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츠]
"여보세요, 스케줄 말인데――."
[친구]
"아~ 미안해, 프로듀서가 다음엔 타카츠 없이 가자고 해서……."
[타카츠]
"알았어."
[친구]
"프로듀서랑 싸우면 안 좋다니까. 연출인 야마네 씨는 타카츠 너를 마음에 들어 했는데."
[타카츠]
"다음에 다른 일 있으면 부탁할게."
[친구]
"너 말이야, 자기 스타일을 너무 고집하는 것도 좀 고치는 게 좋지 않을까? 더 유연하게 살아야지. 시야를 넓혀봐."
[타카츠]
"딱히 고집부린 적……."
[친구]
"그런 스타일로 계속 갈 거면, 이쯤에서 뭔가 큰일을 하던가 상이라도 타지 않으면 앞으로 힘들 거다."
[타카츠]
"생각해볼게. 끊는다."
"그냥 춤을 추고 싶을 뿐인데, 왜 이런 일이……."
-
[미카사]
"아리카와, 또 페어 해체했다면서. 이게 몇 번째야? 이제 부탁할 상대도 없지 않아?"
[아리카와]
"누구 괜찮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주지 않겠어?"
[미카사]
"싫어. 싸울 게 뻔히 보이는데 누가 소개해주겠어? 이번 대회는 어떡할 거야?"
[아리카와]
"지금부터 상대를 찾아도 늦지는 않겠지."
[미카사]
"그 버릇만 없었으면 지금쯤 세계 톱 자리를 두고 싸우고 있었을 텐데."
[아리카와]
"딱히 불성실하게 손을 대는 건 아니야. 그저 사랑하는 상대가 항상 파트너였을 뿐이지."
[미카사]
"거기에 더해서 우연히 항상 장렬하게 틀어지고 헤어지는 것 뿐이고?"
[아리카와]
"나도 잘 지낼 수 있다면 잘 지내고 싶어."
[미카사]
"이대로 가면 진짜로 상대를 찾을 수 없게 될 거야. 미리 말해두는데, 그렇다고 남자 페어로 전향하려는 생각은 말아라."
[아리카와]
"설마. 그럼 더욱 상대를 찾을 수 없을 텐데. 지금까지 남자 댄서를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없으니까."
[미카사]
"지고의 미를 추구하는 댄서라고 불리는 남자가 그 말을 하니 비꼬는 걸로만 들리는데."
[아리카와]
"미카사 군의 댄스는 훌륭하다고 생각해."
[미카사]
"흥, 부디 그대로 은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게."
[아리카와]
"충고 고마워."
-
[아리카와]
"으음? 저건…… 스트리트댄스?"
"너……."
[타카츠]
"넌 뭐야?"
[아리카와]
"나와 페어를 짜지 않겠어?"
[타카츠]
"뭐?"
-
[타카츠]
"사교댄스!? 그, 하늘하늘한 드레스랑 슈트를 입고 춤추는 그거?"
[아리카와]
"분야가 다를지도 모르지만, 네 센스가 있으면 금방 익숙해질 거야."
[타카츠]
"무리야. 애초에 다른 사람하고 페어로 춤을 추다니 생각해본 적도 없어. 다른 사람을 알아봐."
[아리카와]
"너는 경기댄스를 바로 옆에서 본 적 있나?"
[타카츠]
"아니, 없는데."
[아리카와]
"그렇다면 한번 봐본 후에 생각해보지 않겠어? 경기댄스가 어떤 건지 알아주었으면 해."
[타카츠]
"뭐, 보는 것뿐이라면야……."
-
[코우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오늘은 강습 날이 아닌데."
[아리카와]
"즉석이지만, 남자 페어로 춤을 추고 싶어. 협력해줘."
[코우다]
"남자 페어!? 전향하는 건가?"
[아리카와]
"모르겠어. 저 사람 하기 나름이지. 우선 경기댄스라는 게 어떤 건지 알려주려고."
