시이 씨는 원래 미디어믹스 전개에 소극적이라……. 사실 이번 무대화도 내키지 않아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호시이 씨의 GO 사인이 나와야 처음으로 본공연을 하는 흐름이 되오니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즈미]

아…….

(그 말은 공연 전에 먼저 호시이 씨를 납득시킬만하게 완성해야 한다는 거로군. 태연하게 말하지만 난이도가 엄청 올라갔어……)


[토노오카]

그럼, 자세한 자료 등은 나중에 보내드리겠습니다. 절차나 스케줄 차차 정해가도록 하죠.


[이즈미]

……알겠습니다.


-


[토노오카]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즈미]

저희야말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토노오카]

잘 부탁드립니다.


[이타루]

…….


[토노오카]

……그나저나 치가가 주연이라. 치가의 연기 기대할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한 잔 하러 가지 않을래? 쌓인 이야기도 있고.


[이타루]

정말 죄송하지만, 콜라보 공연으로 바빠질 거라서요.


[토노오카]

쳇, 재미없게. 뭐 됐나. 그럼, 뒤풀이에서라도.


[이타루]

네.


[이즈미]

(왠지 둘 다 상냥한 얼굴로 얘기하고 있지만 좀 무서운 듯한데……. 분위기가 긴장되어 있달까, 서로 떠보는 것 같아)

(이 두 사람 그냥 동급생인 게 맞나? 대체 무슨 관계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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