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어? 벌써 선물 사 온 거야?
[사쿠야]
자유행동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이 기회에 사뒀어요.
[이즈미]
그래, 많이 부탁받았었지.
[치카게]
야, 빨리 움직여. 벌써 다들 모였다고.
[히소카]
……하나 더.
[치카게]
너무 많이 산 거 아냐? 그런 게 뭐가 맛있다고. 그냥 설탕이잖아.
[히소카]
……치카게는 매운 걸 너무 먹어서 혀가 너무 조잡해.
[치카게]
단 걸 너무 먹어서 혀 일부가 마비된 녀석한테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이군.
[이즈미]
앗, 왔다 왔어.
[치카게]
미안. 늦었지.
[히소카]
……치카게가 매운 향신료를 잔뜩 사들인 탓이야.
[치카게]
……네가 과자를 잔뜩 사들인 탓이잖아.
[이즈미]
둘 다 짐이 엄청나네요.
[이타루]
치카게 씨, 혹시 전에 시트론이 뿌려둔 향신료, 사실은 마음에 들었던 건가.
[???]
안녕하세요~
[이즈미]
?
[사쿠야]
앗, 혹시…….
[츠즈루]
형――.
[???]
오, 오랜만이구나. 내 동생아. 또 키 큰 거 아냐?
[츠즈루]
컸겠냐! 성장기는 옛날에 지났다고.
[???]
어라~ 그랬나?
[이즈미]
(그, 그렇군. 츠즈루 군하고는 또 다른 타입 같아…….)
[츠즈루]
감독님, 제 형인 미나기 타도루예요.
[타도루]
처음 뵙겠습니다~ 항상 츠즈루가 신세 지고 있어요~
[이즈미]
처음 뵙겠습니다. 타치바나예요.
[가이]
다들 모인 것 같군. 들어가지.
-
[점원]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금일은 전세를 줘서…….》
[가이]
《이상하군. 예약해뒀을 터인데…….》
[가이의 부하]
《가이 님!》
[가이]
《아, 미카.》
[미카]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가이]
《여러 가지로 수고를 끼쳤군.》
[미카]
《당치도 않습니다.》
《예약해뒀던 일함이다.》
[점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사쿠야]
손님이 전혀 없네요.
[가이]
전세를 낸 듯하다.
[이즈미]
네!? 그런 거예요!?
[가이]
그러는 편이 남의 눈에 띄지 않아서 안심되니까.
[아즈마]
호사스럽네.
[미카]
《가이 님. 이들이 시트로니아 왕자의……?》
[가이]
《그래.》
다들, 소개하지. 내 부하인 미카다.
[미카]
《처음 뵙겠습니다. 자흐라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즈미]
???
[가이]
자흐라 왕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군.
[타스쿠]
자흐라어는 전혀 모르겠어.
[츠무기]
가이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
[이즈미]
맛있다!
[츠즈루]
먹기 쉽네.
[아즈마]
향신료가 강하고 맵지만, 친숙한 맛이야.
[치카게]
……영주하고 싶군.
[이즈미]
그 마음 알겠어요.
[이타루]
욕망이 철철 흐르네.
[타도루]
이것도 추천~ 이것도 주문해야지.
[사쿠야]
네!?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어요?
[타도루]
괜찮아, 괜찮아. 이렇게 체격 좋은 면면들이 모였는데, 전 메뉴 제패하자고~
[츠즈루]
그런 많이 먹기 대회 같은 걸 하겠냐! 좀 어른스럽게 있어 줘.
[치카게]
자유롭군.
[마스미]
츠즈루랑은 성격이 별로 안 닮았어.
[치카게]
오히려, 형이 저러니 츠즈루가 완성된 걸지도 모르지.
[이타루]
과연.
[가이]
《미카, 시트로니아는 어떤가.》
[미카]
《대관식 리허설을 무사히 끝내셨습니다.》
[치카게]
대관식?
[가이]
그래, 시트로니아는 대관식 리허설을 끝냈다고 하는군.
[사쿠야]
시트론 씨, 역시 진짜로 왕이 되려는 거군요…….
[츠즈루]
그보다 치카게 씨, 자흐라어 할 수 있어요?
[치카게]
뭐, 일상회화 정도는.
