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마의 메모에 적힌 주소는 허름하고 작은 극장이었다.
객석 문을 열자, 무대 위에서 어린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타치바나의 모습이 보였다.
타치바나는 내가 들어온 것을 알아차리고, 내게 손짓했다.
"놀라지 않는군."
"유조에게 들었으니까. 조금만 있으면 오늘 연습이 끝나니까 기다려."
"Keep on."
"Oh dear! Oh dear! I shall be too late!"
"You may more quickly."
타치바나는 즐겁다는 듯이 서투른 영어로 아이들을 지도했다.
고등학교 영어 성적은 심했지만, 여전히 저런 적응력은 뛰어난 사람이다.
잠시 기다리니 아이들은 해산하고 타치바나가 객석으로 내려왔다.
"낡은 극장이지? 이 극장, 쓰지 않아서 폐허 같았어. 주인에게 흥정해서 어떻게든 쓸 수 있게 고친 거야."
"네가?"
"응.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연극교실을 시작했어. 할아버지 할머니만 있는 극단이나, 어린아이들만 있는 극단이나…… 교실에서 파생한 오합지졸 팀이 순서대로 극장에서 공연하고 있어."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도 하는 일은 똑같군."
"하하.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니까."
"훗, 그래."
"레니가 웃는 거 오랜만에 봤어."
"……네게, 참회할 일이 많이 있어."
나는 지금까지 MANKAI 컴퍼니에 일으킨 방해 행위에 대해 다시금 사죄했다.
카시마에게 이미 들은듯한 타치바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어디까지 신생 MANKAI 컴퍼니와 레니, GOD 극단 사이에 일어난 일이니까.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그 애도 용서했다고 들었고."
"그래……."
"그냥, 나는 레니와 또 연기할 수 있는 게 기뻐."
"너희는…… 역시 부모자식이 맞군."
기막혀하면서도, 그 뒤로 핫카쿠 씨의 대본을 펼치고 연출 플랜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이런 걸 하고 싶었어."
"그 좁은 MANKAI 극장에서는 무리야."
"레니의 힘으로 어떻게든 해줘."
"가능할 리 없잖아. 말도 안 되는 일만 밀어붙이지 마."
그러고 있으니 마치 학생으로 돌아간 듯 했다.
"카시마에게 네 사정이란 것도 들었어. 핫카쿠 씨가 지키려고 했던 아들은 결말이 났어. 이제 네가 약속에 묶일 필요는 없지 않아?"
"핫카쿠 씨 부탁하고 내가 한 약속은 별개의 얘기니까."
"그러고 보니 팬네임을 생각해야겠네."
"그래, 이름으로 낼 수 없으니까. 뭐로 하려고?"
"그럼 꽃피우는 할아버지라고 할까……."
"장난이 지나쳐."
"그래? 모두를 꽃피워준다는 뜻이니까 나는 좋은데……."
"네 그런 센스만은 이해가 안 된다."
-
[젠]
그래서 유키오는 어땠지?
[레니]
여전했어. 밉상스러울 정도로 잘 지내더군.
[유조]
뭐, 그렇겠지.
[슈]
눈에 선해.
[레니]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편지를 받아왔다.
[유조]
편지?
[젠]
우리 한 명 한 명에게 다 쓴 건가.
[히로]
뭐라고 쓰여있어?
[유조]
"유조와의 인연이 초대 모두와 신생 MANKAI 컴퍼니도 이어줬구나." 라는데…… 유키오 씨 답네.
너는?
[히로]
"한 번 더 우리의 히어로가 되어줘."래.
당연히 그럴 생각이야.
[젠]
내 편지에는 "또 젠 씨의 스튜가 먹고 싶어."라는데.
레시피를 보내줄까…….
[레니]
슈는?
[슈]
훗…… 역시 그 녀석은 나를 잘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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