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 i l m N o. 0 2 : S a k y o F u r u i c h i -

처음엔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지. MANKAI 컴퍼니와 연기와 만난 시절의――. 연습이, 연기하는 게 뭐가 됐든 재밌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흡수해가는 게 그저 즐거웠어. 그저 언제까지고 연기하고 싶었지. 그때의 어렸던 나랑 똑 닮았어.
단지……. 협객전 때 그 녀석은 '사랑'이라는 말을 하더군. 예전의 내가 부끄러워서 똑바로 마주 보지 못했던 말을.
[……사랑이요?]
――이 부분은 편집해줘.
어쨌든 예전의 나보다 그 녀석이 더 인간의 그릇이 됐다는 거야. 나는, 굳이 말하자면 셋츠 같은 망할 꼬맹이였으니까.

[효도 쥬자에게 배우로서 부족한 점은?]
발음, 발성, 기초는 잡혔는데 응용을 못 해. 이해가 더뎌. 역할에 몰입하는 데 시간이 걸려. 애드리브를 너무 못해.

[역시 가차 없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부분은?]
――훗.

-

[이즈미]
와아, 술이 순하고 맛있어요.

[사쿄]
나쁘지 않군.

[유조]
건방진 소리 하기는.

[사쿄]
그래서 안주라는 게 뭐야?

[유조]
아, 내 지인 중에 미대에서 가끔 워크숍을 하는 녀석이 있어.

[이즈미]
(미대에서 워크숍? 설마……)

[유조]
마스노라고 하는데, 쥬자랑 반리도 가르치는 것 같더군.

[이즈미]
(역시……)

[유조]
최근에 만나서 얘기를 좀 들었지. 쥬자랑 반리는 배우로서의 소재도, 추구하는 것도 완전히 정반대라고 재밌어했어.
전부터 반리는 좀 더 완전히 그 역할이 된 것처럼 몰입하고 싶다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쥬자한테 물어보니 어떤 역할이든 만능으로 해낼 수 있는 냉정한 분석력이 갖고 싶다고 했다더군.
그 녀석들, 없는 걸 가지고 싶다고 생떼 부리고 있어.

[이즈미]
그러네요…….

[유조]
반리는 처음부터 배우로서 관객에게 자기를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냉정하게 연기를 컨트롤할 수 있었어. 그걸 생각하고 하는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하는 거니 타고난 거지.

[이즈미]
하지만 그 때문에 무대 위에서 항상 계산하고 있어서 역할에 몰입해서 자신을 잊어버리는 게 안 되는 거죠.

[유조]
그렇지. 그리고 지금까지 타인에게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탓에 자기가 맡은 역할의 심정을 깊이 파고들어 공감하는 걸 어려워하고 있어.
반대로 쥬자는 서투른 데다 무대 위에서도 여유가 없고 시야도 좁지. 반리처럼 연기를 냉정하게 컨트롤 하는 건 무리야. 하지만 계속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한 만큼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 선망, 질투도 포함해서.

[이즈미]
역할을 연기할 때는 그런 점이 역할을 깊게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원동력이 돼요.

[유조]
그래. 자신과는 다른 사람인 역할을 존경하고, 그 역할의 인생을 연기하는 걸 마음속 깊이 기뻐하고 있어.

[사쿄]
웃길 정도로 정반대로군.

[유조]
그러니까 무의식중에 배우로서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존경하고, 동시에 질투를 품고 있는 거겠지.

[사쿄]
진짜 운 좋은 녀석들이야.

[유조]
그러고 보니 창단공연 연습에서 쥬자를 봤을 때 예전의 너랑 비슷하다고 느꼈어.

[사쿄]
…….

[유조]
너도 죽어도 지고 싶지 않은 라이벌이 한 명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연기를 계속했을지도 모르지.

[사쿄]
내버려두세요.

-

[유조]
――그럼 슬슬 돌아가 볼까.

[이즈미]
조심해서 가세요.

[사쿄]
비틀비틀 걷다가 불심 검문에 걸리지 말고.

[유조]
너랑 같은 취급 하지 마.

[이즈미]
안녕히 주무세요.

[유조]
그래. 잘 자라.

[사쿄]
너도 슬슬 자. 내일 아침연습에 지각한다.

[이즈미]
내일은 드디어 상영회지요. 인터뷰, 기대돼요.

[사쿄]
후시미다운 제안이지. 이번 공연으로 그 녀석한테도 좋은 영향이 있으면 좋을 텐데.

[이즈미]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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