[타스쿠]
만능이네.
[미카]
《그런데,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가이]
《제 2 왕자들 말인가.》
[미카]
《괜찮겠습니까? 다른 분들도 계시는데…….》
[가이]
《상관없다. 이들에게도 설명해두는 편이 이해가 빠르겠지.》
다들, 잠시 들어줘.
[이즈미]
?
[가이]
이미 알고 있는 자도 있겠지만, 시트로니아에게는 세 명의 동생이 있다.
자흐라 왕국은 일부다처제로, 현 국왕에게는 정실인 왕비 이외에 세 명의 측실이 있어. 시트로니아와 세 명의 동생은, 각자 세 명의 측실에게서 태어난 배다른 형제지.
왕비에게 아이가 있을 경우 그 아이가 왕위계승권 제 1위가 되지만, 지금의 왕비는 아쉽게도 아이를 얻지 못했다. 그 경우, 측실이 낳은 아이가 태어난 순서대로 왕위계승권이 결정된다. 현재 왕위계승권 제 1위는 시트로니아다.
시트로니아는 평민 출신인 넷째 부인의 아이로 태어난 탓에, 왕위계승에 대해 당시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총명했던 시트로니아는 순식간에 국민의 지지를 얻고 비판의 목소리를 가라앉혔지.
[이즈미]
(……시트론 군, 분명 많이 노력했을 거야.)
[가이]
현재도 국민들은 시트로니아의 즉위에 호의적이지만, 왕궁 내에서는 아직도 제 2, 제 3왕자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 탓에 시트로니아와 두 왕자는 사이가 좋지 않아.
그중에는 과격한 생각을 하는 자도 있어서, 대관식이 다가올수록 시트로니아의 신변에서는 때때로 미심쩍은 사건이 일어나게 됐다. 시트로니아가 국외로 도망친 것도 그쯤이다.
[이즈미]
――. (그러고 보니, 전에 시트론 군하고 같이 있을 때, 수상한 사람들한테서 몸을 숨기는 일이 있었지…….)
[사쿠야]
그럼, 대관식 당일도 위험하다는 거예요?
[가이]
알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대담한 짓은 하지 않을 것 같지만…….
[호마레]
그런 식으로 형제끼리 경쟁해야만 하다니…… 왕족은 슬픈 것이로군.
[가이]
유일하게, 막내 동생, 탄제린 왕자는 시트로니아를 잘 따라서 사이가 좋다. 탄제린 왕자는 시트로니아에게도 마음의 안식처였어.
리틀 프린스…… 사키사카와 조금 닮은 것 같군.
[츠무기]
시트론 군, 무쿠 군을 동생처럼 생각했던 걸지도.
[츠즈루]
시트론 씨…… 그런 가혹한 환경에서 자랐구나…….
[타도루]
이해해~ 장남은 힘들지~
[츠즈루]
너는 옛날부터 좋을 대로 다 해왔잖아!
[타도루]
어~?
[이즈미]
(가, 가벼워……!)
[치카게]
츠즈루가 생겨난 과정을 알겠어.
[이즈미]
태클 실력은 저렇게 단련된 거네요.
-
[이타루]
……아― 이거, 한 잔 더.
[점원]
《알겠습니다.》
[타도루]
어라? 이런 데서 혼자 마시는 거야~?
[이타루]
말이 안 통하니까, 카운터에서는 직접 손으로 가리켜서 주문하기 쉬워요.
[타도루]
그렇구만~
《맥주 한 잔 더.》
[점원]
《알겠습니다.》
[이타루]
형님도 자흐라어 할 수 있네요.
[타도루]
일하면서 쓰니까, 더듬더듬 할 수 있어~
[이타루]
일이요?
[타도루]
나, 미술품 큐레이터를 하고 있어. 전 세계의 미술품을 보고 다니는 게 일.
[이타루]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건 일이었어요?
[타도루]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자유인이라고 생각했어~?
[이타루]
츠즈루가 말하는 거로는, 솔직히…….
[타도루]
뭐, 별로 다를 건 없지만~
츠즈루는 극단에서 어때? 잘하고 있어?
[이타루]
――.
[타도루]
응?