[코우다]
"그렇군. 그래서, 누가 리더를?
[아리카와]
"경험자인 네가 하는 게 좋겠지."
[코우다]
"그럼 라틴으로 괜찮나?"
[아리카와]
"그래, 상관없어."
"어떤가?"
[타카츠]
"사교댄스 이미지와 전혀 다른데. 좀 더, 뭐랄까 스포츠에 가까워 보였어."
[아리카와]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적이지."
[타카츠]
"그러네…… 솔직히 좋은지 나쁜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예술적이라는 건 어쩐지 전해진 것 같아. 이런 세계가 있구나."
[아리카와]
"네 댄스에서도 네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예술성을 느꼈어. 나는 그 예술성과 내 좇는 미를 섞은 댄스를 보고 싶어졌어."
[타카츠]
"예술성…… 그런 말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데."
"댄서는 프로듀서가 요구하는 대로 춤을 출 뿐이잖아."
[아리카와]
"네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정열은 타인이 만든 틀에 담길만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타카츠]
"……네가 뭘 안다고."
[아리카와]
"그렇지, 보기만 하는 걸로는 모르지. 잠시 춤을 춰보지 않겠어?"
[타카츠]
"아니, 나는――."
[코우다]
"너도 참 성가신 상대에게 붙잡혔군. 아리카와는 끈질겨."
[아리카와]
"자세는, 그래. 그렇게. 너는 체간이 좋군. 성실하게 기초를 단련한다는 증거야."
[타카츠]
"――꽤 힘든데."
[코우다]
"아니, 포즈는 충분히 그럴듯해. 확실히 근육 잘 잡혀있군."
[아리카와]
"조금 움직여보자. 스텝은 이렇게――."
[타카츠]
"으앗."
[코우다]
"움직이니 단숨에 무너지는군."
[타카츠]
"이렇게까지 남과 밀착해서 움직인다는 게 우선 익숙하지 않아."
[아리카와]
"으~음…… 아니, 그렇다 해도 너라면 조금 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타카츠]
"문외한이라고 했잖아. 한 번 더 해."
[코우다]
"지는 걸 싫어하는군."
-
[미카사]
"설마 진짜로 상대를 찾지 못해서 전향할 줄이야. 넌 자존심도 없어?"
[아리카와]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어."
[하나오카]
"남녀페어 부문에서 세계대회에 나갔다고 남자페어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미카사]
"즉석페어로는 말할 것도 없지. 애초에 그 타카츠라는 사람은 어디서 찾은 거야?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데."
[아리카와]
"거리에서 스트리트댄스를 추는 걸 발견했지."
[미카사]
"스트리트댄스!?"
[하나오카]
"경기댄스는 아마추어라는 거군요. 더 무모하네요."
[타카츠]
"그건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지."
[미카사]
"뭐, 화제성은 으뜸일테니 마음대로 해. 과거의 라이벌로서 너무 흉한 꼴은 안 보여줬으면 좋겠네."
[아리카와]
"걱정할 필요 없어."
[하나오카]
"대회를 기대하고 있을게요."
[타카츠]
"……경기댄스라는 건 저런 놈들만 있는 거야?"
[아리카와]
"뭐, 결과를 보여주면 그들도 입을 다물겠지. 결과만 낼 수 있다면 말이야."
"그들의 말대로 화제성은 으뜸이야. 대회에서 상위에 들면 단숨에 이름이 알려지겠지. 네게도 나쁜 얘기는 아닐 거야."
[타카츠]
"저런 말까지 들었는데 할 수밖에 없잖아. 단, 이번만이야."
[아리카와]
"충분해. 같이 힘내자."
-
[유우키]
"설마 아리카와 군이 남자 페어로 전향할 줄은 몰랐는데."
[아리카와]
"의상 느낌도 평소와 달라지겠지?"
[유우키]
"당연하지. 남자 페어는 남자 페어다운 디자인이 있으니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리카와 군의 매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힘낼게."
[아리카와]
"기대되는군."
