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그럼 오늘은 이 정도로――.
[유키]
수고했어~
[아자미]
수고했어.
[이즈미]
아, 혹시 의상 맞춰보게?
[유키]
응. 일단 완성했으니까.
[아자미]
그리고 메이크업 검증. 촬영 전까지 연습해두고 싶어.
[시트론]
기다리고 있었어!
[아즈마]
기대된다.
-
[이즈미]
와아, 잘 어울려!
[가이]
깃털인가. 이런 의상은 처음이군.
[아즈마]
천 질감이 곱다.
[이즈미]
(가이 씨의 깃털하고 아즈마 씨의 날개옷, 정말 섬세하고 예뻐. 메이크업도 어울려서 인간이 아닌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야.)
[아즈마]
왕자님의 전통복도 멋있어.
[시트론]
재패니즈 의상, 기분 업이야!
[이즈미]
이국적인 생김새와 의상의 갭이 좋아.
[가이]
후루이치는 역시 어울리는군.
[아즈마]
청록색도 잘 어울려.
[사쿄]
…….
[이즈미]
사쿄 씨, 뭔가 문제 있어요?
[사쿄]
……아니, 역시 이 녀석들하고 나란히 서니까 식신 콤비도, 시트론의 음양사도 임팩트가 강해.
묻히지 않게 해야겠어.
[유키]
내 의상에 불만 있어?
[사쿄]
의상 문제가 아냐. 내 문제지.
영상에서는 무대와는 다른 표현법이 필요해. 그걸 머릿속에 넣어두지 않으면, 의상도 돋보이지 않을 거다.
[이즈미]
영상에서의 표현법인가요……. 누구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연기와 관련된 거니까, 일단 유조 씨에게 물어볼까요?
[사쿄]
그 아저씨한테 기대는 건가…… 하는 수 없지.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
[사쿄]
…….
[아즈마]
여기야.
[사쿄]
갑자기 부르기는.
[아즈마]
미안해. 자, 모처럼 주연과 준주연이 됐으니 친목을 다져두고 싶어서. 역할도 주종관계잖아.
[사쿄]
이제 와서 무슨. 너와는 항상 마시고 있잖아.
[아즈마]
그것도 그러네. 하지만 마실 구실로는 좋지 않아?
[사쿄]
그렇지.
[아즈마]
이 칵테일, 내가 추천하는 거야.
[사쿄]
그럼 같은 거로.
[점원]
알겠습니다.
[사쿄]
이번엔 재밌는 멤버들이 모였어.
[아즈마]
믹스 공연이니까 여러 조가 섞인 것도 재미있지만, 그 점을 빼고도 좀처럼 보기 힘든 조합이지.
그래도 가이는 연기를 정말 열심히 하니까 사쿄 군하고 잘 맞을 거야.
[사쿄]
주종관계라고 하는데, 시트론과는 차이가 크지. 그 녀석이 있으면 연습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아즈마]
가을조 연습은 더 긴장감 있어?
[사쿄]
그래…… 험악한 건 아니지만, 이놈 저놈 다 눈빛이 강렬해서.
[아즈마]
겨울조도 조금 달라. 조금 더 침착하다고 해야 하나, 연기를 대하는 열의도 내면에 숨겨둔 느낌이야.
[사쿄]
다른 조가 어떻게 하는지 보는 건 공부가 되지. 믹스 공연은 좋은 방법이야.
[아즈마]
맞아.
[사쿄]
그저 이번엔 촬영하는 만큼 평소보다 진행이 타이트하니까. 긴장을 풀 수 없어.
[아즈마]
교토 로케는 다음 주였지? 꽤 스케줄이 가득 찼어.
[사쿄]
3박 4일로 여러 장면과 굿즈, 포스터용 스틸 촬영도 들어가니까.
[아즈마]
관광을 못 한다고 카즈랑 애들이 떠들고 있더라.
[사쿄]
정말이지, 수학여행 가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아즈마]
후후, 나도 교토는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촬영하러 가는 게 기뻐.
