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A]
……11시부터지?

[학생B]
늦지 않아?

[학생C]
휴강인가?

[반리]
…….

[강사]
곧 올 거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라.

[카부토]
……여긴가.

[학생A]
왔다.

[카부토]
어~ 아…… 뭐라고 하랬는지 잊어버렸어.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거 얘기하면 되는 거지?

[강사]
네? 아, 네.

[카부토]
……잘 먹고 잘 자라. 이상.

[반리]
(뭐……? 그걸로 끝?)

[학생B]
아니, 너무 짧잖아.

[학생C]
기다린 시간이 더 길겠어.

[강사]
아~ 이후에 워크숍도 있으니까 희망자는 연습 스튜디오로 이동해라.

[반리]
(뭐야 저 녀석……)

-

[카부토]
어~ 이거 전부 몇 번 하는 거였지?

[강사]
카부토 씨 스케줄에 맞춰 달에 한 번 정도로, 총 4회 예정이에요.

[카부토]
그렇다네.

[강사]
일단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카부토]
아마다테 카부토. 극단 백화의 배우 겸 연출가. 그래서 오늘은 뭐 하는 거였지?

[강사]
제1회는 감정해방이에요.

[카부토]
아~ 그랬지.

[반리]
(……엄청 초보적인 것부터 하네)

[카부토]
그럼 과제 대사로 전력으로 웃음, 울음, 분노 각각의 감정을 표현해라.

-

[카부토]
……쿨~

[반리]
(자잖아)

[강사]
카부토 씨, 전원 끝났으니 평가 부탁할게요.

[카부토]
으어? 아…… 먼저 야마모토는 억양에 주의해라. 강약이나 고저뿐만 아니라 좀 더 전체 프레이즈를 신경 써.

[야마모토]
네, 네!

[카부토]
요시오카는 성량의 컨트롤을 좀 더 의식하는 게 좋아. 복근을 써라.

[요시오카]
네.

[반리]
(의외로 제대로 짚어주네…… 보고 있었나)

[카부토]
다음, 셋츠…… 딱히 없음.

[반리]
엇…….

[학생A]
역시 셋츠야.

[학생B]
역시 완벽하다니까.

[반리]
…….

-

[카부토]
이 정도면 됐지?

[강사]
그럼 오늘은 이걸로 마칠게요. 수고하셨습니다.

[학생A]
감사함다.

[반리]
――잠깐 괜찮슴까.

[카부토]
으어?

[반리]
저만 지적받지 못해서, 뭐든 좋으니까 의견을 들을 수 있을까요.

[카부토]
……부족한 부분 없었으니까 그걸로 된 거 아냐?

[반리]
좀 더 좋은 연기를 하고 싶어서요.

[카부토]
필사적이네.

[반리]
……극단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공연에서 주연을 맡아서요. 가능한 한 본방 전에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카부토]
주연이라……. 먼저, 어떤 감정표현에도 나쁜 버릇이 없었어. 다른 학생이 주의받은 성량 컨트롤, 듣기 쉬운 억양표현 같은 것도 꽤 그럴듯하게 해.
스타일과 생김새도 좋군. 복장 센스도 좋아 보이고, 대화 능력도 좋아. 배우로서 엄청 타고났지. 연출가의 시선으로 봐도 현장에 있으면 아낄만한 타입의 배우야.
단…… 나라면 절대로 주연으로는 안 써.

[반리]
네?

[카부토]
네 연기는 너무 잘 만들어져서, 뭐랄까…… 정말이지 평범한 우등생이야. 연기할 수 있으면 된다는 타입으로 느껴져. 뭘 표현하고 싶은지 전해지지 않아. 그런 배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서.
미대에 바로 들어오고, 극단에도 소속해있고, 좋은 옷 입은 거 보니 집안도 그럭저럭 좋아 보이고, 뭐든지 충족되어 있지.

[반리]
어떻게, 그런걸…….

[카부토]
보면 알아.
감이 좋고 요령도 좋지. 주변도 잘 보고 있고 자신을 보여주는 법도 알아. 워크숍에서도 내 의도를 읽고 연기하니까 다루기 쉬웠어. 아마도 너는 어느 현장에서든 활약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 같은 배우는 무대를 100점에 가까워지게 할 뿐이고 120점의 순간을 만들 수 있다고는 보이지 않아.
예를 들어 조금 전 감정해방에서도, 너같이 뭐든 잘하는 배우보다도 언밸런스해도 뭔가 하나 폭발시키는 녀석이 더 좋아.
뭐, 하지만 방금 말한 대로 너 같은 배우는 많이들 아껴주고 높게 평가해줄 거야.

[반리]
하지만 당신은 아니라는 건가.

[카부토]
주변만 신경 쓰는 시시한 배우로 보여.

[반리]
――. (젠장…… 열 받지만, 여기서 반발해도 아무것도 안 돼. 확실히 나는 연기하면서 어떻게 보일지를 신경 쓰고, 그게 내 강점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연기를 계속하면 할수록, 이 녀석이 말하는 하나에 집중하는, 효도 같은 배우와의 차이를 알게 돼. 솔직히 콤플렉스도 느꼈어)
당신이 하는 말은, 나도 알고 있어. 이대로 내 강점을 살려서 그걸 인정해주는 상대와 함께하는 길도 있겠지.
하지만 다음 주연을 할 거면, 120점을 내고 싶어. 100점으로는 안 돼.

[카부토]
……귀찮네. 애초에 너는 뭘 위해 연극을 하는 건데?

[반리]
――. 그건…… 지금까지 뭘 하든 쉽고 재미없었는데, 그중에 유일하게 연기에만 보람을 느꼈으니까――.

[카부토]
넌 딱히 연극이 아니어도 되잖아. 잠깐 재밌다고 생각했을 뿐, 연극이 아니면 안 될 이유가 있어? 보람이 있다면 뭐든 좋은 거지? 영화제작, 드라마 제작, 무용, 회화, 서도, 추구하려고 하면 뭐든 보람을 느낄 거야. 그렇다면 넌 연극을 관두고 그쪽으로 가는 건가?
연기를 한다, 극단에 들어간다, 미대 연극과에 들어간다. 거기까지 순조롭게 진척된 덕분에 사고를 정지한 건 아니야?

[반리]
(연극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 연기 외에 이렇게 열중할 수 있는 건 없었어. 연기가 아니면―― 하지만 만약 효도가 처음에 시작한 게 연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효도와 싸울 수 있으니까 연기를 고른 것뿐인가……?)
(아니, 계기는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야. 나는 진심으로 연극과 마주하고――)

[카부토]
너에게선, 무엇을 위해 무대에 서는지 그 각오가 전해지지 않았어.

[반리]
……. ……그럼 당신은 무엇을 위해 연극을 하는데요?

[카부토]
살아남기 위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나는 연극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렇다고 잘났다는 건 아니고.
연극에 전부 걸 수밖에 없어. 그런 녀석과 대결해서 이길만한걸, 넌 가지고 있는 거냐?
……각오를 다진 녀석의 연기는 강해. 너한테는 무리야.

+ Recent posts