[타카츠]
"역시 하늘하늘한 걸 입어야 하는 거지?"
[유우키]
"경기댄스 의상은 플로어에서 춤출 때 가장 아름다워 보이도록 만들어져있어. 그 하늘하늘에도 의미가 있는 거야."
[아리카와]
"경기댄스를 한다면 너도 경기댄스의 아름다움을 추구해주면 좋겠어. 뭐, 스트리트댄스에서는 그런 아름다움과는 인연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타카츠]
"……그럼 되도록 심플한 걸로."
[아리카와]
"기각. 타카츠 군의 와일드한 풍모가 더욱 두드러지는 디자인으로 부탁해."
[타카츠]
"하아……."
[유우키]
"괜찮아?"
[타카츠]
"어차피 나는 뭐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니까."
[아리카와]
"그렇지, 이런 디자인이 좋아. 색은――."
[유우키]
"……으~음, 저 둘 왠지 걱정되는걸."
[이즈미]
(불협화음을 내는 두 사람…… 앞일이 불안해질 정도로 확실하게 맞물리지 않는다는 걸 잘 알겠어)
(진짜로 타스쿠 씨와 호마레 씨, 그대로의 개성이 느낌이 좋게 나오고 있어)
-
[아리카와]
"아니야. 스트리트댄스는 일단 잊어줘. 지금은 필요 없어."
[타카츠]
"――스트리트댄스는 내 몸에 밴 거야. 이걸 잊을 수 있을 리 없잖아."
[아리카와]
"그렇다 해도 네가 추는 건 경기댄스야. 그걸 위해 몸을 만들고 바꿔줘야겠어."
[타카츠]
"――젠장. 나는 왜 이런 걸 하고 있는 거야."
[이즈미]
(맞물리지 않는 채로 대회 첫날을 맞이하고……)
-
[타카츠]
"예선 탈락인가……."
[미카사]
"그러니까 충고했는데. 이런 꼴사나운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어."
[하나오카]
"세계대회에서 아리카와 씨의 댄스를 보고 동경했었어요. 아쉽네요."
[아리카와]
"기대에 응하지 못해서 미안하군."
[미카사]
"야, 얘기 아직 안 끝났어."
[타카츠]
"아리카와도 풀이 죽고 그러는구나."
[하나오카]
"남 일처럼 말하네요. 페어를 짠 상대잖아요?"
[타카츠]
"그렇게 말해도, 결과가 결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나는 저 녀석에게 배운 대로 했을 뿐이야. 결국 쓸데없었지만."
[하나오카]
"애초에 당신은 왜 스트리트댄스에서 경기댄스로 옮겼죠?"
[타카츠]
"아리카와가 꼬셨어."
[하나오카]
"그게 전부인가요. 그렇군요. 그래서 당신의 댄스는 아직 흉내일 뿐인 거군요."
"자신의 스타일이 중요하다면 스트리트댄스로 돌아가는 편이 당신에게도 좋을 거예요. 경기댄스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그 이상 늘지 않을 테니까요."
[타카츠]
"――."
[하나오카]
"그럼 실례할게요. 이제 만나는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타카츠]
"……뭐 하는 거야, 나는. 이런 일을 계속 되풀이해봤자 아무 의미 없는데."
-
[미카사]
"아리카와, 기다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남자 댄스에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는데 왜 종목을 바꾼 거야?"
[아리카와]
"그건……. 그가 춤추는 걸 보고, 그 안의 예술성과 내 댄스를 합치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름다운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미카사]
"그렇다면 아리카와는 타카츠 안의 예술성이라는 걸 전혀 이끌어내지 못한 거네. 진짜로 그의 예술성을 이해하고 있는 거야?"
[아리카와]
"……그래, 네 말이 맞아. 나는 틀렸을지도 몰라."
[미카사]
"다시 한 번 내 라이벌로서 선다면, 더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곤란해."
[아리카와]
"고마워. 정신이 들었어."
"타카츠 군."