[이타루]
아니, 죄송해요. 그렇게 느슨해 보여도 형은 형이구나 싶어서요.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면 좋을 텐데요.
[타도루]
아니~ 이제 와서 형처럼 구는 것도 민망하달까. 좀 어색해서~ 집이 가장 힘들 때도 나는 이곳저곳 어슬렁어슬렁 다니면서, 츠즈루한테만 귀찮은 일을 떠맡겼으니까.
뭐, 그만큼, 지금 이렇게 츠즈루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정말 기쁜데…….
솔직히, 츠즈루한테는 원망을 샀을 거라고 생각해.
[이타루]
……형님을 상대로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타도루]
츠즈루는 그런 거 분위기를 읽을 줄 아니까~ 중간에 끼면 손해야.
[이타루]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비행기에서 형님 드릴 선물 얘기를 할 때도, 평소랑 같은 표정이었어요.
귀찮다고는 생각해도, 원망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타도루]
그럴까~…….
[이타루]
츠즈루는 자신의 지금까지 자라온 환경을 전부 받아들이고, 오히려 작품에 살리고 있으니까요.
[타도루]
……그렇지. 츠즈루, 지금 각본 쓰고 있었지. 왠지 기쁘네~ 옛날부터 이야기 쓰는 거 좋아했거든~
죄악감이 조금 줄어들었어. 고마워.
[이타루]
별말씀을요.
[타도루]
답례로 이거 줄게.
[이타루]
일본주 미니 보틀 세트?
[타도루]
일본이 그리워지면 마셔봐.
[이타루]
아니, 사흘 뒤에는 돌아가니까요.
[타도루]
아니면, 자흐라 왕국에서 신세 진 사람한테 주면 놀랄 정도로 기뻐하니까 추천~
뭔가, 이쪽에서는 손에 넣기 힘든 고급품 같아. 뇌물로도 쓸 수 있다고.
[이타루]
뇌물이라니…….
[타도루]
들어가면 안 되는 신성한 구역이라거나, 평소엔 공개되어있지 않은 미술품이라거나, 여러 가지로~
[이타루]
폼으로 돌아다니는 건 아니시네요.
[타도루]
그럼 그럼.
-
[츠무기]
리허설 할 시간도 없겠죠?
[가이]
왕궁은 대관식 당일에밖에 개방되지 않아. 당일엔 꽤 많은 극단이 있을 테니, 시간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타스쿠]
적어도, 연습할 곳 정도는 확보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가이]
미카에게 준비시키지.
[츠무기]
여기까지 왔으니까 자흐라 왕국의 말도 넣고 싶어.
[아즈마]
그런 건 현지 사람이 좋아하겠어.
[호마레]
그래. 내가 자흐라 왕국에 바치는 시를 읊는 건 어떤가!
[타스쿠]
안 통하잖아. 언어가 다른 거랑은 또 다른 의미로.
[호마레]
그건 무슨 의미인가!
[히소카]
……여러 가지 의미로.
[호마레]
히소카 군까지 무슨 말인가!
[점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병아리콩 수프입니다.》
[이즈미]
뭐지?
[치카게]
병아리콩 수프라는데.
[이즈미]
호오~ 병아리콩은 일본에서도 비교적 일반적이죠.
[가이]
병아리콩…….
[호마레]
삐약삐약삐약삐약…….
[가이]
큭…….
[타스쿠]
이런 곳까지 와서도 그거냐……!
[가이]
아하하하.
[아즈마]
풋…… 아하하하, 너무 많이 웃잖아. 가이.
[호마레]
삐약삐약삐―…….
[히소카]
아리스, 이쪽 보지 마. ……풋, 아하하.
[타스쿠]
하핫.
[츠무기]
아하하. 호마레 씨는 여전하네요.
[이즈미]
(겨울조 다들, 웃음이 전염됐어……!)
[츠무기]
가이 씨, 저렇게 웃기도 하네요.
[히소카]
요즘에 버전 업했어.
[이즈미]
(시트론 군한테도 지금의 가이 씨를 보여주고 싶어. 지금의 가이 씨의 연기를…….)
어쨌든 본방은 최선을 다하자. 그렇게 하면, 말은 안 통해도 분명 전달될 거야.
[타스쿠]
그래.
[츠무기]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