[사쿄]
나는 거의 가본 적 없어.
아니――그러고 보니 저번에, 어릴 때 잠시 살았었다고 어머니한테 들었어.
[아즈마]
호오, 그랬구나.
[사쿄]
돌아가신 아버지가 태어난 곳이 교토라서.
[아즈마]
그럼, 돌아가실 즈음에?
[사쿄]
그래. 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으시고, 친숙한 교토에서 요양하고 싶다고 본인이 희망했다고 해.
어머니도 나도 거기에 따라갔다는 이야기지. 나는 거의 기억이 없지만, 아버지의 묘가 교토에 있다는 건 들었어.
[아즈마]
성묘는?
[사쿄]
어머니는 자주 가는 듯한데, 나는 한 번도. 돈도 들고, 기억도 안 나는 아버지를 위해 가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어.
[아즈마]
이번에도 안 갈 거야?
[사쿄]
……글쎄. 어떻게 되려나.
(어머니는 이왕에 교토에 가는 거 들렀다 오라고 하셨지만…….)
(예전부터, 집에 있는 사진 속 아버지의 모습을 봐도 내 아버지라는 실감이 안 났어. 그저 이 아버지만 살아있었다면, 어머니가 더 편하셨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지…… 이 정도야.)
(오히려 아버지라고 하면, 성가실 정도로 날 돌봐줬던 유키오 씨나 은천회 아버지 얼굴이 떠오르니까.)
[아즈마]
혹시 괜찮으면, 따라갈게.
[사쿄]
네가?
[아즈마]
꽤 오랜만에 만나는 거니까, 친구 한 명 정도는 소개하지 않으면 걱정하실 거야.
[사쿄]
친구라니, 네가 말이야……?
[아즈마]
후후, 술친구잖아?
[사쿄]
뭐, 그것도 그렇군. 마음 써준 건 고맙지만…… 그럴 필요 없어.
기억도 안 나는, 부모 자식 간의 정도 느낄 수 없는 아버지한테 이제 와서 아들로서 성묘를 가는 건 역시 내키지 않아.
다소의 여유는 있는 모양이지만, 촬영이 길어질지도 모르고.
[아즈마]
영상 촬영은 우리 모두 처음 하는 경험이니까.
[사쿄]
만약 시간이 비게 된다면 같이 술 마시자.
[아즈마]
……맛있는 집을 알고 있어.
-
[사쿄]
한 집 더 갈까?
[아즈마]
오늘은 이만 끝내는 게 좋지 않을까? 밤을 새우는 건 피부에 좋지 않아.
근접 촬영도 찍으니까, 제대로 피부도 가꿔둬야지.
[사쿄]
그러고 보니, 다음 주까지 해두라고 도련님이 시끄러웠지.
[아즈마]
이번 식신 메이크업은 독특하고 좋아.
[사쿄]
그래, 의상도 공을 들여서 무대에서 돋보이겠어.
[아즈마]
각본도 조금 서글픈 이야기고, 연습하는 것도 재미있어.
[사쿄]
미나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대와 인연, 운명 같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
세이메이와 코우는 극 중에서 대부분을 같이 행동하지. 하지만 알기 쉽게 서로를 향한 정이나 유대를 표현하지는 않아. 오히려 계약으로 맺어졌다는 인상을 주지.
우리는 대사에 드러나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연기로 표현해야만 해. 솔직히 어렵군.
겉으로 나타내는 일 없이, 이승과 저승,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과 식신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아즈마]
나는 조금 알 것 같아. 설령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과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유대 말이야.
[사쿄]
유키시로는 가지고 있는 건가.
[아즈마]
후후, 사쿄 군한테는 부드럽게 다가가려고 하고 있어.
[사쿄]
됐어.
(유키시로는 이미 감을 잡았다는 건가……. 나도 내 나름대로 코우와 세이메이의 유대를 표현해야만 해.)
음양의 밤 제3화
2019. 10. 18. 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