[타카츠]
"어떡할 거지? 난 이제 끝인가?"
[아리카와]
"아니, 한 번 더 다시 할 기회를 줘. 내 지도방법은 틀렸어."
"지금까지 네가 췄던 춤을 살려줘. 네 예술성은 네 댄스 안에 잠들어있으니까."
[타카츠]
"나도 좀 더 경기댄스를 공부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모르는 걸 모르는 채로 놔두면 아무것도 발전할 수 없으니까. 다시 잘 부탁해."
[아리카와]
"나야말로."
[이즈미]
(서로 다가가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은 채로 서로를 인정한다…… 타스쿠 씨와 호마레 씨 페어의 인연의 형태야)
(타스쿠 씨와 호마레 씨 외에도 자신의 개성과 특색을 발휘해서 겨울조다운 분위기가 넘치고 있어. 츠무기 씨와 히소카 씨도 안정적으로 좋은 콤비야)
-
[아리카와]
"준비됐나? 긴장은?"
[타스쿠]
"아니, 두근거리고 있어. 처음으로 길에서 춤을 췄을 때처럼."
"계속 내가 인정받을 장소를 찾고 있었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춤을 출 장소를. 여기서는 아무것도 꺼리지 않아도 되는 거지."
[아리카와]
"네 상대는 나야. 네 전력을 내가 부딪쳐줘. 내가 전부 경기댄스의 아름다움으로 승화해 보일 테니까."
[타카츠]
"그렇다면 일절 타협도 않고 봐주지도 않겠어. 네가 나를 끌어낸 거야."
[아리카와]
"그래, 맡겨줘."
[이즈미]
(압권의 댄스신…… BGM을 줄여서 만든 정적 속에서 두 사람이 맞부딪치면서도 절묘하게 호흡이 맞아들어가며 구두소리가 울려 퍼져. 각자의 강한 개성이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를 향상시키며 깊은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어……)
[코우다]
"이거 놀랍군. 섬세하기 때문에 작게 매듭지어지는 일이 많았던 아리카와의 댄스가……. 타카츠와 페어를 짜서 거칠고 대담한 표현을 손에 넣고, 크게 꽃피운 것 같아."
[유우키]
"나도 설마 저 둘이 이런식으로 베스트콤비가 될 줄 몰랐는데."
[코우다]
"정반대로 보였는데, 그런 둘이기에 출수 있는 댄스야."
-
[사회자]
"그랑프리는…… 아리카와, 타카츠 페어입니다!"
[타카츠]
"좋았어!"
[아리카와]
"당연한 결과지."
[미카사]
"밉살스러운 라이벌이 돌아왔네."
[하나오카]
"이전의 아리카와 씨보다 몇 단계 성장했네요. 타카츠 씨에게도 플로어에서 압박감을 느꼈어요."
[타카츠]
"덕분에 말이지."
[아리카와]
"너와 만난 덕분에 난 새로운 아름다움을 손에 넣었어.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타카츠]
"나야말로,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됐어. 내 댄스의 폭도 넓어졌고."
"내 방식을 고집부리지 않고 다른 표현을 받아들이면, 나는 좀 더 위를 노릴 수 있어."
"그리고 내 표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까지 구질구질 고민한 게 바보 같을 정도로 그저 즐거웠어."
[아리카와]
"이번으로 끝이라는 게 몹시 아쉽군."
[타카츠]
"사실은 이대로 너와 경기댄스를 계속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러면 나는 내 댄스에서 도망친 채로 끝나게 돼. 나는 내 표현을 추구할 거야."
"지금까지 나를 인정하지 않았던 상대에게도 인정받고 말겠어. 너도 네 아름다움을 추구해가라. 그리고 언젠가 다시 길이 겹치는 일이 있으면, 나는 다시 한 번 그 손을 잡을게."
[아리카와]
"그럼, 미래의 네 댄스를 만나는 날을 기대하며 기다리지."
-
[타스쿠]
감사합니다!
[호마레]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